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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3. 31. 선고 2003헌바91 결정문 [형법 제314조 제1항 위헌소원]
[결정문] [전원재판부]
사건

2003헌바91 형법 제314조 제1항 위헌소원

청구인

김 ○ 일

대리인 변호사 박 훈, 김기덕, 김성진, 전형배, 고재환

당해사건

인천지방법원 2002고단4144 업무방해

주문

형법 제314조 제1항(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2000. 9. 2. 인천 서구 가좌동 소재 주식회사 ○○ 가좌 공장에서 법정근로시간 준수를 명목으로 위 회사 근로자들의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도록 선동, 위력으로 위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형법 제314조 제1항 위반으로 약식 기소되어 2001. 9. 6. 인천지방법원에서 벌금 3,000,000원을 선고받자(2001고약29458),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2002고단4144)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위 재판 계속 중 재판의 전제가 된 형법 제314조 제1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3초기38)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03. 11. 1.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나.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 제314조 제1항(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1) 강제노역금지원칙 위배

기업의 근로관계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에 의하여 형성되는 사법상의 권리의무관계로서, 근로자의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결국 강제노동에 해당하여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누구든지…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위반되며,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 즉 파업의 경우도 그 본질은 근로자 개개인의 노무제공 거부행위와 같은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폭력이나 협박 또는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위력의 행사 등 별도의 위법행위가 없는 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 그 자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제관습법으로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지위를 갖는 국제노동기구의 제105호 조약인 강제노동폐지조약 제1조 d항이 동맹파업에 참가한 것에 대한 제재를 강제노동으로 보아 금지하고 있는 이유 역시 파업은 사용자와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계약상의 의무이행과 관련되는 사법상의 문제에 지나지 아니하여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파업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근로제공을 강제하는 결과를 가져와 결국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조약 1007호) 제8

조 제3항이 “어느 누구도 강제노동 또는 강요된 노동을 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쟁의행위는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사용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그릇된 전제하에 폭력이나 협박 등의 별도의 위법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까지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여 왔는바, 이는 결국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제공을 강요하는 결과 즉, 강제노역에 해당한다.

(2) 단결권 등의 침해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형법상 처벌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이는 근로자의 조직적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고, 결국 본질적으로 위법하지 않은 행위를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하여 처벌하는 것이 된다. 이는 근로자들의 ‘단결’ 그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으로서 근로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3) 과잉금지원칙 위반

헌법상의 단체행동권을 비록 평화적으로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노동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위력업무방해죄에 해당되어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바, 위력이라는 포괄적 구성요건 아래 형기 5년에 이르는 자유형을 규정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4) 평등권 침해

통상 처벌대상이 아닌 행위를 여럿이 같이 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하지 아니함이 원칙인데 유독 근로자들의 경우 그들의 개별적 노무제공 거부행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집단적인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근로자라는 신분만으로 합리

적 이유 없이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5) 한정위헌

근로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것, 즉 조퇴, 결근, 휴가 등은 근로조건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더라도 쟁의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위와 같은 근로조건에 대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근로자들의 권리행사 즉, 준법투쟁은 가사 그것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사용자의 업무를 저해하는 요소가 있어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있을지언정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집단적 노무 제공의 거부는 준법투쟁으로서 근로자들의 권리행사이며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를 업무방해죄로 해석·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은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정신에 어긋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

쟁의행위는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사용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행위를 위력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대법원 1991. 1. 29. 선고 90도2852 판결, 1991. 4. 23. 선고 90도2771 판결 등).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와 관련된 위 대법원의 해석은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본질적으로 위력성을 가져 외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범위 내의 행사로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3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처벌함으로써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노역을 강요하거나 또는 근로자라는 신분만으로 그들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헌재 1998. 7. 16. 97헌바23 , 판례

집 10-2, 243).

다. 인천지방검찰청장의 의견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노무제공 거부는 비록 소극적인 것이나 전체 업무의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므로 개별 업무에 대한 단순 노무제공과 다르다. 준법이라는 명목으로 통상적으로 해 오던 근로를 거부하고 그로 인하여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를 받는다면 이는 당연히 ‘쟁의행위’로 보아야 한다.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단체행동권은 그 목적, 방법, 절차상의 한계가 내재해 있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처벌함으로써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노역을 강제하거나 근로자라는 신분만으로 불합리한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상의 강제노역금지원칙, 근로3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

3. 판 단

우리 재판소는 지난 1998. 7. 16. 97헌바23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파업 등의 쟁의행위는 본질적필연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폭행협박 또는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실력행사 등을 수반하지 아니하여도 그 자체만으로 위력에 해당하므로, 정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한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는 비록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본질적으로 위력성을 가져 외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범위 내의 행사로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3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행위(헌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 정당한 권리

행사까지 처벌함으로써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노역을 강요하거나 또는 근로자라는 신분만으로 불합리한 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위 대법원의 해석방법이 헌법상의 강제노역금지원칙, 근로3권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

나. ‘위력’ ‘업무’ ‘방해’ 등의 용어들이 다소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의 보호법익, 같이 규정된 다른 행위태양인 ‘허위사실의 유포’나 ‘위계’ 그리고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과 함께 같은 장에 규정되어 있는 신용훼손죄나 경매방해죄의 해석, 그외 형사법상의 폭력, 폭행, 협박 등의 개념과 관련지어 볼 때 일반적으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하고, ‘업무’란 사람이 그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뜻하며, ‘방해’란 업무에 어떤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도 능히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재판소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와 같은 견해는 그 자체로서 타당하고 지금도 달리 판단해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5. 3. 31.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

주심재판관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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