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행정자치부장관이 제42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의 시행일자를 일요일로 정하여 공고한 2000년도 공무원임용시험시행계획 공고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나.위 시험일정이 모두 종료하여 이 사건에서 인용결정을 받더라도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기본권침해가 반복될 위험이 있어 예외적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 사례
다.위 공고가 기독교를 신봉하는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라. 위 공고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마. 위 공고가 휴식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이 사건 공고는 사법시험 등의 시험실시계획을 일반에게 알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통지행위로서 일반적으로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쟁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정처분이나 공권력의 행사는 될 수 없지만 사전안내의 성격을 갖는 통지행위라도 그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고 앞으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는 것일 때에는 그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기본권침해를 받게되는 사람에게는 사실상의 규범작용으로 인한 위험성이 이미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것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법시험 응시자격은 구 사법시험령 제4조에, 시험방법과 과목은 구 사법시험령 제5조와 제7조에 이미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에 대한 공고는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것을 단순히 알리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나 구체적인 시험일정과 장소는 위 공고에 따라 비로소 확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고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제42회 사법시험은 2000. 12. 31.경 최종 합격자 발표를 마치고 그 시험일정이 모두 종료하였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인용결정을 받더라도 위 시험에 다시 응시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동종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것인바, 사법시험은 매년 반복하여 시행되고 피청구인의 의견서에 의하면 그 1차 시험은 응시자가 대폭 줄어드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년 일요일에 시행될 예정이므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청구인으로서는 매년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응시하기 위하여는 예배행사에 빠질 수밖에 없어 이 사건 역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다.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자신의 신앙적 의무를 지키기 위하여 사법시험 응시를 포기하고 예배행사에 참여하였다는 것이므로 사법시험 시
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피청구인의 처분이 직접적으로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매년 반복하여 시행되는 사법시험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는 것이 청구인의 일요일에 예배행사에 참석할 종교적 행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이나,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와는 달리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서 사법시험 제1차시험과 같은 대규모 응시생들이 응시하는 시험의 경우 그 시험장소는 중·고등학교 건물을 임차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고 또한 시험관리를 위한 2,000여 명의 공무원이 동원되어야 하며 일요일 아닌 평일에 시험이 있을 경우 직장인 또는 학생 신분인 사람들은 결근, 결석을 하여야 하고 그밖에 시험당일의 원활한 시험관리에도 상당한 지장이 있는 사정이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참작한다면 피청구인이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여 공고한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35조에 의하여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공공복리를 위한 부득이한 제한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정도를 보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고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또한 기독교 문화를 사회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구미 제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일요일은 특별한 종교의 종교의식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휴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앞서 본 여러 사정을 참작한다면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가 청구인이 신봉하는 종교를 다른 종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라.사법시험은 원칙적으로 자격시험의 성격이 있고 그 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소정 과정을 마친 사람 중에서 판사나 검사를 임용하고 있으므로 그 한도에서 공무원임용시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바, 피청구인이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였다고 하여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청구인이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의 특별한 교리를 이유로일요일에는 예배행사 참여와 기
도와 선행 이외의 다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일 뿐이므로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하여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가 특별히 청구인의 사법시험 응시 기회를 차단한다고 볼 수 없다.
마.휴식권은 헌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포괄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법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는 청구인 등에게 공무담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행복추구의 한 방편이 될지언정 거꾸로 이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구 사법시험시행령 제9조
참조판례
가.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헌재 2000. 1. 27. 99헌마123 , 판례집 12-1, 75
나. 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 4, 51
당사자
청 구 인 위○보
대리인 법무법인 정현 담당변호사 주명수
피청구인 행정자치부장관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피청구인은 2000. 1. 3. 행정자치부 공고 제2000-1호로 2000년도 공무원임용시험시행계획을 공고하였으며 위 계획 제5항에는 제42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일자를 2000. 2. 20. 시행한다고 되어 있는데 위 날짜는 일요일이다.
(2)청구인은 ○○대학교 법대 4학년 재학중인 자로서 제42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하였으나 청구인이 신봉하는 기독교의 교리상 일요일에는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신앙적 의무이기 때문에 일요일에 시행하는 위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다.
(3)이에 청구인은 위 시험일자를 일요일로 한 피청구인의 위 공고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 공무담임권, 휴식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0. 3. 3. 이 사건 헌
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2000. 1. 3. 행정자치부공고 제2000-1호로 공고한 2000년도 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공고(이하 “이 사건 공고”라고 한다) 중 제42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을 일요일인 2000. 2. 20.로 정하여 공고한 것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위 사법시험의 공고는 구 사법시험령 제9조에 근거하여 행정자치부장관이 공고한 것으로 위 제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사법시험령 제9조(시험의 시행 및 공고) ① 시험은 매년 1회이상 실시하되 연초에 그 실시계획을 공고한다.
②행정자치부장관은 시험을 실시하고자 할 때에는 그 일시·장소·시험방법 및 과목·응시자격·선발예정인원과 출원절차등을 모든 응시자가 알 수 있도록 시험기일 30일전에 공고하여야 한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로 공고내용을 변경할 경우에는 시험기일 10일전까지 그 변경사항을 공고하여야 한다.
2. 청구이유의 요지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의 요지
(1)청구인은 어려서부터 신봉하는 기독교 신앙에 따라 일요일에는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행사에 참석하고 기도와 자선, 봉사행위에 참가하는 등 거룩하게 지내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도 피청구인이 제42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일자를 일요일인 2000. 2. 20.에 실시하는 것으로 공고를 함으로써 청구인은 신앙상의 이유로 위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었다.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조치는 청구인이 신앙하는 종교인 기독교를 차별대우하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으로 하여금 위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여 결국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헌법 제37조 제1항에 의한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 중에는 휴식권이 포함된다 할 것이고 이 휴식권은 기본적 권리로서 일요일에 휴식할 권리도 포함된다.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일요일에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을 치르도록 한 것은 청구인의 휴식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
(1)사법시험 제1차 시험은 20,000명 이상(2000년에는 21,248명)이 응시하는 시험으로 전국적으로 20여 개의 중·고등학교를 시험장으로 임차하여 시행한다. 따라서 평일에 실시한다면 해당학교의 학생이 수업을 받
지 못하고 또한 직장인 또는 학생 신분의 수험생은 시험 응시를 위하여 결근·결석을 하여야 한다. 또한 평일에 실시할 경우에는 시험관리를 위한 공무원이 자리를 비우게 되어 업무공백을 초래하며 시험 당일 문제지수송과 수험생 입실시간이 교통혼잡시간대와 겹치게 되어 원활한 시험관리에 지장을 가져온다. 따라서 일요일에 위 시험을 치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2)종교의 자유 중 위 시험의 실시로 그 침해가 문제되는 것은 신앙을 외부로 표현하는 의식의 자유인 종교행사의 자유인바, 이러한 종교행사의 자유는 타종교와의 형평성, 헌법상 다른 기본권과의 관계 및 국가정책상의 불가피성 등에 의하여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상대적 자유권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와 함께 국교의 부인, 종교와 정치의 분리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요일은 특정 종교의 의식일이 아니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과 근로기준법에 따른 일반적인 공휴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앞서 본 여러 가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요일에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을 시행하는 것이 특정종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으며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
(3)사법시험은 판사·검사의 임용시험의 성격도 포함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제35조가 “공개경쟁에 의한 채용시험은 동일한 자격을 가진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공개하여야 하며 시험의 시기 및 장소는 응시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시험 일정은 특정 종교가 아닌 모든 국민이 본인의 학업·생계활동 등 일상생활에 지장 없이 응시가 가능하도록 결정되어야 한다.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을 평일에 실시할 경우 일요일을 종교의식일로 삼고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한 공무담임권 침해의 소지가 더 크다 할 것이다.
(4)근로기준법상의 휴일은 반드시 일요일일 필요가 없고 단체협약 등으로 정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요일에 시험을 시행하는 것이 휴식권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의 검토
(1)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먼저 이 사건 심판청구의 심판대상인 이 사건 공고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공고가 어떠한 법률효과를 가지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개별 공고의 내용과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
여야 할 것이다.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는 사법시험 등의 시험실시계획을 일반에게 알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통지행위로서 일반적으로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쟁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정처분이나 공권력의 행사는 될 수 없지만 사전안내의 성격을 갖는 통지행위라도 그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고 앞으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는 것일 때에는 그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기본권침해를 받게되는 사람에게는 사실상의 규범작용으로 인한 위험성이 이미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것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668; 헌재 2000. 1. 27. 99헌마123 결정, 판례집 12-1, 75, 83-84).
그런데 응시자격은 구 사법시험령 제4조에, 시험방법과 과목은 구 사법시험령 제5조와 제7조에 이미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에 대한 공고는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것을 단순히 알리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나 구체적인 시험일정과 장소는 위 공고에 따라 비로소 확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고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권리보호의 이익
청구인이 일요일인 2000. 2. 20. 시행되는 제42회 사법시험에 관한 이 사건 공고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여 왔지만 이미 제42회 사법시험은 2000. 12. 31.경 최종 합격자 발표를 마치고 그 시험일정이 모두 종료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인용결정을 받더라도 이미 종료한 제42회 사법시험에 다시 응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종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것인바(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 4, 51, 56-57), 사법시험은 매년 반복하여 시행되고 피청구인의 의견서에 의하면 그 1차 시험은 응시자가 대폭 줄어드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년 일요일에 시행될 예정이므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청구인으로서는 매년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응시하기 위하여는 예배행사에 빠질 수밖에 없어 이 사건 역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것이다.
나. 종교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 침해 여부
(1)우리 헌법 제20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하여 종교의 자유와 정교의 분리를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의 자유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신앙의 자유, 종교적 행위의 자유 및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의 3요소를 내용으로 한다고 설명되고 있다.
(2)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여 공고한 이 사건 공고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종교의 자유는 위 3요소 중 종교적 행위의 자유와 관련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자신의 신앙적 의무를 지키기 위하여 사법시험 응시를 포기하고 예배행사에 참여하였다는 것이므로 사법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피청구인의 처분이 직접적으로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다만 사법시험은 매년 반복하여 시행되고 피청구인의 의견서에 의하면 그 1차 시험은 응시자가 대폭 줄어드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년 일요일에 시행된다는 것이므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청구인으로서는 매년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응시하기 위하여 예배행사에 빠지고 또한 일요일에 예배행사 참여, 기도, 봉사행위 이외의 다른 업무를 금지한 교리를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의 시점에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사법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는 것이 청구인의 일요일에 예배행사에 참석할 종교적 행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은 필수 3과목, 선택 3과목 합계 6과목의 선택형 시험으로서(구 사법시험령 제5조, 제7조) 일반적으로 오전 9시까지 입실 완료,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3과목 시험,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3과목 시험이 치러진다. 이와 같이 위 시험을 치르는 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합계 7시간이 소요되고 시험장까지의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일요일 중 나머지 시간에 예배행사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므로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였다고 해서 예배행사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일요일에 예배행사 참석과 기도, 봉사행위 이외의 다른 업무를 일체 금지한다는 교리에 위반하지 않으면 사법시험 응시가 불가능하게 되어 청구인의 종교적 확신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므로 그 점에서 종교적 행위의 자유에 제한이 될 수 있다.
생각건대,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와는 달리 절대적 자유가 아니다. 따라서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피청구인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00년도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1,248명이고 이러한 규모의 응시생들에 대한 시험관리를 위하여는 2,000여 명의 공무원이 필요한데 이러한 대규모 응시생들을 수용할 시험장소는 중·고등학교 건물을 임차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고 만일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사법시험을 실시한다면 해당 학교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되고 또한 시험관리를 위한 2,000여 명의 공무원이 업무에 공백을 가져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일요일이 아닌 평일을 시험일로 할 경우 직장인 또는 학생 신분인 사람들은 결근, 결석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게 되고 시험당일 문제지 수송과 수험생 입실시간이 교통혼잡시간대와 겹치게 되어 원활한 시험관리에도 상당한 지장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제35조가 “공개경쟁에 의한 채용시험은 동일한 자격을 가진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공개하여야 하며 시험의 시기 및 장소는 응시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의 일정은 특정 종교가 아닌 다수의 국민이 본인의 학업·생계활동 등 일상생활에 가장 지장 없이 응시가 가능하도록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피청구인은 사법시험 1차시험 뿐만 아니라 응시인원이 대규모인 행정고등고시 1차시험, 7급공채 필기시험, 9급공채 필기시험 등도 평일이 아닌 일요일에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참작한다면 피청구인이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여 공고한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35조에 의하여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공공복리를 위한 부득이한 제한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정도를 보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고 청구인의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4) 또한 기독교 문화를 사회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구미 제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일요일은 특별한 종교의 종교의식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휴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앞서 본 여러 사정을 참작한다면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가 청구인이 신봉하는 종교를 다른 종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다.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
사법시험은 원칙적으로 자격시험의 성격이 있고 그 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소정 과정을 마친 사람 중에서 판사나 검사를 임용하고 있으므로 그 한도에서 공무원임용시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바, 피청구인이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였다고 하여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청구인이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의 특별한 교리를 이유로 일요일에는 예배행사 참여와 기도와 선행 이외의 다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일 뿐이므로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하여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가 특별히 청구인의 사법시험 응시 기회를 차단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휴식권 침해 여부
사법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공고는 청구인 등에게 공무담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행복추구의 한 방편이 될지언정 거꾸로 이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제42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하여 공고한 이 사건 공고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