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7헌가15 예금자보호법 제41조 제2호 등 위헌제청
제청법원 대구지방법원
주문
1. 예금자보호법(2006. 3. 24. 법률 제7885호로 개정된 것)제41조 제2호 및 제21조의2 제7항 중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에 관한 ‘부실관련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위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 제1항 중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제2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주주를 포함한다)]”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는 당해사건의 피고인 강○조에 대하여 아래 공소사실
의 요지 기재와 같은 예금자보호법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기소를 하였는바, 그 적용법조는 예금자보호법 제41조 제2호, 제21조의2 제7항이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예금자보호법 소정의 부실금융기관인 대구종합금융에 대한 채무 8억 4,000만원을 변제하지 못한 동남주물공업 주식회사(이하, ‘동남주물공업’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 제7항 소정의 부실관련자(부실금융기관에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현직 임원)인바, 예금보험공사가 시행하는 부실관련자의 업무 및 재산상황 등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① 2006. 4. 10.경 예금보험공사 부실채무기업조사단으로부터 동남주물공업의 총계정원장, 계정별 보조원장, 전표 등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함으로써 예금보험공사의 조사를 거부하고, ② 같은 달 18.경 예금보험공사 조사관으로부터 부실채무기업 조사와 관련하여 예금보험공사 사무실로 출석을 요구받고도 이를 거부함으로써 예금보험공사의 조사를 거부하였다.
(2) 대구지방법원은 2006. 9. 20. 위 약식기소 사건을 공판절차에 회부한 후, 2007. 1. 11.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는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 제7항 소정의 부실관련자 중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현직 임원 등 포함)’의 범위에 관하여, ‘판결 등에 의하여 이미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 채무자’로 한정 해석한 뒤, ‘피고인은 부실금융기관인 대구종합금융에 대하여 단순히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 법인의 대표자일 뿐 대구종합금융
의 부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당해사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 위 공소사실 외에 부실금융기관인 ‘영남종합금융’에 관련된 조사 거부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졌다.
(3) 항소심 관할법원인 대구지방법원은 예금자보호법(2006. 3. 24. 법률 제7885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41조 제2호, 제21조의2 제7항, 제1항 중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각호에 규정된 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주주를 포함한다.)]” 부분이 당해사건 재판에 적용될 법조인 것으로 판단하고, 2007. 6. 27. 직권으로 위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또는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성 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법률조항인 ① 법제41조 제2호 및 제21조의2 제7항 중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에 관한 ‘부실관련자’ 부분과 ② 법 제21조의2 제1항 중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주주를
포함한다.)]” 부분(아래 각 밑줄 친 부분, 이하 이들 모두를 ‘심판대상 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제21조의2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행사 등)
①공사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당해 부실금융기관 또는 부실우려금융기관(이하 “부실금융기관 등”이라 하며, 이 조에 한하여 그 청산법인 또는 파산재단을 포함한다.)에게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부실금융기관 등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각호에 규정된 자,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각호에 규정된 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주주를 포함한다.) 그 밖의 제3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청구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1. 제31조 및 제3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결정하거나 보험금의 지급을 한 때
2. 제36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정리금융기관이 영업 또는 계약의 양수 또는 예금 등 채권의 지급을 결정하거나 영업 또는 계약의 양수 또는 예금 등 채권의 지급을 한 때
3. 제38조의 규정에 의하여 자금지원을 결정하거나 자금지원을 한 때
4. 삭제
⑦공사는 제1항 내지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구,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행사 또는 소송참가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당해 부실금융기관 등,부실관련자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해관계인(이하 “이해관계인”이라 한다.)에 대하여 업무 및 재산상황에 관한 자료제출요구, 출석요구(이해관계인에 대한 출석요구는 제외한다.) 등 조사를 할 수 있다.다만, 부실관련자 중 그 밖의 제3자의 범위는 회계법인 또는 공인회계사에 한한다.
1. 부실관련자의 배우자 및 부실관련자와 그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2. 부실관련자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로 인하여 직접 이익을 받은 자 및 전득자
3. 그 밖에 부실관련자의 재산은닉에 관련이 있는 자
제41조 (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생략)
2.제21조 제2항 또는제21조의2 제7항(이해관계인 부분을 제외한다.)의 규정에 따른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
【관련 조항】
예금자보호법 제2조(정의)
5. “부실금융기관”이라 함은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부보금융기관을 말한다.
가. 경영상태를 실사한 결과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보금융기관 또는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부실채권의 발생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게 되어 정상적인 경영
이 어렵게 될 것이 명백한 부보금융기관으로서 금융감독위원회 또는 제8조의 규정에 의한 예금보험위원회가 결정한 부보금융기관
나. 예금 등 채권의 지급 또는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의 상환이 정지상태에 있는 부보금융기관
다. 외부로부터의 자금지원 또는 별도의 차입(정상적인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차입을 제외한다)이 없이는 예금 등 채권의 지급이나 차입금의 상환이 어렵다고 금융감독위원회 또는 제8조의 규정에 의한 예금보험위원회가 인정한 부보금융기관
5의2. “부실우려금융기관”이라 함은 재무구조가 취약하여 부실금융기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제8조의 규정에 의한 예금보험위원회가 결정하는 부보금융기관을 말한다.
2.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요지
(1) 심판대상 조항에 의하여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하여야 할 부실관련자는 ①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고, ②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라고 할 것인데, 위 ① 요건의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바람에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 중에서 과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한 자가 조사에 응하여야 할 부실관련자인지 도무지 특정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법률조항은 범죄구성요건 규정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2) 심판대상 조항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하여야 할 부실관련자인 채
무자(단순 채무불이행의 경우이든,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에 불법행위 또는 범죄행위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이든 간에)가 예금보험공사의 자료제출요구 등에 불응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를 범죄행위로 인정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범죄자에 대한 수사, 소추 및 재판 과정 또는 기타 특별법에서의 피의자, 피고인, 증인 또는 조사대상자에 대한 자료제출요구 또는 출석요구 제도와 비교하여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이 더 높다거나 공익성이 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에 대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이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형사처벌로써 실현가능한 공익이 피해자의 사익보다 훨씬 더 크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 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
나.예금보험공사의 의견 요지
(1)법 제21조의2 제7항에 의하여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는 부실관련자란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모든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주주를 포함한다.)”이고, 제청법원의 견해처럼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 중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후자는 조사결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관한 것일 뿐 조사대상자의 범위에 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 조항 중 조사대상자의 범위에 관한 부분은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2) 심판대상 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의 중요성과 범죄의 죄질, 행위자 책
임의 정도, 일반예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유사 법률의 형사처벌 규정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 조항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과잉금지 원칙 및 형벌과 책임의 비례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3) 기타 심판대상 조항이 영장주의에 위배된다거나 또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
다. 재정경제부장관의 의견 요지
(1) 심판대상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예금보험공사의 의견과 같은 취지이다.
(2) 심판대상 조항은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도 부실을 초래한 금융기관 및 그 부실관련자들로부터 손해배상을 추궁하여 공적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와 같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고자 그 제출을 효과적으로 강제하기 위하여 형벌로써 규제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심판대상 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은 고의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비교적 경미한 처벌에 그치므로 법 운용상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할 것이고, 공적자금의 회수와 금융부실의 방지로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공익이 부실관련자들에 대한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3. 심판대상 조항 중 법 제21조의2 제1항 관련 부분에 대한 판단
가. 문제의 소재
심판대상 조항 중 법 제21조의2 제1항의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제2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주주를 포함한다)]” 부분이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제청법원은 법 제21조의2 제7항에서 규정한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는 “부실관련자”란 법 제21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부실금융기관 등에게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를 의미한다는 해석을 전제로, 법 제21조2 제1항의 이 부분 규정도 당해사건 재판, 즉 당해사건 피고인이 “부실금융기관 등에게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에 해당하여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재판에 적용되고, 따라서 이 부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유무죄의 결론이 달라지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해관계인들은 법 제21조의2 제7항이 규정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는 부실관련자’란 모든 부실관련자이고, 부실금융기관 등의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바, 당해사건은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는 부실관련자의 조사거부 행위에 대한 처벌이 문제되는 사건이므로, 만일 이 주장이 옳다면 법 제21조의2 제1항의 부실관련자 중 “부실금융기관 등에게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분은 당해사건에 적용될 여지가 없어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심판대상 조항의 개정 연혁
(1) 2000. 1. 21. 법률 제6173호로 개정된 법 제21조의2 제1항은 손해배상청구 상대방에 관하여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임·직원,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 기타 제3자(이하 부실관련자라 한다.)”라고 규정하여 ‘부실관련자’의 개념에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의 의미를 담고 있었고, 같은 조 제7항은 손해배상청구의 요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의 조사대상자를 “당해 부실금융기관 등의 청산법인 또는 파산재단”으로만 규정하여 ‘부실관련자’ 일반을 조사대상자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2) 2000. 12. 30. 법률 제6323호로 개정된 법 제21조의2 제1항은 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인 ‘부실관련자’에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주주를 포함한다.)”를 추가하였으나, 같은 조 제7항은 조사대상자를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로 규정함으로써, 위 채무자가 ‘부실관련자’{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의 개념을 담고 있다.}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조사대상에는 포함되었다.
(3) 그런데 2002. 12. 26. 법률 제6807호로 개정된 법은 제21조의2 제1항(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에 관한 규정)은 그대로 둔 채 제7항에서 조사대상자에 관한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 부분을 “부실관련자”로 변경함에 따라, 문언 상 조사대상자가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 중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축소되었다.
(4) 그 후 2006. 3. 24. 법률 제7885로 개정된 것이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인바, 여기서 ‘부실관련자’의 개념{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실관련자’의 정의 또는 범위는 법 제21조의2 제1항 중 ‘부실관련자’ 뒷부분 괄호([ ]) 안에서 규정한 내용이라 할 것이다.}은 문언 상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아니하므로, 조사대상자인 ‘부실관련자’의 범위가 위 법률 제6323호로 개정된 법 제21조의2 제7항과 같이 다시 확대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 심판대상 조항의 해석
법 제21조의2 제1항은 예금보험공사가 보험금 지급 등을 한 때에는 부실금융기관 등에게 ‘그 부실과 관련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으로서,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대상자의 범위를 규정함에 있어서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
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를 들고 있다.
한편, 법 제21조의2 제7항은 예금보험공사가 같은 조 제1항의 손해배상청구의 요구 등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 업무 및 재산상황에 관하여 조사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으로서, 그 조사대상자의 하나로 ‘부실관련자’를 규정하고 있고, 부실관련자에 대하여는 법 제21조의2 제1항이 “…… 부실관련자[……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당해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주주를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심판대상 조항의 이러한 구조와 규정형식에 따르면, ‘부실관련자’의 정의 또는 범위는 법 제21조의2 제1항 중 ‘부실관련자’ 뒷부분 괄호([ ]) 안에서 규정한 내용이라 할 것이고, 법 제21조 제1항에서 규정한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란 ‘부실관련자’ 중 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이 될 자, 즉 손해배상청구 대상자의 범위에 관한 것으로 볼 것이다. 따라서 법 제21조의2 제7항은 예금보험공사의 손해배상청구 요구와 관련하여 필요한 조사 및 그 조사대상자에 관한 규정이고, 법 제21조의2 제1항은 예금보험공사의 손해배상청구 요구 및 손해배상청구 대상자에 관한 규정으로서, 제7항에 의하여 조사를 한 결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가 제1항의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자가 될 것이므로, 제7항의 조사대상자의 범위와 제1항의 손해배상청구 대상자의 범위가 반드시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법 제21조의2 제1항과 제7항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부실관련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요구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하여 ‘부실관련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
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부실관련자가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같은 조 제1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즉 예금보험공사가 부실관련자에 대하여 자료제출요구 또는 출석요구 등을 요구하는 시점에서는 부실관련자에게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라. 소결론
당해사건은 피고인이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 법인의 현직 임원(대표이사)으로서 부실관련자에 해당하여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였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기소된 사건이다. 그런데 심판대상 조항 중 법 제21조의2 제1항의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 부분은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자에 관한 규정일 뿐, 예금보험공사의 조사대상자인 ‘부실관련자’를 한정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 법률조항은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될 수 없으므로, 그에 대하여 위헌선언이 있다고 하여 당해사건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심판대상 조항 중 위 법률조항에 관한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부적법하다.
4. 심판대상 조항 중 법 제41조 제2호 및 제21조의2 제7항 관련 부분에 대한 판단
가. 문제의 소재
심판대상 조항 가운데법제41조 제2호 및 제21조의2 제7항 중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에 관한 ‘부실관련자’ 부분(이하, ‘부실관련자 중 채무자 관련 처벌조항 등’이라 한다.)은 예금보험공사의 부실관련자에 대한 업무 및 재산상황에 관한 조사 권한과 이를 거부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고, 제청법원은 이 부분 부실관련자가 예금보험공사의 자료제출 요구 등에 불응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를 범죄행위로 인정하여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제청이유를 밝히고 있으므로, 본안심리에 들어가 이 부분 심판대상 조항이 처벌조항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나.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죄질의 경중과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 평등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487 참조).
다.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법은 “금융기관이 파산 등의 사유로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예금보험제도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예금자 등을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법 제1조). 예금보험공사는 법에 의한 예금보험제도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 법 및 법에 의한 명령과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되고, 예금보험공사의 사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차관, 한국은행부총재 등 정치활동이 금지된 7인의 위원들로 구성된 ‘예금보험위원회’가 예금보험공사의 업무운영에 관한 기본방침을 수립하고 기금운용계획 등을 심의하며, 예금보험기금의 관리 및 운용, 보험금 등의 지급,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의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법 제3조, 제4조, 제8조, 제9조, 제9조의2, 제18조 참조).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으나, 부실을 초래한 금융기관과 채무기업 및 기업주에 대한 책임추궁이 미흡하여 도덕적 해이현상이 극심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다. 이에 2000. 12. 30. 법률 제6323호로 개정된 법은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관한 책임추궁의 대상에 부실금융기관 등의 채무자 기업 및 기업주 등을 포함시키고, 공적자금의 회수 및 유사행위 재발의 방지를 위하여 그들을 포함한 소위 부실관련자에 대하여 엄중한 책임추궁의 기능을 강화하였다. 한편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에 관하여 지금까지 조사된 통상적인 부실책임의 유형으로는 분식회계에 의한 차입, 회사채 발행 및 부당 이익배당, 부실계약사에 대한 부
당 자금지원, 대주주 부당 지원, 임·직원의 회사자금 등 재산의 횡령 등이 있는바, 이러한 부실책임을 규명하는 데에는 부실관련자들의 자료제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판대상 조항 중 ‘부실관련자 중 채무자 관련 처벌조항 등’은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에 필요한 증거자료를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부실관련자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에 대처하기 위하여 형벌로써 이를 강제한 것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라. 피해의 최소성
법 제21조의2 제7항에 따른 예금보험공사의 조사권 행사는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구,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행사 또는 소송참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제한되고, 조사대상자는 부실금융기관 등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 부실관련자 등에 한정된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의 자료제출요구 또는 출석요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 그 자체를 구성요건으로 하여 처벌을 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직접적인 강제수사의 방법으로 압수·수색을 통하거나 구인 등의 방법으로 그 목적(자료제출, 출석요구 등)을 관철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아닌 예금보험공사에 대하여 이와 같은 강제수사권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공적자금의 회수에 필수적인 예금보험공사의 조사기능을 유명무실화 할 수도 없을 것이므로,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불응한 경우에 대한 제재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바, 통상 부실금
융기관 등의 부실규모가 적게는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 조원에 이르는 것이 보통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제재 수단으로 과태료 처분만으로는 자료제출을 강제하는 효과를 이루기에 미흡하고, 형벌로써 이를 강제할 때에만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달리 더욱 적절한 수단을 찾기 어렵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료제출의 거부 등에 대한 다른 처벌법규들인 ‘농업협동조합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21조 제7항, 제21조 제8항, 주택법 제98조 제10호, 제59조 제1항, 제90조 제1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6조 제30호, 정치자금법 제49조 제2항 제8호, 제43조 제2항, 제1항, 공직자윤리법 제25조, 제8조 제4항, 제5항, 헌법재판소법 제76조 제2호, 제3호, 감사원법 제51조 제1항 제1호, 제3호, 국민연금법 제119조 제2호, 제122조 등의 각 법정형과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부실관련자 중 채무자 관련 처벌조항 등’의 법정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결코 과중하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부분 심판대상 조항이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마. 법익의 균형성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부실관련자로 인하여 초래되는 부실규모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적게는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 조원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이고, 그 과정에서 투입된 공적 자금의 실질적 부담은 부실금융기관 등의 예금자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편, 심판대상 조항 중 ‘부실관련자 중 채무자 부분 처벌조항 등’은 예금보험공
사의 부실관련자에 대한 조사기능의 실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기업의 책임경영 풍토를 확립하고 금융부실을 방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바, 이러한 공익은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예금보험공사의 조사를 거부한 부실관련자들을 처벌함으로써 침해되는 신체의 자유 또는 재산권 등 사익보다 크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부분 심판대상 조항이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바. 소결론
결국, 심판대상 조항 중 ‘부실관련자 중 채무자 관련 처벌조항 등’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거나 기타 입법재량의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
5. 결론
따라서 심판대상 조항 가운데 법 제41조 제2호 및 제21조의2 제7항의 ‘부실관련자 중 채무자 관련 처벌조항 등’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법 제21조의2 제1항의 “그 부실 또는 부실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부실관련자"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은 부적법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부실관련자 중 채무자 관련 처벌조항 등’ 부분과 관련하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민형기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민형기의 반대의견
가. 나는 이 사건 처벌조항 중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부분이 다수의 합헌의견과는 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힌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그에 대하여 어떤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입법자의 재량이 무제한의 것일 수는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서 도출되는 형사입법에 관한 기본원칙, 즉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가 인정되어야만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책임주의 원칙’과 형벌은 죄질과 책임의 정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고, 또 헌법 제11조가 규정한 ‘평등의 원칙’에도 부합하여야 하므로, 설령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국가정책적으로 그러한 형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 판례집 15-2 하, 242, 243 등 참조).
이 사건 처벌조항은 부실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예금보험공사로 하여금 이를 보다 효율적이고 용이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채무불이행자를 부실관련자로 분류한 다음, 그에게 재산상황에 관한 자료제출 내지 출석의무 등을 부과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조항으로서, 공적 자금의 원만한 회수를 위하여 채무불이행자의 재산상황 등에 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나아가 그 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조사에 불응하는 채무불이행자에
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그러한 의무의 이행 내지 협조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정책적 필요성은 인정될 수 있고, 또한 그 개정입법이 이루어진 경위 등에 비추어 입법자의 이러한 결단과 재량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다수의 합헌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다.
나. 그러나 이 사건 처벌조항이 부실금융기관의 대출과 관련한 모든 채무불이행자를 부실관련자에 포함시켜 위와 같은 자료제출 내지 출석의무 등을 부과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징역형을 포함하여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앞서 본 형사입법에 관한 헌법상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위헌적인 것임을 면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즉, 부실금융기관의 대출과 관련된 채무불이행자는 그 채무불이행의 주체, 사유 및 정도 등에 있어 개인채무자 또는 법인채무자, 소액채무자 또는 다액채무자, 담보를 제공한 채무자와 그렇지 아니한 채무자 등 다양한 유형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실에 대한 관련성 내지 책임의 정도 역시 차이가 있어 예금보험공사가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채권자대위권 행사 등을 위하여 채무불이행자의 재산상황 등을 조사함에 있어 그 상대방인 채무불이행자가 이에 협조하거나 수인하여야 할 의무의 정도 및 범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채무불이행자의 조사거부 내지 협조의무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거나, 어떤 채무불이행자의 경우에는 채무변제의 의사와 능력이 있고 적절한 담보도 제공하였음에도 갑작스런 경제상황의 악화 등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등 예외적인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채무불이행자가 그 협조의무 등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인정될 수 있는 책임의 존부 및 정도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도, 이 사건 처벌조항은 이러한 다양한 구성요건적 행위를 그 형사책임 내지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차등하여 유형화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채무불이행자로 되어버린 예외적인 경우에도 그렇지 아니한 채무불이행자의 경우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은 죄질과 책임의 정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구나 채무불이행자가 금융기관의 부실에 책임이 있거나 이에 관련되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관련 재판이 확정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또 예금보험공사에 부여된 조사권도 종국적으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증거자료의 수집을 위한 수단적 내지 단계적인 조치 중의 하나일 뿐 그 단계에서 바로 채무불이행자의 부실관련 책임 유무를 확정하거나 그를 형사처벌하기 위한 사전적인 절차가 아님이 분명한데도, 채무불이행자가 조사과정에서 출석요청 등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거부사유나 구체적 상황을 따져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예금자보호법이 본래 예정하고 있는 공적자금의 회수방법, 예금보험공사에게 부여된 조사권한의 범위 및 법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잉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사정에 의하여 사후에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채무변제를 위한 담보를 충분히 제공한 경우와 같이 채무불이행자
가 그 대출금융기관의 부실에 책임이 있거나 그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단지 그가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출석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다른 일반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후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게 된 채무불이행자에 대해서는 이러한 협조의무나 형벌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채무불이행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 되어 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
라. 결국, 이 사건 처벌조항은 그 입법목적 및 정책적 필요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불응한 채무불이행자를 그 죄질과 책임의 정도에 상응하도록 구체적으로 유형화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할 정도의 비난가능성이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자의 경우에까지 그렇지 않은 채무불이행자와 동일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므로, 이 부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2009. 9. 24.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해외출장으로서명날인불능
재판장
재판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