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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2. 5. 31. 선고 2011헌바78 판례집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위헌소원]
[판례집24권 1집 447~45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에 비추어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의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청약을 철회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어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2008. 3. 28. 법률 제9084호로 개정되고, 2010. 3. 17. 법률 제10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를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할부계약의 목적물은 종류가 다양하고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동에 따른 소비행태의 변화로 할부거래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종류도 달라지게 마련이며, 또한 계약 체결의 형태 역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어떠한 할부계약에 관하여 청약을 철회할 수 없도록 할 것인지를 획일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할부계약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해서는 할부거래 상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거래행태를 면밀히 조사하여 수시로 변화하는 거래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으므로, 행정부가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으로 청약의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를 정할 때의 기준으로 ‘목적물의 성질’과 ‘계약 체결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는바, 그 해석을 통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내용의 대강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도록 그 기

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만으로는 수범자인 소비자가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해석하더라도 하위법령에 규율될 내용의 대강조차 전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2008. 3. 28. 법률 제9084호로 개정되고, 2010. 3. 17. 법률 제10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매수인의 철회권) ① 매수인은 다음 각 호의 기간(거래당사자가 다음 각 호의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약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말한다) 이내에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다만,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에 비추어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제4조 제1항에 따른 계약서를 교부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계약서를 교부받은 때보다 목적물의 인도 등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목적물의 인도 등을 받은 날부터 7일

2.제4조 제1항에 따른 계약서를 교부받지 아니한 경우, 매도인의 주소 등이 기재되지 아니한 계약서를 교부받은 경우 또는 매도인의 주소변경 등의 사유로 제1호의 기간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 등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부터 7일

②~⑤ 생략

참조조문

④ 매수인에게 책임있는 사유로 목적물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에는 매수인은 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하지 못한다.

③ 제1항의 경우에 목적물의 반환에 필요한 비용은 매도인이 부담하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소비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청약의 철회를 할 수 없다. 다만, 할부거래업자가 청약의 철회를 승낙하거나 제6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제2호부터 제4호까지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1. 소비자에게 책임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다만, 재화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

2. 사용 또는 소비에 의하여 그 가치가 현저히 낮아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화 등을 사용 또는 소비한 경우

3.시간이 지남으로써 다시 판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 경우

4. 복제할 수 있는 재화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5. 그 밖에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③~⑥ 생략

② 구매자 등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청약의 철회를 하지 못한다.

1.~2. 생략

3.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가치가 현저히 감소될 우려가 있는 상품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품을 사용 또는 소비한 경우

4. 생략

③~④ 생략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5. 6. 30. 대통령령 제18932호로 개정되고, 2010. 9. 17. 대통령령 제223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매수인이 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법 제5조 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 함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사용에 의하여 그 가치가 현저히 감소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목적물을 사용한 경우

가. 선박법에 의한 선박

나. 항공법에 의한 항공기

다.「철도사업법」도시철도법에 의하여 궤도를 운행하는 차량

라.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한 건설기계

마. 자동차관리법에 의한 자동차

바. 냉장고 및 세탁기

사. 낱개로 밀봉된 음반ㆍ비디오물 및 소프트웨어

2. 설치에 전문인력 및 부속자재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목적물을 설치한 경우

가.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제3조 제4호의 규정에 의한 냉동기

나. 전기 냉방기(난방겸용인 것을 포함한다)

다. 보일러

3. 할부가격이 10만 원 이하인 할부계약. 다만,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할부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할부가격이 20만 원 이하인 할부계약으로 한다.

참조판례

헌재 1996. 8. 29. 95헌바36 , 판례집 8-2, 90, 99

헌재 1999. 1. 28. 97헌바90 , 판례집 11-1, 19, 28-29

헌재 2009. 12. 29. 2008헌바48 , 판례집 21-2하, 777, 785

당사자

청 구 인최○완대리인 법무법인 김해&세계담당변호사 허정룡 외 1인

당해사건대법원 2011다5288 물품대금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9. 1. 16. ○○자동차 주식회사(이하 ‘○○자동차’라 한다)와 ‘○○○○ 3.3 럭셔리’ 자동차 1대에 관하여 할부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할부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09. 1. 22. ○○자동차로부터 위 자동차를 인도받았다. 그 후 청구인은 2009. 1. 24. 자동차의 기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자동차측에게 할부계약의 청약을 철회한다고 통보하였으나, ○○자동차측은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단서를 근거로 이 사건 할부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였다.

(2) 청구인은 ○○자동차측을 상대로 창원지방법원에 자동차매매대금의 반환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고(창원지방법원 2009가단11283), 항소 역시 기각되었다(창원지방법원 2010나8956).

이에 청구인은 대법원에 상고한 후(대법원 2011다5288)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1카기54), 상고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1. 4.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전체를 심판대상 조항으로 기재하고 있으나, 청구인의 주장은 같은 항 단서가 할부계약의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면서 그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헌이라는 취지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2008. 3. 28. 법률 제9084호로 개정되고, 2010. 3. 17. 법률 제10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할부거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라 할 것이고,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5조(매수인의 철회권) ① 매수인은 다음 각 호의 기간(거래당사자가 다음 각 호의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약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말한다) 이내에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다만,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에 비추어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제4조 제1항에 따른 계약서를 교부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계약서를 교부받은 때보다 목적물의 인도 등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목적물의 인도 등을 받은 날부터 7일

2.제4조 제1항에 따른 계약서를 교부받지 아니한 경우, 매도인의 주소 등이 기재되지 아니한 계약서를 교부받은 경우 또는 매도인의 주소변경 등의 사유로 제1호의 기간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 등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부터 7일

[관련조항]

제4조(매수인이 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법 제5조 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 함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사용에 의하여 그 가치가 현저히 감소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목적물을 사용한 경우

가. 선박법에 의한 선박

나. 항공법에 의한 항공기

다.「철도사업법」도시철도법에 의하여 궤도를 운행하는 차량

라.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한 건설기계

마. 자동차관리법에 의한 자동차

바. 냉장고 및 세탁기

사.낱개로 밀봉된 음반ㆍ비디오물 및 소프트웨어

2. 설치에 전문인력 및 부속자재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목적물을 설치한 경우

가.고압가스안전관리법 제3조 제4호의 규정에 의한 냉동기

나. 전기 냉방기(난방겸용인 것을 포함한다)

다. 보일러

3.할부가격이 10만 원 이하인 할부계약. 다만,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할부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할부가격이 20만 원이하인 할부계약으로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의미내용을 확정할 수 없으므로 자의적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고,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정하지 아니하여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동차 할부매매계약에 관한 청약의 철회를 제한함으로써 소비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자동차판매회사에 특혜를 부여하여 소비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1) 청약철회권의 의의

청약철회권이란 소비자가 계약을 체결하여 그 효력이 발생한 후에도 소비자에게 구입의 필요성을 재고할 기간을 주고 일정한 기간 안에 구매 의사를 철회한 경우에는 그 계약의 효력이 소멸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는 할부거래의 경우 초기에 지급하여야 할 대금이 아주 적거나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숙고 없이 충동적으로 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비자가 숙고 없이 행한 청약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아무런 불이익 없이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청약철회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2) 할부거래법상의 철회권 규정 및 청약철회권의 입법연혁

할부거래법 제5조 제1항 본문은 일정 기간 안에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항 단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경우에는 청약의 철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할부거래법 시행령제4조에서 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사용에 의하여 그 가치가 현저히 감소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선박, 항공기, 궤도를 운영하는 차량, 건설기계, 자동차, 냉장고 및 세탁기, 낱개로 밀봉된 음반·비디오물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경우이다(제1호).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처음으로 규정한 법률은 도·소매업진흥법이다. 1986년 제정 당시에는 청약철회권 규정이 없었으나, 1991. 1. 개정에서 판매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시장정보의 수집에 어려움이 있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기 쉽다는 이유로 방문판매에 관하여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규정을 신설하였다. 그 후 1991. 12.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라 한다)과 할부거래법이 제정되면서 도·소매업진흥법에 규정되어 있던 청약철회권은 삭제되었다.

방문판매법을 제정하면서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에 관하여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규정하였는데, 1995년 개정에서는 통신판매에 관하여, 2002년 개정에서는 전화권유판매에 관하여 청약철회권을 규정하였다. 한편 통신판매에 관한 청약철회권 규정은 2002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동일한 내용이 규정되면서 삭제되었다.

할부거래법은 1991년 제정 당시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으로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규정하였다가, 2010년 개정으로 제8조 제2항, 제6항에서 청약철회권의 제한에 관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하게 되었다.

나.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배 여부

(1)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의 내용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법집행자인 행정부에게 위임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여 위임의 헌법상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위임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도록 하여 그 한

계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위임의 구체성ㆍ명확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위임된 사항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09. 12. 29. 2008헌바48 , 판례집 21-2하, 777, 785 등 참조).

(2) 위임의 필요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를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할부계약의 목적물은 종류가 다양하고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동에 따른 소비행태의 변화로 할부거래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종류도 달라지게 마련이며, 또한 계약 체결의 형태 역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어떠한 할부계약에 관하여 청약을 철회할 수 없도록 할 것인지를 획일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할부계약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해서는 할부거래 상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거래행태를 계약 체결의 교섭단계부터 면밀히 조사하여 수시로 변화하는 거래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법률에서 구체적·확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매우 곤란하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상황 및 할부거래시장의 변화에 근접해 있는 행정부가 제반여건을 고려하여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예측가능성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은 소비자가 냉정한 상태에서 진정으로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는지를 숙고할 수 있도록 하여 거래가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고,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목적물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까지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할부거래법 제5조 제4항), 청약의 철회에 따른 목적물의 반환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하고 소비자는 아무런 금전적 부담을 지지 아니한다(할부거래법 제6조 제3항). 한편 할부거래법과 같은 날 제정된 방문판매법은 제정 당시부터 사용으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될 우려가 있는 상품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품을 사용한 경우에는 청약의 철회를 할 수 없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방문판

매법 제7조 제2항 제3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으로 청약의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를 정할 때의 기준으로 ‘목적물의 성질’과 ‘계약 체결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청약철회권의 제도적 취지, 관련 조항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목적물의 성질’은 사업자의 계약이행 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소비자의 사용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될 우려가 있는 상품인지 등을 가려서 청약의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한지 여부를 정하도록 하라는 의미이고, ‘계약 체결의 형태’는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판매조건에 관한 교섭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행하여지는 것이 일반적인지, 또는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조되는 재화 등의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지 등을 조사하여 그 계약의 실태에 따라 청약의 철회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정하도록 하라는 의미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해석을 통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내용의 대강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도록 그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4) 소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규율대상의 특성상 위임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고, 관련 법조항과의 유기적·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할부계약의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그에 따라 시행령 제4조 제1호 마목이 자동차관리법에 의한 자동차에 대하여 할부계약의 청약을 철회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자동차 매수인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은 그 심판의 대상이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므로 대통령령 등의 하위법규는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설사 청구인의 주장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시행령 중 자동차 할부계약에 관한 부분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수권법률인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연히 위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헌재 2006. 2. 23. 2004헌바32 등, 판례집 18-1상, 128, 157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의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 그 철회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자동차 할부계약의 청약철회에 관한 어떤 규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

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닌 이상, 가사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조항이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를 지나치게 넓게 규정하여 이에 해당하지 아니할 자동차에 대해서까지 청약철회권을 제한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시행령조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흠으로 될 수 있을지언정, 그로 인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소비자의 재산권 또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성격

할부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은 일정한 기간 이내에 그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데(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본문), 이 사건 법률조항(같은 항 단서)에 의하여 할부계약 중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에 비추어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에 대하여는 계약철회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는 합리적인 숙고 없이 충동적으로 할부계약의 청약을 하였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일정 범위의 할부계약에 관하여는 계약철회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적지 않은 재산적 손실을 입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할부계약자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

나.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에 비추어 할부계약에 관하여 청약의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철회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청약의 철회가 적당하지 아니한 할부계약”이 어떤 것인지에 관하여는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법률은 규정할 내용의 일부를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있으나(헌법 제75조), 이 경우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이미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 내

지 기본적 윤곽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헌재 1996. 8. 29. 95헌바36 , 판례집 8-2, 90, 99; 헌재 1999. 1. 28. 97헌바90 , 판례집 11-1, 19, 28-29 등 참조).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국민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규의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경우 그 구체성ㆍ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철회를 할 수 없는 할부계약에 관하여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에 비추어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라고만 규정해 두고 정작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에 관하여는 아무런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아 대통령령에 규정될 할부계약이 어떠한 계약이 될 것인지를 예측할 만한 기본적 기준과 범위도 정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할부거래시장의 상품 종류나 계약 체결의 방식은 다종다양하므로, ‘목적물의 성질’이나 ‘계약 체결의 형태’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만으로는 수범자인 소비자가 어떤 할부계약이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인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

실제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을 받은 구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각 호는 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관하여 “사용에 의하여 그 가치가 현저히 감소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목적물을 사용한 경우”, “설치에 전문인력 및 부속자재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목적물을 설치한 경우”, “할부가격이 10만 원 이하인 할부계약” 등을 열거하고 있는바, 소비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만으로 이와 같은 경우의 대강이나마 예측할 수 있다고 볼 수가 없다.

라. 소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철회를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할부계약”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이나 윤곽을 예측할 만한 기본적인 기준도 정하지 아니한 채, 그 구체적인 형성을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써, 수범자가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해석하더라도 하위법령에 규율될 내용의 대강조차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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