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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7. 11. 29. 선고 2006헌가13 판례집 [군형법 제53조 제1항 위헌제청]
[판례집19권 2집 535~54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상관을 살해한 경우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된 것) 제53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형벌은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이 지켜져야 하는바, 군대 내 명령체계유지 및 국가방위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와 상관 사이에 명령복종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전시와 평시를 구분하지 아니한 채 다양한 동기와 행위태양의 범죄를 동일하게 평가하여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중대성 정도에 비하여 심각하게 불균형적인 과중한 형벌을 규정함으로써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헌법불합치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대의 지휘계통과 명령계통을 확립하여 국가방위라는 특수사명의 달성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나, 피살자가 명령권을 가진 상관인 경우와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상계급자나 상서열자인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상관 살해가 적전에서 이루어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지도 아니한 채, 모두 “상관 살해”에 포괄시켜 사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최고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범죄의 책임과 형벌은 비례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맞지 아니하고,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재판관 김종대의 각하의견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요지는 상관살해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고 법정형이 사형밖에 없어 사형선고를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러나 제청법원이 원심법원의 사형선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위헌제청한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적용될 법률조항만을 달리하여 여전히 사형선고를 유지할 것이고, 사형선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법률의 위헌제청 없이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형이 선고되지 않도록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위헌제청은 심판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심판대상조문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된 것) 제53조(상관살해와 예비, 음모) ① 상관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② 생략

참조판례

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

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판례집 5-2, 578, 587

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487

헌재 1995. 10. 26. 92헌바45 , 판례집 7-2, 397, 404

헌재 1999. 5. 27. 96헌바16 , 판례집 11-1, 529, 538-539

헌재 1999. 5. 27. 98헌바26 , 판례집 11-1, 622-629

헌재 2000. 6. 29. 99헌바66 등 판례집 12-1, 848, 864

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582

당사자

제청법원 대법원

제청신청인 김○민

당해사건 대법원 2006도2783 상관살해 등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상관살해죄 등으로 기소되어 2005. 11. 23.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2005고단11호) 항소하였으나, 2006. 4. 21.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았고(2005노265호), 상고하여 대법원 재판(2006도2783호) 계속 중 상관살해죄에 관한 군형법 제53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바, 대법원은 2006. 8. 31. 위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된 것) 제53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군형법 제53조(상관살해와 예비, 음모) ① 상관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군형법 제53조 제1항의 범죄구성요건에는 전시와 평시의 구분은 물론 행위유형에 관한 아무런 제한도 없이 경중의 차이가 있는 모든 행위유형이 다 포함될 수 있도록 폭넓게 개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상관’의 정의에 관한 군형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자를 말하고,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자 사이에서는 상계급자와 상서열자를 상관에 준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그 행위의 객체도 상서열자까지를 망라하여 군형법 제53조 제1항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는

반면에, 법정형으로는 유일하게 사형만을 규정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처벌조항은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국가의 의무 및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 위반의 의심이 있다.

또한, 군형법 제53조 제1항이 사안의 경중에 차이가 있는 다양한 행위유형에 따른 양형조건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사형만을 선고하도록 하는 것은, 상관살해죄보다 더 중하다고 볼 수 있는 내란목적살인죄에 관한 형법 제88조가 법정형으로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반란죄 중 반란행위로서 살해를 한 경우에 관한 군형법 제5조 제2호가 법정형으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각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위반의 의심이 있다.

나. 국방부장관의 의견

(1) 재판의 전제성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사실 자체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고 기록에 나타난 양형조건에 비추어 사형선고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원에 심리 중인 이 사건 재판의 결론과 주문에 영향을 줄 수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2) 본안에 관한 의견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살인에 대한 책임의 정도로서 형법의 목적을 달성함과 아울러 위계에 따른 상명하복을 본질로 하는 군조직에서 상관의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규정된 조항이다. 군조직 하에서의 상관에 대한 살인은 일반적인 살인과는 달리 일반인의 생명에 대한 침해 시에 발생하지 않는 군대 내 명령체계 및 지휘체계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농후하고, 유사 시 군의 전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국가방위라는 특수사명 달성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형이라는 형벌은 적절한 것이다. 사형을 선고받은 청구인의 입장에서도 상관살해죄가 생명침해와 더불어 중요한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청구인에게 가해지는 처벌이 최소한도를 넘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공익이 청구인이 받게되는 불이익과 비교하여 균형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다.

(나) 법정형의 종류와 형량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의 성격에 대한 고

려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고려 등 여러 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그 내용이 형벌의 목적과 기능에 본질적으로 배치되지 않는 한 이를 쉽사리 헌법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내란목적살인죄에 관한 형법 제88조가 법정형으로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반란죄 중 반란행위로서 살해한 경우에 관한 군형법 제5조 제2호가 법정형으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평면적으로 비교하여서는 아니된다. 군형법상 상관에 대한 폭행치사상죄(제52조 제1항 제1호, 제2호), 초병살해죄(제59조)가 선택적으로 사형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상관살해죄를 절대적 사형으로 규정한 것은 체계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3. 판 단

가.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판단

법률에 대한 위헌제청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어야 한다. 재판의 전제성이란, 첫째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었거나 계속 중이어야 하고, 둘째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셋째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소송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 함은 원칙적으로 법원이 심리 중인 당해 사건의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비록 재판의 주문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이유를 달리하는데 관련되어 있거나 또는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경우도 포함된다(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판례집 5-2, 578, 587; 헌재 2000. 6. 29. 99헌바66 등 판례집 12-1, 848, 864).

국방부장관은 이 사건 관련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이 인정되고, 양형조건에 비추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위헌심판제청을 받아들여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는 경우 위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법조

로 한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적용할 수 없게 되므로 법원이 심리 중인 당해 사건의 재판의 주문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제청신청인에 대한 처벌조항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닌 다른 법률조항, 예컨대 형법상 단순살인죄로 적용법조를 변경하는 공소장 변경이 있는 경우에도 당해 사건의 재판의 이유가 달라지게 되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이 사건 재판의 내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법정형의 내용에 대한 입법권의 범위와 한계

헌법재판소는 형벌법규에 대한 입법권의 범위와 한계에 관하여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죄질과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하여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게 된다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파생되는 비례의 원칙 혹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등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법정형의 높고 낮음은 입법정책의 당부의 문제이지 헌법위반의 문제는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 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487; 헌재 1995. 10. 26. 92헌바45 , 판례집 7-2, 397, 404; 헌재 1999. 5. 27. 96헌바16 , 판례집 11-1, 529, 538-539; 헌재 1999. 5. 27. 98헌바26 , 판례집 11-1, 622-629 등 참조).

(2)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하고 있다(헌재 1992. 4. 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30).

입법자가 형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그 형벌이 불법과 책임의 경중에 일치하도록 하여야 하고, 만약 선택한 형벌이 구성요건에 기술된 불법의 내용과 행위자의 책임에 일치되지 않는 과도한 것이라면 이는 비례의 원칙을 일탈한 것으로 헌법상 용인될 수 없다.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지만,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형벌을 가중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30)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벌과 비교하여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잃은 것이 명백하다면, 그러한 입법의 정당성은 부인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반하여 위헌적인 법률이 될 것이다(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582).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이유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254),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소원사건(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 판례집 15-2하, 242-257),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중 협박죄 부분에 대한 위헌제청사건(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 판례집 16-2하, 446-460),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등 위헌제청사건(헌재 2006. 4. 27. 2006헌가5 , 판례집 18-1상 491-502) 등에서 해당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을 선언한 바 있다.

(3)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관을 살해한 경우 전시와 평시를 구분하지 아니한 채 그 동기와 행위태양이 어떠한가를 묻지 아니하고 그 죄질을 동일하게 평가하여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규정하고 있는바, 상관을 살해한 책임이 아무리 중대하다고 하더라도 전시와 평시를 구분하지 아니한 채 다양한 동기와 행위태양의 범죄를 동일하게 평가하여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

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헌재 1997. 3. 27. 95헌바50 , 판례집 9-1, 290, 298-299).

우리 형법은 사람의 생명을 박탈한 고의적인 살인범을 고살과 모살의 구분없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하여 구체적 사건을 재판하는 법관에게 범행의 정상과 범죄인의 죄질을 참작한 후 탄력적으로 형을 선택하여 선고하고 작량감경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도록 폭넓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고, 존속살인의 경우에도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군형법상 초병살해의 경우에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비교 교량해 보면 평시에 일어난 군대 내 상관살해를 그 동기와 행위태양을 묻지 아니하고 무조건 사형으로 다스리는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범죄의 중대성 정도에 비하여 심각하게 불균형적인 과중한 형벌이고, 형사정책적인 관점에서 보거나 작금의 세계적인 입법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적정한 형벌의 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예방적 차원에만 치중한 전근대적인 중형위주의 가혹한 응보형주의에 따른 입법규정은 될 수 있지만 범죄인의 교육개선과 사회복귀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헌법의 기본취지에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군대 내 명령체계유지 및 국가방위라는 이유만으로 전시인지 평시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가해자와 상관사이에 명령복종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상관을 살해하기만 하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법관이 작량감경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법정형 자체가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작량감경제도의 존재만으로 그러한 흠결이 치유되는 것이라 보기 곤란하다.

(다) 상관폭행, 상관상해 등 다른 군형법 조항이 적전인 경우와 기타의 경우로 구분하여 법정형을 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관살해 역시 적전인 경우와 기타의 경우, 또는 전시와 평시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적전이 아니거나 평시의 경우 그 동기와 살해에 이르게 된 정황, 살해방식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 양형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상관살해에 대하여 사형만

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군형법상 상관살해에 대하여 일반 살해죄에 비하여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을 둔 국가조차 찾기 어려운바, 비록 남북한 대치상태가 존재하는 특수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군의 기강과 전력은 법정형의 위하(威嚇)적인 효과만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한 법제를 더 이상 유지시킬 실익이 적다고 할 것이다. 또한, 법정형을 사형으로 한정한 것이 지니는 강력한 심리적 위하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그것이 구체적인 정황에서 상관살해행위를 어느 정도 배제시키는 일반예방 효과를 지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며, 범행동기와 죄질에 무관하게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정하여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반한다.

4.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중대성 정도에 비하여 심각하게 불균형적인 과중한 형벌을 규정함으로써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5.와 같은 헌법불합치의견, 재판관 김종대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의 헌법불합치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인이 상관을 살해한 경우를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형벌의 종류도 사형만 규정하고 있다. 군대는 국가를 방위하는 사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서, 그 사명을 달성하기 위하여 전쟁과 같이 생명·신체에 위험한 행위까지 수행하여야 하므로, 지휘체계의 확립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대의 지휘계통과 명령계통을 확립하여 국가방위라는 특수사명의 달성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특별구성요건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필요성의 정도는 지휘명령권을 가지는 상관의 경우와 지휘명령권이 없는 상급자나 상서열자의 경우가 다르고, 전쟁 중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살자가 명령권을 가진 상관인 경우와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상계급자나 상서열자인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상관살해가 적전에서 이루어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지도 아니한 채, 모두 “상관살해”에 포괄시켜 사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최고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범죄의 책임과 형벌은 비례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맞지 아니하고,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전에서 지휘명령권을 가진 상관을 살해한 경우에 적용되는 경우에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헌적인 부분과 위헌적인 부분을 아울러 내포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그 구분은 국회의 몫이므로, 전체적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개선입법을 촉구함이 상당하다.

6. 재판관 김종대의 각하의견

나는 이 사건 위헌제청이 심판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각하의견을 밝힌다.

가. 심판의 이익의 필요성

일반 소송사건에서 법원의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소의 이익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에 있어서도 헌법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어야 한다. 소의 이익 또는 심판의 이익은 문제되는 다툼의 해결에 그 재판이 기여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판제도를 무익하고 무용하게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소의 이익이나 심판의 이익은 모든 재판에서 당연히 요청되는 것으로, 비록 법률이 적법한 재판을 위한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도, 재판의 본질에 내재된 적법 요건이다. 따라서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재판을 구하는 청구나 신청 등은 부적법함을 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에 의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있어서도, 헌법재판소의 심판과 관계없이 당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다툼을 해결할 수 있다면, 헌법재판소로서는 그러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할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위헌제청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관련 법률조항들을 살펴볼 때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위헌제청에 대한 심판의 이익

(1)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심판의 대상

제청법원은 “상관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한 군형법 제53조 제1항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는 이유를, “그 경중에 차이가 있는 상관 살해의 다양한 행위유형에 대해 법정형을 사형만으로 규정하여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고, 다양한 행위유형에 따른 양형조건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사형만을 선고하도록 하는 것은 형법의 내란목적살인죄나 군형법의 반란죄 중 반란행위로서의 살해를 한 경우의 법정형과 비교해 볼 때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제청법원의 주장이유를 정리하면, 제청법원은 피고인을 상관살해죄로 처벌하는 것 즉 군형법 제53조 제1항의 구성요건(“상관을 살해한 자”)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법정형을 사형만으로만 정해 놓은 양형의 가능성에 위헌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제청법원이 위헌 여부의 심판을 구하고 있는 대상은 군형법 제53조 제1항 전체가 아니라 군형법 제53조 제1항 중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사형에 처한다” 부분(이하 ‘이 사건 법정형 조항’이라 한다)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법정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이유는, “상관살해의 다양한 행위유형에 따른 양형조건을 무시한 채 사형만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따라서 군형법 제53조 제1항의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로 되어 있었다면 위헌제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2) 심판의 이익의 흠결

제청법원은 이 사건 법정형 조항이 상관살해의 다양한 행위유형에 따른 양형조건을 무시한 채 사형만을 선고하도록 한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 이 사건 법정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으므로 제청의 이익이 있는지의 유무도 위헌제청한 법조항의 유일한 법정형인 사형의 선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할 때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 때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가) 제청법원이 원심의 사형선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만약 제청법원이 증거에 의해 인정된 공소사실의 내용과 양형의 조건들을 모두 고려하여 원심의 사형선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제청법원 역시 상고기각을 통해 사형선고의 정당함을 확인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정형 조항이 사형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당해 사건에 있어서 형의 선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사건 법정형 조항이 사

형 이외에 다른 형벌을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당해 사건의 법원은 어차피 사형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제청법원은, 당해 사건에서 공소사실과 양형조건을 모두 참작할 때 원심의 사형선고 자체는 정당한 것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법정형 조항이 위헌 결정되면 적어도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청법원의 위와 같은 주장은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형식 논리에 얽매인 것으로, 피고인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당해 사건에서 피고인이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을 신청한 이유는 사형선고를 면하기 위해서임이 분명하고, 제청법원 스스로도 법정형이 사형으로만 규정되어 있어 사형선고를 피하기 위해 위헌제청을 하였음에도, 기껏 적용법조만을 달리하여 다른 법률조항에 따라 사형을 선고하게 된다면,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이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나 법원에 대해 미치는 실질적인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고 할 것이다. 사형이 선고되는 마당에 적용법조가 변경된 들 이론상의 형식적인 논리의 완결성 이외에 구체적 사건의 해결에 어떠한 이익이 있는지, 헌법재판이 그러한 수단으로 이용되어도 좋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 제청법원이 원심의 사형선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만약 제청법원이 원심의 사형선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나머지 이를 파기하기 위하여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 또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제391조에 의하면 사형, 무기,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의 경우에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고 그것이 이유 있을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정형 조항이 사형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제청법원의 주장대로 반드시 사형만을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형법 제53조, 제55조의 규정에 따른 작량감경을 통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 가운데 하나를 얼마든지 선택하여 선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정형 조항이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원심의 사형선고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제청법원으로서는 이 사건 법정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의 심판 없이도 형법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얼마든

지, 사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형 이외의 형이 선고되도록 할 수 있다(제청법원의 이 사건 위헌제청의 이유가, 당해 사건에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선고할 수 없는 ‘10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청법원이 사형선고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정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이익은 없는 것이다.

(3) 소 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제청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이유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청은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제청법원이 사형제도 자체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이 사건 제청을 하였다면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형제도 자체가 위헌으로 결정되면 제청법원으로서는 반드시 원심판결을 파기할 수밖에 없게 되고, 피고인의 입장에서도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 결 론

제청법원이 원심법원의 사형선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제청한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적용될 법률조항만을 달리하여 여전히 사형선고를 유지할 것이고, 사형선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법률의 위헌제청 없이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형이 선고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위헌제청은 심판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주심)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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