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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6. 28. 선고 99헌가14 판례집 [형사소송법 제92조 제1항 위헌제청]
[판례집13권 1집 1188~121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구속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92조 제1항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위 법률조항에 의한 구속기간의 제한과 구속기간 내에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하려는 법원의 실무관행이 맞물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실상 침해되는 경우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소극)

결정요지

1.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구속기간’은 ‘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지, ‘법원이 형사재판을 할 수 있는 기간’ 내지 ‘법원이 구속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하여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미결구금기간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지, 신속한 재판의 실현 등을 목적으로 법원의 재판기간 내지 심리기간 자체를 제한하려는 규정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구속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만약 심리를 더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구속을 해제한 다음 구속기간의 제한에 구애됨이 없이 재판을 계속할 수 있음이 당연하고, 따라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법

윈의 심리기간이 제한된다거나 나아가 피고인의 공격·방어권 행사를 제한하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

2.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구속기간의 제한과 구속기간 내에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하는 법원의 실무관행이 맞물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실상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그 입법목적에 반하여 그릇되게 해석·적용하는 법원의 실무관행에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위와 같은 법원의 실무관행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그 자체로는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오히려 피고인의 또 다른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

헌법 제27조 제1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공판절차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장(場)으로서보다는 피고인이 공격·방어권을 행사하는 장(場)으로서 보다 큰 의미가 부여된다. 형사재판의 한쪽 당사자인 검사의 경우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수사단계에서 이미 대부분 발견·수집되고, 공판절차에서는 제출된 유죄의 증거에 대하여 증거조사절차를 거치기만 하는 것이 보통인 반면, 다른 한쪽 당사자인 피고인의 경우에는 수사단계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공판절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검사가 제

출한 유죄의 증거를 탄핵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새로이 발견·수집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공판절차에서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제대로 부여됨으로써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보다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전체 구속기간은 물론 심급별 구속기간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 구속기간마저도 제1심 법원의 구속기간에는 최장 30일까지 허용되는 수사기관에 의한 구속기간이 포함되고, 항소심의 경우에는 항소절차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상당한 기간이 이미 항소법원의 구속기간에 포함됨으로써 법원의 실제구속기간은 이론적 구속기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구속사건 중에는 심리도중 피고인을 석방하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가능성이 높고, 증인 등 사건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마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의 석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결과 법원은 피고인에게 입증 및 반증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채 서둘러 심리를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우리 법원의 실무관행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의 위와 같은 실무관행은 결국 구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러한 실무관행은 구속피고인을 석방하여 재판할 경우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한 부득이한 조치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살아있는 한 없어질 수 없고, 또한 이는 법원의 인력

확충이나 심리방식의 개선 등의 수단을 통하여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기본권의 침해의 원인이 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 제92조(구속기간과 갱신)①구속기간은 2월로 한다. 특히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2차에 한하여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다.

②~③ 생략

당사자

제청법원 대전고등법원

당해사건 대전고등법원 99노400 살인

주문

형사소송법 제92조 제1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당해사건의 피고인은 동거녀를 살해하였다는 혐의로 1998. 12. 17. 긴급체포되어 같은 달 19.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1999. 1. 12.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살인죄로 공소제기되었다.

(2)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경찰에서의 제3회 피의자신문 이래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기간을 2차 갱신하면서(최종 구속만기일은 1999. 6. 16.임)심리를 한 끝에 1999. 6. 11. 징역 15년의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같은 날 형사소송법 제105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갱신하였다.

(3)위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가 각 항소함에 따라 원심법원인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1999. 7. 5. 항소법원인 제청법원에 소송기록을 송부하였고, 제청법원은 같은 달 13. 피고인 및 검사에게 각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여 같은 달 19. 피고인과 검사로부터 각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었다.

(4)제청법원은 1999. 8. 10.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갱신한 후(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법원이 형사소송법 제105조에 의한 구속기간갱신결정을 한 결과 위 구속기간의 갱신이 항소심 제2차 갱신이 되고, 그 최종 구속만기일은 1999. 10. 16.임), 같은 해 9. 15. 제1회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같은 달 29. 제2회 공판기일을 진행하여 제3회 공판기일을 같은 해 10. 13.로 지정한 다음, 같은 해 9. 30.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92조 제1항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면서 이 사건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 한다)제92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92조(구속기간과 갱신)①구속기간은 2월로 한다. 특히 계

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2차에 한하여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다.

② 갱신한 기간도 2월로 한다.

③ 생략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1)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제1심에서의 구속기간은 허용된 2차의 갱신을 모두 행하더라도 최장 6개월에 불과하고,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의 구속기간 역시 허용된 2차의 갱신을 모두 행하더라도 각 최장 4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2)그런데 특히 항소심의 경우에는 항소장 제출(법 제358조),소송기록 등의 송부(법 제361조), 소송기록접수통지 이후 피고인의 이송(법 제361조의2 제3항)및 항소이유서 제출(법 제361조의3 제1항)등의 절차를 위하여 이미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한편 법 제105조에 의하여 원심법원이 상소기간중 또는 상소중의 사건에 관하여 구속기간의 갱신결정을 하는 때에는 항소심의 심리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이미 상당한 구속기간이 경과되며, 또한 항소심 재판부의 과중한 업무부담에 따른 제1회 공판기일까지의 대기기간까지 고려하면 항소법원이 구속 피고인에 대한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기간이 너무 짧은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중죄로 공소제기되어 제1심에서 장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구속기간의 제한에 따라 항소심 법원이 피고인측의 증거신청을 충분히 받아들이기 어렵고, 직권증거조사 등 충분한 심리를 기하기가 곤란하다.

(3)사안이 복잡하고 심리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도 사안의 성질상 보석을 허가하여 불구속상태에서 심리하기에 부적절한 경우가 많으므로 보석허가의 방법은 해결방법이 되지 못하고, 또한 신속한 기일지정이나 집중심리 등에 의한 심리방법의 개선은 법원의 과중한 업무부담에 비추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4)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경죄·중죄의 구별 없이 일률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입법례는 찾아볼 수 없다.

(5)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중죄로 기소된 피고인, 특히 장기간의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며 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 제27조 제1항헌법 제10조의 규정에 위반되는 의심이 있다.

나. 관계기관인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적법요건에 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과 갱신”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제청법원으로서는 심리중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피고인을 석방하여 불구속상태에서 심리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피고인을 구속상태에서 재판하는 것과 불구속상태에서 재판하는 것의 차이가 재판의 주문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고,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이유를 달리하는데 관련되어 있다고도 할 수 없으며,

나아가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2) 본안에 관하여

(가)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입법자가 그 나라의 고유한 사법문화와 제도, 형사재판의 운용현황 및 국민의식 등을 합목적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에 불과하고, 이러한 입법재량권은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입법정책의 당부에 관한 문제에 그치며, 헌법위반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의 길고 짧음과 피고사건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가능한지의 여부 사이에는 논리상 필연적인 연관관계가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구속기간의 만료 이후에도 심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면 불구속상태에서 심리를 계속하면 되고, 반드시 구속기간을 연장할 필요는 없다. 만약 충분한 심리를 구실로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연장한다면, 이는 오히려 일반적으로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심리기간 부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법원의 과중한 업무부담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문제점은 집중심리제 등의 심리방식 개선이나 법원의 인력확충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다)또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는 만큼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라)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적법성에 관한 판단(재판의 전제성 요건의 구비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제청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계속중인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어야 한다.

여기서 “재판”이라 함은 판결·결정·명령 등 그 형식 여하와 본안에 관한 재판이거나 소송절차에 관한 재판이거나를 불문하며, 심급을 종국적으로 종결시키는 종국재판뿐만 아니라 중간재판도 이에 포함된다. 법관이 법원으로서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여야 하고 그 때 일정한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그 의사결정의 결론이 달라질 경우에는, 우선 헌법재판소에 그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 뒤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재판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칙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권을 부여하고 있는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헌법 제107조 제1항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17-818).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법원이 행하는 구속기간갱신결정도 당해 소송사건을 종국적으로 종결시키는 재판은 아니

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소송절차에 관한 재판에 해당하는 법원의 의사결정으로서 헌법 제107조 제1항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에 규정된 재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헌이라면 법원은 구속기간갱신결정의 횟수제한에 따라 당해 심급에서 3회 이상의 구속기간갱신결정을 할 수 없다 할 것인데,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면 법원은 위 횟수제한에 구애됨이 없이 3회 이상의 구속기간갱신결정을 할 수 있게 되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법원이 3회 이상의 구속기간갱신결정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결론을 좌우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심판대상으로 이 사건 위헌제청은 재판의 전제성을 갖춘 것으로서 적법하다 할 것이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구속기간에 대한 개괄적 검토

(1)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구속기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2월로 한정하면서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심급마다 2차에 한하여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 제92조 제2항은 갱신한 기간도 2월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1심의 구속기간은 허용된 2차의 갱신을 모두 행하는 경우 최장 6월이 되고, 항소심 및 상고심의 구속기간 역시 허용된 2차의 갱신을 모두 행하는 경우 각 최장 4월(직전심급 법원의 잔여 구속기간은 제외)이 되며, 한편 상소심의 파기환송판결, 파기이송판결에 의하여 환송·이송을 받은 법원의 구속기간 역시 2차

의 갱신이 허용되므로 최장 4월이 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갱신기간포함)및 심급별 갱신가능횟수를 명백히 한정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전체 구속기간은 물론, 심급별 구속기간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가형벌권의 구체적 실현이라는 형사소송의 원칙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결구금 등의 강제처분이 불가피하게 요청된다 할 것이나, 이러한 강제처분은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행하여져야 한다. 이러한 필요최소한도의 원리가 무죄추정의 법리와 함께 구속기간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바탕이 되는 기본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한 인권의 침해, 구체적으로는 신체의 자유의 침해를 억제하려는 데에 그 입법목적을 두고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

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1) 문제의 소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전체 구속기간은 물론, 심급별 구속기간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장 30일까지 허용되는 수사기관의 구속기간(법 제202조, 제203조, 제205조 제1항)은 제1심법원의 구속기간에 그대로 산입되므로 이 기간을 제외하면 제1심법원이 실제로 피고인을 구속하여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은 6월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상소절차와 관련하여서는 상소제기기간(법 제358조, 제374조), 소송기록 등의 송부(법 제361조, 제377조), 소송기록접수통지 이후 피고인의 이송(법 제361조의2 제3항)및 상소이유서 제출(법 제361조의3 제1항, 제379조)등의 절차를 밟는 동안 이미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데, 특히 사실심의 최종단계에 해당하는 항소심에 있어서 이 사건의 당해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제1심법원이 구속기간 만료일에 임박하여 판결을 선고한 다음, 법 제105조에 의한 구속기간갱신결정(실무상 ‘대행갱신’이라 일컬어진다)을 하는 경우에는 위에서 본 항소절차상 소요되는 대부분의 기간이 항소법원의 구속기간에 포함되는 결과, 항소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심리할 수 있는 실제기간은 그만큼 짧아져 4월에 훨씬 미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구속사건에 있어서 사안 자체 또는 증거관계가 복잡한 때, 특히 피고인이 유죄의 증거를 탄핵하거나 무죄를 입증하고자 증거신청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격·방어권을 행사하는 때에는 위와 같이 제한된 구속기간 내에 필요한 모든 심리를 마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때에 만약 유죄로 인정된다면 피고인에 대하여 중형의 선고가 예상된다거나, 아니면 심리도중 석방하면 피고인이 도망할 우려가 있다든지 또는 증인 등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위해를 가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석방되는 것을 우려한 법원이 구속기간에 쫓겨 피고인의 입증 및 반증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아니한 채 서둘러 심리를 종결한 다음 구속기간에 맞추어 판결을 선고할 가능성이 많고, 그러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공격·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구속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공격·방어권까지 제한함으로써 결국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며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게 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2)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가) 헌법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재판청구권에는 물론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여기에서 공정한 재판이라 함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이 있고, 헌법 제104조 내지 제106조에 정한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신분이 보장되어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으로부터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적법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재판을 의미한다. 또한 그 권리는 재판절차를 규율하는 법률과 재판에서 적용될 실체적 법률이 모두 합헌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재판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비밀재판을 배제하고 일반국민의 감시아래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받을 권리도 내용으로 한다. 이로부터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파생되어 나온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55-357; 헌재 1996. 1. 25. 95헌가5 , 판례집 8-1, 1, 13-14; 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19-820; 헌재 1998. 7. 16. 97헌바22 , 판례집 10-2, 218, 226 등).

(나)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구속기간’의 의미를 살펴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구속기간은 이를 순수하게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고 볼 것이고, 이와는 달리 ‘법원이 형사재판을 할 수 있는 기간’ 내지 ‘법원이 구속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하여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미결구금기간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지, 신속한 재판의 실현 등을 목적으로 법원의 재판기간 내지 심리기간 자체를 제한하려는 규정이라 할 수는 없다. 이는 구속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보석을 허가하여 구속피고인을 석방한 다음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뒷받침된다.

그러므로 구속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만약 피고인의 방어방법과 내용이 정당하여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기타 사유로 심리를 더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구속을 해제한 다음 구속기간의 제한에 구애됨이 없이 재판을 계속할 수 있음이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위와 같은 경우에는 별도의 조치 없이 구속기간의 만료 자체를 이유로 피고인을 석방한 다음 불구속상태에서 심리를 계속하라는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참뜻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심리·재판기간이나 피고인의 공격·방어권 행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할 수 없고, 따라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법윈의 심리기간이 제한된다거나 나아가 피고인의 공격·방어권 행사를 제한하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요소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할 것이다.

(다)여기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구속기간의 제한과 구속기간 내에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하려는 법원의 실무관행이 맞물려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현실적으로 침해되고 있다면, 이러한 기본권 침해의 원인은 궁극적으로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구속기간 내에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하는 법원의 실무관행이 반드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구속기간만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 자체로서는 위헌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고,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법원의 실무관행을 예정하고 있다거나, 나아가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설령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구속기간의 제한과 법원의 위와 같은 실무관행이 맞물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실상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그 입법목적에 반하여 그릇되게 해석·적용하는 법원의 실무관행에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위와 같은 잘못된 법원의 실무관행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그 자체로는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오히려 피고인의 또 다른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라) 뿐만 아니라, 구속기간의 제한에 관한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입법자에게 형성의 자유가 부여되는 영역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헌법제27조 제1항에서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절차를 어떠한 내용으로 구체화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입법부에게 입법형성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입법자는 형사소송절차를 규율함에 있어서 형사피고인인 국민을 단순한 처벌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헌법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요소를 무시하거나,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 내용의 절차를 형성하지 아니하는 한 재판절차를 합리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판절차와 관련된 문제로서 구속기간의 제한에 관한 문제, 즉 구속기간을 제한할 것인가, 만약 이를 제한한다면 얼마

나, 또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 역시 각 나라마다 그 나라에 고유한 법률문화, 사법제도, 구속제도의 운용실태, 사회현실과 국민의 법의식 등 여러 가지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에 불과하다. 이는 과연 어느 정도의 구속기간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에 충분한 기간인지에 관하여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 또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나라마다 구속기간 및 그 제한에 관하여 규율을 서로 달리하고 있는 점 등에서도 충분히 뒷받침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이 원칙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보아야 할 구속기간의 제한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고 있는 구속기간은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최소한에 그치게 하려는 헌법정신과 아울러 우리나라의 법률문화, 사법제도와 재판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정된 것으로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보기가 어려울 뿐더러, 그밖에 그것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원리에 반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그것이 입법론적으로 반드시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곧바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마)여기에서 구속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는 견해에 따른다면, 이는 결국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구속기간 제한을 없애거나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에 합치된

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무릇 신체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와 더불어 헌법이념의 핵심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조건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정신에 따라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항인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구속기간은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설정된 기간이다. 이러한 구속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거나 구속기간의 제한을 철폐하여야 한다는 위헌론의 견해는 예외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되는바, 이처럼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그 예외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는 보다 엄격한 판단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헌재 1992. 4. 14. 90헌마82 , 판례집 4, 194, 206-208 참조).

그런데 구속기간의 연장이나 구속기간 제한의 철폐는 거꾸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확대를 의미하는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규정이 아닐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그 입법목적에 맞게 해석·적용함으로써 충분히 보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더 보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신체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후퇴시켜 구속기간을 연장하거나 구속기간의 제한을 철폐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헌론의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

(바)마지막으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입법론적으로도 타당하고 합리적인 규정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구속기간의 제한은 1954년 법을 제정하면서 규정되어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사이에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왔을 뿐만 아니라 형사절차에 있어서도 인권보장의 측면에서 현저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법원 역시 기본권 수호자로서의 임무를 과거 어느 때보다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과거에 타당하고 합리적이던 법률이라고 하여 현재에도 반드시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시대상황이 변함에 따라 법률도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미결구금을 통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매우 우려되던 과거의 시대상황 아래에서 구속기간 자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또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극단적인 방법을 통하여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를 막는 실효성 있는 수단으로 기능하였고, 따라서 당시로서는 그러한 입법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속기간의 일률적 제한이 반드시 현재에도 그대로 타당하다거나 그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구속기간의 제한에 관한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에 해당하므로, 만약 구속기간의 만료를 이유로 석방되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도망을 하거나 증거인멸을 하는 등의 폐해가 빈발하여 국가형벌권의 실현에 커다란 지장을 줄 수 있다면, 구속기간의 연장 등의 방법을 통하여 위와 같은 폐해를 방지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국가형벌

권의 실현이라는 공익과 그에 따라 확대되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교량하여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헌법상으로 가능함은 물론이다, 특히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를 방지함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현행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취소(법 제93조)또는 보석(법 제94조 내지 제96조)등 기존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입법적으로 구속에 대한 법원의 통제를 좀 더 보완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달성될 수도 있다는 점, 우리나라 형사절차를 인권보장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커다란 신장이 이루어진 점, 또 법원이 기본권 보장자로서의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해 볼 때, 이제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일률적인 구속기간의 제한이 과연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여부에 대하여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밝혀두기로 한다.

(사)결론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3)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구속기간의 제한이 법원의 심리기간을 한정하고 이로써 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인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이미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를 방지하여 궁극적으로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구속기간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고, 법원의 심리기간을 한정하거나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의 행사를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거나 피고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

(1)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구속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만약 피고인의 방어방법과 내용이 정당하여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기타 사유로 심리를 더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구속을 해제하거나 별도의 조치 없이 구속기간의 만료 자체를 이유로 피고인을 석방한 다음 불구속상태에서 심리를 계속할 수 있으므로, 이로써 법원의 심리기간이 제한된다거나 나아가 피고인의 공격·방어권 행사를 제한하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합헌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현실적으로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법원의 실무관행을 전제로 하는 견해로서 찬성할 수 없으므로 그에 반대하는 의견을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2)헌법 제27조 제1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그 헌법적 근거를 인간의 존엄성과 법치국가의 원리에 두고 있으며, 이는 국가기관이 형사절차에 있어서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기본권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공정하고 정당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형사피고인으로 하여금 절차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하여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하여 형사절차의 진행과정과 결과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일찍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형사피고인이 공소사실에 대하여 답변하고 입증 및 반증을 하는 등의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19-820 등). 따라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방해하는 형사소송법상의 규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3)그런데 당사자주의가 적용되는 공판절차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장(場)으로서보다는 피고인이 공격·방어권을 행사하는 장(場)으로서 보다 큰 의미가 부여된다고 할 것이다. 형사재판의 한쪽 당사자인 검사의 경우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수사단계에서 이미 대부분 발견·수집되고, 공판절차에서는 제출된 유죄의 증거에 대하여 증거조사절차를 거치기만 하는 것이 보통인 반면, 다른 한쪽 당사자인 피고인의 경우에는 우리 형사소송법이 수사단계에서 피의자나 그 변호인에게 수사자료의 열

람 및 등사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도 피고인에게는 공판조서만의 열람 및 등사청구권만을 인정하고 있으며(제55조 제1항), 관계서류 또는 증거물의 열람 또는 등사청구는 오직 변호인을 통하여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제35조)공판절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검사가 제출한 유죄의 증거를 탄핵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새로이 발견·수집하여야 하는 데다가, 수사기관과 같은 조직적인 증거수집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판절차에서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제대로 부여됨으로써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보다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수의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전체 구속기간은 물론 심급별 구속기간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그 구속기간마저도 제1심 법원의 구속기간에는 최장 30일까지 허용되는 수사기관에 의한 구속기간이 포함되고, 특히 사실심의 최종심인 항소심의 경우에는 항소절차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상당한 기간이 이미 항소법원의 구속기간에 포함됨으로써 법원의 실제 구속기간은 앞에서 본 이론적 구속기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구속사건 중 사안의 내용이나 증거관계가 매우 복잡한 사건, 특히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된 증거들을 탄핵하거나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격·방어권을 행사하는 사건, 또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직접증거는 없고 오로지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만

있는 사건 등의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구속기간 내에 필요한 모든 심리를 마쳐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기할 수 없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 경제·사회·문화·정치 등 모든 생활영역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 내지 발전을 이루면서 아울러 복잡화와 다양화가 진전되고 있고, 그러한 양상은 범죄현상에까지 그대로 반영됨으로써 이제는 범죄도 그 내용이나 수단에 있어 예전과는 판이하게 매우 지능화·고도화·복잡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반면 형사절차에 있어서 피고인의 인권보장이 보다 중시됨에 따라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는 물론, 공판절차에도 과거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위와 같이 사건에 따라서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공판절차에서 충분한 공격·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에게 검사가 제출한 유죄의 증거를 탄핵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새로이 발견·수집하는 등 이를 준비할 시간이 허여되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사건에 있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구속기간만으로 이를 준비할 만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법원이 단순히 인력확충이나 심리방식의 개선 등의 수단을 통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구속기간 내에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필요한 충분한 심리를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4)이와 같은 경우에 우리는 과연 법원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다수의견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구속기간이 규범적으로는 ‘법원이 형사재판을 할 수 있는 기

간’ 내지 ‘법원이 구속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함은 사실이므로, 이론상으로는 구속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만약 피고인의 방어방법과 내용이 정당하여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기타 사유로 심리를 더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구속을 해제하거나 별도의 조치 없이 구속기간의 만료 자체를 이유로 피고인을 석방한 다음 불구속상태에서 심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구속사건에 있어서 법원이 이러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거나 법원에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예컨대, 유죄로 인정된다면 피고인에게 중형의 선고가 예상되는 사건, 특히 제1심에서 이미 중형의 실형선고를 받아 항소심에 계속되어 있는 사건 등의 경우에는 심리도중 피고인을 석방하면 그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사안에 따라서는 증인 등 사건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마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의 석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결과 법원은 피고인에게 입증 및 반증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채 서둘러 심리를 종결하고 구속기간에 맞추어 이미 조사된 증거만을 기초로 하여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고, 그것이 현실적인 우리 법원의 실무관행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구속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이 심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보석 또는 구속기간의 만료로 피고인을 석방한 다음 불구속 상태에서 심리를 계속하였다는 사례를 거의 들어본 바 없으며, 또한 제청법원 역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 사건 위헌제청신청에 이른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위와 같은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심리를 계속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은 아닌 것이다.

(5)그러므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보다 더 심리가 필요한 사건, 특히 피고인이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추가로 수집·제출하려고 하는 사건임에도 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한 구속기간의 제한에 쫓긴 나머지 더 이상의 심리를 포기하고 구속기간 내에 서둘러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한다면,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목적으로 하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는 보장하지 못한 채, 공판절차를 통하여 보장받아야 할 피고인의 공격·방어권만을 제한하는 셈이 되고, 이로써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된다.

(6)다수의견은 구속된 형사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이 현실적으로 제한되고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이 법원의 그릇된 실무관행과 과중한 업무부담에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는 합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록 어떠한 법률이 그 자체로서는 합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헌적으로 해석·적용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고, 현실적으로 위헌적으로 해석·적용되고 있다면, 그러한 위헌적 운용의 길을 열어두고 있는 법률은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구속기간의 제한에 따라 사실상 구속기간 내에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하는 실무관행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실무관행에 따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며, 달리 이러한 기본권의 침해를 구제할 방

법이 없다면, 헌법재판소로서는 마땅히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1995. 11. 30. 92헌마42 , 판례집 7-2, 646, 663-664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의 위와 같은 실무관행은 결국 구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비롯되었고, 이러한 실무관행은 구속피고인을 석방하여 재판할 경우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한 부득이한 조치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살아있는 한 없어질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이는 법원의 인력확충이나 심리방식의 개선 등의 수단을 통하여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결국 구속기간 내에 서둘러 선고되는 판결을 통하여 침해될 것인데, 판결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 때에는 기본권의 침해를 구제할 방법이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바로 기본권의 침해의 원인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기본권의 침해를 구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침해의 원인이 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책무로 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수행하여야 할 책무인 것이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음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충분한 공격·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이 이상적이라 할 것이나, 수사인력·예산·국민의 법의식 등의 사정상, 법원이 모든 형사사건에 있어서 구속된 피고인이 실

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충분한 공격·방어권을 행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구속기간을 경과한 후에는 일률적으로 피고인을 석방하여 불구속재판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현실적으로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실적으로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을 우리 법원에 기대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합헌선언을 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목적으로 하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는 보장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공격·방어권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7)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고 있는 구속기간의 제한에 관한 문제는 입법자에게 형성의 자유가 부여되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원리에 반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선의 가능성이 없는 법원의 실무관행과 맞물려 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을 현실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이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미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함으로써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므로 다수의견의 주장은 옳지 못하다.

(8)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선언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

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 매우 취약하던 시대에 신체의 자유의 중요성이 다른 기본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게 평가되면서 두게 된 규정으로 보여질 뿐, 그것이 반드시 현재에도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여 우리나라의 현실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또 기본권 제한의 헌법상 한계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구속기간에 대한 입법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다수의견이 우려하듯이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확대가 헌법적으로 문제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9)끝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법원의 구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에 의하여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외국의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그렇게 함으로써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보다는 공판절차에 있어서 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더욱 크기 때문일 것이다. 구속기간의 엄격한 제한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취소나 보석 등 기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또는 독일의 경우에 볼 수 있는 구속심사제도 등과 같이 구속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여서도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고, 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의 형사절차가 인권보장의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왔으며, 또 법원의 기본권 보장자로서의 역할 역시 상당히 증대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제정 당시에 요구받은 시대적 소임을 이미 다하였으므로, 이제는 오히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침해하는 부작용만 낳는 과거의 유물

로서 마땅히 위헌으로 선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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