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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3. 9. 27. 선고 92헌마284 판례집 [불기소처분취소]
[판례집5권 2집 340~35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 헌법소원사건(憲法訴願事件)이 심판(審判)에 회부(回附)된 경우 심판대상(審判對象)인 피의사실(被疑事實)에 대한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정지(停止)되는지 여부

나. 검찰청(檢察廳)의 각종(各種) 처분통지(處分通知)가 지나치게 지연(遲延)된 것이 공소시효완성(公訴時效完成)의 원인(原因)이 된 경우가 위 “가”항의 예외사유(例外事由)로 되는지 여부

결정요지

가. 공소시효제도(公訴時效制度)의 실질(實質)은 국가형벌권(國家刑罰權)의 소멸(消滅)이라는 점에서 형(刑)의 시효(時效)와 마찬가지로 실체법적(實體法的) 성격(性格)을 갖고 있는 것이어서, 그 예외(例外)로서 시효(時效)가 정지(停止)되는 경우는 특별히 법률(法律)로서 명문(明文)의 규정(規定)을 둔 경우에 한하여야 하고 법률(法律)에 명문(明文)으로 규정(規定)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다른 제도(制度)인 형사소송법상(刑事訴訟法上)의 재정신청(裁定申請)에 관한 규정(規定)을 유추적용(類推適用)하여 공소시효(公訴時效)의 정지(停止)를 인정(認定)하는 것은 피의자(被疑者)의 법적(法的) 지위(地位)의 안정을 법률상(法律上) 근거(根據) 없이 침해하는 것이 되며, 나아가서는 헌법상(憲法上)의 적법절차주의(適法節次主義),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에 반(反)하여 기소(起訴)되고 처벌(處罰)받는 결과(結果)도 생길 수 있을뿐더러, 이는 당재판소(當裁判所)가 사실상(事實上) 입법행위(立法行爲)를 하는 결과(結果)가 되므로 헌법소원사건(憲法訴願事件)이 심판(審判)에 회부(回附)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심판대상(審判對象)인 피의사실(被疑事實)에 대한 공소시효(公訴時效)는 정지(停止)되지 아니한다.

나. 당재판소(當裁判所)가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을 취소(取消)하는 결정(決定)을 선고(宣告)하고 이에 따라 검사(檢事)가 재기수사(再起搜査)함에 있어 이 사건 각종(各種) 처분통지(處分通知)가 지나치게 지연(遲延)된 것이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완성(完成)하게 된 원인(原因)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위 “가”항의 판시결론(判示結論)의 예외사유(例外事由)가 될 수 없다.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反對意見)

헌법소원사건(憲法訴願事件)에 대한 심판청구(審判請求)가 있는 경우 형사소송법상(刑事訴訟法上) 재정신청(裁定申請)에 있어서의 공소시효(公訴時效)의 정지효(停止效)에 관한 규정(規定)을 유추적용(類推適用)하여 심판대상(審判對象)인 피의사실(被疑事實)에 대한 공소시효(公訴時效)는 정지(停止)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때 시효정지(時效停止)의 효력(效力)이 발생(發生)하는 시점(時點)은 헌법재판소에 심판청구를 한 때가 아니라 지정재판부(指定裁判部)에서 적법요건(適法要件)의 심사(審査)를 거쳐 전원재판부(全員裁判部) 회부결정(回附決定)(의제회부(議題回附) 포함)이 된 때라고 해석(解釋)하여야 한다.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反對意見)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완성(完成)되었다면 비록 헌법소원이 인용(認容)되어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이 취소(取消)되더라도 검사(檢事)가 공소제기(公訴提起)를 할 수 없고 따라서 고소인의 주관적(主觀的) 권리구제(權利救濟)는 이룰 수 없게 될 것이지만, 이러한 경우라도 검찰권(檢察權) 남용(濫用)의 통제(統制)는 객관적(客觀的)인 헌법질서(憲法秩序)의 수호(守護)(국민(國民)의 기본권(基本權) 보장(保障))를 위하여 매우 중요(重要)한 일이라 할 것이므로 공소시효완성(公訴時效完成)을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거부(拒否)할 것이 아니라 검찰권(檢察權) 행사(行使)의 위헌(違憲) 여부를 판단(判斷)하여야 할 것이다.

청 구 인 박 ○ 한

대리인 변호사 박 경 구

피청구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262조의2 (공소시효(公訴時效)의 정지(停止)) 제260조의 규정(規定)에 의한 재정신청(裁定申請)

이 있을 때에는 전조(前條)의 재정결정(裁定決定)이 있을 때까지 공소시효(公訴時效)의 진행(進行)을 정지(停止)한다.

참조판례

1989.4.17. 선고, 88헌마3 결정

1989.7.28. 선고, 89헌마65 결정

1992.12.24. 선고, 92헌마230 결정

1993.7.29. 선고, 93헌마19 결정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이 사건 기록과 부산지방검찰청 87형제51407호, 88형제49075호 및 91형제4522호 각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청구인의 처인 청구외 망 정○자는 1987.2.12. 복통으로 부산 소재 광혜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임신 및 십이지장궤양으로 진단되어 동년 2.16. 동 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청구외 김○줄로부터 임신중절수술을 받고 동년 2.17. 동 병원 외과과장이던 청구외 망 정○하로부터 십이지장절제수술을 받고 동년 3.4. 퇴원한 후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 후 위 청구외 망 정○자는 생리불순증세가 있어 동년 5.10. 부산 소재 일신기독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진단적소파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받고 이튿날인 동년 5.11. 위 광혜병원에서 그 산부

인과 과장인 위 김○줄로부터 기능적 자궁출혈 또는 불완전유산 등으로 진단받아 진단적소파수술을 받고 나오다가 실신하여 응급치료를 받은 후 귀가하였다.

그러나 위 청구외 망인은 증상이 악화되어 그 이튿날인 동년 5.12. 다시 위 광혜병원에 입원하여 동 병원 내과과장인 청구외 이○응으로부터 급성충수염으로 진단되어 동년 5.13. 충수염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동소의 망인은 증상이 호전되지 아니하여 동년 5.18. 다시 동 병원에서 동 병원 외과과장이던 위 이○응으로부터 시험적개복수술을 받았다. 이 때, 동년 2.17. 수술시 봉합한 십이지장절제부(切除部) 봉합부분이 터져 있는 것이 발견되어 이를 재봉합하는 등의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증상은 호전되지 아니하였다.

위 광혜병원의 의사들을 불신한 청구인의 요구에 의하여 위 청구외 망인은 동년 6.7. 부산 소재 인제의과대학 부설 백병원으로 옮겨져 개복수술을 재차 받았다. 그러나 동소의 망인은 그 증상이 호전되지 아니한 채 동년 6.9 사망하였다.

(2) 청구인은 그 후 위 광혜병원 의사인 외과과장 정○하, 내과과장 이○응 및 산부인과 과장 김○줄 등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동청 87형제51407호로 고소하였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위 피고소인들 모두에 대하여 동년 10.30. 각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이 부산고등검찰청에 동청 87불항196로 항고한 결과 부산고등검찰청은 수사미진을 이유로 재기수사를 명하였다. 동 사건을 부산지방검찰청 88형제49075호로 재기수사한 피청구인은 1988.12.26. 다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항고, 재항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당재판소에 1988.12.26.자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당재판소 89헌마198 로 청구하였다. 당재판소는 이에 대하여 1990.12.26. 동 불기소처분이 피청구인의 현저한 수사미진으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동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당재판소의 위 결정에 따라 동 사건을 부산지방검찰청 91형제4522호로 재기수사한 피청구인은 수사 후 1991.8.21. 피고소인 이○응 및 동 김○줄에 대하여는 다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피고소인 정○하에 대하여는 그가 사망하였다 하여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이 동년 11.17. 비로소 그 통지를 받고 적법한 기간 내인 동년 12.6. 부산고등검찰청에 동청 91불항621호로 다시 항고하였으나 1992.2.7. 기각되었다. 청구인이 동년 3.17. 그 통지를 받고 다시 적법한 기간 내인 동년 4.14.에 대검찰청에 대검 92재항502호로 재항고하였으나 동년 5.8. 기각되었다. 그러나 동년 11.2.에서야 그 통지를 받은 청구인은 동년 11.30. 피청구인의 부산지방검찰청 91형제4522호 불기소처분이 자의적인 처분이고 이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다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위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1991.8.21.자로 행한 부산지방검찰청 91형제4522호 업무상 과실치사 피의사건에 대한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당한 여부이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

헌법재판소가 1990.12.26. 당재판소 89헌마198 결정으로 피청구인의 부산지방검찰청 88형제49075호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면서 지적한 수사미진사항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아니하고 다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무시한 채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수사를 한 것에 그친 결과로서 결국 검사가 공권력을 부당하게 불행사함으로써 헌법 제11조 소정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부산지방검찰청 91형제4522호 불기소처분은 다시 취소되어야 한다.

나. 피청구인의 주장

(1) 본안적 항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 사건 범행일자를 살펴볼 때 이 사건은 1992.6.8.의 경과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공소권이 없으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어야 한다.

(2) 본안에 관한 주장

청구인은, 헌법재판소가 당초의 불기소처분(부산지방검찰청 88형 제49075호)을 취소하면서 수사가 미진하였다고 적시한 부분에 대하여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일신기독병원 산부인과진료일지, 광혜병원진료일지 및 간호일지, 엑스선필름 26매, 백병원진료일지 및 사체해부감정서, 사체부검현장촬영 비디오테이프 1개 및 피해자복부확대사진 10매 등을 대한산부인과학회에 감정의뢰하여 회보를 받는 등 수사를 충분히 하였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이 피고소인들에 대한 혐의를 인정키 어려워 불

기소처분한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3. 판단

먼저,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각하되어야 한다는 피청구인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청구인의 고소사실은 의사들인 피고소인들이 위 청구외 망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과실로 동 청구외 망인을 사망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동 고소사실은 형법 제268조 소정의 업무상과실치사죄에 해당하고 동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범죄는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4호에 정한바 법정형이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 해당되어 그 공소시효기간은 5년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이 주장하는 고소사실 중 피고소인들의 이 사건 치료시기는 1987.6.7. 이전이므로 위 업무상과실치사 피의사실은 1992.6.6. 이전에 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음이 날짜 계산상 명백하다.

한편 당재판소가 부산지방검찰청 88형제49075호 불기소처분을 취소한 후 재기수사한 피청구인이 다시 불기소처분한 데 대하여 청구인이 다시 항고, 재항고를 하였으나 동 불기소처분 통지나 항고, 재항고를 기각한다는 통지를 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위 공소시효완성 후인 1992.11.30.에 비로소 당재판소에 다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한 사실이 기록상 인정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그 제262조의2에 “제260조의 규정에 의한 재정신청이 있을 때에는 전조의 재정결정이 있을 때까지 공소시효

의 진행을 정지한다.”라고 규정하여 재정신청으로 공소시효가 정지됨을 명문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형사소송법 제262조의2의 규정취지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고소인이 불복하여 그 시정을 구하고자 재정신청을 한 경우 수사의 지연이나 재정절차의 지연으로 인하여 재정결정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됨으로써 의당 구제받을 고소인의 권익이 구제받지 못한다면 재정신청제도의 취지자체가 몰각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려는 데 있다. 동법 제262조의 2의 규정목적과 같은 맥락의 목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헌법소원이 심판에 회부된 경우에도 심판대상인 피의사실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으로 동법 동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결국 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공소시효의 정지를 법률의 유추적용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소시효제도는 시간의 경과에 의한 범죄의 사회적 영향이 약화되어 가벌성이 소멸되었다는 주된 실체적 이유에서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국가가 형벌권을 포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형벌권의 소멸과 공소권의 소멸로 범죄인으로 하여금 소추와 처벌을 면하게 함으로써 형사피의자의 법적 지위의 안정을 법률로서 보장하는 형사소송조건에 관한 제도이다. 비록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으나 그 실질은 국가형벌권의 소멸이라는 점에서 형의 시효와 마찬가지로 실체법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예외로서 시효가 정지되는 경우는 특별히 법률로서 명문의 규정을 둔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다.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다른 제도인 재정신청에 관한 위 법조

의 규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유추적용하여 공소시효의 정지를 인정하는 것은 유추적용이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하여 법률이 보장한 피의자의 법적 지위의 안정을 법률상의 근거 없이 침해하는 것이 되고, 나아가서는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이 정하는 적법절차주의,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기소되고 처벌받는 결과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당재판소가 사실상의 입법행위를 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262조의2의 규정의 유추적용으로 고소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이 심판에 회부된 경우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인정함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다만 입법론적으로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후 심판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됨으로써 고소인의 기본권 보장이 지장을 받을 경우를 구제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 제262의2의 재정신청의 경우와 같이 불기소사건에 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회부된 경우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하는 입법의 필요성은 있다).

한편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헌법소원이 심판에 회부되기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되게 된 원인 중의 하나로서 위에 나온 각급 검찰청의 이 사건 각종 처분통지가 지나치게 지연된 점이 인정된다. 이 점에 대한 관련 공무원의 고의, 과실이 있다면 형사책임이나 행정책임 등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유가 공소시효의 정지사유로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한 그것이 공소시효의 정지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의사

실에 대하여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인바 헌법소원심판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청구라하여 청구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함이 당재판소의 확립된 판례(헌법재판소 1989.4.17. 선고, 88헌마3 결정 등 참조)이고 이 판례를 변경할 필요를 인정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4.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헌법소원 제기기간 중이나 헌법소원 제기 후 심의 중에 심판대상인 피의사실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의 입법적 해결은 별론으로 하고 재정신청이 있는 경우에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게 한 형사소송법 제262조의2의 규정의 유추해석으로 정지효의 인정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이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수의견과 우리는 견해를 달리하고자 하는 바이다.

첫째로 원래 재판상의 구제절차 즉 재판청구를 한 경우에는 재판청구기간의 진행은 중단 내지 정지되는 것이 법의 일반원칙이라는 점이다. 민사소송의 경우에 소를 제기한 때에는 소송물이 된 권리에 관한 시효기간이 중단되며, 제척기간은 준수한 것이 되고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민법 제168조, 민소법 제238조). 제소기간을 별도로 두고 있는 행정소송의 경우(행정소송법 제20조)도 그 기간 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면 더 이상 기간은 진행되지 않으며 재판진

행 중에 제소기간 도과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형사소송에 있어서도 시효도 공소의 제기로 그 진행이 정지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형소법 제253조 1항). 나아가 소년보호사건에 관하여 소년부 판사가 심리개시의 결정을 한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한 보호처분의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소년법 제54조). 이처럼 재판이 청구되어 재판절차가 진행 중에는 재판청구인측에 불리한 기간이 정지되게 한 것은 그에게 주어진 권리를 제 때에 행사한 것에 해당하여 권리행사를 방치한 경우로 볼 수 없다는 것도 근거가 되겠지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충실한 심리를 가능케 하려는 배려가 그 하나이고, 만일 재판계속 중이라도 기간이 진행된다면 재판기관의 재판지연 때문에 시효가 완성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재판기관의 잘못이 재판청구를 한 당사자에게 불이익으로 전가되는 결과가 되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배려가 또 다른 근거라고 생각된다. 헌법재판도 재판이라면 재판계속 중에는 재판청구권자에게 불이익한 기간은 진행되지 않는다는 법의 일반원칙이 외면되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고, 따라서 부당한 불기소처분의 경우에 형사피해자가 검사로 하여금 공소제기를 하도록 하기 위하여 헌법소원의 형태로 헌법재판청구를 한 경우에는 그에게 불이익한 시효기간의 진행은 정지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하게 존중하는 것이 될 것이다.

둘째로 형사소송법 제262조의2의 규정과의 관계에서 문제점을 지적한다. 동법 제260조에 의하면 고소 또는 고발한 자가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검사 소속의

고등검찰청에 대응하는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재정신청이 있을 때에 재정결정이 있을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한다는 것이 동법 제262조의2의 규정이다. 독립한 사법기관에 의하여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가리는 데 있어서는 재정신청이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나 그 차이가 없으며 전자는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검토하는 것이고, 후자는 헌법적 측면에서 당부를 심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재정신청절차에서는 공소시효의 진행 때문에 그 재판을 받는 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면서 헌법소원절차에서는 공소시효 때문에 그 재판을 받기 어렵게 된다는 것은 분명히 권형의 상실이요, 헌법소원제기를 하는 당사자에 대한 법적 차별이라 할 것이며 나아가 큰 권리를 보호받으려는 자의 지위를 적은 권리를 보호받으려는 자보다도 더 불리하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뿐더러 위 법 제260조 제1항에 의하면 재정신청은 고소한 자뿐 아니라 고발한 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에 대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 제27조 소정의 형사피해자에 한정되는 것이며 고발한 자는 소원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것이 당재판소의 일관된 판례이다(당재판소 1989.12.22. 선고, 89헌마145 결정;1990.6.25. 선고, 89헌마234 결정 등 참조). 고발한 자에 의한 재정신청의 경우까지 시효진행의 정지의 효과를 널리 인정하는 것이 재정신청절차인데 고소한 자 즉, 형사피해자에게만 허용하는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법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로 정지의 효과가 부인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는 것이며, 이를 긍인하는 것이 곧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일 것이다.

셋째로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헌법소원의 보충성의 원칙(헌재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검찰청법 소정의 항고, 재항고를 거쳐서 비로소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게 되어 있는 것이 헌법소원심판제도이다. 따라서 범죄발생후 소원심판청구하기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다. 여기에다가 헌법재판소에 소원심판청구가 접수되면 재판관 3인에 의하여 구성되는 지정재판부에서 먼저 적법요건에 관한 사전심사가 있게 되고 이 과정을 거쳐서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며 그 다음 심판회부통지와 이해관계기관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제공한 후에 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본안심리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소원 심리기간을 단축하려 하여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소시효의 정지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심리기간 중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정상적인 본안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나타날뿐더러, 설사 소원심판청구가 인용취소된다 하여도 공소시효의 완성시기를 얼마 남기지 않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인용취소 후에 원래 불기소처분을 한 지방검찰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공소시효의 완성에 이를 수도 있으며 돌려받은 지방검찰청이 다시 불기소처분을 함으로써 이에 항고, 재항고하여 또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는 과정에서 공소시효의 완성에 이를 수도 있다. 이 사건 심판청구가 바로 그와 같은 예에 속한다. 나아가 돌려 받은 지방검찰청이 시효완성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아니하였음을 기화로 완성일까지 사건처리를 지연시키다가 불기소처분을 다시 함으로써 항고, 재항고 과정에서 시효완성에 이르게 하는 편법사용의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이 경우에 다수의견은 형사책임이나 행정책임 등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문제해결의 방안에 그친다). 그리하여 헌법

판소가 헌법 제27조 제5항의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의 보장과 헌법 제11조 소정의 평등의 원칙의 파생인 차별적이고 자의적인 처분을 받지 않을 권리의 보호를 위하여 모처럼 확립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제도의 형해화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재정신청의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경우와 같은 항고, 재항고 따위의 사전구제절차를 밟지 않고 고등법원에 신청할 수 있으며, 따라서 헌법소원에 비하면 공소시효의 완성까지의 훨씬 많은 시간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도 재청신청의 경우에 시효정지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헌법소원이 경우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부인함은 “기본권보호의 꽃”이라고 할 헌법소원제도의 활성화와 내실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상 본바 재판청구인에 불리한 기간은 재판계속 중에 진행하지 않고 정지되는 것이 재판의 일반적인 속성인 점, 재정신청절차와의 권형유지의 요청, 그리고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형해화방지의 필요성과 내실화의 요청 등과 여기에 현재 재정신청제도에 있어서 그 대상의 한정으로 불기소처분에 대한 제대로의 통제의 몫을 헌법소원제도가 담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상황까지 보태어 고려할 때에 헌법소원청구를 한 경우에 해석상 마땅히 형사소송법 제262조의2 소정의 공소시효의 정지효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불기소처분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이상 소원청구에 공소시효 정지효의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은 필연적인 데도 헌법소원제도의 역사가 없었던 상태에서 어설프게 기초된 헌법재판소법에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분명히 있어야 할 법의 흠결이다. 생각건대 새로운 법제도의 창설 즉 새 입법이 아니

라 법에 빠진 것을 해석으로 보충하는 것은 재판기관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 법의 흠결의 경우에 해석에 의한 보충작용은 일반법원에도 있어서 일찍부터 행하여져 오고 있는 바이라면, 하물며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관할사항으로 헌법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는 헌법소원제도(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를 운영함에 있어서 허용될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고, 그것이 기본권을 보호받으려는 국민의 편에 서면서 헌법상 부여된 소임을 다하는 길일 것이며, 이것마저 해석론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면 하나의 재판기관으로 뿌리를 내리는 데 암영이 될 것이다. 공소시효제도는 어차피 처벌받아야 할 범죄에 대해 소추기관 등이 이를 장기간 방치하였을 때에 법적 안정성의 유지를 위하여 소추를 면제함으로써 죄를 범한자가 입게 되는 반사적 이익이지 이를 두고 헌법상 보호하여 주어야 하는 범죄인의 기본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범죄인의 입장을 지나치게 집착·존중할 것은 아니다. 다만 헌법소원에 공소시효의 정지효를 무제한 인정할 때에 남용의 여지를 부인할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에 심판청구를 한 때가 아니라 지정재판부에서 적법요건의 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 회부결정(의제회부 포함)이 된 때에 시효정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축소해석함이 옳을 것이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청구에서 전원재판부 회부결정시로부터 청구인용 결정시까지 시효정지의 효력을 인정할 것이며, 그렇다면 피의사실이 아직 공소시효의 완성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 본안심리에 들어갈 것이지 청구각하의 결정을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5.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가. 헌법소원의 본질은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뿐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보장도 겸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에 있어서의 심판청구이익은 일반법원의 소송사건에서처럼 주관적 권리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러기에 우리 재판소는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하여서 이를 취소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경우라도 그렇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이미 종료한 침해행위가 위헌이었음을 선언적 의미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것이 확립된 판례이기도 하다(1992.1.28. 선고, 91헌마111 결정). 이러한 판례의 정신에 비추어 본다면 침해행위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장애사유로 인하여 침해행위를 취소하여도 청구인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주관적 권리구제에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경우라도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일 때에는 또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침해행위를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고소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였을 경우 피의사실에 관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라도 이에 대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 불기소처분의 기본권침해 여부를 심판하여 만약 불기소처분이 검사의 자의적 처분이어서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인정된다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것이다. 즉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면 비록 헌법소원이 인용되어 불기소처

분이 취소되더라도 검사가 공소제기를 할 수 없고 따라서 고소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는 이룰 수 없게 된 것이지만 이러한 경우라도 검찰권 남용의 통제는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국민의 기본권 보장)를 위하여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므로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나. 공소시효의 완성으로 고소인이 불이익을 입을 것이냐의 여부는 수사의 완급이나 권리구제절차의 완급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임을 고려할 때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라는 측면에서 심판청구의 이익을 넓게 인정하여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에 대하여 위헌임을 확인해 주는 것이 권력통제제도로서의 헌법소원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는 필요한 일인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형사고소한 날이 1987.7.21.이고 이에 대하여 검사가 무혐의 불기소처분한 날이 1987.10.30.이며 이에 대한 청구인의 1차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되어 불기소처분취소결정이 내려진 날이 1990.12.26.이다. 그런데 검사가 또 다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고(1991.8.21.) 청구인이 이에 대하여 항고·재항고를 하는 동안 공소시효기간이 그대로 진행되어 청구인이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전에 1992.6.8. 5년간의 공소시효가 다 지나고 만 것인바 이 때 헌법재판소가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면 고소인은 수사지연이나 구제절차지연 등 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권을 박탈당한 결과가 되고 이러한 결과를 수긍한다면 검찰이 일부러 절차를 지연시켜 고소인으로 하여금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없게 할 가능성마저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권력통제에 의한 헌법질서 수호와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소원의 기능을 크게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다수의견의 재고를 요망한다.

1993. 9. 27.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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