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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7. 21. 선고 2001헌바67 결정문 [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4조의3 제1항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최○영 외 14인

대리인 법무법인 우방

담당변호사 유인의 외 2인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01나6802 자본감소등무효확인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외 ○○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생명’이라 한다)는 1946. 9. 9. 설립되어 1999. 9. 14.을 기준으로 수권자본액 800억 원, 납입자본액 300억 원, 발행주식총수 600만주인 생명보험사업 및 이에 관련된 부대사업을 경영하는 보험회사이고, 청구인 최○영, 이○자, 최○선, 최○욱, 최○열, 최○광, 최○길, 최○호, 최□욱, 남○연, 최○정, 최○민, 최○종은 ○○생명의 주주들이었고, 청구인 김○선, 조○호는 ○○생명의 이사들이었다.

(2)금융감독위원회는 1999. 9. 14. ○○생명에 대하여, ① 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2000. 1. 21. 법률 제61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금개법’이라 한다) 제2조 제3호를 근거로 ‘경영상태를 실사한 결과 1999. 6. 말 기준으로 부채가 자산을 2조 6,753억 원 초과하여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② 아울러 금개법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12조 제1항 내지 제4항, 제7항 내지 제9항을 근거로 ‘○○생명이 해약의 증가, 수입보험료의 감소, 영업조직의 동요와 이탈 및 유동성 부족 등으로 영업의 지속이 어려워 그 조기정상화를 위한다’는 이유로 예금보험공사가 1,000만주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증가와 위 증자에 의거 예금보험공사에서 출자한 금액을 제외한 기존 주식 전부를 소각하는 자본감소를 명령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증자 및 감자명령은 예금보험공사의 출자결정일로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아울러 증자 및 감자는 위 출자결정일로부터 9일 이내에 효력이 발생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예금보험공사는 같은 해 9. 14. 위 내용에 따른 출자를 결정하였다.

(3)금융감독위원회는 ○○생명이 위 증자 및 감자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1999. 9. 30. ‘○○생명의 부실화를 방지하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금개법 제10조 제1항 제4호, 제2항, 제14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3호에 근거하여 ○○생명의 기존 임원 전원(감사 포함)에 대하여 직무정지를 명하고, 금개법 제10조 제1항 제4호, 제2항, 제14조 제2항 제1호, 제3호, 제14조의3 제1항, 제2항에 근거하여 청구외 송○채를 대표이사 직무대행 관리인으로, 같

은 신○수 등 6인을 이사 직무대행 관리인으로 각 선임하였다.

(4)관리인들은 1999. 10. 1. 이사회를 개최하여 금개법 제12조 제1항에 근거하여 기명식 보통주 1,000만주(1주당 발행가액 금 5,000원)를 예금보험공사에게 배정하는 내용의 신주발행과, 같은 날 현재의 총 발행주식(액면가 총액 300억 원) 전부를 무상소각하고 감자의 효력은 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의 24시에 발생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금 감소를 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는 같은 날 위 신주 1,000만주를 인수하고, 같은 날 신주인수대금 500억 원을 납입하였다.

(5)1인 주주가 된 예금보험공사는 1999. 11. 4. 개최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직무정지중인 ○○생명의 기존 임원 전부를 해임하고, 청구외 이○상 등 11인의 이사를 선임하였다.

이○상 등 신임 이사들은 1999. 11. 25. 개최한 이사회에서 기명식 보통주 4억주(1주당 발행가 및 액면가 금 5,000원)의 신주발행을 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는 같은 날 신주 4억주를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2조 원을 납입하였다.

(6)그러자, 청구인들은 2000. 3. 27.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위와 같이 선임된 관리인들이 1999. 10. 1. 한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의 결의는 위법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확인을 구하는 소송(서울남부지방법원 2000가합4457 자본감소등무효확인)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2000. 12. 22. 청구인 김○선, 조○호가 제기한 소에 대하여는 소제기 당시 ○○생명의 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이 제기한 소에 대하여는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항소를 하면서(서울고등법원 2001나6802), 그 소송에 적용될 수 있는 금개법 제14조의3 제1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서울고등법원 2001카기372)을 하였는데, 서울고등법원은 2001. 8. 14. 청구인들에 대하여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함과 아울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청구인들은 2001. 9. 5. 대법원에 상고하면서(대법원 2001다60323, 현재 상고심이 계속중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심판대상조항

제14조의3(관리인의 선임 및 임무 등) ① 제10조 제1항 제4호 또는 제14조 제7항의 규정에 의하여 선임된 관리인(이하 이 조에서 “관리인”이라 한다)은 관리인의 선임목적에 따라 대행할 임원의 직무 또는 계약이전의 결정과 관련된 업무의 범위 내에서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등을 관리·처분할 권한을 가진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 전체를 심판대상으로 표시하여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의 주장 및 당해 사건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 중 “제14조 제7항의 규정에 의하여” 부분은 당해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이 부분은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2) 관련규정

제10조(적기시정조치) ①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수준에 미달하는 등 재무상태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기준에 미달하거나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부실채권의 발생으로 인하여 금융기관의 재무상태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기준에 미달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예방하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하여 당해 금융기관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권고·요구 또는 명령하거나 그 이행계획을 제출할 것을 명하여야 한다.

1.금융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주의·경고·견책 또는 감봉

2.자본증가 또는 자본감소, 보유자산의 처분 또는 점포·조직의 축소

3.채무불이행 또는 가격변경 등의 위험이 높은 자산의 취득금지 또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리에 의한 수신의 제한

4.임원의 직무정지 또는 임원의 직무를 대행하는 관리인의 선임

5. 주식의 소각 또는 병합

6.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

7.합병 또는 제3자에 의한 해당 금융기관의 인수

8.영업의 양도 또는 예금·대출 등 금융거래에 관련된 계약의 이전(이하 “계약이전”이라 한다)

9.기타 제1호 내지 제8호에 준하는 조치로서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

②금융감독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이하 “적기시정조치”라 한

다)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그 기준과 내용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

③ 내지 ⑤ 생략

제12조(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등의 출자) ①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금융기관이 계속된 예금인출 등으로 영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부 또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정부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당해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출자를 요청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요청에 의하여 정부 등이 부실금융기관에 출자하는 경우 당해 부실금융기관의 이사회는 상법 제330조, 제344조 제2항, 제416조 내지 제418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발행할 신주의 종류와 내용, 수량, 발행가액, 배정방법 기타 절차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

③금융감독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요청에 따라 정부 등이 출자를 하였거나 출자하기로 결정한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특정주주(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출자한 정부 등을 제외한 주주 또는 당해 금융기관의 부실에 책임이 있다고 금융감독위원회가 인정하는 주주를 말한다. 이하 같다)가 소유한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유상 또는 무상으로 소각하거나 특정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일정비율로 병합하여 자본금을 감소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④부실금융기관이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자본감소를 명령받은 때에는 상법 제438조 내지 제441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당해 부실금융기관의 이사회에서 자본감소를 결의하거나 자본감소의 방법과 절차, 주식병합의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⑤ 내지 ⑨ 생략

2.청구인들의 주장 및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관리인은 이사의 통상적인 직무와 관련된 범위 내에서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등을 관리·처분할 권한을 가질 뿐,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 등 회사의 조직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러한 관리인에게 자본감소 등에 관한 권한도 부여되어 있다고 해석하여 이들로 하여금 ○○생명의 이사회를 개최하여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의 결의를 하도록 명령하였고, 이에 따라 관리인들은 이사회를 개최하여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의 결의를 하게 되

었다.

(2)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관리인에게 신주발행, 자본감소 등 회사의 조직법상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것으로 해석, 적용하는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금융기관의 주주 및 임원의 행복추구권, 재산권을 침해하고, ② 나아가 재산권에 대한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며, ③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자유시장경제질서에도 반하고, ④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경영권 불간섭의 원칙에도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1)○○생명과 같은 금융기관은 일반인에 대한 신용을 그 사업의 기초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번 신용이 상실되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급격한 신용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다시 이를 회복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용하락은 당해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금융일반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나라의 경우 그 정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예금자보호법 등으로 국가가 나서 그 예금 등의 반환 또는 지급채무를 사실상 보증함으로써 결국 금융기관에 관한 한 국가가 보증인으로서 떠받쳐 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어느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어 그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으면 국가가 그 예금을 대신 지급하여 줄 수밖에 없으므로 금융기관의 적정운용 여부를 더욱 적극적으로 감시, 감독할 정당성을 갖는다.

국가는 일정한 경우 공적 자금 투입의 전제로서 부실금융기관의 자본금을 실질에 맞추어 조절하고 동시에 기존의 주주에게 그 손실을 분담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신주발행을 통한 증자나 기존 주주의 주식을 소각하는 감자가 필요한데, 기존의 이사들이 부실금융기관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자본감소명령 등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기존 임원의 직무를 정지하고 그 임원의 직무를 대행할 관리인들을 선임하여 이를 이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2)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선언하면서도 법률로써 그 한계를 설정하고 제한할 수 있는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신주발행이나 자본감소와 관련하여도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실금융기관이면서 계속된 예금인출 등으

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주로서의 권리가 극히 미약해지고 경제적으로도 무가치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점, 국가가 금융기관을

떠받쳐주고 있고 만약 어느 금융기관의 도산이 현실화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국가경제 전체에 미칠 수 있는데, 도산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그 위험성의 징표 단계에서 주주의 미미한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소지를 감수하고서라도 미리 조치를 취할 국민경제상의 긴절한 필요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들에 의한 증자 및 감자결의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주주의 재산권에 내재하는 한계 범위 내에서 이를 제한하는 것이고, 이는 사회안전,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위험성의 징표 단계에서 미리 금융기관 주주의 권리에 한계를 설정하면서 아울러 우리 헌법상의 자본주의적 자유경제질서를 보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 사건에서와 같이 부실금융기관의 부채가 자산을 현저히 초과하여 경제적으로 보아 무가치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기존의 주식을 소각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부실금융기관의 회생을 도모하는 경우까지 사영기업의 국, 공유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가사 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이러한 조치를 취할 국민경제상의 긴절한 필요성도 인정된다.

다. 이해관계인 ○○생명의 의견

청구인들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그 주장 자체에서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관리인의 권한의 범위와 내용에 관한 법률해석을 다투는 것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요건에 관하여 본다.

가. 청구인 김○선, 조○호의 심판청구에 있어서 재판의 전제성

청구인 김○선, 조○호를 포함한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한 당해 사건은 상법 제429조의 신주발행무효의 소 및 제445조의 감자무효의 소인데, 주식회사의 이사가 이러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소 제기 당시에 이사의 지위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청구인 김○선, 조○호는 1999. 11. 4. ○○생명으로부터 해임되어 당해 사건의 소 제기 당시 이미 대한생명의 이사가 아니었으므로 이들이 제기한 소는 모두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청구인 김○선, 조○호가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한 당해 사건은 부적법한 소송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져 볼 필요 없이 각하

되어야 할 것이고, 이들이 제기한 위헌심판제청신청 또한 적법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을 흠결한 것으로서 각하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결국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나. 한정위헌청구의 적법 여부

(1) 한정위헌청구와 법률에 대한 위헌청구와의 관계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관리인에게는 신주발행, 자본감소 등 회사의 조직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권한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만약 관리인에게 위와 같은 신주발행, 자본감소 등에 대한 권한이 있다고 해석하는 한 그 범위 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등을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는바, 과연 이러한 청구가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은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심판의 대상을 ‘법률’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동 조항에 의거하여 청구하는 헌법소원은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어야 하고,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한 청구인이 그 헌법소원에서 어떤 법률조항을 ‘ ……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판단을 구하고 있다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법률조항의 내용에 따라서는 비록 당사자가 해석문제를 제기하지만,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 문제로 선해할 여지가 있는 경우가 있는바,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주장이 단순히 법률조항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률조항이 불명확하여 이를 다투는 등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관한 청구로 이해되는 경우에는 한정위헌의 판단을 구하는 심판청구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으로 보아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헌재 1997. 2. 20. 95헌바27 , 판례집 9-1, 156, 162; 1995. 7. 21. 92헌바40 , 판례집 7-2, 34, 37).

헌법재판소가 그 동안 적극적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경우는 대개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법규정 자체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으로 보는 경우로서, 헌법상의 명확성원칙을 다투는 경우 혹은 조세법률주의(과세요건 명확주의) 위반을 다투는 경우(헌재 1995. 7. 21. 92헌바40 , 판례집 7-2, 34, 36-37; 1997. 2. 20. 95헌바27 , 판례집 9-1, 156, 161-162; 1999. 3. 25. 98헌바2 , 판례집 11-1, 200, 208-209; 1999. 7. 22. 97헌바9 , 판례집 11-2, 112, 121; 1999. 11. 25. 98헌바36 , 판례집 11-2, 529, 536; 2000. 6. 1. 97헌바74 , 공보 46, 448, 449)가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소위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구체화

된 심판대상 규정의 위헌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만큼 일정한 사례군이 상당기간에 걸쳐 형성, 집적된 경우로서 군무이탈자 복귀명령 위반행위를 명령위반죄로 처벌하는 군형법 제47조에 관한 헌재 1995. 5. 25. 91헌바20 결정(판례집 7-1, 615, 626)과 집단적 노무제공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형법 제314조에 관한 헌재 1998. 7. 16. 97헌바23 결정(판례집 10-2, 243, 251-252)과 방영금지가처분을 허용하는 민사소송법 제714조 제2항에 관한 헌재 2001. 8. 30. 2000헌바36 결정(공보 60, 852)이 여기에 해당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취지와 의미

이 사건 법률조항은 “관리인의 선임 및 임무 등”이라는 제목하에 “제10조 제1항 제4호 또는 제14조 제7항의 규정에 의하여 선임된 관리인은 관리인의 선임목적에 따라 대행할 임원의 직무 또는 계약이전의 결정과 관련된 업무의 범위 내에서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등을 관리·처분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그 후 2000. 1. 21. 법률 제6178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 … 관리인의 선임목적에 따라 대행할 임원의 직무를 수행할 권한 또는 계약이전의 결정과 관련된 업무의 범위 내에서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등을 관리·처분할 권한을 가진다.”로 바뀌었다.

개정되기 전의 이 사건 법률조항을 문언상으로만 보면, 제10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하여 선임된 관리인은 그 선임목적에 따라 대행할 임원의 직무 범위 내에서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등을 관리·처분할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읽혀질 소지가 있다.

우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예정하고 있는 관리인은 두 가지의 유형이다. 하나는 제10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한 관리인, 즉 금융감독위원회가 적기시정조치의 하나로써 부실금융기관의 기존 임원에 대하여 직무정지명령을 하는 경우에 그 임원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선임하는 관리인이다(이하 ‘직무대행 관리인’이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제14조 제7항의 규정에 의한 관리인, 즉 금융감독위원회가 행정처분의 하나로써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계약이전의 결정을 하는 경우에 선임하는 관리인이다(이하 ‘계약이전관련 관리인’이라 한다).

이러한 관리인들은 일차적으로 그 선임목적에 따라 그 권한의 범위와 내용이 정해진다고 할 것인데, 직무대행 관리인은 직무정지를 당한 기존 임원의 직무를 대행하여 수행할 권한을, 계약이전관련 관리인은 계약이전결정과 관련된 업무의 범위 내에서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등을 관리·처분할 권

한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즉 직무대행 관리인은 그 권한이 선임목적인 ‘직무정지된 기존 임원을 대행하여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제한될 뿐,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등을 관리·처분하는’ 한도 내로 제한되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2000. 1. 21. 법률 제6178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관리인의 권한을 그 선임목적에 따라 대행할 임원의 직무를 수행할 권한 또는 계약이전의 결정과 관련된 업무의 범위 내에서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등을 관리·처분할 권한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위와 같은 인식에 터 잡아 이를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금융기관의 부실은 다른 사기업의 경우와는 달리 국민경제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금융거래의 안전과 예금자보호 등 국가경제의 안정을 위하여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고, 이 경우 국가지원의 사전절차이자 전제조건으로서 부실금융기관의 자본금을 그 실질에 맞추어 조절하고 동시에 기존 주주에게 그 손실을 분담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신주발행을 통한 자본증가와 기존 주식의 소각·병합에 의한 자본감소 등의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기존 임원들이 부실금융기관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이와 같은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를 대신할 제도적 장치로써 기존 임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그 임원의 직무를 대행할 관리인을 선임하여 이를 이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금개법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은 금융감독위원회가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자본금의 감소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 경우 주식의 소각 또는 병합에 관하여 당해 금융기관의 이사회에서도 이를 결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재판소는 2004. 10. 28. 99헌바91 사건(판례집 16-2하, 104, 124-129 참조)에서 이미 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무대행 관리인의 선임 목적과 임무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이러한 관리인은 ‘직무정지된 임원의 직무 대행’이라는 선임목적에 따라 대행할 임원의 직무를 수행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 것이며, 그 권한의 범위와 내용은 법원의 법률해석을 통하여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3) 이 사건 한정위헌청구의 부적법성

이 사건 심판기록과 여기에 편철된 당해 사건에 관한 법원의 판결들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이 실질적으로 다투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

무대행 관리인에게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의 권한이 있다고 본 법원의 재판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라는 것은 직무대행 관리인에게 부여된 ‘직무정지된 임원의 직무’라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권한영역에 포섭될 여지가 있는 개별권한에 해당할 뿐이어서, 직무대행 관리인에게 부여된 권한에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의 권한도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단순한 법률의 구체적 해석·적용상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구인들의 주장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관한 청구로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라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거한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거나(청구인 김○선, 조○호의 경우)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청구로서 어느 모로 보나 부적법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다음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청구인들(김○선과 조○호를 제외한다, 이하 같다)은 이 사건에서 한정위헌을 청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내용의 한정위헌청구는 적법하다고 생각한다.

법률조항의 의미가 다의적일 수 있고 그 적용대상이 상당한 영역을 가질 때 그 구체적인 의미와 적용대상의 구체적 범위는 개별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물론 결정되지만 그 의미나 적용대상 중 다른 것과 유형적으로, 그리고 추상적으로, 구별이 되는 특정한 범위의 것을 한정하고 이에 대하여 위헌 여부의 심판을 하는 것은, 그것이 재판의 전제가 되는 한도에서, 법률에 대한 부분적 위헌 여부의 심판에 해당하므로 이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하고 또한 전부 청구는 일부 청구를 포함하므로 청구인들의 청구에

이러한 부분적 위헌심판청구도 포함되어 있다면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청구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여 그 부분적 위헌청구에 대하여 판단할 의무가 있다.

법률조항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경우 또는 법률조항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법원의 선례가 집적되어 있는 경우에 관하여 한정위헌심판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지만 반드시 위의 두 가지 경우에만 한정위헌심판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경우, 즉 법률의 의미나 적용대상이 유형적, 추상적으로 한정되어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경우에도 부분적 위헌심판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유형적이라고 하는 것은 객관적인 외관상의 징표와 내용상의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다른 형태의 것과 구별되는 일개의 집단으로 파악이 가능한 것을 지칭하고, 추상적이라고 하는 것은 증거에 의한 구체적인 사실인정과는 일단은 관계 없이 어느 정도 개념적으로 범위의 한정적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을 가리킨다. 유형화와 추상화는 물론 그 성립의 경계(境界)가 모호할 수 있지만 이 정도의 경계의 모호성은 사회과학 일반에서 언제나 피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경계의 모호성을 이유로 유형화와 추상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부인한다면 이는 사화과학 일반의 포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사례를 분석하고 다시 종합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의 계속으로 조금씩 해결하여 나가는 것이 요청될 뿐이다.

이 사건에서 보면 직무대행 관리인의 여러 권한 중에서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 등에 관한 것은 다른 종류의 권한과, 유형적으로 그리고 추상적으로, 분명히 구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신주발행 및 자본감소 등에 관한 권한이 직무대행 관리인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면, 그리고 그 곳에 위헌 여부의 의심이 개재되어 있다면, 이는 헌법재판소가 그 부분에 한정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에 들어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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