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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등 위헌확인 ", 결정해설집 6집, 헌법재판소, 2008, p.26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6집)]
본문

-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의 판결이유 생략 -

(헌재 2007. 7. 26. 2006헌마551, 2007헌마88ㆍ255(병합) 판례집 19-2, 164)

김 태 호*1)

가. 심리불속행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4조 제1항, 제3항, 제7조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의 경우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보장하는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제2조(적용범위) 이 법은 민사소송・가사소송 및 행정소송(특허법 제9장의 규정과 이를 준용하는 규정에 의한 소송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상고사건에 적용한다.

제4조 (심리의 불속행) ①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호의

1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더 나아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한다.

1. 원심판결이 헌법에 위반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때

2. 원심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때

3.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때

4.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판례가 없거나 대법원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때

5. 제1호 내지 제4호 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

6.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5호의 사유가 있는 때

③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제1항 각호의 사유(가압류 및 가처분에 관한 판결의 경우에는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사유)를 포함하는 경우에도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제1항의 예에 의한다.

1. 그 주장 자체로 보아 이유가 없는 때

2. 원심판결과 관계가 없거나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때

제5조 (판결의 특례) ① 제4조 및 민사소송법 제429조 본문의 규정에 의한 판결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7조 (재항고 및 특별항고에의 준용) 제3조, 제4조 제2항·제3항, 제5조 제1항·제3항 및 제6조의 규정은 민사소송·가사소송 및 행정소송의 재항고 및 특별항고사건에 준용한다.

(1) 청구인 이○○은 파산자 삼양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등이 신청한 소송비용액확정사건의 소송비용액확정결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05카기4405)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고하였다가(서울중앙지방법원 2005라291) 기각당한 후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였다(대법원 2006마286).

(2) 대법원은 2006. 4. 24. 특례법 제4조, 제5조제7조를 적용하여 재항

고를 기각하였고, 그 결정이 2006. 5. 1. 청구인 이○○에게 송달되었다.

(3) 이에 청구인 이○○은 특례법 제4조, 제5조제7조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2006. 5.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청구인 서○○은 청구외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결정위법확인 소송의 1심(서울행정법원 2005구합21521)과 2심(서울고등법원 2005누28685)에서 모두 패소한 후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은 2006. 12. 22. 특례법 제4조제5조를 적용하여 상고를 기각하였고(2006두17451), 그 무렵 이 판결이 청구인 서○○에게 송달되었다.

(3) 이에 청구인 서○○은 특례법 제4조제5조 등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청구인 노○○ 등은 청구외 김○○ 등이 자신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사건의 1심(인천지방법원 2003가합7896, 2003가합10137)에서 승소하였으나 2심(서울고등법원 2004나60586, 2004나57481)에서 패소한 후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은 2006. 12. 7. 특례법 제4조제5조를 적용하여 상고를 기각하였고(대법원 2006다52211, 2006다52228), 그 무렵 이 판결이 청구인 노○○ 등에게 송달되었다.

(3) 이에 청구인 노○○ 등은 특례법 제4조제5조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가) 헌법 제27조 제1항제101조 제2항에서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한 3심제도를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심리불속행제도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대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당하고 있다.

또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를 보더라도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때,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 등으로 대법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지극히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민사소송법상 절대적 상고이유 등이 담긴 상고에 대하여도 심리불속행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우연한 사정이나 대법원의 자의에 의한 판단을 배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나아가 헌법 제27조 제1항에 의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대법원에서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당부를 심판받는 것을 내용으로 한 재판을 받는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청구의 인용여부에 대한 결론과 그에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한 설시가 있어야 할 것인데, 심리불속행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하도록 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상고를 제기한 국민으로 하여금 특례법 제4조의 어느 사유로 인하여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을 받는지조차 알 수 없도록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고를 제기한 국민으로 하여금 원심판결의 위법에 대한 판단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적 취급을 하여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심리불속행 재판은 실질적으로는 본안심리를 거부하는 것으로서 본안전 사항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본안사항인 것처럼 규정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청구인이 인지액을 환급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본안전 사항과 차별적 취급을 하고 있다.

(다) 심리불속행의 적용범위를 민사소송 등 사건에 국한하고 형사소송 사건을 제외하도록 규정한 특례법 제7조는 합리적 이유 없이 민사소송 등 사건과 형사소송 사건을 차별적으로 취급한 경우에 해당한다.

아래 부분을 추가하는 외에는 2006헌마551 사건의 청구인 주장 중 (가) 부분과 대체로 같다.

행정소송은 그 공익성을 고려하여 행정소송법에 직권탐지주의와 직권조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등 민사소송에 비하여 남소의 우려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특례법 제2조에서 이러한 행정소송의 특성을 무시하고 행정소송을 심리불속행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2006헌마551 사건의 청구인 주장 중 (가) 부분과 대체로 같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심리불속행제도는 이른바 남상고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통하여 정당한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하기 위한 제도로서,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미 심리불속행제도에 관하여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고,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정도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다고 볼 수 없다.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가.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발견 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심리불속행제도의 내용을 구성하는 절차적 규정으로서 헌법재판소는 이미 심리불속행제도에 대하여 여러 차례 합헌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에 이유를 기재한다고 해도, 당사자의 상고이유가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하는 심리불속행 재판의 성격 등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특례법 제4조의 심리속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이유기재에 그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그 이상의 이유기재를 하게 하더라도 이는 법령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는 상고심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재판관 조대현의 각하의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이라고 하더라도 법규의 내용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규범통제형 헌법소원과 마찬가지로 당사자나 사건의 내용에 따라 심판내용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기본권침해의 원인인 법규의 내용과 헌법적 쟁점이 동일하면 당사자나 사실관계가 다르더라도 동일한 사건이라

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이미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바 있고, 그 조항이 적용된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 여하나 청구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판단 이유나 결론이 달라질 경우가 아니므로, 이 사건 청구들은 헌법재판소법 제39조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여야 한다.

※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의 특례법 제5조 제1항에 대한 위헌의견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있어서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같은 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제5조 제1항’이라 한다)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대해서 그 이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판결이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지, 혹시 상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거나 잘못 판단한 점은 없는지에 등에 대해 살펴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므로 상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생겨난다.

아무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채 재판의 결론만을 선고하면서 선고와 동시에 재판이 확정되었으니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 권력관계를 기초로 한 과거의 전제군주 통치체제하에서라면 몰라도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는 부합하지 아니하며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여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제도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게 될 우려마저도 없지 않고, 또한 이유기재가 없는 재판이 가능하도록 한 이 사건 제5조 제1항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리에 따른 재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재판의 본질에도 반하는 부당한 규정이다.

심리불속행제도를 채택한다고 해서 심리불속행 판결에는 반드시 일체의 이유기재가 생략되어야 할 논리필연적 이유는 없을뿐더러, 판결이유를 기재한다 해도 심리불속행하는 이유의 요지만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므로, 판결에 이유기재를 해야 한다고 해서 다수의견이 우려하듯이 신속한 재

판을 저해하는 등의 공익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본다. 특히 심리불속행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은 가능한 것이므로, 적어도 상고인이 판단유탈 등 재심사유가 있는지의 유무만은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이유기재는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일체의 이유기재를 아니하여 재심청구권마저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재판청구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 재판관 이동흡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판단대상이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에 국한된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 판결이유의 기재 내용도 본안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에 그치는 것이므로 그 판결이유의 기재 목적 역시 다른 경우와 달리 볼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심리불속행 재판이 최종심으로서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만을 판단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례법 제5조 제1항에서 그 판결이유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고 하여 재판의 본질에 위배된다거나 입법형성권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상고제한에 관한 외국의 여러 입법례 등에 비추어 특례법 제4조 소정의 심리불속행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재판의 성질상 이유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닌 ‘판결’로써 상고를 기각하도록 한 것은 입법론적으로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

소송의 지연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의무의 신속한 실현과 분쟁처리의 촉진을 기할 목적으로 1981. 1. 29. 제정된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0. 1. 13. 법률 제42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례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제12조 제1항은 민사소송 사건에서의 상고를 “권리상고”와 “허가상고”로 나누고 권리상고 이유를 3가지2)로 제한하고, 위의 권리상고 이유

가 없는 경우에는 ‘법령의 해석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사건에 한하여 상고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민사소송 사건에서의 상고이유를 대폭 제한하였다. 그러나 구 특례법 제11조제12조는 소송의 지연을 방지함으로써 대법원의 법률심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는 하였지만,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상고권을 심히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커지게 되자 1990. 1. 13. 법률 제4203호로 위 특례법이 개정될 때 모두 삭제되었다.

한편, 구 특례법 제11조제12조가 폐지됨으로써 민사소송에서의 상고이유의 범위가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다시 넓어지게 됨으로써 남상고 내지 무익한 상고로 인한 상고사건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상고사건의 급격한 증가는 대법원 본래의 기능인 법령해석의 통일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할 지경에 이르게 하여, 다시 대법원으로 하여금 법률심으로서의 기능을 다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이에 대법원으로 하여금 법률심으로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하고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함을 목적으로 1994. 7. 27. 법률 제4769호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포함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같은 해 9. 1.부터 시행하게 되었다.3)그 이후 특례법은 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일부 개정되었으나, 이는 2002. 1. 26. 민사소송법이 개정됨에 따라 제4조 제1항 제6호 부분(민사소송법 제394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5호의 사유가 있는 때)이 변경된 것에 불과하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 상고를 제한하는 방식은 소가나 사건의 종류를 기준으로 하여 상고를 제한하는 사건별 제한방식, 중요한 사건에 관하여만 상고를 제한하는 허가제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현재 9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소부(panels)를 구성하지 않고 전체(body)로서 재판한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권리상고(Appeal), 기록이송명령(Writ of Certiorari), 확인(Certification))의 3가지 경로로 상고사건을 접수한다.

권리상고는 당사자의 권리에 의한 상고로서 대법원이 의무적으로 심사해야 하는데, 이 권리상고의 사유는 4가지 헌법 문제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5), 그 중에서도 85% 정도에 해당하는 사건은 “본질적인 연방문제(Substantial federal question)”가 아니어서 대법원에 상고심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실체 판단 없이 각하되고 있으며, 각하 이유도 보통 “본질적 연방문제가 없음”이라는 간략한 이유 외에 다른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고 한다.

기록이송명령 또는 허가상고(Petition for a Writ of Certiorari)는 당사자의 이송명령신청이 있을 때 대법원이 그 신청을 수리하는 경우 원심법원에 기록을 대법원으로 이송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제도로서, 그 신청을 수리할 것인지 여부는 대법원의 재량에 달려 있는데, 오로지 원심판결, 이송명령신청서, 그에 대한 답변서만을 검토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하고, “부득이한 사유(Compelling reasons)가 있을 때”에만 허용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6)그러나 실제 대법원은 이송명령의 발부를 매우 꺼리고 있어 대부분의 사건을 각

하하고 있다.7)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대법관들로 이루어진 일본의 최고재판소의 구성이나 운영은 우리와 유사하다.9)민사사건의 상고제한과 관련하여, ‘완전한 3심제’의 고정관념 아래, 상고이유만 법정사유로 제한하였을 뿐 상고를 결정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는 채택하지 아니하여, 사실상 무제한으로 상고가 허용되어 왔는데, 1998. 1. 1.부터 시행된 신 민사소송법(1996. 6. 26. 법률 제109호)에 의하여 비로소 최고재판소에의 상고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혁을 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① 원심판결에 헌법위반, 열거된 소송절차에 관한 법령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가 권리로서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10)② 원심판결에 최고재판소 판례와 상반되는 판단을 내린 사건 기타 ‘법령해석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포함한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수리신청에 기하여 최고재판소가 결정으로 상고를 수

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11)수리불수리 결정을 하는 경우 이유를 기재할 것이 요구된다.12)13)

한편 최고재판소는 권리상고의 경우라 하더라도 상고이유로 주장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유가 명백하게 헌법위반 또는 절대적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상고를 기각할 수도 있다(일본 민사소송법 제317조 제2항).

민, 형사 사건에 대한 최고법원인 연방통상법원(Bundesgerichtshof: BGH)에는 115명 정도의 법관이 배치되어 있고, 11개의 민사부와 5개의 형사부로 전문화되어 있다. 연방통상법원에의 상고는 다음의 두 가지 방식으로 제한되고 있다. 종전에는 소송물가액의 불복범위가 60,000마르크 이하인 재산권상의 청구 및 비재산권상의 청구에 관한 소송에 있어서는 고등법원이 그 판결 중에 상고를 허가한 경우에 한하여 상고할 수 있는데, 2002. 1. 1.부터 시행하는 민사소송법(2001. 7. 27. 개정)에 의하여 종전의 가격상고제를 폐지하고 허가상고제로 통일하였다. 이에 의하면, 상고허가에 대한 판단은 우선적으로 항소심법원에 맡고, 항소심법원은 판결에서 법률문제가 근본적 중요성을 가지는 경우나 법의 지속적인 형성, 발전 등을 위하여 상고법원의 재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상고허가를 하며 상고법원은 그 상고허가에 구속된다(독일 민사소송법 제543조 제2항). 그러면서 항소심법원의 불허가에 대한 이

의를 상고법원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독일 민사소송법 제544조 제1항) 경과규정으로서 향후 5년간은 불복가액이 2만 유로를 초과하여야 이의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일반 사건의 최종심이라 수 있는 파기원(Cour de Cassation)의 사법조직은 현재 6개 부(chambre)로 조직되어 있는데, 그 중 3개부는 민사부, 나머지는 상사부, 사회부, 형사부로 전문화되어 있다. 각 부는 1명의 부장, 14명 내외의 파기원 판사들, 수명의 재판연구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파기원은 순수하게 법령해석의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서, 그 절차도 상고절차라기보다는 재심절차에 가까운 예외적 불복신청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적 의미의 제3심 법원으로 볼 수는 없다. 상고는 판결에 법률위반, 직권남용, 관할위반, 무효사유로 규정된 절차 위반, 판결의 모순, 이유의 결여, 부족, 모순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며, 각 부 안에 설치된 심사부(3인의 파기원판사로 구성함)에서 사전 심사를 하여 “사건이 수리할 수 없는 상고이거나 명백히 근거 없는 상고인 경우”에 이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한다(프랑스 민사소송법 제605조).

특례법 제4조제5조가 규정하고 있는 심리불속행제도는, 민사ㆍ가사ㆍ행정ㆍ특허 등 소송사건에서 상고심의 초기단계에 대법원이 상고이유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상고인이 주장한 상고이유에 민사소송법상의 적법한 상고이유가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는가를 검토한 후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고심의 심리를 속행하지 아니하고 바로 상고기각판결을 할 수 있게 한 절차이다(헌재 2002. 6. 27. 2002헌마18, 공보 70, 594, 597). 위와 같이 심리불속행제도는 과거의 상고허가제와는 달리 모든 당사자에게

아무런 제약 없이 상고를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상고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 중에서 민사소송법 제423조에 정해진 법률상의 상고이유, 즉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에 관한 사항이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까지 다른 상고사건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상고심절차를 지연시키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상고심의 초기단계에서 이러한 무익한 상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속히 판단함으로써 상고로서의 의미가 없거나 나아가 상대방의 권리실현을 부당하게 저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남상고를 제한하려는 것이 그 제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17)

상고의 형식과 내용을 기준으로 ① 형식적인 상고의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상고, ② 비록 형식적인 상고의 절차를 갖추고 있으나 법률상 정하여진 상고이유가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상고, ③ 형식적인 상고의 절차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법률상 정하여진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도 갖추고 있는 상고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경우, 그 중 ② 유형의 상고에 대한 처리절차가 심리불속행이고 이는 어느 입법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실무상 대법원은 원심법원으로부터 송부 받은 상고장, 상고이유서, 답변서와 제1심판결, 원심판결 및 이에 관한 소송기록을 검토한 후 위 ② 유형에 해당하여 상고심의 심리를 속행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심리불속행의 재판을 하게 된다.

이에 비추어 보면 심리불속행의 판단 대상은 상고인이 주장한 개개의 상고이유의 당부가 아니라 상고인이 주장한 상고이유의 내용이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가(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 소정의 심리속행사유를 포함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인바, 그렇다면 심리불속행재판은 상고제기의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검토하여 부적법한 경우에 선고되는 상고각하의 재판과는 달리, 상고제기의 절차가 적법함을 전제로 하여 상고장에 기재된 상고이유가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실체판단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그 성격

과 관련하여, 상고각하의 형식판단과 상고이유를 심리한 결과 이유없다

고 인정되는 경우에 내려지는 상고기각의 실체판단의 중간적 지위를 갖는다고 입장(중간적 지위설), 대법원이 소송기록을 검토한 후에 실질적인 상고이유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 이유로 상고기각판결을 하는 이상 상고기각판결의 일종에 불과하다는 입장(전형적 상고기각판결설) 등으로 나뉜다.18)

(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심리불속행의 판단 대상은, 상고인이 주장한 상고이유가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가(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 소정의 심리속행사유를 포함하고 있는가)여부이다. 그리고 그 원칙적인 판단기준은 민사소송법 제423조19)의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상고가 아닌 경우에는 심리를 속행하지 아니하게 된다. 다만 특례법 제4조 제1항, 제3항에서는 당사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불속행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일정한 사유20)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더 나아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하고, 또한 특례법 제4조 제3항에서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위 사유를 포함하는 경우에도 그 주장자체로 보아 이유가 없거나 원심판결과 관계가 없거나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때에는 위의 예에 의한다”고 심리불속행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절대적 상고이유인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5호21)의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판결의 결과에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심리불속행재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한편, 특례법 제6조 제1항특례법 제4조제5조의 규정이 대법원의 전원재판부 아닌 이른바 ‘小部’의 재판 중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하여 제4조와 제5조의 적용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또한 같은 조 제2항은 원심법원으로부터 상고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월 이내에 제5조의 규정에 의한 판결의 원본이 법원사무관등에게 교부되지 아니한 때에는 제4조 및 제5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역시 특례법 제4조제5조의 적용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나아가 특례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심리불속행의 사유로 인한 상고기각판결이나 상고이유서 부제출로 인한 상고기각판결은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는 심리불속행판결의 경우 실질적으로 법적 문제가 없어 상고심이 그에 대한 이유를 기재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고 오히려 법령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는 상고심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게 되므로 판결이유를 쓰는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상고심의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취지이다.22)나아가 위 상고기각판결은 선고를 하지 아니하며 상고인에게 송달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특례법 제5조 제2항).

헌법재판소는 1995. 1. 20. 상고허가제도와 관련하여 합헌결정을 선고23)한 후 심리불속행제도와 관련하여 구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24)제4조 및 제5조를 심판대상으로 하여 처음으로 1997. 10. 30. 합헌결정을 선고한 바 있고25), 그 이후 심판대상에 특례

법 제2조26)와 제7조27)가 추가된 경우를 포함하여 심리불속행제도에 대해 여러 차례 합헌결정을 선고하여 왔는바,28)그 개요 및 요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번호
심판대상(특례법)
기본권침해
종국결과
97헌바37등
§4①,③, §5①,②
재판청구권 등
합헌
96헌마9229)
§4①,③
재판청구권 등
기각
99헌마461등30)
§4①,§5①
재판청구권 등
기각
2000헌바9331)
§4①,③
재판청구권 등
합헌
2001헌마78132)
§2,§4①,③ §5①,②
재판청구권 등
기각
2002헌마1833)
§4 ①
재판청구권 등
기각
2002헌마45934)
§4①,③ §5①,②,§6,§7
재판청구권 등
기각
2005헌마462등35)
§4①,§5①
재판청구권 등
기각
2005헌마56736)
§4①,§5①
재판청구권 등
기각
2003헌마59137)
§4①,③ §5①,②,§7
재판청구권 등
기각
2004헌마44138)
§4①,③ §5①,§7
재판청구권 등
기각
2006헌마46639)
§4①,③ §5①
재판청구권 등
기각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발견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앞서 선례에서 본 바와 같이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상반된 요청을 조화시키는 문제는 입법자의 형성에 속하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취지에 따라 입법자가 정한 심리불속행제도는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을 고려한 것으로서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심리불속행제도 중 특례법 제5조 제1항 부분에 대하여는 재판관 3인의 위헌의견이 제시될 정도로 쟁점으로 부각되었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부분에 국한하여 위헌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판결은 법원이 원칙적으로 변론을 열고 심리한 다음에 일정한 형식에 의한 재판서를 작성하고 엄격한 고지방법인 선고에 의해서만 그 효력을 생기게 하는 재판으로서40)판결서에는 원칙적으로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 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여야 하고(민사소송법 제208조),41)만약 판결에 이유를 밝히지 않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때에는 절대적 상고이유가 된다(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6호).

그런데 특례법 제5조 제1항특례법 제4조의 규정에 의한 판결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심리불속행판결을 할 때의 절차규정으로서 간이하고 신속한 절차에 의하여 사건을 걸러냄으로써 상고심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그 취지가 있다.42)즉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의 특칙으로서 심리불속행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의 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43)

이와 관련하여 심리불속행판결도 ‘판결’이라는 관점에서 특례법 제5조 제1항에서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이유를 생략한 판결을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여기서 기재가 생략되어서는 안 될 “이유”란 상고사건의 본안에 관한 이유가 아니라 “심리불속행의 이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44)이

쟁점에 대하여는 재판관 5인이 합헌의견을, 재판관 3인이 위헌의견을 각 제시하였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쟁점을 중심으로 심리불속행제도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특례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심리불속행제도에 관한 최초의 선례인 97헌바37사건을 비롯한 다수의 선례에서 합헌결정을 하였다. 그 설시방법을 보면 특례법 제4조 제1항과 함께 판시한 것이 대부분이나 2005헌마567 사건의 경우45)“이 조항은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는 사건의 보다 신속한 처리를 위한 것이고 판결의 이유는 하급심 판결에서 사실상 모두 설명된 것이어서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별도로 판시하기도 하였다.

한편, 구 특례법 시행규칙 제9조 제2항은 상고불허가결정에 이유설시를 요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였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즉 일부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하급심법원의 판결에 대한 통제를 약화시키며 보다 많은 판례의 집적을 위하여 적어도 결정주문의 정당함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유를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반면,46)대법원측에서는 허가상고불허가결정에 이유를 붙인다고 해도 그것은 “이 사건은 법령의 해석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한 상고허가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기재하는 수밖에 없고 남상고율이 지극히 높았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이러한 요지의 이유를 기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별의미가 없으며 또한 그것이 대법원판례가 되는 것도 아니므로 불허가결정에 이유를 붙이는 것은 무익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47)

독일의 경우 수리상고제도와 관련하여 연방헌법재판소에서 다음과 같은 판결을 한 바 있다. 즉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아무런 이유 설시’ 없이 상고를 수리하지 아니한 연방대법원판결 및 민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건(BVerfGE 49, 148ff.)에서,48)원칙적 중요성을 기준으로 상고불수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민사소송법 제554의b조에 대해 ‘원칙적 중요성이 없는 상고에 대한 불수리는 그 상고가 최종적 결과라는 점에서 성공가능성이 없을 때에만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다만 이유설시 없이 상고불수리결정을 한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동 재판부가 상고불수리 판단을 함에 있어 상고의 최종적 성공가능성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아니면 상고가 성공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사건부담을 결정적인 기준으로 고려하였는지 알 도리가 없으므로, 법치국가원리와 평등원칙에 대한 침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하고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환송한 바 있다(재판소원 인용).

여기서 어느 정도까지 이유 설시가 필요한 것인가가 문제되는데, ‘연방헌법재판소의 해석에 따른 민사소송법 제554의b조 제1항에 의하여 상고를 수리하지 않는다’고만 설시하였을 뿐 그 밖의 이유설시 없이 상고불수리결정을 한 연방대법원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건(BVerfGE 50, 287ff.)에서,49)‘구체적 이유설시가 없이 다만 불수리에 결정적인 법률적 관점(수리상고시에 원칙적 중요성이 없는 사건의 경우 승소가능성이 없다는 정도)의 기재만으로 족하고, 그 이상의 실체적 이유설시가 없다는 것이 불허가판단이유를 상고인이 알 수 없기 때문에 상고인에게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헌법위반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헌법으로부터 모든 법원의 재판, 특히 통상의 상소로써는 더 이상 다툴 수 없는 최종심법원의 재판에까지 반드시 이유설시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50)고 판

시한 바 있다.

(가) 개관

위와 같이 상고심을 형성하는 제도에 대하여 국가마다 다르게 형성되어 온 것을 알 수 있지만, 그 이유기재에 대하여는 독일의 경우와 같이 법치주의원칙 등의 관점에서 종전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들 이 사건 결정의 소수의견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재판관 5인이 찬성한 법정의견의 경우 심리불속행제도 자체의 입법목적과 합리성이 인정되는 이상 심리불속행의 내용을 구성하는 이유기재 생략 부분의 합헌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 선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보충의견은 우리나라의 심리불속행제도는 결정이 아닌 판결로 상고기각을 하면서 그 이유기재를 생략하도록 한 점에 입법론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이유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입장들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가) 법정의견(합헌)

① 재판관 4인(재판관 이강국, 이공현, 민형기, 목영준)

특례법 제4조제5조에서 규정하는 심리불속행제도는 남상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통하여 정당한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입법취지 및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충분히 합리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특례법 제5조 제1항에서는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의 특칙으로서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또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심리불속행제도의 내용을 구성하는 절차적 규정으로서 헌법재판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조항을 포함한 심리불속행제도에 대하여 여러 차례 합헌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한편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에 이유를 기재한다고 해도, 당사자의 상고이유가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하

는 심리불속행 재판의 성격 등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특례법 제4조의 심리속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이유기재에 그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그 이상의 이유기재를 하게 하더라도 이는 법령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는 상고심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이유를 생략하도록 규정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은 그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합리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 종전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도 없으므로, 이 부분 조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② 보충의견(재판관 이동흡)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의 특칙인 특례법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는바, 이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남상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통하여 정당한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하기 위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미 심리를 개시하였다가 판결의 형식으로 종결하는 특수성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사정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결에 이유기재를 요구하는 목적은 당사자에게 법원의 판단과정을 납득시키고 불복수단을 강구하도록 하려는 것이나 간이한 사건처리를 위하여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소액사건의 경우(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서 보듯이 그 이유기재 여부는 입법재량권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고, 더구나 심리불속행 재판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심급제도와 관련하여 입법화된 사항인 만큼 판결이유 기재를 비롯한 재판과정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입법형성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판단대상이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에 국한된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 판결이유의 기재 내용도 본안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에 그치는 것이므로 그 판결이유의 기재 목적 역시 다른 경우와 달리 볼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심리불속행 재판이 최종심으로서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만을 판단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례법 제5

조 제1항에서 그 판결이유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고 하여 재판의 본질에 위배된다거나 입법형성권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상고제한에 관한 외국의 여러 입법례 등에 비추어 특례법 제4조 소정의 심리불속행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재판의 성질상 이유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닌 ‘판결’로써 상고를 기각하도록 한 것은 입법론적으로 재검토할 여지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이유를 생략하도록 규정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당사자에게 법원의 판단과정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심리불속행제도의 여러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입법형성권을 벗어날 정도로 합리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위헌의견(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

특례법 제5조 제1항의 문제점과 재판청구권의 침해

심리불속행 상고기각은 상고이유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상고인이 주장한 상고이유에 민사소송법상의 적법한 상고이유가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는가를 검토한 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에 관한 심리를 더 이상 속행하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므로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서는 본안에 관한 이유를 기재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제5조 제1항에서 우리가 문제 삼는, 기재가 생략되어서는 안 될 “이유”란 상고사건의 본안에 관한 이유가 아니라 “심리불속행의 이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면서 그 이유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 상고한 당사자로서는, 상고가 적법함에도 불구하고 상고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종국적인 판단이 거부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주장한 상고이유가 왜 심리불속행 사유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유를 제시받지 못한 채 패소의 확정판결을 받게 되는 것이므로 그 결론의 적법 타당성을 알 방법이 없고 심지어 판단유탈과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조차 알 수가 없다.

결국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대해서 그 이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판결이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지, 혹시 상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거나 잘못 판단한

점은 없는지에 등에 대해 살펴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므로 상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생겨난다.

②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아래서의 재판

a) 국민주권주의와 재판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제1조 제2항). 국가권력의 하나인 사법권 역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는 법관이 재판을 담당하지만 이념적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법관이 행사할 뿐이다. 이것은 곧 국민이 국민의 이름으로 재판하고 재판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성을 핵심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이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민주권주의가 확립된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재판권을 행사하는 자가 치자로서 갖는 고유한 힘에 의해 재판했다는 이유로 그 재판이 정당화되거나 그 결과에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 권위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재판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통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최소한도의 불복방법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재판에서 당사자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이유의 제시이고 이러한 이유의 제시야말로 최소한의 불복방법을 보장해 주는 수단이 된다.

아무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채 재판의 결론만을 선고하면서 선고와 동시에 재판이 확정되었으니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 권력관계를 기초로 한 과거의 전제군주 통치체제하에서라면 몰라도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는 부합하지 아니하며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여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제도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게 될 우려마저도 없지 않다.

b) 법치주의와 재판

재판은 법치주의의 핵심 제도로서 구체적인 사건을 놓고 거기에 헌법과 법률을 적용해 무엇이 법인가를 선언함으로써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이다. 투표에 의한 표결이나 추첨 또는 일방적 지시 등을 통해서도 분쟁을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법치주의 하에서의 재판절차가 그와 같은 방법들과 본질적으

로 다른 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결론이 도출된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재판에서 확정된 결론만 있고 그 결론에 이르는 이유가 없다면 그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된 것인지 여부를 알 길이 없다. 재판절차를 형성하는 법률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한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없도록 하는 재판을 허용하고 있다면, 재판절차를 형성하고 있는 그 법률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반하는 법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재판의 본질은 재판을 청구한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법원의 응답이며 그 응답이 바로 이유의 기재라 볼 수 있을진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재판을 해도 된다고 하면 그런 재판은 재판의 본질에 반해 부당할 뿐 아니라 그런 재판을 하는 법원으로서도 자신의 판단이 과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적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검토할 계기가 줄어들게 되므로 자의적 판단에 빠질 위험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결국 이유기재가 없는 재판이 가능하도록 한 특례법 제5조 제1항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리에 따른 재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재판의 본질에도 반하는 부당한 규정이다.

심리불속행제도는 상고심에서의 소송촉진과 소송경제 등을 위해 종전의 상고허가제도 대신 도입된 것으로서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상반된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도 민사 등 사건에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결정은 심리불속행제도가 상고심의 재판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그 입법목적이 정당할 뿐 아니라 수단도 합리적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종전의 합헌결정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다만,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의 이유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특례법 조항에 대하여 재판의 본질과 법치주의 원리 등에 비추어 위헌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판결의 이유기재 생략이라는 쟁점에 대하여 처음으로 헌법적 관점에서 판단을 한 것으로서 향후 심리불속행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 이후에도 심리불속행제도와 관련하여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선고함으로써 이 결정의 의미를 재확인한 바 있다(헌재 2008. 5. 29. 2007헌마1408, 공보 140, 84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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