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03. 1. 30. 선고 2002헌마181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77호 203~20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례

결정요지

고소인의 이 사건 농사업무는 일부 청구인과의 경작권 분쟁과정에서 동인의 모내기 작업을 방해하려는 의도하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하는 정당한 업무라고 보기 어려워 이를 배제하기 위한 청구인들의 모내기 작업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 대한 업무방해의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기소유예의 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실오인 내지 업무방해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을 범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당사자

청 구 인 박○우 외 3인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미래

담당변호사 박장우 외 3인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02. 2. 9.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2002년 형 제7472호 사건에서 청구인들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청구인 박○우는 강원 철원읍 ○○리에서 농사를 짓고, 같은 박□우는 박○우의 8촌 동생, 같은 조○영은 박□우의 처, 같은 박○호는 박□우, 조○영 부부의 자, 고소인 박○선은 박○우의 여동생인바, 박○우와 고소인은 양인 및 형제들의 공유인 강원 철원읍 □□리 693, 696, 88 등 87필지 54,000평 중 농사가 가능한 27,000평에 대한 경작권 문제로 분쟁을 빚던 중, 고

소인이 2000. 5. 9. 위 토지 중 박○우가 모내기 준비를 하여 놓은 4,000평 상당에 볍씨를 직접 파종하자 박○우 등은 같은 달 16. 이앙기를 이용하여 위 부분 토지에 모내기를 강행하였다가 고소인에 의하여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되었는데, 박○우는 2001. 10. 12.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2001고단489호 업무방해죄로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후 항소하여 2002. 4. 25. 서울지방법원 2001노10167호로 무죄의 판결을 선고받고 동 판결은 확정되었다.

나.또한, 고소인은 2001. 8. 24. 박○우를 위 2000. 5. 16.자 업무방해를 포함한 여러 가지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박○영, 오○춘과 함께 2001. 9. 11. 청구인들 및 박○수 등 9인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고, 두 사건은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2001년 형 제53345, 58304호로 병합되어 같은 해 11. 30. 공소권없음 등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졌다가 같은 지청 2002년 형 제7472호로 수사가 재기됨으로써 2002. 2. 9. 피청구인에 의하여 각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졌는데, 이에 청구인들은 같은 해 3. 14. 혐의없음을 주장하면서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피의사실의 요지

피의자 박○우, 박□우는 농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8촌의 형제지간이고, 같은 조○영은 위 박□우의 처, 같은 박○호는 그 자로서 역시 농업에 종사하는바,

가.피의자 박□우, 조○영, 박○호는 위 박○우와 공동하여,

2000. 5. 16.경 강원 철원읍 □□리 693 소재 피해자 박○선 및 위 박○우 형제들 6인의 공유 논에서 피해자가 벼를 경작하기 위하여 약 4,000평 상당에 볍씨를 직접 파종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피해자로 하여금 경작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직파된 위 논 위에 이앙기로 모내기를 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의 농사업무를 방해하고,

나. 피의자들은 공모하여,

(1)같은 달 22.경 같은 리 696 소재 피해자 등의 공유 논에서 피해자가 벼를 경작하기 위하여 약 1,500평 상당에 볍씨를 직접 파종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위와 같이 이앙기로 모내기를 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의 농사업무를 방해하고,

(2)같은 달 23.경 같은 리 88 소재 피해자 등의 공유 논에서 역시 위와 같이 피해자의 농사업무를 방해하였다.

3. 당사자들의 주장

가.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 박○우는 나머지 청구인들과 함께 2000. 2.경 이 사건 논에 비료를 살포하고 같은 해 4. 초에는 못자리를 하는 등 계속 논농사 준비를 하여 왔으며, 이에 반해 고소인은 같은 해 4. 중순 인접지역에 못자리를 설치한 것 외에는 논농사 준비작업을 한 바가 없음에도 같은 해 5. 9. 이 사건 논에 볍씨를 직접 파종하였다.

그러나, 직파법은 수확이 적어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소인의 직파행위에는 실제 벼농사의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청구인들의 모내기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청구인들의 모내기 작업은 고소인의 농사업무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 정당방위 또는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피청구인으로서는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어야 함에도 자의적인 결정을 한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고소인이자 피해자인 박○선의 농사업무는 형법상 보호가치가 있는 업무로서 청구인들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고소인은 본인의 지분 및 다른 형제들의 위임에 의한 지분 등 9분의 6 지분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이미 전년도에 농사를 지은 바도 있으므로, 고소인이 이 사건 논에 볍씨를 파종한 행위는 부당한 침해행위라고 볼 수 없어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아니하고, 또한 고소인이 계속 농사준비를 하여 왔다는 점에서 청구인들로서는 고소인이 농사를 지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침해의 현재성이 없어 긴급피난도 성립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검사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고 청구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은 침해된 바 없다.

4. 판 단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2000. 5. 16. 이앙기로 이 사건 논에 모내기를 하기 이전인 같은 달 9. 이미 고소인에 의하여 볍씨가 직파되었다는 것을 고소인 또는 다른 청구인들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음에도, 이 사건 논에 대한 경작권이 청구인 박○우에게 있음을 전제로 위와 같이 모내기 작업을 강행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박○우에 대한 서울지방법원 2001노10167호 판결 및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2001고단489호 사건의 각 공판조서 사본의 각 기재와 다른 증거들을 종합

하면, 청구인 박○우, 박□우 등은 2000. 2.경부터 이 사건 논을 포함한 14,000평의 논에 토양개량제인 규산질비료를 살포하고 못자리를 내고 용수로를 만들며 물관리를 하는 등 농사준비를 하여 왔음에 반하여, 고소인은 박○우가 못자리를 설치한 이후 2000. 4. 12.경 그 인접 논에 자신의 못자리를 설치한 것 이외에는 논농사를 위한 사전준비작업을 특별히 하지 않았던 사실, 고소인은 박○우가 이 사건 논에 모내기를 위하여 써래질을 한 다음날인 2000. 5. 9. 볍씨를 직파하였는데, 통상 볍씨를 직접 파종하는 농사법은 수확이 적어 현재 별로 사용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부득이 직파를 하는 경우에도 써래질을 한 다음날 하게 되면 땅이 물러 볍씨가 땅 속에 묻혀 썩을 우려가 있게 되므로 적어도 10일 이상 지난 후 직파를 하여야 하는 사실, 또한 고소인은 경작권 분쟁 이전에는 볍씨를 직파한 일이 없다가 이 사건 분쟁이 빚어지자 경작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서둘러 직파하였음을 시인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우 등 청구인들이 이 사건 논에 모내기 방식으로 벼농사를 준비해 온 것은 공유 논에 대한 보존행위로서 적법한 업무라고 볼 수 있음에 반하여, 같은 논에 고소인이 서둘러 볍씨를 직파한 행위는 이 사건 논에 실제로 농사를 지으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박○우와의 경작권 분쟁과정에서 동인의 모내기 작업을 방해하려는 의도하에 이루어진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위 행위는 공유 논에 대한 적절한 업무라기보다는 오히려 청구인들의 벼농사 준비업무에 대한 부당한 침탈행위 내지 방해행위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볍씨를 직파한 고소인의 농사업무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하는 정당한 업무라고 보기 어려워 이를 배제하기 위한 청구인들의 모내기 작업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청구인들의 위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실오인 내지 업무방해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본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

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