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재판(裁判)의 전제성(前提性)의 의미
나. 이른바 1980년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단위조합장(單位組合長)들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사건(損害賠償請求訴訟事件)을 당해사건(當該事件)으로 하여 제기한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제2조 및 제5조에 대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재판전제성(裁判前提性)을 부인한 사례(事例)
결정요지
가.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하려면 우선 그 법률이 당해사건(當該事件)에 적용(適用)될 법률(法律)이어야 하고 또 그 법률이 위헌(違憲)일 때에는 합헌(合憲)일 때와 다른 판단(判斷)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 즉 재판(裁判)의 주문(主文)이 달라질 경우 및 문제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주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재판의 내용(內容)과 효력(效力)에 관한 법률적(法律的) 의미(意味)를 달리하는 경우라야 한다.
나.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은 국가(國家)가 그 의무(義務)를 지는 보상(補償)을 규정한 것이며, 그 제5조는 정부(政府)가 정부산하기관(政府傘下機關)에게 이른바 1980년 정화계획(淨化計劃)에 의하여 해직(解職)된 정부산하기관 직원(職員)들에 대하여도 가급적 해직공무원과 상응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지도(行政指導)를 하라는 것이지 위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직원 등에 대한 정부산하기관의 보상의무(補償義務)를 규정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당해소송사건이 농업협동중앙회를 상대로 임금상당액 등의 손해배상(損害賠償)을 청
구(請求)하는 소송일 뿐 국가 또는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 아닌 이 사건의 경우는 재판의 전제성이 부인될 수밖에 없다.
당사자
청구인 권○석 외 31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재훈 외 1인
관련사건
서울고등법원 93나10554 임금 등
참조조문
1980년해직공무원(解職公務員)의보상(補償)등에관한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 제2조 제1항, 제5조
1992.12.24. 선고, 92헌가8 결정
1993.11.25. 선고, 90헌바47 내지 58(병합) 결정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1978.3.31.부터 1980.7.5.까지 사이에 청구외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회원조합인 각 단위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으로 임명되어 근무하여 오다가 1980.7.31. 각 해임된 자들이다.
청구인들은 서울지방법원에 청구외 농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위와 같은 각 해임이 불법행위를 구성함을 전제로 하여 그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해임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각 잔여임기 동안에 청구인들이 받게 되었을 임금상당액 등의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993.1.21. 기각되었고,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같은 법원 93나10554로 항소하였다.
또한 청구인들은 위 사건(93나10554)이 서울고등법원에 계속중,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 및 제5조의 위헌 여부가 위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신청을 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1993.8.19. 위 신청을 각하하였고, 이에 청구인들은 1993.9.2.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1989.3.29. 법률 제4101호; 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항이 청구인과 같은 정부산하기관의 임원을 동법이 정하는 보상대상자에 포함시키지 아니한 것 및 동법 제5조가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자에 대하여 해직공무원과 상응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하여야 할 대상에 정부산하기관의 임원을 제외시킨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결국 그 심판대상은 다음과 같다.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제2조(보상) ① 이
법에 의한 보상대상자는 1980년 7월 1일부터 동년 9월 30일까지의 기간 중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공무원으로 한다. 다만,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공무원으로서 그 해직일이 위 기간 이외의 시기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보상대상자로 한다.
동법 제5조(행정지도) 정부는 정부산하기관의 직원 중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자에 대하여 해직공무원과 상응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한다.
다.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제청신청각하 이유
이 사건 법률은 정부(국가)의 보상책임을 규정하는 법률이고, 그와 같은 법률에서 청구인들에 대한 임면권도 없는(당시 시행중이던 농업협동조합임원임면에관한임시조치법 및 조합장임면규칙에 의하면 청구인들과 같은 단위조합장들에 대한 임면권은 군조합장에게 위임되어 있었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청구인들을 해임시켰고, 또 그 해임이 위법임을 전제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같은 법인의 보상책임 내지는 배상책임을 규정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그와 같은 규정을 둔다면 그 규정 자체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등의 침해가 될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재판의 전제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국가는 정부산하기관의 설립자이며 그 감독기관으로서 실질적인 통제를 행하고 있으며, 정부산하기관의 임원과 직원은 공무원
과 거의 같은 제약을 받는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 청구인들이 정부산하기관인 농업협동중앙회에서 해직당하게 된 것도 1980.7.31. 소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정화계획의 일환으로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행하여진 것이다. 즉 그 해직의 경위에 있어서 공무원과 어떠한 차이도 없었다.
(4) 이는 다같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신분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의견
(1) 1980.12.31. 법률 제3300호로 개정되기 전의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면 단위농업협동조합, 군농업협동조합 및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법률상 각각 독립된 별개의 법인체이고, 청구인들과 같은
단위농업협동조합장의 임면권은 1980년 당시 시행중이던 농업협동조합임원임면에관한임시조치법 및 조합장임면규칙에 따라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는 별개의 법인체인 군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에게 위임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청구인들은 임기 3년의 각 단위농업협동조합장에 임명되었다가, 1980년 7월말경 각 그 임명권자인 군농업협동조합조합장에게 사직원을 제출하고 같은 달 31일자로 각 그 직에서 의원해임된 것이다.
(2)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면 농업협동조합은 그 설립면에 있어서나 운영면에 있어서 자주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그 법률적 성격은 공법인이 아닌 사법인임이 분명하고, 청구인들과 같은 단위농업협동조합장은 일반직원이 아닌 임원이고 임원은 명예직으로서 다만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실비의 변상만을 받을 뿐이다.
(3) 청구인들의 경우에는 위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국가에 대하여 어떠한 청구권도 취득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가 또한 청구인들에 대하여 어떠한 법적책임도 부담한 바 없으므로, 청구인들이 제기한 당해소송사건과 처음부터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의 재판의 전제성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
(4) 또한 청구인들이 제기한 위헌제청신청의 본안소송인 임금 등 청구소송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한 것일 뿐, 청구인들은 국가나 정부를 상대로 하여 어떠한 소송도 제기한 사실이 없는바, 청구인들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설사 위헌결정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소송당사자와 청구내용만으로는 법원이 이 사건 당해 소송사건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재
판을 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 농림수산부장관의 의견
청구인들과 같은 단위조합장은 그 임면절차, 임무, 보수 등에 관한 농업협동조합법 등 관계법 규정상 명예직이고 조합을 대표하는 임원으로서 조합의 일반적인 업무를 집행하는 조합의 직원과는 신분이 구분된다.
3. 판단
먼저 재판의 전제성의 존부에 관하여 본다.
의하여 해직된 정부산하기관 직원들에 대하여도 가급적 해직공무원과 상응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하라는 것이지 위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직원 등에 대한 정부산하기관의 보상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당해소송사건은 청구인들이 위 정화계획에 의하여 불법하게 해직되었다 하여 청구외 농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임금 상당액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일 뿐, 국가 또는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 제2조 및 제5조의 적용대상에 청구인들과 같은 정부산하기관의 임원 중 위 정화계획에 의하여 해직된 자들을 포함시키지 아니한 것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이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당해 법원이 청구인들에게 승소판결을 선고할 수 없고 위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의 재판의 주문이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부인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한 것임을 면할 수 없다.
4. 결론
이에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 3. 28.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주 심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