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지방법원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2002노5047 의료법위반
주문
구 의료법(2000. 1. 12. 법률 제6157호로 개정된 후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7조 중 “제6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행위를 한 자” 부분과 제61조 제1항 및 제4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나. 심판대상
심판대상조항은 ① 구 의료법(2000. 1. 12. 법률 제6157호로 개정된 후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부른다) 제67조 중 “제6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행위를 한 자” 부분 ② 법 제61조 제1항 ③ 법 제61조 제4항이다. 해당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67조(벌칙)……(이상 생략) 제6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서 생략)
제61조(안마사) ①안마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
④안마사의 자격인정, 그 업무한계 및 안마시술소의 시설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2.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1)안마사의 자격인정요건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면서 자격인정을 받지 않고 안마행위를 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법률이 처벌요건을 하위법규에 결국 위임한 것인데 이러한
위임은 위임입법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긴급한 필요 또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야 허용될 것인바, 안마사의 자격요건은 주변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어야 할 내용이 아니어서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자격요건에 관한 사항의 규율이 그다지 복잡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하위법규에 위임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
(2)또한 의료법 제61조 제1항에서 안마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그 외에 별다른 내용을 규정하지 않고 있고, 같은 법 제61조 제4항 역시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적인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자격인정의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적법한 안마행위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자격요건에 대하여 기본적인 내용도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서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의료법 그 자체에 의해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또한 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에 대한 자격요건을 의료법 자체가 상세히 규정하면서도 안마사에 대해서만 그 자격인정요건을 법률이 규정하지 않은 것도 불균형하고 불합리하다.
나아가, 영리목적으로 ‘안마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도 무엇이 안마행위인지에 관한 정의규정이나 이를 추론할 수 있는 규정이 법률에 없으므로 어떠한 행위가 영리목적의 안마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법률만을 놓고 보면 유사개념과의 차이에 대한 판별이 극히 곤란하며 적용대상이 매우 모호하게 된다.
(3)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은 포괄적 위임입법금지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
나.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요지:별지와 같다.
3. 법 제67조 부분에 대한 판단
가. 처벌요건의 위임문제
법 제67조가 결과적으로 처벌요건을 하위법규에 위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은 위헌제청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지만 이러한 위임의 위헌 여부는 결국 직접 위임을 하고 있는 조항인 법 제61조 제4항의 위헌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법 제61조 제4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여기서 이를 따로 논의할 일은 되지 못한다.
나. 안마의 개념문제
위헌제청의 이유에 의하면 안마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거나 이의 추론을 가능케 하는 규정이 법률에 없으므로 어떤 것이 안마에 해당하는지를 예측하기 어려워 적용대상이 매우 모호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의료법 제67조에 규정된 안마행위라 함은 사람의 건강증진이나 피로회복을 목적으로 손이나 특수한 기구로 몸을 주무르거나 누르거나 잡아당기거나 두드리거나 하는 등의 안마, 마사지 또는 지압 등 각종 수기요법과 이에 부수하여 간단한 전기기구 등을 사용하는 자극요법에 의하여 인체에 대한 물리적 시술을 하여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킴으로써 뭉쳐진 근육을 풀어주는 등에 이를 정도의 행위라는 것(대법원 2001. 6. 1. 선고 2001도1568 판결, 공보 2001. 7. 15. (134), 1562 참조)이고 이러한 이해는 안마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적 이해와 일치하는 것이므로, 법이 비록 그 개념에 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있다 하여도 그 개념이 모호하거나 불명확하여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법률의 명확성원칙에 어긋나는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다. 소 결
그러므로 법 제67조 중 계쟁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4. 법 제61조 제1항 및 제4항에 대한 판단
위헌제청이유에 의하면 법 제61조 제1항이 규정하는 안마사의 자격인정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아니고, 자격인정제도를 전제로 할 때에 자격인정의 요건을 법률이 직접 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하위법규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위헌의 의심이 있다는 것이므로 법 제61조 제1항을 분리하여 독자적인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은 아니고, 제1항을 기초로 하여 제4항이 위임규정을 둔 것이므로 위임을 직접 정하고 있는 제4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이들 두 조항 모두에 대한 판단으로 삼는다.
가.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송인준의 의견
(1)위헌제청의 이유에 의하면 법 제61조 제1항이 “안마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이어 그 제4항에서 안마사의 자격인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임은 헌법상의 포괄위임금지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해 사건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헌제청법원이 이 조항에서 제기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발단한 것이다.
법 제61조 제4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2000. 6. 16. 보건복지부령 제153호로 개정된 것)는 제1항에서 “1. 초·중등교육법 제2조 제5호의 규정에 의한 특수학교 중 고등학교에 준한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제2조의 규정에 의한 물리적 시술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2. 중학교 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의 안마수련과정을 마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여,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예컨대 당해 사건의 피고인과 같은 사람)은 안마사 자격을 원천적으로 받을 수 없도록 이를 제외하는 기준 내지 범위를 설정하고 있는바[이 기준을 이하에서는 편의상 비맹제외기준(非盲除外基準)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비맹제외기준이 과연 법 제61조 제4항이 제시하는 위임의 기준과 범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을 제청법원이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2)그러나 이른바 경찰허가는 법령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특정한 경우에 해제하여 일정한 행위를 적법하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행정행위로서, 그 허가의 기준이 법령에 정하여진 경우에는 그 허가 여부는 기속행위가 되고 허가의 기준이 법령에 정하여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허가여부는 재량행위가 되는 것이어서,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금지된 영업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것인 경우 본래 그 허가의 기준을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헌재 1998. 11. 26. 97헌바31 , 판례집 10-2, 661-662 참조). 그리고 법률의 위임조항에서 위임의 구체적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해 법률의 전반적 체
계와 관련규정에 비추어 위임조항의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명히 확정할 수 있다면, 이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백지위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헌재 1994. 7. 29. 93헌가12 , 판례집 6-2, 53; 1995. 11. 30. 94헌바40 등, 판례집 7-2, 616; 1996. 10. 31. 93헌바14 , 판례집 8-2, 422; 1998. 11. 26. 97헌바31 , 판례집 10-2, 662 등 참조). 또한 입법부가 일정한 전문분야에 관한 자격제도를 마련함에 있어서는 그 제도를 마련한 목적을 고려하여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제도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이 명백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입법부의 정책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헌재 1996. 4. 25. 94헌마129 , 95헌마121 , 판례집 8-1, 449, 460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안마사 자격인정 제도는 안마사업에 종사할 수 있는 국민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일반적으로 금지한 후 그와 같이 금지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일정한 경우에 한해 회복시켜 주는 이른바 강학상의 허가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본래 그 허가기준을 반드시 법률로 상세히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법률에서 자격인정을 받아야 안마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위임입법의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야 하며, 따라서 자격인정의 구체적인 대상이나 요건 등을 행정부에서 정하도록 법률로 위임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입법자로부터 그러한 위임을 받은 행정부는 시행규칙을 제정하여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특정할 권한도 위임받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에 따라 행정부의 장애인 복지 시책 일환으로 안마사의 자격을 시각장애인에 한해 부여하는 것도 행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달린 일이라고 해야 한다.
나아가 법 제61조 제4항은 안마사의 자격인정, 그 업무한계 및 안마시술소의 시설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위임사항을 개별적, 한정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법의 목적(제1조:“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과 일반적으로 자격인정제를 두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자격인정의 기준은 적정한 안마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자, 즉 안마에 관한 소정의 교육을 받은 자나 특히 안마행위를 하기에 적합한 전문적 기술이나 신체적 조건을 갖춘 자 등에게만 자격을 인정하리라는 것을 일반인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보인다. 이처럼 의료법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규정에 비추어 위임조항인 법 제61조 제1항 및 제4항의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명히 확정할 수 있는 이상, 위 법률 조항이 비맹제외기준과 같은 안마사의 자격인정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회유보 원칙 내지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3)나아가 위임법률이 헌법상의 의회유보 원칙 내지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법률 적용 현실을 무시한 채 형식논리에 집착하여 법률문언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되고, 당해 법률이 생활세계에 적용되는 구체적 현실과 연혁, 그에 따라 형성된 국민의 법의식 및 그 법률 적용의 역사에 대한 신뢰보호 등의 관점에 비추어서도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안마사제도의 시행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원래 안마사제도는 1912. 3. 27. 조선총독부 제생원 관제(칙령 제43호, 조선총독부관보 호외 1912. 3. 28.자 8-9쪽 참조)에 의해 설치된 경성제생원(국립서울맹학교의 전신)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침술과 안마술 교육을 실시한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인정하여 1914. 10. 29. 조선총독부 경무총감부령 제10호 안마술, 침술, 구술영업취체규칙(조선총독부
관보 제673호, 442쪽 참조)에서 안마사의 자격제도를 마련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으로 육성하였다.
(나)이어 1962. 3. 20. 법률 제1035호로 국민의료법을 대체하여 전문 개정된 의료법 제38조 제1항 단서에 기해 1963. 12. 12. 보건사회부예규인 안마사허가에관한규정(의무 1421. 6-40429, 1963. 12. 12. 공포, 시행) 제3조로 안마사의 자격요건을 규정하였는데, 그 중 특히 제1호는, “문교부장관이 인가하고 보건사회부장관이 지정하는 맹학교에서 안마, 마사지, 지압, 전기 기타 자극법에 대하여 3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도록 하였다.
(다)그리고 1975. 12. 31. 법률 제2862호로 전문 개정된 의료법 제61조 제1항은 법률 자체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의 자격을 인정하도록 규정한 바도 있다. 그리고 1984. 10. 15. 보건사회부령 제757호로 제정된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 한해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라)나아가 1981. 12. 31. 법률 제3504호로 전문 개정된 의료법 제67조에서부터 무허가 안마업을 한 자를 형사처벌하기 시작하였다.
(마)이어 1987. 11. 28. 법률 제3948호에 의해 맹인에 대해 안마사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삭제되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게 되었는데, 1989. 2. 28. 개정된 보건사회부령 제827호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인정하도록 하였다.
(바)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의료법 규정 및 2000. 6. 16. 보건복지부령 제153호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도 위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장구한 안마사제도의 시행 역사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반인들의 의식에도 안마사는 원칙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허용되는 업종이라는 법의식이 형성되어 왔다고 할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들도 안마사업은 원칙적으로 자신들에게 허가되는 업종이라고 여겨 그에 관한 정부정책에 대해 신뢰를 형성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안마시술은 시각장애인이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관습과 국민의 법의식이 존재하여 그러한 관습과 법의식을 밑바탕에 깔고 이 조항이 입법된 것이며, 비맹제외라는 기준이 비록 법 제61조 제4항의 문언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정부정책에 대한 시각장애인들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에서 볼 때,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가 비맹제외기준을 설정한 것은 법 제61조 제4항에 내포된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고 이는 국민들이 능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와 반대로 국민들이 이를 예상하기 어려운 것임을 전제로 법 제61조 제4항이 아무런 범위의 제한 없이 위임을 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은 이유가 없게 된다.
(4)또한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안마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지기 어려운 반면 시각장애인 아닌 자들은 안마사 자격대상에서 배제되더라도 다른 직업을 얻을 수 있으므로, 시각장애인 아닌 자들의 안마사업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보호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각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 그에 따라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우대조치를 취하는 것이 헌법 제34조에 의해 선언된 사회국가원리에 따라 장
애인들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도, 시각장애인에 한해 안마사 자격을 인정하는 위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의 근거인 이 사건 의료법 규정을 헌법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겠다.
또한 설령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가 시각장애인에 한하여 안마사자격을 인정하여 위헌의 의심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만을 이유로 그 상위규범인 의료법 제61조 제1항, 제4항을 위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우리 재판소도, “위임입법의 법리는 헌법의 근본원리인 권력분립주의와 의회주의 내지 법치주의에 바탕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부가 제정한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내용이 정당한 것인지 여부와 위임의 적법성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내용이 헌법에 위반될 경우라도 그 대통령령의 규정이 위헌으로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로 인하여 정당하고 적법하게 입법권을 위임한 수권법률조항까지도 위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여러 차례 판시하여(헌재 1996. 6. 26. 93헌바2 , 판례집 8-1, 525, 537; 1997. 9. 25. 96헌바18 등, 판례집 9-2, 357, 373), 하위법규의 규정 내용으로 인하여 상위규범인 법률의 위헌여부가 문제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5)또한 의료법상 간호조무사(같은 법 제58조 제3항), 전염병예방법상의 방역관 (같은 법 제44조 제2항),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의 유독물관리자(같은 법 제25조 제1항), 소음·진동규제법상의 환경관리인(같은 법 제21조 제5항) 등과 같이 법률에 자격인정 요건을 정하지 않고 하위 법규에 구체적인 자격인정 요건을 정하도록 위임한 법률 규정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안마사에 관한 이 사건 의료법 제61조 제1항 및 제4항이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재판소는 위 의료법 규정과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는 구 직업안정및고용촉진에관한법률(1967. 3. 30. 법률 제1952호로 제정되고, 1989. 6. 16. 법률 제4135호로 최종개정된 것) 제10조 제1항(“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2항(“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의 종류·요건·대상·기타 허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에 관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6. 10. 31. 93헌바14 , 판례집 8-2, 432 참조).
만약 위에 든 모든 법률 조항을 위헌인 것으로 본다면 현행법상 인정되고 있는 상당수의 자격위임 조항들을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게 되어 현대 복지행정국가에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위임입법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6) 소 결
그러므로 법 제61조 제1항 및 제4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주선회의 위헌의견
(1)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2000. 6. 16. 보건부령 제153호로 개정된 것) 제1항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은 안마사자격을 원천적으로 받을 수 없도록 이를 제외하는 기준 내지 범위(이른바 非盲除外基準)를 안마사의 자격인정요건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안마사 직업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므로 이는 기본권의 제한과 관련된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사항이어서 마땅히 법률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른바 의회유보의 원칙)이고 하위법규에 그 입법을 위임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선 법 제61조 제4항이 비맹제외와 같은 기본권과 관련된 본질적인 사항을 하위법규에 입법위임을 한 것은 의회유보의 원칙에 어긋나서 위헌임을 면할 수 없다.
(2)법 제61조 제4항은 안마사의 자격인정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위임을 하면서도 위임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인 범위를 전혀 정한 바가 없다. 그러므로 국민들로서는 하위법규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여질 안마사의 자격인정요건이 어떤 것이 될 것인지를 법 제61조 제4항만에 의하여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의료법의 다른 규정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살펴보아도 안마사의 자격인정요건의 기본적 윤곽을 짐작케하는 아무런 단서를 발견할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비맹제외기준 같은 것을 시사하는 규정은 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조항은 하위법규에 입법을 위임하면서 아무런 기준과 범위를 설정하지 아니한 것이고 이는 포괄위임을 금지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3)합헌의견은 안마사의 자격에 관하여는 비맹제외의 기준이 오래 전부터 사회적 관습으로 형성되어 있고 국민의 법의식도 이와 일치되어 이러한 사회적 관습과 국민의 법의식을 기초로 하여 이 조항이 입법된 것이므로 이 조항에는 비맹제외의 기준이 내포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어서 이 조항은 포괄위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규정의 문언에는 전혀 제시되지 않은 기본권제한의 사유를, 더구나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수반되는 그러한 기본권제한의 사유를, 사회적 관습과 국민의 법의식에 기초하여 해석으로 추출하여 내는 것은 법치국가적 원리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쉽게 허용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사회적 관습과 국민의 법의식이라고 하는 것은 다양하게 평가될 수 있고 가변적이므로 그 내용을 확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들이 이 조항 속에 비맹제외의 기준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조항의 경우에는 비맹제외기준과 같은 것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여서는 곤란한 무슨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기준이 성질상 행정입법에 의하여 탄력적으로 대처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는 사유라고 보기도 어렵다.
(4) 소 결
따라서 법 제61조 제1항 및 제4항은 입법위임의 헌법상 한계를 일탈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5. 결 론
그러므로 구 의료법(2000. 1. 12. 법률 제6157호로 개정된 후 2002. 3. 30. 법률 제6686호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별 지〕
나.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요지
(1) 법무부장관(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
의료법과 안마사에 관한 규칙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위하여 필요한 교육과정 및 교육기관 등에 대하여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극히 소수를 차지하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안마시술 교육기관은 일반교육기관과 달리 체계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대상황에 따라 변동가능성이 커서, 일반 의료행위에 대한 법률규정과 그 규정형식 및 실질을 달리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보건복지부장관
또한 위 의료법 제61조 제1항 및 제4항은 처벌법규가 아니므로 이를 처벌법규로 보아 위임의 구체성을 논하는 것도 부당하다.
②‘안마’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불명확하다고 할 수도 없다.
(3) 노동부장관
정부는 시각장애인의 직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직업활동은 극히 미흡한 상태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및 직업훈련기관 등에서도 안마업 이외의 직종에 대한 훈련을 실시하기 어려우며, 또 훈련 후 취업을 시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에 대해 안마업을 영위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4)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한의사협회
최근 스포츠 마사지사, 건강관리사, 운동 처방사, 경락마사지사, 생활건강 관리사, 발관리사, 카이로프렉틱사 등의 유사의료행위 내지 유사안마행위가 범람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합법화하면, ① 의료법상의 자격을 갖춘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들은 독립된 업소 개설권을 갖지 못하고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치료보조행위만을 할 수 있음에 반하여 단기간의 사설교육과정을 거친 유사안마행위자들은 독립된 업소개설권을 갖게 되어 기존 의료제도를 크게 위협하게 될 것이고, ② 유사안마업자들로 인해 의료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환자들이 양산될 우려가 있으며, ③ 국민들의 건강을 무면허의료인에게 맡기게 되는 것으로 국가의 의료정책에 반하게 된다.
(5) 사단법인 대한안마사협회
이 사건 의료법 규정은 처벌법규위임의 한계를 위반한 것이 아니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