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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1. 10. 25. 선고 2009헌바234 판례집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 제2항 제4호 위헌소원]
[판례집23권 2집 774~79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개인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관한 당해 사건에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대상에서 제외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625조 제2항 제4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간접적으로 적용되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4. 개인회생절차에 따른 면책결정이 있는 경우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달리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면책되지 아니하는 내용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당해 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은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의 기각사유로 ‘개인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때’를 정하고 있는 법 제595조 제6호인데,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여 면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 채무가 있는 경우에도 법 제595조 제6호에 해당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의 재판에 간접적으로 적용되고, 당해 사건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인 법 제595조 제6호와 내적 관련이 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는 개인회생절차에서 독자적으로 창설된 개념이 아니라, 민법 제750조에 규정된 일반불법행위 및 민법 제5장과 특별법에 규정된 특수불법행위에서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다. 한

편, 법 제625조 제2항 제5호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

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채무로 규정한 것과 대비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경우와 타인의 재산을 침해한 경우 등을 모두 포섭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또한,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모두 성립하여 경합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법관의 자의적 해석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해할 정도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채무자의 재기ㆍ갱생을 통한 채권자의 이익 도모와 사회적 차원의 경제적 손실 방지 등의 입법목적을 고려할 때 개인회생절차를 통한 면책을 단순히 재산상 이익의 기대 또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회생절차를 통하여 면책을 받을 권리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채무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이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적인 변제를 받게 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채무자가 고의로 타인의 재산을 침해한 불법행위의 비난가능성이 고의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의 비난가능성보다 반드시 가볍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한정하여 면책되지 않는 채무로 규율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과도하게 채무자의 재산권을 제한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모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되지 않는 채무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이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이 채무자의 제한되는 재산권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입법자는 피해자의 사후적인 구제와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과 분배를 참작하고, 자신의 자유의사와 위험판단에 따라 법률행위

를 한 계약관계의 채권자와는 달리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채권자는 채무자와 무관한 불특정한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라는 반규범적 행위를 억제할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개인회생절차에 따른 면책결정이 있는 경우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달리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면책되지 아니하는 내용으로 입법한 것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차별취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동흡의 심판대상에 관한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지만, 당해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개인회생절차 개시 여부와 관련하여 아무런 규율이 되지 아니하고, 법 제595조 제6호를 함께 살펴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청구인은 묵시적으로나마 법 제595조 제6호에 대하여도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는 명시적으로 위헌제청신청을 한 조항(법 제625조 제2항 제4호)과 필연적으로 연관관계를 맺고 있어서 법원이 그 조항(법 제595조 제6호)에 관하여도 묵시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이 있었다고 못 볼 바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에는 법 제625조 제2항 제4호뿐만 아니라 제595조 제6호의 위헌 여부도 포함시켜 함께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②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1.~3. 생략

4.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5.~8. 생략

③ 생략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제589조(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서) ① 개인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1. 채무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2. 신청의 취지 및 원인

3. 채무자의 재산 및 채무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서면에는 다음 각 호의 서류를 첨부하여야 한다.

1. 개인회생채권자목록(채권자의 성명 및 주소와 채권의 원인 및 금액이 기재된 것을 말한다)

2. 재산목록

3. 채무자의 수입 및 지출에 관한 목록

4. 급여소득자 또는 영업소득자임을 증명하는 자료

5. 진술서

6. 신청일 전 10년 이내에 회생사건·화의사건·파산사건 또는 개인회생사건을 신청한 사실이 있는 때에는 그 관련서류

7. 그 밖에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서류

③ 생략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제595조(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의 기각사유) 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개인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1. 채무자가 신청권자의 자격을 갖추지 아니한 때

2. 채무자가 제589조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하거나 또는 법원이 정한 제출기한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

3. 채무자가 절차의 비용을 납부하지 아니한 때

4. 채무자가 변제계획안의 제출기한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

5. 채무자가 신청일 전 5년 이내에 면책(파산절차에 의한 면책을 포함한다)을 받은 사실이 있는 때

6. 개인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때

7. 그 밖에 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하거나 상당한 이유 없이 절차를 지연시키는 때

책결정) ① 법원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면책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

② 법원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도 다음 각 호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때에는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은 후 면책의 결정을 할 수 있다.

1. 채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변제를 완료하지 못하였을 것

2. 개인회생채권자가 면책결정일까지 변제받은 금액이 채무자가 파산절차를 신청한 경우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을 금액보다 적지 아니할 것

3. 변제계획의 변경이 불가능할 것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면책을 불허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1. 면책결정 당시까지 채무자에 의하여 악의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개인회생채권이 있는 경우

2. 채무자가 이 법에 정한 채무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④ 법원은 면책의 결정을 한 때에는 그 주문과 이유의 요지를 공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송달은 하지 아니할 수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제625조(면책결정의 효력) ① 면책의 결정은 확정된 후가 아니면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

②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1.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

2. 제583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조세 등의 청구권

3. 벌금·과료·형사소송비용·추징금 및 과태료

4.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5.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6.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7.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

8. 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하여야 할 비용

③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그 밖에 채무자와 더불어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9.6.24. 98헌바42 , 판례집 11-1, 742, 749

헌재 1999.12.23. 98헌바33 , 판례집 11-2, 732, 744

헌재 2000.

1.

27. 99헌바23 , 판례집 12-1, 62, 71

헌재 2001.10.25. 2000헌바5 , 판례집 13-2, 465, 475

헌재 2010.2.25. 2007헌바131 등, 판례집 22-1상, 104, 120

2. 헌재 1992.2.25. 89헌가104 , 판례집 4, 78-79

헌재 2007.10.25. 2005헌바96 , 판례집 19-2, 467, 478

헌재 2009.9.24. 2007헌바118 , 판례집 21-2상, 588, 597

대법원 2002.7.12. 선고 2001다46440 판결

3. 헌재 1999.4.29. 94헌바37 , 판례집 11-1, 289, 310

헌재 2001.6.28. 99헌바106 , 판례집 13-1, 1307, 1316-1317

헌재 2003.6.26. 2002헌마484 , 판례집 15-1, 802, 808

헌재 2008.10.30. 2007헌마206 , 판례집 20-2상, 1149, 1162

헌재 2009.7.30. 2007헌바110 , 판례집 21-2상, 197, 215

헌재 2010.4.29. 2007헌바40 , 판례집 22-1상, 606, 613-614

4.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24 판결

당사자

청 구 인박○광국선대리인 변호사 정해영

당해사건대법원 2009마1194 개인회생결정에 대한 이의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청구인은 구○용 등과 공모하여 2004. 1. 31.경 청구인이 이주택지 우선분양권을 배정받은 것처럼 가장하여 이를 이○옥, 이○운에게 매도하고, 그 대금 명목으로 4천만 원을 교부받아 그 중 2천만 원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2007. 10. 24. 사기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받고, 그 무렵 확

정되었다(부산지방법원 2006고단4843등).

(2) 이○옥은 2007. 11. 2. 청구인 등을 상대로 이주택지 분양권 양도의무 불이행에 따른 약정배상금 2억 2,5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부산지방법원 2007가합21019), 그 소송진행 중 청구인이 2008. 4. 15.까지 이○옥에게 손해배상금 1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화해가 성립되었다.

(3) 청구인은 2008. 6. 3.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다가 2008. 8. 12. 기각되자(부산지방법원 2008개회24051) 즉시항고를 제기하였으나, 양수대금 4천만 원에 대한 배상채무는 청구인이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로서 면책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이에 관하여 개인회생절차를 개시하는 것은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2009. 6. 기각되었다(부산지방법원 2008라484).

(4) 이에 청구인은 재항고를 제기하고(대법원 2009마1194), 그 사건계속 중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625조 제2항 제4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9. 8. 28. 모두 기각되자, 2009. 9.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법원이 법률의 위헌제청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한 경우에만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원이 한 위헌제청신청 기각 결정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 규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추가한 경우 그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헌재 1997. 11. 27. 96헌바12 , 판례집 9-2, 607, 618; 헌재 2001. 9. 27. 2000헌바13 , 판례집 13-2, 316, 320 참조).

청구인은 2009. 9. 10.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결정이 있더라도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제625조 제2항 제4호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이후, 2010. 7. 28. ‘개인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때’를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의 기각사유로 정한 법 제595조 제6호를 심판대상으로 추가하였으나, 법 제595조 제6호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한 바 없고, 법원도 이에 대한 기각 결정을 한 바 없어, 그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서 제외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법 제625조 제2항 제4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

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관련조항을 포함하여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625조(면책결정의 효력) ②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4.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관련조항]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의로 신체 및 생명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만을 면책대상으로 규정한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그 이외에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까지 포함하여 면책대상으로 규정한 것인지 명백하지 아니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나. 법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ㆍ주주ㆍ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ㆍ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개인회생절차의 면책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저해하므로 청구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고의로 재산에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재산적 손해라는 점에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만 면책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다.

라. 법 제595조 제6호는 무엇이 채권자의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법 제309조에 규정된 파산신청의 기각사유와 비교할 때 개인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한 채무자를 차별하며 채권자의 권리만을 우선시하여 사회국가원리에 반하고, 생존권적 기본권을 침해한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당해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 법률조항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헌

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결정되거나 그 의미가 달라짐으로써 당해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과 같이, 양 규범 사이에 내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적용되는 법률규정에 대하여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0. 1. 27. 99헌바23 , 판례집 12-1, 62, 71; 헌재 2001. 10. 25. 2000헌바5 , 판례집 13-2, 465, 475; 헌재 2010. 2. 25. 2007헌바131 등, 판례집 22-1상, 104, 120 등).

그리고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에 있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독자적인 심사를 하기보다는 되도록 이에 관한 법원의 법률적인 견해를 존중해야 할 것이며, 다만 그 전제성에 관한 법률적인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을 때에는 헌법재판소가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헌재 1999. 6. 24. 98헌바42 , 판례집 11-1, 742, 749; 헌재 1999. 12. 23. 98헌바33 , 판례집 11-2, 732, 744 참조).

이 사건의 당해 사건은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회생절차의 개시결정으로 개시된 절차 중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 이후에 법원이 최종적으로 채무자의 면책 여부를 결정하였을 때 그 면책결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개인회생절차의 개시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그 개시 여부의 결정에 적용되는 조항은 아니다.

당해 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은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의 기각사유로 ‘개인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때’를 정하고 있는 법 제595조 제6호인데, 당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여 면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 채무가 있는 경우에도 법 제595조 제6호에 해당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청구인의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을 기각한 원심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의 재판에 간접적으로 적용되고, 그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개인회생절차 개시 여부의 결정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는 등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므로, 당해 사건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인 법 제595조 제6호와 내적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에 따라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당해 사건 법원은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각하하지 아니하고 기각하

였는데,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라고 본 법

원의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고의로 신체 및 생명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신체 및 생명 이외에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명백하지 아니하다고 주장한다.

(2) 모든 법률은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행정기관이나 사법기관이 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그 기준으로 명확해야만 한다.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의 입법에 대하여 요구되나, 모든 법률에 있어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그 조항의 성격에 따라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법기술상 부득이 어느 정도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 판례집 4, 78-79).

그런데 민사법규는 사회현실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흠결 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하므로, 형벌법규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07. 10. 25. 2005헌바96 , 판례집 19-2, 467, 478; 헌재 2009. 9. 24. 2007헌바118 , 판례집 21-2상, 588, 597 참조).

(3)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는 개인회생절차에서 독자적으로 창설된 개념이 아니라, 민법 제750조에 규정된 일반불법행위 및 민법 제5장과 특별법에 규정된 특수불법행위에서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다.

불법행위에 있어서 고의는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감히 이를 행하는 심리상태로서, 객관적으로 위법이라고 평가되는 일정한 결과의 발생이라는 사실의 인식만 있으면 되고 그 외에 그것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까지 인식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다46440 판결 참조).

또한, 민법 제750조, 제753조제754조를 종합하면, 불법행위의 일반적인 성립요건으로는,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행위’, ‘가해자의 책임능력’, ‘가해행위의 위법성’, ‘가해행위에 의한 손해발생’이라는 4가지를 들 수 있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법 제625조 제2항 제5호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채무로 규정한 것과 대비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경우와 타인의 재산을 침해한 경우 등을 모두 포섭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의 의미는 대체로 법관의 특별한 보충적 해석이 없더라도 그 내용을 확정하기 어렵지 않고, 나아가 개별적인 사안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을 보충하는 법관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더욱 구체화되고 명확하게 될 수 있다.

(4) 또한 고의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모두 성립하여 양 청구권이 경합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기준 없이 법관의 자의적 해석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해할 정도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재산권 침해 여부

(1) 재산권 제한 여부

(가)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결정이 있으면 법 제625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채무자는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한 책임이 면제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면책결정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개인회생절차를 통한 면책의 기회가 배제되는 것을 재산권의 제한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저해하여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인데, 개인회생절차의 면책결정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하는 채무를 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유권이나 자유권

의 제한영역에 관한 규정이 아니므로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헌

재 1995. 7. 21. 93헌가14 , 판례집 7-2, 1, 32; 헌재 2008. 10. 30. 2006헌바35 , 판례집 20-2상, 793, 804-805 참조).

(나)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공법상ㆍ사법상의 권리’이고, 이 때 재산권보장에 의하여 보호되는 재산권은 ‘사적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가 있는 구체적 권리’를 의미한다(헌재 1992. 6. 26. 90헌바26 , 판례집 4, 362, 372; 헌재 1996. 8. 29. 95헌바36 , 판례집 8-2, 90, 103; 헌재 2010. 4. 29. 2007헌바40 , 판례집 22-1상, 606, 613).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의 범위에는 동산ㆍ부동산에 대한 모든 종류의 물권은 물론, 재산가치 있는 모든 사법상의 채권과 특별법상의 권리 및 재산가치 있는 공법상의 권리 등이 포함되나, 단순한 기대이익이나 반사적 이익 또는 경제적인 기회 등은 재산권에 속하지 않는다(헌재 2003. 6. 26. 2002헌마484 , 판례집 15-1, 802, 808 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개인회생절차를 통하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를 법률로 구체적으로 형성한 것인데, 채무자의 재기ㆍ갱생을 통한 채권자의 이익 도모와 사회적 차원의 경제적 손실 방지 등의 입법목적을 고려할 때 개인회생절차를 통한 면책을 단순히 시혜적 입법의 시혜대상이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의 기대 또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도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결정이 있었던 경우 채무자의 보증인이나 담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84조 제3항에 대하여 면책결정에 따른 채무 또는 책임의 감면이라는 재산상의 법적이익을 향유하는 범위를 규정함에 따라 보증인의 재산권의 보호영역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헌재 2008. 10. 30. 2007헌마206 , 판례집 20-2상, 1149, 1162).

사적유용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권리가 권리주체에게 귀속되어 그 주체의 이익을 위해 이용 가능해야 하는데(헌재 2010. 4. 29. 2007헌바40 , 판례집 22-1상, 606, 614), 개인회생절차를 통하여 면책을 받을 권리는 채무자에게 사적유용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원칙적인 처분권이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처분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데(헌재 2010. 4. 29. 2007헌바40 , 판례집 22-1상, 606, 614), 채무와 같은 소극재산의 내용과 한계를 형성하는 법률에 관해서는 채무자가 ‘원칙적 처분권’이라는 것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

할 수 있으나, 개인회생절차를 통하여 면책을 받은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임의로 면책된 채무를 변제할 것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원칙적 처분권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또한 개인회생절차를 통한 면책은 채무자에게 재산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회생절차를 통하여 면책을 받을 권리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채무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성격과 심사기준

(가) 헌법상의 재산권에 관한 규정은 다른 기본권 규정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기본권 형성적 법률유보의 형태를 띠고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은 재산권 형성적 법률유보에 의하여 실현되고 구체화하게 되며, 따라서 재산권의 구체적 모습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 판례집 5-2, 36, 44; 헌재 2001. 6. 28. 99헌바106 , 판례집 13-1, 1307, 1316-1317).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한 개인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와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고 채권자에게는 파산선고 시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변제를 받게 하려는 제도이다.

이러한 개인회생절차가 입법됨에 따라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채무자가 보호받는 한편, 면책결정은 채권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회생절차에서 확정된 면책결정의 효력 범위를 일반ㆍ추상적으로 형성하는 법률조항으로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에 관한 규정이라 할 것이다.

(나) 입법자가 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하여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의 원칙과 재산권의 제한을 요청하는 공익 등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성을 비교 형량하여, 양 법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하고, 입법자가 형성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는가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의하여 판단하게 된다(헌재 1999. 4. 29. 94헌바37 , 판례집 11-1, 289, 310). 다만, 입법자는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 광범한 입법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는 사회적 제약이 비례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미 형성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

의 경우에 비하여 보다 완화된 기준에 의하여 심사한다(헌재 2009. 7. 30. 2007

헌바110, 판례집 21-2상, 197, 215).

(3) 비례원칙 위배 여부

(가)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이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적인 변제를 받게 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나) 개인회생절차에 있어 면책제도는 성실하게 변제계획을 수행하는 채무자의 회생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채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채무자와 채권자의 기본권 사이에 법익의 균형을 도모하고, 조화로운 범위 내에서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요청되므로, 입법자는 정책적인 이유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에 기한 채무에 대해서는 확정된 면책결정에도 불구하고 면책의 효력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재량이 있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법 제625조 제2항은 벌금 등 형사벌이나 질서벌의 성격을 가진 청구권,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중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등 일정한 비난가능성이 있는 채무와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 등 채무, 양육 및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하여야 할 비용 등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청구권들에 대해서는,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결정이 있는 경우에도 책임을 면제하지 아니하고 있다.

만약,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도 면책결정으로 책임이 면제된다면, 개인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에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반면에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도 현실적으로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게 되어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정의 관념에 맞지 아니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채무자가 고의로 타인의 재산을 침해한 불법행위의 비난가능성이 고의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의 비난가능성보다 반드시 가볍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 제625조 제2항 제5호처럼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한정하여 면책되지 않는 채무로 규율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과도하게 채무자의 재산권을 제한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입법자는 면책되지 않는 채무의 범위를 고의로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

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한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입법형성에 있어서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또한,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결정을 받았다고 하여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까지 책임이 면제될 것이라고 믿을 신뢰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모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되지 않는 채무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이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이 채무자의 제한되는 재산권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평등원칙 위배 여부

(1) 청구인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고의로 재산에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재산적 손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것인데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만을 면책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고의로 재산에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 여부에 있어서 다르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

그런데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한 평등원칙은 결코 일체의 차별적인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ㆍ실질적인 평등을 뜻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차별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3)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와 채무불이행은 법률이 허용하지 않는 위법행위라는 데 공통점이 있으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채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자유의사에 바탕을 둔 계약의 효과인 반면,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는 당사자 사이의 자유의사의 합치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므로, 채무불이행책임에서는 1차적으로 계약당사자의 의사와 행위를 고려하고 당사자의 사전의 예측가능성을 존중하는 반면, 불법행위책임에서는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피해에 대한 사후적 구제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가해행위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객관적인 사회규범에서 찾게 된다.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까지 면책의 효력이 미

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도 현실적으로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게 되어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는 정의 관념에도 맞지 아니한다(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24 판결 참조).

과실보다 비난가능성이 큰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반규범적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입법자는 피해자의 사후적인 구제와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과 분배를 참작하고, 자신의 자유의사와 위험판단에 따라 법률행위를 한 계약관계의 채권자와는 달리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채권자는 채무자와 무관한 불특정한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라는 반규범적 행위를 억제할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개인회생절차에 따른 면책결정이 있는 경우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달리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면책되지 아니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입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입법목적, 사회실정 및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특성 등을 참작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차별취급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동흡의 심판대상에 관한 별개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이동흡의 심판대상에 관한 별개의견

가.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 법 제595조 제6호의 위헌 여부 또한 심판대상에 포함시켜 함께 판단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심판대상에 관한 별개의견을 밝힌다.

나.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결정이 있더라도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책대상에서 제외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법 제625조 제2항 제4호)은 개인회생절차의 개시결정으로 개시된 절차 중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 이후에 법원이 최종적으로 채무자의 면책 여부를 결정하였을 때 그 면책결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개인회생절차의 개시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그 개시 여부의 결정에 적용되는 조항은 아니다.

당해 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은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 기각사유로 ‘개인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때’를 규정하고 있는 법 제595조 제6호이고, 청구인은 2010. 7. 28. 제출한 보충서면에서 법 제595조 제6호의 위헌 여부를 추가하는 청구취지 변경을 신청하였다.

당해 사건의 원심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채무는 면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채무가 있는 경우에도 법 제595조 제6호에 해당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청구인의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하였고, 대법원은 이에 대한 재항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개인회생절차 개시 여부와 관련하여 아무런 규율이 되지 아니하고, 법 제595조 제6호를 함께 살펴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청구인은 묵시적으로나마 법 제595조 제6호에 대하여도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는 명시적으로 위헌제청신청을 한 조항(법 제625조 제2항 제4호)과 필연적으로 연관관계를 맺고 있어서 법원이 그 조항(법 제595조 제6호)에 관하여도 묵시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이 있었다고 못 볼 바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법 제595조 제6호는 비록 위헌제청신청과 그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에서 직접 다루어지지 않은 법률조항이라고 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에 포함시켜 함께 판단할 수 있다(헌재 2001. 1. 18. 2000헌바29 , 판례집 13-1, 111, 114; 헌재 2001. 6. 28. 99헌바34 , 판례집 13-1, 1255, 1259 참조).

라.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에는 법 제625조 제2항 제4호뿐만 아니라 제595조 제6호의 위헌 여부도 포함시켜 함께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별지

[별지] 관련조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제589조(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서) ① 개인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1. 채무자의 성명ㆍ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2. 신청의 취지 및 원인

3. 채무자의 재산 및 채무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서면에는 다음 각 호의 서류를 첨부하여야 한다.

1. 개인회생채권자목록(채권자의 성명 및 주소와 채권의 원인 및 금액이 기재된 것을 말한다)

2. 재산목록

3. 채무자의 수입 및 지출에 관한 목록

4. 급여소득자 또는 영업소득자임을 증명하는 자료

5. 진술서

6. 신청일 전 10년 이내에 회생사건ㆍ화의사건ㆍ파산사건 또는 개인회생사건을 신청한 사실이 있는 때에는 그 관련서류

7. 그 밖에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서류

제595조(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의 기각사유) 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개인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1.채무자가 신청권자의 자격을 갖추지 아니한 때

2.채무자가 제589조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하거나 또는 법원이 정한 제출기한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

3.채무자가 절차의 비용을 납부하지 아니한 때

4.채무자가 변제계획안의 제출기한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

5.채무자가 신청일 전 5년 이내에 면책(파산절차에 의한 면책을 포함한다)을 받은 사실이 있는 때

6.개인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때

7.그 밖에 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하거나 상당한 이유 없이 절차를 지연시키는 때

제624조(면책결정) ① 법원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면책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

② 법원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도 다음 각 호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때에는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은 후 면책의 결정을 할 수 있다.

1.채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변제를 완료하지 못하였을 것

2.개인회생채권자가 면책결정일까지 변제받은 금액이 채무자가 파산절차를 신청한 경우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을 금액보다 적지 아니할 것

3.변제계획의 변경이 불가능할 것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면책을 불허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1.면책결정 당시까지 채무자에 의하여 악의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개인회생채권이 있는 경우

2.채무자가 이 법에 정한 채무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④ 법원은 면책의 결정을 한 때에는 그 주문과 이유의 요지를 공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송달은 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625조(면책결정의 효력) ① 면책의 결정은 확정된 후가 아니면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

②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1.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 되지 아니한 청구권

2.제583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조세 등의 청구권

3.벌금ㆍ과료ㆍ형사소송비용ㆍ추징금 및 과태료

5.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6.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ㆍ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7.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

8.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하여야 할 비용

③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그 밖에 채무자와 더불어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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