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전부명령이 압류가 경합된 상태에서 발하여져 무효인 경우, 제3채무자가 그 전부채권자에게 한 전부금 변제의 효력
나. 무효인 전부명령의 전부채권자에 대하여 전부금을 변제한 제3채무자에게 과실이 있다 하여 변제의 효력을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가. 채권가압류나 압류가 경합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압류채권자의 한 사람이 전부명령을 얻더라도 그 전부명령은 무효가 되지만, 이 경우에도 그 전부채권자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제3채무자가 그 전부채권자에게 전부금을 변제하였다면 제3채무자가 선의 무과실인 때에는 민법 제470조에 의하여 그 변제는 유효하고 제3채무자는 다른 압류채권자에 대하여 이중변제의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반면에 제3채무자가 위 전부금을 변제함에 있어서 선의 무과실이 아니었다면 제3채무자가 전부채권자에게 한 전부금의 변제는 효력이 없는 것이다.
나. 갑의 전부명령을 송달받기 이전에 이미 을의 가압류결정을 송달받았을 뿐만 아니라, 을이 제기한 전부금 청구소송에서 을의 전부명령을 압류 또는 가압류가 경합된 상태에서 발하여진 것으로서 무효라는 주장을 스스로 제기한 바 있음에도, 그 후 갑이 제기한 전부금 소송절차에서 을의 압류가 경합되어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지도 아니함으로써 패소판결을 받고 바로 그 전부금을 변제하여 버렸다면, 제3채무자로서는 을의 전부명령은 물론 갑의 전부명령 또한 을의 가압류와 경합된 상태에서 발하여진 것으로서 무효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위 제3채무자가 한 변제의 효력을 부인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연합통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인섭 외 8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채권가압류나 압류가 경합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압류채권자의 한 사람이 전부명령을 얻더라도 그 전부명령은 무효가 되지만, 이 경우에도 그 전부채권자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제3채무자가 그 전부채권자에게 전부금을 변제하였다면 제3채무자가 선의 무과실인 때에는 민법 제470조에 의하여 그 변제는 유효하고 제3채무자는 다른 압류채권자에 대하여 이중변제의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반면에 제3채무자가 위 전부금을 변제함에 있어서 선의 무과실이 아니었다면 제3채무자가 전부채권자에게 한 전부금의 변제는 효력이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88.8.23. 선고 87다카546 판결 참조).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소외 주식회사 대진무역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판시 건물임차보증금 35,200,000원(제1심판결의 금 32,500,000원은 오기로 보인다)의 반환채권에 관하여 원고가 1992.1.28. 이를 가압류하였고, 이어 소외인이 1992.10.14. 이를 다시 가압류한 후 1992.12.9. 그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으며, 한편 원고는 1993.4.14. 위 가압류를 본압류로 전이하는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사실, 원고는 1993.5.17. 피고에 대하여 위 전부명령에 의한 전부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피고가 원고의 전부명령은 무효라고 주장하자 1993.6.15. 새로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후 1993.6.28. 위 소송을 취하한 사실, 그 후 위 소외인이 1993.9.13. 위 전부명령에 의한 전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피고는 연체된 관리비 등에 대한 공제주장을 하여 1993.11.26. 금 33,104,34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고 1993.12.22. 위 소외인에게 그 금액을 지급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소외인의 전부명령은 원고의 가압류와 경합된 상태에서 발하여진 것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지만, 피고는 위 소외인의 전부명령이 유효하다고 믿었던 것으로 추인되고 그 전부금을 변제함에 있어 과실이 없었다고 하여 피고의 변제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이 사건 추심금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위 소외인의 전부명령을 송달받기 이전에 이미 원고의 가압류결정을 송달받았을 뿐 아니라, 원고가 전부명령을 받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전부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그 소송계속중에 새로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추심절차를 취할 의사를 명백히 한 후에야 위 전부금소송을 취하하였고, 그 소송과정에서 피고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작성한 답변서(갑 제5호증)에서 원고의 전부명령은 압류 또는 가압류가 경합한 상태에서 발하여진 것으로 무효라는 주장을 스스로 제기한 바 있으며, 그 이후 피고는 원고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 위 소외인과의 전부금소송절차에서 원고의 압류가 경합되어 있다는 주장은 내세우지도 아니함으로써 패소판결을 받고 바로 그 전부금을 변제하여 버린 사실을 알아볼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원고의 전부명령은 물론 위 소외인의 전부명령 또한 원고의 가압류와 경합된 상태에서 발하여진 것으로서 무효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 소외인의 전부명령이 유효한 것으로 속단하고 위 소외인과의 소송과정에서 그 무효 여부를 다투어 보지도 아니한 채 패소판결을 받고 전부금을 바로 변제하여 버렸다면 피고에게는 과실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설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에 있어서 변제자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