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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성매수자 신상공개의 위헌 여부 -
(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판례집 15-1, 624)
정 광 현*1)
1.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20조 제3항, 제4항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
2.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규정한 법 제20조 제2항 제1호가
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다.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
마.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3. 신상공개의 시기ㆍ기간ㆍ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법 제20조 제5항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은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2000. 2. 3. 법률 제6261호로 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0조 제2항 제1호, 제3항, 제4항, 제5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20조(범죄방지 계도) 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의 범죄방지를 위한 계도문을 년 2회 이상 작성하여 관보게재를 포함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전국에 걸쳐 게시 또는 배포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계도문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의 성명, 연령, 직업 등의 신상과 범죄사실의 요지를 그 형이 확정된 후 이를 게재하여 공개할 수 있다. 다만 죄를 범한 자가 청소년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5조의 규정을 위반한 자
2.~7. (생략)
③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신상 등의 공개를 결정함에 있어서 공개대상자 및 대상 청소년의 연령, 범행동기, 범행수단과 결과, 범행전력, 죄질, 공개대상자의 가족관계 및 대상 청소년에 대한 관계, 범행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공개대상자 및 그 가족 등에 대한 부당한 인권침해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④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신상공개의 경우 제5조 내지 제10조의 규정에 의한 죄의 대상청소년과 피해 청소년의 신상은 공개할 수 없다.
⑤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계도문 게재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시기ㆍ기간ㆍ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5조(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2000. 2. 3. 법률 제6261호로 제정되고, 2001. 5. 24. 법률 제64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청소년”이라 함은 19세 미만의 남녀를 말한다.
2.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라 함은 청소년, 청소년을 알선한 자 또는 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보호ㆍ감독하는 자 등에게 금품 기타 재산상 이익이나, 직무ㆍ편의제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가. 청소년과의 성교행위
나. 청소년과의 구강ㆍ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행위
3. (생략)
가. 제청신청인은 청소년 성매수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자이다.
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2001. 5. 3. 법 제20조에 근거하여 제청신청인의 성명, 연령,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과 범죄사실의 요지를 관보에 게재하고 역시 같은 내용을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6개월간, 정부중앙청사 및 특별시ㆍ광역시ㆍ도의 본청 게시판에 1개월간 게시하기로 하는 결정을 하였다.
다. 이에 제청신청인은 2001. 7. 16. 서울행정법원에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상대로 위 신상등 공개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그 소송 계속중 법 제20조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라. 서울행정법원은 법 제20조 제1항에 관하여는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고, 같은 조 제2항 제2호 내지 제7호에 관하여는 신청을 각하하였으며, 같은 조 제2항 제1호, 제3항, 제4항, 제5항에 관하여는 신청을 받아들여 2002. 7. 26.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1) 청소년 성매수자의 신상공개는 특별예방의 효과와 일반예방의 효과를 기하고 있으므로 그 실질적인 속성은 형벌이다. 한편,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그 형의 확정 후 이루어지는 신상공개는 그 대상행위 및 보호법익이 같다. 그러므로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헌법 제13조 제1항이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2) 신상공개가 형벌적 속성을 가지는 이상, 행정청인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및 적법절차원칙의 위반에 해당한다.
(1)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벌금형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받은 경우나 초범 등과 같은 경우에도 전국적 공개를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청소년 성매수자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다.
(2) 법 제20조 제2항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보다 불법성이 더 큰 여러 범죄들, 예컨대 미성년자 살해행위, 미성년자 약취유인행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인질강도행위 등에 관하여는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의 범죄들은 모두 청소년 보호라는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인 점에 있어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성범죄자에 대해서만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법 제20조 제2항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들 중에서도 일부에 대해서만 신상공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성범죄와 그렇지 않은 성범죄는 그 보호법익이 청소년의 보호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양자를 나누는 기준은 모호하므로, 결국 여기서도 평등원칙 위배의 문제가 발생한다.
(1)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청소년의 성보호를 달성하기 위해 입법정책적으로 채택된 것으로서, 처벌ㆍ보안처분 등 전형적인 형사제재 이외의 새로운 형태의 범죄예방수단이라 할 것이고, 그 본질ㆍ목적ㆍ기능에 있어서 형벌과는 다른 의의를 지니므로 형벌부과와 별도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이 되지 않는다.
(2) ‘청소년의 성보호’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로서, 형사처벌과 보안처분을 강화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것이 현행 신
상공개제도와 비교하여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전국적 일반공개가 아니라 일정한 행정당국이 그 명단을 등록ㆍ보관하면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만 정보를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방법은 실효성 획득을 위해 현재의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될 것을 요구하는바, 그렇게 될 경우 현행 신상공개제도보다 덜 침해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들 방법을 취하지 않고 현행 신상공개제도를 취한 것이 피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익인 ‘청소년의 성보호’를 위한 것이고, 공개대상항목은 성명, 연령 및 생년월일, 직업, 주소(확정판결문에 기재된 것을 기준으로 시ㆍ군ㆍ구까지만 포함됨), 범죄사실의 요지 등으로서, 법원의 확정판결문에서 공개되는 대상항목의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다. 또한, 현실적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혹은 구속 또는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범죄행위가 알려지는 것이 보통인 점 등을 감안할 때, 현행 신상공개제도가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한 제도라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성범죄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3)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있어서 보호법익은 청소년의 성보호에 있지만, 미성년자 살해행위, 미성년자 약취유인행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인질강도행위 등은 각각 그 보호법익이 미성년자의 생명, 자유, 재산 등에 있으므로, 결국 위 두 가지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므로 양자를 달리 취급하더라도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한,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와 그렇지 않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나눈 것은 행위의 대상ㆍ목적ㆍ태양 등의 차이점에 근거한 것으로서, 합리적 차별에 해당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4) 신상공개는 처벌이나 형벌이 아니므로 법관에 의해 신상공개 여부가 결정될 필요는 없다. 또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거쳐 형이 확정된 이후에 신상공개가 결정되고, 신상공개사전심의위원회운영규정 제9조 제3항에 의하여 신상공개 대상자로 선정된 자에 대해 의견진술기회가 부여되며, 행정소송을 통해 신상공개결정의 적법 여부를 다툴 기회가 보장되고 있다. 이
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거나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1. 법 제20조 제3항 및 제4항에 관하여
제청법원은 법 제20조 제2항 제1호를 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법 제20조 제3항 및 제4항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 조항에 대해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그러나 법 제20조 제2항 중 제2호 내지 제7호에 대해서는 위헌심판제청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설사 위 같은 항 제1호가 위헌으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법 제20조 제3항 및 제4항에 대해서까지 부수적 위헌선언을 할 것은 아니다.
한편, 제3항은 신상공개를 결정함에 있어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공개대상자 및 그 가족 등에 대한 부당한 인권침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고, 제4항은 피해청소년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서, 이들 조항의 내용은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의 위헌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들 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조항들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이 부분 위헌여부심판제청은 부적법하다.
2. 법 제20조 제2항 제1호에 관하여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의 합헌의견
(1)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위배 여부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법 제20조 제1항은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의 범죄방지를 위한 계도”가 신상공개제도의 주된 목적임을 명시하고 있는바, 이 제도가 당사자
에게 일종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줄 수 있다고 하여도, 이는 어디까지나 신상공개제도가 추구하는 입법목적에 부수적인 것이지 주된 것은 아니다. 또한, 공개되는 신상과 범죄사실은 이미 공개재판에서 확정된 유죄판결의 일부로서, 개인의 신상 내지 사생활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공익목적을 위하여 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수치심 등이 발생된다고 하여 이것을 기존의 형벌 외에 또 다른 형벌로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신상공개제도는 헌법 제13조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2)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여부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자 본인을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성폭력위험으로부터 사회 공동체를 지키려는 인식을 제고함과 동시에 일반인들이 청소년 성매수 등 범죄의 충동으로부터 자신을 제어하도록 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서,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목적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익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에 비하여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를 살펴보면, 법 제20조 제2항은 “성명, 연령, 직업 등의 신상과 범죄사실의 요지”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이미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이라는 공적 기록의 내용 중 일부를 국가가 공익 목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밝혀진 범죄인들의 신상과 전과를 일반인이 알게 된다고 하여 그들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신상과 범죄사실이 공개되는 범죄인들은 이미 국가의 형벌권 행사로 인하여 해당 기본권의 제한 여지가 일반인보다는 더 넓다. 청소년 성매수 범죄자들이 자신의 신상과 범죄사실이 공개됨으로써 수치심을 느끼고 명예가 훼손된다고 하더라도 그 보장 정도에 있어서 일반인과는 차이를 둘 수밖에 없어, 그들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도 그것이 본질적인 부분이 아닌 한 넓게 제한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
으므로 결국 법 제20조 제2항 제1호의 신상공개는 해당 범죄인들의 일반적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3)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
신상공개가 되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규정한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은 성인이 대가관계를 이용하여 청소년의 성을 매수하는 등의 행위로 인하여 야기되는 피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는데 있는 것이고, 이에 비추어 볼 때 청소년 대상 성범죄와 그 밖의 일반 범죄는 서로 비교집단을 이루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우며, 나아가 그러한 구분기준이 특별히 자의적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또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가운데 공개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그 행위의 대상이나 형태에 있어서 청소년 성매수 행위의 공범적 성격의 것들로서 행위불법성의 차이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므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일부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차별입법이 자의적인 것이라거나 합리성이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신상공개제도로 인하여 기본권 제한상의 차별을 초래하나, 그 입법목적과 이를 달성하려는 수단간에 비례성을 벗어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4)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제청법원은 신상공개제도가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하나, 앞서 보았듯이 신상공개제도는 ‘처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제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5) 적법절차 위배 여부
법 제20조 제3항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신상 등의 공개를 결정함에는 범행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고, 제5항은 구체적인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하
위 법규에서는 이러한 법의 취지에 따라 신상공개 대상자로 선정된 자에 대하여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기회를 주도록 하고, 지정된 기일까지 의견진술을 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며, 의견진술을 한 자에 대하여는 재심의를 하여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최소한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춘 기관이고(청소년보호법 제29조, 제32조 등 참조), 신상공개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해 그 적법 여부를 다툴 기회가 보장되고 있으며, 이미 법관에 의한 재판을 거쳐 형이 확정된 이후에 신상공개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법 제20조 제2항 제1호의 신상공개제도는 법률이 정한 형식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며 그 절차의 내용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것이므로 절차적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위헌의견
(1) 인격권의 침해
(가) 사회활동을 통한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위해서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인자가 될 수 있는 각종 정보자료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하여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신상공개제도는 이러한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현저하게 제한함으로써 범죄인의 인격권에 중대한 훼손을 초래한다.
(나) 신상공개제도는 소위 ‘현대판 주홍글씨’에 비견할 정도로 수치형과 매우 흡사한 특성을 지닌다. 즉,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대상자를 독자적 인격의 주체로서 존중하기보다는 대중에 대한 전시(展示)에 이용함으로써 단순히 범죄퇴치수단으로 취급하는 인상이 짙다. 그러나 이는 비록 범죄인일망정 그가 지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적 의무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의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 청소년 성매매의 폐습을 치유함에 있어서는, 형벌이나 신상공개와
같은 처벌 일변도가 아니라, 성범죄자의 치료나 효율적 감시, 청소년에 대한 선도, 기타 청소년 유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추진과 같은 다양한 수단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오히려 전체 청소년 성매수 사건 중 적발되는 사건의 비율이 극히 미미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은 근본적인 예방책에 치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함에도 국가가 이러한 노력을 다하기도 전에 개인의 인격권에 중대한 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신상공개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라) 무릇 형벌은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가져오는 탓에 국가적 제재의 최후수단(ultima ratio)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미 그러한 형벌까지 부과된 마당에, 형벌과 다른 목적이나 기능을 가지는 것도 아니면서, 형벌보다 더 가혹할 수도 있는 신상공개를 하도록 한 것은 국가공권력의 지나친 남용이다. 더구나, 신상공개로 인해 공개대상자의 기본적 권리가 심대하게 훼손되는 데에 비해 그 범죄억지의 효과가 너무도 미미하거나 불확실한바, 이러한 점에서도 법익의 균형성을 현저히 잃고 있다고 판단된다.
(마) 결국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대상자의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평등원칙 위반
법 제20조 제2항 제1호는 범죄방지를 이유로 청소년 성매수자의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그런데 일반 범죄자 및 일부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이하 ‘일반범죄자등’이라 한다)에 대해서는 신상공개를 통한 위와 같은 제한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범죄방지의 필요성은 일반범죄자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그러므로 양자를 차별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헌법상 해명의 필요가 있는 바, 청소년 성매수자가 신상공개되는 것은 일반범죄자등보다 죄질이나 법정형이 더 무겁거나 재범의 위험성이 보다 더 높아서가 아니다. 그리고 청소년에게 성매수행위의 상대방이 되도록 유인ㆍ권유한 자(법 제6조 제4항) 등은 모두 청소년 성매매를 유발ㆍ조장하는 범죄자들로서, 청소년 성매수자보다 더
무거운 법정형이 예정되어 있는 데도, 신상공개는 되지 않는 점에서 ‘청소년의 성 보호’라는 보호법익의 특수성이 신상공개 여부를 나누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일반범죄자등과 청소년 성매수자를 차별할 만한 다른 합리적 이유는 찾기 어렵고, 다만 성인 남성들에게 청소년 성매수행위를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입법의도만 유일한 차별근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의도가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정당화할 만큼의 성질이나 비중을 가지고 있지 않음은 이미 앞에서 인격권의 침해 여부를 논하면서 살펴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일반범죄자등과는 달리 청소년 성매수자만 차별하여 신상공개를 하는 것은 그 차별의 이유와 차별의 내용 사이의 적절한 균형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3. 법 제20조 제5항에 관하여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의 합헌의견
법 제20조 제5항에서 위임되는 “구체적인 시기ㆍ기간ㆍ절차 등”은 신상공개에 있어서 본질적 부분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볼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령에 규정될 “시기”는 법 제20조 제1항(“계도문을 연 2회 이상 작성”)을 고려하면 연 2회 이상으로서 각 확정판결 후 이에 가까운 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간”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합리적인 기간으로서 위 조항이 “연 2회 이상”이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통상 6개월 범위 내일 것이 예측될 수 있으며, “절차”는 제3항 등 법상의 제 규정을 참조할 때 그 절차의 일반적 내용의 대강이 예측될 수 있고, “등”은, 시기, 기간, 절차와 유사하게, 신상공개시 필요한 그 밖의 사항이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것임이 어느 정도 예측될 수 있으므로, 결국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이 예측가능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법 제20조 제5항은 헌법상의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성,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위헌의견
신상공개제도에 있어서 그 시기ㆍ기간ㆍ절차 등은 단순한 부수적 사항이 아니라 신상공개제도의 전반적 성격 및 운용방향을 결정짓는 본질적 내용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기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항이다. 그럼에도 법 제20조 제5항은 이러한 시기ㆍ기간ㆍ절차 등에 관하여 그 기본내용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함이 없이 일체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따라서 하위법령을 보지 않고 법만 가지고서 신상공개의 구체적 시기ㆍ기간ㆍ절차 등에 관한 내용의 대강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위 법률조항은 포괄위임입법규정으로서, 헌법상 위임입법의 정당한 한계를 벗어났다.
이 사건에서는 이중처벌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적법절차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등 실로 다양한 쟁점이 문제되었다. 이 중에서도 세간에서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배 여부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 재판관 4인만 명시적으로 합헌 의견을 표명하였고, 나머지 5인의 재판관은 직접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적법절차원칙의 위배 여부와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위 5인의 재판관이 이들 쟁점에 관하여 명시적 판단을 유보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만으로도 신상공개를 위헌으로 선언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의미를 찾는다면, 위 5인의 재판관도 이중처벌금지원칙이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적법절차원칙의 위배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위 4인의 재판관과 암묵적으로 결론을 같이 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추론의
근거에 관하여는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과 관련하여 4인의 재판관과 5인의 재판관은 각각 합헌과 위헌으로 극명한 의견대립양상을 보여 주었다. 각각의 판단내용은 기술한 결정요지와 같고, 이를 굳이 반복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제한된 기본권을 “일반적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로 보고 있는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당해 기본권의 근거와 의의 등을 좀 더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아래에서는 먼저 신상공개제도의 입법배경, 미국과 영국의 입법례를 간단히 살펴본 후,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위주로 이 글을 전개하도록 한다.
가. 오늘날 성매매 등 아동에 대한 성착취는 전세계의 관심사가 되었다. 1989년 유엔 ‘아동권리조약(Convention on the Right of the Child)’ 제34조는 모든 형태의 성착취와 성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규정하였다.1)한편, 1996년에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상업적 성착취에 대항하는 제1차 세계 컨그레스’에서 채택된 선언문(Declaration)과 행동의제(Agenda for Action)는 참가국들에게 ① 아동의 권리를 인식하고 ② 아동권리조약의 완전한 이행을 적극적으로 표방하며 ③ 상업적 성착취의 희생자가 되는 아동의 수를 감소시키려는 국내의 의제를 향후 5년 이내에 개발할 것을 의무지웠다. 그러나 의무이행시한이 임박하기까지 우리나라는 이 의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2)
나. 한편, 1999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과 성인간의 매매춘행위,
소위 ‘원조교제’를 비롯하여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의 제작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한창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였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0년에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9,775건이었는데, 이는 1995년에 6,093건이던 것에 비해 무려 60.4%나 증가한 수치였다.3)특히 당시 매춘 청소년 중 중학생에 해당하는 16세 미만의 여자청소년이 40% 이상이었고 초등학생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매춘 청소년의 저연령화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공식적인 범죄통계로 추산되지 않는 성매매 대상 청소년은 엄청난 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사법당국은 가출 청소년 수를 대략 15만 정도로 추산하였는데,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속칭 ‘보도방’, 구인광고,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유흥업소를 비롯한 향락ㆍ퇴폐업소에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실제로 1997년 9월부터 1998년 8월 사이에 대검찰청의 단속현황 집계에 따르면, 3,437개의 단속업소에 총 5,048명의 청소년 불법고용이 단속되었으며,4)대부분이 접대부 내지는 윤락녀로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1997년부터 전화방, 게임방 등을 매개체로 소위 ‘원조교제’라는 신종 매매춘이 성행하면서 청소년 성매매의 실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국내에서의 10대 매매춘은 IMF 한파 이후 중산층이 급격히 몰락하고 빈민층이 증가하면서 확산되었다. 핸드폰, 옷, 음반 등 10대를 광고 모델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몰지각한 상혼도 소녀들을 윤락행위로 나가게 하는 데 일조하였다. 또한,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 돈이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천민자본주의’ 의식도 미성년자 윤락행위에 대한 죄의식을 희석시켰다.5)
그러나 매매춘의 대상이 된 소녀들의 미래는 참담하다.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성인이 되어 정상적인 남녀관계를 맺기 어렵다.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윤락가를 전전하며 굴곡진 인생을 보내기도 한다. 따라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춘행위를 하는 남성은 청소년을 파멸로 몰아가는 범죄자라는 사회적 인식의 제고가 절실히 요구되었다.
다른 한편, 기존의 형법, 윤락행위등방지법,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및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 등은 비록 매매춘 등에 관해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나 매춘 청소년도 함께 처벌의 대상이 되게 하는 등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규제함에 있어서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고, 또한 성매매 범죄에 대하여는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성매매가 날로 저연령화되고 청소년의 자발적 성매매가 급증하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특별법 형태의 법률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었다.
다. 이에 급증하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규제하고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기 위하여 당시 여당인 국민회의는 1999. 11. 4.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안”을, 야당인 한나라당은 같은 달 5. “청소년보호법중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 두 법률안은 모두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이는 소위 메간법(Megan's Law)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성범죄자등록법제와 같은 정보공개시스템을 도입하여 청소년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위 두 법률안에 대하여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의 대안이 제출되었고, 이것이 거의 원안대로 2000. 1. 14.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00. 2. 3. 법률 제6261호로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 제정ㆍ공포되기에 이른다.
(1) 역사적 배경
1994년 뉴저지(New Jersey) 주에서 메간 칸카(Megan Kanka)라는 7살 난 소녀가 2번의 성범죄 전과가 있는 남자에 의해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메간의 부모는 성범죄자가 이웃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더라도 이런 참혹한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성범죄자의 소재를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법의 제정을 촉구하였다. 이에 뉴저지 주 의회는 1994년 10월 ‘성범죄자 등록 및 통지에 관한 법률(sex offender registration and notification law)’을 제정하였는데, 이는 이후 메간법(Megan's Law)이라고 불리는 법률들의 효시가 되었다.6)
(2) 내용
미국의 각주가 채택하는 전형적인 메간법의 주요골자는 성범죄자의 등록과 지역사회에의 통지(신상공개)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매우 다양하여, 적용대상자, 등록사항의 범위와 등록절차, 공개범위ㆍ방법ㆍ절차, 그리고 담당집행기관 등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7)51개(50개주와 Washington D.C.를 합한 숫자임) 메간법의 내용을 간략히 비교ㆍ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가) 소급적용의 인정 여부
41개 주가 메간법의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다. 이들 중 어떤 주들은 법제정 전의 특정 시기에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만 그 법이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어떤 주들은 무제한적인 적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소급적용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미국의 각급 법원들간에 의견이 일치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원들은 위 법률의 소급
적용이 소급형벌금지원칙에서 말하는 처벌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8)최근에 연방대법원도 알래스카 주의 메간법에 관하여 6인의 다수의견으로 위 법률의 소급적용이 소급형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하였다.9)
(나) 등록 및 통지의 존속기간
29개 주는 단일의 존속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이 중 11개 주는 10년, 2개 주는 15년, 6개 주는 평생 동안 등록 및 통지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외 22개 주는 2단계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즉, “폭력성이 강한(violent)” 성범죄자는 “폭력성이 없는(nonviolent)” 성범죄자보다 존속기간이 길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5년과 10년으로 차등을 둔 곳이 1개 주, 10년과 20년으로 차등을 둔 곳이 2개 주, 10년과 평생으로 차등을 둔 곳이 13개 주, 최저 10년 이상과 최고 평생으로 차등을 둔 곳이 6개 주이다.
(다) 존속기간의 종료
존속기간은 몇 가지 방법에 의해 종료될 수 있는데, 가령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거나 사면이 되면 존속기간이 종료된다. 특히, 29개 주는 성범죄
자가 성공적으로 사회복귀를 하여 더 이상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존속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재심사청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법률상에 의해서든 사법적인 판단에 의해서든 신상공개 전에 성범죄자에게 사전청문절차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요청은 바로 이것과 관련된 것이다.10)
(라) 신상공개방법
1) 공개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공적 기록상의 정보는 공개적인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에 의해 일반대중이 접근하기 쉬워졌는데, 그러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전화서비스로 제공 (California, New York, Oregon, Florida)
② Internet으로 제공 (Alaska, Florida, Kansas, Michigan)
③ CD나 디스켓의 배포 (California, Indiana)
④ 지방신문에 게재 (Texas)
2) 열람 신청에 의한 공개
1997년 말 현재, 지역사회통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는 곳은 9개 주이다. 그러나 이 중 6개 주(Idaho, Indiana, Kansas, South Dakota, Utah, and Virginia)는 열람신청에 의한 공개를 허용하고 있다.11)
3) 지역사회통지(community notification)
42개 주가 지역사회통지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나머지 9개 주도 이러한 통지제도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통지제도와 관련하여서는 누가 통지를 받는가, 통지 여부에 대해 재량이 인정되는가, 단일한 통지 방식인가 아니면 단계적 통지방식인가, 어떤 정보가 통지되는가 하는 4가지 문제가 있다.
① 누가 통지를 받는가
∙17개 주 : 일반인 (public)
∙6개 주 : 이웃 (neighbors)
∙4개 주 : 누구나 (any person)
∙1개 주 : 지역사회(community)
∙3개 주 : 청소년 관련 단체 또는 기관
∙1개 주 : 아무런 특정도 하지 않음(Missouri)
∙10개 주 : 3단계 통지방식12)
② 통지 여부에 관해 재량이 인정되는가
20개 주에서는 지방의 법집행기관이 통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진다.
③ 단일한 통지방식인가 아니면 단계적 통지방식인가
10개 주(Arizona, Massachusetts, Minnesota, Montana, Nevada, New Jersey, New York, Rhode Island, Wyoming, Washington D.C.)에서는 3단계 통지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개는 독립적인 심사위원회에서 성범죄자의 개별적인 재범위험성을 평가하여 다음의 3단계로 분류한다.
∙1단계 : 재범위험성이 낮은 경우로서, 지역의 법집행기관(경찰 등)에게만 통지한다.
∙2단계 : 재범위험성이 보통인 경우로서, 학교, 교회, 청소년기관 등 특정한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통지한다.
∙3단계 : 재범위험성이 높은 경우로서, 일반이나 이웃에게도 통지한다.
④ 어떤 정보가 통지되는가
모든 주에서 성범죄자의 이름과 현 주소를 공개한다.13)그리고 일부 주에서는 신체의 특징이나 사진 등도 공개한다.
(3) 메간법과 관련한 쟁점
(가) 헌법적 쟁점
메간법에 관한 가장 핵심적 쟁점 중 하나는 동법에 의한 등록ㆍ통지가 처벌(punishment)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만일 처벌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에는 이는 이중위험(Double Jeopardy),14)사후입법(Ex Post Facto),15)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Cruel and Unusual Punishment)16)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 외에 메간법에 대해서는 유독 성범죄자에 대해서만 등록ㆍ통지를 하도록 한 것과 관련하여 평등원칙(Equal Protection)17)위반이 문제되며, 사전청문기회(prior hearing)가 주어지지 않고 등록ㆍ통지가 행해지는 것과 관련하여 절차적 적법절차(Procedural Due Process)18)위반이 문제되고 있으며, 향후 실체적 적법절차(Substantive Due Process) 위반 여부도 유력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19)
(나) 정책적 문제점
1) 사인의 보복행위(Vigilantism)
메간법의 시행 후 많은 시민들이 성범죄자의 집 앞에서 항의소동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 폭행ㆍ방화 등의 수단을 써 가면서까지 박해를 가하여 성범죄자를 마을로부터 내쫓으려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2) 등록의무의 불이행
많은 성범죄자들은 이러한 공공연한 냉대 및 박해를 피하기 위해 등록을 기피하는바, 이로 인해 오히려 메간법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3) 전통적인 교정ㆍ치료의 어려움
공공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성범죄자를 교정ㆍ치료하여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메간법은 성범죄를 일반사회로부터 공공연히 소외되도록 함으로써 성범죄자의 교정ㆍ치료 내지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저해한다.
4) 불안감의 조성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성범죄자의 재범의 위험이 여타의 범죄보
다 더 높지는 않다고 한다.20)그럼에도 메간법은 성범죄자의 재범의 위험이 더 높다는 전제에서 성범죄자에 관한 정보를 등록ㆍ통지함으로써 일반시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2000. 7. 1. 영국의 어느 밀밭에서 놀던 Sarah Payne이 실종되었다. 16일 후 그녀는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점에서 12마일이 떨어진 곳에서 벌거벗겨진 채 매장된 것이 발견되었다. 당국은 소아성애병자가 그 8살의 소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 비극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더욱 엄중한 법률을 마련할 것을 부르짖었다. 대중들은 영국 정부에 미국식 신상공개법과 같은 법안을 제정하라고 촉구하였다.
영국의 경우 메간법과 같은 법률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에 의해 1997년 이래 성범죄자 등록제를 두긴 하였지만, 의회는 일반대중으로 하여금 소아성애병자의 소재지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길 원하지 않았다. 이에 영국정부로 하여금 그러한 법률을 통과시키도록 촉구하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선정적인 신문사인 News of the World지는 범죄자들의 이름을 밝히고 그들을 모욕하기 위해 영국 도처에 있는 소아성애병자의 이름과 소재지를 웹사이트에 게시하였다. 그 결과 영국은 일찍이 미국이 메간법의 초기부터 경험했던 것과 똑같은 군중심리 문제를 목격하게 되었다. 흥분한 대중들은 소아성애병자의 집 밖에서 항의소동을 벌이고, 범죄자를 폭행하고, 소아성애병자를 마을에서 쫓아내고, 심지어는 한 사람을 자살의 지경으로까지 내몰았다. 그러자 정부는 그 웹사이트를 폐쇄하였다.
는 반대론자의 주장도 있었다. 반대론자들은 성범죄자들이 학대받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 법을 거의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들은 소아성애병자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피해자를 살해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은 친족간에 행해지고 있는 탓에 메간법은 별로 큰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들로 하여금 그 끔찍한 짓을 그만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성범죄자들의 정상적인 사회복귀에 대해서는 그 법률은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영국의 입법자들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2000년 말에 1997년의 성범죄법에 대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라법(Sarah's Law)라고 이름 붙여진 그 법은, 성범죄자들에 대한 등록의무를 더 강화하였으나, 성범죄자의 정확한 소재지에 대한 신상공개에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대신 경찰과 보호관찰관으로 재범위험심사회를 구성한 후, 동 심사회가 석방된 성범죄자 각각의 위험성 수준을 평가하고 일반대중을 보호하기 위한 전국적 지침을 집행하도록 하였다. 메간법과 유사하게 일반대중에게 지역별 성범죄자들의 숫자를 알아 볼 권한은 주면서도, 성범죄자들의 이름이나 주소를 확인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것은, 종종 자경주의(自警主義 vigilantism)로 이어지는 정보를 제공함이 없이, 일반대중들로 하여금 그 지역에 성범죄자의 위험이 있음을 주의하게 하려는 취지였다. 성범죄자들은 특정한 시간대에 특정 장소에 가는 것이 금지되고, 이러한 제한은 법관에 의해 평생동안 가해질 수 있다.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1년 이상 실형을 받은 성범죄자가 석방되는 것과 관련하여 의견진술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유죄확정된 자들은 석방된 후 72시간 내에 경찰에 가서 등록해야 한다.21)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처벌금지 조항은 법치국가의 중요한 요소인 법적 안정성 및 신뢰 보호를 위해 인정되는 일사부재리의 원칙(ne bis in idem)을 국가 형벌권의 기속원리로서 헌법상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된다.22)
이중처벌금지원칙은, “원칙”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형벌권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주관적 공권이라고 할 것이다.23)이러한 점에서 단순히 기본권 제한의 한계원리일 뿐 그 자체로는 주관적 공권으로서의 성격을 결여한 과잉금지원칙과는 본질적 성격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이중처벌금지원칙은, 비록 관련된 형벌들 각각이 또는 그 총합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거듭 부과될 경우에는 위헌이라는 것으로서, 복수의 국가작용이 존재함을 전제로 그 상호관계 속에서 위헌성을 발견하는 특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가령 어떤 범죄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A라는 형벌조항과 B라는 형벌조항을 만들었고, 각각의 형벌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간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총합도 범죄행위 억지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지는 않았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과잉금지원칙이라는 관점에서는 A형벌조항이나 B형벌조항에 관한 위헌성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러나 甲이라는 사람의 범죄행위에 대해 A형벌조항으로 이미 한번 형사처벌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다시 B형벌조항으로 처벌하려고 한다면 이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본다. 이번에는 A형벌조항은 법정형을 과도하게 규정하여 위헌적이고, B형벌조항은 전체적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합헌적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甲의 범죄행위에 대해 이미 A형벌조항으로 한번 처벌하여 그 형이 확정되었고, 甲은 A형벌조항 고유의 위헌성을 다툴 기회를 놓쳤다고 하자. 이 경우 과잉금지원칙의 관점에서 A형벌조항이 아니라 B형벌조항에 의해 처벌되었어야 했다는 점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즉, 이 경우에도 나중에 甲의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해 B형벌조항으로 다시 처벌하려고 하면 이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고, 따라서 B형벌조항에 의한 처벌은 위헌이 된다.
이러한 예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원칙은 형벌권이 중복 행사되고 있는 구조 속에서 곧바로 위헌성을 도출해 내는 도식적인 잣대라 할 수 있으며, 관련 처벌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1) 총설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24)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러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이 ‘형법상의 형벌’이 부과되는 경우로 한정되는지에 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이하에서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처벌을 형법상의 형이 부과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견해를 ‘형식설’, 그에 한정하지 않는 견해를 ‘실질설’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각각의 입법례와 장ㆍ단점 등을 살펴보겠다.
(2) 입법례
(가) 독일의 경우
독일은 기본법 제103조 제3항에서 이중처벌금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동 조항에서는 “누구도 동일한 행위를 이유로 일반형법에 근거하여(auf Grund der allgemeinen Strafgesetze) 거듭 처벌되지 아니한다.”25)라고 규정함으로써 이중처벌금지원칙에서 말하는 처벌의 의미를 일반형법26)에 근거한 경우로 한정하였다. 따라서 징계처분이나 과태료(Geldbuβe) 등 일반형법과는 법적 근거나 목적이 다른 각종 국가의 제재가 병과되더라도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는 않는다.27)그러므로 독일 기본법은 일견 형식설을 취한 입법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미국의 경우
미국은 수정헌법 제5조에서 “누구도 … 동일한 범행으로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을 거듭 겪지 아니한다.”28)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중위험금지원칙은 동일한 범행에 대하여 여러 번 ‘형사처벌(criminal punishment)’을 하는 것만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29)
그런데 미연방대법원에 의하면 어떤 제재가 민사적인지 아니면 형사적인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다음의 두 가지가 검토되어야 한다고 한다.30)첫째, 입법의도가 민사적 구제수단(civil remedy)을 창설하는 데 있었는가 아니면 형사적 제재를 창설하는 데 있었는가? 만일 입법자가 형사제재를 의도하였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그 제재는 형사적인 것이 된다. 둘째, 입법
자의 의도가 민사적 구제수단을 마련하려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고 할 때, 그럼에도 그 효과 등이 너무나 형사제재적이어서(punitive) 그러한 민사적 구제수단을 형사제재로 변질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두번째 질문과 관련하여서는 주로 다음의 7가지 세부사항31)이 고려되고 있다.
①제재가 적극적인 권한박탈이나 제한(affirmative disability or restraint)을 야기하는지
② 그 제재가 역사상 처벌로 간주되어 왔는지
③ 고의(scienter)가 인정될 때에만 그러한 제재가 행해지는지
④ 그러한 제재가 전통적인 처벌의 목적, 즉 응보(retribution)와 억지(deterrence)에 기여하는지
⑤ 그러한 제재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이미 범죄인지
⑥ 응보나 억지 이외의 목적(alternative purpose)이 그러한 제재에 합당한지
⑦ 응보나 억지 이외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제재가 과도한지
결국 미국에서는 법률의 실제 효과 등을 고려하여 처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바, 일견 실질설을 취한 예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세부사항의 검토에 있어서는 관련 법률조항을 문면상으로(on its face) 심사하도록 하고 있고, 입법의도와 배치되게 민사적 구제수단으로 불리던 것을 형사제재라고 볼 수 있으려면 가장 명백한 증명(the clearest proof)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함으로써 실제로는 거의 형식설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3) 형식설과 실질설의 장ㆍ단점
(가) 형식설의 장ㆍ단점
형식설의 가장 큰 장점은, 형법상의 형벌이 부과되는 경우만 처벌이라고 봄으로써,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위반 여부를 가장 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나) 실질설의 장ㆍ단점
실질설의 장ㆍ단점은 형식설의 그것과 반대된다. 즉, 실질설은 이중처벌금지원칙을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 입각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좀 더 두텁게 보호할 여지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그에 반하여, 실질설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이 처벌인지 그 기준을 분명히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일련의 심사척도를 제시하고 있으나, 그러한 기준 자체가 과연 절대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당해 형벌유사적 제재가 과연 처벌에 해당하는지를 객관적이고도 명확하게 판별하기란 어렵다 할 것이다.
이러한 불명확성과 맞물려 실질설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형벌유사적 제재가 있고 나서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해 정식으로 형사소추가 된 경우33)피고인이 자신은 이미 한번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형사소추의 부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가? 이 경우 만일 법원이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면 그러한 확정판결에 대해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을 이유로 재심이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 한편, 실질적인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 생각되는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그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볼 것인가? 등등.
(4) 헌법재판소 판례의 경향
우리 헌법 제13조 제1항 후단은 독일의 기본법 103조 제3항과는 달리,
단순히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러한 처벌이 “일반형법”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는지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 판례는 대체로 미연방대법원의 판례와 비슷하게, 목적과 기능과 같은 실질적 기준에 의하여 형벌과 그 밖의 제재를 구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34)
그러나 예외도 없지 않다. 즉, 헌법재판소의 판례 중에는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형벌을 부과하면서 아울러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여 대상자에게 거듭 처벌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면 이중처벌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어 국가 입법권의 남용이 문제될 수도 있다 할 것이나, 이는 이중처벌금지원칙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러한 중복적 제재가 과잉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함으로써(헌재 2001. 5. 31. 99헌가18등, 판례집 13-1, 1017, 1100-1101) 일견 형식설을 취한 듯한 것도 있고, 또한 “어떤 행정제재의 기능이 오로지 제재 (및 이에 결부된 억지)에 있다고 하여 이를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선언함으로써(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판례집 15-2(상), 1, 10) 더 이상 목적ㆍ기능과 같은 실질적 기준을 가지고서 형사처벌 여부를 판별하기를 거부하는 듯한 판시를 한 예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실질설적 논증구조를 취했든 형식설적 논증구조를 취했든 헌법재판소는 예외없이 특정 형벌유사적 제재의 처벌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 왔다는 사실이다. 즉, 종래 판례가 대체로 실질설적 논증방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당해 형벌유사적 제재의 처벌성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기 위한 것이었지 그 처벌성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1) 총설
신상공개제도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는 이를 형벌이라고 보는 견해와 형벌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로 나뉜다. 형벌이라고 보는 견해에서는, 공개적인 모욕이나 명예실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적으로 형벌로 인식되어 왔다는 점,35)신상공개는 외형적으로는 단순히 범죄예방을 위한 정보제공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범의 위험성과는 무관하게 성범죄 자체에 대한 응보로서 행해지며, 그 위하적 효력을 통해 일반인의 범죄 충동을 억제한다는 형벌의 전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주된 논거로 들고 있다. 반면에, 형벌이 아니라고 하는 견해에서는, 신상공개는 최광의의 보안처분으로 볼 수 있으며, 그 본질, 목적, 기능에 있어서 형벌과는 다른 의의를 지니는 점, 형벌의 표지는 실정형법상 당해 제재가 형벌로 규정되어 있는지 여부로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주된 논거로 들고 있다.
그리고 전자의 견해에서는 이미 형을 받은 자에 대하여 다시 신상공개를 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하는 데 반하여,36)후자의 견해에서는 신상공개는 형벌이 아니므로 이중처벌이 아니라고 한다.37)
이와 유사한 논쟁은 미국에서도 있었다. 즉, 1994. 12. 5. 알래스카주는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로 하여금 자신의 일정한 정보를 관할 당국
에 등록하게 하고 또한 그 등록된 정보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성범죄자등록법을 제정하였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정보는 성명, 주소, 우편번호, 도시 등에 의해 검색이 가능하였으며, “등록된 성범죄자”라는 표제 하에 범죄자의 성명, 사진, 신체적 특징, 주소, 고용한 사람의 주소와 유죄판결 정보 등 모든 정보가 공개되었다. 이러한 성범죄자등록법은 그 제정 전에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도 적용되었다. Smith v. Doe 사건에서 원고는 위 법률이 미연방헌법 제1조 제10항 제1문이 규정하고 있는 사후입법처벌금지(Ex Post Facto)에 위반됨을 주장하였다. 사후입법처벌금지원칙은 행위시 법률에 의해 부과되던 형벌보다 더 중한 형벌을 부과하는 법률을 제정하여 이를 소급적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나 사후입법처벌금지 조항은 형벌법규에 대해서만 적용되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 핵심쟁점은 위 법률이 형벌법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하여 미연방항소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미연방대법원은 6 대 3의 의견으로 위 법률은 형벌법규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사후입법처벌금지 조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38)
아래에서는 이러한 미연방대법원 판결의 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어서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신상공개제도의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관하여 내린 판단을 검토하도록 하겠다.
(2) Smith v. Doe 판결의 요지
(가) 다수의견(대법관 Kennedy, Rehnquist, O'Connor, Scalia, Thomas의 의견)
알래스카 주 입법자는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인식 하에, 성범죄자에 관한 일정한 정보를 공공기관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공중의 안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성범죄자등록법의 입법의도는 공중의 안전 보호를 위한 규제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는 것이지, 형벌을 추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입법의도가 무시될 수 있을 정도로 성범죄자등록법의 효과가 지나치게 처벌적인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피상고인은 알래스카 주 성범죄자등록법, 특히 통지관련규정들이 식민지시대 당시의 수치형과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채찍질(whipping), 범죄자의 목과 양손에 칼을 씌우는 것(pillory), 낙인찍기(branding)와 같은 형벌은 신체적인 고통을 가할 뿐만 아니라 범죄자와 공중을 직접 대면하게 하였다. 공개적 망신이나 모욕 그리고 추방과 같이 신체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는 형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정보의 공개를 넘어서서, 한 개인을 자신의 동료 시민들 앞에 세워 놓고 정면으로 망신을 주거나 혹은 그를 공동체로부터 추방하는 것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알래스카 주법이 유발하는 낙인은 조롱과 수치를 주기 위한 공개적인 전시(展示)에서 생기는 결과가 아니라, 대부분 이미 공개되어 있는 범죄기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배포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수치형과는 달리, 알래스카 주는 공개와 그로 인한 결과적 낙인을 그 규제조치의 본질적 부분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위 법률에 의한 공개가 역사상 존재했던 수치형과 유사하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둘째, 위 법률은 성범죄자가 하려는 활동들을 제한하지 않으며, 그가 자유로이 직업이나 거주지를 바꾸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임대인이나 고용주는, 위 법률이 없어도, 임차인이나 피고용인의 전과기록을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위 법률로 인해서 성범죄자가 주거나 직업과 관련하여 불이익을 입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39)그러므로 위 법률은 성범죄자에 대해 적극적인 권한박탈이나 제한을 야기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셋째, 주는 성범죄자등록법이 장래의 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피상고인은 바로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성범죄자등록법은 형벌의 목적 중 하나인 범죄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처벌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범죄방지 목적이 존재한다는 점 그 자체만으로 그러한 제재수단들을 형벌적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의 규제권한을 심각히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다.
넷째, 성범죄자등록법이 비처벌적인 다른 목적이 있다는 사실은 이 법률
의 효과가 처벌적인 것이 아니라고 판단내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중에게 이웃에 사는 성범죄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공중의 안전에 기여하려는 목적은 단순히 형벌성을 은폐하기 위한 구실이나 위장으로 볼 수 없다.
다섯째, 항소법원은 위 법률이 장래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성범죄자를 적용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정보를 제공받는 사람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그 과잉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위 법률은 성범죄자 개개인의 위험성이 아니고 성범죄자 부류의 위험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공개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터넷에 접속하여 적극적으로 정보를 구하는 사람에 한하여 공개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공개에 불과하고, 더구나 오늘날 사람들의 이동성이 강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두고 과잉한 조치라 말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고의(scienter)가 인정될 때에만 그러한 제재가 행해지는지 여부와 그러한 제재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상과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볼 때, 민사적 규제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알래스카 주의 입법의도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위 법률의 효과가 처벌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나) 대법관 Souter의 별개의견
알래스카 주 성범죄자등록법에 의한 규제시스템은 형사처벌적 속성과 민사제재적 속성이 비등(比等)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법률의 합헌성 추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다수의견의 결론을 지지한다.
(다) 대법관 Stevens의 반대의견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법률은 그것이 적용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중대한 적극적 의무와 가혹한 낙인을 부과하고 있다. 나는, 어떤 제재가 범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에게 부과되고 여타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과되지 않으며, 당해 범죄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처벌에 속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이 그 제정 전에 범죄를 저지른 사
람에게 적용되는 한, 그것은 사후입법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라) 대법관 Ginsburg, Breyer의 반대의견
알래스카 주의 입법자가 성범죄자등록법을 규제적 조치로 인식하였는지 아니면 형사적 법률로 인식하였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한편, 위 법률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적극적인 권한박탈 및 제한과 관련되어 있다. 즉, 위 법률은 적극적인 범죄사실의 공개적 통지를 통해서 성범죄자를 심대한 모욕과 지역공동체에 의한 광범위한 배척에 노출시키고 있다. “등록된 성범죄자”라는 표시 하에 웹페이지 상에 성범죄자의 얼굴을 개시하는 것을 허용하는 공개적 통지와 관련된 규정들은 범죄자를 기피해야 할 사람으로 표시하기 위해 한때 사용되었던 수치형을 연상시킨다. 또한, 현재의 위험성이 아닌 과거의 범죄사실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 법률이 응보적으로 과거의 범죄사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것은, 위 법률의 비처벌적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그 제재조치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점이다. 일반공중에 대해서 지역공동체 내에 잠재적인 상습성범죄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일깨워 줌으로써 공중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목적 자체는 정당하지만, 알래스카 주 성범죄자등록법의 적용범위는 이러한 목적을 현저히 초과하고 있다. 위 법률은 장래의 위험성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성범죄자들에 대해 적용되고, 그 규제의 존속기간은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범죄가 중범죄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된다. 위 법률은 도대체 범죄인의 사회복귀(rehabilitation) 가능성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갖고 있지 않다. 과거의 성범죄자가 현재 재범의 어떠한 위험도 노정시키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무리 명백하여도, 그는 장기간의 감시와 피할 수 없는 모욕 하에 남는다.
이처럼 알래스카 주 성범죄자등록법은 입법의도가 모호하고 실제 효과가 처벌적인바, 그 소급적 적용은 사후입법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된다.
(3)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
(가) 이 사건 결정에서 재판관 5인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데 반하여, 재판관 4인은 신상공개가 이
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밝혔다.
(나)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을 부정한 재판관 4인은, “신상공개제도는 형의 종류를 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에 해당되지 않으나, 해당 범죄자에게 확정된 유죄판결 외에 추가적으로 수치감과 불명예 등의 불이익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불이익이 실질적으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살펴봄에 있어서는 신상공개제도의 입법목적, 공개되는 내용과 유죄판결의 관계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제한 후, 신상공개는 범죄방지를 위한 대국민 계도를 주된 목적으로 하며, 공개되는 내용은 개인의 신상 내지 사생활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이미 공개된 재판에서 확정된 유죄판결의 일부 내용으로서, 일종의 사례공개를 하는 정도에 불과한바, 이와 같은 신상공개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개인에게 수치심과 불명예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또 하나의 형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이로써 위 4인의 의견은 신상공개제도의 처벌성을 부정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형식설이 아니라 실질설의 논증구조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위 4인의 의견은 “신상공개제도는 후술하듯이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로 파악되기 어려운 이상, 비록 범죄자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수반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성매수 범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반사회적인 범죄에 대처하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이를 신상공개제도의 처벌성을 부정하는 이유 중 하나로 삼았는데, 이는 “응보나 억지 이외의 목적에서 볼 때 제재가 과도한지”를 당해 제재의 처벌성 여부의 판단지표로 삼는 미연방대법원의 Mendoza-Martinez 기준의 마지막 심사항목을 연상시킨다.
(다) 한편, 신상공개제도의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명시적 판단을 내리지 않은 나머지 재판관 5인은, 현행 신상공개제도가 단지 사례공개를 통해 일반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계도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굳이 당사자의 실명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과도하고, 범죄자에 관한 정보 제공을 통해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제공되는 정보가 불충분하고 공개시기 및 기간이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하였다. 즉, 응보나 억
지 이외의 목적에 비추어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과도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연방대법원의 Mendoza-Martinez 기준대로라면 위 5인의 입장에서는 신상공개제도를 처벌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더구나, 위 5인의 의견은 현행 신상공개제도가 수치형과 매우 흡사한 특성을 지닌다고 역설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배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이는, 위 재판관 5인이 형벌유사적 제재의 처벌성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실질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약점, 즉 판별기준의 불확실성과 거기서 파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난점들을 고려하여 형식설의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위 재판관 5인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에 형사처벌 후에 형벌유사적 제재가 중복적으로 부과되는 상황을 당해 형벌유사적 제재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자료로서 고려하고 있다. 또한, “무릇 형벌은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가져오는 탓에 국가적 제재의 최후수단(ultima ratio)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미 그러한 형벌까지 부과된 마당에, 형벌과 다른 목적이나 기능을 가지는 것도 아니면서, 형벌보다 더 가혹할 수도 있는 신상공개를 하도록 한 것은 국가공권력의 지나친 남용이다.”라고 설시하였는데, 이는 이미 형벌이 부과된 후에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다시 형벌유사적 제재가 가해지는 경우 그러한 형벌유사적 제재가 형벌과 똑같은 목적과 기능을 추구하고 있다면 그러한 범위에서는 형벌의 최후수단적 성격에 비추어 과잉제재로서 정당성이 없다고 보아야 함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재판청구권은 재판이라는 국가적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적극적 측면과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이 아닌 자에 의한 재판이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한 재판을 받지 아니하는 소극적 측면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헌법 제27조 제1항은 법관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민사ㆍ행정ㆍ선거ㆍ가사사건에 관한 재판은 물
론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아니할 권리를 보장한 것이라 해석된다(헌재 1998. 5. 28. 96헌바4, 판례집 10-1, 610, 618). 그러나 기술한 바와 같이 적극적으로 합헌의견을 개진한 재판관 4인뿐만 아니라 나머지 재판관 5인도 신상공개의 법적 성격을 형벌이라고 단언하지는 않았다.
한편, 헌법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란 법관에 의하여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에 관하여 적어도 한 차례의 심리검토의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2. 6. 26. 90헌바25, 판례집 4, 343, 349-350). 그런데 신상공개 결정에 대하여는 별도로 행정소송을 통해 그 적법 여부를 다툴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이유만으로 법관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된다.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같은 조 제3항 전문과 더불어, 영미법계 국가에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원리의 하나로 발달시켜 온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40)의 원칙을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법절차원칙은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에 의해 그 적용범위가 형
사적 영역으로부터 행정적 영역으로, 그리고 절차적 영역으로부터 실체적 영역으로 확장되어 왔는바, 오늘날 이 원칙은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생명ㆍ자유ㆍ재산의 침해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에 의거해서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원리로 이해되고 있다.41)우리 헌법재판소도 이 원칙이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적용되며, 형식적인 절차뿐만 아니라 실체적인 법률내용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고 보고 있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76-878 참조).
그런데 대개의 경우 ‘실체적 적정성’과 관련하여서는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하여 한 판단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므로, 적법절차의 문제는 실무상 주로 ‘절차적 적정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헌법상 절차적 적법절차의 문제는 ①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의 박탈이 있고, ② 특정 개인이나 집단과 관련하여 사실확정 문제가 잠재하는 경우에 발생한다.42)그리고 그러한 경우에는 항상 의무부과나 쟁점에 관한 고지,43)실질적인 청문 기회의 제공,44)결정주체의 공정성45)등이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령 고지는 개별적 통지의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고로 족한지, 또 청문 기회는 반드시 사전에 제공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후에 제공하는 것으로 족한지 등은 구체적 사안의 특수성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어떠한 절차가 적정한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소위 Mathews 판결에서 제시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형량하고 있다.46)
① 첫째, 공권력에 의하여 제한되는 사익
② 둘째, 관련 절차로부터 비롯되는 잘못된 사익박탈의 위험, 그리고 다른 추가적 혹은 대체적 절차를 보장할 경우 거둘 수 있는 효과
③ 셋째, 그 추가적 혹은 대체적 절차를 보장하려 할 경우에 정부가 떠안게 되는 재정적ㆍ행정적 부담
최근에 미국에서는 커네티컷 주의 메간법이 절차적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바 있다. 원고는 동법이 성범죄자의 등록 및 통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대상자의 재범위험성을 심사하기 위한 사전청문을 제공하지 않으므로 절차적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고, 연방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상고심인 연방대법원은, 동법이 성범죄자의 등록 및 통지와 관련하여 성범죄자가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이외에 다른 사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절차적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위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다. 즉, 동법은 단지 성범죄자에 대한 유죄판결이 존재한다는 하나의 사실에만 근거하여 등록 및 통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바, 대상자의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등록 및 통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비본질적인 문제에 불과하므로 그를 심사하기 위한 사전청문은 필수적이지 않다고 본 것이다.47)
(1) 신상공개절차
신상공개는 현재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다.
①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법무부, 국방부 등 관계기관의 장에게 관련자료 제출 요청(매년 반기별로, 6. 30. 및 12. 31.까지)48)
② 관련자료 접수(매년 8. 31. 및 다음해 2월말까지)49)
③ 신상공개사전심의위원회50)에서 신상공개여부를 사전심의
④ 공개대상자로 선정된 자에 대해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기회 부여51)
⑤ 의견진술을 한 자에 대하여 신상공개여부를 재심의52)
⑥ 공개대상자의 확정
⑦ 당사자에게 공개대상자로 결정되었음을 송달하고(이의가 있을 경우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통지),53)그 송달의 효력 발생 후 60일이 경과한 후에 신상공개54)
(2) 신상공개의 절차적 적정성의 요구정도
법 제20조 제2항 본문에 의하면, 같은 항 제1호 내지 제7호에서 열거되어 있는 죄를 범한 자로서 형이 확정되기만 하면 일응 신상공개 대상자가 될 요건을 갖추게 되며, 그 외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추가로 확정해야 할 요건사실은 없다. 다만, 법 제20조 제2항 본문에서 “… 공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재량을 부여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신상 등의 공개를 결정함에 있어서 공개대상자 및 대상 청소년의 연령, 범행동기, 범행수단과 결과, 범행전력, 죄질, 공개대상자의 가족관계 및 대상 청소년에 대한 관계, 범행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공개대상자 및 그 가족 등에 대한 부당한 인권침해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의하여 개별 대상자의 신상공개 여부가 구체적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위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부고려사항들도 대부분 법관에 의한 형사재판과정에서 이미 현출되고 평가된 것들이며, 또한 그 확정판결에 의해 어느 정도 증명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외에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본질적인 요건사실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새로 확정해야 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미국 연방대법원이 제시한 Mathews 심사기준에 의할 경우, 신상공개결정과 관련하여 그리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3) 헌법재판소의 판단
재판관 4인은 현행 신상공개제도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배척하였다. 실무상 신상공개 대상자로 선정된 자에 대하여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기회를 주고, 의견진술을 한 자에 대하여는 재심의를 하여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점(운영규정 제9조 제3항), 신상공개의 결정주체인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그 위원의 구성과 직무상 독립 보장의 측면에서 최소한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춘 기관으로 볼 수 있는 점(청소년보호법 제29조, 제32조 등 참조), 신상공개결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행정소송을 통하여 그 적법 여부를 다툴 기회가 보장되고 있는 점, 이미 법관에 의한 재판을 거쳐 형이 확정된 이후에 신상공개가 결정되는 점 등이 그 논거였다.
한편, 나머지 재판관 5인은 이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위 재판관 4인의 의견에 배치되는 어떠한 설시도 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위 4인의 의견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견의 재판관 5인은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인격권,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보았다.
이처럼 신상공개로 인해 제한되는 기본권을 파악함에 있어서 양자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생긴 것은 개인의 신상 및 범죄사실과 같은 정보의 공개 여부에 관한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헌법적으로 근거지우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1)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정보의 조사ㆍ취급의 형태, 정보의 내용, 정보처리의 형태를 불문하고 자신에 관해서 무엇인가를 말해 주는 정보를 조사ㆍ처리해도 되는지 여부, 그 범위 및 목적에 대하여 그 정보의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개인적 권능을 말한다.55)이 권리는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알릴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유뿐만 아니라, 그 후에 자신과 관련된 정보의 운명을 추적하여 통제할 수 있는 권리도 보호하는바, 오늘날 전자정보처리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개인에 관한 정보들을 무한정 저장하고 또 시공을 초월하여 그 집적된 정보들을 불러내어, 통합정보체계를 통해 개인에 관한 부분적인 또는 거의 완벽한 인격상을 재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56)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미국에서는 프라이버시권, 독일에서는 일반적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 파악되고 있는바, 이 권리의 본질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먼저 이러한 미국과 독일에서의 논의 상황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2) 미국에서의 프라이버시권의 법리
인식이 있었다.57)
프라이버시권은 당초 ‘혼자 있을 권리(right to be let alone)’로 파악되었으나 점차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의 자율권 전반으로 그 보호범위가 넓어졌고,58)1960년대 후반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자기에 관한 정보를 통제하는 권리(right to control self-information)’59)로까지 개념의 폭이 확대되었다.
그리하여 헌법상 프라이버시권은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문제영역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첫째, 개인의 私事(private affairs)에 관하여 정부로부터 감시당하지 아니할 권리. 둘째, 개인의 행동ㆍ사고ㆍ경험ㆍ신념과 관련하여 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 셋째, 개인의 私事가 정부에 의해 공개되지 않도록 할 권리.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7년 Whalen v. Roe 판결60)에서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는 적어도 두 가지 이익, 즉 일정 유형의 중요결정을 독립적으로
할 이익 및 개인적 문제가 공개되는 것을 회피할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다고 판시하여 개인정보의 공개를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프라이버시의 한 내용으로 인정하였다.
또한, 1989년 U.S. Dept. of Justice v. Reporters Committee For Freedom of Press 판결61)에서 연방대법원은 “어떠한 사건이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이 곧 개인이 그 정보의 공개 및 전파를 제한함에 있어 아무런 이익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판시하면서, 특정인의 전과기록에 기재된 사실이 이전에 한번 공중에 공개되었기 때문에 국가가 그 전과기록을 제3자에게 공개함에 있어서 그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배척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프라이버시권은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통제하는 것을 포함한다는 점, 조직된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사실이 한번은 어느 누군가에게 알려지게 마련인바, 소위 사적인 것으로 주장되는 어떤 사실이 프라이버시권에 의해 보호되는 정도는 그것이 어느 범위까지 전파되었는지 및 시간의 흐름에 의해 그것이 얼마만큼 사적인 것으로 바뀌었는지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 특정한 사람이나 단체, 집단이 사용하도록 의도되거나 이들에게로 제한된 정보로서 공중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사적’인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그 주요논거로 들었다.
(3) 독일에서의 일반적 인격권의 법리
독일 기본법 제2조 제1항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헌법질서나 도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을 자유로이 발현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와 통설은 이로부터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일반적 인격권을 도출하고 있다.
일반적 인격권은 개별 기본권조항에는 포섭되지 않는 좁은 개인의 생활영역과 그 기본조건의 유지를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이러한 일반적 인격권은 자기결정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한 요소가 되지만, 그 보호되는 영역을 존중해 달라는 권리인 점에서 인격발현의 “적극적” 요소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구별된다고 한다.62)
사회현상이 발전함에 따라 인격에 대한 위험도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하는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권리의 내용을 종국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그 구체적 형태들을 그때그때 결정되어야 할 사례에 의거하여 개발해 왔다. 그리하여 사적 영역, 비밀영역과 내밀영역,63)개인의 명예, 자기묘사에 관한 처분권,64)초상권과 자신이 한 말에 관한 권리,65)하지 않은 표현의 삽입에 의하여 피해를 받지 않을 권리66)등을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법익으로 인정한 바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이러한 예들 중 하나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소위 ‘인구조사’ 결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정보 중 어떠한 것이 외부에 알려져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상대방이 자신에 관하여 무엇을 알고 있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자는 자신의 결정으로 계획하고 판단하는 자유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인격권은 개인의 생활사실을 언제 그리고 어떠한 범위 내에서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한다고 하였다.67)
적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제10조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특별법우선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2) 반면에, 소수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 제10조와 관련하여 도출하고 있다.69)사생활은 공생활에 대립되는 개념이고, 사생활의 비밀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정보가 공개되지 아니할 권리를, 사생활의 자유는 사생활을 자유로이 형성할 권리를 각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정보만이 아니라 공생활 영역에 속한 정보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공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위해서도 보장되어야 하므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헌법 제17조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일반적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 그 주요논지다. 비록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가 아닐지라도 국가가 임의로 그러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개인의 사회적 인격상, 즉 사회적 정체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 사회적 또는 공적 영역에서의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저해할 수 있는바, 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로부터가 아니라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인격권으로부터 도출된다는 것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일부 판례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대법원 1998. 7. 24. 선고 94다42789 판결(공1998하, 2200)은 군 정보기관이 법령상의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에 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ㆍ관리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한편, 헌법재판소는 형사법정에서 변호인 등이 진술을 녹취하고자 할 경우 법원에 의한 사전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던 형사소송규칙 제40조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공판정에서 진술을 하는 피고인ㆍ증인 등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헌법 제10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헌법 제17조), 본인이 비밀로 하고자 하는 사적인 사항이 일반에 공개되지 아니하고 자신의 인격적 징표가 타인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용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모든 진술인은 원칙적으로 자기의 말을 누가 녹음할 것인지와 녹음된 기기의 음성이 재생될 것인지 여부 및 누가 재생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말과 음성이 녹음되어 진술인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처리된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될 것이며 언제나 자신의 무의식적인 발언이나 잠정적인 의견, 순간적인 감정상태에서의 언급 등이 언제나 재생가능한 상태로 보관되고 다른 기회에 자기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재생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진술인의 인격이 현저히 침해될 수 있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5. 12. 28. 91헌마114, 판례집 7-2, 876, 885).
라. 소결
(1) 이 사건에서 재판관 4인은 “신상공개제도는 국가가 개인의 신상에 관한 사항 및 청소년의 성매수 등에 관한 범죄의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하며, 한편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므로, 이는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는 기본권경합
(2) 한편, 재판관 5인은 “국가가 범죄사실과 같이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자료를 함부로 일반에 공개할 경우, 그 개인의 긍정적인 면을 포함한 총체적인 인격이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정적인 측면만이 세상에 크게 부각됨으로써 장차 그가 사회와 접촉ㆍ교류하며 자신의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하는 것을 심대하게 저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활동을 통한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위해서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인자가 될 수 있는 각종 정보자료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하여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최대한 보장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신상공개제도는 본인이 밝히기를 꺼리는 치부를 세상에 공개하여 위와 같은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현저하게 제한함으로써 범죄인의 인격권에 중대한 훼손을 초래한다고 볼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근거를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으로 보는 견해와 같은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3)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으며, 그 제한이헌법적으로 허용되는가 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보 수집ㆍ처리에 관한 이익과 개인의 정보자기결정권 중에서 어떠한 법익이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러한 법익형량에 있어서 위 재판관 4인은 ‘청소년의 성 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을 더 중시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배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반면에, 나머지 재판관 5인은 신상공개는 청소년의 성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과도하다고 보아 과잉금지원칙 위배를 인정하였다.
이 사건 결정 후 2003년 12월 18일에 제5차 신상공개가 행해졌다. 신상
공개 대상자는 545명으로 제4차에 비해 약 100명 정도 줄었는데, 이는 성매수범에 대한 교육제도를 도입하여 저위험군 성매수범 74명을 교육 실시 후 공개 대상에서 제외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설명이다. 제5차 공개대상자를 범죄유형별로 보면 성매수 108명, 성매수 알선 75명, 강간 168명, 강제추행 194명인데, 전반적으로 성폭력 범죄는 줄어든 반면, 성매수와 성매수 알선범죄는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또한, 공개 대상자 중 64.2%가 범죄전력이 있으며, 성범죄 전력을 가진 자가 12.6%에 이르러 전체적으로 재범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재범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얼굴 등 상세정보까지 공개하고, 저위험군에게는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교육 후 신상공개를 면하는 등 제도를 이원화하여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그에 필요한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의 개정 작업을 추진중이다. 얼굴을 포함한 상세정보 공개의 가장 우선적인 대상으로는 성매수 알선범이 지목되고 있다.71)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신상공개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데에 힘입어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앞으로 이 제도를 계속 확대ㆍ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