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1998. 4. 30. 선고 96헌바78 판례집 [상속세법 제9조 제4항 위헌소원]
[판례집10권 1집 394~40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구 상속세법 제9조 제4항 제4호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상속재산 중 사실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의 평가방법에 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한 가액과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 중 큰 금액으로 평가한다고 규정한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4항 제4호는 국민의 기본의무인 납세의무의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 내용에 관하여 대강의 평가기준도 제시하지 아니하고 이를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이므로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헌법 제59조, 제75조에 위배된다.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상속재산의 평가를 가능한 한 시가에 접근하게 하려는 취지로 규정된 이 사건 법률조항호는, 그 연혁과 취지·목적에 비추어 그 의미내용을 생각하면, 대통령령으로 평가할 상속재산의 종류를 명확히 열거하고 그 재산의 기술적·구체적인 평가방법에 한하여 이를 위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서는 상속세법상의 시가주의의 원칙상 보충적 평가방법보다 시가에 근접한 가액으로 평가하는 방법

으로서 피담보재산이나 임대재산 등의 특성에 의하여 그 가액의 파악이 가능한 방법이 규정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호를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하여 과세상의 불평등을 가져왔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헌법상의 조세평등주의와 실질과세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심판대상조문

④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상속재산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한 가액과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 중 큰 금액을 그 재산의 가액으로 한다.

1.~3. 생략

4. 사실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

⑤ 생략

참조판례

헌재 1991. 2. 11. 90헌가27 , 판례집 3, 11

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헌재 1994. 7. 29. 93헌가12 , 판례집 6-2, 53

헌재 1994. 7. 29. 92헌바49 , 판례집 6-2, 64

헌재 1997. 9. 25. 96헌바18 , 판례집 9-20, 357

당사자

청 구 인김○은 외 2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최진욱

당해사건대법원 96누7274 상속세등부과처분취소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개요

(1) 청구인들은 청구외 망 이○순의 자녀들로서 위 망인이 1990. 6. 29. 사망하여 위 망인 소유의 부동산을 공동상속하였고, 강남세무서에서는 구 상속세법 제9조 제4항 제4호 소정의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재산이라는 이유로 구 상속세법 시행령 제5조의2 제6호, 구 상속세법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을 적용하여 1994. 5. 1. 청구인들에게 금 160,006,900원의 상속세 및 방위세를 부과하였다.

(2) 이에 청구인들은 서울고등법원에 위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위 상속세 등의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95구16839호)를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어 대법원에 상고하고, 상고심 계속중에 구 상속세법 제9조 제4항은 상속재산의 가액평가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과세요건을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헌법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에 위헌심판제청신청(96부37)을 하였으나 1996. 9. 24. 기각되자 1996. 10. 10. 기각결정문 정본을 송달받고 1996. 10. 22.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 제9조 제4항 제4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호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청구인들은 청구취지를 “상속세법(1951. 5. 7. 법률 제199호, 1952. 11. 30. 법률 제261호, 1956. 12. 31. 법률 제418호, 1960. 12. 30. 법률 제573호, 1966. 8. 3. 법률 제1807호, 1967. 11. 29. 법률 제1971호, 1971. 12. 28. 법률 제2319호, 1974. 12. 21. 법률 제2691호, 1976. 12. 22. 법률 제2922호, 1978. 12. 5. 법률 제3101호, 1979. 12. 28. 법률 제3197호, 1981. 12. 31. 법률 제3474호, 1982. 12. 21. 법률 제3578호, 1986. 12. 31. 법률 제3902호, 1988. 12. 26. 법률 제4022호, 1990. 12. 31. 법률 제4283호, 1991. 11. 30. 법률 제4410호, 1993. 12. 31. 법률 제4662호) 제9조 제4항헌법에 위반된다”라고 기재하였으나, 청구 이유와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결정이유에 따르면,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 각 호 중 제1호 내지 3호 규정은 “저당권 또는 질권이 설정된 재산, 양도담보재산, 전세권이 등기된 재산”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위헌여부가 당해 소송사건에 있어서 재판의 전제가 될 수 없고, 제4호의 위헌여부만이 재판의 전제가 되며, 이 사건 법률조항 제4호가 신설되기 이전의 위 법률 제261호, 제418호, 제573호, 제1807호, 제1971호, 제2319호, 제2691호, 제2922호, 제3101호, 제3197호, 제3474호, 제3578호, 제3902호와 청구외 망 이용순이가 사망한 이후의 개정법률인 법률 제4283호, 제4410호, 제4662호의 각 제9조 제4항의 위헌여부는 재판의 전제성도 인정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위헌심판제청신청조차 한 바 없어 부적법함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이 청구취지로 적시하였음은 명백한 착

오이며, 그렇지 아니하다 하더라도 각하될 수 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 제4호로 본다〕그 규정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9조 ① 상속재산의 가액, 상속재산의 가액에 가산할 증여의 가액 및 상속재산의 가액 중에서 공제할 공과 또는 채무는 상속개시 당시의 현황에 의한다. 다만, 실종선고로 인한 상속의 경우에는 실종선고일 당시의 현황에 의한다.

② 실효 (1993. 5. 13. 선고된 헌법재판소 92헌바32 사건의 위헌결정으로 효력상실)

③ 생략

④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상속재산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한 가액과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 중 큰 금액을 그 재산의 가액으로 한다.

1. 저당권 또는 질권이 설정된 재산

2. 양도담보재산

3. 전세권이 등기된 재산

4. 사실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

〔제4항 중 “또는 제2항”은 제2항의 실효로 삭제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및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법률 시행령(1990. 12. 31. 대통령령 제13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의2 제6호는 사실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의 가액은 “1년간 임대료를 상속개시 당시의 1년만기의 정기예금 이자율을 감안하여 재무부령이 정하는 율로

나눈 금액과 임대보증금의 합계액”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시행규칙(1991. 3. 9. 재무부령 제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은 위 시행령의 재무부령이 정하는 율을 100분의 10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월정임대료는 임대보증금 대신 임대료를 받음에 따른 추가관리비, 임대료가 제때에 지급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부담의 감수, 계약기간만료후 불법으로 계속 점유하는 자에 대한 법적절차 진행의 위험부담 등을 고려하여 정해지는 것이므로 위 시행령 제5조의2 제6호의 방식에 의하여 계산하면 임대보증금만을 받는 경우보다 월정임대료를 받는 경우가 상속재산의 가액이 높게 평가되어 현저히 불평등한 상속재산 평가가 이루어 지고, 또한 재무부령에서 계산율을 100분의 10으로 정한 것은 정기예금의 이자율이 13.5% 내지 18%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규정이므로 위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의 실질과세의 원칙,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위헌 무효의 규정이다.

(2) 이 사건 법률 시행령 제5조의2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의 규정은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의 규정을 근거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국민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내용의 조세법규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와 달리 위임입법의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인데 상속세법 제9조 제4항은 단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한가액’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결국 납세의무의 범위와 직접 관계있는 과세요건을 정함에 있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이 없이 하위법규인 대통령령

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과세에 있어 불평등을 초래하였으므로 위 법률은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한 것이다.

나. 대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의 요지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은 상속재산의 가액평가에 관하여 시가주의 원칙을 정한 같은 법 제9조 제1항의 규정을 보충하여 시가에 보다 근접한 가액을 산정하려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으로서 동 규정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과세요건을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과세에 있어 불평등을 초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규정이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하여 헌법에 저촉된다는 주장은 이유없다.

다. 국세청장의 의견요지

(1) 청구인들은 청구취지에서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사건 법률 시행령 제5조의2 제6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한 것으로서 이는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아닌 명령, 규칙이고 이는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은 임차권이 등기되지 아니한 재산도 등기된 임차권 및 경제적 기능이 유사한 전세권과 형평을 이루기 위하여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환산금액의 합계금액을 상속개시 당시의 현황에 의한 가액과 비교하여 큰 금액으로 평가하도록 한 것이며, 임대보증금 없이 월정임대료만 받는 경우가 월정임대료 없이 임대보증금만 받는 경우보다 높게 평가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상속재산의 평가는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가 원칙이나 사실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경우에는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의2 제6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계산한 금액과 같은 법 제9조 제1항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 중 큰 금액으로 평가하도록 한 것은 시가주의 원칙에 접근하려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며, 시행규칙에서 위 계산율을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임대료가 부동산소재지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이며, 법인세법시행령 제14조(임대보증금 등의 간주익금 계산), 소득세법시행령 제53조(총수입금액 계산의 특례 중 간주임대료 계산)의 각 규정에서도 임대보증금에 정기예금의 이자율을 적용하여 계산하고,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49조의2(부동산 임대용역에 대한 과세표준계산의 특례)의 규정에서도 위와같이 정기예금의 이자율에 근거하여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들이 비현실적인 규정이라 할 수 없다.

라. 재정경제부장관의 의견

(1) 상속세는 상속재산에 대하여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여 과세를 하는 것이나 상속은 우발적으로 발생하므로 상속재산에 대하여 적정한 시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시가가 없는 경우 보충적으로 공시지가, 내무부 시가표준액, 국세청 기준시가 등에 의하여 평가하여 시가에 근접된 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담보로 제공되거나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상속재산의 경우 통상 당해 재산의 실제가액 범위내에서 담보채권이나 임대보증금이 정해지므로 시가를 알 수 없는 경우 바로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기 보다는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의 평가방법을 별도로

규정하게 된 것으로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의 평가방법이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의 실질과세의 원칙,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과세형평의 이념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2) 임대건물에 대하여 임대보증금만을 받은 건물임대사업자의 경우에 임대보증금을 금융기관에 예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연간 최소 임대보증금의 10%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아 임대보증금을 수입금액으로 환산하여 100분의 10으로 나누어 계산하고 있으므로 전액을 월정임대료로 받은 경우에도 100분의 10으로 나누어 임대보증금 상당액을 산출하는 것이 임대보증금만을 받은 경우와의 사이에 형평상 합리적이고, 임대건물이 과대평가됨을 이유로 연 24퍼센트를 적용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3) 이 사건 법제9조 제4항 및 같은 항 제4호는 임대차계약이 설정된 재산에 대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임대차계약이 설정된 재산의 평가방법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8조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에도 부합한다.

3. 판 단

청구인들의 주장 중 먼저 조세법률주의 위배,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가. 헌법 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위임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도록 하

여 그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위임입법의 근거와 한계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률에 미리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둠으로써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을 방지하고 의회입법의 원칙과 법치주의를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 제75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참조),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률조항과 법률의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합리적으로 그 대강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라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1994. 7. 29. 93헌가12 , 판례집 6-2, 53, 59 참조).

또한 이와 같은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그 규율 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특히 처벌법규나 조세법규와 같이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구체성·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반면에,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일 때에는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 판례집 3, 11, 29-30; 1994. 7. 29. 92헌바49 등, 판례집 6-2, 64, 101 참조).

그러나 위임의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될 수 있는 경우에도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및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는 국민의 헌법상의 기본권 및 기본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관한 사항에 대한 정책형성기능은 원칙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입법부가 담당하여 법률의 형식으로 이를 수행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입법화된 정책을 집행하거나 적용함을 임무로 하는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이 넘겨져서는 안된다고 해석되므로 국민의 기본의무인 납세의무의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 내용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이와 같은 사항을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헌재 1997. 9. 25. 96헌바18 등, 판례집 9-2, 357, 371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호 규정의 취지는 상속재산인 사실상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의 평가방법에 관하여, 위 법률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속개시 당시의 현황에 따라 평가하는 시가주의 원칙에 따르지 아니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한 가액과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 중 큰 금액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이던지 체결한 후 임차권을 등기한 경우이던지 그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의 내용과 태양이 각기 다르므로 그 내용과 태양에 따라 평가가 달라져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대통령령의 제정자가 따라야

할 대강의 평가기준, 적어도 임대차계약의 내용과 태양에 따라 다른 대강의 평가기준만이라도, 법률에 규정하여야 조세법률주의를 준수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호의 규정은 위와 같은 대강의 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다. 또한 위 규정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 중 다른 조항이나 다른 세법들의 규정들을 보아도, 위와 같은 평가기준을 제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 다시 말하면 위임된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이 어떠한 것이 될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호의 규정은 국민의 납세의무의 범위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사항을 하위법규인 대통령령에 전적으로 일임함으로써 포괄적으로 위임하였으므로,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헌법 제59조, 제75조의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호 규정은 청구인들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없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영모의 다음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가. 상속세의 과세물건은 상속 또는 유증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이다. 상속세액은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계산한 금액이므로(법 제14조) 세액산출에 있어서는 과세물건의 가액평가가 세액계산의 기초가 된다. 과세물건인 상속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 당시의 현황

에 의하고(법 제9조 제1항), 상속개시 당시 현황에 따른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법 제9조 제3항 내지 제5항에 규정하는 방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여기에 시가라 함은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뜻하고 교환가치는 통상 불특정 다수인간의 자유로운 거래에서 성립·인정되는 가액을 말한다(구 상속세법기본통칙 38 …… 9)(대법원 1988. 6. 28. 88누582, 공88, 1163).

나. (1) 상속재산에 대한 가액평가는 세액계산에 직접 영향을 끼치므로 평가방법의 선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상속세는 예측할 수 없는 피상속인의 사망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발생하므로 상속재산에 대한 객관적인 시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시가를 산정하는 것 또한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에 종래의 실무관행은 평가행정의 획일성과 신속성, 징세비의 절감을 이유로 시가에 갈음하는 보충적인 평가방법에 의하여 과세를 하고 있다. 특히, 과세물건이 부동산인 경우에는 주로 국세청장이 정하는 특정지역에 있어서는 배율방법에 의하여, 그 밖의 지역에 있어서는 지방세법상의 과세시가 표준액에 의하여, 각 평가한 가액에 따라 세액산출을 하였다(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1호).

(2) 이 사건 법률조항호는 상속 부동산의 가액을 위와 같은 보충적 평가방법에만 의존할 경우 과세표준액이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담보채무가 과세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고 이 초과하는 채무는 다른 과세표준액에서 이를 공제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상속세를 포탈하게 되므로 1981. 12. 31. 상속세법을 개정(법률 제3474호)할 때에 제9조 제4항을 신설, 저당권 또는 질권이 설정된 재산, 양도담보재산, 전세권 또는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은 대통령

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하도록 규정 하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1988. 12. 26. 상속세법을 개정(법률 제4022호)하면서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을 ‘사실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으로 다시 개정하였는데, 이와 같이 개정하게 된 것은 사실상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으나 임차권을 등기하지 아니한 재산도 실질적으로는 임차권을 등기한 경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었다.

(3) 상속 부동산이 이미 담보로 제공되어 있거나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통상 당해재산의 객관적인 교환가치의 범위안에서 담보채권이나 임대보증금 또는 월정임대료가 정해지는 것이고 그 채권액이나 보증금 또는 임대료에 의하여 시가에 가장 근접한 상속부동산의 가액을 이끌어 낼 수 있으므로 시가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된 과세시가표준액에 의하지 않고 가능한 한 시가에 접근하려는 취지의 규정을 한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호인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정의 연혁과 취지·목적에 비추어 그 의미내용을 생각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호는 대통령령으로 평가할 상속재산의 종류를 명확히 열거하고 그 재산의 기술적·구체적인 평가방법에 한하여 이를 위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서는 상속세법상의 시가주의의 원칙상 보충적 평가방법보다 시가에 근접한 가액으로 평가하는 방법으로서 피담보재산이나 임대재산 등의 특성에 의하여 그 가액의 파악이 가능한 방법이 규정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호를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하여 과세상의 불평등을 가져 왔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헌법상의 조세평등주의와 실질과세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호와 법 시행령 제5조의2 제6호, 법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은 임차권이 등기되지 아니한 재산도 등기된 임차권 및 전세권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환산금액의 합계금액을 상속개시 당시의 현황에 의한 과세시가표준액과 비교하여 큰 금액으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즉 임대보증금만을 받는 경우에는 보증금을 금융기관에 정기예금으로 예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간 적어도 보증금의 10%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아 그 수입금액을 100분의 10으로 나누어 계산하고, 전액을 월정임대료로 받는 경우에도 연간 총임대료를 100분의 10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이 임대보증금만을 받은 경우와 서로 균형이 맞는 것이다.

더욱이 청구인들은 상속 부동산에 대한 평가방법을 다투고 있을 뿐 과세평가액이 시가를 초과하는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하지 않고 있다. 당해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 또는 월정임대료에 의하여 산정한 과세평가액이 그 부동산의 실제 가액보다 높아 납세의무자측에 불리한 것이라면 이와 같은 특수사정은 심사·심판절차와 소송을 통하여 다른 합리적인 방법에 의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0. 3. 27. 89누7481, 공90. 1006 참조).

(4) 끝으로 덧붙일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호의 시행당시의 구 소득세법 제29조 제1항시행령 제58조(총수입금액 계산의 특례)(1981. 12. 31. 대통령령 제10665호)의 규정에서는 임대보증금에 정기예금의 이자율을 적용하여 임대료를 계산하고, 부가가치세법 제13조 제1항 제2호시행령 제49조의2(부동산 임대용역에 대한 과세표준계산의 특례)(1981. 6. 9. 대통령령 제10338호)도 정기예금의 이자율에 근거하여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임대보증금에 정기예금의 이자율을 적용·계산하는 것은 우리의 세법과 실무에서 이미 오랜기간 불특정·다수의 납세자에 대하여 반복·계속적인 적용을 하고 있는 영역이었다.

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호는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헌법 제59조, 제75조의 규정에 위반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