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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6. 9. 29. 선고 2012헌마1002 2013헌마249 2015헌마873 2016헌마267 결정문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 등 위헌확인]
[결정문]
사건

2012헌마1002, 2015헌마873, 2016헌마267(병합)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 등 위헌확인

2013헌마249 (병합)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 등 위헌확인

청구인

박○민 외 114인

선고일

2016.09.29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들은 법과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로서 사법시험에 응시하여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인데, 2017. 12. 31.자로 사법시험법을 폐지하기로 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 제2조 및 제4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사법시험제도가 존속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

제2조 및 제4조 제1항을 심판대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 단서는 부칙 제2조의 시행일을 2017. 12. 31.로 규정한 것이고,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4조 제1항은 부칙 제2조에 의한 사법시험법 폐지에 따른 경과조치를 규정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사법시험법을 폐지하도록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변호사시험법 부칙(2009. 5. 28. 법률 제9747호) 제2조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변호사시험법 부칙(2009. 5. 28. 법률 제9747호)

제2조(다른 법률의 폐지) 사법시험법은 폐지한다.

[관련조항]

변호사시험법 부칙(2009. 5. 28. 법률 제9747호)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부칙 제4조 및 부칙 제6조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며, 부칙 제2조는 2017년 12월 31일부터 시행한다.

제4조(사법시험과의 병행실시) ① 이 법에 따른 시험과 별도로 「사법시험법」에 따른 사법시험을 2017년까지 실시한다. 다만, 2017년에는 2016년에 실시한 제1차 시험에 합격한 사람 중 2016년에 제3차 시험까지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제2차 시험 또는 제3차 시험을 실시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법학전문대학원은 본질적으로 고액의 등록금 등 많은 경제적 비용을 요구하기 때

문에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법조인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현행 법학전문대학원에 의한 법조인 양성제도는 입학전형의 불투명성, 법학전문대학원의 재정난으로 인한 비용 상승, 부실한 교육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경제력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통로인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오로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에 한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청구인들을 경제적 이유로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사법시험법 폐지 경위

기존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하여는 ① 법학교육과 사법제도의 연계 부족으로 인한 법학교육의 부실화, ② 복잡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ㆍ효율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할 능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의 한계, ③ 과도한 경쟁과 낮은 합격률에 따라 이른바 고시낭인이 속출하는 국가 인력 낭비, ④ 특정 소수 대학에 편중된 합격자 배출, ⑤ 법원 및 검찰 실무교육에 치우친 사법연수원 교육제도 등 많은 문제점이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인재들이 법조인과 의료인과 같은 전문직으로 몰리면서 사법시험제도가 안고 있던 문제점은 계속 확대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4년 12월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공론화한 이래, 법조인력 양성의 기본 틀을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

성’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지속되어 왔다. 10년에 걸친 논의 끝에 2004년 12월 대법원과 행정부가 공동으로 설치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법조인력 양성의 기본 틀을 사법시험에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다는 사법개혁안이 채택되었다. 이에 따라 2007. 7. 27.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2009. 5. 28.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되면서 사법시험법은 2017. 12. 31. 폐지되게 되었다.

나. 제한되는 기본권

사법시험법이 폐지되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지 못한 청구인들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므로, 사법시험만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공무담임권과 행복추구권도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직업선택 자유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는 이상, 그 판단 결과와 결론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공무담임권이나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는 따로 중복하여 판단하지 아니한다.

한편,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을 부당하게 차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사법시험법을 폐지한다는 내용일 뿐 그 조항 자체가 경제력에 따른 차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직접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경제적 사정으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은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되는데, 이 점은 심판대

상조항의 직업선택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검토한다.

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반드시 법률로 하여야 할 뿐 아니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라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정한 수단과 방법에 의하여서만 가능하다(헌재 2012. 3. 29. 2009헌마754 참조). 그런데 입법부가 전문직 자격제도를 마련함에 있어서는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 입법부는 법조인을 사법시험이라는 단일한 ‘시험을 통해 선발’할 것인지 아니면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교육을 통해 양성’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전문직과 달리 법조인의 경우 반드시 ‘시험을 통해 선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헌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이와 같이 입법형성의 자유가 폭 넓게 인정되는 전문직 자격제도에 관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구가 다소 완화된다(헌재 2007. 4. 26. 2003헌마947 ; 헌재 2012. 3. 29. 2009헌마754 참조).

(2)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고, 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법조인 양성을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하는 한편 사법시험제도는 기존에 이 제도에 따라 시험 준비를 하던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응시기회를 준 다음 단계적으로 폐지하

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다.

(3) 침해의 최소성

(가) 전문직 자격제도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폭넓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최소한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가장 덜 제약적인 방법인지가 아니라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의 것인지를 심사하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헌재 2012. 4. 24. 2009헌마608 등 참조).

(나) 헌법재판소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 취득자에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주고 있는 변호사시험법 규정이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① 이러한 응시제한이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입법자의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고, ② 변호사시험과 병행하여 사법시험을 실시하는 제도는 사법시험이 법조인 선발ㆍ양성과정과 법과대학에서의 법학교육이 제도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아 법학교육 정상화 등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우며, ③ 법학전문대학원법에 경제적 자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이수할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2. 4. 24. 2009헌마608 등). 이 사건에서도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논리는 같은 맥락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다)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 및 행정부는 물론 법조계와 법학계 및 시민단체 등 거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참여하여 오랜 논의를 거쳐 도출해 낸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다. 장기간의 치열한 논의과정에서 사법시험제도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와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한 이상 사법시험제도를 병행하여 유지하는 것은 위와 같은 사법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 교육을 통하여 법조인을 양성하기로 제도의 전환을 하였는데, 이와 병행하여 교육과 관계없이 시험을 통한 선발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교육을 통한 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법시험제도를 한시적이 아니라 영구히 존치할 경우 법조인이 되기 위하여 굳이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법조인력 양성의 기본 틀을 사법시험에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사법개혁의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법조인의 전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강화하고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공지식을 학부 단계에서 습득하였음을 전제로 대학원 단계에서 법학교육을 시행한다는 의도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였는데, 사법시험이 병행 실시될 경우 사법시험제도가 안고 있던 과거의 폐단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사법시험은 대학에서의 법학교육과 제도적으로 충분히 연계되어 있지 않아 이를 존치할 경우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며 국가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법학전문대학원제도와 함께 사법시험을 병행하면서 상징적으로 소수의 합격자만 배출한다면, 사법시험을 병행 실시하는 의미가 없게 된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면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합격자를 소수 배출하면 사법시험을 존치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라)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대학원 진학이 어려운 경제적 약자가 법조인이 되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은 법조인 양성을 위하여 국가의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할 책무를 천명하고 있고(제3조 제2항), 법학전문대학원으로 하여금 재정 확보와 장학금제도 등 학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며(제17조 제2항), 학생선발에 있어서도 사회적ㆍ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절차를 두도록 규정하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도록 하고 있고(제23조 제1항, 제4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교육부장관의 시정명령, 정원감축조치 및 인가취소, 벌칙 등의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다(제38조부터 제40조, 제46조).

청구인들은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전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여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한 대학 중 일부에서 입학전형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으며 교육과정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되어 첫 졸업생이 배출된 것이 2012년으로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에 불과하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완벽한 제도일 수 없고 운영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제도 시행 초기에 나타나는 일부 문제를 제도 전체의 문제로 단정할 수는 없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오랜 논의를 거쳐 어렵게 도입한 제도인 만큼, 지금은 이 제도가 그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 새로운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여 현 시점에

서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사법시험제도는 1963. 5. 9. 사법시험령이 공포된 이래 2001. 3. 28. 사법시험법의 제정을 거쳐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어 국가가 입법행위를 통하여 청구인들에게 사법시험을 통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법시험법을 폐지한다는 심판대상조항이 제정된 이후로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려고 한 사람들에게 사법시험이 존치할 것이라는 신뢰이익은 변경 또는 소멸되었고, 사법시험법을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입법자는 2009. 5. 28.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면서 사법시험 준비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2017년까지 8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경우 사법시험의 폐지를 전제로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였거나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또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인가받아 운영하고 있는 교육기관의 신뢰를 훼손하게 된다.

(바) 사법시험법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여 법조인이 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와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4)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보다는, 사법시험법의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을 전제로 하여 교육을 통한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더 크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

었다.

(5)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과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나는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국민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종사할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에 종사하며, 이를 변경할 수 있다(헌법 제15조 참조). 직업선택의 자유는 삶의 보람이요 생활의 터전인 직업을 개인의 창의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선택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격의 발현과 행복추구에 이바지하고,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주의적 경제ㆍ사회질서의 본질적 요소가 된다. 따라서 직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헌법을 관류하는 기본정신이다. 이러한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라도 반드시 법률로써 하여야 하고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 정당하고 중요한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정한 수단ㆍ방법에 의하여서만 가능한 것이다(헌재 2002. 4. 25. 2001헌마614 참조).

우리나라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될 경우 고액의 등록금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변호사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능력이나 자격과 상관없는 ‘경제적 능력’이라는 사유에 의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바, 이는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제약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제한은 월등하게 중요한 공익을 위하여 명백하고 확실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을 심사함에 있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법시험의 폐지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와 연계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와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다수의견은 ‘대학(법학)교육의 정상화,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 그리고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법조인 양성의 기본 틀을 전환하는 것을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따라서 법학 이외의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 관련된 직역으로 진출할 것인지 법조 직역으로 진출할 것인지는 그들의 선택과 판단에 맡겨야 할 사항이다. 법학 이외의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응시하는 현상과 대학(법학)교육의 부실화

는 관계가 없다. 또한, 학부에서의 전공만으로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이 갖춰지는 것도 아니고, 사법시험 출신의 법조인들이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도 아니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은 법조인을 배출하는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고 그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은 아니며,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은 오히려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 아래에서 충실하게 실현되었다.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 아래에서 대법원은 이미 1996년에 사법연수원 과정을 전면 개편하면서 미국식 ‘로스쿨’제도의 장점을 받아들여 1997년부터 시행하여 왔다. 사법시험은 사법연수원 2년의 교육과정과 불가분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사법연수원 교육과정을 마치지 않으면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없다. 사법연수원 교육과정 자체가 대학원의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사법연수원에서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사법시험제도 역시 사법연수원과 연계하여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적에 적합한 제도이다. 결국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는 ‘시험을 통해 선발’한 후에 ‘교육에 의한 양성’과정을 거치는 방식이고,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는 ‘교육에 의한 양성’과정을 거친 후에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선발이 먼저냐 교육이 먼저냐의 차이만 있을 뿐 교육과 선발이 모두 요구된다는 점에서 양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교육과 실무 수습의 질적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법시험이 대학에서의 법학교육과 제도적으로 충분히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전제 아래 사법시험의 폐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다수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라는 것은 사법시험 폐지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위한 피상적인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2) 수단의 적절성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은 양질의 다양한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통해서만 법조인 자격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사회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수의 사람이 장기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과 변호사시험에 매달리는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 보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도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사법시험제도보다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통해 양성되는 법조인이 사법시험제도를 통해 선발된 법조인보다 경쟁력 있고 우수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법조인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법시험제도 아래에서도 법학 이외의 전공을 가진 합격자의 비율이 낮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전공의 다양성과 관련하여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사법시험제도에 대하여 가지는 비교우위의 정도는 높지 않은 반면, 출신 계층 또는 가치관의 다양성 등과 관련해서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사법시험제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사법시험 폐지는 다수의견이 말하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침해의 최소성

(가)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문제점

1) 법학전문대학원의 고비용 구조와 이로 인한 경제적 진입 장벽

법학전문대학원은 전문적인 법률적 지식과 소양을 가진 법조인을 교육ㆍ양성하

기 위하여 엄격한 기준에 의한 인적ㆍ물적 시설 등을 갖추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경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그 결과 법학전문대학원은 필연적으로 고액의 등록금 등 고비용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ㆍ공립 법학전문대학원의 연간 등록금은 1,000만 원 내외, 사립 법학전문대학원의 연간 등록금은 2,000만 원 내외에 이른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에서 졸업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비용(등록금, 교재비, 생활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조차도 얻을 수 없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다수의견은 법학전문대학원이 사회ㆍ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특별전형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장학금제도도 운용하고 있어 문제 없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전형의 실시가 의무적인 것은 아니고, 그 기준이나 비율 역시 법률상 강제되는 내용이 없으며, 실제로도 특별전형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특별전형의 대상이 되지도 않고 고액의 등록금 등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다수의 사람들은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장학금제도가 있기는 하나 그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한 진입장벽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도 못하며, 장학금 지급비율도 법학전문대학원의 재정난으로 인하여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장학금이란 지원자들을 꼬드기기 위한 ‘허상’이라는 비판이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에 비추어 볼 때 향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등록금이 인하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로 법조인 양성제도가 일원화될 경우 현재와 같은 수준의 특별전형제도와 장학금제도조차 유

지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자비로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조차 점점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바, 이는 장학금 제도만으로는 고액의 등록금을 해결하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사법시험제도가 낮은 합격률 등으로 인하여 법학전문대학원제도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수험생의 노력과 능력, 선택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어서, 그 비용에 대한 부담이 수험생으로 하여금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시도조차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고액 등록금 등을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하여금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시도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것이어서 사법시험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2) 입학전형의 불공정, 학사관리의 부실, 사회적 불신

사법시험제도는 시험성적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법조인을 선발하기 때문에 그 공정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없었지만,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의 공정성에 대하여는 의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입학과정에서 객관적 기준(LEET + 학부 성적 + 외국어능력)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 주관적 요소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즉, 개인의 집안 배경과 학벌 및 경력 등과 같은 사회적 스펙이 합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이 그 공정성에 대하여 의심을 갖고 있는 법조인 양성제도는, 그러한 제도를 통해 법조인이 된 사람이 한 직무 수행의 정당성, 공정성 등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법조인이 되지 못한 것이 실력 때문이 아니라 집안 배경, 학벌, 사회ㆍ경제적 지위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계층 간의 반목과 불

신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감사원 감사 결과에 의하면 일부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학사관리의 부실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사법시험에서는 필수과목으로 채택된 과목들(행정법, 상법, 민ㆍ형사소송법 등)조차 법학전문대학원에 따라서는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어 기존의 법과대학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법학전문대학원의 목표 중 하나인 ‘특성화 교육’이라는 것도 변호사시험 과목과 맞물려 사실상 포기 상태인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변호사시험 합격 후 6개월의 실무교육조차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3)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 해결 미흡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 시정 및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여러 가지 문제점만 노출하고 있다.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으로 대표되는 법조인의 특권의식과 구조는 일부 유명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법조인들의 특권의식과 구조로 전환될 뿐이고, 이른바 ‘사시낭인’의 문제도 ‘로스쿨낭인’ 또는 ‘변시낭인’의 문제로 전환될 뿐이어서, 법학전문대학원체제가 사법시험체제가 가진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우수한 인적 자원이 법학전문대학원으로만 몰려서 일반 법과대학이나 대학원을 학문적으로 고사시키고, 그 결과 순수 법학의 위축을 초래한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은 3년의 교육 기간 내에 이론과 실무를 갖춘 경쟁력 있는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으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3년 동안의 교육과정은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교

육을 담당하는 교원의 질적 수준이 과거 법과대학에 비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실무교육 수준은 사법연수원에 비하여 크게 떨어지고, 입학정원 대비 75%의 높은 합격률(하다못해 운전면허시험도 합격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다)을 보장하는 쉬운 변호사시험으로 인하여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에 비하여 경쟁력 있는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해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 내에서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한 법조인 양성ㆍ배출이라는 일원적 체제가 고착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견은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시행 초기이므로 그 존속ㆍ발전을 위해 모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법시험제도는 과(過)보다는 공(功)이 월등히 큰 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국민적 합의 없이 참여정부시절 사학법 개정과 연계하여 정치권의 야합으로 하루아침에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60여 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시행되어온 제도조차 하루아침에 폐지하는 마당에,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출범한 제도라고 하여 마냥 그 존속을 보장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운영과정에서 문제가 많고 부실하며 우리 법체계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더 부실화되고 고착화되기 전에 이를 폐지 또는 정리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 및 국민의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의 모형인 로스쿨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최근 로스쿨의 과다한 등록금 때문에 중산층 및 저소득층 학생들은 법조인이 되는 꿈을 접어야 된다는 비판이 있다. 법과대학원(로스쿨)제도와 기존의 법과대학제도를 병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대출을 받아 로스쿨을 다녀야 하고, 신사법시

험(로스쿨 졸업생이 응시) 합격률이 20%대에 불과해 74개 로스쿨 중 28개는 더 이상 신입생을 뽑지 않거나 폐교하기에 이르렀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라는 중국 속담처럼, 이들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 사법시험제도 폐지 주장의 부당성

1) 사법시험제도는 그동안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개방적인 법조인 선발제도로서 능력에 따른 공정한 선발제도로 인정받아 왔다. 응시자격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은 사법시험제도의 개방성은 매우 다양한 성장환경과 경험, 전공,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법조 직역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다. 또한, 사법시험제도는 법조인 선발과정에 있어서도 응시자의 사회ㆍ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에 의한 선발이 이루어진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선발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지 않았다.

물론, 사법시험제도에 대하여 그동안 ①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사법시험 과목에만 매달리고 암기식 학습에만 매몰되어 법학 교육과 학문이 파행으로 치닫게 하고, ② 다수의 사람이 장기간 사법시험을 준비함에 따라 국가인력의 낭비를 초래하며, ③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법률실무가를 양성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것이 법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의 빌미가 된 것은 사실이다.

2) 그러나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하여 대학에서 개설된 강의를 수강할 것인지 고시학원의 강좌를 수강할 것인지는 그들의 자율에 맡겨야 할 사항이다. 선호도가 높은 직업에 대하여 많은 지원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하여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입할 것인지 역시 국민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위와 같은 비판은 결

국 국민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영역에 공권력이 지나치게 후견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부당하다.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법시험 과목에 속한 법학 과목에 대해서조차 법과대학에서의 수강을 소홀히 하고 고시학원에 의존한다면, 이는 법과대학이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지 사법시험제도의 탓은 아니다.

법학 이외의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 관련된 직역으로 진출하지 않고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것도 그들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사법시험제도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응시하여 법조인이 되는 것은 법조인 인적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일한 현상을 두고 왜 사법시험제도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에서는 미덕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대학교육 파행의 근본원인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다양한 일자리가 부족하고, 대학이 다양한 직업 수요를 가진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데 있다. 설령 대학교육의 파행에 대하여 사법시험제도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정 수 이상의 학점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으로 취득한 대학 졸업자에 대하여만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인정하는 등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지 않고도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화된 수단이 존재한다. 대학교육의 파행이 곧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장시간의 시험 준비로 인한 국가인력 낭비의 문제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이 경제적 진입 장벽으로 인하여 자신이 원하는 직역에 진출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국가인력의 비효율적 활용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고 중대하다. 설령 장기간의 사법시험 준비로 인한 국가인력의 낭비가 사법시험제도 자체의 문제점이라고 하더라도 사법시험의 응시횟수를 제한하거나 합격률을 높이는 등 사법시험을 폐지하지 않고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완화된 수단이 존재한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경우에도 학부 전공 4년, 대학원 과정 3년, 변호사시험 응시 가능 기간 5년을 합하면 최대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간의 시험 준비로 인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법시험의 낮은 합격률(3%)을 문제 삼아 사법시험을 폐지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어떤 시험이든지 지원자가 많아져 경쟁률이 높아지면 합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를 시험제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일부 공무원시험은 사법시험보다 합격률이 더 낮다(2015년도 서울시 공무원시험 합격률 1.7%; 2015년도 국가공무원 7급 공채시험 합격률 1.2%). 낮은 합격률을 이유로 공무원시험의 폐지를 주장할 수 없듯이 낮은 합격률을 근거로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부당하다.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합격자 수를 늘리거나 지원자 수를 줄여야 할 것인데, 그렇다고 하여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의 응시를 제한하는 방법을 허용할 수는 없다. 문제는 오히려 제도의 존속을 위하여 응시자가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는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입학정원 대비 75%의 합격률을 보장하는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에 있는 것이다.

사법시험제도의 유지가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므로 폐지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성패는 사법시험의 존치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통해 우수한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린

것이다. 근본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존립 그 자체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기본권제한의 정당화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공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사법시험제도가 가진 장점에는 눈을 감고 그 단점만 부각시켜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 사법시험제도에 대한 비판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잘못 파악한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고, 일부 문제점은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다)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

사법시험제도의 존치는 누구든지 사회ㆍ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노력과 능력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 둠으로써 계층의 고착화를 방지하고, 경제력의 차이로 인한 계층 간 갈등을 완화하며, 국가적으로도 인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사법시험제도가 가진 문제점이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가진 문제점보다 중대하다고 할 수 없고, 그 제도상 문제점은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여 법조인 자격 취득을 위한 다양한 통로를 열어 두는 것이 법학전문대학원의 법조인 양성에 관한 독점적 지위에 따른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과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법조인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함으로써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법률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하여 로스쿨제도를 운용 중인 미국의 경우 많은 주에서는 변호사예비시

험(baby bar)을 통해 변호사자격시험을 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고, 로스쿨제도를 채택한 일본도 별도의 변호사예비시험을 두어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우회적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대다수(75%)가 사법시험의 존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본인이나 자녀가 법조인이 되고자 할 때 법학전문대학원보다 사법시험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들이 정의와 공정한 사회에 목말라 있으며,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와 달리 집안의 배경이나 재력이 없어도 본인의 노력으로땀 흘린 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사법시험제도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법시험제도를 통해서 경쟁력 있는 우수한 법조인을 선발ㆍ배출해온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법조인 구성의 다양성 측면, 즉 전공 분야 외에 성장 환경, 사회ㆍ경제적 계층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우리 법체계에 맞지 않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유지를 위해 사법시험제도가 희생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4) 법익의 균형성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다수의 국민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의지, 노력과 무관하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받는다.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는 단순히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층 간의 불신과 반목을 심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공익도 중대하게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하여 그로 인하여 훼손되는 사익과 공익이 훨씬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5)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그 문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도록 함으로써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직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현실적으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하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이 공무담임에 관해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한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 등). 결국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 조항은 ‘모든 국민이 누구나 그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함’을 내용으로 한다(헌재 1999. 12. 23. 98헌바33 등 참조).

비록 변호사가 사적 영역에서의 직업이라고 하여도 그 업무와 역할이 공공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직업과는 차이가 있다. 법원조직법검찰청법에 의하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은 판사나 검사로 임용될 수 없으므로(법원조직법 제42조검찰청법 제29조 참조),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없고, 그 결과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과 무관하게 판사, 검사로 임용될 수 있는 기회 또한 상실하게 되므로 공무담임권도 침해받는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 비하여 법조 직역 진출에 있어 차별을 받는다.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은 사법시험을 폐지한다는 내용일 뿐 그 조항 자체가 경제력에 따른 차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직접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규범을 헌법 현실과 분리하여 고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규범이 그 자체로 차별적 요소를 갖고 있더라도 현실에서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거나 오히려 실질적 평등에 기여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규범이 그 자체로 차별적 요소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그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그 규범의 위헌성에 대하여는 마땅히 헌법적 심사를 받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제대군인 가산점제에 관한 규범이 그 자체로 남녀 차별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현실적으로 전체여성 중 극히 일부분만이 제대군인에 해당될 수 있는 반면, 남자의 대부분은 제대군인에 해당하므로 실질적으로 성별에 의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보고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참조).

법조인 양성제도가 법학전문대학원제도로 일원화되면 국민 중 70%는 경제적 이유로 인하여 법조 직역 진출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따라서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조인 양성제도를 법학전문대학원제도로 일원화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법조 직역 진입에 경제력 능력에 따른 차별이 현실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차별이 헌법적 관점에서 용인될 수 없는 이상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적 심사가 요구된다.

일반적인 평등원칙 내지 평등권의 침해 여부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자의적 차별인지 여부이지만, 만일 입법자가 설정한 차별이 기본권의 행사에 있어서의 차별을 가져온다면 그러한 차별에 대해서는 목적과 수단 간의 엄격한 비례성이 준수되었는지가 심사되어야 하며, 그 경우 불평등대우가 기본권으로 보호된 자유의 행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수록 입법자의 형성의 여지에 대해서는 그만큼 더 좁은 한계가 설정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된다(헌재 2003. 9. 25. 2003헌마30 ; 헌재 2006. 2. 23. 2004헌마675 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져오므로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차별취급의 목적과 수단 사이에 엄격한 비례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입법목적과 수단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라.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7.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나, 그 이유는 위 반대의견과 다르고,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이 사건은 사법시험법 폐지가 위헌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지,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사건이 아니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밝히기 위한 논거로 인용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필요할 뿐,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위헌성을 논증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폐해와 법학전문대학원의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법학전문대학원제도에 대한 사법시험제도의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이끌어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사건은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신설되어 존속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사법시험법을 폐지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므로, 이에 필요한 부분으로 논의를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사법시험 준비몰입으로 인한 대학교육의 파행, 국가인력의 낭비 등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를 통한 법조인 양성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여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한편 국가적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므로(헌재 2009. 2. 26. 2007헌마1262 ; 헌재 2009. 2. 26. 2008헌마370 등 참조),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로 법조인 양성을 일원화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사법시험제도가 대학교육의 파행, 국가인력의 낭비 등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정한 법학과목 학점 취득(대학교 이외의 교육기관에서도 법

학과목 학점을 취득할 수 있고, 독학사 제도 등에 의한 학점 인정도 가능하다) 이외에는 진입장벽이 없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법조 직역에 진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사법연수원제도와 결합하여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우수한 법조인을 배출하였으며, 선발과정의 공정성에 대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아 온 것 역시 사실이다. 앞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이 법조인의 양성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지 않고도 사법시험제도가 야기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 사법시험제도를 반드시 폐지할 필요는 없다.

사법시험제도가 위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시행되어 오다가 폐지되기에 이른 것은 사법시험의 폐해가 지나치게 커서 폐지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사법시험제도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새롭게 시행하고 이를 신속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희생양으로 갑자기 폐지된 것이다.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대학교육의 파행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일정한 학점 이상을 취득한 대학 졸업자에 대하여만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장기간의 시험 준비로 인한 국가인력의 낭비도 사법시험의 응시횟수를 제한하거나 합격률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그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그 입학과 졸업에 이르기까지 고액의 비용이 소요되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진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진입장벽이 높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조차 얻을 수 없으므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조 직역 진입을 불가능하게 할 위험이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하여 특별전형제도와 장학금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에는 크게 미흡하고 장학금 수혜비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로 법조인 양성을 일원화하는 것은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발생시킨 위와 같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법시험제도를 존치하여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

사법시험제도의 유지가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므로 이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사법시험제도와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양립할 수 없는 제도가 아니고, 법조인 양성제도로서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하나의 제도가 다른 제도에 비하여 월등하게 우월한 제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두 제도가 그 장점을 살려 서로 경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게 하는 것이 다양한 계층의 우수한 사람들이 법조 직역에 진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국민의 권익을 신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일 두 제도가 병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 제도가 경쟁력을 상실하여 도태된다면 자연스럽게 살아남은 제도로 법조인 양성제도가 일원화될 것이다.

전문직인 변호사 양성을 위한 자격제도로 어떠한 방안을 채택할 것인지에 관하여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으면 법조인이 될 수 없는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제도 아래에서,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완화된 수단이 존재함에도 사법시험법을 폐지함으로써 사법시험제도가 가지는 많은 장점을 소멸시키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도를 넘는 것이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청구인들

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3) 법익의 균형성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로 인하여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못지않게 중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공무담임권 침해는 판사, 검사의 임용에 관한 것이다.

법원조직법검찰청법이 판사, 검사의 임용조건으로 변호사 자격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나, 판사, 검사의 임용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위 법령들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추가적인 경력을 요구하고 임용심사를 거치는 방법 등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법시험제도와 판사, 검사의 임용과의 관련성은 간접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2012. 4. 24. 2009헌마608 등 참조).

다. 평등권 침해 여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고, 그 결과 법학전문대학원만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됨으로써 법조인 자격의 취득에 있어서 경제력에 따른 차별이 발생한다. 이는 사법시험법의 폐지라는 규범적 상태의 변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차별이므로 단순히 사실상의 차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헌법상 평등원칙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한다.

달리기 경주에서 모든 사람을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게 하는 것은 그들의 기본적 능력이 동일한 범주 내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능력의 차이로 인하여 그와 같은 범주를 넘는 경우에는 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의 출발선을 앞당김으로써 능력이나 환경의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법조 직역을 비롯한 모든 직역의 진출에 어떠한 형식적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실질적으로는 경제력을 갖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는 경제적 약자의 출발선을 앞당기기는커녕 그들에게 존재하던 법조 직역 진출의 기회조차 차단함으로써 형식적 평등마저 무너뜨리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라.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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