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09. 7. 30. 선고 2007헌바75 판례집 [구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판례집21권 2집 170~18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에 관한 주민의 조례제정청구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각하하도록 한 구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1항 제1호 및 제6항(이하 ‘이 사건 조항들’)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조항들이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이 사건 조항들은 조례제정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항에 대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고, 조례 제정·개폐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이란 지방자치법 기타 이미 존재하는 법령의 내용과 모순되거나 저촉되는 사항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이 사건 조항들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2. 헌법 제117조 제1항의 취지에 따라 조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되어야 하며, 이것은 주민이 자치입법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이러한 내용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한편, 상위법에 위반한 조례안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조례로 제정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사후적 사법심사를 통해 무효화시키는 것은 지방행정의 낭비 및 회복하기 어려운 법질서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같은 사전차단장치를 둔 것이 입법자의 자의적인 법형성권의 행사로서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우리 헌법상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 중 하나인 주민자치제도는 주민이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를 통하여 간접

적으로 지방행정에 참여하는 간접민주제를 원칙으로 하되, 대표기관에 의한 지방행정의 운영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지방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직접민주제를 가미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와 관련된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하는 입법이나 주민이 민의에 반하는 지방행정을 시정하기 위하여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입법은 헌법상 보장된 주민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이 사건 조항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법령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를 각하할 수 있게 하여 주민자치와 관련된 지방의회의 고유한 권한인 조례제정권을 침해한다. 또한, 조례제정개폐청구의 각하사유인 ‘법령에 위반하는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문제되는 법령과 주민이 발안한 조례안의 각 규정 취지나 목적과 내용 및 효과 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의적 권한행사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바, 주민자치의 주체인 주민이 이러한 자의적 권한행사에 따른 각하처분에 대하여 행정쟁송수단으로 불복하여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상당한 시간적·비용적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 함으로써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발안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 주민에게 제3의 조례발안권을 부여하여 지방행정 운영에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하여 마련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들은 주민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구 지방자치법(2005. 1. 27. 법률 제7362호로 개정되고, 법률 2006. 1. 11. 법률 제78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의3(조례의 제정 및 개폐 청구) ① 지방자치단체의 20세 이상의 주민(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의 규정에 의한 선거권이 없는 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3조의4에서 “20세 이상의 주민”이라 한다)은 20세 이상의 주민 총수의 20분의 1의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20세 이상의 주민수 이상의 연서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의 제정이나 개폐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사항은 청구대상에서 제외한다.

1.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

2.∼3. 생략

②~⑤ 생략

⑥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또는 동항의 규정에 의하여 행하여진 모든 이의신청에 대하여 제5항의 규정에 의한 결정이 완료된 경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요건을 갖춘 때에는 청구를 수리하고, 그러하지 아니한 때에는 청구를 각하하여 이를 청구인의 대표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⑦~⑨ 생략

지방자치법 제22조(조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107조(지방의회의 의결에 대한 재의요구와 제소)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요구에 대하여 재의한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의결사항은 확정된다.

③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2항에 따라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면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제172조 제3항을 준용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4. 12. 29. 94헌마201 , 판례집 6-2, 510, 522

대법원 2007. 2. 9. 선고 2006추45 판결, 공2007상, 449

2. 헌재 2006. 2. 23. 2005헌마403 , 판례집 18-1상, 320, 334-335

당사자

청 구 인 홍○원

대리인 변호사 이민석

당해사건서울행정법원 2006구합37738 조례제정청구각하처분취소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5. 12. 6. 은평구 주민 9,551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특별시 은평구청장에게 ‘서울특별시 은평구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청구를 하였는데, 은평구청장은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1항 제1호 및 제6항에 근거하여 2006. 1. 17.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법령이나 상급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위반하여 제정될 수 없는바, ‘서울특별시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 있어 서울특별시 조례 제정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제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위 조례제정청구를 각하하였고, 청구인은 위 각하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06. 7. 21. 기각되었다.

(2) 이에 청구인은 서울특별시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위 각하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서울행정법원 2006구합37738), 그 소송계속중 위 각하처분의 근거가 된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1항 제1호 및 제6항이 권력분립·국민주권의 원리, 명확성원칙 등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행정법원 2007아164) 2007. 7. 4. 법원이 위 신청을 기각하자, 2007. 8. 1. 위 법률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과 관련조항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지방자치법(2005. 1. 27. 법률 제7362호로 개정되고, 법률 2006. 1. 11. 법률 제78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지방자치법’이라 한다) 제13조의3 제1항 제1호 및 제6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지방자치법(2005. 1. 27. 법률 제7362호로 개정되고, 법률 2006. 1. 11. 법률 제78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의3(조례의 제정 및 개폐 청구) ① 지방자치단체의 20세 이상의 주민(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의 규정에 의한 선거권이 없는 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3조의4에서 “20세 이상의 주민”이라 한다)은 20세 이상의 주민 총수의 20분의 1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20세 이상의 주민 수 이상의 연서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의 제정이나 개폐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사항은 청구대상에서 제외한다.

1.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

⑥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또는 동항의 규정에 의하여 행하여진 모든 이의신청에 대하여 제5항의 규정에 의한 결정이 완료된 경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요건을 갖춘 때에는 청구를 수리하고, 그러하지 아니한 때에는 청구를 각하하여 이를 청구인의 대표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1. 생략

2.지방세·사용료·수수료·부담금의 부과·징수 또는 감면에 관한 사항

3.행정기구의 설치·변경에 관한 사항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항

② 지방자치단체의 20세 이상의 주민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조례의 제정이나 개폐를 청구하는 때에는 청구인의 대표자를 선정하여 이를 청구인명부에 기재하여야 한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청구가 있는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즉시 그 내용을 공표하여야 하며, 청구를 접수한 날부터 7일간 청구인명부 또는 그 사본을 공개된 장소에 비치하여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④ 청구인명부의 서명에 관하여 이의가 있는 자는 제3항의 기간 이내에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⑤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3항의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이를 심사·결정하되, 그 신청이 이유 있다고 결정한 때에는 청구인명부를 수정하고, 이를 이의신청을 한 자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청구인의 대표자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그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결정한 때에는 그 뜻을 즉시 이의신청을 한 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⑥ 생략

⑦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6항의 규정에 의하여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례의 제정 또는 개폐안을 작성하여 지방의회에 부의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청구인의 대표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⑧ 제1항의 규정에 의한 20세 이상의 주민 총수는 연도별로 산정하되, 주민등록법의 규정에 의한 주민등록표에 의하여 조사한 전년도 12월 31일 현재 인구통계에 의한다.

⑨ 조례의 제정 및 개폐 청구에 관하여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5조(조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제17조(조례와 규칙의 입법한계) 시·군 및 자치구의 조례나 규칙은 시·도의 조례나 규칙에 위반하여서는 아니된다.

2. 청구이유와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1) 주민조례청구권은 지방자치에 있어 국민주권주의원칙을 구현하고, 대의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직접민주주의제도로서 주민발안제를 지방자치의 차원에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주민조례청구권을 인정하면서 지방의회가 아닌 행정청인 구청장에게 주민이 제정을 청구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 이를 심사하여 그 수리를 거부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주민조례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2) 구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1항 제1호의 ‘법령위반’이란 그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여 해석에 따라서는 행정청이 거의 모든 사항을 법령위반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청구인의 주장과 같은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국민주권의 원리, 권력분립의 원리 및 입법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명확성의 원칙, 자의금지의 원칙에 근본적으로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은평구청장의 의견

자치구의 조례제정 권한의 한계는 상위 법령 및 상위 조례에 의하여 권한이

위임된 범위 내라고 할 것이므로 기초자치단체장이 주민청구조례안의 법령 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법령 위반 시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적법한 행정행위로서 국민주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행정안전부장관의 의견

(1) 주민조례청구제도는 지방자치의 대의제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주민에게 안건의 발의를 허용하는 것이며, 조례의 최종적인 의결은 여전히 지방의회의 전속적 권한이고,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에 대한 조례안은 이미 조례의 제정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이는 허용될 수 없다. 한편, 입법에 의하여 비로소 보장된 제도인 주민조례청구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위하여 법률에서 일정한 요건이나 제한을 가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 내라고 할 것이고, 주민이 청구한 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구청장 등에게 심사권한을 주고 그 수리거부 권한을 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법령위반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이기는 하나, 주민이 청구한 조례의 위법 판단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관련 법령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며, 각 조례마다 그 내용과 적용범위가 다르므로 위법판단의 기준을 법령에 특정할 수 없고 법 기술적으로도 위반 여부의 판단기준이 될 법령을 모두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므로 구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1항 제1호가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을 조례제정청구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를 이루는 두 개의 기관으로서 그 자체로 하나의 행정청을 이루고 있으며, 다만 지방자치법은 의결기관으로서의 의회의 권한과 집행기관으로서의 단체장의 권한을 분리하여 배분하고 있다고 할 것인바, 이 둘의 관계는 권력분립의 원리가 적용되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와는 구별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안을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 권력분립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법규범이 불확정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합리적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 내용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헌재 2002. 4. 25. 2001헌바26 , 판례집 14-1, 301, 322;헌재 2004. 6. 24. 2004헌바16 , 판례집 16-1, 759, 766 참조).

한편,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법규범의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된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1-822).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 지방자치법 제15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조례제정권 행사의 한계로서 법률우위의 원칙을 의미한다. 대법원도 구 지방자치법 제15조 본문의 ‘법령의 범위 안에서’란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를 가리키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7. 2. 9. 선고 2006추45 판결)고 보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위와 같은 조례제정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항에 대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를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 제117조 제1항지방자치법 제15조가 규정하는 바와 동일한 취지의 것이고, 조례 제정·개폐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이란 지방자치법 기타 이미 존재하는 법령의 내용과 모순되거나 저촉되는 사항을 일컬으며, 일반적으로 ‘법령’은 법률, 명령(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구체적 상황에서 조례제정·개폐청구의 대상으로 된 사항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령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어느 정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에 반하는지 여부

(1) 주민의 조례·개폐청구권의 성격

우리 헌법은 지방자치제도를 보장하기 위하여 제117조에서 “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②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18조에서 “①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② 지방의회의 조직ㆍ권한ㆍ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즉 헌법 제117조 및 제

118조가 보장하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자치단체의 존재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으로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인 것이다(헌재 1994. 12. 29. 94헌마201 , 판례집 6-2, 510, 522). 한편, 헌법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를 통하여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지 주민발안에 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물론 이러한 대표제 지방자치제도를 보완하기 위하여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의 제도가 도입될 수도 있고, 실제로 구 지방자치법은 주민에게 주민투표권(제13조의2)과 조례의 제정 및 개폐청구권(제13조의3) 및 감사청구권(제13조의4)을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도는 어디까지나 입법에 의하여 채택된 것일 뿐, 헌법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조례제정·개폐청구권을 주민들의 지역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에 관한 권리 내지 주민발안권으로 이해하더라도 이러한 권리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참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 판례집 13-1, 1431, 1440 참조), 입법자에게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의 형성권이 폭넓게 인정된다(헌재 2006. 2. 23. 2005헌마403 , 판례집 18-1상, 320).

(2) 판 단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을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권의 행사 대상에서 제외하고(제13조의3 제1항 제1호),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가 있는 경우 그 행사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심사하여 청구를 수리 또는 각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같은 조 제6항).

우리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 지방자치법 제15조(현행 제22조)는 이를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으며,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규정하는바, 이에 따라 조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되어야 하고, 이것은 주민이 자치입법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법령에 위반하는 사항에 대해 조례제정·개폐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청구대상에서 제외한 구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1항 제1호는 이와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확정된 조례안에 대한 사법심사가 가능함에도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이 제정·개폐를 청구한 조례안이 상위법에 위반되더라도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조례로 제정될 수 있도록 하고, 사후적으로 사법심사를 거쳐 무효화되도록 하는 것은 지방행정의 낭비를 초래하고, 자치입법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야기하며, 회복하기 어려운 법질서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차단장치를 둔 것이 입법자의 자의적인 법형성권의 행사로서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이는 ‘법령에 위반하는’ 조례안 의결시의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의요구권한(현행 지방자치법 제107조 제1항) 및 대법원에의 제소권(현행 지방자치법 제107조 제3항) 인정과 맥락이 유사한 것이다.

한편, 구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6항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조례제정·개폐청구의 대상이 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의적 권한 행사로 주민의 조례제정·개페청구권을 유명무실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의 권한남용의 문제일 뿐 규범에 내재한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가 각하되는 경우 이를 청구한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각하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남용으로 인한 지방자치제도의 형해화의 문제가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 밖에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주권의 원리는 국민이 국가의사의 형성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특정한 방식으로만 국가권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 헌법은 국민주권의 행사방식으로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예외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으나 국민이 직접 국민투표를 제안할 귄리(소위 국민발안권)는 인정하고 있지 않음을 고려할 때 주민발안권의 인정 여부나 구체적 범위가 국민주권의 원리의 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는 볼 수 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청구인은 또한, 법령에 위반하는 사항에 대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각하할 수 있도록 한 구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제6항이 권력분립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

들은 주민의 위법한 사항에 대한 조례제정·개폐청구에 관한 절차적 통제규정으로서 그 자체가 지방의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는바, 이러한 사항이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현행 지방자치법상의 조례안의 발의(제66조)·심의·의결(제26조, 제39조 제1항 제1호, 제107조)에 관한 지방의회의 법률상의 권한을 축소시키거나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

4.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이동흡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가.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의의와 내용

제도적 보장은 객관적 제도를 헌법에 규정하여 당해 제도의 본질을 유지하려는 것으로서, 헌법에 의하여 일정한 제도가 보장되면 입법자는 그 제도를 설정하고 유지할 입법의무를 지게 될 뿐만 아니라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률로써 이를 폐지할 수 없고, 비록 내용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는 이러한 제도적 보장의 하나로서 그 본질적 내용은 자치단체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상 자치단체의 보장은 주민의 의사에 따라 지방행정을 처리하는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주의에 기초하여 국가 내의 일정한 지역을 토대로 하는 독립단체가 그 단체의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을 통하여 그 단체의 사무를 처리하는 ‘단체자치’를 포괄한다(헌재 2006. 2. 23. 2005헌마403 , 판례집 18-1상, 320, 334-335 참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는 주민이 지방행정작용 중의 하나인 자치입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민자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규정들이 헌법상 보장된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명하려면 우선 주민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

나. 주민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

헌법은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는 자치행정권을 부여하고(헌법 제117조 제1항), 자치행정을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을 두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118조 제1항, 제2항). 즉 우리 헌법은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인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지방행정을 운영하는 대표민주제 내지 간접민주제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주민이 선거를 통하여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이나 장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구 지방자치법 제26조의2, 제86조).

그런데 대표기관에 의한 지방행정의 운영이 때때로 주민의 의사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대표민주제에 대한 예외로서 주민에게 직접 자기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민의에 반하는 지방행정을 바로잡고 대표민주제에 동반되는 폐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도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헌법상 보장된 주민자치제도가 형해화되고 말 것이므로, 이 경우에 대표민주제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제적 장치는 헌법상 보장된 주민자치제의 본질적인 내용에 해당한다.

결국 우리 헌법상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 중 하나인 주민자치제도는 주민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이나 장의 선거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지방행정에 참여하는 간접민주제를 원칙으로 하되, 대표기관에 의한 지방행정의 운영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지방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직접민주제를 가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부터 주민자치와 관련된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하는 입법이나 주민이 민의에 반하는 지방행정을 시정하기 위하여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입법은 헌법상 보장되는 주민자치체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다. 이 사건 법률규정들이 지방의회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을 대표하고, 지방행정사무와 법령의 범위 안에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결정하며, 지방행정사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의 대표로서 집행기관의 업무를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헌재 2006. 2. 23. 2005헌마403 , 판례집 18-1상 320, 332).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어느 조례의 발안에 대하여 이를 조례로서 성립시킬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고유한 권한인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의 발안권 행사에 대하여 그 발안 내용의 적부를 사전에 다른 기관에서 심사하여 이를 저지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지방의회제도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된다. 같은 맥락에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에 대하여서도 그 적부를 사전에 심사하여 이를 저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방의회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를 심사하여 법령에 위반되는 조례안을 각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규정들은 주민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지방의회의 고유한 권한인 조례제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라. 이 사건 법률규정들이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를 형해화하는지 여부

(1)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의 헌법적 의의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상 보장된 주민자치제도는 간접민주제를 원칙으로 하되, 대표기관에 의한 지방행정의 운영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주민에게 직접 자기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대표민주제에 동반되는 폐해를 제거하는 방도를 마련할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 이에 따라 구 지방자치법은 직접민주제의 한 형태로서 주민에게 조례제정개폐청구권(구 지방자치법 제13조의3)을 인정함으로써 조례의 본래 발안권자인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 제3의 발안권의 행사로서 주민이 스스로 조례안을 작성하여 의회에 그 심의를 청구하는 방도를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는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그 정당한 활용은 십분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2) 판 단

(가) 다수의견은 주민이 발안한 조례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성립한 후 대법원에서 폐기되면 지방행정의 낭비 및 자치입법에 대한 신뢰실추를 초래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법질서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들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발안하여 성립한 조례안에 대하여 대법원이 무효판결을 내리는 경우에도 지방행정의 낭비 및 자치입법에 대한 수범자의 신뢰실추를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사전심사를 통하여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발안 역시 차단할 수 있다는 심히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바, 이는 대법원의 조례에 대한 사법심사

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 되어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극히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려면 주민이 발의한 조례안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각하한 후 행정쟁송에서 주민이 승소함으로써 조례제정개폐절차가 다시 진행되는 경우 불필요한 쟁송으로 인하여 그 주민이 떠안게 되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의 낭비, 조례제정개폐의 지연 및 소송비용 부담에 따른 지방행정의 낭비, 쟁송기관의 인적·물적 낭비 등을 주민이 발안한 조례가 대법원에서 폐기되는 경우 발생하는 지방행정의 낭비 등과 비교하여 후자의 비용이 전자의 비용을 초과한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뚜렷한 실증적 분석이나 자료도 없다.

(나) 설령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이 발의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지방의회에 제출하고 지방의회가 이를 심의하여 그와 같은 조례를 성립시키지 않음으로써도 얼마든지 달성될 수 있다.

(다) 한편, 다수의견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의적 권한행사로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가능성은 사실상의 권한남용의 문제일 뿐 이 사건 법률규정들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조례제정개폐청구의 각하사유인 ‘법령에 위반하는 사항’이라는 표지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광범위한 결정의 공간을 확보하여 줌으로써 자의적 권한행사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법령과 조례의 각각의 규정 취지, 규정의 목적과 내용 및 효과 등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모순·저촉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개별적·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것인 만큼(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2추16 판결 참조), 지방자치단체장이 문제되는 법령과 주민이 제정이나 개폐를 청구한 조례의 각 규정 취지나 목적과 내용 및 효과 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양자 사이의 모순·저촉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의적인 권한행사에 따른 각하처분에 대하여는 조례제정개폐청구를 한 주민이 행정쟁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지방자치제도의 형해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의 각하처분에 대하여 행정쟁송수단으로 불복하여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주민자치의 주체인 주민이 이러한 부담을 떠안아야 할 아무런 이

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러한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 함으로써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3)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들은 주민의 조례제정개폐청구제도를 형해화시켜 주민자치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마.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들은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