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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광, "지방자치법 제111조 제1항 제3호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9집, 헌법재판소, 2010, p.35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9집)]
본문

-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반하는지 여부 -

(헌재 2010. 9. 2. 2010헌마418, 판례집 22-2상, 526)

고 일 광*1)

1. 지방자치단체의 장(이하, 자치단체장이라 한다)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아니한 경우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한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1조 제1항 제3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무죄추정의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자치단체장인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또한 국회의원과 달리 자치단체장에게만 위와 같은 제재를 가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단순위헌의견이 5인, 헌법불합치의견이 1인인 경우 주문의 표시 및 종전결정의 변경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1조 제1항 제3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11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대행 등)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부지사ㆍ부시장ㆍ부군수ㆍ부구청장(이하 이 조에서 “부단체장”이라 한다)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

1. 궐위된 경우

2. 공소 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

3.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아니한 경우

4.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에 60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한 경우

(1) 청구인은 2010. 6. 2. 실시된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되어 2010. 7. 1. 강원도지사에 취임하였으나, 위 당선 이전인 2009. 9. 23.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당선 이후인 2010. 6. 11.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았으며, 2011. 1. 27. 대법원이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거하여 2010. 7. 1. 강원도지사에 취임한 직후부터 직무에서 배제되어 도지사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자 2010. 7. 6. 이 사건 법률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청구인에게 헌법상 보장된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주된 입법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하 ‘자치단체장’이라고 한다)이 재임 중 직무와 관련된 중한 범죄로 공직기강을 심히 흔들리게 한 경우 그를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사회적 제재 내지 응징을 가함으로써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선거권자인 주민의 의사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이고, 부수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치단체장을 그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서 배제시킴과 동시에 그와 같은 범죄행위와 무관하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자가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함으로써 지방행정의 정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국민의 신뢰 및 직무전념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공무담임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권 제한은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 요구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범죄의 유형이나 경중ㆍ죄질, 입법목적과의 관련 여부 등을 불문하고 어떤 범죄든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기만 하면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있고, 그 적용요건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상적인 운영에 상당한 장해를 야기할 구체적인 위험 등을 적시하거나 권한대행기간을 최소화하려는 등의 노력도 전혀 없이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는 불확정한 기한까지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당연히 정지시키고 있으므로 최소침해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②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상태만으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정상적인 운영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장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매우 불확실한 반면, 당해 자치단체장이 입는 불이익은 불확정한 기한까지 권한을 정지당하고 직무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간접적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민에게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라는 인식을 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마저 침해받을 수 있고 이는 장차 무죄가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에 대한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침해를 준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2) 헌법 제27조 제4항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상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피고인에게 법률적 및 사실적 측면에서 범죄사실의 인정과 그에 따른 유죄의 비난을 하는 등의 유ㆍ무형의 일체의 불이익을 가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기만 하면 자치단체장으로서의 권한행사 및 직무수행을 실제로 불가능하게 하는 불이익을 가하고 해당 자치단체의 주민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에 대하여도 해당 자치단체장이 중대한 범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3) 자치단체장의 직무배제 여부는 형사재판과는 별도의 독립한 절차를

통하여 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해당 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거나 변명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절차적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하는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있으므로, 침해되는 권리에 대한 적법하고 적정한 절차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적법절차의 원리에도 위배된다.

(4) 자치단체장은 선거에 의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선출되고, 특히 이 사건 청구인은 선거 이전에 이미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부과하는 판결을 선고받았음에도 지역주민의 신뢰를 받아 강원도지사로 당선되었는바, 이러한 청구인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권한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선거에 나타난 주민의 의사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국민주권의 원리, 민주주의 원리 및 지방자치의 원리에 반한다.

(5) 유죄선고를 받은 경우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공직기강확립을 위하여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필요성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 각부의 장, 국회의원, 교육감, 교육위원 모두 자치단체장과 동일하다. 그러나 국무총리나 행정 각부의 장, 교육감, 교육위원의 경우는 ‘사고’로 직무수행을 할 수 없을 경우에만 권한대행하도록 되어 있고, 국회의원의 경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치단체장의 경우에만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으면 판결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직무수행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6) 자치단체장이 그 직무수행과 무관한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주민으로부터의 직무수행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어 자치단체행정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명백히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고, 더구나 직무수행과 무관한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것이 선거 이전이어서 해당 지역주민들이 이를 충분히 알고 자치단체장으로 선출한 경우에도 선거

이전에 받은 판결에 근거하여 취임 직후부터 자치단체장의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선거를 통해 나타난 지역주민들의 의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주민자치원리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제한적인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2002. 3. 25. 지방자치법이 개정될 당시 민선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제기된 문제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고도의 윤리성과 주민의 신뢰가 요구되는 자치단체장직에 대한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국민의 법감정에 부응하기 위하여 자치단체장의 권한대행사유로 추가된 것으로서, 그 후 수차례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고 여·야간 정권이 교체되며 새로이 국회가 구성되면서도 특별한 변경없이 제정 당시의 내용을 유지해 오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구 지방자치법 조항에 관하여 헌법재판소가 2005. 5. 26. 이미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도 있는데,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선례는 그 전제되었던 헌법적 상황에 변화가 있는 등 사정변경이 발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에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임기 도중 단체장직을 상실한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 1기(1995∼1998)에는 23명, 민선 2기(1998∼2002)에는 59명, 민선 3기(2002∼2006)에는 78명에 이르렀고, 민선 4기(2006∼2010)에도 119명이 기소되어 31명이 직위를 상실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제정될 당시 입법적 배경이 되었던 민선 자치단체장의 형사처벌로 인하여 발생한 직무수행의 불신이라는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은 현재까지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실정이므로, 위 헌법재판소 선례 이후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달리할 만한 사정변경은 없었다고 보인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국회가 그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 결과이므로 국민주권주의에 부합하는 것이고,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선거직 공무원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법이 규정하고 있는 제반 규율에 저촉되면 해당 공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됨이 법치주의 원리상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관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 결

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였다는 사실에 신뢰를 부여한 것이므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법관의 판결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법치주의의 원리를 간과한 주장이다.

(3)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다는 것은 주거부정,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없다는 것이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가 경미하고 따라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적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청렴성에 커다란 불신이 야기된 상황으로부터 직무의 원활한 운영을 저해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직을 정지시키고 권한을 대행시키는 수단이 필수적이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이 제한되더라도 이는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직무수행에서 배제시키는 것일 뿐 단체장으로서의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 형이 확정될 때까지라는 불확정한 기한은 충실한 심리가 이루어져야 하는 재판의 속성상 불가피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침해의 최소성 요건도 충족하였다.

위와 같이 자치단체장이 제한받는 공무담임권은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것인 반면, 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에 있어 그 도덕성과 청렴성이 불신받을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ㆍ사회적 혼란, 당해 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이 저해될 위험성 등을 감안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임을 확보ㆍ유지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과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공익에 해당하므로,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자치단체장에게 가해지는 직무정지는 유죄선고를 받았음을 이유로 당해 피고인에게 사회ㆍ윤리적 비난 내지 응보적 의미의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상실한 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권한대행제도의 부수적 산물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불이익이 아니다. 혹시 불이익을 가한 것이라 하더

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불이익이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를 넘지 않도록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였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5) 국무총리나 행정각부의 장, 국회의원, 대통령의 경우는 자치단체장에게 적용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내용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나 행정각부의 장은 임명권자에 의한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의 경우는 권한대행의 경우를 상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회라는 합의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치단체장과 같은 독임제 행정기관의 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모두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으며, 대통령의 경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로서 대통령 지위의 변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국가적ㆍ사회적 파급효과가 자치단체장의 경우보다 훨씬 크고 그 외교적 영향도 상당하므로, 대통령과 달리 자치단체장에 대하여만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제한을 두었다 하여 이를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도 침해하지 않는다.

(1)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선언함으로써,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 비록 1심이나 2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더라도 그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해야 함은 물론, 유죄임을 전제로 하여 해당 피고인에 대하여 유형ㆍ무형의 일체의 불이익을 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주민의 신뢰가 훼손되고 자치단체장으로서 직무의 전념성이 해쳐질 것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부여한 후, 그러한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사실만을 유일한 요건으로 하여, 형이 확정될 때까지의 불확정한 기간동안 자치단체장으로서

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불이익을 가하고 있으며, 그와 같이 불이익을 가함에 있어 필요최소한에 그치도록 엄격한 요건을 설정하지도 않았으므로, 위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자치단체장직에 대한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주민의 복리와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치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수단을 택하였다 하더라도, 과잉금지의 원칙상, 입법자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덜 제한하는 수단을 채택하여야 한다.

(나) 그런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치단체장을 다른 추가적 요건없이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특히 이 사건 청구인의 경우처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이후 선거에 의하여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경우에는 ‘자치단체행정에 대한 주민의 신뢰유지’라는 입법목적은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할 적정한 논거가 되기 어렵다.

(다) 또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더라도 불구속상태에 있는 이상 자치단체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그 권한을 대행시킬 직접적 필요가 없다는 점, 혹시 그러한 직무정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게 되면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된다거나 회복할 수 없는 공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제한적인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가 해당 자치단체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또는 선출된 이후 자치단체장의 직무에 관련하여 발생하였는지 여부, 고의범인지 과실범인지 여부 등 해당 범죄의 유형과 죄질에 비추어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미리 직무를 정지시켜야 할 이유가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로만 한정할 필요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치단체장에게 아무런 소명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모든 범죄로 그 적용대상을 무한정 확대함으

로써, 사안에 따라 직무정지의 필요성이 달리 판단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전혀 배제시키고 있으므로, 필요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기본권제한에 해당한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해당 자치단체장은 불확정한 기간 동안 직무를 정지당함은 물론 주민들에게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라는 선입견까지 주게 되고, 더욱이 장차 무죄판결을 선고받게 되면 이미 침해된 공무담임권은 회복될 수도 없는 등의 심대한 불이익을 입게 되는바, 이러한 불이익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과 비교하여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 요건 또한 갖추지 못하였다.

(마)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치단체장인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함에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

(3) 평등권 침해 여부

선거직 공무원으로서 선거과정이나 그 직무수행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공직의 윤리성이나 신뢰성 측면에서는 국회의원의 경우도 자치단체장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에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후 그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직무를 정지시키는 제도가 없으므로, 자치단체장에게만 이러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효과와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 및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권을 제한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선거에 의하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공무담임권을 위임받는 자치단체장의 경우, 그와 같이 공무담임권을 위임한 선출의 정당성이 무너지거나, 공무담임권 위임의 본지를 배반하는 직무상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러한 경우에도 계속 공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은 공무담임권 위임의 본지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위 두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로 자치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라면, 그 형이 확정되기 전에 해당 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직접적으로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고, 과잉금지의 원칙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나, 위 두 가지 경우 이외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형이 확정되기 전에 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는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고, 위헌부분에 의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바, 이를 가려내는 일은 국회의 입법형성권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

(1)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위 공직자인 자치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음으로써 주민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직무전념성을 해쳐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운영에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데에 그 주된 입법목적이 있고,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 위와 같은 위험을 배제할 방법으로는 해당 자치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절실하고 또한 유일하다 할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나) 법원이 범죄의 내용과 죄질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였다면, 그 시점에 주민의 복리와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은 이미 발생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 또는 ‘회복할 수 없는 공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등의 추가적 요건은 설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 어느 정도의 범죄 유형이 특별한 추가요건 없이 당연히 직무정지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인지 명확히 그 경계를 정하기는 힘든 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무정지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 이후 상급심에서 그 미만의 형이나 무죄가 선고되면 해제되므로 잠정적인 제재에 불과하고, 그 경우에도 단체장으로서의 신분은 계속 유지되므로, 그 불이익이 최소한에 그치고 있다는 점, 선거직 공무원에 대하여 직무정지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절

차를 마련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최소침해성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자치단체장이 입는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치고 있는 반면, 자치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직무수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됨으로써 주민의 복리와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운영에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한다는 공익은 그보다 훨씬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하고 있다.

(라)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함에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외국의 입법례 중에서도 자치단체장이 일정한 법정형 이상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을 경우 특별한 추가적 요건없이 자동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법제를 다수 발견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성을 지지해 주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2)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 그 유죄인정을 전제로 하는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 되며 가사 그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비례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여하한 형태의 불이익이 존재하기만 하면 모두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이익이 비례의 원칙을 존중한 것으로서 필요최소한도에 그친다면 예외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하고 있는 직무정지라는 제재는 형사피고인의 지위에 있는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개념상으로는 당사자에게 불이익한 효과를 가져오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직무정지를 부과하는 목적이 유죄판결에 대한 비난이나 제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말미암아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하는 데 있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불이익의 정도도 필요최소한의 범위에 그치고 있으므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위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평등권 침해 여부

국회의원은, 국회라는 합의체기관의 구성원이므로 독임제 행정기관의 장인 자치단체장과 다르고, 국회의원직에 대한 권한대행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직무의 성격 역시 다르다. 게다가 이러한 직무의 차이로 말미암아 이들의 직무수행이 정지될 경우 해당 업무의 원활한 운영에 미치는 영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의원과는 달리 자치단체장에게만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제한을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이 금지하는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

(4)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을 위하여 아무리 중요한 공직이라 하더라도 선거에서 승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일체의 법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 법치주의원리상 당연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거에 나타난 지역주민의 의사에 반한다는 볼 수는 없다. 또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자가 부여한 의미,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입법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치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후 선거에서 당선되었건 당선된 후 그러한 형을 선고받았건 간에, 직무정지의 필요성이 달리 판단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후 선거에 당선되었다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성 판단에 차이가 있을 수도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5인이고,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 1인이므로, 단순위헌 의견에 헌법불합치 의견을 합산하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에 필요한 심판정족수 6인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입법자가 2011. 12. 31.까지 위 법률을 개정하지 아니하면 2012.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며, 위 개정시까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할 것

을 명한다.

아울러,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이 결정과 견해를 달리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구 지방자치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던 2005. 5. 26. 2002헌마699, 2005헌마192(병합) 결정은, 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구 지방자치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 헌법재판소 2005. 5. 26. 2002헌마699, 2005헌마192(병합) 결정은, 그 결정 당시 배경이 되었던 정치ㆍ사회적 현실에 현재까지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 점, 선례의 판시내용에 법리오해라 할 만한 것도 없는 점에 비추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 사건 심판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이므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령이 전부 위헌인 경우에는 주문에서 해당 법령이 위헌이라는 선언만 하여도 그 주문에는 그 법령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하는 주문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사건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합헌부분과 위헌부분이 섞여 있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는 경우에는 그 주문만 가지고는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가 주문에 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청구인이 정치자금법위반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기 전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강원도지사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주문을 주된 주문으로 선고한 후,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함을 선고하여야 한다.

1949. 7. 4. 법률 제32호로 제정된 최초의 지방자치법부터 자치단체장이 ‘사고가 있을 때’에는 부단체장이 직무를 대리하는 제도가 있었고, 1999. 8. 31. 법률 제6002호로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의해 ‘사고가 있는 경우’를 대신하여 ‘궐위 또는 공소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거나 의료법에 의한 의료기관에 60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한 경우’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였으며, 2002. 3. 25. 법률 제6669호로 권한대행의 사유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추가되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즉 ‘사고’로 인한 경우 직무대리에 관한 규정만 두었다가, 1999. 8. 31. 개정으로 ‘궐위, 공소제기후 구금, 장기입원’의 경우 권한대행하는 것으로 규정되었고, 2002. 3. 25. 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권한대행사유로 추가된 것이다.

‘사고’란 재직하고 있지만 직무를 물리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예를 들면, 건강이상으로 인한 부재 또는 장기입원, 구금, 탄핵소추의결 등)를 말하고 ‘궐위’란 재직하지 않게 된 경우(예를 들면, 사망, 파면 등)를 말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11조 제1항에 규정된 직무대행사유 중 1, 2, 4호는 모두 이러한 ‘사고’ 또는 ‘궐위’의 경우를 구체화한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2002. 3. 25. 개정으로 그 일내용으로 추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기할 것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란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유죄판결을 받고 2심에서 그 미만의 형, 즉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나 벌금형, 무죄판결을 받았을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개정법률안에는 ‘공소제기된 후 법원의 최초판결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라고 규정하였으나, 그럴 경우 ⅰ)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후 2심에서 무죄가 되더라도 직무대행상태가 계속되게 되고, ⅱ) 1심에서 금고 미만의 형을 선고받고 2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단체장이 계속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문제가 생기므로, 위 두 가지 불합리한 경우를 피하고자 문구가 수정되게 되었다. 따라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더라도 2심에서 그 미만에 해당하

는 형을 선고받거나 무죄판결을 선고받으면 직무대행상태가 해소되고 다시 자치단체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1) 자치단체장은 당해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고 사무를 통할하며 법령에 의하여 위임된 국가사무를 집행하고 소속직원을 임면, 지휘ㆍ감독하는 등 막중한 권한과 책무가 주어진 지방자치단체 최고 행정관이므로, 주어진 폭넓은 권한과 직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고도의 윤리성과 주민의 신뢰가 요구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중요공직인 자치단체장이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게 되면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어 주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직무에 전념할 수 없게 되며 직무수행의 안정성과 효율성도 떨어질 것이다. 그 결과 주민의 복리와 당해 자치단체행정의 정상적인 운영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유죄선고를 받은 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그 권한을 대행시킬 필요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은 선거직 공무원으로서 임기와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에 일반공무원과 달리 직위해제제도나 징계제도가 없고 그렇다고 탄핵의 대상도 아니어서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당연퇴직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직무에서 배제시킬 방법이 없어, 입법자는 이와 같은 경우를 대비하고자 형이 확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자치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두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단체장을 그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직무수행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직무에 대한 전념성을 확보하여 주민의 복리와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2)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제정 당시 국회 회의록1)에 나타난 그 입법경위를 살펴 보면, 지방자치선거를 2회 치루면서 자치단체장들이 수차례 선거범죄 기타 이유로 사법부로부터 당선무효 또는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음으로써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는 사례가 늘게 되자, 풀

뿌리민주주의로서의 지방자치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하기 위하여 고도의 윤리성을 요구하는 취지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개정안이 제안되었던 사정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자의 제정의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물리적 사고’나 ‘궐위’되어 직무수행을 할 수 없을 경우 직무의 원활한 계속을 위하여 단체장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원래의 직무대행제도의 취지와는 다른 ‘공직기강 확립과 국민의 법감정에의 부응’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그 안에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3)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유죄 선고를 받은 자치단체장을 그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 및 직무 전념성을 확보하여 주민의 복리와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발생을 예방하려는 목적, ② 자치단체장의 직무가 갖는 고도의 윤리성에 비추어 볼 때 금고 이상의 형의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단체장으로서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또는 국민의 법감정상 허용되지 않으므로) 그를 직무에서 배제시켜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국민의 법감정에 부응하려는 목적, 2가지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1) 미국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아,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자의 직무정지는 일반적으로 연방 또는 각주 입법자의 통제 하에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

(2) 조지아주(Georgia)

조지아주 헌법 제2조 제3항 제1호는, 주 혹은 연방의 대배심(grand jury)에 의해 공직자2)가 직무에 관계되는 중범죄(felony)3)로 기소되는 즉시 위원

회를 구성하여 그 기소로 인하여 공직자의 업무와 공익에 해를 끼친다고 결정하면 유죄판결이 확정되거나 임기가 끝날 때 둘 중 빨리 도래하는 시기까지 직무가 정지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호는, 공직자가 종류와 상관없이 중범죄로 1심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게 되면 위 직무정지를 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즉시 직무가 정지되고 보수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지아주 법률에서는 위와 같은 직무정지제도를 선출직이건 임명직이건 카운티(county), 시(municipality) 단위의 공무원에게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3) 매사추세츠주(Massachusettes)

임명직인 시 이하 단위 공무원이나 직원 등이 직무에 관계되는 범죄로 기소되면 임명권자에 의해 직무가 정지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으나,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임명권자가 없다는 이유로 위 직무정지를 적용시키지 않고 있다.

(4)플로리다주, 루이지애나주, 오클라호마주(Florida, Louisiana, Oklahoma)

플로리다 헌법 제4조 제7항은 공직자가 중범죄(felony)를 저지를 경우 직무정지를 당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헌법 및 법률에서 선출직 또는 임명직 시공무원(municipal officer)이 중범죄(felony) 또는 경범죄로 기소되었을 경우 주지사의 명령에 의하여 직무정지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역시 법률로 공직자가 중범죄(felony) 유죄판결을 받으면 자동으로 직무가 정지되고 보수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오클라호마주 법률에서도 모든 선출직 또는 임명직 공무원은 임기 중에 중범죄(felony)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자동으로 직무가 정지되도록 하고 있다.

(5) 캘리포니아주, 뉴욕주(California, New York, Louisiana)

직무정지에 관련된 사항은 없고, ‘궐위’(vacancy)에 관련된 제도만 있으나,

관련 법률에서 공직자가 중범죄(felony)나 직무상 의무위반 범죄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자동적으로 ‘궐위’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6) 매릴랜드주(Maryland)

매릴랜드주 헌법 제15조 제2항에서는 주 정부, 카운티, 자치시의 선출직 공무원이 임기 중에 중범죄(felony)나 직무관련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상급심에서 번복되지 않는 한 판결확정시까지 자동적으로 직무정지되고 보수 지급도 정지되도록 하고 있다.

(1) 독일

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부단체장이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있으나, 유죄확정 전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사유를 ‘직무수행에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다만 연방공무원법 또는 일부 주의 법률에 형사절차나 징계절차 그밖의 공무원관계의 종료에 관한 절차가 개시될 경우 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임명권자가 해당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금지시키는 ‘직무수행금지’명령을 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2) 오스트리아

케른텐주 지방자치법 제25a조 제1항에서 범죄행위가 1년 이상의 자유형에 해당하는 범죄혐의로 기소되는 경우 해당 형사소송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자치단체장, 부단체장 등의 직무가 정지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일정 요건의 판결이 확정될 경우 퇴직할 수 있는 규정은 있어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아니한 경우’를 직무대리의 요건으로 보는 법률이나 헌법해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의 고위직 선출직 공무원은 물론, 주민의 직선에 의해 선출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장, 의회 의원에 대해서는 궐위(vacance), 부재(absence), 장해(empêchement) 등의 ‘공백’의 경우에만 권한대행제도를 두고 있을 뿐, 구금을 수반하지 않는 공소제기나 유죄판결의 선고만으로는 권한대행이 개시되지 않는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형사사 유죄판결을 받고 비록 확정 전이라도 그것이 자치단체장의 직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도덕적 권위를 박탈하는 정도의 중대한 사유라면 장관의 명령에 의하여 1개월 범위 내에서 정직처분을 할 수 있는 제도는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5. 5. 26. 이 사건 법률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구 지방자치법(2002. 3. 25. 법률 제6669호로 개정되고, 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01조의2 제1항 제3호에 대하여 합헌판단을 한 바 있는데, 당시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선례’로 인용한다).

(1)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죄 선고를 받은 자치단체장을 그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 및 직무전념성을 확보하여 주민의 복리와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발생을 예방하려는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

(2)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의 내용이나 죄질을 불문하고 단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받은 때’라고 규정하여 직무와 관련없는 범죄나 경미한 범죄로 위와 같은 형을 선고받은 경우까지 권한대행사유로 삼긴 하였으나, 법관이 범죄의 내용과 죄질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였다면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고, 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자치단체행정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만을 권한대행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직무정지 제한을 최소화하였고, 위 제한이 잠정적이고 그 경우에도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신분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에서 개인에 미치는 법익침해는 그다지 가혹하지 않은 반면, 자치단체장이 범죄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아 주민의 신뢰를 잃고 직무수행에 불신이 초래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ㆍ사회적인 혼란을 방지하고 당해 자치단체의 운영의 원활한 계속 및 주민의 신임을 확보ㆍ유지하겠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도 그 중요성이 훨씬 크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치단체장이 유죄판결을 받았음을 이유로 사회적 비난 내지 부정적 의미의 차별을 가하기 위하여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자치단체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방치한다면 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에 구체적 위험이 생길 염려가 있어 부단체장으로 하여금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자치단체장의 권한정지는 위와 같은 권한대행제도에 의하여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산물이란 점에서 그와 같은 불이익은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금지하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1)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의 주된 입법목적은 유죄판결을 받은 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없다는 유죄 판단에 대한 사회적 비난 내지 제재로서 그를 직무에서 배제시키려는 데 있고, 유죄 선고를 받은 자치단체장을 그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 및 직

무 전념성을 확보하여 주민의 복리와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발생을 예방하겠다는 것은 부수적 입법목적에 불과하다.

(2)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위 입법목적을 감안한다면 권한대행사유는 자치단체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주민의 복리나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의 범죄 또는 사회적으로 비난가능성이 큰 범죄(직무관련 뇌물죄, 선거관련 범죄, 반사회성이 강한 파렴치죄 등)를 전제로 해야 하고, 이에 반하여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미한 범죄 및 과실범이나 행정법규위반과 같은 비난가능성 내지 반사회성이 약한 범죄는 자치단체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구체적 위험’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직무정지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공익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위험이 있거나 회복할 수 없는 공익침해의 우려가 ‘구체적으로’ 있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권한대행기간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인데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는 불확정기한 동안 직무를 정지시키고 있으며, 자치단체장의 권한정지를 형사재판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토록 하는 것 역시 전체 법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해당 자치단체장은 불확정기한 그 권한이 정지되고 간접적으로 일반에 범죄자라는 인식까지 줌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심히 침해받게 되며, 더구나 나중에 무죄판결 받을 경우 중대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기본권침해가 된다는 점에서,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없어 법익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주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되고 임기가 보장된 자치단체장을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형의 확정시라는 불확정한 기한까지 권한을 정지시키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공무담임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3)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주된 입법목적이 유죄판결을 받은 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윤리적 측면에서 허용될 수 없어 그를 직무에서 배제시키겠다는 것인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자치단체장의 직무정지는 바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유죄판결에 기초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가하는 사회적 가치판단 내지 부정적 의미의 제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에 다름 아니다.

헌법 제25조가 보장하고 있는 공무담임권의 보호범위에 공직의 직무수행이 부당하게 정지당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되는지에 관하여는 학설상 의견의 대립이 있다. 이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한 헌법 제7조 제2항과의 관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공직의 직무수행이 부당하게 정지당하지 않을 권리가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에 의하여 보호되는 내용인지 직업공무원제(헌법 제7조 제2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내용인지 하는 문제이다.

논의의 편의상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을 단계별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A. 피선거권과 공직취임의 균등한 기회보장(= 공직취임 기회의 자의적 배제 금지)

B. 공무원 또는 공직자로서의 신분에 대한 부당한 박탈의 금지(= 부당한 공직박탈 금지)

C. 당선 또는 임명된 공직에서의 부당한 직무정지 금지

D. 직무활동이나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자유

(1) [A]만 포함된다는 견해4)

공무담임권은 ‘일반 국민이 가지는 공직취임의 기회보장청구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헌법 제7조 제2항이 보장하는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직업공무원’에게만 헌법정책적인 이유에서 주어지는 특권에 불과하므로 일반 국민에게 보장되는 기본권과는 다르다. 강제로 그 신분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는 역사적으로 기본권에 포함되어 보호되었던 영역이 아니고,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보장하는 직업공무원제도와 관련되어 도출될 수 있는 ‘권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견해는 B의 문제도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 해당한다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대하여, 헌법 제25조제7조 제2항과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이해를 결여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2) [A+B+C-D]라는 견해5)

공무담임권은 ‘주관적 공권’의 측면에서 공직취임권ㆍ공직수행권ㆍ공직유지권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되, 다만 공직수행권에는 공직수행의 부당한 정지에 대한 방어적 개념으로서의 ‘소극적 공직수행권’만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 해당할 뿐 나아가 인사조치나 사무분담 등 대부분의 공직수행의 내용이 되는 ‘적극적 공직수행권’은 보호영역에서 배제된다는 입장이다. 공직박탈의 경우 또는 부당한 직무정지의 경우는 공직의 취임기회보장보다 훨씬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전제 하에, 직업공무원제라는 제도보장에 의할 경우 ‘최소한 보장’이라는 제도보장의 한계 때문에 기본권 구제가 충실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 견해는 뒤에서 보듯이 현재의 헌법재판소 판례의 입장과 상통한다.

헌법재판소는 적어도 초창기에는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 A(공직취임의 균등한 기회보장)만 포함되는 취지로 판시하였다가6), 1998년경 B(공직의 부

당한 박탈배제)의 경우도 공무담임권 문제로 보는 취지의 판시를 한 이후7), 2002. 8. 29.부터는 명시적으로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이 [A+B]임을 선언해 왔다8).

다만, 직무수행의 부당한 정지를 배제하는 것(C)까지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례가 없다가, 2005. 5. 26. 이 사건 선례에서 권성 재판관의 별개의견에 의하여 논의가 촉발되었다. 이 사건 선례의 합헌의견 중 4인 및 위헌의견(4인)이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취임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이나 권한(직무)의 부당한 정지도 포함된다”고 하여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이 [A+B+C]임을 최초로 명시한 데 반하여, 권성 재판관은 “일단 당선 또는 임명된 공직에서의 활동이나 수행의 자유는 공무담임권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법령이 당해 공무원에게 부여한 ‘권한’이지 공무원 개인에게 부여된 ‘권리’, 즉 주관적 공권이 아니다”라고 함으로써 공직수행에 관한 C 및 D는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9).

그 뒤, 헌재 2006. 5. 25. 2004헌바12 결정에서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취임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이

나 권한(직무)의 부당한 정지도 포함된다”10)고 한 번 더 선언하였고, 마침내 헌재 2008. 6. 26. 2005헌마1275 결정11)에서 위 쟁점과 관련된 명확한 입장이 나오게 되었다. 4기 재판관 9명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일반적으로 공직취임의 기회보장, 신분박탈, 직무의 정지가 포함되는 것일 뿐, 특별한 사정도 없이 여기서 더 나아가 공무원이 특정의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 또는 특정의 보직을 받아 근무하는 것을 포함하는 일종의 ‘공무수행의 자유’까지 그 보호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12)고 하여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은 [A+B+C]이고 D는 배제됨을 명시하였던 것이다. 그 뒤로 이러한 선언적 판시를 그대로 따르면서, 승진기회 보장에 관한 기대는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시13)가 이어졌고, 위와 같은 일반론을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된 경우 그 안이 공고된 날부터 투표결과가 공표될 때까지 주민소환투표 대상자의 권한행사를 정지하고 권한대행자로 하여금 권한대행을 하도록 한 주민소환법 규정”에 관하여 이를 ‘공무담임권’ 문제로 파악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배여부를 심사한 결정례14)도 나왔다.

따라서, 이 사건 선례, 위 2004헌바12 결정, 2005헌마1275 결정, 2007헌마843 결정, 2009헌마538 결정을 종합하여 보면, 현재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이 [A+B+C]일 뿐 나아가 D는 보호영역에서 배제된다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기본권과 제도보장의 관계에 관한 심층적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기본권이 주관적 공권뿐만 아니라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이중적 의미를 가지므로 제도보장과 기본권을 과거와 같이 준별하는 입장은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점, 오히려 공무담임권과 직업공무원제도를

조화적으로 해석하여 직업공무원제도의 내용들은 주관적 공권으로서의 공무담임권(공직취임권ㆍ공직수행권ㆍ공직유지권)을 구체화하고 보완하기 위한 수단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15), 우리 헌법이 ‘공직취임권’으로 표현하지 않고 ‘공무담임권’으로 표현하였으므로16)공무담임권의 내용이 공직취임의 공평한 기회균등에만 국한된다고 반드시 볼 필요는 없는 점, 공직에 취임하는 국민으로서는 공직박탈 또는 부당한 직무수행의 정지가 문제되는 경우 오히려 신분보장의 큰 장애가 되므로17)이러한 경우 직업공무원제도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최소한 보장’이라는 제도적 보장의 특성상 충실한 기본권 보장에 오히려 역행할 우려가 있는 점18)등에 비추어 볼 때,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은 [A+B+C]을 포함하되, 공직제도와 관련된 직무수행의 구체적 내용을 요구하는 의미에서의 D는 배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례(判例) 역시 이러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건의 청구인은 강원도지사로서의 직무가 이 사건 법률규정으로 말미암아 부당하게 정지되고 있음을 다투고 있으므로, 이는 ‘부당한 직무정지’를 다투는 것으로서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 중 C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기본권을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으로 파악하여 그 과잉금지원칙의 준수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9).

우선,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자치단체장 또는 자치단체행정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유지시키겠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대비해 볼 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치단체장을 다른 추가적 요건 없이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최선의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자치단체장의 도덕성에 대한 주민의 신뢰는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기 이전에라도 수사나 공소제기 및 그에 따른 언론보도에 의하여도 얼마든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후 선거에 의하여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이 사건 청구인과 같은 경우에는 주민의 신뢰라는 입법목적이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을 제약할 적정한 논거가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항목에 규정된 다른 직무정지사유들은 모두 ‘사실적ㆍ물리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로서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부단체장에게 권한을 대행하도록 할 실제적 필요가 있는 반면에, 비록 유죄를 선고받았더라도 자치단체장이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면 물리적으로 부재이거나 사실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므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할 직접적 필요가 없다. 굳이 직무정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위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상당한 위험이 명백히 예상된다거나 회복할 수 없는 공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그러한 위험이 예상되는 성격의 범죄, 사회ㆍ윤리적으로 비난가능성이 큰 범죄로서 미리 직무를 정지시켜야 할 이유가 명백한 범죄로 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이 범죄의 유형과 죄질별로 개별적 판단여지를 두거나,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하려는 노력도 전혀 하지 않고 단순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모든 범죄로 그 적용대상을 무한정 확대시킨 것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피고인의 유ㆍ무죄를 가리고 죄책의 정도에 따라 형을 부과함으로

써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형사재판제도는 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잠정적ㆍ가처분적 제재인 직무정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므로, 자치단체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형사재판결과에 의존하도록 하는 입법장치 역시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았다.

선거에 의하여 주민들로부터 공무담임권을 위임받는 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당하게 정지시킬 만한 사유로는 그와 같은 위임과정인 선출의 정당성이 무너지거나, 공무담임권 위임의 본지를 배반하는 직무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만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선거관련 범죄 또는 직무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외에도 직무정지를 가한다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와 달리 반대의견은,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의 신뢰 및 직무의 전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에 대한 여론의 감시나 지방의회를 통한 정치적 견제로는 충분치 못하므로 곧바로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방법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법원이 공정한 재판절차를 통해 객관적 증거에 따라 사실을 인정한 후 범죄의 내용과 죄질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였다면 언론에 의해 의문이 제기되거나 검찰에 의해 기소된 단계와는 달리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고, 그 사실자체로 인하여 직무의 전념성이 해쳐지고 직무수행에 대한 불신으로 말미암아 주민의 복리와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염려가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별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염려’ 또는 ‘회복할 수 없는 공익이 침해될 우려’라는 추가적 요건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떠한 범죄유형이 특별한 추가요건 없이 당연히 직무정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인지 명확히 그 경계를 정하기는 힘들므로 범죄의 유형별로 개별적인 고려를 하지 않았다 하여 침해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한다. 또한 소명의 기회를 준다는 것도 징계절차 같은 독립된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일 뿐 이 사건 법률조항처럼 직무를 정지시킬 필요성을 입법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요건을 정하고 직접 제재를 가하는 제도 하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한편,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음을 이유로 가해지는 위와 같은 직무정지는 잠정적ㆍ가처분적 제재에 불과하고, 금고 미만의 형을 선고받거나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비록 형 확정전이라도 해제되므로 기간이 과도하게 길다고 볼 수도 없어, 기간상으로도 최소한 제한의 요건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위 직무정지 기간동안 직위와 보수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자치단체장이 입게 되는 사익의 침해 역시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1)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아니한 피의자는 물론 비록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그 불이익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20). 여기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형사절차에 의하여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의 인정과 그에 따른 유죄의 비난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그 범죄사실을 근거로 형벌, 보안처분 기타 유죄판결에 기초한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언제나 불리한 처지에 놓여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피의자, 피고인의 지위를 옹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21).

(2)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사절차에만 적용되는지 그 외의 영역으로 확대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예전에는 “형벌 또는 형벌유사제재만이 위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형사절차국한설」내지 「형벌효과기준설」과, “무죄추정의 원칙은 비단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법생활의 전영역을 지도하는 일반적 법원리로서, 일체의 법생활 영역에 있어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가해지는 범죄사실의 인정과 그에 수반되는 하등의 불이익이 모두 금지되며, 형벌부과의 전단계인 유죄인정 자체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난이나 차별대우의 불이익까지도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형사피의자ㆍ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으로 파악하는 「일반법원칙설」이 대립하였으나22), 「일반법원칙설」에 기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파악하는 것이 통설적 입장이 되었고, 헌법재판소 역시 “형사절차상의 처분에 의한 불이익뿐만 아니라 그 밖의 기본권제한과 같은 처분에 의한 불이익도 입어서는 아니 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23)고 함으로써, 법생활 모든 영역에 있어서도 적용됨을 명확히 하였다.

(1) 학설의 논의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사피고인ㆍ피의자가 주장할 수 있는 기본권인지 아니면 헌법적 법원칙인지에 관하여는 학자들마다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어 있다.

김철수 교수는 명백히 ‘무죄추정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24), 정종섭, 신동운 교수도 무죄추정의 원칙으로부터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라는 기본권’이 도출된다고 하고 있는 반면25), 다른 학자들의 경우 명시적으로 기본권이라 칭하지는 않고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표현을 쓰고 이를 국가권력이 존중하고 구속받아야 하는 헌법상의 기속원리로 설명하기도 한다26).

기본권은 개인의 권리이자 국가권력에 대해서는 이를 침해하는 내용의 공권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객관적 가치질서의 기능도 가지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본권’으로 파악한다 하여 그것이 가지는 ‘헌법원칙’으로서의 속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고, ‘헌법원칙’으로 파악한다 하여 이 원칙에 반하는 공권력의 제한을 받고 있는 개인이 헌법재판소에 그 시정을 구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므로, 법적 성격을 논의할 큰 실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본권’으로 파악할 경우, 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소위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에서 말하는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에 해당하게 되고, ② 뒤에서 보듯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말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자연스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위 법적 성격 논의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간접적으로 관련된 결정례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써 왔을 뿐 특별히 그 법적 성격이 ‘기본권’인지 ‘법원칙’인지에 관해 명시적 입장을 밝힌 예는 없으며, 이 사건 결정에서도 재판관 조대현의 경우만 명시적으로 ‘무죄추정권’으로 표현하여 기본권으로 파악하는 입장을 표시하였을 뿐, 나머지 8인의 재판관은 ‘일반적 헌법원칙’으로 파악하는 전제에서 그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2) 검토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피고인ㆍ피의자에게 적용되는 형사절차의 핵심적인 인권보장원리로서 ‘기본권’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위 원칙이 과거 규문절차에서 수사나 재판의 객체에 지나지 않았던 형사피고인ㆍ피의자를 형사절차에서 기소권을 가진 국가기관에 대응하는 ‘주체’로 격상시키는 과정에서 정립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들이 형사절차의 ‘주체’로서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증거절차나 실체재판에 있어서 무죄로 추정되는 전제에서 취급되어야 한다는 ‘권리’를 가지게 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위 역사적 발전과정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둘째, 명확성원칙이나 법률유보의 원칙 등 대부분의 헌법원칙들은 그 명

령대상이 ‘국가권력’인 경우가 많아서 여러 종류의 개인들에게 적용될 것이 전제되어 있는 반면, 무죄추정의 원칙은 오로지 ‘형사피고인ㆍ피의자’에게만 적용되고 다른 분야에 있는 개인들에게는 적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27).

셋째, 우리 헌법이 ‘기본권’을 규정할 때는 “모든 국민은(누구든지, … 국민은)”이라고 함으로써 기본권을 가지는 ‘주체’를 규정한 다음, 어떠한 내용의 “자유(권리)를 가진다”라는 표현을 쓰는 반면, ‘헌법원칙’에 관해서는 대부분 국가권력에 대하여 명령 또는 금지하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는데,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이라고 함으로써 기본권을 가지는 ‘주체’를 규정한 다음, 비록 “자유(권리)”를 가진다는 명시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어도 “무죄로 추정된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였기에, ‘기본권’을 규정할 때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무죄추정의 원칙 내용에 비례원칙을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기본권’으로 파악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즉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본권’으로 파악하게 되는 경우 기본권제한의 일반적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이 당연히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무죄추정의 원칙을 ‘헌법원칙’으로 파악하게 된다면, 비례원칙을 적용시키고 있는 현재 헌재 판례와의 조화로운 설명을 위하여 반드시 다른 논리적 해석도구(‘무죄추정의 원칙의 예외’라는 등의)가 들어가야 하므로 부자연스럽다.

(1) 금지되는 불이익의 개념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금지되는 ‘불이익’이란 유죄를 근거로 피고인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 내지 기타 응보적 의미의 차별취급을 가하는 “유죄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을 뜻한다28). 즉 피고인ㆍ피의자에 대한 범죄혐의가

재판절차를 통해서 유죄로 최종확정되기 전까지는, 그러한 범죄혐의사실이 인정되어 유죄임을 전제로 비난하거나 유죄일 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외부적으로 심어주는 사회윤리적 반가치가 담겨 있는 처분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2) 형사절차에서의 구현내용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사절차에서 구현된 것으로 설명되는 것들로는, ⅰ) 수사 및 공판절차에서의 소송법상 절차적 보장과, ⅱ) 인신구속의 제한원리, ⅲ) 구속피고인ㆍ피의자에 대한 처우, 3가지 측면이 있다29).

첫째, 증거법의 영역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입증책임의 소재를 검사에게 부담시키는 규칙임과 동시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beyond reasonable doubt)의 유죄의 확신이 없는 한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무죄판결을 선고하도록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단을 배제하기 위하여 공소장일본주의, 공판중심주의를 취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구현하는 내용이다.

둘째, 무죄추정의 원칙이 ‘인신구속의 제한원리’로 기능한다는 것은 되도록 피고인ㆍ피의자를 불구속상태에서 수사ㆍ재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속은 최후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더라도 그 기간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의미이다. 형소법상 임의수사원칙이나 구속요건의 제한 등이 모두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념적 기초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나아가 기소전 보석 및 필요적 보석을 무죄추정원칙의 제도적 표현으로 이해하기도 한다30). 새롭게 개정된 2007년 형사소송법제198조 제1항에서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

시하기까지 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구속제도를 무죄추정의 원칙의 예외사유로 해석하는 전제에 서 있다31).

이렇게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무죄추정의 원칙의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견해32)가 있다. 이에 따르면 구속제도는 이를 통해 달성해야 할 고유한 형사사법적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기에 구속요건에 해당하면 형사절차 확보 차원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지 무죄추정원칙이 금지하는 유죄확정 전의 처벌의 금지 또는 적법절차원칙에서 요구하는 부당한 처벌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해한다. 무죄추정원칙과 불구속수사원칙과는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으며 단지 수사기관 종사자로 하여금 인신구속시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훈시적 의미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 구속피고인ㆍ피의자에 대한 처우 측면에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는, 미결수용자가 수감되어 있는 동안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에도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한 행위33), 수갑 및 포승을 계속 사용한 채 피의자조사를 하게 하는 것34),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통산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35)등이 있다36).

(3) 형사절차 이외에서의 불이익으로 인정된 사례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불이익은 법생활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불이익으로 인정된 사례로는, 형사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사유로 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37),

동일한 이유의 변호사에 대한 업무정지명령38), 공정거래법상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만 있는 상태에서 당사자에게 내리는 법위반사실 공표명령 등의 행정처분39), 관세법상 몰수할 것으로 인정되는 물품을 압수하였으나 범인이 출두하지 아니하거나 도주하여 4월이 경과할 경우 별도의 재판이나 처분 없이 해당 물품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는 법률40)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불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예로는, 형사처벌과 별도로 행정기관에 의하여 부과되는 과징금 부과41),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경우 보험급여를 정지하는 처분42),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제도43)등이 판시된 바 있다.

(1) 의견의 대립

우리 헌법재판소는 초기부터 무죄추정의 원칙의 의미에 대해 “공소의 제기가 있는 피고인이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된다고 할 것으로 가사 그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비례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내용의 불이익이 가해지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면 예외적으로 합헌이 될 수 있음을 예정하였다44).

무죄추정의 원칙이 문제되는 불이익에 비례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이러한 헌재의 입장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다45).

“무죄추정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 사이의 차이가 과

연 무엇인지 어리둥절해진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피고인에 대하여 적용되는 특화된 비례의 원칙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형사절차상의 불이익처분이라도 비례의 원칙만 존중되면 그 부과가 가능한가. 또 비형사절차상의 처분도 비례의 원칙을 벗어나면 모두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 것인가”

그러면서, 신동운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무죄추정의 원칙상 금지되는 ‘불이익’의 개념을 모호하게 정의한 것이 위와 같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혼동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무죄추정의 원칙상 금지되는 ‘불이익’의 개념을 엄격히 정의하고 그 ‘불이익’의 개념범위에 해당하면 모두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금지되는 ‘불이익’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개념지표가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약간 애매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신동운 교수는 변호사의 업무정지처분이 불이익한 처분으로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한 헌재 1990. 11. 19. 90헌가48 결정에 대하여, 변호사의 업무정지처분이 “형사소추를 받은 변호사로 하여금 계속 업무활동을 하도록 방치하면 의뢰인이나 사법제도의 원활한 운영에 구체적 위험이 생길 염려가 있어서 이를 막기 위한 잠정적이고 가처분적인 성격을 가졌다는데 제도적 당위성이 있는 것이고 또 그것이 취지인 것이라면 그것은 유죄판결에서 비롯되는 사회윤리적 비난을 수반하는 불이익처분은 아니”라고 함으로써, 종국적인 제재가 아닌 직무정지나 업무정지같이 ‘잠정적이고 가처분적인 제재’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불이익에 원천적으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가46), 최근에는 “불이익처분이 유죄판결에 특별히 내재하고 있는 사회적ㆍ윤리적 비난을 수반하는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개념지표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47).

그러나, 업무정지나 직무정지가 비록 종국적인 제재는 아니지만 비위행위 자체를 근거로 징계 등의 불이익을 과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공소

가 제기되었다거나 하급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음을 전제로 불이익을 과하는 것이고 그 기간이 길거나 불확정적일 경우 종국적인 영업폐쇄, 퇴직의 경우에 준하는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명백히 사회윤리적인 무가치판단을 그 기초로 깔고 있는 유죄인정의 효과라 할 것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불이익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48).

(2) 헌법재판소 결정례

헌법재판소 결정 중 ‘불이익’에는 해당하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취지의 결정례로는, 국가보안법 피의자의 경우 일반형사범의 경우보다 장기간 구속될 수 있음을 예정한 국가보안법상 구속기간의 연장49),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구속기간의 연장에 관한 결정50),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립학교 교원, 공무원에 대한 직위해제처분51), 앞서 언급한 변호사 업무정지처분에 관한 결정 등을 들 수 있다.

국가보안법에 관한 앞의 두 결정례에서는, ‘구속기간의 연장’이란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관련있는 불이익이라고 전제한 후, 해당 범죄별로 구속기간을 일반형사범의 경우보다 장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 비례의 원칙을 대입시켜 일부 조항은 합헌, 일부 조항은 위헌으로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제7조제10조의 범죄에 대하여서까지 형사소송법상의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자 구속기간 30일보다 20일이나 많은 50일을 인정한 것은 국가형벌권과 국민의 기본권과의 상충관계 형량을 잘못하여 불필요한 장기구속을 허용하는 것이어서 입법목적의 정당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방법의 적정성 및 피해의 최소성의 원칙 등을 무시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고 결국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입법의 원리로서 요구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현저하게 위배하여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 무죄추정

의 원칙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임이 명백하다.”52)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 문제된 사건에서도, 위 사실만을 이유로 필요적으로 직위해제하도록 한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나53), 임용권자가 직위해제처분을 하기 위한 적법절차들을 앞뒤에 마련해 놓은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54), 개념상 ‘불이익’에 해당하긴 하나 일정한 경우 예외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예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공소제기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변호사에 대한 업무정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률에 대해서도, 앞으로 제명처분에 이를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거나 그대로 방치한다면 장차 의뢰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등의 요건상 제약을 부과하거나,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적법절차도 생략한 채 법무부장관의 일방적 처분으로 업무정지되도록 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55).

대법원도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행위에 관하여 마찬가지의 논리를 적용한 예가 있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56)

(3) 검토

무죄추정의 원칙을 “범죄사실의 인정 또는 유죄판결을 전제로 형사절차 내에서는 물론 형사절차 이외에서의 영역에서도 일체의 불이익을 받지 않을, 형사피고인ㆍ피의자의 기본권”으로 파악하면 기본권제한의 일반원리인 비례의 원칙을 적용받게 될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하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례의 원칙을 적용시키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들과도 이론적으로 조화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일반적 헌법원칙으로 파악하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일정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엄격히 제한된 요건 하에서”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는 논리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할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갖는 중요성, 헌법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가해서는 안되는 불이익이라면 원칙에 반하는 것이지 그 불이익의 정도에 따라 무죄추정원의 원칙 위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어색한 점은 있으나,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형사피고인ㆍ피의자의 모든 법생활 영역에 걸쳐 범죄사실의 인정을 전제로 하는 일체의 불이익을 전혀 가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는 형사피고인ㆍ피의자가 아니었다면 당연히 가할 수 있는 합헌적인 불이익마저도 형사피고인ㆍ피의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절대적 면책의 특혜를 누리는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관련된 불이익을 구속기간 관련제도, 몰수제도, 미결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처우문제뿐만 아니라, 업무정지처분, 징계처분 등 행정절차, 직무정지 등 일반 법생활영역에서까지 확대하여 파악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불이익’에 개념상 해당하면 무조건 금지된다는 의미의 절대적 금지를 무죄추정의 원칙에 부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아무튼 헌법재판소 判例에 나타난 “ … 불이익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가사 그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비례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기초하여, 위 결정례들에서 실제로 문제되었던 불이익의 대상의 내용, 부과의 목적, 그 필요성 등을 자세히 검토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불이익’의 개념에는 해당하나,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즉, “그와 같은 불이익을 부과하는 목적이 정당한지(부과목적의 정당성), 그와 같은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경우인지57)(부과의 필요성), 불이익의 내용과 부과절차에 있어서 최소한의 불이익을 가하도록 절차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58)(침해의 최소성), 불이익이 부과된 결과 장차 형사절차내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하여금 부당한 효과를 발생시키는지59)(침해의 효과)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켰다면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최소한의 불이익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정지처분, 직위해제처분 역시 ‘범죄사실 인정을 전제로 하는 불이익’

에 해당하는 것에는 틀림없으나,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실이 변호사,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위와 같은 불이익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는 정당한 목적이 있는지(부과목적의 정당성, 부과의 필요성), 그와 같은 불이익을 부과함에 있어 기간, 요건 등을 최소화하거나 당사자에게 청문의 기회를 주는 등 적법절차를 보장하였는지(침해의 최소성), 그와 같은 불이익 부과로 말미암아 형사재판에서의 예단이 생김으로써 피고인ㆍ피의자로서 형사재판에서의 방어활동을 하는 데 부당한 위축효과가 생기는지(침해의 효과) 등을 심사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수도, 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앞서 본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들도 이러한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형이 확정되지도 아니한 상태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상 금지되는 ‘범죄사실 인정을 전제로 하는 불이익’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라는 또 다른 정당한 입법목적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엄격한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 그러한 불이익 부과가 허용된다고 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우선 무죄추정의 원칙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재판관 조대현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죄추정권이라는 ‘기본권’으로 파악하였을 뿐 법정의견, 반대의견 모두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본권이 아닌 ‘헌법원칙’으로 파악하는 전제에 서 있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비례원칙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재판관 조대현의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과 비례원칙과의 관계를 기본권 제한의 일반원칙에 따른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재판관들의 경우 비례의 원칙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무죄추정의 원칙에 예외영역이 있다는 논리를 받아들일 것인지가 선결문제였던바, 반대의견 3인의 재판관은 이를 정면으로 인정한 후 ‘불이익에 개념상 해당하나 비례원칙에 위반하지 않아 합헌’이라는 견해를 제시한 반면, 법정의견 5인의 재판관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과하고 있는 직무정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

라는 결론만 제시하였을 뿐 위 문제에 대한 판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주민의 신뢰와 직무전념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 의미를 부여한 후 그 유죄판결의 존재를 유일한 전제로 하여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해당 자치단체장에 대하여 직무정지라는 불이익한 처분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즉,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받은 사실’을 유일한 요건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유죄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에 해당되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직무정지를 가하는 이유를 범죄사실 인정을 전제로 한 비난으로 파악한 것으로서, 폐기된 이 사건 선례의 위헌의견(반대의견)과 그 논리가 일치한다.

다만, 비례의 원칙을 적용시킨 선례들과의 조화를 의식하여 부가적으로 “위와 같은 불이익을 부과함에 있어서 필요최소한에 그치도록 엄격한 요건을 설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설시하기는 하였다60).

공무담임권 제한 부분에서 설명한 바와 마찬가지로 선거관련 범죄 또는 직무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외에도 직무정지를 가하는 것은 무죄추정권을 필요한 한도를 넘어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지하는 불이익이 형사절차 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법생활 전체의 여타 기본권 제한영역에도 적용되는 개념으로 확대해석되고 있는 이상 형사피고인이 가지는 기본권에 대하여는 어떠한 형

태의 불이익이라도 가해서는 안된다는 절대적인 의미를 무죄추정의 원칙에 부여할 수는 없으므로, 불이익이 여타 기본권 영역에 대한 제한일 경우에는 적어도, 기본권이 예외적으로 제한될 수 있듯이 무죄추정의 원칙상 금지되는 불이익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였는바61),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례원칙을 적용하는 취지의 판시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과하는 직무정지는 개념상으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는 유죄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후, ⅰ) 직무정지 부과의 목적이 유죄판결을 받은 자치단체장에 대한 사회ㆍ윤리적 비난에 있다기보다는 주민의 신뢰가 해쳐지고 직무의 전념성에 지장을 받는 상황으로부터 자치단체행정의 원활한 운영을 보장하려는 목적에 있다는 점(부과목적의 정당성), ⅱ) 그러한 상황에 처한 자치단체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킬 절실한 필요가 있다는 점, ⅲ)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비위사실이 중한 경우에 위 유죄판결이 효력을 가지고 있는 동안만 직무정지를 가하는 등 최소한의 불이익만 가하였다는 점(침해의 최소성), ⅳ) 직무정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장차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절차 내에서 소송수행을 위축시킨다거나 법원으로 하여금 예단을 갖게 하는 등의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침해의 효과)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과하는 불이익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비례원칙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전 결정례에서 명시적인 쟁점으로 언급한 바가 없고 다만 비례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수긍하는 듯 한 판시밖에 없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예외영역이 있음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공소제기를 이유로 한 징계처분이라는 동일한 ‘불이익’, 구속기간의 연장이라는 형사절차 내의 처분이라는 동일한 ‘불이익’을 놓고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합헌과 위헌으로 결론을 달리한 사실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본다면, 법정의견이 명시적으로 그 부분을 밝히지 않은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런 추가적 요건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유일한 요건으로 직무정지를 부과하는 것은 적어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결론은, 폐기된 이 사건 선례를 제외하고는 기존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와 일치하는 내용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5인이고,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 1인이므로, 단순위헌 의견에 헌법불합치 의견을 합산하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에 필요한 심판정족수 6인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입법자가 2011. 12. 31.까지 위 법률을 개정하지 아니하면 2012.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며, 위 개정시까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할 것을 명하였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구 지방자치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던 이 사건 선례는 이 사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였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말미암아 이 사건 법률조항을 교육감의 경우에 준용하고 있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개정된 것) 제31조의 적용도 중지됨으로써, 교육감 역시 자치단체장과 마찬가지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이유로 한 직무정지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주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선거직 고위공무원인 자치단체장에 대하여 입법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요건으로 직접 직무정지를 가한 법률에 대하여는 변경된 이 사건 선례가 이미 합헌 판단을 내린 바 있었으나, 현재 제1야당 소속의 유력 정치인이 자신에 대한 정치자금법위반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정치자금법위반죄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후 치러진 지방자치선거에서 주민으로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위임받았다는 사정까지 추가하여 이 사건 선례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문제삼은 사례여서, 이 사건 결정을 둘러싼 정치적 파급효는 상당히 민감한 것이었다. 법리적으로도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를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와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로 나누어 판단하는 것이 주된 쟁점이었으나, 적법절차의 원리, 지방자치선거 과정에서의 국민주권의 원리 등에 대한 고찰도 간접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사건이었다.

법정의견은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세심한 논증을 거쳐 이 사건 선례를 변경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됨을 선언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하여 3기 재판부가 판시한 헌법적 법리에 대한 판단을 4기 재판부가 뒤집은 것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62).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과 똑같은 내용으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이유로 한 직무정지를 농협(축협)조합장에 부과하고 있는 농업협동조합법 제46조 제4항 제3호, 제107조에 관하여도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며[2010헌마562, 573, 774(병합)],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항 제2호의 ‘공소 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 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법률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2011. 4. 28. 자치단체장의 물리적 부재상태를 근거로 한 것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도 않는다며 8: 1의 의견으로 합헌선언(2010헌마474)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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