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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9. 23. 선고 2003헌마19 결정문 [재판 등 위헌확인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
[결정문] [전원재판부]
사건

2003헌마19 재판 등 위헌확인

청구인

정 ○ 영

국선대리인 변호사 문 한 식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2. 4. 9. 김해시 소재 김해등기소 앞의 주차금지구역에 승용차를 주차해 놓았는데, 김해시는 불법주차를 이유로 위 승용차를 견인하고 그 소유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 차량 견인과 관련한 김해시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창원지방법원 김해시법원 2002가소24028호로써 김해시를 상대로 125,000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을 심리한 위 법원은 2002. 11. 7.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그 판결서에는 판결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2) 청구인은 2002. 12. 2. 창원지방법원 2002나8371호로 항소하였으나 위 견인이 위법하지 아니하다는 등의 이유로 2003. 7. 25. 그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

고, 이에 다시 청구인이 대법원에 2003다47577호로써 상고하였으나 2003. 11. 28.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상고기각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3) 그 후 청구인은, 소액사건에 대한 판결서에 판결이유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 및 위 제1심 판결의 선고 당시 담당판사가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2항에 위반하여 판결이유의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지 아니한 것이 청구인의 알권리, 재판청구권,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사건이 항소심에 계속 중이던 2003. 1. 7.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소액사건에 대한 판결서에 이유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소액사건심판법(2002. 1. 26. 법률 제6630호로 개정된 것) 제11조의2 제3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만 한다) 및 위 문제가 된 소액사건의 판결을 선고함에 있어 담당판사가 판결이유의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지 아니한 것(이하 ‘이 사건 부작위’라고만 한다)의 각 위헌 여부이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한 청구이유의 하나로서, 소액사건의 경우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 의하여 상고가 사실상 제한되는 것과 함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판결서에 이유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다른 민사사건에 대한 재판절차와 비교하여 소액사건 당사자를 차별대우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청구취지의 기재 및 청구이유의 구성과 문맥에 비추어 볼 때 위 주장의 취지는, 상고가 제한되는 소액사건의 특성을 전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판결방식과 절차에 있어 소액사건을 다른 민사사건과 달리 취급하고 있음을 강조하려고 함이지 동법 제3조의 상고제한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므로, 결국 이 사건에 있어 심판 대상은 이 사건 법률조항과 이 사건 부작위의 두 가지로 확정할 수 있다.

(3)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판결에 관한 특례】

① 생략

②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주문이 정당함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 이유의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여야 한다.

③ 판결서에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별지 기재와 같다.

3.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

이 부분 심판청구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1) 법률 또는 법률조항 그 자체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현재·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고 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견해이다(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 판례집 4, 813, 823; 헌재 1998. 7. 16. 96헌마268 , 판례집 10-2, 312, 334).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액사건에 있어 일반 민사소송에서와 달리 판결서에 판결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규정, 곧 판결서의 작성방식 내지 기재사항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데 불과하여 그 자체만으로써 그 어떤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을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 다시 말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구체적인 소송사건의 재판절차에 있어 판결을 성립시키기 위한 준비행위로서의 판결서 작성에 관하여 적용되는 법규범으로서 법원의 재판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의 매개를 거쳐 비로소 특정인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므로, 그 자체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나아가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어 집행행위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라도 당해 법령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

즉, 첫째, 이 사건은 “예외적으로 법령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집행기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그 법령에 따라 일정한 집행행위를 하여야 하는 때”(헌재 1995. 2. 23. 90헌마214 , 판례집 7-1, 245, 254-255) 또는 “법규범의 내용이 집행행위 이전에 이미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국민의 법적 지위를 결정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권리관계가 집행행위의 유무나 내용에 의하여 좌우될 수 없을 정도로 확정된 상태”(헌재 1997. 7. 16. 97헌마38 , 판례집 9-2, 94, 104)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둘째, 법령의 적용에 따른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존재하는 경우라도 그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다만 기본권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 등으로서 당해 법률에 대한 전제관련성이 확실하다고 인정되어 예외적으로 직접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헌재 1992. 4. 14. 90헌마82 , 판례집 4, 194, 203; 헌재 1997. 10. 30. 97헌바37 등, 판례집 9-2, 502)에 해당하지도 아니하는 것이다.

나. 이 사건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

이 사건 부작위는 법원의 재판작용에 속하거나 또는 종국판결에 흡수·포함되어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에 대한 불복은 종국판결에 대한 상소의 방법으로만 가능

하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결국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법원의 판결, 결정 등 재판작용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고, 다만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거나 위헌으로 확인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참조).

여기서 ‘법원의 재판’이라 함은 소송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법원이 행하는 종국적 판단의 표시인 종국판결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나, 소송법상으로는 법원이 행하는 공권적 법률판단 또는 의사의 표현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의미에서는 사건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종국판결 외에 본안전 소송판결 및 중간판결이 모두 포함될 뿐 아니라 기타 소송절차의 파생적·부수적인 사항에 대한 공권적 판단도 포함되는 것이다(헌재 1992. 12. 24. 90헌마158 , 판례집 4, 922, 928). 그리고 소송지휘 또는 재판진행에 관한 재판장의 명령은 물론 재판형식이 아닌 사실행위나 부작위의 경우도 종국판결을 위한 중간적·부수적 재판 또는 준비행위로서 종국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성질상 종국판결에 흡수·포함되어 일체를 이루므로, 그에 대한 불복은 종국판결에 대한 상소의 방법으로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헌재 1993. 6. 2. 93헌마104 , 판례집 5-1, 431, 434 등 다수).

(2) 판결은 판결내용의 확정, 판결서(판결원본)의 작성, 판결의 선고의 각 단계를 순차로 거쳐 성립하는바, 판결내용의 확정과 판결서의 작성이 내부적 준비행위라면

판결의 선고는 외부적 공표행위로서 판결의 효력발생요건에 해당한다. 통상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재판장이 판결원본에 따라 주문을 읽는 방식에 의하여 판결을 선고하고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한하여 판결이유를 설명하는 데 비하여(민사소송법 제206조 참조) 소액사건의 경우에는 이러한 판결 선고방식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여 재판장이 판결 주문의 낭독과 함께 이유의 요지까지 설명하도록 되어 있다(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2항).

판결이유는 민사판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으로서 판결이 선고되면 그 판결정본이 당사자에게 송달되므로 당사자로서는 판결 선고시 비록 재판장이 판결이유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당해 사건의 결론에 이른 근거와 이유를 알게 되어 있음에 비하여 소액사건의 경우에는 판결서 작성에 들이는 법관의 노력을 경감시켜 신속한 재판과 소송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해 판결서에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선고시에 반드시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에 대하여 판결이유를 충실히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3) 소액사건의 판결 선고는 확정된 판결내용을 당사자에게 알려주는 최종행위로서 주문의 낭독과 이유의 설명이 불가분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행해져 판결을 대외적으로 성립시키는 절차라고 할 것인바, 이렇게 보면 관념의 통지 내지 사실행위로서 이루어지는 판결이유의 설명은 판결 선고행위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로서 넓게 법원의 재판작용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소액사건의 판결을 선고하면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나 그 설명을 다하지 아니한다는 부작위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의미와 기능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판결의 선고행위를 구성하는 행위에 불과하여 이들을 판결로부터 분리하여 독자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취급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사건 부작위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

이라는 주장은 곧 법률에 규정된 방식을 따르지 아니한 판결 선고행위의 하자를 탓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바, 이와 같이 헌법소원의 대상을 전체로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판결 선고’로 파악하게 되면 이는 전형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측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부작위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심판청구 부분은 결국 재판소원의 금지규정이 적용되어 부적법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4) 나아가 설령 판결이유를 설명하지 아니한 이 사건 부작위를 전체로서의 판결 선고행위에서 따로 떼어 독자적인 의미와 기능을 갖는 공권력의 불행사로 취급한다 하더라도, 이유의 설명은 판결의 선고라는 재판절차의 진행에 관한 사항으로서 포괄적으로 종국판결에 흡수·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부작위에 대하여는 판결에 대한 상소의 방법으로만 불복할 수 있을 뿐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여지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민사소송법이 ‘판결의 이유를 밝히지 아니한 것’을 절대적 상고이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6호 전단)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유 제시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당해 재판절차 내에서의 상소를 통한 구제를 도모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쉽사리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 있어 소액사건의 판결을 선고하면서 재판장이 이유를 설명하지 아니함으로써 당사자가 입는 불이익은 그 불이익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상소만으로 완벽히 구제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러한 사정이 곧 재판과정에서 행해지는 개개의 법원의 행위를 분리하여 독자적인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무엇보다 이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입법적 결단에 따른 한계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문제되는 개개의 중간적 행위(부작위)를 당해 재판과 분리하여 헌법소원

으로 다툴 수 있다고 보면 그것은 분쟁해결의 종국성을 의미하는 재판의 성질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규정한 재판소원의 금지를 폐기하는 결과가 되어 허용할 수 없다 할 것이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부분은 직접성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부적법하고, 이 사건 부작위에 대한 부분은 재판소원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한다. 이 결정에는 이 사건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에 관하여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5.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가 실질적으로 재판소원에 해당하므로 부적법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 부작위가 그 성질상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원의 재판’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를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 아니고, 판결이유의 제시의무를 불이행한 이 사건 부작위로 인하여 소송당사자인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므로, 이 부분은 이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에 들어가 심리하여 그 위헌임을 선언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가. 민사판결의 선고는 재판장이 판결원본에 따라 주문을 낭독함으로써 이를 하는 것이고, 판결이유의 설명 내지 제시는 그 이유가 필요적으로 기재되는 판결서를 당사자에게 송달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에 비하여 소액사건의 판결을 선고할 때 주문의 낭독과 함께 재판장이 이유의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소액사건 판결서에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통상의 민사판결과 경로는 다르더라도 반드시 소송당사자에게 판결의 주문을 뒷

받침하는 이유를 직접 제시하도록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공권력에는 입법권과 행정권 이외에 사법권도 포함되므로 법원이 재판 또는 사법입법 등과 관련하여 헌법과 법률이 부과한 일정한 작위의무를 불이행한 때에는 일응 사법부의 부작위에 의한 기본권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통상 입법권을 제외한 공권력의 불행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부작위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 주체가 그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의무 이행을 해태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27조 제1항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있는바, 이러한 재판청구권은 그것에 내재하는 효율적인 권리구제 내지 권리보호의 요청으로부터 ‘청문청구권’이라는 절차적 기본권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청문청구권은 법원에서의 법적 청문을 보장하는 권리로서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법원의 결정 이전에 판단근거가 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진술할 기회를 가질 권리를 본질로 하는바, 이러한 진술권이 효율적으로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 청문청구권은 그 내용에 있어 ‘정보를 구할 권리’, ‘진술할 권리’, ‘진술한 내용의 고려를 요구할 권리’의 3가지 실현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특히 진술한 내용의 고려를 요구할 권리에 대응하여 당사자의 주장을 고려하여야 할 법원의 의무는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을 인식하고 고려했다는 것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판결에 이유를 제시할 의무를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법원에게는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에서 유래하는 판결이유 제시의무가 부과되어 소액사건의 경우 판결 선고시 이유를 설명하도록 한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2항에 구체화되어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제기한 소액사건의 담당판사가 그 판결을 선고하면서 위와 같은 이유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은 소송당사자인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불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종래 헌법재판소는 재판절차에서 행해지는 재판장의 소송지휘 또는 재판진행에 관한 명령이나 사실행위에 대하여 그것들이 종국판결을 위한 중간적·부수적 재판 또는 준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종국판결에 흡수·포함된다고 보고 재판소원 금지의 법리를 적용하여 왔다. 위와 같은 행위들에 대하여도 따로 헌법소원이 허용된다고 본다면 공권력 행사의 모든 중간적 처분 내지 사실행위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그것이 분쟁해결의 종국성을 의미하는 재판의 성질에 반하고 특히 헌법재판소의 종국결정에 대하여도 재심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비교할 때 모순된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종국판결의 경우 재판의 결론부분인 판결 주문은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되고 강제집행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상소에 있어서는 불복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주문의 낭독이 판결 선고의 본질적 부분이라고 할 것이지만, 이유의 설명 내지 제시는 당사자에게 판결에 대한 승복 여부를 결정하는 데 기준을 제공하고 불복시 적절한 상소이유의 개진을 가능케 함으로써 주문의 제시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의미와 기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아울러 종국판결에 대한 항소가 주로 판결결과인 주문에 대한 불복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도 소액사건의 판결 선고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있는 경우 그것으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는 불이익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헌법소원에 의한 구제를 모색하는 것이 분쟁해결의 종국성이라는 재판의 성질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다. 아울러 종래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소송지휘나 재판진행과 관련

하여 행해지는 중간처분적 행위에 대하여 독자적인 헌법소원 대상성을 부정한 것은, 그러한 행위에 관한 하자 및 그로 인한 불이익이 궁극적으로는 종국판결의 내용에 반영되고 용해되어 있을 터이니 그 판결에 대한 상소만으로도 그와 같은 하자 또는 불이익이 능히 치유 또는 회복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판결이유의 제시 내지 설명은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된 판결내용을 단지 외부에 알리는 행위로서 이 사건 부작위와 같은 이유 설명의무 불이행의 하자는 당해 판결의 내용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상소를 통한 구제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소송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소액사건의 판결 선고시 재판장이 이유를 구술로 설명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판결의 주문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게 된다면 재판결과에 승복할지 여부를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고, 그 결과 더 이상 소송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많지 않더라도 판결이유의 설명 내지 고지만을 따로 청구할 법령상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는 터에 부득이 그 이유를 알기 위한 목적만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항소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으며, 또 판결결과에 불복하여 항소를 한다 하더라도 적절한 항소이유를 개진할 수 없는 등 소송수행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한편 승소한 당사자라 하더라도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유로 승소했는지 알 수 없는 데 따른 사실상의 불이익을 입게 될 것이 틀림없다(원고 승소라면 자신이 내세운 수개의 청구 또는 청구원인 중 어느 것이 받아들여진 결과인지, 일부가 인용되었으면 그 연유는 어떠한지, 피고가 주장한 항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무엇인지 등을, 피고 승소라면 상대방인 원고가 내세운 청구원인 자체가 이유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피고의 항변이 받아들여진 결과인지, 또 수 개의 항변 중 어떤 것이 어느 범위에서 받아들여진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작위와 같이 상소를 통하더라도 완벽히 구제되지 못하는 재판의 하자 내지 그로 인한 불이익에 대하여는 마땅히 헌법소원을 통한 구제를 인정하는 것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할 것이다.

2004. 9. 23.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

주심재판관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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