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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9. 16. 선고 98헌마310 결정문 [근로기준법 제10조 제1항]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윤○준

국선대리인 변호사 명완식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1995. 3. 26. 부산광역시에 있는 ○○맨션아파트 경비원으로 채용되어 아파트 경비 및 관리업무에 종사하다가 1998. 6. 25. 퇴직한 후, 동 아파트 운영회장에게 재직기간 3년 3개월에 상응하는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퇴직금으로 1개월분 급료 상당액만 지급받았을뿐, 나머지 요구금액의 지급을 거절당하였다.

(2)이에 청구인은 1998. 7. 18. 부산동래지방노동사무소장에게 위 운영회장이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진정을 하였으나 같은 해 8. 29. 위 아파트는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장으로서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제도가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진정사건 내사종결통보를 받게 되자, 같은 해 9. 1.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인 적용대상을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10조 제1항이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근로기준법 제10조 제1항 본문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항 단서는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더라도 동거의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의 개요, 청구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동항 단서는 이 사건 심판청구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된 것, 이하 “근로기준법”이라 한다)제10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로기준법 제10조(적용범위)①이 법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의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헌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상 근로기준법의 규정은 근로에 종사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근로자가 종사하게 된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장”이라 한다)의 규모와 같이 우연한 요소에 따라 그 적용을 달리한다면 이는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오늘날 산업의 자동화에 따라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이들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도 법률로써 보장하여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형편인데도,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달리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2조 제3항에 위배된다.

(3)나아가 위헌인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부산동래지방노동사무소장이 아파트 운영회장에 대한 청구인의 전정사건을 내사종결함으로써 청구인은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판절차에서의

진술권을 침해당하였다.

나. 노동부장관의 의견요지

(1)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서 사업주의 부담능력 등 경제・사회적 현실, 관련업무 수행을 위한 행정능력 등이 고려되어야 하는바,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된 이래 국가와 국민의 사회·경제적 역량이 강화됨에 따라 그 적용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될 경우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대부분의 4인 이하 사업장은 그 규모가 영세하고 해당 사업주의 채무부담 능력도 미흡하므로 노사갈등 및 범법자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3. 판 단

가. 평등권의 침해 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규정으로서 동법의 전면적인 적용대상을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여부에 관하여 상시사용 근로자의 수에 따라 근로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달리 취급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합치되는지의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 것인바,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은 결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실질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없이 차별하는 경우에만 평등원칙에 반한다(헌재 1991. 7. 22. 89헌가106 , 판례집 3, 387, 423; 헌재 1996. 8. 29. 95헌바36 , 판례집 8-2, 90, 102-103).

(2)살피건대,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것인지, 적용한다면 어느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 등은 근로자보호의 필요성, 사용자의 법 준수능력, 국가의 근로감독능력 등을 모두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연 이러한 요소들을 합리적으로 고려한 것인지 본다.

먼저,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대체로 영세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한결같이 준수할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기준을 이들 사업장에까지 전면 적용한다면 근로자보호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영세사업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이 사건 기록에 편철된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1997년말 기준으로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는 전체 근로자수의 약 18%에 불과하나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수는 전체 사업장의 약 77%를 차지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의 준수여부를 감독할 근로감독관의 대폭적 증원이 선행되지 아니하고서는 그러한 사업장에 대하여 제대로 감독행정을 펼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별적 법집행으로 인하여 공정성마저 해칠 우려가 있다.

물론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2조 제3항에 근거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동법 제1조 참조)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한 법률이므로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상시 4인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사업장은 영세사업장으로서, 이러한 사

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임금·근로시간·산업안전·고용안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근로자들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절실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한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바, 이는 그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면 모든 사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동시에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도의 개선도 평등의 원칙 때문에 그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불합리할 뿐 아니라 평등의 원칙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와도 어긋나기 때문이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 판례집 3, 11, 25).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령개정의 연혁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현실을 고려하면서 지속적으로 입법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알 수 있다. 1953년 제정 당시의 근로기준법동법시행령에 의하면 상시 15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에서 제외되었으나 그 후 수차례의 법령개정을 통하여 꾸준히 그 적용범위를 넓혀 왔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이르러서는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까지 적용을 받게 되었으며, 게다가 근로기준법 제10조 제2항은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하여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부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법시행령 제1조의2 별표1은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의 규정들을 상세히 정하고 있고(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과 휴식, 여자와 소년보호, 안전과 보건, 재해보상 등에 관하여 대체로 근로기준법의 규정들이 적용되게 되어 있다), 이 시행령은 1999. 1. 1.부터 시행되고 있다(단, 일부 규정은 2001. 1. 1.부터 시행된다).

그렇다면 비록 현 단계에서 상시 사용 근로자수가 4인 이하인 사업장으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견 차별이 생긴다 하더라도 이는 점진적 제도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것이므로 이를 두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상시 사용 근로자수 5인’이라는 기준을 분수령으로 하여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확대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근로감독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하면서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헌법 제32조 제3항의 위반 여부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의 확보가 사용자에 비하여 경제적·사회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 개별근로자의 인간존엄성의 실현에 중요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그 사용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사항이어서 사회적 평화를 위해서도 민주적으로 정당성이 있는 입법자가 이를 법률로 정할 필요성이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판단기준도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 성격을 띠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도 시대상황에 부합하게 탄력적으로 구체화하도록 법률에 유보한 것이다(헌재 1996. 8. 29. 95헌바36 , 판례집 8-2, 90, 97-98).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인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상시 사용 근로자수 5인’이라는 기준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그 기준이 인간의 존엄성을 전혀 보장할 수 없을 정도라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두고 헌법 제32

조 제3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나아가 청구인은 부산동래지방노동사무소장이 아파트운영회장에 대한 청구인의 진정사건을 내사종결함으로 말미암아 헌법 제27조 제5항에 의하여 보장된 형사절차에서의 진술권을 침해당하였다는 취지도 주장하는 듯 하나, 위 노동사무소의 진정사건 종결처리행위는 수사기관의 내부적 사건처리방식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그 처리결과에 대하여 불만이 있으면 따로 고소나 고발을 할 수 있으므로 진정인인 청구인의 권리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형사피해자로서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당하였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0. 12. 26. 89헌마277 , 판례집 2, 474, 481).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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