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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1. 18. 선고 2000헌바29 결정문 [수표법 제28조 제2항 등 위헌소원 (동법 제29조 제1항)]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김○립

국선대리인 변호사 손진곤

당해사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98고단2854 부정수표단속법위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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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수표법 제28조 제2항에 대한 청구를 각하한다.

수표법 제29조 제1항 및 제4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당좌수표 6매 합계 금 42,625,000원 상당을 부도낸 후 1998. 7. 31.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원에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로 불구속기소되었다. 그런데 위 당좌수표들은 소위 ‘선일자수표’로 실제 발행일이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자보다 2~5개월 가량 앞서는 것들이며,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에 이르러 각 지급제시되었으나 모두 거래정지로 지급되지 않았다.

위 형사피고사건에서 청구인은 장래의 일자를 발행일로 기재하여 수표를 발행하는 것은 무효이고, 따라서 선일자수표는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이 아닌 실제의 발행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표법 제28조 제2항제29조 제1항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수표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98초743)을 하였으나, 2000. 2. 23. 기각되자, 같은 해 3.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국선대리인선임을 신청하였고, 이에 따라 선임된 국선대리인이 같은 해 4.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

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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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원칙적으로 청구인이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법원에서 기각당한 법률조항인 수표법(1962. 1. 20. 법률 제1002호) 제28조 제2항제29조 제1항의 위헌여부가 될 것이다(헌재 1994. 4. 28. 91헌바14 , 판례집 6-1, 281, 294 참조).

그러나 청구인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선일자수표의 경우 그 지급제시기간을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자가 아닌 실제발행일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위헌제청신청 및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른 것인데, 수표법 제29조 제1항은 국내수표의 지급제시기간은 10일간이라는 것으로, 이것만으로는 청구인이 다투는 선일자수표의 기산일에 관한 아무런 규율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여기에 반드시 기산일에 관한 규정인 같은 조 제4항을 보태어 보아야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즉 수표법 제29조 제4항은 같은 조 제1항을 보충하는 규정으로서 이 두 규정은 이 사건에서 서로 필연적 연관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묵시적으로나마 선일자수표의 기산일에 관한 법률조항인 같은 조 제4항에 대하여도 위헌제청신청이 있었고, 그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도 있었다고 못 볼 바 아니므로 이를 심판대상에 포함시켜 함께 판단하기로 한다.

이들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8조(수표의 일람출급성) ② 기재된 발행일자의 도래전에 지급을 위하여 제시된 수표는 그 제시한 날에 이를 지급하여야 한다.

제29조(지급제시기간) ① 국내에서 발행하고 지급할 수표는 10일 이내에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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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및 ③ 각 생략)

④ 전3항의 기간은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자로부터 기산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수표는 일람출급성 지급증권으로 지급기간이 단기간이어야 하므로, 수표를 발행하면서 실제 발행일이 아닌 다른 발행일자를 기재하는 것은 무효이고, 그러한 발행일의 기재가 있는 경우에도 기재된 발행일이 아닌 실제의 발행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제시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수표법 제29조 제1항은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자로부터 10일 이내에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나아가 수표법 제28조

제2항은 발행일자로 기재된 날의 이전이라도 언제든지 지급제시를 할 수 있다는 취지를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장기간의 제시기간을 허용하여 수표를 신용증권화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이 지향하는 경제정의에 반하고 수표발행자에게 부당한 형사처벌을 받게 할 위험이 있으므로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헌법 제119조의 경제질서, 헌법 제124조의 소비자보호운동의 보장에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이 발행한 위 당좌수표들은 모두 지급제시기간을 도과한 후에 제시된 수표들이어서 적법한 지급제시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정수표단속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재판의 전제성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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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하여는 문제된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재판의

전제성이라 함은 문제된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5. 7. 21. 93헌바46 , 판례집 7-2, 48, 58 ; 1997. 11. 27. 92헌바28 , 판례집 9-2, 548, 562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이 청구인에 대한 위 형사피고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인지, 또 이들 조항이 위헌무효가 되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게 되는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먼저 수표법 제28조 제2항에 관하여 보면, 이는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자의 도래전에 지급을 위하여 제시된 수표도 그 제시된 날에 바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규정으로, 청구인에 대한 위 형사피고사건에서와 같이 선일자수표이기는 하나 미리 지급제시되지 아니하고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지급제시된 수표들의 경우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표법 제29조 제1항 및 제4항에 관하여 보건대, 부정수표단속법은 지급제시기간에 적법하게 지급제시된 수표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위 형사피고사건에 간접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으며, 만약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 조항을 위헌으로 선언한다면 위 형사피고사건에서 재판의 주문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즉 이 사건 위헌심판청구 중 수표법 제28조 제2항에 대한 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한 반면, 같은 법 제29조 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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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 및 제4항에 대한 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수표법 제29조 제1항, 제4항의 헌법위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가, 또는 헌법질서에 위반되는가를 아울러 살핀다.

수표법 제29조 제1항, 제4항은 1931년 제네바수표법통일조약에 따라 선일자수표의 제시기간을 실제발행일이 아닌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자로부터 10일임을 규정함으로써 수표의 문언증권성을 확인하여 그 유통성을 확보하고 경제거래상 지급수단으로서의 수표제도의 한 내용을 형성한 것일 뿐, 가사 이로 인하여 장기간의 결제기간이 허용됨에 따라 청구인이 오랫동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불안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청구인이 스스로 이러한 결제수단을 선택함으로써 신용을 누림에 따르는 부담을 자초한 것이지, 국가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던가, 또는 사인간의 경제활동에 대하여 국가가 규제 등 간섭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이로써 수표가 지급증권임을 벗어나 신용증권화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 자체가 경제적 효용과 유용성을 가지고 이용되는 것일 뿐,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여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나 기타 헌법

질서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

4. 결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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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수표법 제28조 제2항에 대한 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고, 수표법 제29조 제1항 및 제4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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