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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약사법 제1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1집, 헌법재판소, 2002, p.435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집)]
본문

- 약국개설과 직업수행의 자유 -

(헌재 2002. 9. 19. 2000헌바84, 판례집 14-2, 268)

이 상 훈*

1.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제16조 제1항은 법인을 구성하여 약국을 개설ㆍ운영하려고 하는 약사들 및 이들로 구성된 법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결사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2.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위헌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혼재되어 있고 그 법률조항 전체의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더욱 헌법적 질서와 멀어지는 법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잠정적으로 법률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 사례

이 사건 심판대상은 약사법 제16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다.

제16조 【약국의 개설등록】

①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청구인은 주식회사로서 그 주주들 중 일부 및 이사들이 약사들인데, 1995. 12.경부터 서울과 제주에서 약국을 경영해 왔다. 위 약국들은 청구인의 이사들 중 1인의 명의로 약국개설등록을 하고, 세무 및 회계상의 편의를 위하여 청구인의 명의로 관할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2000. 5. 12.경 법인명의로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제16조 제1항 등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전 제약회사 및 약국도매상들을 상대로 청구인과 같이 법인 명의로 운영되는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해당 의약품에 대하여 3개월의 판매업무정지처분을 하겠다는 경고처분을 하였고, 경고처분을 받은 위 제약회사 등이 청구인에게 의약품공급을 중단하여 청구인은 경영난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서울행정법원에 위 경고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등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로지 자연인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에 의한 약국의 설립과 운영을 금지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 즉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고, 보다 완화된 다른 방법에 의하여 법인의 약국운영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는데도 법인에 의한 약국의 개설 자체를 원천봉쇄함으로써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며, 의사ㆍ변호사ㆍ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의 법인설립을 막지 않는 데에 비하여 약사에게만 법인설립에 의한 영업을 금지하는 부당한 제약을 가하므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의약품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의약품의 유통 및 품질관리의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의약품의 오남용의 위험을 방지하는 데에 있는바, 법인명의의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여부, 또 법인명의의 약국개설을 허용한다고 할 때 어떠한 형태의 법인으로 약국개설을 하도록 할 것인가는 의약품의 사용에 관한 일반국민의 의식수준 및 의약품의 유통규제에 대한 필요성의 정도 등 변동하는 사회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법인명의의 약국운영을 허용하지 않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영업의 자유를 과잉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약사법이 약사에 한하여 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의약품의 유통과 품질관리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법인명의의 약국이 허용되는 경우 병ㆍ의원에서 약국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행위가 증가하는 등 의약분업의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며, 대형약국들이 등장함으로 인하여 동네약국들이 도산하고 이에 따라 국민의 약국접근성이 악화되는 등의 폐단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제한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약국들이 대형화되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비스를 향상시켜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 운영의 약국을 금지함으로써 이러한 방향의 발전을 막고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게 되므로 약사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이 사건 쟁점은 ① 법인 명의의 약국개설을 금지하는 것은 약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인가 ② 이러한 제한은 약사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③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법인을 구성하여 영업

을 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약사에게만 금지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등이다.

1. 약사법 제16조 제1항은 자연인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약사가 아닌 자연인 및 그들이 구성한 법인은 물론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의 약국 설립ㆍ운영도 금지하고 있는바, 그 입법취지는 의약품의 조제ㆍ판매가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약사에게만 이를 허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입법취지는 약국에서 실제로 약을 취급하고 판매하는 사람은 반드시 약사이어야 하는 것으로 한정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것이고, 약국의 개설 및 운영 자체를 자연인 약사에게만 허용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입법자가 약국의 개설 및 운영을 약사가 아닌 일반 개인이나 그들이 구성한 법인에게까지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고려한 정책적 판단의 결과 약사가 아닌 일반인 및 일반법인에게는 약국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그 입법형성의 재량권 내의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법인의 설립은 그 자체가 간접적인 직업선택의 한 방법으로서 직업수행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의 하나이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본래 약국개설권이 있는 약사들만으로 구성된 법인에게까지 약국개설을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정한 방법이 아니고,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넘어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서, 법인을 구성하여 약국을 개설ㆍ운영하려고 하는 약사들 및 이들로 구성된 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ㆍ공인회계사 등 약사 이외의 다른 전문직과 의약품제조업자ㆍ의약품수입업자ㆍ의약품도매상 등 약사법의 규율을 받는 다른 직종에 대하여는 법인을 구성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약사에게만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2.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는 약사가 아닌 일반인이나 일반인으로 구성

된 법인의 약국설립을 금지하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고하여 당장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 없게 되어 약사가 아닌 일반인이나 일반법인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상태가 됨으로써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서 설정한 제약이 무너지게 되고, 위헌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을 존속시킬 때보다 단순위헌의 결정으로 인해서 더욱 헌법적 질서와 멀어지는 법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는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고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입법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문제이므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대체할 합헌적 법률을 입법할 때까지는 위헌적인 법규정을 존속케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다.

※ 재판관 권성, 재판관 송인준의 단순위헌의견

국민보건을 위하여 약국에서 약품의 취급과 조제ㆍ판매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약사이어야 하는 것으로 제한함이 마땅하지만, 약국의 개설자를 약사로 한정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누구든지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할 때에 초래될 무질서나 보건상의 위험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지식과 자본의 공개적 결합을 통하여 개인의 기업활동 영역과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국민에게는 더 많은 연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파생적 이익이 사회에 귀속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약사 아닌 사람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헌이 된다고 할 것이다.

※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경일의 합헌의견

법인의 설립 및 존속이 간접적인 직업선택 또는 직업수행의 한 방법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법인을 설립하여 구성원 개개인에게만 허용되는 직업을 법인이 수행할 자유까지 헌법이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사들이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단체나 그들의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단체 등을 설립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고 다만 그 법인의

활동 중 약국의 개설이라는 특수한 활동만을 제한하므로, 개개의 약사들이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직업을 수행하는 자유를 침해하거나 그들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법인과 그 구성원을 준별하는 우리의 법체계상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이라 하더라도 법인 자체는 약사면허가 없으므로 이들 법인에 약국개설을 허용하지 않음은 당연한 것이고, 활동이 제한되는 것은 법인 자체이지 그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약품의 조제와 판매를 약사에게 맡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국의 경영과 관리를 동일약사에게 맡김으로써 국민보건을 위하여 의약품의 판매체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다수의견과 같이 실제로 약국을 관리하며 약을 취급하는 사람이 약사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의약품제조업자ㆍ의약품수입업자 등 약사법상의 약사 이외의 직종은 의약품소비자와 직접 거래하지 않는 등 국민보건상 미치는 영향이 약국의 경우보다 작고, 변호사ㆍ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도 인적 자원의 집적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 약국과는 다른 점들이 있으므로, 이들과 약사를 달리 취급한다고 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법인의 설립은 그 자체가 간접적인 직업선택의 한 방법이기도 하고,1)법인도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의 주체가 되며 직업선택의 자유는 헌법상 법인에게도 인정되는 기본권이기 때문에2), 이 사건에서 첫 번째 쟁점은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에 대하여 약국개설을 금지하는 것이 개개의

약사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포함되는 직업수행의 자유3)를 침해하는가 하는 것과 이러한 제한은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개인의 직업에 대한 선택 및 수행의 자유는 공동체의 경제사회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의 동화적 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 전문규정에 따라, 즉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직업결정의 자유나 전직의 자유에 비하여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하여서는 공익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더욱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4)고 보지만,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됨은 물론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약사법 제35조 제1항이 약국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결합하여 의약품의 판매는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그 판매행위를 국민의 자유에 맡기는 것은 보건위생상 부적당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약사에게만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여 의약품의 판매를 허용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5)

한편 약사법 제19조 제1항은 약사가 개설할 수 있는 약국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데, 그 취지도 약사가 의약품에 대한 조제ㆍ판매의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약국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약사 아닌 자에 의하여 약국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데에 있다.6)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바, 위 조항이 당연히 약사로만 구성된 법인의 약국개설도 금지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입법연혁을 살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사법이 최초로 제정될 때부터 있던 것으로서,7)그 입법이유에 대하여는 약사가 아닌 사람이 국민의 건강과 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단지 생계를 위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약을 취급하게 되면 우매한 국민을 속이는 등의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약국의 개설과 의약품의 조제는 엄격하게 약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8)

이 당시에 법인에 의한 약국개설의 허용 여부가 거론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시의 약사법 시행규칙에는 법인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한 규정들9)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의 행정부에서는 법인도 약국의 개설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1965. 10. 29. 위 시행규칙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다시 제정하면서 법인의 약국개설을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위 조항들을 삭제하였다.10)아마도 당초 위 시행규칙에서 법인의 약국개설을 허용하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 법률의 명문규정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여 고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아무튼 현재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률해석의 첫 번째 원칙인 문리해석에 의할 때 법인은 약사가 아닌 것이 명백하고 이는 구성원11)전원이 약사로 된 법인이라 해도 마찬가지이므로 이와 달리 법인은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현재 법원과 행정기관에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법인은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고 반대의 견해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을 포함한 모든 법인의 약국개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약사들이 법인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약국설립 및 경영을 하는 직업수행이 제한되고, 동시에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의 직업수행이 제한됨으로써 이러한 법인 및 그 구성원인 약사들의 헌법상의 직업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법인에 의한 약국의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수단과 방법 및 그 정도에 있어서 합리성이 있는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에서는 약사 이외의 자에게도 약국의 개설을 허용하되, 약국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약사이든 비약사이든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 약사법12)에 의하면 약국은 그 소재지 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개설을 할 수 있고,13)위 허가에 있어서는 약국의 구조설비가 기준에 적합한지,14)약국에서 약사에 관한 실무에 종사하는 약제사15)의 인원수가 기준에 미달하

지 않는지16)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심사하도록 하고 있으며, 신청자가 법인인 경우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다.17)

이와 같이 일본에서는 자연인은 물론 법인(사단법인 또는 재단법인)도 법령 또는 법인의 정관이나 기부행위(출연행위)에 정한 목적의 범위내이면 약국개설의 신청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약국의 개설자를 약사로 제한하지 않는 이유는 약국의 개설자가 누구이든 약국에서 실제로 약을 취급하고 판매하는 사람, 즉 약사에 관한 실무에 종사하는 자가 약제사이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현행 약사법의 제정을 위하여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논의하던 과정에서도 약국의 개설자를 약제사에 한정하거나 약국의 개설에 관하여 약제사와 비약제사에 차별을 두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약국의 개설은 비약제사가 하더라도 약제사에 의하여 약국의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확보되는 이상 개설자에 관하여 위와 같은 제한을 둘 보건위생상의 이유가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한다.18)

이처럼 약국의 개설자에 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약국은 의약품에 관한 전문가에 의하여 항상 실제로 관리되는 것을 확보하여 보건위생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약국의 관리는 반드시 약제사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19)여기서의 관리란 약국에 있어 조제, 의약품의 취급 등에 관한 기술적 사항을 말하는 것이고 약국경영의 경제적 측면에 관한 사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다.20)

이 약국개설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약사법상의 약국개설허가제가 헌법위반이라고 다투어진 사건21)에서, 일본최고재판소는 약제사의 면허는 약학의

지식, 조제의 기술ㆍ능력의 구비를 주안으로 하여 수여되는 것인데 비하여, 약국개설의 허가는 약제사의 업무가 일반공중의 요구에 의한 조제, 의약품의 판매ㆍ수여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업무실시의 장소인 약국이 그 목적에 적합하게 설비되고 관리되기 위하여 필요한 법령 소정의 제반 사항을 구비하고 있는가를 심사하게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는 성질이 다른 별개의 것이고, 전자의 면허와 달리 공중위생의 견지에서 후자와 같은 허가제를 둔다고 해도 이것을 약제사의 업무의 규제로서 과중하고 불합리하다 할 수 없고, 공공의 복지를 위한 직업에 대한 제약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일본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22)

미국에서도 약국의 소유와 관리가 분리되어 있어서, 약사가 아닌 사람도 약국관리자로 약사를 고용하여 관리한다는 전제 하에 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으며, 동일 소유자가 여러 곳의 약국을 운영할 수도 있다.

뉴욕주에서는 약국으로 등록을 할 수 있으려면 충분한 약과 적정한 설비등을 갖추어야 하고, 전문직으로서의 약사 면허 취득의 요건(교육, 시험, 경험, 나이, 국적 등)에 대하여는 따로 규정하고 있어서 약국의 등록과 약사 자격의 문제를 구별하여 취급하며, 약사면허 보유자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되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약국의 관리약사를 두어야 한다. 약국의 소유자와 관리약사는 약국에 관한 법규를 준수하는 것 등 약국운영상의 문제에 관하여 공동책임을 지도록 하고, 약사는 동시에 두 곳 이상의 약국의 관리약사가 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으며, 법인이 약국의 소유자가 될 수 있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23)

또한 이와 별도로 전문서비스회사의 일종으로서 약국회사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어서 약사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약사로서의 전문서비스를 제공

하는 회사 즉 약국을 운영하는 회사를 만들 수 있고, 이런 회사에서는 반드시 약사가 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약사만이 회사의 주주와 이사가 될 수 있다.24)

이러한 규정내용은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도 거의 같다.25)

유럽의 국가들 중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약사가 아닌 사람과 법인도 약국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프랑스 등 그 외의 대다수 유럽국가들은 약사 또는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과 조합에게만 약국의 소유를 허용하고 있으며, 덴마크와 룩셈부르크는 우리나라와 같이 약사가 개인적으로만 약국을 소유하도록 하고 있다.26)

영국 의약법은 약사 개인이나 약사들의 조합이 약국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음은 물론 일반법인도 약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되 이 경우에는 실제로 약국을 관리하는 자가 약사이어야 하며, 약국이 여러 곳인 경우에는 약국마다 다른 약사가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27)프랑스에서는 약국개설을 하려는 자가 관할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약사 개인은 물론 약사들의 단체(그 형태가 조합이든 법인이든)도 약국개설허가를 받을 수 있다.28)

(라) 검토

이러한 외국의 입법례를 통하여 살펴볼 때, 우리 약사법과 같이 약사 개인에게만 약국의 개설을 허용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ㆍ일본ㆍ영국 등과 같은 나라에서는 약국의 개설자가 누구이든 약국이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약국을 실제로 관리하는 사람이 약사이기만 하면 국민건강과 관련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여 약국의 개설에 관해서는 약사자격을 문제삼지 않고 있으며, 그 밖의 나라들도 대부분이 최소한 약사들로 구성된 단체에 대하여는 약국의 개설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약국의 개설 내지 소유를 법인에게 허용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어떠한 장단점이 있는지를 현재의 약국운영 실태와 장래의 전망에 비추어 살펴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의 약학과를 졸업하여 약사면허를 취득하면 언제든지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장기간 약업계를 떠나 있던 약사들조차도 언제든지 원하기만 하면 약국을 개설할 수 있으며, 또한 대도시에서 약국을 개설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소규모 약국들이 난립하여 대도시지역 중심으로 약국과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동네약국은 자본의 부족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약사 혼자 하루 10시간 이상의 고된 근무를 하는 실정이어서 책임관리가 어렵고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의약품판매를 위하여 무자격자를 고용함으로써 약사 부재시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ㆍ판매행위가 자주 문제되고 있다고 한다.29)

이러한 상황에서 뜻이 맞는 약사들이 모여 동업으로 약국을 운영하게 된다면 보다 넉넉한 자본을 바탕으로 경영의 기법(know-how)을 모아 대형화ㆍ전문화ㆍ분업화30)를 이루는 것이 가능해지고, 따라서 근무여건이 개선될 뿐 아니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동업을 할 때에 어떠한 형태로 할 것인가인데, 현행 약사법과 같이 약사들의 법인형태를 허용하지 않게 되면 조합적 동업을 할 수밖에 없

고, 조합의 형태로 동업을 하게 되면 동업이 파기되거나 이탈자가 생기는 경우 투자금액의 환수가 어렵고, 약국경영의 안정성이 결여되며, 대외적으로는 동업자 중 1인이 약국개설자로 될 수밖에 없어 책임관계가 실질에 부합하지 않게 되고31), 세무상으로도 법인형태에 비하여 불이익을 입게 된다.32)

이에 반하여 약사들이 동업을 위하여 법인의 형태로 약국을 개설ㆍ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면, 대외적으로 법주체성이 확립되어 법률관계가 명확해지고, 개인과 법인의 경리가 준별되어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기업형의 합리적 경영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법인 고유의 자산축적이 가능하여 약국설비등에 다액을 투자할 수 있고 경제기반의 안정화를 도모하게 됨에 따라 조직화, 대형화, 전문화의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구성원이 사업에서 손을 떼려고 할 때에 투하자본을 회수하는 등의 정산이 보다 원활하고 세무면이나 종업원의 고용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에게도 보다 양질의 다양한 서비스가 싼값에 제공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향후 외국의 자본이 우리나라 약국업계에 진출하게 될 것에 대비하여 국내 약국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게 된다.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에게 약국개설을 허용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약국에 관한 자본과 관리를 완전히 분리하여 약사가 아닌 일반인(법인을 포함)도 약국을 소유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면 국내의 대기업 등 자본가가 이 개방된 의약품 소매시장에 참여하게 되어 현재 있는 것 같은 프랜차이즈식 약국33)이 아닌 기업형 체

인약국이 설립될 것으로 전망되고, 약국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풍부한 자본과 전문화ㆍ현대화된 장비와 경영방식을 가진 외국계 체인도 들어와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34)약국시설의 현대화와 대형화가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크게 개선되며 고용된 약사들이 1일 2교대 내지 3교대로 근무하게 됨에 따라 한 명의 약사가 장시간 근무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약사 부재시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ㆍ판매행위의 논란이 사라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편, 기업형 약국체인들은 이미 과포화된 약국시장 장악을 위해 기존의 약국들과 경쟁을 하게될 것이며, 자본력이 약한 개인 소유 약국들은 폐업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영세한 약국들이 도산하게 되면 개설약사들은 어쩔 수 없이 피고용 약사로 근무하게 되는 취업형태의 변화가 예상된다. 또 약국간의 경쟁심화와 대형화 추세는 약국수의 감소를 초래하여 소비자들이 지금처럼 편리하게 집 가까이에 있는 약국을 이용할 수 없게 될 우려도 있고, 약국이 철저히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체로 변모하여 영리추구를 위한 각종 방법이 총동원됨으로 인하여 의약품의 과소비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35)

그밖에 법인의 약국개설은 근래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의약분업제도와 관련하여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이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여 처방전을 발행하면 약사는 처방전을 검토하여 환자에게 약을 조제ㆍ투약하는 것으로서, 의사와 약사의 직능을 구분하여 의사는 진단에 따른 처방을 하고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하도록 함으로써 의사와 약사간에 직능분업을 이루는 제도이다. 의약분업을 하는 이유는 처방과 조제에 대한 이중점검으로 약화사고를 예방하고,36)소

비자의 의약품 직접구매를 제한함으로써 의약품의 오남용 및 약화사고를 제도적으로 예방하며,37)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전문화하여 국가 의약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국민에게 양질의 의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리려면 병원과 약국을 분리하는 기관분리가 되어야 한다. 병원과 약국이 동일 소유권이나 경영권 하에 있으면 의사와 약사의 직능이 효과적으로 분리될 수 없고, 의학적 동기가 아닌 경제적 동기의 추구로 인하여 상호견제를 통한 처방과 조제라는 의약분업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38)그러므로 의약분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을 막을 필요가 있어 법은 이러한 담합행위를 금지하고 있고,39)구조적으로 담합행위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약국의 개설등록을 받지 않는다.40)

의약분업과 관련하여 볼 때에, 법인에게 약국개설을 허용하면 병원에서 직영하는 약국이 출현하여 담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법인의 일정한 이익확보를 위하여 처방전을 유치하려는 호객행위를 하거나 처방전알선의 대가로 의료기관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위법행위로 의약분업의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우려의 대부분은 현재와 같이 개인 명의로 운영하는 약국제도 하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므로 특별히 법인약국의 허용과 직결되는 것이라 할 수는 없고, 다만 의약분업제도 하에서 병원이 약국을 직영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인데, 별도의 입법에 의하여 의료기관이나 그 경영자 또는 특수관계자는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에 한하여 약국개설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법인에 대한 약국개설의 허용은 의약분업을 저

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하겠다.

오히려 의약분업과 관련하여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사항 중에는 야간 및 휴일에 의약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점, 사려고 하는 약이 약국에 구비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이 있는데, 현재와 같이 약사 개인이 운영하는 약국으로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지만,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이 운영하는 보다 큰 규모의 약국에서는 충분한 종류와 수량의 약을 구비하고 근무약사를 2교대 또는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게 하는 것이 가능해지므로 의약분업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가 국민보건을 위하여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는 그 분야의 전문가인 약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이 문제는 약국에서 약을 취급하는 사람을 약사로 하면 되는 것이지 약국의 개설자가 반드시 약사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입법자로서는 일반인 또는 일반인으로 구성된 법인에 대하여서까지 약국개설을 개방할 경우에 생길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들에게는 약국개설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할 입법재량권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입법자가 약사가 아닌 일반 개인 또는 법인에게 약국개설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부분은 헌법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41)

그러나 구성원 전원이 약사로 된 법인도 똑같이 취급하여 약국개설을 금지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약사는 입법자에 의해 본래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자체에서 약국의 소유자를 자연인 약사로 한정할 합리적 이유가 도출되지 않는다면42)본래 약국의 개설권이 있는 약사들이 모여 구성한 법인에게까지

약국의 개설을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에게도 약국의 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법인의 구성원인 개개의 약사들이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직업을 수행하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그 제한에 있어 입법형성권의 재량의 범위를 넘어 과도하고 부적절한 제한을 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 제15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직업수행)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평등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와 완화된 심사척도의 두 가지 척도를 구별하여, 헌법에서 특별히 명시적으로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와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비례성심사인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완화된 심사척도인 합리성심사에 의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43)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 아니고, 순수한 직업선택의 자유와 달리 직업수행의 자유는 공익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넓은 규제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관련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완화된 심사기준 즉 차별기준 내지 방법의 합리성 여부가 헌법적 정당성 여부의 판단기준이 된다고 하겠다.

약사법의 규제를 받는 직종들 중 약사 이외에는 법인을 구성하여 직업을

수행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의약품제조업자, 의약품수입업자, 의약품도매상 등은 본인이 약사가 아니어도 관계없으며, 업무를 관리할 약사를 두어 관리업무 등을 담당하도록 하면 된다.44)따라서 위의 직종들은 법인을 설립하여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다.45)

이러한 직종들도 국민의 건강문제에 직결되는 의약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는 약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데도 이들에 대하여는 법인을 설립하여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약사에 대하여는 법인을 설립하여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이나 그 구성원인 약사는 그 업무수행의 방법에 있어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겠다.46)

시험을 거쳐 자격이 부여되는 다른 전문직종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법인을 설립하여 영업을 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를 구성원으로 하는 법무법인의 설립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법무법인의 설립목적은 그 직무를 조직적ㆍ전문적으로 행하기 위한 것이고, 5인 이상의 변호사로 구성되며, 구성원 아닌 소속변호사를 둘 수 있다. 법무법인에 관하여 변호사법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상법 중 합명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47)

이 법무법인제도의 입법취지는 급증하는 법률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변호사 업무의 전문화ㆍ분업화ㆍ대형화 등 법률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며, 또한 국제거래에 있어서의 개방화ㆍ국제화의 물결을 타고 법률서비스시장이 개방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서 외국의 대형 법무법인들이 밀려올 것에 대비하여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구멍가게식 1인 단독사무소의 운영형태에서 벗어나 공동사무소 형태의 사무소

경영이 필요하고 사무소 운영도 기업경영의 기법을 도입하여 취약한 경영기반을 보완하고 경제적 영세성으로부터 탈피하며 능률적이고 신속한 일처리로 시민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데 있다.48)

이와 같이 직무를 전문적ㆍ조직적으로 행하기 위하여 법인을 설립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공인회계사,49)변리사,50)세무사,51)건축사,52)법무사,53)공인노무사,54)관세사55)등의 경우에 모두 인정되고 있다.

또한 국민의 건강과 관련한 공익성이 약국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 관해서도 의료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의료법인), 민법 또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 등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56)

이 의료법인은 법인의 설립, 정관변경 및 기본재산 처분에 관하여, 그리고 법인의 해산시 잔여재산의 처분에 관하여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문제점이 있을 때 당국이 법인의 설립을 취소할 수 있는 등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고, 민법상의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므로57)그 성격상 비영리 재단법인에 해당하여, 의료인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사단법인의 형태와는 다른 것이지만, 어쨌든 의료인은 법인의 설립을 원하는 경우 비록 재단법인의 형태라 하더라도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와는 다른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약사 이외의 전문직의 경우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따라 그 업

무를 조직적ㆍ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법인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는데, 약사에 대하여는 법인의 설립에 의한 직업수행 즉 약국의 개설ㆍ운영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 점에서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 및 그 구성원인 약사 개인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제한이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인가를 완화된 심사기준인 합리성의 심사에 의하여 살펴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에 대하여는 다른 전문직들과 달리 법인을 구성하여 직업을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차별에는 정당한 입법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약사와 다른 전문직과 사이에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약사가 다른 전문직과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할 사실상의 차이나 입법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약사가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의약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하고 조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일텐데, 이러한 목적은 실제로 약을 취급하는 사람인 약국의 관리약사에게 약사자격을 요구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고, 약국의 개설자를 자연인 약사로 한정하여 법인의 약국개설을 금지할 필요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58)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근거 없이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 및 그 구성원인 약사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청구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결사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법인을 설립하여 약국을 운영하려는 약사 개인들 및 이러한 약사들에 의하여 구성된

법인의 결사의 자유59)가 침해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함에 있어서 위헌제청법원이나 헌법소원 청구인이 주장하는 법적 관점에서만 아니라 심판대상 규범의 법적 효과를 고려하여 모든 헌법적인 관점에서 심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60)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결사의 자유라 함은 다수의 자연인 또는 법인이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는 단체결성의 자유, 단체존속의 자유, 단체활동의 자유, 결사에의 가입ㆍ잔류의 자유를, 소극적으로는 기존의 단체로부터 탈퇴할 자유와 결사에 가입하지 아니할 자유를 내용으로 한다.61)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단체구성원에게 경제적 이익을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단체도 헌법상 ‘결사’에 포함되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결사의 자유는 역사적으로 언론ㆍ출판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와 함께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고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넓은 의미의 표현의 자유 내지 정신적 자유의 하나로 형성ㆍ발전되어 왔으므로 그 성질상 영리단체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결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결사” 개념에 영리단체도 포함되는지에 관하여 직접 언급한 일은 없지만, 결사에 관한 개념정의를 “결사란 자연인 또는 법인의 다수가 상당한 기간 동안 공동목적을 위하여 자유의사에 기하여 결합하고 조직화된 의사형성이 가능한 단체”62)라고 하여 결사의 목적에 대한 일반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영리단체라고 하여 결사의 자유의 대상이 되는 결사에서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참고로 일본에서의 논의를 보면 영리단체도 ‘결사’에 포함된다고 보는 적극설과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소극설이 대립하고 있는데, 적극설은 영리

단체를 결사의 자유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소극설은 결사의 자유가 광의의 표현의 자유로 형성되어 왔고 경제활동의 자유와는 성질이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이러한 견해의 대립이 있지만 실제 헌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는데, 그 이유는 소극설의 입장에서는 영리단체의 결성 등에 관한 자유는 영업의 자유의 문제로서 일본헌법 제22조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제29조 재산권의 보장 규정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63)결과적으로 어느 설을 취하든 영리목적의 단체결성ㆍ단체존속ㆍ단체활동의 자유가 헌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고 다만 그 보장의 근거를 결사의 자유에서 찾느냐, 직업선택의 자유(영업의 자유)에서 찾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 헌법상으로도 영리목적의 단체를 결사의 자유의 보호대상인 결사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들에 의하여 구성된 법인의 약국설립을 금지하는 데에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는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을 설립하여 약국을 경영하려는 약사 개인들 및 이러한 법인의 결사의 자유 또한 침해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지금까지 논한 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 및 그 구성원인 약사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 결사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때 그 위헌선언을 위한 주문의 형태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헌법의 규범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그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위헌결정을 통하여 법률조항을 법전에서 제거하는 것이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위헌조항의 잠정적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 있다. 즉, 위헌적인 법률조항을 잠정적으로 적용하는 위헌적인 상태

가, 위헌결정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법적 공백의 합헌적인 상태보다 오히려 헌법적으로 더욱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법치국가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과 그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위헌적인 법규정을 존속케 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64)

이 사건 법률조항에는 약사가 아닌 일반인이나 일반인으로 구성된(구성원 중 일부가 일반인인 경우를 포함한다) 법인의 약국설립을 금지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만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고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키게 되면 약국의 개설자격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 없게 되어 누구나 약국을 개설할 수 있게 되는바, 이것은 입법자가 약국개설권을 약사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겠다고 설정한 제약마저 무너뜨리게 되어 위헌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을 존속시킬 때보다 단순위헌결정으로 인해서 더욱 헌법적 질서와 멀어지는 법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65)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는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약사들만으로 구성되는 법인의 형태로 법무법인과 같은 합명회사나 회계법인과 같은 유한회사의 형식을 취할 수도 있고 미국의 전문법인과 같이 주주 및 이사의 자격을 약사로 제한하는 주식회사의 형태도 가능하며, 법인이 운영할 수 있는 약국의 수나 지역범위를 제한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는 입법형성권을 갖고 있는 입법자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를 선언하고 입법자에게 새로운 입법을 하도록 촉구하며 그때까지는 이를 잠정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단순위헌의견은 기본적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입법례에서처럼 약국의 개설자가 누구이든 약국에서 약품을 취급하고 판매하는 사람이 약사이기만 하면 국민보건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약사 아닌 사람도 개인적으로든 단체를 만들어서 하든, 약국을 개설할 수 있게 되면 지식과 자본의 공개적인 결합을 통하여 개인의 기업활동 영역과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고, 일반국민에게 더 많은 투자와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며 약사에게도 더 많은 연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이익을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반면에 그로 인한 무질서나 보건상의 위험 등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약사가 아닌 사람에게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되, 약품의 취급과 조제ㆍ판매 등은 약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가 아니면 아예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약사의 기본권 뿐 아니라 약사 아닌 사람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헌이고, 이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그 효력을 상실시켜도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를 할 수 없게 하는 약사법 제21조 제1항 등의 규정에 의하여 비약사의 약품취급은 규제되므로 큰 문제가 없고, 따라서 굳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약사에 의한 약품취급이 보장되는 한 약국의 개설자가 누구인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논리가 단순명쾌하며 실제로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도 여럿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직업선택의 자유와 같은 경제생활의 영역에서 입법자는 비교적 넓은 입법형성권을 갖고 있으며, 약국개설과 관련하여서는 국민에게 최상의 약품공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약국개설권을 약사에게 한정할 것인가 일반인에게도 개방할 것인가를 입법자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인데, 단순위헌의견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입법재량권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셈이 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6. 합헌 의견에 관하여

합헌의견은 약사 개인과 약사로 구성된 법인의 입장을 엄격히 구별하는 것에서 그 논리를 출발시키고 있다. 약사 개인이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있다고 하여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도 당연히 약국개설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법인 자체는 약사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고, 헌법재판소가 “법인의 설립 및 존속은 그 자체가 간접적인 직업선택 또는 직업수행의 한 방법”66)이라고 인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구성원의 직업과 관련한 법인의 설립 및 존속 그 자체를 직업선택 또는 직업수행의 한 방법으로 인정한 것이지, 개인이 법인을 설립하여 구성원 개개인에게만 허용되는 직업을 법인이 수행할 자유까지 그 구성원의 직업의 자유 범위 내에 있다고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개의 약사들이 그들의 직업수행과 관련하여 법인을 설립하거나 이를 존속시키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어서 개개의 약사들은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단체 또는 그들의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할 수 있고 청구인과 같은 영리법인을 설립할 수도 있으며 다만 법인의 활동 그 중에서도 약국의 개설이라는 특수한 활동만을 제약할 뿐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 자체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개개의 약사들이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직업을 수행하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같은 이유로 법인의 활동에 대한 제한은 어디까지나 법인 자체의 활동의 자유와 관련되는 것이지 그 구성원의 결사의 자유를 직접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들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실제로 약국을 관리하며 약을 취급하는 사람이 약사이기만 하면 약국의 경영자는 누구이든 관계없다는 것이 아니고, 약품의 조제와 판매를 약사에게 맡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약국의 경영과 관리를 동일 약사에게 맡기려는 것이라고 본다.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서 법인에게 약국개설을

허용하면 약국의 경영주체와 관리주체가 분리되어 철저한 영리위주의 약품판매와 불성실한 복약지도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의 위험이 더욱 크게 되며 약사의 지역주민에 대한 애착이나 배려는 훨씬 약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입법자가 이를 막기 위하여 일반법인 또는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에 의한 약국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과도하고 부적절한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등권에 관하여는, 약사법의 적용을 받는 의약품제조업자, 의약품수입업자, 의약품도매상 등의 직종은 성질상 약국보다 대형화 또는 자본의 집적 필요성이 크고 의약품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업종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국과는 성질이 다르므로 약사와 이들 업종을 달리 취급하는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고, 변호사ㆍ공인회계사ㆍ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종의 경우에도 그 업무의 성질상 인적 자원을 집적할 필요성이 약사보다 높으며, 약사는 위 업종들과 달리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약품을 국민과 직접 대면하여 판매한다는 점, 약국의 관리자만 약사로 하는 것으로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려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약사와 다른 전문직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은 합리적 차별이라고 본다.

이러한 합헌의견의 논증은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을 보는 시각이 다수의견과 다를 뿐 날카롭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서 음미할 점이 많다고 생각되며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다만 다수의견의 입장에서 합헌의견을 보면, 첫째로 법인에 대한 약국개업의 규제는 결과적으로 법인 구성원인 개인들에 대한 규제가 된다는 점과 직업의 수행과 부수적으로 관련된 단체를 구성하여 활동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단체가 직업수행 그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하면 법인의 설립으로 인한 직업수행의 핵심이 빠지게 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둘째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에 관하여는 합헌의견과 같이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앞서 본 입법연혁에 비추어 볼 때 입법 당시에는 법인운영의 약국을 금지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67)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법인에 대한 약국개설의 허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

만 부각시키고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외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셋째로, 평등권에 관하여 합헌의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이 약사와 다른 전문직들 간에 차이점이 있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그 차이점이 법인에 의한 업무수행의 허용여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차이점인가 하는 것에 대하여는 선뜻 긍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 9인의 재판관 중 4인이 헌법불합치의견, 2인이 단순위헌의견, 3인이 합헌의견을 표명하였는데, 이러한 경우 청구인에게 가장 유리한 위헌의견에 헌법불합치의견을 합산하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법률의 위헌결정을 함에 필요한 심판정족수 6인에 이르게 되고, 6인에 이르게 된 때의 견해인 헌법불합치가 법정의견이 되었다.68)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인하여 국회에서 약사법 등 관련법률을 개정하여 약사로 구성된 법인에게 약국개설을 허용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약사들도 다른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법인을 구성하여 약국을 개설ㆍ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보다 실효성 있게 보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결정에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계속적용을 명하였고 개정입법의 시한을 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개정시한을 못박아 효력을 상실케 한다면 그 효력상실시에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경우의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부득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른 개정입법을 얼마나 신속히 하는가에 따라 실질적 권리구제의 시기가 정해지는 만큼 국회에서의 신속한 개선입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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