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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4. 6. 30. 선고 91헌마162 판례집 [경찰법 등 에 대한 헌법소원]
[판례집6권 1집 672~67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조직법(組織法)의 일종인 경찰법(警察法)에 의하여 일반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지 여부

2.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한 요건

결정요지

1. “경찰법(警察法)”은 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 등을 규정한 조직법(組織法)으로서 원칙으로 그 조직의 구성원이나 구성원이 되려는 자 등 외에 일반국민을 수범자(受範者)로 하지 아니하므로, 일반국민은 위 경찰법(警察法)의 공포(公布)로써 헌법에 규정된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2. 일반국민을 수범자(受範者)로 하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성격을 지닌 법률인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중개정법률(改正法律)”에 대하여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어느 시점에서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민중소송(民衆訴訟)을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우리의 헌법재판제도(憲法裁判制度)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그러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청구인에게 당해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함으로써 그 법률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으로 현실 침해하였는가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청 구 인 정 ○ 환 외 3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 상 규 외 1인

주문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국회의장은 1991.5.10. 14:00 제154회 국회본회의에서 “경찰법안”과 “국가보안법중개법률안”의 통과를 선포하였고, 대통령은 이를 국회로부터 이송받아 같은 달 31. 법률 제4369호와 법률 제4373호로 위 각 법률을 공포하였다.

청구인들은 위 각 법률이 공포된 사실을 1991.8.10. 경 알게 되었으며 같은 해 9.9. 국회의장의 위 각 법률에 대한 위헌적인 법률안가결선포행위를 전제로 한 위 각 법률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1991.5.31. 법률 제4369호와 법률 제4373호로 각 공포된 “경찰법”“국가보안법중개정법률”이다.

2.청구인들의 주장과 국회의장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헌법 제49조국회법 제109조는 국회에서의 법률안을 비롯한 모

든 의안에 대한 의결정족수를 명시하고 있고, 국회법 제112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면 국회의장은 특정 안건에 대한 이의의 유무를 물어 이의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기립방법이나 기명 또는 무기명의 투표방법에 의하여 표결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제154회 국회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은 본회의장에 들어와 의장석에까지 가지도 아니하고 의석 사이의 통로 중간지점에 서서 무선 마이크로 위 각 법률안 등 안건을 일괄상정한 다음, 그 상정된 법안 등에 대한 제안설명과 심사보고 및 수정동의에 대한 제안설명은 유인물로 대체하겠다고 하면서, “각항에 대하여 수정동의한 부분은 동의한 대로 기타 부분은 원안대로 가결하는 데 이의 없으십니까?”라고 묻고는 이의 있다고 하는 의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의가 있으나 표결할 수 없는 상태이고 다수의원이 찬성하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한 후 즉시 산회를 선포하고 약 30초만에 퇴장하였다. 즉, 국회의장은 위 각 법률안에 대한 의결에 있어서 헌법국회법 소정의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아니하였고, 이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법 제112조 소정의 표결절차를 준수하지도 아니한 채 의장의 독단에 의하여 가결선포를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법률은 국회에서 입법절차로서의 의결이 존재한다고 할 수조차 없으며, 그에 대한 대통령의 공포 역시 국회에서 의결되지 아니한 법률안에 대한 공포로서 무효로 귀착된다. 청구인들은 무효인 위 경찰법에 의하여 설치된 경찰기관의 경찰권 행사로 인하여 언제든지 기본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위 국가보안법중개정법률은 특별형사실체법으로서 별도의 집행행

위를 기다릴 것도 없이 그 자체로서 일반국민 개인에게 그 각 법조 소정의 의무를 발생시키고 그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 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입법절차의 하자로 무효인 위 법률의 시행으로 인하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처벌받지 아니할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당할 현재의 위험·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위 각 법률의 위헌확인을 구하기 위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이른 것이다.

나. 국회의장의 답변요지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어떤 법안을 의결하는 행위는 통치행위이거나 고도의 정치행위 또는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 사건 각 법률에 의하여 청구인들 자신의 기본권이 직접·현재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 중 일부는 국회의원으로서 위 각 법률의 공포 당시 공포사실을 알았을 것임에도 그 날로부터 60일이 경과한 후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청구기간으로 준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본안에 관하여 보더라도, 국회법 제6장 제5절에 규정된 의안에 대한 표결절차와 방법은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전제로 한 것이고 위 법이 예상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같은 법 제10조에 의하여 의사진행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회의장이 그의 판단에 따라 표결방법과 절차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위 제154회 국회본회의에서는 재적 299인의 국회의원 중 민주자유당 소속의원 201인과 신민주연합당 소속의원 59인,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않는 의원 10인 등 270인이 출석하여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었고 그 중 민주자유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 시작 직전 의원총회에서 위 각 법률안에 대한 찬성의 방침을 정한 다음 본회의장에서 의장의 이의 유무에 대하여 명백히 찬성한다고 의사표시를 하였으며, 당시 야당의원들이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극심한 의사진행방해행위로 인하여 정상적인 표결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그의 판단에 따라 부득이 위 각 법률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한 것은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

3. 판단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공권력에는 국회의 입법권행사도 포함되므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도 가능하다. 다만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인 스스로가 당해법률과 법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당해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별도의 구체적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직접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현재 침해당하고 있는 경우, 즉 자기관련성·직접성·현재성이 구비된 경우에 한정됨을 원칙으로 한다.

(2)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 중 “경찰법”은 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 등을 규정한 전형적인 조직법으로서 원칙으로 그 조직의 구성원이나 구성원이 되려는 자 등 외에 일반국민을 수범자(受範者)로 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일반국민인 청구인들은 위 경찰법의 공포로써 자기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청구인들은 위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경찰기관의 경찰권 행사로

인하여 언제든지 기본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기본권침해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행해지는 경찰권 행사라는 별도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것이지 조직법인 위 법률에 의하여 직접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은 잠재적인 우려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위 법의 수범자가 아닌 청구인들이 일반국민의 자격에서 위 법률을 대상으로 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과 직접성 및 현재성을 모두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3) 다음으로 “국가보안법중개정법률”에 대하여 보건대, 위 개정법률은 기존 국가보안법의 구성요건과 처벌범위를 일부 개정한 것으로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형벌에 관한 법률이다.

청구인들은 위 법률이 특별형사실체법으로서 별도의 집행행위를 기다릴 것도 없이 그 자체로서 일반국민 개인에게 그 각 법조 소정의 의무를 발생시키고 그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 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입법절차의 하자로 무효인 위 법률의 시행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처벌받지 아니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할 현재의 위험·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국민을 수범자로 하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성격을 지닌 법률에 대하여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어느 시점에서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민중소송을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우리의 헌법재판제도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청구인에게 당해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함으로써 그 법률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으로 현실 침해하였거나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6.25. 선고, 89헌마220 결정; 1990.10.8. 선고, 89헌마89 결정 각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청구인들은 그들에게 위 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한 바 없으므로 그 법률에 의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현실 침해당하였다거나 또는 침해가 확실히 예상된다고 할 수 없고, 장차 위 법률 소정의 해당사유가 발생할 경우 기본권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잠재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과 현재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청구인들은 혹 사후에 위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다면 그 사유발생일을 청구기간의 기산점으로 하여 위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있고, 형사재판절차에서 위 법률이나 그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면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도 가능하므로, 청구인들에게 미리 헌법소원을 허용하지 않으면 안될 만한 아무런 특별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법률을 대상으로 한 청구인들의 헌법소원심판청구도 또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4. 6. 30.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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