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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4. 7. 24. 선고 2012헌마662 결정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제6항 위헌확인]
[결정문]
사건
청구인

홍○표

국선대리인 변호사 나윤주

선고일

2014.07.24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00. 2. 9.부터 서울 양천구 ○○동 1043-33 지상 단독주택 1층(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거주해온 세입자이다. ‘신정 제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2012. 3. 27. 청구인을 상대로 사업시행구역에 포함된 이 사건 건물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12. 4. 5. 양천구청장은 위 조합이 신청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고시하였다.

2012. 7. 25.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제6항에 의해 청구인이 위 조합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자(서울남부지방법원

2012가단20226), 같은 날 청구인은 아무런 보상이나 지원 없이 임차권을 박탈하고 주거공간을 인도하게 만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제6항이 청구인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주택재개발사업의 정비구역 내에 포함된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이므로, 청구인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9. 5. 27. 법률 제9729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6항 중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49조(관리처분계획의 공람 및 인가절차 등) ⑥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고시가 있은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다만,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거나 제40조 및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조항]

제40조(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의 준용) ① 정비구역안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에 대한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한다. 다만,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의 기준 및 절차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할 수 있다.

제44조의2(손실보상 등) ② 주거이전비 보상대상자의 인정기준 및 영업손실의 보상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은 국토해양부령으로 따로 정할 수 있다.

제9조의2(손실보상 등) ② 영 제44조의2 제2항에 따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에 따른 주거이전비의 보상은 영 제11조에 따른 공람공고일 현재 해당 정비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제78조(이주대책의 수립 등) ⑤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 대하여는 주거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가재도구등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하여 보상하여야 한다.

제78조(이주대책의 수립 등) ⑨ 제5항 및 제6항에 따른 보상에 대하여는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다.

제54조(주거이전비의 보상) ②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로서 사업인정고시일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당해 공익사업시행지구안에서 3월 이상 거주한 자에 대하여는 가구원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하여야 한다. 다만, 무허가건축물등에 입주한 세입자로서 사업인정고시일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그 공익사업지구 안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세입자에 대하여는 본문에 따라 주거이전비를 보상하여야 한다.

제54조(주거이전비의 보상)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주거이전비는 통계법 제3조 제3호에 따른 통계작성기관이 조사·발표하는 가계조사통계의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비(이하 이 항에서 "월평균 가계지출비"라 한다)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 경우 가구원수가 5인인 경우에는 5인 이상 기준의 월평균 가계지출비를 적용하며, 가구원수가 6인 이상인 경우에는 5인 이상 기준의 월평균 가계지출비에 5인을 초과하는 가구원수에 다음의 산식에 의하여 산정한 1인당 평균비용을 곱한 금액을 더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1인당 평균비용 = (5인 이상 기준의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가계지출비 - 2인 기준의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가계지출비) ÷ 3

제55조(동산의 이전비 보상 등) ②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거주자가 해당 공익사업시행지구 밖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에는 별표 4의 기준에 의하여 산정한 이사비(가재도구 등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보상하여야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업시행자가 헌법 제23조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만 받으면 바로 부동산의 임차인을 상대로 인도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재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주거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1)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에 따른 사용·수익의 정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는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하기 전에 정비사업비의 추산액 및 그에 따른 조합원 부담규모 및 부담시기, 세입자별 손실보상을 위한 권리명세 및 그 평가액 등이 포함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제48조 제1항), 시장·군수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는 때에는 그 내용을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제49조 제3항).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본문은 이와 같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있으면 별도의 행정처분 없이 정비구역 내 권리자들의 사용·수익을 정지시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며(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22094 판결 참조), 사업시행자가 권리자를 상대로 토지나 건축물의 인도를 구하는 근거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다.

(2) 사용·수익 정지의 예외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는 제정 당시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에도 불구하고 권리자의 사용·수익이 정지되지 않도록 예외를 두고 있었는데, 도시정비법이 2009. 5. 27. 법률 제9729호로 개정될 때 “제40조 및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의 경우”가 추가되었다. 당시 도시정비법의 개정은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세입자 보상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것을 계기로 정비사업에 있어 세입자 보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주된 취지였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개정 역시 세입자가 주거 또는 영업공간을 인도하기 이전에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세입자의 재산권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고 안정적인 주거 이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단서의 내용에 의해 도시정비법 제40조‘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이라 한다)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이하 ‘주거세입자’라 한다)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있더라도 건축물을 계속 사용·수익할 수 있으며, 사업시행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사용·수익 정지를 이유로 인도청구를 할 수 없다. 다만 손실보상 대상자 해당 여부나 손실보상액수 등을 둘러싼 다툼이 있을 때 손실보상의 완료 여부 및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인도의무의 존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3)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도시정비법 제40조공익사업법에 따른 손실보상”

공익사업법은 다른 법률에 따라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을 ‘공

익사업’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제2조 제2호, 제4조 제8호), 도시정비법 제38조는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물건 또는 그 밖의 권리를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주택재개발사업은 공익사업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한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40조 제1항도 본문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하여 도시정비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익사업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단서에서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의 기준 및 절차”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는데, 그 위임에 따른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4조의2 제2항은 ‘주거이전비 보상대상자’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국토해양부령으로 위임하였고,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9조의2 제2항공익사업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에 따른 주거이전비의 보상대상자를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른 공람공고일 현재 해당 정비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도시정비법 제40조 제1항공익사업법 제78조 제5항같은 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 제3항에 의해 주거세입자에게 인정되는 주거이전비 보상을 그 단서의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의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으므로, 주거이전비 보상이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에서 사용·수익 정지 이전에 완료될 것을 요구하는 “도시정비법 제40조공익사업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다만 구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9조의2 제2항에 의해 주거이전비의 보상 대상자는 정비구역 공람공고일 현재 해당 정비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로 제한된다. 그리고 공익사업법 제78조 제5항같은 법 시행규칙 제55조 제2항에서 공익

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사업지구 밖으로 이사하는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 대해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 즉 이사비의 보상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사비의 보상도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도시정비법 제40조공익사업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업시행자가 정비구역 공람공고일 당시부터 거주하던 주거세입자를 상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인도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와 이사비의 보상을 완료할 것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적 성격

주택재개발사업은 정비사업 구역 내에 거주하거나 영업을 하던 사람들이 사업시행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기존의 주거지 혹은 영업의 근거지를 떠났다가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신축된 건물에 재입주·재정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정비구역 안에 있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한 권리를 새로이 조성된 토지와 건축물에 관한 권리로 변환시켜 배분하는 과정에서 권리의 대상이 되는 토지와 건축물의 변화에 필요한 기간 동안 사업시행자가 이를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어야 하며, 사업시행자의 사용·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로서 기존 권리자들의 사용·수익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주택재개발사업의 특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존 권리자들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데 규율목적의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함으로써 권리자들의 재입주, 재정착을 확보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권리자들의 지위를 장래를 향하여 다시 새로이 형성하려는 규정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임차권자의 사용·수익을 정지시키고 있을 뿐 임차권을 박

탈하거나 사업시행자에게 임차권을 취득시키고 있지 아니하다.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항은 임대차계약의 해지 여부를 임차권자의 의사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고, 도시정비법 제55조 제1항은 등기된 임차권 및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춘 임차권은 신축된 건축물에 설정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그 경우에는 임차권이 소멸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규율형식의 면에서도 개별·구체적으로 특정 재산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려는 데 그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추상적으로 정비구역 내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한 사용·수익관계를 정하고 있는 것이다(헌재 2003. 8. 21. 2000헌가11 등 참조).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규율목적과 규율형식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장래에 있어서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형식으로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고 확정하는 규정이자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헌재 2014. 1. 28. 2011헌바363 반대의견 참조).

다. 재산권 침해 여부

입법자는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사적 재산권의 보장이라는 요청(헌법 제23조 제1항 제1문)과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에서 오는 요청(헌법 제23조 제2항)을 함께 고려하고 조정하여 양 법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헌재 2005. 9. 29. 2002헌바84 등). 따라서 입법자는 중요한 공익상의 이유로 재산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비례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본질적 내용인 사적 이용권과 원칙적인 처분권을 부인하여서는 안 된다. 요컨대 재산권에 대한 제약이 비례원칙에 합치하는 것이라면 그 제약은 재산권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고, 반대로 재산권에 대한 제약이 비례원칙에 반하여 과잉된 것이라면 그

제약은 재산권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는 것이며, 따라서 입법자가 재산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합헌적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수인의 한계를 넘어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를 완화하는 보상규정을 두어야 한다(헌재 2005. 9. 29. 2002헌바84 등 참조). 다만 헌법적으로 가혹한 부담의 조정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를 완화·조정할 수 있는 ‘방법’의 선택에 있어서는 반드시 직접적인 금전적 보상의 방법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부여된다(헌재 1998. 12. 24. 89헌마214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택재개발사업에서의 주거세입자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임차권의 대상인 건축물의 사용·수익을 제한하는 것이 사회적 제약의 한도를 넘어 임차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수인의 한계를 넘는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이를 조정, 완화하기 위한 보상규정을 두고 있어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 제한이 되는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주택재개발사업에 있어 기존의 노후·불량 건축물을 철거하고 공동주택 등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기간 동안 주거세입자의 사용·수익을 정지시키는 것은 도시환경의 개선과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주택재개발사업의 원활하고 신속한 진행을 위한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으면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공사에 착공할 수 있게 되고(도시정비법 제48조의2),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있는 정비사업의 원활하고 신속한 추진을 위해서는 임차권자의 권리를 획일적으로 확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있은 때부터 이전고시가 있은 때까지 획일적으로 주거세입자의

사용·수익을 정지시키는 것은 목적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2)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리 자체를 수용하는 규율 형식을 띠지 않고 권리자의 사용·수익을 한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의 본질이 차임지급을 대가로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민법 제618조)에 비추어 보면, 임차권자에게 있어 사용·수익의 제한은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하는 것으로서 임차권에 대한 본질적 제한에 해당한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55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임차권은 이전고시 이후에도 사용·수익이 재개될 수 없으므로, 이는 한시적인 사용·수익 정지가 아니라 종국적인 임차권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다. 도시정비법 제55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춘 임차권이라 해도,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이후 이전고시가 있기까지는 통상 수년에 이르는 장기간이 소요되며, 임대차 목적물의 용도·면적·위치 등 동일성이 변경되고 임대조건도 종전 건축물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종전과 동일한 조건의 임대차계약이 새로운 건물에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임차권의 사용·수익이 정지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주거세입자의 의사에 반하여 임차권을 상실시키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며, 주택재개발지역에서 생활을 영위하던 세입자들로서는 기존의 주거에서 이탈하여 주거생활을 재건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되는바, 이는 임차권자가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를 벗어나는 재산권 제한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가혹한 부담을 완화하는 보상조치들이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택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해야 하는 주거세입자에게는 도시정비법 제40조공익사업법에 의한 손실보상으로서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비를 기준으로 산정된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와, 가재도구 등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인 이사비의 보상이 인정된다. 이를 통해 생활의 근거를 상실한 세입자의 손실을 보전하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세입자들이 정비사업으로 인해 자칫 이전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의 주거지로 이주하게 될 위험을 방지하여, 이들이 종전과 같은 생활상태를 재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는 사용·수익이 정지되기에 앞서 이와 같은 손실보상이 완료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주거공간을 인도해야만 하는 상황을 방지함으로써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36조 제1항은 사업시행기간 동안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서,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주택재개발로 인해 철거되는 건물의 세입자에게 당해 정비구역 내·외에 소재한 임대주택 등의 시설에 임시로 거주하게 하거나 주택자금의 융자알선 등 임시수용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도시정비법 제50조 제4항,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54조 제2항은 정비구역의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 3개월 전부터 거주하고 있는 무주택 세대주인 세입자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건설하는 임대주택을 공급받을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항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 임차권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제2항에서는 임차권자가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권을 사업시행자에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임대인의 자력에 불문하고 세입자가 임대차보증금을 적기에 확실히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거세입자에게 임대차보증금은 새로운 주거지를 구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위 조항들도 세입자의 재산권 제한으로 인한 침해를 완화하고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돕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가 세입자의 퇴거에 관한 시행규정을 정할 때 세입자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제26조 제4항), 사업시행자는 세입자의 이주대책을 사업시행계획에 반영하여야 하며(제30조 제4호), 일정한 기준 이상의 세입자 보호대책을 마련한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시·도 조례로 용적률을 완화하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0조의2).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비록 세입자의 재산권을 세입자가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를 벗어날 정도로 제한하고 있지만, 세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보상조치와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주택재개발사업의 목적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재개발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진행이라는 공익과의 형량에 있어서도 법익 간의 비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합헌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라. 청구인의 그 밖의 주장에 대한 판단

헌법 제34조 제1항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일종으로서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므로(헌재 2009. 9. 24. 2007헌마1092 ), 임차권을 제한할 뿐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다.

헌법 제16조가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는 개방되지 않은 사적 공간인 주거를 공권력이나 제3자에 의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사생활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므로, 주거용 건축물의 사용·수익관계를 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거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에 대한 보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보호영역으로서 재산권이 문제되는 경우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은 서로 특별관계에 있어 기본권의 내용상 특별성을 갖는 재산권의 침해 여부가 우선함에 따라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에 관한 심사는 배제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 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 이상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헌재 2011. 11. 24. 2010헌바231 참조).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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