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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철, "미성년자보호법 제2조의2 제1호 등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1집, 헌법재판소, 2002, p.25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집)]
본문

- “불량만화” 반포 등 처벌규정과 명확성의 원칙 -

(헌재 2002. 2. 28. 99헌가8, 판례집 14-1, 87)

지 영 철*

1. 미성년자에게 음란성 또는 잔인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거나 기타 미성년자로 하여금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게 하는 “불량만화”의 반포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는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아동의 덕성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는 도서, 간행물, 광고물, 기타의 내용물의 제작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는 아동보호법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제2조의2 (불량만화 등의 판매금지 등) 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미성년자에게 음란성 또는 잔인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거나 기타 미성년자로 하여금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게 하는 만화(이하 “불량만화”

라 한다)를 미성년자에게 반포, 판매, 증여, 대여하거나 관람시키는 행위와 이러한 행위를 알선하거나 또는 이에 제공할 목적으로 불량만화를 소지?제작?수입?수출하는 행위

제6조의2 (벌칙) 영리의 목적으로 제2조의2의 위반행위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제7조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조 또는 제6조의2의 벌칙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제18조 (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1. 아동의 덕성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는 도서, 간행물, 광고물, 기타의 내용물을 제작하거나, 이를 아동에게 판매, 반포, 공여, 교환, 전시, 구연, 방송하거나 하게 하는 행위

제34조 (벌칙) 제18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4. 제1호 내지 제4호, 제6호 또는 제11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7조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4조 또는 제35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만화가 또는 그 만화가 게재된 일간지를 발간하는 신문사 등인 제청신청인들은 미성년자보호법아동복지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법

원에 공소제기되어 동 법원에 사건이 계속중, 그 적용 법률조항인 미성년자보호법 제2조의2 제1호, 제6조의2, 제7조(이하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이라 한다) 및 아동복지법 제18조 제11호, 제34조 제4호, 제37조(이하 “이 사건 아동복지법 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된다 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이 신청을 받아들여 1999. 8. 27.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의 불량만화에 대한 정의 중 전단 부분의 “음란성 또는 잔인성을 조장할 우려”라는 표현을 보면, ‘음란성’은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한편 ‘잔인성’에 대하여는 아직 판례상 개념규정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 사전적 의미는 “인정이 없고 모짊”이라고 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미성년자의 감정이나 의지, 행동 등 그 정신생활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것으로서 살인이나 폭력 등 범죄행위를 이루는 것에서부터 윤리적ㆍ종교적ㆍ사상적 배경에 따라 도덕적인 판단을 달리할 수 있는 영역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어서 법집행자의 자의적인 판단을 허용할 여지가 높고, 여기에 ‘조장’ 및 ‘우려’까지 덧붙여지면 사회통념상 정당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은 것까지 처벌의 대상으로 할 수 있게 되는바, 이와 같은 경우를 모두 처벌하게 되면 그 처벌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지고, 일정한 경우에만 처벌하게 된다면 어느 경우가 그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다음으로 불량만화에 대한 정의 중 후단 부분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게’라는 표현은 그것이 과연 확정적이든 미필적이든 고의를 품도록 하는 것에만 한정되는 것인지, 인식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실제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나아가게 하는 일체의 것을 의미하는지, 더 나아가 단순히 그 행위에 착수하는 단계만으로도 충분한 것인지, 결과까지 의욕하거나 실현하도록 하여야만 하는 것인지를 전혀 알 수 없어 그 규범내용이 확정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은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은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음란성 또는 잔인성을 조장할 우려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게 한다는 의심의 여지가 있는 한 특히 대학생과 같이 판단능력의 성숙도가 상당한 미성년자의 알 권리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해당하고, 또한 모든 표현물의 제작행위 등을 단지 그 수록 만화의 내용이 미성년자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있게 되므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적절하지 못하고, 이로 인한 국민의 언론ㆍ출판의 자유 및 학문ㆍ예술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중대하며, 이로써 추구하고자 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간의 균형을 갖추지 못한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

이 사건 아동복지법 조항의 “어질고 너그러운 품성”을 뜻하는 ‘덕성’이라는 개념은 도덕이나 윤리가 품성으로 인격화된 것을 의미한다 할 것인바, 도덕이나 윤리는 국민 개개인마다 역사인식이나 종교관, 가치규범에 따라 자율적인 구속력을 지닌 내면적인 당위(當爲)로서 일의적으로 확정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적용범위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이에 덧붙인 ‘심히 해할 우려’라는 요소까지 고려하면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그 덕성을 심히 해하는 경우와 다소 해하기는 하지만 심히 해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경우를 나눌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며, 나아가 심히 해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경우 중에서도 심히 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인정되는 경우와 그러한 우려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다시 나누는 것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아동복지법 조항 역시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미성년자보호법은 1999. 2. 5. 법률 제5817호로 전면 폐지되었다.

위 법률에 의한 개정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된 1999. 7. 1.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오늘부터 만화에도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단지 법의 균등한 보호원칙이 실현되었다는 것만이 아니라,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국가 주도의 등급분류제 하에서 더 이상 미성년자보호법을 존치시킬 필요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칙 제4조에 따라 미성년자보호법의 종전 벌칙은 계속 적용되고, 위 법률에 의한 개정 청소년보호법에서 외국 매체물에 대한 특례로 신설된 제23조의2, 제50조 제1호는 사실상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과 동일한 규정인데, 이 사건 위헌제청 이후 2001. 5. 24. 법률 제6479호로 수정되었다.

이 사건 아동복지법조항은 2000. 1. 12. 법률 제6151호에 의하여 개정된 아동복지법에서 삭제되었지만, 부칙 제1조에 따라 2000. 7. 12.까지 유효하다.

국가가 미성년자와 아동을 유해한 매체 내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여 그 복지향상을 꾀하려는 현실적인 개입의 정당성은 부인될 수 없으며(헌재 1996. 10. 31. 94헌가6, 판례집 8-2, 395;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헌법은 국가에게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지우고도 있다(제34조 제4항).

미성년자보호법아동복지법청소년보호법, 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 학교보건법 등과 함께 국가가 유해한 매체 내지 환경으로부터 미성년자와 아동을 보호(Jugendschutz)하여 그 복지향상

을 꾀한다는 입법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이 사건 아동복지법 조항에서 규율하는 도서, 간행물, 광고물, 기타의 내용물은 물론,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에서 규율하는 만화는 모두 의사표현을 위한 수단에 해당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는 매체이다(헌재 1993. 5. 13. 91헌바17, 판례집 5-1, 275;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오락용 만화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바 있다. Winters v. People of State of New York, 333 U.S. 507).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막연함에 대한 헌법적 기준은 그 보호 대상의 연령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규제 대상이 광범위(overbroad)하거나 모호(vague)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이 헌법적 기준은, 비록 미성년자와 아동의 보호를 위한 경우 입법자의 규제 권한이 성인의 경우보다 크다 할지라도, 언제나 존중되어야만 한다(미국 연방대법원 Interstate Circuit v. Dallas, 390 U.S. 676).

이 사건의 법정의견은 이를 다시금 강조한 것이다.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에 대한 별개의견은, 이 사건 아동복지법 조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가는 미성년자와 아동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헌법상 보호를 받는 표현물에 대한 성인의 접근까지 막아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헌법상 보호를 받지만 미성년자와 아동에게 해로운(legal but harmful) 표현물에 대한 성인의 접근은 완전히 보장되어야 한다(미국 연방대법원 Butler v. Michigan, 352 U.S. 380).

헌법재판소는 헌법적 보장을 받는 저속한 표현으로서 성인이 볼 수 있는 것을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전면 금지시킨다면, 이는 성인의 알 권리

를 청소년의 수준에 맞추도록 국가가 강요하는 것이어서 성인의 알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먼저 이 사건 아동복지법 조항은, 아동에게 제공할 목적의 유무를 가리지 아니한 채, 아동의 덕성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는 도서, 간행물, 광고물, 기타의 내용물의 제작 그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위 각 매체를 통한 성인의 알 권리는 아동의 수준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음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의 경우, 등급분류제가 채택되지 아니하여 신문이나 잡지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표현물에 대한 미성년자의 접근을 차단할 수 없는 현실에서는,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 그 수록 만화의 내용을 언제나 미성년자에게 적합하게 만듦으로써, 성인이 접근할 수 있는 표현물의 형성부터 억제하는 결과에 이른다.

한편, 오늘날 미성년자와 아동의 보호 및 성인의 알 권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등급분류제는 사전에 행하여지든 사후에 행하여지든 헌법 제21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써도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헌법재판소는 등급분류제의 하나인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는 통보나 고시 등으로 사전에 그 처벌의 대상행위 여하를 알 수 있고, 이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길도 열려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다(헌재 2000. 6. 29. 99헌가16, 판례집 12-1, 767).

위 합헌결정에 의하여,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아동복지법 조항보다 완화된 방법으로도 동일한 입법목적을 실현할 수 있음이 판명된 만큼, 결국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아동복지법 조항은 그 수단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미성년자와 아동의 경우 신체적, 정신적인 미성숙성으로 인하여 성인의 경우보다 그 제한의 강도가 높을 수 있고(미국 연방대법원 Ginsberg v.

New York, 390 U.S. 629), 특히 성도덕에 관하여 conservative moralist theory, liberal theory, feminist theory 등 각기 다른 normative theory를 가진 보수와 자유, 페미니스트 진영 모두 성표현물에 대한 그 접근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와 아동 또한 인간으로서 그 존엄성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헌재 1996. 2. 29. 94헌마13, 판례집 8-1, 126; 음란 표현도 행복추구권의 내용이 될 수 있다.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6-1, 327), 헌법상 모든 기본권의 주체가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그 알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 역시 기본권 제한의 한계원리 내에 있어야만 한다.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아동복지법 조항은 정치ㆍ종교ㆍ문학ㆍ예술ㆍ교육ㆍ과학ㆍ학문 등 제반 가치가 있는 표현물(독일 형법 제130조 제5항, 제2항, 제86조 제3항, 제131조 제3항; 이탈리아 형법 제529조 제2항; 영국 음란출판법 제4조 제1항 참조)에 대한 예외를 두지 아니함으로써, 미성년자와 아동이 한층 완성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는 계몽적ㆍ교훈적인 의미 내지는 그 소질과 능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담은 표현물에까지 그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미성년자와 아동의 신체적ㆍ정신적 성숙성은 연령차와 개인차가 크므로(헌재 1997. 6. 26. 96헌마89, 판례집 9-1, 674), 특히 판단능력의 성숙도가 상당한 대학생 등의 경우 이와 같은 표현물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미성년자와 아동의 알 권리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아동복지법 조항은 미성년자 및 아동의 교육 및 양육에 대한 부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미성년자 및 아동의 교육 및 양육은 헌법 제36조 제1항 등에 의하여 제1차적으로 부모가 담당하는 것이므로(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판례집 12-1, 427), 부모가 허용한 표현물에 대한 자녀의 접근을 차단한다면 이는 가족의 자율성을 무시하여 사회의 다원성을 파괴하게 된다(독일 형법 제131조 제4항, 제184조 제6항; 국제인권A규약 제17조, 제23조; 아동의권리에

관한국제협약 제18조 참조).

청소년용 “천국의 신화”를 극화한 만화가는 1997. 7. 14.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청소년보호법 제46조)의 심의결과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서울지방법원에서 2000. 7. 18.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 위반으로 유죄 판결(98고단5625)을 받았다. 재판부는 “법적인 판단 이전에 부모의 입장에서 만화를 봤을 때 자식들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것인가를 판단,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만이 적용될 경우 위 재판부의 주장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청소년보호법은 표현물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통을 관리하여, 19세 미만으로 정의된 청소년에게 유해한지만를 가리는 것이므로, 위 기준 연령보다 어린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여하는 문제되지 않게 된다.

그 기준 연령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 어린 자녀에게 유해한 표현물을 통제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 되고, 그 책임을 표현물의 창작자나 유통업자가 대신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 성숙도에 따라 표현물의 접근을 허용할지 여부도 부모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위 유죄 판결에 대하여 한국만화가협회는 순수 창작물에 대한 규제라며 반발하였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 한국만화탄압비상대책위원회 등 22개 단체가 반대성명을 발표하였으며, 문화예술단체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항의집회 등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위 만화가 자신의 말처럼 청소년보호법상의 심의에도 불구하고 창작자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강요하는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일 뿐 아니라,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국가 주도의 등급분류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었다.

한편, 대법원은 공연윤리위원회 심의를 마친 영화작품을 상영할 경우 공연윤리위원회 심의를 마쳤다는 사정으로 범의가 부정되거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고(1990. 10. 16. 90도1485, 공1990, 2348), 자발적으

로 성인용 영상물로 출시할 경우 등급분류가 불필요한 독일에서는 미리 법률가위원회에 형법 규정의 위반이 없다는 감정의견을 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후 위 만화가는 서울지방법원 항소심에서 2001. 6. 14. 무죄 판결(2000노7104)을 받았고, 이 사건 위헌결정이 선고된 후 대법원은 2003. 1. 24.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2001도3630)을 함으로써 이를 확정했다.

이 사건 미성년자보호법 조항에 대한 법정의견은 그 불량만화의 정의 중 ‘음란성’은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 규범 내용이 확정될 수 있는 개념이라며, 그 관련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도4372 판결, 공2001상, 402)와 헌법재판소 선례(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1)를 차례로 열거하고 있다.

명확성의 원칙 여하가 문제된 위 ‘음란성’ 개념은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있다며, 법정의견이 그 합헌판단의 근거로서 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할 것이지만, 위 대법원 판례와 연이어 설시된 위 헌법재판소 선례는 실상 그 견해를 서로 달리하고 있다.

위 헌법재판소 선례는 음란 표현을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patent) 적나라한(explicit)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prurient interest)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ㆍ예술적ㆍ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덧붙여 “대법원도 … ‘음란’ 개념을 해석적용하면서 대체로 … 동일한 의미로 그 개념을 파악하여 왔다”라고 부연하였다.

하지만, 음란성 개념에 대한 위 헌법재판소 선례의 정의와 대법원의 종전 해석은 그 견해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한위수, “음란물의 형사적 규제에 관한 제문제”, 재판과판례, 제7집, 대구판례연구회), 위 인용 대법원 판례 또한 음란을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 하여 종전 해석을 계속 유지한 것이다.

한편, 가변적 음란(variable obscenity) 내지 상대적 음란(relative Unzuchtigkeit) 개념이 극복된 오늘날, 세계 각국이 성인에 대한 단순 음란물(einfache Pornographie, 독일 형법 제184조 제1항 참조)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음란 표현을 악성 음란물(harte Pornographie, 독일 형법 제184조 제3항 참조)로 한정한 위 헌법재판소 선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그 반면 종래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대한 법의 개입 또한 입법정책의 문제로 보아, “즐거운 사라”를 집필한 대학교수의 보석신청 기각사유 그대로, 성에 관한 풍속과 질서는 곧 ‘국가적 사안’이기에, 국민 의식과 법감정의 변화는 통탄할 대상으로서 그 ‘입법정책을 약화시킬 우려’가 없게끔 마땅히 경종을 울려야만 한다는 견해도 우세하였다.

독일에서 확립된 인격영역론(Spharen-theorie der Personlichkeit)에 의하면, 결혼이나 부부관계 등은 사사적(私事的)영역(Privatsphare)에 속하고, 성적 관계 또는 성적 습관이나 습성 등은 절대적인 보호를 받는 내밀(內密)영역(Intimesphare)에 속한다(박용상, “표현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일반이론”, 재판자료, 제77집, 법원도서관).

과거 근대 형법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Feuerbach가 당대의 성풍속 범죄를 권리 침해범으로 분류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법익으로 승인하기를 거부하였던 것은 바로 성적인 문제는 개개인마다 그 관념과 가치관의 편차가 너무나 커서 결국 윤리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국내 PC 통신업체가 1999. 네티즌을 상대로 벌인 음란 사이트에 관한 의견조사에서 성인만 이용하면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은 48.7%, 무제한 개방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16.6%이었고, 2000.까지 시행된 각국의 윤리의식 비교결과에서 우리나라는 응답자 중 40.67%가 도색물의 접촉욕구를 인간성의 자연적인 발로라고 여겨 성적 표현에 가장 관대한 국민성을 보였다.

성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헌법적 원리는 당초 영국의 1868년 Hicklin 판결에서, 교육 수준이 낮고 의지력이 박약한 청소년이나 여성 등과 같이 부도덕한 영향을 받기 쉬운 사람들을 부패, 타락시키는 경향이 있는지와 그들의 손에 입수되는지 여하, 즉 나쁜 성향(bad tendency)의 평가

기준에서 출발한 것이다.

성인 중 특히 여성을 청소년과 동일시하여, 예술과 문학작품에 대한 검열을 정당화한 위 Hicklin test는 영연방 국가 중 먼저 호주와 뉴질랜드 법원에서 community standard를 도입하여 그 적용을 부정하였고, 캐나다 연방대법원도 1962년 Brodie 판결에서 위 Hicklin test를 폐기하고 음란에 대한 객관적 기준, 즉 Exclusive test를 정립하였다.

미국의 경우 1917년 연방하급심법원 Masses Publishing 판결이 채택한 위 Hicklin test는 연방대법원의 1925년 Gitlow 판결에서 위험한 성향(dangerous tendency)의 평가 기준을 거쳐 1966년 Brandenburg 판결에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의 평가 기준으로 대치되었다.

위 최종적인 평가 기준은 이미 Holmes 대법관이 연방대법원의 1919년 Abrams 판결에서 반대의견으로 제시한 것으로, 그가 사상의 자유시장(free trade in ideas)이라는 표현으로 되새긴 자유주의는 1938년 Carlone Product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이중기준의 원리(double standards principle)라는 성과를 낳기도 하였다.

자유주의에서 인정될 수 없는 자유란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경우로 한정되나(harm principle 또는 Millian principle), 다만 적나라한 성적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를 위하여 자신의 의사와 달리 그 표현을 접하게 되는 성인(unwilling adult recipients)에게 노골적으로 수치심 내지 불쾌감을 유발하는 등, 해악에는 미치지 못하는 감성적 불편(offensiveness)을 끼치는 경우에도 그 제한이 정당화된다(offense principle).

위 헌법재판소 선례를 수용하지 아니한 위 인용 대법원 판례는, 단순 음란물과 악성 음란물을 가리지 않는 ‘공연성’의 해석과 결부하여, 동의한 성인에게 제공된 성적 표현을 전면 규제하는 결과에 이른다는 점에서, 제7차 개정 이래 헌법 전문(前文)에서 대한민국의 이념으로 밝힌 자유주의와의 그 함수관계를 과제로 남긴 듯하다(특히 단순 음란물의 대면에 동의한 성인의 수치심 내지 불쾌감을 의제하는 ‘공연성’의 해석이 관건이다).

다른 한편, 위 헌법재판소 선례는 음란 표현을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의사표현이라고 설시하여,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를 금지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비추어 헌법재판소가 사전에 그 보호영역(Schutzbereich)에서 자유와 권리 중 일정 부분을 선험적으로 완전히 배제시키는 목록을 작성할 권한이 있는지 하는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음란 표현의 규제를 위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론 구성이 부득이하다 하여도, 기본권 제한에 대한 일반적인 법률유보 조항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음란 표현이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다고 설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당초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2년 Chaplinsky 판결에서 음란은 구어(口語)적인 speech 중에서 가장 정교하게 정의되고 협소하게 한정된 유형이라면 수정헌법 제1조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1991년 Barnes 판결에서 음란 표현에 대하여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한 그 주변적인(marginal) 보장을 긍정하였다.

위 헌법재판소 선례는 단지 이익형량을 통한 헌법적 통제에서 일정한 제약의 경우 합헌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설시를 한 것으로 선해할 여지가 없지 않지만, 과연 위 헌법재판소 선례가 성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하는지 하는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위 선례에서 실제 헌법재판소는 음란 간행물을 발간한 출판사에 대해 등록취소를 가능하게 하는 출판사및인쇄소의등록에관한법률 조항에 대한 과잉금지의 원칙 여하를 판단함에 있어, 명확성의 원칙 여하 판단에서 설시한 종전 대법원 판례의 해석에 따른 그 현실적인 적용은 다루지 아니한 채 합헌논증을 마감한 바 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착오에 기하여 혼전 성관계에 이른 음행의 상습 없는 여성의 경우, 음행의 상습 없는 남성 내지 음행의 상습 있는 여성 등과 그 성적 자기결정권의 차별을 인정하여,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 등과 동일시함으로써(2002. 10. 31. 99헌바40등, 판례집 14-2, 390), 일견 위 Hicklin test를 원형 그대로 부활시킨 인상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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