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김○식 외 2인
대리인 변호사 김정술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02구합35277 퇴직연금지급청구
주문
공무원연금법(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된 것) 제43조의2 제1항 및 부칙 제9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들은 모두 20년 이상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00. 12. 31. 이전에 퇴직하면서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퇴직급여의 전액 또는 일부를 연금으로 받기로 선택한 퇴직연금수급권자들이다.
(2)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청구인들에게 퇴직 당시 청구인들의 각 직급과 호봉에 해당하는 현직공무원의 월보수액에 근속연한에 따른 지급비율을 곱하는 방식에 의하여 계산된 퇴직연금월액을 지급하여 오다가 공무원연금법이 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되어 2001. 1. 1.부터 시행되자 위 개정법의 규정에 따라 그 시행일 이후부터 2000. 12. 31. 현재의 연금액에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증감된 금액을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3)그런데 전국소비자물가상승률이 공무원보수인상률에 미치지 못하여 퇴직연금월액의 증가액이 줄어들자 청구인들은 서울행정법원에 2002구합35277호로 위와 같은 개정으로 지급받지 못하게 된 차액상당의 연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위 공무원연금법(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43조의2 제1항, 부칙 제9조 및 제47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연금지급청구가 기각됨과 함께 기각되자(2002아2390) 2004. 5. 20.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문을 송달받고 같은 해 6. 19. 법 제43조의2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판청구의 청구취지에서 법 제43조의2 전체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구한다고 하나, 위 규정 가운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부분은 같은 조 제1항뿐이므로 심판대상을 법 제43조의2 제1항으로 한정함이 상당하고, 청구인들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당시에는 법 부칙 제9조 제1항을 대상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심판청구서의 청구이유에서 위 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음에 비추어 이를 심판대상으로 삼을 의사를 갖고 있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법 제4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조정규정’이라 한다) 및 부칙 제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경과규정’이라 한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심판대상조항
공무원연금법(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된 것) 제43조의2(연금액의 조정) ① 연금인 급여는 통계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통계청장이 매년 고시하는 전전년도와 대비한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증액 또는 감액한다.
부칙 제9조(연금액의 조정에 관한 경과조치) ① 2000년 12월 31일 현재 연금수급자의 연금액은 2000년 12월 31일 현재의 연금액을 기준으로 제43조의2의 개정규정에 의하여 조정한다.
○ 관련조항
구 공무원연금법(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연금의 지급기간 및 지급시기) ③ 연금인 급여의 지급액을 개정할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분부터 그 개정된 금액을 지급한다. 다만, 보수월액의 증감으로 인한 연금액의 변동이 있는 때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그 개정된 금액을 지급한다.
④ 연금인 급여는 매년 이를 12등분하여 월별로 지급한다.
구 공무원연금법(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되고 2003. 3. 12. 법률 제68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의2(연금액의 조정) ③ 연금인 급여는 공무원보수변동률․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5년마다 조정한다.
부칙 제9조(연금액의 조정에 관한 경과조치) ② 제43조의2 제3항의 개정규정에 불구하고 이 법 시행 이후 최초의 연금액의 조정은 이 법 시행 후 3년이 경과한 때 실시한다.
공무원연금법(2003. 3. 12. 법률 제6859호로 개정된 것) 제43조의2(연금액의 조정) ③ 연금인 급여는 3년마다 조정하되, 매 연도별로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이 공무원보수변동률과 2퍼센트 이상 차이가 발생할 경우에는 각 연도별로 공무원보수변동률과의 차이가 2퍼센트를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조정한다.
부칙 제9조(연금액 조정에 관한 경과조치) ② 제43조의2 제3항의 개정규정에 따른 조정에도 불구하고 동일 재직기간의 상․하 직급간 연금인 급여액의 역전현상이 발생시에는 별도보전을 통하여 해소되도록 한다. 다만, 직급이 없거나 하위직급이 없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경우에는 직급이 있는 공무원이었던 자에 준하여 보전하도록 한다.
2.청구인들의 주장, 법원의 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별지와 같다.
3. 판 단
가. 연금액조정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헌법상 쟁점
먼저 이 사건 조정규정 및 이 사건 경과규정에 의한 퇴직연금 등의 급여액조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통계청장이 매년 고시하는 전전년도와 대비한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증액 또는 감액하는 방법에 의하여 연금액의 조정이 이루어진다[법 제43조의2 제1항(이 사건 조정규정)]. 당해연도의 연금액은 [전년도 연금액×(전년도 연평균전국소비자물가지수-전전년도 연평균전국소비자물가지수)/전전년도 연평균전국소비자물가지수×100]으로 계산된다. 이와 같이 조정된 연금액은 당해연도 1월부터 12월까지 변동 없이 적용된다(법 제43조의2 제2항).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충분히 적응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하여 공무원보수변동률․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5년마다 연금액을 재조정한다[구 공무원연금법 제42조의3 제3항(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되고 2003. 3. 12. 법률 제68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러한 내용의 물가연동제는 2001. 1. 1.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는 공무원연금법이 그 시행 전에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자에 대한 급여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도록 하고 있으면서도(법 부칙 제1조 제1문, 제2조), 2000. 12. 31. 현재 연금수급자의 연금액은 2000. 12. 31. 현재의 연금액을 기준으로 제43조의2의 개정규정에 의하여 조정하도록 하였다[법 부칙 제9조 제1항(이 사건 경과규정)]. 따라서 물가연동제는 공무원연금법상의 모든 연금수급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고 이 사건 조정규정의 시행 이전부터 연금을 받아오던 사람들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다만, 기존 연금수급자들에 대하여는 퇴직시점의 연금액을 기준으로 소급하여 물가연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시행 직전인 2000. 12. 31.의 연금액을 기준으로 향후의 연금액을 위와 같이 조정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요약해 보면, 현행 공무원연금법상의 연금액조정방식은 순수한 물가연동제라고 할 수는 없고 보충적으로 5년마다 다시 조정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물가연동제를 기초로 하면서도 보수연동제가 어느 정도 가미된 절충형의 조정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하여는 첫째, 종래 보수연동제에 의하여 연금액의 조정을 받아오던 기존 연금수급자들에게 법률의 개정을 통하여 물가연동제에 의한 연금액조정방식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침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둘째, 위와 같은 조치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셋째, 연금액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매년 조정하도록 한 것 자체가 입법의 형성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청구인들의 재산권 또는 행
복추구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 넷째, 물가연동제를 적용하면 동일직급의 퇴직자라도 퇴직시기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고, 상․하 직급 퇴직자 사이에서도 퇴직시기에 따라 연금액의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나. 연금수급권의 법적 성격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질병․폐질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법 제1조) 연금제도 본래의 기능인 퇴직연금 외에도 기업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일시금 및 퇴직수당, 민간의 산재보험에 해당하는 공무상 재해보상급여 기타 일반재해에 대한 각종 부조급여를 실시하는 등의 폭넓은 보장기능이 있으며 아울러 전․현직 공무원을 위한 다양한 후생복지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즉,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이라는 특수직역을 대상으로 한 노후소득보장, 근로보상, 재해보상, 부조 및 후생복지 등을 포괄적으로 실시하는 종합적인 사회보장제도이다(헌재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9-10).
특히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수급권은 경제적 가치 있는 권리로서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헌재 1994. 6. 30. 92헌가9 , 판례집 6-1, 543, 550; 1998. 12. 24. 96헌바73 , 판례집 10-2, 856, 866; 1999. 4. 29. 97헌마333 , 판례집 11-1, 503, 513; 2002. 7. 18. 2000헌바57 , 판례집 14-2, 1, 13 각 참조)고 할 수 있는데 다만, 그 구체적인 급여의 내용, 기여금의 액수 등을 형성하는 데에 있어서는 직업공무원제도나 사회보험원리에 입각한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으로 인하여 일반적인 재산권에 비하여 입법자에게 상대적으로 보다 폭넓은 재량이 헌법상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다. 소급입법금지원칙 위배 여부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의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소급입법의 태양에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법률관계를 규율의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진정소급효의 입법과 이미 과거에 시작하였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법률관계를 규율의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부진정소급효의 입법이 있다. 헌법 제13조 제2항이 금하고 있는 소급입법은 전자, 즉 진정소급효를 가지는 법률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에 반하여 후자, 즉 부진정소급효의 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다만 부진정소급효를 가지는 입법에 있어서도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요청 사이의 비교형량 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하게 된다(헌재1999. 4. 29. 94헌바37 등, 판례집 11-1, 289, 318; 2002. 7. 18. 99헌마574 , 판례집 14-2, 27, 43).
이 사건에서 연금액의 조정기준은 개정전 구 공무원연금법(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무원연금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보수월액의 변동’이었는데 개정 공무원연금법에서는 이 사건 조정규정에 의하여 ‘전전년도와 대비한 전년도 전국
소비자물가변동률’으로 변경되었다. 이와 같은 법률의 개정이 기존의 퇴직연금수급권자에 대하여 불이익하게 작용한다면, 재산권을 일부 박탈하는 소급입법으로서 금지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정 법률이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에 적용되는지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조정규정으로 개정되기 전의 구 공무원연금법에 의하면 보수월액의 증감으로 인한 연금액의 변동이 있는 때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그 개정된 금액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다(구 공무원연금법 제43조 제3항 참조). 이에 의하면 공무원의 퇴직연금수급권은 급여사유의 발생(퇴직)으로 일단 성립하고 다만 그 이행기가 매 월별로 나뉘어 있었고(구 공무원연금법 제43조 제4항 참조), 사후에 보수월액의 변동이 있다면 이에 따라 퇴직연금수급권의 내용이 변경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결정되던 퇴직연금수급액을 다른 방법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이 사건 조정규정은, 이미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퇴직연금수급권자에게도 적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즉, 앞서 본 바와 같이 법 부칙 제1조 제1문, 제2조는 이미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자의 급여에 관하여는 종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이 사건 경과규정은 2000. 12. 31. 현재 연금수급자의 연금액은 2000. 12. 31. 현재의 연금액을 기준으로 제43조의2의 개정규정에 의하여 조정하도록 규정하였던 것이다. 이는 퇴직연금수급권의 기초가 되는 요건사실이 이미 충족된 후에 이를 대상으로 규율하는 것으로서 과거에 완성된 사실관계를 규율의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이미 퇴직연금수급권의 기초가 되는 요건사실이 충족되어 성립된 퇴직연금수급권의 내용은 급부의무자의 일회성 이행행위에 의하여 만족되는 것이 아니고 일정기간 계속적으로 이행기가 도래하는 계속적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 사건 조정규정 및 이 사건 경과규정은 개정법이 발효되기 이전의 법률관계 즉, 이미 발생하여 이행기에 도달한 퇴직연금수급권의 내용을 변경함이 없이 단지 개정법이 발효된 이후의 법률관계 즉, 장래 이행기가 도래하는 (일정 범위의) 퇴직연금수급권의 내용을 변경함에 불과하므로 이를 헌법 제13조 제2항이 금하고 있는, 진정소급효를 가지는 법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신뢰보호의 관점에서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는지를 별론으로 한다면, 이 사건 조정규정 및 이 사건 경과규정이 헌법 제13조 제2항이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에 해당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라. 신뢰보호원칙 위배 여부
새로운 입법이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정도, 신뢰의 손상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을 새 입법이 목적으로 하는 공익과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그런데 물가연동제에 의한 이 사건 조정규정이 신설된 것은 기존제도에 의한 수급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연금기금이 급감하는 추세에 있고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향후의 공무원연금제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될 위기에 직면하여 연금액의 조정을 물가연동제의 방식에 의하도록 변경함으로써 연금지출의 증가폭을 줄여 재정악화를 해결하고자 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조정규정의 적용에 관한 이 사건 경과규정은 기존의 퇴직연금수급자들에 대하여도 물가연동제의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물가연동제에 의한 연금재정의 개선효과가 즉시 나타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경과규정에 의하여 물가연동제의 방식에 의한 연금액의 조정을 기존의 퇴직연금
수급자들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은 연금재정의 악화를 개선하여 연금제도의 유지․존속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고 그와 같은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종전의 퇴직연금수급자들은 보수연동제의 방식에 의한 연금액조정을 통하여 물가상승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게 인상된 연금을 지급받아 왔고 그러한 연금액의 조정이 상당기간 지속됨으로써 앞으로도 공무원의 보수인상률에 맞추어 연금액도 같은 비율로 조정되리라는 기대가 형성되어 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퇴직연금수급권의 성격상 그 급여의 구체적인 내용은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재정, 다음 세대의 부담 정도, 사회정책적 상황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신분보장의 본질적 요소라고 하더라도 적정한 신뢰는 “퇴직 후에 연금을 받는다.”는 데에 대한 것이지, “퇴직 후에 현 제도 그대로의 연금액을 받는다.”는 데에 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퇴직연금수급자는 단순히 기존의 기준에 의한 연금지급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소극적인 연금수급을 하였을 뿐이지 그 신뢰에 기한 어떤 적극적 투자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청구인들은 기존 연금제도가 그대로 지속할 것으로 믿고 이를 바탕으로 연금일시금 대신 연금을 선택하였으므로 이러한 신뢰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금과 연금일시금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당사자는 이를 잘 형량하여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었다. 국가는 연금과 연금일시금의 가능성을 공평하게 부여한 것이지 연금을 선택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도 아니다. 또한 현존제도의 지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또는 투자행위)는 퇴직연금수급권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향후 변경의 유보 하에 있는 점을 생각할 때, 그 신뢰가치가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보호해야 할 퇴직연금수급자의 신뢰의 가치는 크지 않고 신뢰의 손상 또한 연금액의 상대적인 감소로서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반면, 연금재정의 파탄을 막고 공무원연금제도를 건실하게 유지하는 것은 긴급하고도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므로 위 법률조항이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는 볼 수 없다.
마. 재산권 또는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퇴직연금수급권은 재산권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을 불가분적으로 대유하고 있으므로 그 급여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가의 재정능력 및 기금의 재정상태, 국민전체의 소득 및 생활수준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경제적 여건이나 정책적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폭넓은 형성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결정이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청구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 또한 행복추구권이 지니고 있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퇴직연금수급권에 관한 입법적 형성재량의 한계를 준수하였는지 여부가 위헌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할 것이다.
위 물가연동제에 의한 연금액조정규정은 누적적인 연금재정의 적자, 퇴직자를 포함한 퇴직연금수급자의 급증, 평균수명의 연장 등 공무원연금제도의 환경변화로 인하여 기존의 제도를 유지할 경우에는 연금재정악화로 연금제도 자체의 유지․존속이 어렵게 되어 연금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일련의 연금재정개혁의 일환으로 개정된 것으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물가연동제에 의한 연금액조정규정의 취지는 화폐가치의 하락 또는 일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 등으로 인하여 연금의 실질적 구매력이 점점 떨어질 것에 대비하여 그 실질구매력을 유지시켜 주어 퇴직연금수급자의 생활안정을 기하기 위한 것이지, 퇴직연금수급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것이 아니며, 그 내용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 아울러 구 공무원연금법 제43조의2 제3항(2000. 12. 30. 법률 제6328호로 개정되고 2003. 3. 12. 법률 제68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여 각 연도 공무원보수인상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재조정해 주는 보완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연동제에 의한 연금급여를 조정하고 있는 이 사건 조정규정 자체는 퇴직연금수급권자의 재산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거나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바. 평등원칙 위배 여부
청구인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물가상승률보다 공무원보수인상률이 높게 유지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물가연동제에 의하여 매년 연금액을 조정할 경우에는 동일직급의 퇴직자라도 퇴직 시기에 따라 퇴직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으며, 상․하 직급의 퇴직자 사이에서도 퇴직 시기에 따라 연금액의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조정규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조정규정은 퇴직연금에 있어서 퇴직시기의 선후, 퇴직 당시의 직급 및 호봉 등을 따지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장해연금 및 유족연금의 수급자들 모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연금액의 조정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 퇴직연금수급자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차별취급도 일어나지 아니한다. 청구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차별취급은 현직공무원의 보수인상률과 물가변동률과의 차이를 전제로 하여 일어나는 것이고, 이것은 결국 현직공무원과 퇴직연금수급자 사이의 차별취급에 관한 것으로서 그 차별취급이 헌법적으로 정당성을 갖는지의 여부가 문제될 따름이다.
이 사건 조정규정은 공무원연금법상의 퇴직연금수급권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고 이들은 현직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위 규정에 의하여 동일직급의 퇴직자라도 퇴직 시기에 따라 퇴직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고, 상․하직급의 퇴직자 사이에서도 퇴직 시기에 따라 연금액의 역전현상이 발생되는 것은 퇴직자의 연금액은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라 보전해주고, 현직자는 보수인상률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게 됨으로 인한 것인데, 퇴직연금수급권자에 대한 연금정책과 공무원에 대한 보수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보수는 근로에 대한 대가 및 생계비 보장의 측면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사기제고와 생산성향상을 통한 경쟁력의 강화에 연결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결정되고 공무원의 보수인상률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상의 퇴직연금수급권자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노령․폐질․사망 등으로 인한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위하여 지급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의 보수와는 다른 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퇴직연금수급자들에 대한 연금액을 매년 조정함에 있어서도 현직공무원의 보수인상률과 동일한 비율의 증감이 이루어져야 할 필연성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규정이 명백히 불합리하다거나 퇴직연금수급자만을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이 법 부칙 제9조 제1항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개진한 재판관 주선회를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나는 연금액의 조정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연동하여 조정하도록 한 공무원연금법 제43조의2 제1항을 그 법시행 전에 이미 퇴직하여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자에게도 2001. 1. 1. 조정분부터 적용하도록 한 경과조치규정인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9조 제1항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바이다.
우선 다수의견이 본 바와 같이 연금액의 조정을 물가연동제의 방식에 의하도록 변경한 것이 연금지출의 증가폭을 줄여 연금재정의 악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공익을 위한 것임은 인정한다. 그리고 기존의 연금재정의 부실을 보전하여 연금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에 어떠한 방법을 설정하고 조합하여 연금제도를 개혁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국회의 폭넓은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자는 그 입법재량을 행사함에 있어 신뢰보호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 등 헌법상의 제원칙에 부합되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공무원에 대한 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보장급여의 성격을 가지는 외에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후불임금적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그동안 역대 우리 나라 정부는 물가안정,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국가경쟁력의 제고 등 경제정책적 견지에서 공무원 등의 보수수준을 억제하여 온 대신 사기업체의 근로자에 비하여 보다 후한 연금급여수준을 확보하여 줌으로써 국가와 국민전체의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직무에 전념․충실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견지하여 왔다. 이에 따라 공무원인 근로자는 사기업체의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 후나 노후 높은 수준의 퇴직연금을 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그것을 감내하여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연금액조정을 보수인상률에 따라 조정해온 것은 우리 나라의 공무원연금법이 제정된 1960년 이래 근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시행해왔으며, 그 제도 자체의 합리성과 합목적성이 폭넓게 인정되어 왔고, 20년 이상 근무하다가 퇴직한 청구인들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제도가 단시일 내에 변경 또는 폐지되리라고는 예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요컨대, 그 형성된 신뢰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어서, 그와 같은 신뢰가 바뀔 것이라고는 쉽사리 예견할 수 없을 것이므로, 그 신뢰는 견고하다고 볼 수 있고, 그 신뢰에 대한 보호가치는 연금제도가 헌법상 보장된 직업공무원제도의 법적 지위의 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공무원연금기금의 재정부실원인이 다수의견도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 및 연금수급대상자의 낮은 기여금부담률, 평균수명의 연장과 연금수급자의 증가 등 연금지출에 비하여 수입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적인 재정적자가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편, 연금재정악화의 근인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부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국가공무원의 16%, 지방공무원의 30% 등 약 11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인력감축을 결정하는 등 이례적인 단기 정부구조조정에 따른 연금지출이 급증한 데 있고, 그 밖에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공무원의 후생․복지사업에 연금기금을 투자하도록 하여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약 6,416억 원의 손실을 초래하였으며, 공무원연금기금을 증권시장을 안정
시키는 도구로 활용하여 기금운영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한 점과 그 주식투자로 인한 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한가지 요인이 되었다는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 아울러 공무원의 부담률은 선진국과 비슷한 8.5%인 데 대하여, 정부부담률은 미국 34.2%, 일본 25.6%, 대만 전액인 데에 비하여 그에 훨씬 못 미치는 8.5%에 불과하여 정부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존의 연금재정의 부실을 보전하여 연금제도로서 기능을 유지․보존하기 위하여는 일정액의 연금기금이 확보되어야 하는바, 그에 대한 방안으로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으로는 공무원연금 등의 수급자나 정부의 기여율을 높이는 방법, 연금급여수준을 낮추는 방법, 기금운용이나 관리상의 문제점을 시정하는 방법 및 나아가 공무원연금제도의 기본적인 체계를 국민연금제도와 더불어 전체적으로 개혁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고, 또한 이들을 병행하는 방안이나 긴급한 연금재정 부실이나 흠결을 한시적으로 보전하는 범위 내에서 국가재정에 의한 긴급지원 후 장래에 조성되는 연금기금으로부터 일정기간을 거쳐 상환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입법자로서는 이러한 방안 중 연금재정의 악화를 개선한다는 공익을 달성하면서도 기존 연금수급자들의 신뢰침해를 최소화함으로써 공익과 사익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선택하여야만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기존 연금수급자들에게도 물가연동제에 의한 연금액조정규정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위와 같이 기존 연금수급자들의 신뢰를 손상하는 정도가 커서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공무원연금법 제27조 제3항에서 퇴직연금의 산정기초를 최종보수월액에서 ‘최종 3년간 평균보수월액’으로 개정하면서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2조에서 “이 법 시행 전에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자에 대한 급여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라고 하여 기존 연금수급자들의 신뢰를 보호하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는 점과 비교하더라도 물가연동제에 의한 연금액조정을 기존 연금수급자들에 대해서도 적용되도록 한 위 부칙규정은 기존 연금수급자들의 신뢰를 심히 침해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이 공무원연금법 등을 개정하여 연금제도를 개혁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나라의 연금제도가 공무원의 기여율에 비하여 급여수준이 너무 높아 장기적으로는 누적적자요인을 안고 있는 구조에도 있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근인은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의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에 따른 이례적인 대량퇴직으로 인한 급속한 연금기금의 소진으로 급기야 공무원연금기금이 2001년에는 바닥이 나는 사태에 이른 때문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현상은 연금제도 자체에서 통상 상정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것이며, 그와 같은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우리 정부는 11조 원에 이르는 인건비의 절감효과를 가져와 그 자체가 정부재정의 건전성에 기여하였는바, 그렇다면, 그로 인한 연금재정악화를 연금제도 자체의 개혁을 통하여 보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이들이 정상적으로 퇴직하게 되었다면, 몇 년 후에 퇴직연금지급사유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부분은 국가의 특별한 재정편성을 통하여 일단 보전하고 향후 연금기금의 축적을 기다려 상당기간에 걸쳐 그로부터 상환하게 하는 방법이 그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그와 달리 긴급한 연금재정악화의 보전이라는 명분 하에 이미 퇴직하여 종전부터 보수인상률에 연동하여 연금을 수령하고 있었고, 앞으로 그 기준에 따라 연금을 지급받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던 자의 신뢰를 심히 손상하여 그 급여청구권의 내용을 축소․변경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연금제도의 유지․보존이라는 공익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위와 같은 연금수령자의 신뢰이익 보다 우선하는 것은 헌법상 용인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비례의 원칙
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의 기여율에 비하여 연금 급여의 수준이 너무 높은 우리의 공무원연금제도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를 연금재정의 수지균형을 위하여 개혁하는 입법취지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의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의 보수수준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설정된 제도이고, 이에 대한 공무원의 신뢰가 무려 30 내지 40여 년 간 오랫동안 형성되어 있는 것이므로, 이를 개혁하여 장기적인 연금재정에 대처하는 경우에도 공무원의 보수수준의 상승 등에 맞추어 점차적으로 퇴직연금급여의 수준을 합리화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 경우에도 공무원의 근무연수 등을 고려하여 비례적인 경과조치를 취하여야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연금기금재정부실의 원인과 그 재정부실보전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에 비추어 볼 때, 이미 퇴직이라는 급여의 사유가 발생하여 퇴직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자의 신뢰를 심히 손상하지 않고도 충분히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규정과 같이 비례적인 경과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모든 연금수급자에게 위 물가연동에 의한 연금급여액조정규정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필요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외국의 경우에도 공무원연금법의 개혁조치를 취한 바 있는데, 그때마다 기존의 연금수급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비례의 원칙에 입각한 상세한 경과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83년 연금제도를 개혁하여 기본연금․직역연금․개인저축연금으로 이루어진 3층 구조의 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1920년부터 시행되어 온 종전 연방공무원연금제도인 CSRS(Civil Service Retirement System)는 그대로 두고, 특히 사회보장연금제도와 연계를 도모하고 특별히 공무원에 대해서 OASDI(Old- Age,Survivors and Disability Insurance)제도의 보장수준 이상의 급여를 제공하기 위하여 CSRS제도와 별도로 신공무원연금제도인 FERS(Federal Employees Retirement System)를 만들어 1987. 1. 1.부터 시행하여 오고 있으며, 그 적용대상자는 기본적으로 1984. 1. 1. 이후 신규임용된 모든 연방공무원으로 하고, 구제도의 적용을 받던 공무원도 1987. 7.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의 선택기간(그 선택기간은 그 후 1988. 6. 30.까지 6개월 연장되었다)을 부여해 주어 신제도로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경과조치를 마련한 바 있다. 일본은 1994년 연금법을 개정하여 지급자격기간을 20년에서 25년으로 연장하고, 공제연금제도가 후생연금과 비교해서 연금액의 산정방식 및 급부수준이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기초봉급을 취급하는 방법에서도 표준보수제를 채용하고, 퇴직공제연금의 수급자가 다른 피용연금제도의 가입자가 된 경우 또는 피용자연금제도의 적용을 직접 받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이 된 경우에는 급여소득의 고저를 맞추어 일정한 비율로 연금의 지급을 정지하도록 규정하였는데, 그와 아울러 그에 따른 경과조치를 비례의 원칙에 입각하여 세밀히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1992년 법개정으로 연금산식, 법정퇴직연령, 연금연동방식, 타제도와의 병합조정, 소득심사, 연금소득과세 등 공무원부양연금제도에 대하여 대폭적인 개혁조치를 취하였는데, 그 개정시 신뢰보호의 차원에서 1992년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신규정은 이미 퇴직한 공무원에게 적용되지 않으며, 1991. 12. 31. 현재 현직에 있는 공무원들을 위한 특별규정이 만들어졌고, 특히 55세 이상인 공무원의 연금급여에는 변경이 없도록 하는 등 광범위한 경과조치가 마련되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1. 9. 27. 국세관련경력공무원에 대하여 세무사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그 경과조치로 2000. 12. 31. 현재 종전규정에 해당하는 자 즉, 국세에 관
한 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10년 이상인 자로서 그 중 일반직 5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5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의 요건을 갖춘 자에 한하여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시험없이 세무사자격을 부여한다는 경과조치를 마련하고, 아직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세무공무원의 경우에는 바로 세무사자격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개정법에 의하여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세무사자격시험을 통하여 그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며, 다만, 제1차 시험전부면제, 제2차 시험과목 일부면제라는 경과조치를 둔 세무사법(1999. 12. 31. 법률 제6080호로 개정된 것) 부칙 제3항이 신뢰보호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01. 9. 27. 2000헌마152 , 판례집 13-2, 338 참조). 그리고 같은 날 변리사법(2000. 1. 28. 법률 제6225호로 개정된 것) 부칙 제3항에 대하여도 같은 취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01. 9. 27. 2000헌마208 등, 판례집 13-2, 363 참조).
위 결정은 아직 종전법에 의하여 세무사나 변리사의 자격취득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그것도 ‘제1차 시험면제, 제2차 시험과목 일부면제’라는 혜택을 부여하는 경과조치를 마련하고 있음에도, 이를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는데, 이 사건 경과조치 규정이 이미 퇴직연금급여의 사유가 발생하여 퇴직금을 수령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신뢰를 보호하는 경과조치를 전혀 두지 아니하고 개정법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한 것에 대하여는 신뢰보호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것은 위 판결의 취지와 심히 모순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에 연동하여 조정하도록 한 개정 연금액조정규정을 이미 퇴직하여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자에게도 적용하도록 한 위 경과규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이상의 이유로 나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퇴임으로 서명날인 불능)이공현
〔별 지〕
2.청구인들의 주장, 법원의 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1)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로 개정 당시 재직기간이 20년을 경과하여 이미 퇴직연금수급대상자가 된 자들로서, 퇴직과 동시에 당시까지의 근무기간과 직급에 의한 보수월액에 따라 정해지는 확정적인 퇴직연금수급권을 가지며, 구 공무원연금법 규정에 따라 장차 인상되는 재직공무원들의 보수월액에 따라 연금월액을 수령할 것으로 기대하고 그 인상률이 소비자물가인상률 정도에 그치리라고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연금청구를 선택하였는데, 이 사건 조정규정은 청구인들의 경우에도 소급하여 적용되므로 진정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2)이 사건 조정규정은 누적되어온 연금적자문제를 해소하고 연금재정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 중대하다 하여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가령 재직기간
20년을 초과하는 경우 지급하는 가산비율을 적정히 조절하는 것이 더욱 적정한 방법이며,
이 사건 조정규정을 그 시행 후에 퇴직한 공무원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효력범위를 제한하였더라도 연금재정의 안정화라는 공익목적 달성에 그다지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인데도 이 사건 경과규정은 같은 취지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아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며, 결과적으로 이 사건 조정규정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너무나 불확정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그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이 사건 조정규정에 의할 경우 동일한 직급에 동일한 기간 동안 근무한 경우라도 뒤에 퇴직하는 사람이 더 많은 연금액을 수급하도록 되어 있어, 현행 공무원연금법이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이 보수변동률과 2퍼센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3년마다 조정하도록 하여도 동일직급에 동일한 기간 동안 근무한 퇴직자들 상호간에 연금액 인상률의 차이가 나게 된다.
또한 2000년에 퇴직한 상위직급 공무원의 연금수령액이 2003년에 퇴직한 공무원의 연금수령액보다 적게 되는 연금수령액의 직급간 역전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현행 공무원연금법이 3년마다 한번씩 연금액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역전현상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하여 현행 공무원연금법 부칙에서 2003년 개정규정에 따른 조정에도 불구하고 동일 재직기간의 상하 직급 간 연금인 급여액의 역전현상이 발생할 시에는 별도 보전을 통하여 해소되도록 한다고 정하고 있더라도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그 차액에 해당하는 부분의 지급을 거절하고 있으므로 실효성이 없다.
퇴직일시금 수령자의 경우에는 이미 지급받은 퇴직금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를 감액하거나 환수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이 사건 조정규정이 퇴직 시기 및 소비자물가인상률에 따라 연금수령액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기존 퇴직연금수급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다.
(4)이 사건 조정규정이 청구인들의 기대를 보호하지 않고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것은 개인이 안정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력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조정규정과 이 사건 경과규정은 이미 종료된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므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를 가져온다고 할 수 없고 장래에도 구 법의 규정에 의하여 퇴직연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연금재정의 파탄을 막고 연금제도를 건실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입법배경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그에 대한 신뢰의 손상이 정당화된다 할 것이며 새로운 규정 즉 물가연동제에 의한 연금액 조정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연금액의 조정이 동일 직급의 퇴직자라도 퇴직시기에 따라 퇴직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고 상하 직급의 퇴직자 사이에서도 퇴직시기에 따라 연금액의 역전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새로운 규정들이 청구인들과 같은 기존 퇴직연금수급권자들을 불합리하게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각 규정이 청구인 등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 요지
아래의 내용 이외에는 법원의 제청신청 기각이유의 요지와 같다.
(1)공적연금제도는 노령․폐질․사망 등의 위험에 대비하는 제도로서 구성원간의 연대를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본인이 적립한 금액을 되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기여를 조건으
로 퇴직․폐질․사망 등 급여지급사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급여를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청구인들의 주장대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사항에 대하여 순수한 기득권 논리를 지킬 경우 이미 퇴직한 퇴직연금수급자는 극히 적은 부담을 하였으나 종전의 제도를 그대로 적용함에 따른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재직자는 향후 더 많은 부담을 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제도를 적용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아주 불리한 연금혜택을 누리게 되어 부담과 혜택의 불균형이 심해진다.
(2)이 사건 조정규정이 연금액을 퇴직 당시의 확정된 금액으로 고정시키지 않고 매년 인상하는 이유는 퇴직 당시 연금액의 실질가치를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고, 더 이상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퇴직연금수급자의 연금액을 생산성향상에 따라 올려주는 현직자 보수인상률에 연동하는 것보다는 소비자물가변동률의 인상액에 연동하는 것이 그 실질가치 보전에도 적절하고, 연금제도의 기본원칙에 보다 적합하며 타 연금제도와의 형평을 도모하고 연금수지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적절하다.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불이익은 법률조항의 변경으로 인한 문제라기보다는 법개정 이후의 공무원보수현실화조치에 따라 보수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을 상회함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며, 공무원보수변동률과 물가변동률간의 현저한 차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공무원보수변동률,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 등을 고려하여 5년마다 조정하도록 하고 특히 최초 조정은 법 시행 후 3년이 경과한 때 하도록 보완장치를 두었으며, 2003년 개정 시에는 5년마다 실시하기로 되어있는 연금액의 조정을 3년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2004년에 실시하기로 되어 있는 연금액의 최초조정시기를 2003년으로 1년 앞당기면서 공무원보수변동률과 2퍼센트 차이 내에서 연금을 조정하도록 하였고 이러한 조정에도 불구하고 상하 직급 간 연금액의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별도보전을 통하여 해소하도록 하여 더욱 면밀하게 보완하고 있다.
(3)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수급권은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재산권은 아니며 사회보장의 원리에 따라 공무원연금제도의 고유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국가의 재정능력, 현세대 및 미래세대의 부담능력, 수급자의 소득 및 생활수준, 다른 연금제도와의 형평성,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하여 퇴직연금수급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할 수 있다.
2000년 법 개정 당시 기 퇴직한 퇴직연금수급자들은 이미 연금수급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 법 개정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연금 수급대상자이기 때문에 기 퇴직 연금수급자들에게도 이 사건 조정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신뢰는 퇴직 후에 연금을 받는다는 데에 대한 것이지 퇴직 후에도 현 제도 그대로의 연금액을 받는다는 데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조정규정이 소급입법에 의하여 기존의 퇴직연금수급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의견 요지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요지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