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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11. 24. 선고 2003헌바108 판례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위헌소원]
[판례집17권 2집 409~42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가 국민의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소극)

2.‘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고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는 행위자가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 신분을 가지지 않은 자도 학연이나 지연 또는 개인의 영향력 등을 이용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바, 이러한 자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알선자 내지는 중개자로서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담당 공무원에게 알선을 주선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원의 직무 집행의 공정성은 의심받게 될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이 공무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사회의 신뢰성 등을 보호하기 위해 알선 명목의 금품수수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다원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기관 등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로비스트와 같은 중개자나 알선자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나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국민은 언제나 이러한 의견 전달 통로를 이용해 국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므로 국민주권의 상시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전적 대가를 받는 알선 내지 로비활동을 합법적으로 보장할 것인지 여부는 그 시대 국민의 법 감정이나 사회적 상황에 따라 입법자가 판단할 사항으로, 우리의 역사에서 로비가 공익이 아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사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는 점이나 건전한 정보제공보다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하여 시민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청원권 등의 구체적인 내용 형성에 폭넓은 재량을 가진 입법부가 대가를 받는 로비제도를 인정하고 않고,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는 모든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나 ‘알선’과 같은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먼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공무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사회일반의 신뢰성 및 직무의 불가매수성으로 뇌물 관련 범죄에서 이러한 법익의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규정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인 경우에 그 중요성 정도나 법령 등에 정해진 직무인지의 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처벌할 있도록 수식어로서 어떤 제한도 가하지 않고 단순히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알선’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으로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거나 그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을 하는 행위도 ‘알선’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규정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현대사회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고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나 행정가들이 사회의 요구를 모두 입법이나 정책 속에 담아 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입법

이나 정책 기능의 한계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어떤 입법이나 정책의 발의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인의 지속적인 관여를 확보하여 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관심을 국가의사에 반영시킬 수 있는 제도가 바로 로비제도이다. 이러한 로비제도는 개인이나 집단이 국가 의사 결정에 적합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에게 의견 제시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의사가 합법적으로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따라서 국가의사 결정과 관련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위해 자신의 전문적 견해나 정보를 제공하고 금전상의 대가를 수수하는 행위의 허용은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대가를 받는 알선이나 로비를 전면 금지함으로써 국민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전문가나 전문가 집단을 통해 당국에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으므로 이는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는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활용하여 타인을 돕거나 그러한 도움을 받고 그 대가를 수수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이 혈연·지연·학연 등의 연고를 이용하여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행위를 근절시켜 건전한 사회 풍토를 조성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연고를 이용한 청탁·알선행위를 직접적인 금지대상으로 하지 않고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한 수재행위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는 뇌물수수행위와 공무원의 다른 공무원에 대한 알선행위 및 공무원에 대한 부정한 청탁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규정은 헌법 제10조, 제15조,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 제3조(알선수재)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참조조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수뢰액이 1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삭제

형법 제132조(알선수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9. 11. 25. 97헌마54 , 판례집 11-2, 583

2. 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당사자

청 구 인 김○완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돈명 외 4인

당해사건대법원 2003도5095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주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경영연구소 고문으로 재직중이던 자인바, 주식회사 한국○○ 대표 송○빈으로부터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주관하는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과 관련하여 위 한국○○가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청탁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위 회사 주식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위반으로 공소제기되어 서울중앙지방법원(2002고합572등)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2002노3189)하였으나 2003. 8. 12. 기각되었고, 대법원에 상고(2003도5095)하여 소송계속중 위 규정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2003초기469)을 하였으나 2003. 11. 27. 기각되자, 2003. 12. 1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3조(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로서 그 내용과 관계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알선수재)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수뢰액이 1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삭제

형법 제132조(알선수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국민은 국가기관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에 대한 의견이나 희망을 진술할 헌법적 권리가 있음은 물론, 일반인이 알선행위를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은 민사법에서도 보장하는 정당한 행위인데, 단지 그 알선 상대방이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알선행위의 내용이나 방식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형사 처벌하는 것은 부정행위가 있을 때만 비로소 처벌하는 일본이나 로비활동을 자유로이 보장하는 미국 등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과잉된 것으로 국민의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2) 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 약속한 경우에 처벌하고 있는데,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라는 것은 너무 범위가 광범위하고, 알선이라는 용어 역시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그 의미 내용을 잘 알 수 없으므로 이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규정은 건전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고, 알선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관련된 금품 등의 수수 등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국민의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라 함은 공무원이 그 지위에 수반하여 공무로서 취급하는 일체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것을 명목으로 한다는 뜻으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그 의미를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도 볼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이 사건 규정은 일반인이 공무원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처벌하고자 제정된 것으로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서는 국가기능의 공정성, 공무의 불가매수성, 공무원 직무의 순수성 내지 불가침성을 온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인이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면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금품 수수가 없는 순수한 목적의 정보제공이나 의견진술 등의 행위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지나치다 할 수 없다.

(2) 이 사건 규정 중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은 법령, 행정규칙, 국가기관 내부의 사무분장 등에 의해 또는 축적된 판례와 학설의 해석론을 통해 충분히 구체화할 수 있는 개념이고, 알선도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를 중개하는 것, 또는 일정한 사항을 중개하여 양 당사자 사이에 교섭이 성립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일체의 서비스로서 일정한 거래, 계약과 관련된 중개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3. 판 단

가. 기본권 침해 여부

(1)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기본권

(가) 청구인은 이 사건 규정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포함하는데,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개인이 행위를 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하여 자유롭게 결단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에 관한 사항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인정되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 일반 조항적인 성격을 가지는 기본권이다(헌재 1991. 6. 3. 89헌마204 , 판례집 3, 268, 276; 2000. 6. 1. 98헌마216 , 판례집 12-1, 622, 648).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 수수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금품을 대가로 해서는 다른 사람을 중개하거나 대신하여 그 이해관계나 국정에 관한 의견 또는 희망을 해당 기관에 진술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행동자유권 제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할 것이다.

(나) 나아가 청구인은 이 사건 규정이 청원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원권은 국민적 관심사를 국가기관에 표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기본권으로 국민은 누구나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그 관심사를 국가기관에 표명할 수 있다. 우리 헌법제26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청원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 또는 국정에 관해서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을 해당 기관에 진술할 수 있으며, 청원을 수리한 국가기관은 청원에 대하여 심사하여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한편, 이러한 청원권의 행사는 자신이 직접 하든 아니면 제3자인 중개인이나 대리인을 통해서 하든 청원권으로서 보호된다. 우리 헌법은 문서로 청원을 하도록 한 것 이외에 그 형식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청원권의 행사방법이나 그 절차를 구체화하고 있는 청원법도 제3자를 통해 하는 방식의 청원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민이 여러 가지 이해관계 또는 국정에 관해서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을 해당 기관에 직접 진술하는 외에 그 본인을 대리하거나 중개하는 제3자를 통해 진술하더라도 이는 청원권으로서 보호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 관련 금품 수수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 국회의 입법이나 정부의 정책결정 및 정책집행 등에 관한 로비 내지 알선 행위를 제한하게 되고, 이것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 또는 국정에 관해서 그 의견이나 희망을 해당 기관에 진술할 자유를 제한하게 되므로 이는 청원권 제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할 것이다.

(다)한편, 이 사건 규정에 대한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나 청원권 침해 주장은 결국 금품 등의 대가를 받는 알선도 의견 진술의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헌법상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므로 구체적 내용 측면에서 보자면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주장하는 것과 청원권에서 주장하는 것이 별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위 두 기본권 침해 여부를 따로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사건 규정이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청원권을 침해하고 있는지를 함께 본다.

(2) 이 사건 규정의 기본권 침해 여부

(가) 일반적으로 공무원 직무관련 범죄는 일반범죄와는 다르게 국가행정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정부자산의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나 국가에 대한 불신풍조를 팽배시켜 사회해체를 촉진시킨다. 이에 우리 형법 제7장에서는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들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특히 제7장 제129조 이하에서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금품 등을 수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이를 뇌물범죄로서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공무원 뇌물범죄의 태양 중 이 사건 규정과 관련 있는 뇌물범죄는 알선수뢰죄(제132조)이다.

알선수뢰죄를 포함하여 뇌물범죄들을 처벌하는 이유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공무원이 어떤 공무를 집행함에 있어 공정성이나 신뢰성과 같은 어떤 원

칙에 기초하지 않고 사사로운 이해 관계에 따라 공무를 처리한다면 이는 국가 행정작용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크게 증가시켜 종국에는 사회체제의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사건 규정과 관련 있는 형법상의 알선수뢰죄에 있어서도 그 주체가 되는 공무원은 본인이 직접 직무를 처리하지는 않지만, 당해 직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에게 법률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미치는 등의 직·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공무를 불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면 형법이 이를 뇌물범죄로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무 관련 알선과 관련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는 등의 행위는 공무원 신분을 가진 자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예컨대 공무원 신분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어떤 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학연이나 지연 또는 개인의 영향력 등으로 얽혀 있어 일정 정도 그 공무원의 직무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 이러한 위치에 있는 자는 알선을 필요로 하는 자와 그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중개함으로써 공무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알선자가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담당 공무원에게 알선을 주선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그 상황 자체로도 관련 공무원의 직무 집행의 공정성은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에 이 사건 규정은 행위자가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한편, 청원권의 구체적 내용은 입법활동에 의하여 형성되며 입법형성에는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되고 있다(헌재 1999. 11. 25. 97헌마54 , 판례집 11-2, 583, 588). 따라서 청원권행사와 관련하여 청원 사항이나 청원 방식, 청원 절차 등에 관해서는 입법자가 그 내용을 자유롭게 형성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행위를 청원권의 내용으로서 보장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입법자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주어져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입법자는 이러한 행위를 허용할 경우 위에서 살펴본 공무의 공정성과 신뢰성 등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일반인의 경우라 하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에는 이를 형사처벌로써 금지하고 있는바, 이것이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 사항에 관한 알선행위를 정당한 로비활동으로서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로비활동공개법과 로비스트등록법을 제정하여 로비스트로 등록하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 사항에 대해 대가를 받고 하는 로비를 보장하고 있다. 다원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로비를 통하여 이익집단이 건전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국민이 자신의 권익을 위해서 국가기관 등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전문가인 로비스트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나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면, 국민은 언제나 이러한 의견 전달 통로를 이용해 국정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국민주권의 상시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기관은 정책결정에 필요한 좀더 많은 자료와 전문가의 조력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나 전문가 집단의 로비활동은 적극적으로 권장할 사항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전적 대가를 받는 알선 내지 로비활동을 합법적으로 보장할 것인지 여부는 그 시대 국민의 법 감정이나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아야 한다. 사회적 조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가를 받는 알선 내지 로비활동을 인정하게 되면 국가에 대한 유익한 정보의 제공이라는 측면보다는 부정부패의 온상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에서 로비는 공익이 아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사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이용되었고, 건전한 정보제공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뇌물성 부패공세를 통해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하여 시민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즉, 로비가 적절한 권리행사를 초월하여 지연, 학연, 혈연 및 금품 등을 앞세운 부정한 사리사욕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가를 받는 로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다만, 현실적으로 국가 정책결정에 국회를 통한 국민 의사의 반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국정에 대한 국민의 의사 개진 통로의 다양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부정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여 대가를 받는 알선이나 로비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도입 여부나 도입 시기에 대한 판단은 입법부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는 분야이므로 아직까지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이것을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규정이 알선 내용의 정당성 여부를 불문하고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면 모두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 한편, 청구인은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알선행위로 나아가지 않으면 공무의 공정성이나 사회 일반의 신뢰성 등을 훼손할 염려가 없으므로 알선행위로 나아가지 않은 금품수수 행위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범죄는 공무원을 불법행위로 끌어들여 직무의 공정성을 해하고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험성 자체로 처벌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알선을 의뢰 받은 자가 알선행위로 나아가 현실적으로 공무의 공정성이나 신뢰성을 훼손시킬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무릇 공무와 관련된 금품 수수 등의 범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적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므로 뇌물성은 의무 위반행위의 유무나 청탁의 유무 등과는 관계가 없다(대법원 1992. 2. 28. 선고 91도3364 판결).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이 금품수수행위 자체로 처벌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다) 또한 청구인은 이미 상법이나 민법에서는 유상의 중개행위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이 알선 사항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알선인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알선과 관련한 대가 수수 행위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정당한 정보 제공의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으로서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상법민법은 중개 대가를 받고 타인간의 상행위를 중개하는 중개업이나 유상위임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법상 중개업이나 민법상 유상위임을 허용하는 것은 사적자치원리에서 나오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사적 영역에서는 자율성 존중이 개인의 창의력과 이에 기한 자유경쟁의 보장으로 이어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개인의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는 사적 영역에서 중개업이나 유상위임과 같은 대가성 알선이나 중개가 허용된다고 하여 공무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일반의 신뢰성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공적 영역에서까지 이것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규정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한 금품 수수 행위 등을 형사처벌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기본권 행사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고는 할 수 없다.

(라) 마지막으로 청구인은 형법 제132조는 공무원이 그 직위를 이용하지 않으면 뇌물을 수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처벌하지 않는데, 일반인의 경우에는 직위 이용 행위와 상관없이 이 사건 규정으로 처벌하고 있으므로 이는 지나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은 행위 주체가 일반인인지 공무원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의 경우에 그 직위를 이용하지 않아 형법 제132조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만약 공무원의 행위가 이 사건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규정에 의해 처벌될 것이고, 특히 형법상 알선수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수수액이 1,000만 원 이상이면 특가법에 의해서 가중처벌될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이 지나치게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마)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헌법 제12조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죄형법정주의에서 명확성원칙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자의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고 법관에게 독단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개개 시민에게 형벌의 예견가능성을 부여하고 규범의 내면화를 꾀하여 책임비난의 기초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383;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다만 처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때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

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93)하여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나 ‘알선’과 같은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바, 이 사건 규정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이 사건 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위에서 본 것처럼 공무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사회일반의 신뢰성 및 직무의 불가매수성으로 알선수재죄의 성립에는 이러한 법익 침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알선수재죄에 있어서 법익 침해의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공무가 그 불공정성을 의심받아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상실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곧바로 사회 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직무 처리가 그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그 범위가 다소 넓다고 하더라도 이를 예외 없이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라면 그 중요성의 정도나 법령 등에 정해진 직무인지의 여부를 가리지 않고 그에 관한 알선 명목의 금품 수수 등의 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수식어로서 어떤 제한도 가하지 않고 단순히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뇌물관련 범죄에 있어서의 공무원의 직무는 법령에 정하여진 직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있는 직무, 과거에 담당하였거나 또는 장래에 담당할 직무 이외에 사무분장에 따라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직무라 하여도 법령상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직무 등 공무원이 그 직위에 따라 공무로 담당할 일체의 직무가 포함된다(대법원 1992. 2. 28. 선고 91도3364 판결)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라는 용어가 포괄하는 범위가 다소 넓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나) 이 밖에 이 사건 규정에서는 ‘알선’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알선’이라 함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거나 그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을 하는 행위도 ‘알선’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2005. 1. 28. 선고 2004도7359 판결). 결국 이 사건 규정의 알선이라는 용어도 청구인의 주장처럼 그 의미가 모호하다거나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권 성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과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민주주의는 그 국가적 결정에 국민의 동의를 끌어들여 국민 상호간의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함으로써 하나의 결정에 이르는 과정, 즉 합의의 과정을 전제한다. 민주주의가 이와 같이 합의의 과정을 전제하는 것은 민주국가가 토대로 삼고 있는 사회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다원적 사회 구조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다양한 사회구조를 전제한다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 혹은 사회적 집단이 일정한 공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활동 공간을 마련해 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적 의사 결정과 국가적 활동에 다양한 집단의 의견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양한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다양한 사회집단의 의사를 유형화 내지는 구체화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국가의사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현대사회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고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나 행정가들이 사회의 요구를 모두 입법이나 정책 속에 담아 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이나 정책 기능의 한계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그런데 국가의사의 결정 과정에 다양한 이해 집단의 의사를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즉 어떤 입법이나 정책에 대한 발의에서 확정, 집행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인의 지속적인 관여를 확보하여 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관심을 국가의사에 반영시킬 수 있는 제도가 바로 로비제도이다. 로비제도는 개인이나 집단이 국가 의사 결정에 적합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에게 의견 제시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의사가 합법적으로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사 결정과 관련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위해 자신의 전문적 견해나 정보를 제공하고 금전상의 대가를 수수하는 행위의 허용은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물론 대가를 받는 로비활동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경우, 소수 개인이나 집단이 압도적이고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독점적인 이익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면 공무의 공정성이나 신뢰성의 실추로 사회 질서가 붕괴될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로비활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부작용은 제도적 장치의 마련으로서 최소화 할 수 있다. 예컨대 로비스트의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로비의 대가로 받는 금전의 상한액을 적절히 제한하거나 회계의 내용을 모두 감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한다면, 그리고 로비에 부수된 뇌물죄의 처벌을 엄격히 집행한다면, 대가를 받는 로비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우려할만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아무런 노력 없이 이 사건 규정을 통해 대가를 받는 알선이나 로비를 전면 금지함으로써 국민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전문가나 전문가 집단을 통해 당국에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청원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나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반대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6.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우리 헌법이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능력을 최대한 신장시키고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자신의 능력과 활동을 최대한 신장시키고 활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에게 수익적 처분을 청구하거나 피해구제나 법령·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청원할 권리도 가진다. 이러한 활동을 위하여 타인의 시간과 능력을 활용하는 자유도 보장된다. 이러한 자유에는 타인의 조력에 대하여 대가를 수수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 이러한 자유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내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시간이나 능력을 타인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도, 일시적인 것이면 일반적 행동의 자유로서, 직업적인 것이면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로서, 허용된다. 현대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활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다양화·전문화·복잡화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자유들이 더욱더 소중해지고 있다. 이러한 자유들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므로 국가가 이를 부당하게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회질서나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여야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일반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활용하여 타인을 돕거나 그러한 도움을 받고 그 대가를 수수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지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공무에 관한 알선행위 자체가 아니라 공무알선에 관한 금품수수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알선의 대가를 금지함으로써 알선행위 자체를 금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도 행위의 주체에 제한이 없어 공무원이 아닌 자도 포함되고, 알선의 방법에도 제한이 없어 단순히 연고를 이용하여 청탁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활용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민원행위를 보조하여 공무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실제로 알선행위를 했는지의 여부도 묻지 아니하고, 알선행위의 내용이 부정한 것인지 여부도 묻지 아니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혈연·지연·학연 등의 연고를 이용하여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행위를 근절시켜 건전한 사회 풍토를 조성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사유로서 정당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 풍토가 뿌리 깊어 연고를 이용한 청탁행위를 근절할 필요가 크다고 생각되지만, 연고를 이용한 청탁·알선행위를 직접적인 금지대상으로 하지 아니한 채 공무원 직무 사항의 알선에 관한 수재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연고를 이용한 청탁행위를 근절하는 수단으로서 적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의 직무사항에 관하여 알선하는 행위가 없는 경우에도 그와 관련된 금품수수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알선행위를 했는지 여부도 묻지 아니한 채 민원인과 알선인 사이에서 공무 알선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하여 그러한 행위만으로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뇌물수수행위와 공무원의 다른 공무원에 대한 알선행위 및 공무원에 대한

부정한 청탁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현대사회와 같이 모든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다양화·전문화·복잡화되는 상황에서는, 민원인들이 공무원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설명하거나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해당 분야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절실하고,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공무집행을 적정하게 하기 위해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와 정보를 제공받아 참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은 공무집행 절차의 적법성과 내용의 정당성을 제고시켜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이러한 필요성을 외면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지 않거나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방법으로 국민들이 타인의 조력을 받거나 타인을 조력하고 그 대가를 수수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헌법 제10조 또는 제15조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연고주의에 터잡은 청탁풍조를 근절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필요성의 내용과 한도 내에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이공현 조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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