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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온통신에 대한 행정적 규제와 표현의 자유 -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판례집 14-1, 616)
한 위 수*
2.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같은 법 제53조 제2항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3.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통신에 대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같은법 제53조 제3항 및 같은법 제53조의 제2항의 위임에 따라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을 규정하는 같은법시행령 제16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불온통신의 단속)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 같은 법 제71조 (벌칙)2)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6. 생략
7. 제53조 제3항 또는 제55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법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전기통신은 다음 각호와 같다.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청구인은 항공대학교 학생으로서 1998. 9. 14.부터 주식회사 나우콤에서 운영하는 종합컴퓨터 통신망인 ‘나우누리’에 ‘이의제기’라는 이용자명(ID)으로 가입하여 컴퓨터 통신을 이용해 왔다.
청구인은 1999. 6. 15. 위 나우누리에 개설되어 있는 ‘찬우물’이라는 동호회의 ‘속보란’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였는데 나우누리 운영자가 같은 달 21. 위 게시물에 대하여 정보통신부장관으로부터 삭제명령과 위 이용자명에 대한 1개월 이용중지명령
을 받아 위 게시물을 삭제하고 청구인에 대하여 나우누리 이용을 1개월 중지시켰는바, 청구인은 위와 같은 조치에 대하여 항변도 못한 채 일방적인 통보만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정보통신부장관이 한 위 행위의 근거조항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같은 법 제71조 제7호 중 제53조 제3항 부분은 청구인의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 헌법 제22조 제1항 학문과 예술의 자유, 헌법 제12조 제1항 적법절차 및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조항이라고 주장하며 이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제2항은 표현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기준만을 제시함으로써 행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구체화한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 또한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 등과 같이 추상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령의 규정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며, 막연한 용어를 사용할 경우 ‘막연하므로 무효’라고 할 것인바, “공공안전”이나 “미풍양속”과 같은 용어는 그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3)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의하면, 정보통신부장관은 전기통신사업자
로 하여금 이른바 ‘불온통신’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한 ‘취급의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하도록 명할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같은 법 제71조 제7호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진술을 할 수 있는 절차가 없으며, 직접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이용자도 자기의 주장을 진술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절차나 구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규정에 위배된다.
(4) 설사, ‘불온통신’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은 해당표현물의 삭제 외에 이용자의 통신망 이용권 자체를 정지 또는 금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1)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이라는 평가 내지 가치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나, 재차 그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은 헌법 제21조 제4항이나 제37조 제2항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중도덕, 사회윤리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라는 개념과 비교하여 가치 내지 평가개념으로서 그 내용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현행법상으로도 수많은 개별 법률에서 동일한 개념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법적 안정성이 문제될 만큼 불명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용자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며, 따라서, 이용자의 절차적 권리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또한 취급거부, 정지 또는 제한 등의 처분에 앞서 이용자나 사업자에게 그 당부에 관한 절차적 권리를 인정하게 되면, 온라인 미디어의 접근의 용이성, 전파의 신속성 때문에 사실상 불온정보의 유통을 규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3)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
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1.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여기서의 “공공의 안녕질서”는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와, “미풍양속”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처럼,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2.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을 전제로 하여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서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즉,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이나, 이른바 ‘청소년유해매체물’ 중 음란물에 이르지 아니하여 성인에 의한 표현과 접근까지 금지할 이유가 없는 선정적인 표현물도 ‘미풍양속’에 반한다 하여 규제될 수 있고,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있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3.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왜냐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그 기준과 대강을 예측할 수도 없게 되어 있고, 행정입법자에게도 적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그로 인한 행정입법을 제대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행정입법자는 다분히 자신이 판단하는 또는 원하는 “안녕질서”, “미풍양속”의 관념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얼마든지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 있다.
4. 불온통신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에 관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 및 불온통신의 개념을 정하고 있는 같은법시행령 제16조는 위헌인 같은 조 제1항, 제2항을 전제로 하고 있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각 위헌이다.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1.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제2항에 관하여
법률의 합헌적 해석의 원칙 특히, 기본권의 최대보장, 최소제한의 원칙에 의거하면, 위 법률조항들에서 위임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개념들이 행정입법자에게 아무런 한계규범으로 작용하지 못한다거나, 또는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싸잡아 규제하는 과잉규제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고는 말할 수 없고, 적어도 위임의 기준으로서는 비교적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가사 위 법률조항들이 위임입법의 명확성과 관련하여 최선의 입법이 아니고 입법개선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라도 위 법률조항들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될 불온통신에 관한 기준과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 위 법률조항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의 불명확성이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에 관하여
위 시행령 제16조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은 형사법규로 처벌되는 범죄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거나, 그러한 범죄행위를 교사하기 위한 통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으므로, 위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조 제2호가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나, 같은 조 제3호가 규정하고 있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경우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으로서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을 길이 없고,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쉽게 예상되는 등 위 제2호 및 제3호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표현의 자유를 완결적으로 규제하는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위 제2호 및 제3호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에 관하여
위 법률조항에 의하면, 불온통신에 대하여는 당해 정보의 개별적 삭제명령뿐만 아니라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까지 가능하다고 할 것이나, 위 법률조항은 이용자에 대하여 일체의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지 아니하고, 온라인매체의 경우 불온통신의 게재에 대하여 당해 표현물의 개별적 삭제명령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음이 명백하며,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도 당해 전기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통신망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이용자는 그 밖의 통신망의 이용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편,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전기통신이용자는 이해관계인으로서 처분의 사전통지를 받고, 의견제출을 할 기회가 열려 있으며, 청문이 실시되거나 공청회가 개최되는 경우에는 이에 참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에서 전기통신이용자에 대하여 별도의 의견진술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위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도 볼 수 없다.
오늘날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 매체의 등장과 발전은 종래 인쇄매체와 방송매체로 대별되어온 언론매체환경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리하여 온라인매체에 대한 규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게 된다. 온라인 매체에 대한 규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문제되고 있는데, 이 사건 결정은 이른바 불온통신을 금지하고 불온통신에 대한 행정상의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규정을 위헌으로 선언하면서, 아울러 새로운 언론매체로 등장하고 있는 인터넷 등 온라인매체에 대한 내용적인 규제와 그 허용범위에 대하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문제된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규제의 내용과 그 연혁 나아가 인터넷통신의 특징과 그에 적용할 법리 등을 살펴보고,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한 결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불온통신의 단속’이라는 표제아래 제1항에서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불온통신’의 개념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은 다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 즉 불온통신의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위 위임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의 불온통신을 규정하고 있었다. 즉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 바로 그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는 기본적으로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부차적으로는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2 제4항 제2호)라고 하는 두 가지 수단에 의해 이루어졌으며4), 이는 전통적인 통신수단인 유선전화 내지 무선전화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뿐만 아니라, PC통신이나 인터넷 등 소위 온라인매체를 통해서 유통되는 정보에까지 미쳤다.
이러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제도 외에도 온라인매체에 대한 내용규제에 관한 법률조항으로는 ‘허위통신’을 처벌하고 있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과 제2항5)및 ‘음란통신’을 처벌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6)가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제도가 행정기관에 의한 규제임에 반하여 이들 조항에 의한 규제는 바로 형벌이 부과되는 사법적 규제인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음란통신을 처벌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은 인터넷상의 음란물에 대해서는 형법상의 음란물관련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인터넷상의 음란물을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7)
이 결정에서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만이 문제되었으므로 이에 대하여만 살펴보기로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은 “정보통신부장관은 불온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전기통신사업법 제71조 제7호). 이외에도 전기통신사업법은 거부?정지?제한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고(제65조 제1항 제1호), 이러한 시정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때와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정지?제한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사업의 폐지나 1년 이하의 사업정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제28조 제2항).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는 다음과 같은 특색을 가지고 있다.
첫째, 규제되는 불온통신은 시간이나 장소, 방법이 아니라 그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즉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인 동시에 내용에 따른 규제(content-based regulation)라는 점에서 더욱 엄밀한 심사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둘째,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의 주체는 사법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인 정보통신부장관이다. 이러한 취급거부 등의 명령에 대하여 행정소송 등으로 사후적인 사법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으나, 불온통신인지 여부 및 취급거부 등의 규제가 적절한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행정청의 판단에 의하
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될 소지가 있다.8)
셋째,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는 인쇄매체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하고 오로지 전기통신에 대하여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른바 온라인매체가 인쇄매체보다 더 많은 규제를 받아야할 근거가 있는지 문제된다.
넷째, 불온통신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이 발동되는 대상은 전기통신의 이용자가 아닌 전기통신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자’이다.9)그러나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발하는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은 궁극적으로 형사처벌의 담보아래 결국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이 발동되는 대상이 전기통신의 이용자(일반적인 이용자)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라는 점은, 전기통신의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규제조치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므로 사전고지나 청문 등 행정절차에의 참여나 행정소송의 제기 등 권리구제의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섯째, 형식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제한이지만, 이용자-전기통신사업자 및 전기통신사업자-정보통신부장관의 각 관계에서는 후자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점하므로,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등 명령이 없더라도 미리 사용약관 등에 의하여 이용자의 통신내용을 규제하고 이에 따라 이용자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실질적으로는 상시적인 자체 검열체계로 기능하기 쉽다. 즉 이러한 규제는 이용자에게 엄청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가지므로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1981. 4. 7.에 공포된 전기통신법중개정법률(법률 제3421호)은 한국전기통신공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체신부장관이 관리?운영하던 공중전기통신사업의 경영을 1982년부터 위 公社가 담당하도록 하면서, 이와 동시에 위 제6조 중에서 “공안을 방해하거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부분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으로 개정하였다.
한편 1983. 12. 30. 기존의 전기통신법이 ‘전기통신기본법’(법률 제3685호)과 ‘공중전기통신사업법’(법률 제3686호)으로 분리되었는바, 이 당시 공중전기통신사업법 제80조는 ‘불온통신의 단속’이라는 제목아래, “① 공중통신이용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체신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공중통신의 취급을 公社로 하여금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오늘날과 같은 불온통신규제제도의 틀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체신부장관의 명령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의 한국전기통신공사에 대한 제재규정은 없었다.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의한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PC통신이나 인터넷 등 소위 ‘온라인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주요한 규제수단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가 도입된 이래 이 사건 헌법소원이 제기될 무렵인 1999. 8. 31.까지 실제로 불온통신으로 단속되어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이 내려진 경우는 게시물 삭제가 203건, ID정지가 78건, 접속차단이 13건이었다고 한다.
한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 및 시정요구제도는 위의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와 마찬가지로 PC통신이나 인터넷 등 소위 ‘온라인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규제수단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위의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보다 더욱더 활발하게 기능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1년 한해 동안만 해도 25,210건을 심의하여 내용삭제 7,085건, 경고 5,323건, 이용정지 5,080건, 이용해지 4,014건 등 합계 21,502건의 시정요구를 하였다.
앞서본 바와 같이 위 불온통신규제제도는 PC통신이나 인터넷 등 소위 ‘온라인매체’를 통하여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규제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바, 의사표현의 매개체로서의 ‘온라인매체’의 법적 성격을 어떠한 것으로 파악하는가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그 보호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다양하겠지만 전통적으로 인쇄매체, 방송매체, 통신매체의 3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매개체들의 특성에 따라서 서로 다른 원리에 따라 규제된다고 보았다. 즉 인쇄매체에 대해서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엄격한 보장’, 방송매체에 대해서는 ‘공익성 및 공공성의 강조’, 통신매체에 대해서는 ‘통신의 비밀보호’라는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10)
우선 인쇄매체와 방송매체는 의사표현의 매개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방송매체가 희소한 자원인 전파를 이용하고 있는 등 인쇄매체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방송매체에 대해서는 그 설립에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하고(제9조 제1항),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등이 강조되며(방송법 제5조 및 제6조),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가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을 심의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제재조치명령을 내리나(방송법 제32조, 제33조, 제100조 제1항), 이러한 규제는 인쇄매체에서는 볼 수 없다. 한편, 통신매체에 대해서는 개인과 개인간이 의사연락수단이라는 성질상 통신의 비밀보호라는 원리가 적용되며, 우리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를 명문으로 보호하고 있다.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 매체는 애당초 통신으로 출발하였지만 위와 같은 전통적인 3분할제도의 한쪽으로 포섭시키기 곤란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방송’이란 용어에서 보듯 통신분야에 있어서의 획기적인 기술적 발전으로 온라인매체는 더이상 발신자와 수신자 일대일의 관계만이 아니라 불특정다수인에 대한 정보전달매체로도 기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그 사회적 영향력 또한 인쇄매체나 방송매체에 못지 않게 되었으므로, 전통적인 통신의 비밀보장이라는 원리에 따라 내용에 대한 국가의 불개입이란 원칙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온라인매체를 인쇄매체에 가까운 것으로 볼 것인가 방송매체에 가까운 것으로 볼 것인가 즉 온라인매체에 대해서 인쇄매체와 같이 높은 정도의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보장할 것인가 아니면 방송매체와 같이 높은 정도의 규제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
먼저, 온라인매체는 기존의 매스미디어 형태의 언론매체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11)
첫째, 의사표현의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인쇄매체나 방송매체는 정보제공자(신문사, 방송국)의 편집 또는 事前編成에 의해 정보이용자(구독자,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이용자는 단순히 신문선택권 또는 채널선택권만 가질 뿐인 一對多의 전형적인 일방향의 매스미디어인 반면에, 인터넷은 一對一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多對多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한 ‘쌍방향매체’이다. 따라서 인터넷의 경우에는 정보제공자와 정보제공자의 구분이 모호해져 누구나가 정보이용자인 동시에 정보제공자가 될 수 있다.
둘째, 접근의 용이성에 있어서, 방송은 희소한 자원인 전파를 이용하는 관계로 소수의 허가받은 방송사업자만이 전파를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신문 등 인쇄매체 또한 윤전기 등 대량 초고속의 인쇄수단 및 효율적인 보급망이 필요한 등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하고 싶은 정보제공자들은 그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반면에, 인터넷은 그러한 진입을 가로막는 법적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 및 저렴한 비
용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
셋째, 정보이용자의 측면에서 기존 미디어 경우는 수동적인 소비자에 불과하였으나 인터넷 등 온라인 매체의 경우 정보이용자가 정보의 분배와 재생산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되어 정보에 대한 이용자의 통제권도 높아졌다.
넷째, 기존의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다음과 같은 역기능도 있다. 즉, 개인의 정보발신이 용이한 반면 발신인에게 기자 등 전문인과 같은 직업윤리가 결여되어 있고, 익명으로 용이하게 음란물, 명예훼손 등 불법하거나 저질의 정보가 유통되기 쉬우며 인터넷의 가공할 속도와 전파력 때문에 저질의 정보가 단시간에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매체를 방송매체와 비교할 경우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첫째, 방송매체는 유한한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희소성의 원칙에서 정부의 규제가 정당화되는 데 비하여 온라인 매체는 인쇄매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둘째, 방송은 이른바 침투적 성격(pervasive presence) 있어 정보이용자(청취자, 시청자)는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정보제공자(방송국)의 표현내용에 막바로 노출될 수밖에 없으나 온라인매체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정보이용자가 언제나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선택하여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다.12)
한편, 이상과 같은 온라인매체의 특성이 온라인매체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사표현의 매개체에 대한 규제는 당해 매개체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바, 온라인매체를 방송매체와 동일한 정도로 규제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앞서본 바와 같이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매체는 ‘정보의 바다’로서 많은 유익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음란물, 명예훼손 등 불법하거나 저질의 정보가 유통되기 쉬우며 인터넷의 가공할 속도와 전파력 때문에 저질의 정보가 단시간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하여 각국에서는 저질의 정보가 유포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규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연방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CDA) 사건
미국에 있어서 인터넷에 대한 내용적 규제가 문제된 것은 1996년의 연방통신품위법에서부터이다. 위 연방통신품위법은 지상파방송, 케이블방송 및 인터넷상의 유해매체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려고 하는 의도에서 입법화된 것이었다. 그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미성년자에게 저속하거나(incecent) 명백히 불쾌한(patently offensive) 정보를 의도적으로 전송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었다. 이에 대하여는 수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와 수정 제5조의 적법절차보호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이 주장되었고 정부에서는 방송에 있어서 저속한(indecent) 표현에 대한 규제를 인정한 선례14)에 비추어 합헌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연방대법원은 Reno v. ACLU 판결15)에서 CDA의 “indecency transmission”에 관한 조항과 “patently offensive display”에 관한 조항은 그 규제범위가 광범위하여 수정 제1조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이는 표현에 대한 내용적(content-based) 규제이고, 방송매체에 대한 규제근거들 즉, 방송에 대한 광범위한 정부규제의 역사, 주파수의 희소성, 방송의 침투적 성격 등은 “사이버공간(cyberspace)”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당해 조항들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애매모호성과 광범위성은 형사법률로서의 억지력과 함
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 어린이온라인보호법(Child Online Protect Act: COPA) 사건
통신품위법이 위헌판결을 받자 미국 의회는 어린이 온라인 보호법을 제정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5만명 이상의 고객을 가진 인터넷서비스업체에서는 3년 이내에 음란물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하고 인터넷등급제의 인터넷보조금을 받고 있는 공립학교와 공공도서관에서는 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률 중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자료(material harmful to minors)’를 청소년이 받아볼 수 있게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통하여 상업적으로 통신을 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조항(47 U.S.C. § 231(a)(1))이 문제되었는바, 1998. 11. 19. 미연방 펜실베니아 동부지구 지방법원에 의해, 최종적인 위헌여부판결이 날 때까지 그 집행이 정지되는 “잠정적 금지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이 내려졌고16), 1999. 2. 1.에는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이 내려졌다. 그리고 2000. 6. 22. 연방항소법원에서도 위헌판결17)을 받은 상태일 정도로 위헌논쟁에 휩싸여 있다.18)
(3) 이처럼 인터넷내용규제에 대하여 법원의 위헌판결이 뒤따르자 미국은 인터넷에 대하여는 규제를 하지 아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독일은 1997년 이른바 멀티미디어법을 제정하여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불법적이고 해로운 정보의 유통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법은 서비스제공자가 불법적이거나 해로운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알
고 그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그러한 차단조치가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3자가 게재한 인터넷 정보내용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다만 제3자가 올린 정보를 이용자들이 단지 이용할 수 있도록 매개역할만 할 경우는 그러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동법 제5조).
한편, 독일은 청소년보호를 위한 언론매체 규제제도로서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유해물법에 의하여 청소년유해 여부에 따른 등급분류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목록등재가 고시된 문서의 경우에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정보통신서비스를 통해서도 배포되거나 접근이 허용되어서는 안되며(청소년유해물법 제3조 제1항 제4호), 이에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동법 제21조 제1항 3a호), 기술적 예방책을 통해 국내에서의 제공 또는 배포가 성인이용자에게 국한될 수 있는 경우에는 정보통신서비스를 통한 배포나 접근은 허용된다(동법 제3조 제2항 제2문).
프랑스는 인터넷에 대해서도 기존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특히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인터넷상에서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정당화되고 있으며, 다른 매체보다 인간의 존엄성 존중, 소비자 권리보호, 사생활보호, 표현의 자유 등이 강조되고 있다.
한편, 프랑스에는 1978년 정보자유위원회가 설치되어 정보처리 및 텔레커뮤니케이션의 자유에 관한 법적, 기술적 제반사항을 조정하고 통제하는데, 위 위원회는 인터넷을 통한 텔레커뮤니케이션의 일반화와 기술적 운용의 대중화에 따른 안전문제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기술적 감시를 주된 임무로 할 뿐, 소프트웨어와 내용규제는 전혀 하고 있지 않으며, 인터넷서비스공급자협회와 이용자단체, 전자상거래협회 등이 인터넷자율규제를 통해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9년 시행되는 개정 풍속영업법에서는 음란물의 유통을
막기 위하여 성인정보제공자의 정화노력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같은 해 아동포르노처벌법을 제정하여 어린이를 소재로 한 음란물을 인터넷서비스를 통하여 제공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한편, 온라인 통신이 초래하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1997년 통상산업부와 정보통신사업자들로 구성된 일본정보통신협의회가 ‘정보통신사업운영에 관한 윤리강령’과 ‘PC통신서비스이용자규범’이라는 정보통신윤리강령을 제정하였는데, 이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및 주최자는 타인에 대한 중상, 비방, 미풍양속위반 등의 다양한 윤리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지도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강제적인 불온통신규제제도는 택하고 있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국민에게 이른바 불온통신의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었다.
이 조항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과 같은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가, 또한 이 조항은 불법통신 즉 다른 법률에 의하여 불법으로 규정된 내용의 통신뿐만 아니라 이에 이르지 못하는 불온통신까지 금하고 있는바 이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가가 문제된다.
명확성의 원칙이란 행정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침
해하는 경우 법률이 그 범위를 명확하게 확정해야 하고, 법원이 공권력의 행사를 심사할 때에는 법률이 그 심사의 기준으로서 충분히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20)
그리고 명확성의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모든 기본권 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또한 법집행당국의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21)
명확성의 원칙은 모든 법률에 대하여 동일한 정도로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고, 그것이 형벌법규인지 여부, 규제대상이 되는 권리의 보호정도, 사전억제적 규제인지의 여부 등에 따라 명확성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봄이 타당하다.22)
그런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그 규제로 인해 보호되는 다른 표현에 대해 위축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23)
또한 우리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 특히 경제적 기본권에 비하여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으므로24)위 조항과 같이 표현의 자
유를 규제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명확성의 요구가 더 강화되고, 특히 이 조항과 같이 표현의 내용에 따른 규제인 경우에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법문언이 해석을 통해서, 즉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낼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25)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른바 불온통신을 금하면서 그 개념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금지되는 불온통신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으로서의 ‘공공의 안녕질서’와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이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할 정도로 명확하고 구체적인가가 문제된다.
소수의견은 전기통신기본법 제53조 제1항을 같은 조 제2항과 함께 고려할 경우 불온통신의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 것이므로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를 포괄위임 여부의 판단과 함께 하면서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본다.
먼저 소수의견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그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이 형벌일 경우에는 어떠한 영역보다도 명확성의 요구 정도가 강할 것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그 위반의 제재수단이 비교적 경미하여 형벌 또는
이와 유사한 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때에는, 단지 문제되는 영역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만으로 명확성의 원칙 내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과 관련하여 특별히 엄격한 심사기준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26)고 하고, “위임입법은 그 자체로서 완결적인 명확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령 자체에서 완결적으로 내용을 정하는 경우에 비하여 그 정도에 있어서 완화된 명확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27)고 한다.
나아가 소수의견은, 법률의 합헌적 해석의 원칙에 의거하면, “위 법률조항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고,28)“과연 무엇이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인가는 행정입법자의 구체적 형성과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비로소 명확하여질 수 있을 것”이므로29)“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따라 해석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개념은 적어도 위임의 기준으로서는 비교적 명백한 것”30)이라고 판시하여,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먼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고 할 것이고, 특히 위 조항과 같이 표현의 내용에 의한 규제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31)고 설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법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한다.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ㆍ출판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불온통신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통신”으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공공의 안녕질서”는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와, “미풍양속”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즉 “불온통신”의 개념을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ㆍ출판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
이처럼,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이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위와 같이 불명확한 불온통신의 개념은 (…)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에 관하여 어렴풋한 추측마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은 각자마다 다른 대단히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물론 입법에 있어서 추상적 가치개념의 사용이 필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부인할 수 없으며, 또한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법률의 입법목적, 규율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의 성격, 관련 법규범의 내용 등에 따라서는 그러한 개념의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공권력에 의하여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입법에서 아무런 추가적인 제한요건 없이 막연히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잣대로 일체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에 현저하게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32)
다수의견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는 제재수단이 형벌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 비하여 더 엄격한 정도의 명확성을 필요로 함을 분명히 하고,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금하는 위 법조항은 설사 그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명확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아가, 위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유사한 개념이 헌법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직접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에서 헌법상의 개념이나 그와 같은 정도로 추상적인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밝히면서33), 다만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허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입법목적, 규율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의 성격, 관련 법규범의 내용 등에 따라서는 그러한 개념의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이라고 밝혀34)유사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법률조항35)에 대한 단순한 유추적용을 경계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또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서도 아니 되는바, 과잉금지의 원칙이라 함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의미하며, 그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이 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36)과
잉금지 원칙은 모든 기본권침해법률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나, 특히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에 대하여는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초과하여 표현을 규제하는 경우에는 ‘과도하게 광범하여 무효라는 법리’ 또는 ‘과도한 광범성의 법리’(the overbreadth doctrine)로 불리어진다.37)
불온통신 중 이른바 불법통신 즉 다른 법률에 의하더라도 그 제작 자체가 금지되는 정보 예컨대 음란물, 저작권침해정보, 명예훼손 정보 등을 온라인매체에서도 금지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법정보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정보, 예컨대 청소년유해매체물(이는 제작은 금지되지 않으나 유통은 규제를 받는다) 또는 동성애, 징집반대운동 등 관련 정보까지 위 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것인지 또한 그러한 정보의 금지가 허용될 것인지의 여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입법자가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 취지는, “넓은 의미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조금이라도 저해가 되는 모든 표현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의 침해에 대하여는 이를 규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38),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의미를 위와 같이 보게 되면,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싸잡아 규제하는 과잉규제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설시한다39). “즉, 위 개념들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켜야 할 것’만을 의미하므로, 성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만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표현물인
‘청소년유해매체물’은 불온통신의 이름으로 규제되어서는 아니됨을 요청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하므로, 우리 재판소가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저속한’ 표현 또한 불온통신의 이름으로 규제되어서는 아니됨을 요청하고 있”으니40), 과잉규제의 위험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본다.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을 전제로 하여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서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한다.
먼저, 우리 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도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으로 되어 규제될 수 있다. 우리 재판소는 “음란한” 표현과 달리 “저속한” 표현은 일정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고 하면서, 외설성이 음란에는 달하지 않는 성적 표현, 한두 번의 폭력적 표현, 다소 상세한 살인현장의 묘사, 성을 소재로 한 유머, 왜곡된 사회도덕이나 윤리를 풍자하는 다소 품위없는 표현 등이 “저속”에 해당한다고 하였는데(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52-353), 이러한 저속한 표현 중에는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청소년보호를 위해 그 유통ㆍ관리를 규제하는 매체물이다. 여기에는 성인에게도 금지되는 음란물 같은 불법표현물도 포함될 수 있지만, 성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될 수 있지만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표현물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 개념의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청소년에 대한 접근만 금지하여도 족할 표현물도 불온통신에 해당되어 규제받게 된다. 예를 들어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표현물은 청소
년의 접근으로부터는 차단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청소년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1호 참조), 그것이 음란물에 이르지 않는 한 성인에 의한 표현과 접근까지 금지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표현물들도 “미풍양속”에 반하는 불온통신이라 하여 규제받을 수 있게 된다.
(…) 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봉쇄한다.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혼전동거, 계약결혼, 동성애 등에 관한 표현)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징집반대, 양심상의 집총거부, 통일문제 등에 관한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된다면, 전기통신의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열린 논의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41)
다수의견은 위 조항상의 불온통신은 현실적으로 소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있지 아니하고 있다고 보고(이 사건에서 문제된 게시물의 내용 또한 소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은 좁은 범위의 불온통신에 속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고’ “더욱이 집권자에 대한 비판적 표현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쉽게 규제될 소지도 있다”는 것과,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음42)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이는 이른바 불온통신의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것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의 원칙은 행정부에 입법을 위임하는 수권법률의 명확성원칙에 관한 것으로서, 위 헌법 제75조의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43)그리고 이 같은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구정도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본권침해영역에서는 급부행정영역에서 보다는 구체성의 요구가 강화되고, 다양한 사실관계를 규율하거나 사실관계가 수시로 변화될 것이 예상될 때에는 위임의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44)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불온통신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부장관이 그 취급거부?정지?제한을 명령할 수 있고,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71조 제7호에 의하여 형사처벌이 가해지며, 이 명령으로 인해 전기통신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분명히 제한된다는 점에서, 여타의 경우보다는 위임입법에 있어서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된다고 할 것이다.
먼저 소수의견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그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이
형벌일 경우에는 어떠한 영역보다도 명확성의 요구 정도가 강할 것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그 위반의 제재수단이 비교적 경미하여 형벌 또는 이와 유사한 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때에는, 단지 문제되는 영역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만으로 명확성의 원칙 내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과 관련하여 특별히 엄격한 심사기준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45)
그리고,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위임입법인 위 법률조항들이 아닌 구체적인 시행령조항이므로, 어떤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규제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구체적인 시행령조항의 위배를 이유로 규제되는 것”이므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은 시행령조항에 대한 구체적 지침의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명확하면 되는 것”이라고 하여46), 법률의 합헌적 해석의 원칙에 의할 때,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47)그렇다면 “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개념은 적어도 위임의 기준으로서는 비교적 명백한 것으로서, 행정입법자에게 그 위임의 내용, 목적 및 범위 등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고, “누구라도 위 법률조항들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될 불온통신에 관한 기준과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하여48)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설시한다.
이에 반하여 다수의견은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그 기준과 대강을 예측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고 하여49)다음과 같이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한다.
이 개념은 행정입법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그로 인한 행정입법을 제대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러한 기능은 위임입법에서 위임사항을 명백히 한계지울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행정입법의 범위에 대한 아무런 한계로도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행정입법자는 다분히 자신이 판단하는 또는 원하는 “안녕질서”, “미풍양속”의 관념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얼마든지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위 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와 제3호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으로서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각 규정하여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에 못지 않게 불명확하고 광범위하게 통신을 규제하고 있는 점에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할 것이다.
(…) 나아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불온통신 즉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을 전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법률”로써 구체화하여야 할 것을 법률에 의하여는 전혀 구체화하지 아니한 채 전적으로 행정입법에 맡겨놓은 결과를 초래하였는바…50)
다수의견은 불온통신의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 내용에 근거한 규제라는 점에서 그 범위를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경우에도 엄격한 정도의 명확성을 요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은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불온통신에 대하여
취급의 거부, 정지 또한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여기서는 정보통신부장관이 불온통신의 취급거부 등 명령을 함에 있어 불온통신인지 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미리 거치지 아니하며 실제 피해를 받는 이용자의 의견진술 등의 기회가 보장되지 아니함을 이유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되며, 나아가 불온통신의 취급거부, 정지 또한 제한 조치의 하나로서 실무상 당해 정보의 삭제 이외에 이용자명(ID)사용정지 및 사이트폐쇄 명령까지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가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소수의견은 위 조항은 적법절차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과잉금지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한다.
(1) 먼저, 적법절차원칙에 관하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에서 전기통신이용자에 대하여 의견청취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전기통신이용자는 이해관계인으로서 행정절차법 제22조 제3항, 제2조 제4호 등에 의하여 처분의 사전통지를 받고, 의견제출을 할 기회가 열려 있으며, 청문이 실시되거나 공청회가 개최되는 경우에는 이에 참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으며, 현실적으로 전기통신의 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이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위 법률 조항에 별도의 의견진술권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정보전파의 신속성에 따른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이 또한 행정절차법 제22조 제4항, 제21조 제4항 등에 그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한다.51)
(2)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관하여는, 온라인매체의 경우 불온통신의 게재에 대하여는 당해 정보를 제공한 이용자가 삭제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사태가 흔히 발생하는 등 단지 당해 표현물의 개별적 삭제명령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을 인정하지 아니한다면 달리 적절한 대처방법을 생각하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규제수단의 인정은 부득이한 것이고,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도
당해 전기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통신망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이용자는 그 밖의 통신망의 이용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규제수단의 인정으로 인하여 이용자가 입게 되는 피해는 이를 인정할 필요성이나 그로 인한 공익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본다.52)
반면, 다수의견은 위 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과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 조항들을 전제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 또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헌”이라고 판시하면서, 다만, “위 조항에 의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ㆍ정지ㆍ제한 명령 제도는 실질적인 피규제자인 전기통신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한 점에서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과, “위 취급거부ㆍ정지ㆍ제한에 이용자명(ID)의 사용금지 또는 사이트폐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용자가 당해 사이트를 통하여 다른 적법한 정보를 유통하는 것까지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53)
먼저, 적법절차원칙에 대하여 보면, 다수의 학자들은 당해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행정부의 판단만으로 규제가 발동되는 시스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54)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이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구인이 이러한 시스템 자체에 대한 위헌성을 문제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수의견의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전제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과 제2항에 대하여 위헌으로 선언하고 있으므로 굳이 이에 대하여까지 판단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행정부에 의한 규제시스템 자체에 합헌성을 인정한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고 그에 대한 판단이 유보되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55)
또한 소수의견이, 이용자가 이해관계인으로서 처분의 사전통지를 받고, 의견제출을 할 기회가 열려 있으며, 청문이 실시되거나 공청회가 개최되는 경우에는 이에 참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고 설시함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이용자가 이해관계인으로서 당연히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절차법에 의하여 의견진술등을 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은 같은 법 제2조 4호에 의하면 “행정청이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하여 행정철차에 참여하게 한” 경우에 한하고 있어 사실상 이용자는 의견진술 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어 있는 점을 중시하여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전기통신사업법 제3항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문리해석상 취급의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불온통신 그 자체이고 불온통신을 게시한 자의 ID 사용이나 불온통신이 게재된 사이트가 아님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 조항에 근거하여서는 ID 사용정지나 사이트폐쇄 등의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수의견은, 설사 위 조항을 근거로 ID 사용정지나 사이트폐쇄 등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더라도, 그러한 경우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다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는 법 제53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이른바 불온통신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 역시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문제되었다.
소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조항 제1호에 대하여는 합헌, 제2호 및 제3호에 대하여는 각 위헌이라고 판단한다.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은 형사법규로 처벌되는 범죄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거나, 그러한 범죄행위를 교사하기 위한 통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고, 그렇다면, 위 제1호의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 및 제3호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수범자에게 최소한의 해석지침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크게 미달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위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경우를 살펴보면, ‘반국가적 행위’의 개념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위와 같은 규정만으로는 구체적인 경우에 어떠한 행위가 반국가행위로 규제될 것인지가 다분히 법집행기관의 의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반국가행위라는 명목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쉽게 예상된다. 그러므로 위 제2호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표현의 자유를 완결적으로 규제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다음으로 위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경우를 살펴보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라는 개념은
수권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비하여 그 명확성의 면에서 한치도 나아간 것이 없는 개념으로서, 이와 같은 추상적 기준의 제시로는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을 길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제3호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수권법률의 위임의 기준으로는 허용될 수 있을지라도, 표현의 자유를 확정적으로 규제하는 기준이 되기에는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56)
다수의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이를 근거로 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는 모두 당연히 위헌이라고 판시한다.57)
수권규정이 위헌인 이상 이에 근거한 대통령령은 당연히 위헌으로서 효력을 상실할 것이므로 굳이 시행령 자체의 위헌성은 판단하지 아니한 것이나, 이에 대하여 판단한다면 위 소수의견의 판단내용과 별로 다르지 아니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 결정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등 온라인매체의 내용에 따른 규제를 가하는 입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내린 최초의 결정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 등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분명히 밝힌 기념비적인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58)
한편, 이 결정으로 위헌으로 판단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2002. 12. 26. 법률 제6822호로 금지대상통신을 “불법통신”으로 한정하고 불법통신의 내용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규제의 대상이 된 전기통신이용자에게도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어 2003. 3. 27.부터 시행되었다.
제53조 (불법통신의 금지 등) ①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5.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의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6. 법령에 의하여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7. 법령에 의하여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9.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②정보통신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에 대하여는 제53조의2의 규정에 의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다만, 제1항 제2호 및 제3호의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그러한 전기통신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이를 명할 수 없으며, 제1
항 제7호 내지 제9호의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명할 수 있다.
③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의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사업자 및 해당 이용자에게 사전에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2.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3. 의견제출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