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헌가27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위헌제청
제청법원전주지방법원
당해사건
전주지방법원 2014고단1627 강제추행
선고일
2015.12.23
주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당해사건 피고인 김○순은 피해자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가다가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2~3회 만져 강제추행하였다는 혐의로 약식기소되었고, 전주지방법원은 2014. 9. 29. 공판절차에 회부하였다. 피고인은 제1회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증거조사를 거친 후 변론이 종결되었다.
나. 제청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는 부분이 재판의 전제가 되고 헌법에 위반된다고 의심할 상
당한 이유가 있다며 2015. 7. 31. 직권으로 위 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심판대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이하 ‘성폭력 특례법’이라 한다) 제4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밑줄 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42조(신상정보 등록대상자) ①제2조 제1항 제3호ㆍ제4호, 같은 조 제2항(제1항 제3호ㆍ제4호에 한정한다),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범죄및「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의 범죄(이하 “등록대상 성범죄”라 한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또는 같은 법 제4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공개명령이 확정된 자는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이하 “등록대상자”라 한다)가 된다.다만,「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11조 제5항의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제외한다.
[관련조항]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성폭력범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
를 말한다.
3.「형법」제2편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 중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제300조(미수범), 제301조(강간등 상해·치상),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치사), 제302조(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 제303조(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및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의 죄
제42조(신상정보 등록대상자) ② 법원은 등록대상 성범죄로 제1항의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제43조에 따른 신상정보 제출 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이유
가.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당연히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어 신상정보 제출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법원이 선고하는 유죄판결에는 실질적으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서 신상정보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효력이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는지 여부, 신상정보 제출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달라지므로, 재판의 결론인 판결의 주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유죄판결의 실질적 효력에 차이가 있게 되어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적법요건으로서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주요 입법목적 중 하나는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 방지임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범위를 세분화하여 규율하거나 별도의 불복절차를 두는 등의 덜 침해적인 수단을 채택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고, 비교적 경미한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자들에 대하여는 침해되는 사익과 달
성되는 공익 사이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행복추구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문제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2012. 7. 26. 2011헌가40 ).
나. 심판대상조항은 성폭력 특례법상 일정한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당해 사건 재판의 결론 및 그 확정 여부에 의하여 비로소 적용되는 것일 뿐,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 단계인 당해 사건 재판에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성폭력 특례법에 의하면 법원은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 자에게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알려주어야 하고(성폭력 특례법 제42조 제2항), 성폭력 특례법상 그 방법이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실무상 고지의 방법으로 당해 사건 판결 이유 가운데 신상정보 제출의무를 기재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기재는 판결문의 필수적 기재사항도 아니고, 당해 사건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적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되지 아니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나 내용,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므
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헌재 2013. 9. 26. 2012헌바109 ).
5. 결론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 재판관 김창종의 아래 7.과 같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은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당해사건 피고인에게 적용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원의 위헌법률제청을 각하하여서는 안 된다.
가. 이 사건에서 당해사건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고 이 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무조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성폭력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 사실 및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 되면 유죄판결을 선고하더라도 피고인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는 사실 등을 알려 줄 필요가 없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피고인에게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이에 대하여 이 정도의 간접적 영향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이 당해사건 재판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고, 다수의견은 이러한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의 무죄 등 판결 선고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의 효력이 상
실되지 않는 예외를 설정한 형사소송법 규정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그 규정의 위헌 여부가 재판 주문을 결정하고 기판력의 내용을 형성하는 데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의 내용이나 효력 중 어느 하나라도 그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이 사건에서도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 되면 유죄판결의 효력 중 신상정보 등록이라는 법률효과가 사라지게 되어 재판의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 헌법재판소의 선례에 따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
다. 다수의견은, 성폭력 특례법에 따라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상소한 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내용의 신상정보 등록조항의 위헌 여부가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선례(헌재 2014. 4. 23. 2014헌바172 )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은 서로 그 성질이 다르므로 위 선례에서의 판단을 이 사건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위 선례에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람은 당해사건 피고인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로 추정되는 사람인데, 자신이 유죄임을 전제로 신상정보 등록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은 허용하기 곤란하다. 이 경우 청구인은 자신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그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면 된다(헌재 2014. 7. 24. 2013헌마423 등 참조).
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는 범죄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의 경우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과 사정이 다르다.
첫째,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으로서는 당해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경중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할 때 증거의 가치나 증명력 판단에 실질적 차이를 둘 수 있다. 살인사건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와 단순 폭행사건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실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이 현실이다. 당해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유죄가 확정되면 자동적으로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유죄판결의 법적 효과가 확연히 다르다.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 되면 법원으로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증거조사과정과 증거의 증명력 판단에서 다소나마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는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법원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증거조사가 마무리되고 유죄의 심증을 갖게 된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여야 하는데, 당해 피고인이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피고인에 대한 형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유죄판결이 선고되면 아무런 추가절차 없이 당연히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법원의 양형 결정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셋째,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는 제청법원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며, 재판의 전제와 관련된 법원의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를 부인할 수 있다(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헌재 2010. 9. 30. 2008헌가3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제청법원은 헌재 1992. 12. 24. 92헌가8 선례를 원용하며,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비록 판결의 주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유죄판결의 실질적 효력에 차이가 있게 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제청법원의 이러한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
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 법원은 재판을 하면서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고 만약 재판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경우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하는 법원이 그 근거가 되는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고민을 무시하고 그 정도는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영향이 없으니 알아서 재판하라고 제청을 각하하면, 법원으로서는 스스로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법률을 적용하여 그대로 재판을 진행하거나 재판을 중단하고 언젠가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여부 심판을 해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법률에 대한 위헌 선언은 헌법재판소만 할 수 있다.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묻는 제청법원의 고민을 무시하고 이 사건 제청을 각하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7. 재판관 김창종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는 다수의견에 찬성하면서,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조금 더 보충하고자 한다.
가. 구체적 규범통제와 재판의 전제성
(1) 법률에 대한 위헌제청이 적법하기 위하여는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당해사건의 재판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 여부가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선결문제라는 것을 의미하므로, 먼저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져야만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제청법원이 위헌의 의심이 드는 법률을 적용하지 아니하더라도 당해사건 해결을 위한 재판을 할 수 있다면 그러한 법률의 위헌 여부는 당해사건 재판을 위한 선결문제가 아니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구체적 규범통제를 하는 권한 밖에 없으므로(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 구체적 규범통제의 본질에 내재해 있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통하여 헌법재판소가 심판할 수 있는 구체적 권한 범위가 정해진다.
(2) ‘재판의 전제성’은 위헌법률심판절차의 적법요건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는 제청법원의 판단이나 법률적 견해에 구애받지 않고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직권으로 심사할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절차에 있어서 문제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는 되도록 제청법원의 이에 관한 법률적 견해를 존중해야 하겠지만,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제청법원의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전제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얼마든지 그 위헌제청을 부적법한 것으로 각하할 수 있다(헌재 1993. 5. 13. 92헌가10 ; 헌재 2007. 6. 28. 2006헌가14 ; 헌재 2011. 8. 30. 2009헌가10 ; 헌재 2013. 7. 25. 2012헌가1 등 참조). 제청법원의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음에도 제청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법률에 대하여 위헌 여부를 심판한다면 이는 당해사건의 해결과 아무런 관계없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되
어 구체적 규범통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부여된 권한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다.
나. 형사재판에서의 재판의 전제성
(1) 형사사건에 있어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적용되지 아니한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원칙적으로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헌재 1989. 9. 29. 89헌마53 결정; 헌재 1993. 7. 29. 92헌바48 등 참조). 그리고 비록 공소장의 ‘적용법조’란에 적시된 법률조항이라 하더라도, 당해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하지 아니한 법률조항 역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헌재 1997. 1. 16. 89헌마240 참조). 당해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하지 아니한 법률조항은 설사 그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재판의 전제성 유무
(1) 심판대상조항은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당해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적용된 법률조항이 아니므로 제청법원은 이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당해사건 해결을 위한 재판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청법원으로서는 비록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위헌의 의심이 든다고 할지라도 그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엄격한 증명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강제추행죄의 유·무죄를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당해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2) 당해사건의 피고인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당연히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지만, 이는 성폭력 특례법의 제정과 함께 새롭게 신상정보등록제도를 도입하면서 심판대상조항에서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는 요건을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 특별히 규정하였기 때문에 당해사건 피고인이 이러한 구성요건을 충족하면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는 것이지, 강제추행죄의 유죄확정판결 그 자체의 법률적 효력이나 내용에 따라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보안관찰해당범죄(보안관찰법 제2조)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기 합계가 3년 이상인 자로서 그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사실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보안관찰처분대상자’가 되는데(보안관찰법 제3조), 당해사건의 피고인이 그 형의 집행을 받은 후 보안관찰처분대상자로 되는 것은 당해사건 판결 그 자체의 법률적 효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보안관찰법에서 별도로 규정한 보안관찰처분대상자 해당 요건을 충족하였기 때문이므로, 보안관찰법 제3조는 당해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등록대상 성범죄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당해사건 법원은 피고인에게 신상정보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만(성폭력 특례법 제42조 제2항), 이것 역시 성폭력 특례법에서 특별히 법원에게 그러한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었기 때문이지, 당해사건 유죄판결 자체의 효력에 따라 법원이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3)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3. 9. 26. 2012헌바109 결정에서 앞서 본 다수의견과 같은 이유로 구 성폭력 특례법 제32조 제1항(심판대상조항과 그 내용이 같다.)의 위헌 여
부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당해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고, 또한 같은 맥락에서 헌법재판소 1997. 11. 27. 96헌바60 결정은 지방자치선거에서 사전선거운동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선거법 위반죄로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받은 때에는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64조에 대하여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위 법률조항은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그 법률조항은 당해사건(사전선거운동금지위반죄 등)의 결론이나 주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당해사건의 결론이나 주문에 의해 비로소 영향을 받는 것이며, 재판의 내용과 효력을 형성함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별도의 구성요건(당선인이 당해선거에 있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 의해서 형성되는 법률적 효과(당선 무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같은 취지의 헌재 2003. 5. 15. 2002헌바93 참조). 이러한 헌법재판소 선례들은 여전히 타당하고, 비록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판시한 것이지만, 재판의 전제성 요건의 의미나 내용에 관한 위와 같은 법리는 위헌법률심판절차에서도 마땅히 그대로 적용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 역시 구체적 규범통제의 한 유형으로서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 제도라는 점에서는 위헌법률심판절차와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4)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당해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제청법원으로서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엄격한 증명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강제추행죄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고, 만약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유죄판결이기만 하면 그 형이 징역형이든 벌금형이든, 실형이든 집행유예 판결이든 묻지 않는다.)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별도의 요건을 충족하게 되어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라. 긴요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과 재판의 전제성
(1) 한편 헌법적 해명이 긴요히 필요한 경우에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 때에도 헌법재판소는 헌법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본안판단에 나아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헌재 2013. 7. 25. 2012헌바63 ; 헌재 2014. 1. 28. 2011헌바246 등 참조).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수호 또는 헌법적 해명이라는 이름 아래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 법률조항에 대하여도 폭넓게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구체적 규범통제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크므로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마. 결론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함이 옳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