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영화의 제작과 상영에 대한 헌법상의 보장
2. 헌법(憲法) 제21조 제2항이 정한 검열금지의 원칙의 의미
3. 영화법(映畵法)(1984. 12. 31. 법률 제3776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및 제2항, 제13조 제1항 중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에 관한 부분의 위헌여부
결정요지
1. 영화도 의사표현의 한 수단이므로 영화의 제작 및 상영은 다른 의사표현수단과 마찬가지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음은 물론, 영화는 학문적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예술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그 제작 및 상영은 학문·예술의 자유에 의하여도 보장을 받는다.
나. 헌법(憲法) 제21조 제1항이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금지를 규정한 것은 비록 헌법(憲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
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언론·출판에 대하여는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만은 법률로써도 허용되지 아니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다.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을 뜻하며, 또한 정신작품의 발표 이후에 비로소 취해지는 사후적인 사법적 규제를 금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심의기관에서 허가절차를 통하여 영화의 상영 여부를 종국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검열에 해당하나, 예컨대 영화의 상영으로 인한 실정법위반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 청소년 등에 대한 상영이 부적절할 경우 이를 유통단계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미리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다.
3. 가. 영화법(映畵法) 제12조 제1항, 제2항 및 제1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영화에 대한 심의제의 내용은 심의기관인 공연윤리위원회가 영화의 상영에 앞서 그 내용을 심사하여 심의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영화에 대하여는 상영을 금지할 수 있고,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영화를 상영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 그 핵심이므로 이는 명백히 헌법(憲法) 제21조 제1항이 금지한 사전검열제도를 채택한 것이다.
1. (93헌가13 사건)
제청법원 서울지방법원 (93초145)
제청신청인 강 ○
대리인 변호사 이 석 태 외 2인
제청관련사건 서울지방법원 92고단7586 영화법위반
2. ( 91헌바10 사건)
청 구 인 홍 ○ 선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박 용 일 외 1인
소원관련사건 서울지방법원 89노6866 영화법위반
심판대상조문
영화법(映畵法)제12조제1항·제2항, ① 영화(그 예고편을 포함한다)는 그 상영 전에 공연법에 의하여 설치된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심의를 필하지 아니한 영화는 이를 상영하지 못한다.
③~④ 생략
영화법(映畵法)제13조제1항 ① 공연윤리위원회 또는 방송심의위원회는 제12조 제1항 또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심의에 있어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영화에 대하여는 이를 심의팔한 것으로결정하지 못한다. 다만, 그 해당부분을 삭제하여도 상영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부분을 삭제하고 심의필을 결정할 수 있다.
1. 헌법의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을 때
2. 공서양속을 해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3. 국제간의 우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을 때
4. 국민정신을 해이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② 생략
참조조문
영화법(映畵法)제32조(벌칙(罰則))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4. 생략
5. 제12조 제1항 또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영화를 상
영한 자
참조판례
1992.6.26. 선고, 90헌바26 결정
1992.11.12. 선고, 89헌마88 결정
주문
영화법(1984. 12. 31. 법률 제3776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및 제2항, 같은 법 제13조 제1항 중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에 관한 부분은 각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3헌가13 사건
서울지방법원은 제청신청인(피고인) 강 ○에 대한 영화법위반 피고사건(92고단 7586)을 심리하던 중 제청신청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3초145)에 따라 영화법 (1984. 12. 31. 법률 제3776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제12조 제1항, 제2항 및 제13조 제1항의 위헌 여부가 위 영화법위반 피고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고,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허가인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1993. 9. 5.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 91헌바10 사건
청구인들은 그들이 공모하여 "오 꿈의 나라"라는 영화를 상영함
에 있어서 상영전 에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아니함으로써 법 제12조 제1항에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항소심인 서울지방법원 89노6866으로 사건 계속중, 위 법원에 법 제12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같은 법원 90초5448)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1991. 5. 7. 이를 기각하자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법 제12조 제1항, 제2항 및 제1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2조[심의]
① 영화(그 예고편을 포함한다)는 그 상영 전에 공연법에 의하여 설치된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심의를 필하지 아니한 영화는 이를 상영하지 못한다.
③ 이하 생략
제13조[심의기준]
① 공연윤리위원회 또는 방송심의위원회는 제12조 제1항 또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심의에 있어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영화에 대하여는 이를 심의필한 것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다만, 그 해당 부분을 삭제하여도 상영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부분을 삭제하고 심의필을 결정할 수 있다.
1. 헌법의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을 때
2. 공서양속을 해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3. 국제간의 우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을 때
4. 국민정신을 해이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② 생략
한편, 심판의 대상과 관련이 되는 벌칙규정으로는 법 제32조 제5호가 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2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내지 4. (생략)
5. 제12조 제1항 또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영화를 상영한 자
(2) 한편, 법은 1995. 12. 30. 법률 제5130호로 제정 공포되고 1996. 7. 1.부터 시행된 "영화진흥법"에 의하여 이미 폐지되었다. 그러나 영화진흥법은 제12조 및 제13조에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법률조항과 같은 내용을 그대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부칙 제6조(벌칙에 관한 경과조치)에는 "이 법 시행전 종전에 영화법에 위반한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영화법의 규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법률조항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법이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고 있다 할 것이므로 나아가 위헌 여부를 가리기로 한다.
2. 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93헌가13 사건)
(1) 영화도 사상·양심 및 지식·경험 등을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이므로, 영화의 자유도 언론·출판의 자유에 포함된다 할 것인데, 법 제12조 제1항, 제2항은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제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또한 이러한 사전심의제는 예술활동의 독자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예술 및 언론·출판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예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2조 제1항과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다.
(2) 법 제13조 제1항은 위 규정에 의한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이라 한다)의 심의기준의 하나로 "국제간의 우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을 때(제3호)", "국민정신을 해이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제4호)"를 들고 있는바, 이는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추상적이며 모호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의 규제에 관한 합헌성 판단기준의 하나인 "막연하기 때문에 무효"의 이론에 의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
나. 제청신청인의 의견(93헌가13 사건)
(1) 영화상영의 자유 역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으므로 그에 대한 어떠한 형식의 사전통제도 모두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한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법은 구법에 문화부장관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공륜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개정하였으나,
① 우선 공륜의 구성면에서, 공륜 위원은 문화체육부장관(제정당시에는 문화부장관이었으나 그 뒤 1993. 3. 6. 법률 제4541호에 의한 정부조직법의 개정으로 문화체육부장관으로 되었다, 이하 "문화체육부장관"이라
한다)의 독자적 판단에 의하여 위촉하게 되어 있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선출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위원장은 심의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고, 정부의 예산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는 점에서 공륜은 검열기관에 해당하고,
② 또한 공륜은 영화에 대한 심의를 필하여 주지 않을 수도 있고 내용을 삭제하여 심의필을 할 수도 있으며, 더욱이 공륜의 심의를 받지 아니한 경우 행정적 수단이 아닌 형벌적 제재를 과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공륜의 사전심의제도는 본질적으로 사전검열제도에 해당하며,
③ 심의기준이 자의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실제의 심의과정에서도 검열자의 개인적인 사상, 기호나 영화의 구체적인 장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 왔다는 점에 미루어 보더라도 심의기준 자체에 위헌성이 있음을 알 수 있고,
④ 공륜의 심의에 대하여 즉각적인 구제방법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점에서도 사전심의제도는 헌법에 위반된다.
(2) 영화의 영향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선입견에 입각한 영화상영의 자유에 대한 제한론은 영상산업이 비약적으로 발달하여 영화가 하나의 표현수단으로 일상적이며 대중적인 수단으로 정착한 현재에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다. 세계 각국이 영화산업의 육성, 발전을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만 사전심의제를 통하여 이를 규제함으로써 영화인들의 창의력을 말살하고 한국영화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국민정서와 청소년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전심의제를 정당화하려는 견해가 있으나, 위와 같은 사전심의방법이 그 적절한
방법으로 되지 못함이 이미 증명되었고, 영화에 대하여는 자율적 수준의 영화등급심사와 그 엄격한 시행에 의하여서만 해악방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사단법인 한국영화인협회가 마련한 영상진흥법 개정시안은 이에 좋은 참고가 된다).
다. 심판청구이유의 요지( 91헌바10 사건)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제도는, ① 영화에 대한 심의주체인 공연윤리위원회가 문화체육부장관이 위촉한 위원들로 구성되고, 심의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하며 관련자료를 제출하는 등 행정권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 ② 심의기준이 애매모호한 점, ③ 예술표현행위의 금지가 행해지는 점, ④ 공연윤리위원회의 판정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받을 기회가 없는 점, ⑤ 심의 없이 영화를 상영하였을 경우 단순한 행정질서벌이 아닌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에 위반된다.
라. 법원의 제청신청기각이유( 91헌바10 사건)
영화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대상이 아니다. 영화가 가지는 대중예술성과 표현의 직접성에 비추어 볼 때 공공질서의 유지 및 미풍양속의 보전을 위하여 사전검열은 필요하고도 가능하다. 그리고 공공질서에의 배치여부는 구체적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가려내는 것이므로 심의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고 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마. 문화체육부장관의 의견(93헌가13 사건 및 91헌바10 사건)
(1) 영화에 대한 검열제도는 1984.12. 법 개정시 이미 폐지되었고, 법은 영화 상영에 대한 규제를 공륜의 사전심의 형태로 운영하
고 있다. 이러한 법에 의한 공륜의 사전심의제도는,
① 공륜 위원이 예술·언론·방송·출판·공연·교육 등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 중에서 위촉되고 있으며, 특히 영화심의위원은 영화감독, 평론가 등 영화전문가와 신문사 논설위원, 대학교수, 여류작가, 여성·청소년단체간부 등 민간전문인들로 구성되어 결국 자율적인 심의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점,
② 심의 후 법시행령 제20조의2의 규정에 따라 심의필증을 미리 교부하고 5일이내에 결과를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사후 보고하는데 지나지 아니하고, 심의 전이나 후의 행정부의 간섭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사전검열이라고 할 수 없다.
(2) 언론·출판의 자유도 내재적 한계가 있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에 의한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선진 외국에서도 영상매체에 대한 사전심의나 제약을 법률로써 제도화하고 있으며, 판례도 이를 합헌이라고 하고 있다.
특히, 영상매체는 신문·잡지 등 출판매체와는 달리 일반대중에게 영상이라는 생동감있고 충격적인 방법으로 동시에 광역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파급되는 영향력이나 충격이 엄청나다는 특수성이 있다. 영화의 폭력, 음란화로 인한 청소년에 대한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
(3) 공륜의 심의기준은 법과 법시행령 및 공연윤리심의규정 등에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막연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하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바. 법무부장관( 91헌바10 사건) 및 검찰총장의 의견(93헌가13 사건)
법은 영화산업의 육성을 위한 것이고, 현행법상의 공륜에 의한
사전심의제도는 영화에 대한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심의기준이 막연하거나 불명확하지도 않다. 따라서 법 제12조, 제13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헌법 제21조 제2항의 검열금지의 원칙
(1) 의사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제1항이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하고, 여기서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그 제한이 없다고 할 것이다. 영화도 의사표현의 한 수단이므로 영화의 제작 및 상영은 다른 의사표현수단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의한 보장을 받음은 물론 영화는 학문적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예술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그 제작 및 상영은 학문·예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2조 제1항에 의하여도 보장을 받는다.
헌법 제21조 제1항과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지며,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검열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러한 검열제가 허용될 경우에는 국민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이 직접 그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21조 제2항이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금지를 규정한 것은 비록 헌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하여는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만은 법률로써도 허용되지 아니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실질적으로 위에서 밝힌 검열의 개념에 해당되는 모든 것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사표현의 발표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검열은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2) 한편,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률로써도 허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검열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① 먼저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는 검열은 사전검열만을 의미하므로 개인이 정보와 사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국가기관이 미리 그 내용을 심사·선별하여 일정한 범위내에서 발표를 저지하는 것만을 의미하고(헌법재판소 1992. 11. 12. 선고, 89헌마88 결정 참조),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의사표현에 대하여 공개한 뒤에 국가기관이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헌법재판소 1992. 6. 26. 선고, 90헌
바26 결정). 그러므로 사후심사나 앞에서 밝힌 검열의 성격을 띠지 아니한 그 외의 사전심사는 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이러한 검열의 성격을 띠지 아니한 심사절차의 허용 여부는 표현의 자유와 이와 충돌되는 다른 법익 사이의 조화의 문제이므로 헌법상의 기본권제한의 일반적 원칙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상충하는 다른 법익과의 교량과정을 통하여 결정된다 할 것이다.
② 검열금지의 원칙은 정신작품의 발표 이후에 비로소 취해지는 사후적인 사법적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법절차에 의한 영화상영의 금지조치(예컨대 명예훼손이나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한 가처분 등)나 그 효과에 있어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벌규정(음란, 명예훼손 등)의 위반으로 인한 압수는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③ 검열금지의 원칙은 바로 영화에 대한 사전심사를 모두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시청각을 표현수단으로 하는 영상매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일단 상영되고 나면 그 자극이나 충격이 매우 강하게 그리고 직접 전달되어 영향력이 클 뿐만 아니라, 비데오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하게 이루어 질 수 있게 되었고, 일단 소비자에게 보급되고 난 뒤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방법마저 없다. 그러므로 영화를 상영 또는 보급하기 이전에 심사·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 특히 청소년이 음란, 폭력 등 영화에 접근하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할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
심의기관에서 허가절차를 통하여 영화의 상영 여부를 종국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검열에 해당하나, 예컨대, 영화의 상영으로 인한 실정법위반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 청소년 등에
나. 법 제12조 제1항, 제2항 및 제13조 제1항의 위헌성
(1) 법은, 영화는 상영 전에 공륜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제12조 제1항),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모든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고(제12조 제2항), 사전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영화를 상영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제32조 제5호)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 제13조 제1항은 영화에 대한 심의기준을 정하고, 심의기관인 공륜이 그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영화에 대하여는 심의필 결정을 할 수 없으나, 해당 부분을 삭제하여도 상영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삭제하고 심의필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화에 대한 심의제의 내용은 심의기관인 공륜이 영화의 상영에 앞서 그 내용을 심사하여 심의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영화에 대하여는 상영을 금지할 수 있고,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영화를 상영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 그 핵심이므로 이는 명백히 앞서 "가의 (1)"에서 밝힌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한 사전검열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 한하므로 영화의 심의기관인 공륜이 이에 해당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검열을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행한다고 하더라도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검열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실질적으로 보아 검열기관은 행정기관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검열기관의 구성은 입법기술의 문제이므로 정부에게 행정관청이 아닌 독립된 위원회의 구성을 통하여 사실상 검열을 하면서도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은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공륜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연법과 그 시행령에 의하면 공륜의 위원은 문화체육부장관에 의하여 위촉되고(공연법 제25조의 3 제3항),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선출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같은 법 시행령 제20조 제1항), 위원장은 심의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고(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공륜은 국가예산의 범위 안에서 공륜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같은 법 제25조의 3 제6항)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륜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율적인 기관이라고 할지라도 법에서 영화에 대한 사전허가제도를 채택하고, 공연법에 의하여 공륜을 설치토록 하여 행정권이 공륜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였으므로 공륜은 검열기관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공륜이 비록 그의 심의활동에 있어서 독립성이 보장된 심의기관이라 할지라도 검열기관인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그것은 결
정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심의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단지 심의절차와 그 결과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모든 형태의 심의절차에 요구되는 당연한 전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가에 의하여 검열절차가 입법의 형태로 계획되고 의도된 이상, 비록 검열기관을 문화체육부장관에서 민간인들로 구성된 공륜으로 대체했다고 하여 법이 정한 사전심의제도의 법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4. 결 론
이러한 이유로 법 제12조 제1항 및 제2항, 제13조 제1항에 근거한 공륜에 의한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에 관한 부분은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배되는 검열제도라 할 것이므로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 10. 4.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주심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