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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8. 30. 선고 99헌바90 결정문 [구 상속세법 제34조의2 제2항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이○철

대리인 변호사 황수현

법무법인 대일 담당변호사 정갑성 외 1인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99구3522 증여세등부과처분취소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주식회사 ○○(이하 ‘청구외 법인’이라 한다)의 출자자 겸 부회장으로서, 1994. 3. 29. 청구인 소유의 대구 중구 동성로 2가 대지와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청구외 법인에게 6,000,000,000원(부가가치세 21,623,465원이 포함된 금액임)에 양도하고, 청구외 법인은 위 양도가액에서 부가가치세액을 공제한 5,978,376,535원을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가액으로 기장하였다.

(2)안양세무서장은 구 상속세법 제34조의2 제2항구 상속세법시행령 제41조 제4항의 규정에 따라 위 양도행위에 의하여 양수자인 청구외 법인이 위 취득가액과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가액인 3,963,273,600원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2,015,102,935원을 양도자인 청구인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고, 1998. 8. 3. 증여세 1,011,306,610원을 부과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3)청구인은 수원지방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99구3522)를 제기한 다음, 그 소송계속 중 구 상속세법 제34조의2 제2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면서 위 법원에 위헌법률제청신청(99아1238)을 하였으나 1999. 9. 30. 기각되었다.

(4)이에 청구인은 같은 해 10. 13. 구 상속세법 제34조의2 제2항의 규정이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59조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상속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3호 상속세및증여세법으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34조의2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법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34조의2(저가·고가양도시 증여의제)②제34조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현저히 높은 가액의 대가로서 재산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양수한 경우에는 그 재산을 양수한 때에 있어서 재산의 양수자가 그 대가와 시가와의 차액에 상당한 금액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인 양도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양도자가 자력을 상실하여 납세할 능력이 없을 때에는 그 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한다.

구 상속세법시행령(1996. 12. 31. 대통령령 제15193호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으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제41조(현저히 저렴 또는 높은 가액 및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정의)④법 제34조의2 제2항에서 “현저히 높은 가액”이라 함은 증여일의 현황을 기준으로 하여 제5조 내지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의 100분의 130이상의 가액을 말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이 사건 법률조항은 ‘현저히 높은 가액’에 대하여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범위를 정하여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아예 위임한 근거 자체가 없다. 그럼에도 시행령 제41조 제4항은 ‘현저히 높은 가액’의 내용과 범위를

임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59조가 선언한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고, 위임입법의 한계(포괄위임금지의 원칙)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

(2)이 사건 법률조항 중 ‘현저히 높은 가액’ 부분은 그것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의미하는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규정으로서,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과세권 행사를 초래하고, 국민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헌법 제59조가 규정하는 조세법률주의, 특히 과세요건명확주의에 위반된다.

나. 수원지방법원의 판단

(1) 조세법률주의(과세요건 명확주의)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현저히 높은(가액의 대가)’이라는 부분은 일상생활이나 법률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서 그 의미가 명료할 뿐 아니라, 증여의제규정을 둔 입법취지와 증여세를 부과하는 목적 등 상속세법의 관련 법률조항 전체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면 어떠한 경우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현저히 높은 가액의 대가’에 해당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현저히 높은 가액의 대가’의 의미가 명료하다고 보는 이상, 시행령 제41조의 제4항이 이를 위 시행령 소정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의 100분의 130 이상을 의미한다고 규정한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세칙을 정하는 집행명령에 불과하고, 집행명령은 위임명령과 달리 법률의 개별적·구체적 위임 없이도 발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설령 위 시행령의 규정이 위임명령으로서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행하여진 것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위 시행령의 규정이 모법이나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는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위 시행령의 규정이 법률이나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시행령 규정 자체의 효력에 관한 문제일 뿐, 시행령 규정이 위헌이라고 하여 곧바로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는 이 사건 법률조항까지 위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다. 재정경제부 장관 및 국세청장의 의견

(1) 이 사건 법률조항 중 ‘현저히 높은 (가액의 대가)’이라는 부분은 일상생활이나 법률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서 그 의미가 명료할 뿐만 아니라, 특히 시행령 제41조 제4항에서 현저히 높은 가액의 의미를 ‘증여일 현황을 기준으로 하여 제5조 내지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의 100분의 130이상의 가액’이라고 규정한 것과 증여의제규정을 둔 입법취지 및 관련 법령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할 때, 어떠한 경우가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현저히 높은 가액의 대가에 해당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의 핵심인 과세요건 법정주의나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명문의 위임근거 없이도 법률의 의미내용을 보완하거나 보충하는 규정을 하위법규에 둘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위 시행령의 규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법률의 의미, 내용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위배문제와 위 시행령의 존재(내용)와는 관련이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규정형식 자체에서 보듯이 하위법규에의 위임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헌법 제75조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허용한계

(1)증여세는 그 세율이 매우 높은 까닭에 실질은 증여나 다름없는 경우에도 형식적으로는 신탁이나 채무의 인수, 채무면제 등을 가장하거나 재산이전의 대가를 조작함으로써 증여세를 면탈하려는 시도가 많다. 따라서 이와 같은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실질과세를 이룸으로써 공평한 조세부담을 통한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법은 추정규정을 둠과 동시에 형식적으로는 증여로 보기 어려우나 실질은 증여로 볼 수 있는 경우 이를 증여로 보는 의제규정들을 두고 있다(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32조 내지 제42조 참조).

(2)이러한 증여의제 규정에 대하여 우리 재판소는 어떤 사항을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하여 원칙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여의제 규정은 그 추구하는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조세부과의 근거가 되는 한 헌법이 요구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야 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헌재 1997. 10. 30. 96헌바14 판례집 9-2, 454, 464; 헌재 1998. 4. 30. 95헌바55 , 판례집 10-1, 356, 365-366 등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 시행령의 연혁

이 사건 법률조항은 1982. 12. 21. 법률 제3578호로 신설되어 같은 내용으로 존속하다가 1996. 12. 30. 법률 제5193호로 상속세및증여세법이 전문개정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이어받은 제35조가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고가양도시의 증여의제를 규율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관련 시행령도 몇 차례 개정을 겪었는데, 그 신설 및 개정경과는 다음과 같다.

(1) 신설 이후 상속세및증여세법 전문개정 이전

-법 제34조의2(저가·고가양도시 증여의제) ② 심판대상인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다.

-시행령(1982. 12. 31. 대통령령 제10979호로 신설된 것) 제41조(현저히 저렴 또는 높은 가액 및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정의)④법 제34조의2 제2항에서 “현저히 높은 가액”이라 함은 제5조 내지 제7조에 규정하는 가액의 100분의 130 이상의 가액을 말한다.

-시행령(1988. 12. 31. 대통령령 제12567호로 개정된 것) 제41조(현저히 저렴 또는 높은 가액 및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정의) ④ 법 제34조의2 제2항에서 “현저히 높은 가액”이라 함은 증여일의 현황을 기준으로 하여 제5조 내지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의 100분의 130이상의 가액을 말한다.

(2) 상속세및증여세법 전문개정 이후

상속세및증여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3호) 제35조(저가·고가양도시의 증여의제)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당해 재산을 양수 또는 양도한 때에 그 대가와 시가와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1.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수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의 양수자

2.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의 양도자

②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규정된 특수관계에 있는 자, 낮은 가액 및 높은 가액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1996. 12. 31. 대통령령 제15193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26조(저가·고가양도 및 특수관계자의 범위)②법 제35조 제1항 제2호에서 “높은 가액”이라 함은 양도한 재산의 대가에서 그 시가를 차감한 가액이 대가와 100분의 30 이상 차이가 있거나 그 차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의 그 대가를 말한다.

③법 제35조 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이라 함은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계산한 대가와 시가와의 차액을 말한다.

②법 제35조 제1항 제2호에서 “높은 가액”이라 함은 양도한 재산의 대가에서 그 시가를 차감한 가액이 시가의 100분의 30 이상 차이가 있거나 그 차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의 그 대가를 말한다.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2000. 12. 29. 대통령령 제17039호로 개정된 것) 제26조(저가·고가양도 및 특수관계자의 범위)②법 제35조 제1항 제2호에서 “높은 가액”이라 함은 양도한 재산(법 제4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전환사채등을 제외한다)의 대가에서 그 시가를 차감한 가액이 시가의 100분의 30 이상 차이가 있거나 그 차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의 그 대가를 말한다.

③법 제35조 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이라 함은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계산한 대가와 시가와의 차액에서 다음 각호의 가액 중 적은 금액을 차감한 가액을 말한다.

1.시가에서 대가를 차감한 가액이 시가의 100분의 30 이상이거나 대가에서 시가를 차감한 가액이 시가의 100분의 30 이상인 경우에는 시가의 100분의 30에 상당하는 가액

2. 1억원

다. 위임입법의 한계(포괄위임의 금지) 위반 여부

(1) 위임입법의 허용성 및 그 한계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조세행정분야 뿐만 아니라 국정전반에 걸쳐 위임입법의 필요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입법권을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위임입법에 있어서 일반적, 포괄적 위임은 사실상 입법권의 백지위임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를 허용하면 의회입법의 원칙이나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셈이 되고, 또 행정권의 자의로 말미암아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헌법 제75조는 위임입법에 있어서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개별적, 구체적 위임만이 허용되고, 일반적, 포괄적 위임은 허용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89-591; 헌재 1995. 11. 30. 94헌바40 등, 판례집 7-2, 616, 632-633; 헌재 1998. 3. 26. 96헌바57 판례집 10-1, 255, 264-267 등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현저히 높은 가액’의 구체적 내용이나 범위에 관한 사항을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시행령 제41조 제4항이 그 구체적 내용과 범위를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이것이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내지 위임입법의 한계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일정한 사항을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 위임하였을 것이 논리적 전제로서 요구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언의 내용 및 형식에 비추어 볼 때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이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였으나, ‘현저히 높은 가액’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도 그러한 위임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또는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어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조세법률주의 위배 여부

(1) 조세법률주의

우리 헌법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제59조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삼고 있다. 먼저 과세요건 법정주의라 함은 납세의무를 성립시키는 납세의무자·과세물건·과세표준·과세기간·세율 등의 과세요건과 조세의 부과·징수절차를 모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한편, 과세요건 명확주의라 함은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면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그 규정 내용이 명확하고, 일의적(一義的)이어야 한다

는 원칙을 말한다.

이와 같은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은 결국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할 것이다(헌재 1989. 7. 21. 89헌마38 , 판례집 1, 131, 138-139; 헌재 1992. 12. 24. 90헌바21 , 판례집 4, 890, 899; 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84; 헌재 1998. 7. 16. 96헌바52 등, 판례집 10-2, 172, 196; 헌재 1999. 12. 23. 99헌가2 , 판례집 11-2, 686, 695 참조).

(2) 과세요건 법정주의의 위반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세요건으로 ‘현저히 높은 가액’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그 구체적 내용이나 범위를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현저히 높은 가액’의 구체적 내용이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곧 과세요건 법정주의를 위반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비록 위 시행령의 규정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부터 명시적 위임을 받지 않은 채 ‘현저히 높은 가액’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위 시행령의 규정이 위임의 근거를 결한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사유는 될지언정 이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과세요건 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세요건 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3) 과세요건 명확주의의 위반여부

이 부분에 관하여는 아래와 같이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뉜다.

(가)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의 의견

과세요건에 관한 법률규정의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불명확하면 이에 대한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① 명확성 충족 여부의 판단자료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현저히 높은 가액의 대가로서 재산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양수한 경우’를 증여의제의 요건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현저히 높은 가액’의 구체적 내용이나 범위에 관하여는 침묵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현저히 높은 가액’의 구체적 내용이나 범위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위임하지 아니하였다. 그 결과 그러한 위임 없이 구체적 내용을 규정한 시행령 제41조 제4항은 헌법 제75조 및 과세요건 법정주의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위임입법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시행령의 규정은 이 사건 처분의 과세근거가 되는 법령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확성 판단에 있어서도 직접적으로 고려될 것이 아니다. 과세요건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기관, 즉 국회가 법률의 형식으로만 정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자 하는 것이 과세요건 법정주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현

저히 높은 가액’이 명확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는 오로지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제청법원은 위 시행령의 규정이 단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세칙을 정한 집행명령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무릇 행정상 입법에 의한 법규명령은 위임명령과 집행명령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위 시행령의 규정은 법률에서 아무런 위임을 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법률조항의 ‘현저히 높은 가액’의 내용에 관하여 ‘증여일의 현황을 기준으로 하여 제5조 내지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의 100분의 130 이상의 가액’을 말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시행령의 규정은 과세요건의 내용과 범위, 즉 개인의 납세의무의 성립범위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법률사항에 해당한다 할 것이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에 필요한 단순한 절차·형식을 규정하는 것이라거나 또는 지엽적인 의미내용을 보충하는 것에 그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위 시행령의 규정이 단순한 집행명령으로서 법률의 구체적·개별적 위임 없이도 발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② 명확성의 충족 여부

이러한 입장에서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현저히 높은 가액’이라는 개념에 관하여 본다. 사전상으로 볼 때, ‘현저하다’라는 말은 ‘드러나서 두드러지다’, ‘두드러져 분명하다’ 내지 ‘뚜렷이 드러나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현저히’라는 말은 ‘드러나서 두드러지게’, ‘두드러져서 분명하게’ 내지 ‘뚜렷이 드러나게’ 등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현저히 높은 가액’이라는 말은 ‘드러나게, 두드러지게 또는 뚜렷이 값이 비싸다’라는 정도의 모호하고 불명확한 의미를 갖는데 불과하여 그 내포와 외연을 명백히 한정하기 어렵다.

물론 법률은 일반성, 추상성을 가지는 것으로서 법률규정에는 항상 법관의 법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구체화, 명확화될 수 있고, 이는 조세법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세법 규정이 당해 조세법의 일반이론이나 그 체계 및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면 이러한 경우에도 명확성을 결여하였다고 하여 그 규정이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헌재 1995. 11. 30. 94헌바40 등, 판례집 7-2, 616, 631; 헌재 1998. 12. 24. 97헌바33 등, 판례집 10-2, 871, 892; 헌재 2000. 6. 29. 98헌마35 , 판례집 12-1, 786, 795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용하고 있는 ‘현저히 높은 가액’의 개념은 아무리 조세법의 일반이론이나 그 체계 및 입법취지 등은 물론 다른 규정들과의 유기적인 관계 등을 두루 살펴본다 한들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현저히 높은 가액’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또 그 구체적 내용이나 범위가 불분명하며, 나아가 그에 대한 사회통념이나 경험칙이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법관의 법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만으로 그 내용이나 범위를 구체화, 명확화할 수 없다.

이렇듯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물론 다른 규정에서도 ‘현저히 높은 가액’의 내용이나 범위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결과, 납세자로서는 법률조항만 가지고는 과연 어느 정도의 높은 가액이 ‘현저히 높은 가액’에 해당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세대상이 될 것인지를 예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현저히 높은 가액’의 내용이나 범위에 관하여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초래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위험성을 배제

할 수 없다. 여기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현저히 높은 가액’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을 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다고 보여지지도 않는다.

특히 처벌법규나 조세법규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의 경우에는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가 한층 더 강화되어 있는 점(헌재 1996. 6. 26. 93헌바2 , 판례집 8-1, 525, 533-534; 헌재 1995. 11. 30. 91헌바1 등, 판례집 7-2, 562, 591등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 중 ‘현저히 높은 가액’ 부분은 과세요건 명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을 갖추지 못하였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측면의 위헌성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을 이어받은 상속세및증여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3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35조가 ‘현저히 높은 가액’이라는 개념 대신에 ‘시가보다 높은 가액’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아울러 ‘높은 가액’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명시적인 위임을 하는 내용으로 규정하게 된 점에서도 충분히 뒷받침된다.

③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위반된다.

(나)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권성, 재판관 주선회의 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과세요건 명확주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여 합헌이라고 생각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과세요건명확주의 위반 여부에 관하여 본다.

① 과세요건 명확주의 위반여부의 판단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과세요건 명확주의는 조세법률주의의 한 파생 원칙으로서 과세요건에 관한 법률규정의 내용이 명확하고 일의적(一義的)이어야 함을 요구한다. 그러나 법률은 일반성·추상성을 가지는 것으로서 법률규정에는 항상 법관의 법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의 여지가 있으므로, 조세법규가 당해 조세법의 일반이론이나 그 체계 및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면 이러한 경우에도 명확성을 결여하였다고 하여 그 규정을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헌재 1995. 2. 23. 93헌바24 등 판례집 7-1, 188, 199).

② 불확정개념의 허용한계

이 사건 법률조항 중 ‘현저히’ 높은 가액 부분은 어느 정도의 높은 가액이 이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이 법문에 드러나지 않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불확정개념이다. 이와 같은 불확정개념은 과세관청에게 자의적 재량을 부여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입법자에 의한 사용이 억제되어야 할 것이지만 조세법의 규율대상인 경제현상은 복잡다기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므로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야 할 조세법의 분야에서는 그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기능과 함께 조세를 부담하여야 할 자에게 조세를 제대로 부과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여 조세정의 내지는 조세평등주의에 기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불확정개념이 과세요건 명확주의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인가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개별적인 경우에 과세요건 명확주의

의 이념과 조세법의 성질에 따른 불확정개념 사용의 불가피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그 구체적인 판단은 납세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행위가 당해 문구에 해당하여 과세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예견할 수 있을 것인가, 당해 문구의 불확정성이 행정관청의 입장에서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법률을 적용할 가능성을 부여하는가, 입법 기술적으로 보다 확정적인 문구를 선택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여부 등의 기준에 따른 종합적인 판단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

③ 구체적 검토

먼저 과세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과세납세자의 예견가능성에 대하여 본다. ‘현저히 높은 가액’이란 것은 ‘드러나게 값이 비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그러한 의미로 사용되는 일상용어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일반 통상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비록 그 구체적인 수치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법이 증여세의 대상으로 예정하고 있는 행위의 범위를 상당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행정청에 의한 자의적, 차별적인 적용가능성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상의 모든 거래에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라 재산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조세회피가 발생할 객관적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다. 즉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도, 양수하였다고 하여도 거래당사자 사이에 대통령령이 정한 특수관계, 예를 들어 일정한 범위의 친족관계, 대주주 혹은 임원과 회사 등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한 적용될 수 없다(시행령 제41조 제2항 참조). 이와 같은 적용범위의 한정은 행정청의 자의적인 적용 가능성을 좁히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간의 거래에 있어서 매우 고율인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재산이전의 대가를 조작하는 행위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함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현저히 높은 가액’이란 통상거래에서 정해질 수 없는 높은 가액이라는 의미가 보다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조세행정관청의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할 여지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입법기술적으로 보다 확정적인 문구의 선택에 대한 기대가능성 여부에 관하여 본다. 보다 확정적인 문구로서 우선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인 수치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액이 과세대상이 되는 현저히 높은 가액인 것인지에 관한 수치적인 기준은 급변하는 경제상황 때문에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오히려 현저히 부적합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조세정책적으로 바로 대응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항은 법률에 규정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결국은 구체적 사건에서 세무당국이 행하는 부과처분과 그에 대한 법원의 사법적 심사의 결과가 집적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결정함에 필요한 판단요소들이 점차 드러나게 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띠는 기준 내지 윤곽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고 이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④ 결 론

그렇다면, 증여의제제도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당해 문구의 일상적 의미, 조세법의 성질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여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세요건 명확주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4.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등 5명은 위헌이라는 의견이고,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권성, 재판관 주선회 등 4명은 합헌이라는 의견이다. 비록 위헌의견에 찬성한 재판관이 5인이어서 다수이기는 하지만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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