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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5. 30. 선고 2001헌마733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69호 506~50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폭행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많아 그 점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례

결정요지

심야에 청구인의 집을 찾아와 갑자기 문을 밀치고 들어오면서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며폭력을 행사하는 피해자를 청구인이 밀쳤다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거침입 내지 폭행을 제지하기 위한 또는 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은 최소한의 행위라고 볼 수 있어 정당하다고 할 것이며, 또한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다소 다쳤다 하더라도 청구인이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수단, 의사 등과 청구인의 위 방어행위로 인한 피해 정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못 볼 바 아니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당시 현장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검토한 후 과연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혔어야 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참조판례

헌재 2001. 5. 31. 2000헌마314

헌재 2001. 4. 26. 2001헌마15 , 판례집 13-1, 1012, 1014-1016

헌재 2000. 4. 27. 2000헌마73

헌재 1996. 10. 4. 96헌마222

당사자

청 구 인 손○남

국선대리인 변호사 박연철

피청구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01. 8. 29. 대구지방검찰청 2001년 형 제7543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청구인은 김○재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죄로 2001. 8. 29. 피청구인에 의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받게 되자, 같은 해 10. 19. 혐의없음을 주장하면서 위 기소유예처분의 취

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경산시 진량읍 ○○타운 101동 109호에 거주하는 자로서, 2001. 7. 14. 23:40경 같은 동 308호에 거주하는 김○재가 청구인의 집을 찾아와 왜 자신의 아파트를 가압류하였느냐고 하면서 거실로 들어오려고 하자 나가라고 하면서 양손으로 김○재의 어깨를 밀어 넘어뜨려 동인에게 전치 10일의 요추부 타박상을 입혔다.

나.한편, 김○재 역시 같은 일시, 장소에서 청구인에게 전치 2주의 우측 완관절 염좌상을 입혔다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죄로 2001. 8. 29.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되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김○재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자 경찰에 신고하였을 뿐 동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이 없다.

가사, 청구인이 김○재를 밀어 상해를 입혔다는 피의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김○재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청구인의 집을 찾아와 청구인이 하지도 않은 가압류에 대한 항의를 하면서 청구인을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며 손목을 비틀고 우산을 집어던져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는 등 행패를 부려 이를 피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기소유예가 아닌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여야 함에도, 김○재의 허위진술과 잘못된 내용의 상해진단서만을 가볍게 믿은 채 청구인과 김○재의 대질신문은 물론 구○식 이외의 다른 목격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아니한 경찰의 수사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추가조사도 없이 자의적인 결정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피해자 김○재의 진술 및 상해진단서의 기재 내용에 비추어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사건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모두 청구인과 친분이 있는 자들로서 목격자로서는 부적합하며, 청구인의 폭행은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정당방위나 정당한 행위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검사가 불기소이유의 요지와 같이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은 침해된 바 없다.

3. 판 단

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

(1) 문제의 제기

피의사실은 청구인이 김○재에게 나가라고 하면서 밀어 넘어뜨려 요추부 타박상을 입혔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김○재가 자신의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또는 김○재가 자신의 손목을 꺾고 목을 누르는 폭력을 행사하여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김○재를 밀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사법경찰리 작성의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 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김○재의 주거침입 내지 퇴거불응의 행위로부터 자신의 주거의 평온을 방위하기 위하여 또는 김○재의 폭행 내지 협박의 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있다.

(2) 구체적 검토

기록에 편철된 각 증거에 의하면, 청구인은 60세의 고령이고, 김○재는 41세의 중년으로서 노동에 종사하는 사실, 김○재는 2홉들이 소주 1병을 마신 상태에서 23:40경이라는 매우 늦은 밤에 청구인의 집을 찾아간 사실, 청구인은 김○재에게 10여분간 돌아가라는 요구를 하다가 결국 문을 열어주었는데, 김○재가 갑자기 청구인을 밀고 들어와 죽이겠다고 위협하면서 목을 누르고 손목을 비틀며 신발을 신은 채 거실로 올라와 우산을 집어던지고 쓰레기통을 발로 찬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재가 늦은 밤에 술을 마시고 찾아온 점, 청구인은 한참 동안 문을 안 열어주다가 피해자의 요구에 못 이겨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피해자가 폭력을 행사하며 문을 밀고 들어온 점, 그리고 청구인과 피해자의 연령 차이 등 기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청구인이 김○재를 밀친 유형력의 행사가 외관상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로 보인다 하더라도, 이는 위와 같은 김○재의 일방적인 주거침입 내지 폭행을 제지하기 위한 또는 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은 최소한의 행위라고 볼 수 있어 정당하다고 할 것이며, 또한 그 과정에서 김○재가 다소 다쳤다 하더라도 청구인이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수단, 의사 등과 청구인의 위 방어행위로 인하여 입은 김○재의 피해 정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못 볼 바 아니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히 많아 보이는 위 피의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피청구인으로서는 각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놓은 것에 불과한 경찰에서의 청

구인과 김○재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들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청구인과 김○재를 대질조사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구○식 이외에 현장에 있었던 다른 목격자 등을 더 조사하여 당시 현장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검토한 후 과연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혀보았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추가조사 없이 만연히 쌍방의 주장 중 상호폭행 부분만을 조합하는 안이한 사실인정에 그치고 있다.

나. 부합증거의 탄핵

한편,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사법경찰리 작성의 김○재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와 의사 박○만 작성의 김○재에 대한 상해진단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①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이나 의사 김○동 작성의 청구인에 대한 상해진단서의 기재 내용(청구인이 전치 2주의 우측 완관절 운동장애 및 동통을 입었다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김○재는 청구인의 손목을 꺾거나 우산을 던진 일이 없다고 이를 부인하고 있는 점, 사건 발생 3일이 지났음에도 “법만 없으면 (청구인을) 죽이고 싶다.”고 진술할 정도로 청구인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점 등에 비추어 그 신빙성에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고, ② 의사 박○만 작성의 상해진단서는, 사건 발생 2일 후 진단이 이루어졌고, 상해 원인에 관하여는 김○재 본인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증상은 외상이 없고 동통과 함께 보행시 통증이 유발되고 있을 뿐 외과적 수술이나 입원이 불필요하며 통상활동 및 식사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반드시 청구인의 행위에 의해 상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의심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를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라고 쉽게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현저한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본 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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