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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 6. 25. 선고 96헌바27 판례집 [근로기준법 제41조 위헌소원]
[판례집10권 1집 811~82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구 근로기준법 제41조의 임금채권에 퇴직금채권이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2.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인지 여부(적극)

3.구 근로기준법 제41조에서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제한한 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 제한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구 근로기준법은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퇴직금은 기본적으로 후불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법 제41조의 임금에 퇴직금이 포함되고, 따라서 단기소멸시효 규정도 당연히 적용된다.

2.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은 근로의 대가로서의 금품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사용자에 비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이에 대한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그 재산권적 성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므로 헌법 제23조의 재산권보장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데,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이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은 재산권형성적 법률유보에 의하여 실현되고 구체화된다.

3.임금 및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의 설정은 기업거래

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소멸시효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 것은, 민법상 일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인 10년보다는 짧으나 민법상 급료채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기간 3년과 동일하고, 노역인·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 1년보다 긴 점,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이 1974. 12. 24. 개정으로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점, 근로자명부 기타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의 보존기간을 3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민법 제165조가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이라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10년으로 시효소멸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필요한 경우 근로자가 소를 제기함으로써 그 소멸시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특별히 짧다거나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거나 다른 일반채권들에 비하여 근로자에 대해서만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41조(임금의 시효) 이 법 규정에 의한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민법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 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

2. 의사, 조산사, 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

3.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

에 관한 채권

4.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6.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7.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민법 제164조(1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 호의 채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

2. 의복, 침구, 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

3.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4.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 숙주, 교사의 채권

민법 제165조(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①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

②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및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도 전항과 같다.

③ 전 2항의 규정은 판결확정 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2조(근로자의 명부) ① 사용자는 각 사업장별로 근로자 명부를 작성하고 근로자의 성명, 생년월일, 이력, 기타 대통령령으로써 정한 사항을 기입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입할 사항에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정정하여야 한다.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3조(계약서류의 보존) 사용자는 근로자명부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는 3년간 보존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1. 대법원 1969. 1. 21. 선고, 68다2130 판결

대법원 1975. 7. 22. 선고, 74다1840 판결

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대법원 1969. 3. 18. 선고, 68다2408 판결

3. 헌재 1993. 7. 29. 92헌바20 , 판례집 5-2, 36

헌재 1995. 3. 23. 92헌가19 , 판례집 7-1, 324

당사자

청 구 인김○근 외 5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노동선

당해사건서울지방법원 95가합113207 손해배상

주문

구 근로기준법 제41조(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1981. 이전에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근로자들로서, 1985.경부터 1992.경까지 사이에 각 퇴직하였다. 정부투자기관인 위 회사는 1981. 1. 1. 정부투자기관의 퇴직금 지급기준을 하향조정하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고, 청구인들의 퇴직시 개정된 퇴직금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2) 청구인들은 1995. 12. 27. 서울지방법원에 위 개정 퇴직금규정은 청구인들을 포함한 위 회사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라는 이유로 위 회사를 상대

로 미지급퇴직금청구(예비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95가합113207)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위 회사는 청구인들의 미지급퇴직금청구권은 구 근로기준법 제41조(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의 규정에 의하여 3년이 경과하였으므로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구 근로기준법 제41조가 위헌이라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96카기1583)을 하였으나, 1996. 4. 18. 당해사건인 위 소송과 함께 기각되자, 5. 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근로기준법 제41조(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문”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1조(임금의 시효)

이 법 규정에 의한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은 노동의 대가인 단순한 재산적 권리가 아니라,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인 생계수단인 생존권적 차원의 권리로서 이는 소멸시효로써 제한할 수 없다.

근로자 개개인이 다양하고 복잡한 고용계약상의 법률문제를 파악하여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하에서 임금채권, 특히 퇴직금채권에 대하여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실상 권

리행사를 할 수 없게 하므로 불합리하다.

(3) 퇴직금의 경우 통상의 다른 단기소멸시효 대상채권들과 달리 일상에 있어서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단기간내에 결제되는 것이 아니고, 그 액수나 중요성 등에 비추어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확정지어야 할 필요성보다는 근로자가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4)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문은 헌법상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보장,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하고 있다.

나.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1) 이 사건 법률조문의 단기소멸시효는 개정되기 전 규정의 소멸시효 2년에 비해 1년이 더 길어진 것으로서 민법 제163조가 규정하고 있는 급료채권의 시효기간과 동일하며, 민법 제164조가 규정하고 있는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채권의 시효기간인 1년보다는 길어 근로자에게 특별히 불리한 규정이라 할 수 없다.

(2) 임금은 근로자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므로 지급기마다 이를 청구하여 생계에 충당하여야 할 것이므로 지나치게 오랫동안 권리위에 잠자는 자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으며,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일반채권의 경우와 같이 10년으로 한다면 오히려 사용자에게 너무 가혹할 뿐 아니라, 임금채권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여 각종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제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거래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3) 구 근로기준법 제32조에 의한 근로자명부 기타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의 보존기간도 3년으로 규정되어 있고, 따라서 임

금채권의 소멸시효도 같이 3년으로 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제거할 수 있는 등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문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노동부장관의 의견

(1) 이 사건 법률조문은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으나, 한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임금채권의 우선변제권 인정, 14일 이내 청산의무 부여, 불지급시 처벌규정 등 임금채권의 지급보장을 위하여 충분한 배려를 하고 있으므로 근로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2) 퇴직금은 근로자가 받았던 임금을 기초로 산정되고 근로자 자신이 산정내역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잘못 지급될 우려가 크지 않고, 따라서 단기소멸시효로 인하여 근로자의 재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이에 의한 제한은 오히려 노사간의 법률관계를 조기에 정착시킴으로써 거래의 안전과 경제질서의 확립을 꾀할 수 있어 공공복리에 부합된다.

라. ○○주식회사의 의견

노동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근로기준법상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의 법적 성격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상으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기타 여하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근로기준법 제18조)으로서 사회적으로는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의 기초가 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상품원가의 구성요소이고 구매력의 원천으로서 국가경제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임금의 지급방법(구법 제36조, 현행법 제42조), 비상시 임금지급의무(구법 제37조, 현행법 제44조), 휴업수당의 지급(구법 제38조, 현행법 제45조), 임금대장 작성의무(구법 제40조, 현행법 제47조),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시 임금 등 지급의무 및 위반시 형사처벌(구법 제30조, 109조, 현행법 제36조, 112조), 임금·퇴직금 등 채권의 우선변제(구법 제30조의2, 현행법 제37조) 등을 규정하는 한편, 최저임금법(1986. 12. 31. 제정, 법률 제3927호)을 제정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퇴직금은 본래 전근대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의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 내지 퇴직후 생활보장을 위해 지급된 은혜적 급부에서 발전해 온 관계로, 그 법적 성격에 대하여는 임금후불설, 공로보상설, 노후생활보장설, 사회보장설 등 여러 학설이 있으나, 우리 근로기준법(구법 제28조, 현행법 제34조)에서는 명시적으로 퇴직금의 지급의무와 조건 및 지급률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후불임금이라는데 이론이 없다.

대법원에서도 일관되게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상 고용주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어서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적인 성질을 지니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69. 1. 21. 선고, 68다2130; 1975. 7. 22. 선고, 74다1840;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등 판결 참조).

다만, 대법원은 최근에 이르러 “퇴직금은 후불임금으로서의 성격 이외에도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과 공로보상으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가진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으나(대법원 1995. 10. 12. 선고, 94다36186 판결), 기본적으로는 후불임금으로 보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나. 임금채권의 단기소멸시효 규정과 퇴직금채권

이 사건 법률조문(현행 근로기준법 제48조와 같다)은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한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하여 임금채권에 대하여 단기소멸시효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의 단기소멸시효가 퇴직금채권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이론상 다툼이 있다.

그러나 다수설은 우리 근로기준법은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퇴직금은 기본적으로 후불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문의 임금에 퇴직금이 포함되고, 따라서 단기소멸시효 규정도 당연히 적용된다고 해석하고 있으며, 대법원도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1969. 1. 21. 선고, 68다2130; 1969. 3. 18. 선고, 68다2408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 법률조문의 위헌 여부

(1)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근로의 대가로서의 금품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사용자에 비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이에 대한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그 재산권적 성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동 채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하여는 헌법 제23조의 재산

권 보장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 규정은 다른 기본권 규정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기본권형성적 법률유보의 형태를 띠고 있다. 즉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이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은 재산권형성적 법률유보에 의하여 실현되고 구체화하게 된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 판례집 5-2, 36).

(2)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라고 한다면, 동 채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문은 재산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제한 입법의 한계를 지키고 있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만일 근로자가 자신의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하여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언제든지 그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임금 내지 퇴직금의 지급을 둘러싼 법률관계가 장기간 불확정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날로 복잡·다양해지는 기업의 거래관계에 상당한 불안을 초래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특히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담보물권을 포함한 다른 채권에 비하여 우선변제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 거래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의 설정은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기업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독일의 경우 일반채권의 소멸시효는 30년인데 반하여(독일 민법 제195조) 급료 등 임금채권에 대하여는 2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고(동법 제196조), 프랑스의 경우 일반채권의 소멸시효는 30년인데 반하여(프랑스 민법 제2262조) 임금채권에 대하여는 6월 또는 5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으며(동법 제2271조, 제2277조), 일본에서도 일반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인데 반하여(일본 민법 제167조 제1항) 퇴직수당을 제외한 임금채권은 2년, 퇴직수당채권은 5년으로 규정하여(일본 노동기준법 제115조), 모두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 제도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3) 그러나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제도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적정한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가) 본래 소멸시효기간은 원칙적으로 권리의 성질이나 내용, 그 행사방법 등에 따라 입법자가 그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의하여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5. 3. 23. 92헌가19 , 판례집 7-1, 324).

민법은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일반채권의 경우 소멸시효기간을 10년(제162조 제1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의 안전과 신속을 위하여 이자·부양료채권이나 의사·약사 등의 치료 또는 조제 등 관련 채권, 수급인의 공사관련 채권, 변호사·변리사 등의 직무관련 채권, 생산자·상인의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등의 경우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도록 하고(제163조), 숙박료·음식료 등 채권, 의복·침구 등 동산의 사용료채권, 교수·교사 등의

수업료 등 채권은 1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64조).

또한 이러한 기준에 따라 급료채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 대하여는 그 소멸시효기간을 3년(제163조 제1호)으로 하고, 노역인·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은 1년(제164조 제3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같이 근로기준법상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민법상 일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인 10년보다는 짧으나, 민법상 급료채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3년과는 동일하며, 노역인·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년보다는 길다.

(나) 한편, 이 사건 법률조문의 단기소멸시효규정은 1974. 12. 24. 이 사건 법률조문으로 개정되기 이전의 규정에서는 원래 2년으로 정하고 있었던 것을 1년 더 연장한 것으로서 이는 근로자 보호에 보다 더 충실을 도모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아울러 근로자명부 기타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의 보존기간도 3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구법 제33조, 현행법 제41조), 이에 맞추어 임금 내지 퇴직금 지급을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을 제거하고자 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민법 제165조는 비록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이라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10년으로 시효소멸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근로자가 소를 제기함으로써 그 소멸시효기간

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문의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은 특별히 짧다거나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거나, 다른 일반 채권자들에 비하여 근로자에 대해서만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문의 단기소멸시효는 근로자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이나 평등권, 근로의 권리 기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문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 “구 근로기준법 제41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 ·8(병합)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

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주심) 이영모 한 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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