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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5. 4. 30. 선고 2014헌마430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223호 773~77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상해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사례

결정요지

청구인이 박○정의 공격에 대항하여 박○정을 밀쳐내는 행위를 하는 등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청구인으로서는 박○정이 먼저 소란행위를 하고도 이를 제지하는 청구인에게 대들면서 계속하여 폭력을 행사하여 이를 벗어나고자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므로 이는 사회적으로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박○정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만연히 청구인의 상해혐의를 인정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판례

헌재 2002. 5. 30. 2001헌마733 , 공보 69, 506, 508

헌재 2013. 9. 26. 2012헌마562 , 판례집 25-2하, 126, 139

당사자

청 구 인이○진국선대리인변호사김현성

피청구인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14. 5. 9.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4년 형제4052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4. 5. 9. 청구인에 대하여 상해죄로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2014년형제4052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4. 3. 24. 00:30경 서울 강남구 ○○로 ○○길 ○○ 3층 복도에서 박○정이 청구인을 폭행하는 것에 대항하여 같이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 폭력을 행사하여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다발성 좌상, 좌수 좌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4. 5. 29.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박○정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일 뿐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지 않았고, 그녀의 폭행을 방어하기 위하여 그녀를 밀쳐냈을 뿐이며, 이 과정에서 상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박○정, 박○정의 친구 송○이의 진술 및 진단서 등에 의하면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으로 그녀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되고,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유예를 한 것이다.

3. 판 단

가. 사건의 쟁점

청구인은 박○정이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등 폭력을 행사하여 박○정을 밀쳐낸 것일 뿐 박○정의 머리채를 잡아 흔든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박○정 및 친구 송○이는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그녀가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1) 청구인이 박○정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는지 (2)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다면 이를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보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 이 사건의 경위

청구인, 박○정, 송○이, 신○경의 각 진술 및 카메라 촬영 동영상, 동영상 캡처사진, 진단서, 수사보고서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청구인은 38세 여자로서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자이고, 박○정은 22세 여학생이고, 청구인은 서울 강남구 ○○로 ○○길 ○○ 3층 원룸에서 동료 신○경과 함께 거주하고, 박○정의 친구인 송○이는 청구인의 원룸 옆에 거주한다.

(2) 이 사건 당일 00:30경 박○정은 송○이와 술을 마시고 그녀와 함께 송○이의 원룸으로 들어가다, 3층 복도에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면서 남자친구와 싸움을 하였다.이에 청구인이 항의하자, 송○이는 박○정을 데리고 자신의 원룸으로 들어갔다.

(3) 박○정은 남자친구와 통화가 끝나자, 갑자기 왜 옆집에서 시비를 거냐고 하면서 송○이의 원룸을 나와, 청구인의 원룸 현관문을 발로 차고 손으로 두드리면서 소란행위를 하였다.

(4)청구인이 박○정의 계속적인 소란행위에 현관문을 열자, 박○정은 청구인을 향해 손바닥으로 때릴 듯이 덤벼들면서,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고, 청구인을 벽쪽으로 밀어붙이며 폭력을 행사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대항하여 박○정을 밀치는 등으로 유형력을 행사하였다.

(5) 박○정이 청구인의 머리채를 놓아주지 않은 채 계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자, 청구인의 동료 신○경이 가위를 가져와서 청구인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서야 박○정은 청구인으로부터 떨어졌다. 박○정은 청구인으로부터 떨어진 이후에도 계속하여 청구인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욕설을 하였다.

(6) 이 사건으로 청구인은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박○정은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 좌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다. 쟁점의 검토

(1) 청구인이 박○정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박○정이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고 폭력을 행사하자 청구인이 이에 대항하여 박○정을 밀치는 등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는지에 대하여는 청구인 및 청구인의 동료 신○경의 진술과 박○정 및 박○정의 친구 송○이의 진술이 서로 상반되바,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는 증거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박○정은 청구인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기까지의 상황에 대하여는 대체로 청구인과 일치되게 진술하면서도, 자신이 청구인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자 청구인이 현관문을 열고 나와 먼저 자신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자신도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든 것이라고 진술하고, 박○정의 친구 송○이도 이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박○정이 사건 당일 00:30경 주거지에서 술에 취해 큰소리로 통화하면서 남자친구와 싸우자 그에 대한 자제를 요구하는 청구인의 말에 불만을 품고 청구인의 원룸 현관문을 발로 차고 손으로 두드리면서 소란을 피운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인 점, 박○정의 친구 송○이는 청구인과 박○정의 싸움을 처음부터 목격한 사람이 아니고, 송○이가 싸움을 목격한 시점 부근에 촬영된 동영상 자료에 의하면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반면 술에 취한 박○정이 한 손으로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고 있고, 청구인은 박○정이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고 놓아 주지 않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게 가위를 가져오라고 말하여 가위를 가져온 신○경이 청구인의 머리카락을 잘라 겨우 박○정의 손이 청구인에게서 떨어지게 된 사실이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박○정과 송○이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그리고 박○정의 상해진단서에 병명은 안면 다발성 좌상 등이고, 상해의 원인은 분쟁 중 손으로 할큄(환자 진술)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위 진단명이나 상해의 원인 기재만으로는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는 행위에 대한 증거로 삼기는 부족하다. 오히려, 박○정도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에게 상해의 원인으로 분쟁 중 손으로 할큄이라고 진술한 것을 보면, 위 진단서로 추정되는 상해의 원인은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아 흔든 것이라기 보다는, 박○정의 공격에 대항하여 박○정을 밀쳐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박○정 및 송○이의 진술, 상해진단서의 기재로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는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만연히 이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이는 증거가치의 판단을 잘못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라 할 것이다.

(2)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싸움에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도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그 수단 및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종합하여 그 행위가 상대방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2. 5. 30. 2001헌마733 ; 헌재 2013. 9. 26. 2012헌마562 참조).

대법원도 싸움의 경우라도 일정한 때에는 정당방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는바, ‘외관상 서로 격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실지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0. 12. 99도3377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상대방의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해석된다(대법원 1992. 3. 10. 92도37, 대법원 2000. 3. 10. 99도4273 참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박○정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하기 어려우나, 박○정의 공격에 대항하여 박○정을 밀쳐내는 행위를 하는 등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청구인으로서는 박○정이 먼저 소란행위를 하고도 이를 제지하는 청구인에게 대들면서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몸으로 청구인을 밀치면서 계속하여 폭력을 행사하여 이를 벗어나고자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므로 이는 사회적으로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박○정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대하여 법리를 오해하여 만연히 청구인이 박○정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3) 소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현저한 증거판단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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