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상 도매시장 개설자가 도매시장의 업무규정을 마련할 때 적용범위 및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지는지 여부(적극) 및 업무규정의 적용대상별로 규율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2] 갑 농수산물도매시장 개설자인 서울특별시장이 표준하역비 전가를 막아 출하자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등의 목적으로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갑 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에 대하여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정한 위탁수수료 최고한도보다 낮은 요율로 위탁수수료 한도를 적용하도록 한 사안에서, 위 조례 시행규칙의 개정 조항 등이 갑 시장 청과부류의 도매시장법인에 대하여 서울특별시장이 개설한 을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부류의 도매시장법인과 다른 내용의 위탁수수료 한도를 정한 것은 서울특별시장의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갑 시장 청과부류의 도매시장법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중앙청과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박태준 외 4인)
피고,상고인
서울특별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공도 담당변호사 주두수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영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 24. 선고 2018누6004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이 사건 시장’이라 한다)의 개설자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시장에 대한 관리권한을 위탁받은 시장관리자이며,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시장의 청과부류에 관한 품목을 출하자로부터 위탁받아 상장하여 도매하거나 매수하여 도매하도록 지정받은 도매시장법인이다.
나. 피고가 개설하고 참가인이 위탁받아 관리하는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이 사건 시장 외에 ‘△△시장’, □□시장이 있고, 이 사건 시장에는 청과부류 외에 수산부류가 존재하는데, 청과부류에는 원고들을 포함하여 6개, 수산부류에는 3개의 도매시장법인이 있다.
다.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수산물유통법’이라 한다)은 도매시장법인 등이 출하자로부터 거래액의 일정 비율 또는 일정액에 해당하는 위탁수수료 외에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전을 징수할 수 없도록 하고( 제42조 제1항 제3호 ), 위탁수수료의 요율을 시행규칙에서 정하도록 하였다( 제42조 제2항 ). 그 위임에 따라 농수산물유통법 시행규칙 제39조 제4항 제2호 는 청과부류의 경우 위탁수수료의 최고한도를 거래금액의 1천분의 70으로 하면서, 도매시장의 개설자로 하여금 위 한도에서 업무규정으로 위탁수수료를 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피고는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이하 ‘이 사건 조례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59조 제1항 [별표 10]에서 청과부류의 위탁수수료 최고한도를 거래금액의 1천분의 70으로 정하였다.
라. 한편 2000. 1. 28. 법률 제6223호로 전부 개정된 농수산물유통법은 출하자의 하역비 부담을 완화하고 하역업무의 효율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도매시장 개설자가 업무규정으로 정하는 규격출하품에 대한 표준하역비를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표준하역비 제도를 도입하였고( 제40조 제2항 ), 위 제도는 2002. 1. 1. 시행되었다.
마. 표준하역비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도매시장법인이 표준하역비를 위탁수수료에 포함시켜 출하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피고는 표준하역비 전가를 막아 출하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도매시장법인으로 하여금 하역, 물류개선을 위한 주체적 역할을 수행하게 할 목적으로 2017. 6. 1. 이 사건 조례 시행규칙 제59조 제1항을 개정하였다.
개정된 이 사건 조례 시행규칙 제5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은 이 사건 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에 대하여 [별표 11](이하 ‘이 사건 별표’라 하고, ‘이 사건 조항’과 합하여 ‘이 사건 조항 등’이라 한다)의 위탁수수료 한도를 적용하도록 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거래금액의 일정비율로 징수하는 위탁수수료의 경우 양배추, 총각무, 무, 배추를 제외한 전 품목에 대하여는 거래금액의 1천분의 40을 징수한도로 하였고, 일정액으로 징수하는 위탁수수료의 경우 품목, 규격 및 중량별로 구분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시장’ 청과부류의 경우 이 사건 시장 청과부류와 위탁수수료의 징수 구조가 동일하며, 거래규모와 영업이익의 절대량이 적지 않고 거래규모 대비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이 사건 시장 청과부류보다 높은데도, 단지 거래규모와 영업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항 등이 이 사건 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에게만 위탁수수료 상한을 달리 정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시장 청과부류와 ‘△△시장’ 청과부류는 출하자 보호, 하역체계 개선, 표준하역비 제도의 실질적인 정착 필요성 측면에서 달리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별표는 양배추, 총각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위탁수수료 비율을 농수산물유통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최고한도의 57% 수준에 불과한 1천분의 40으로 정하고 있는 점, ③ 향후 이 사건 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의 거래규모나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새로운 사업자가 도매시장법인으로 지정받게 되더라도 이 사건 조항 등이 일률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불리한 위탁수수료를 계속 징수할 수밖에 없는 점을 들어, 이 사건 조항 등이 ‘△△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과 원고들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여 원고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3. 이 사건 조항 등이 원고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가. 관련 규정과 법리
1) 농수산물유통법은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제1조 ). 이 법에 따른 농수산물도매시장제도는 경쟁매매를 통하여 공정한 가격을 형성하고, 생산자와 도매시장법인의 직접 거래를 통하여 유통과정의 단축 및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정보, 거래선, 자본 등을 갖춘 중간상인들이 시장정보에 어두운 생산자들을 지배하고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을 저해하며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시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4도6846 판결 참조).
농수산물유통법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효율적이고 적절한 운영을 위하여 도매시장 개설자에게 도매시장법인의 지정 권한을 부여하고, 도매시장의 시설규모, 거래액 등을 고려하여 도매시장법인, 시장도매인 또는 중도매인을 두어 도매시장을 운영·관리하게 하는 한편( 제21조 내지 제23조 ), 도매시장 개설자로 하여금 경쟁 촉진과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 및 환경 개선 등을 이행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거래제도 개선방안 등을 포함한 대책을 수립·시행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제20조 제1항 제2호 , 제2항 ).
2) 농수산물유통법과 농수산물도매시장제도의 위와 같은 입법 목적과 취지, 도매시장 개설자의 권한 및 의무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도매시장의 개설자는 도매시장의 업무규정을 마련함에 있어 해당 시장의 규모나 현황, 거래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적용범위 및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업무규정의 적용대상별로 그 규율 내용에 다소의 차이가 있더라도 그것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
나. 이 사건의 판단
1)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도매시장은 규모가 커질수록 출하자 및 구매자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이 사건 시장은 전국에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 중 출하자와 산지유통인의 규모, 거래규모와 영업이익이 가장 큰 중앙도매시장으로, 농수산물의 유통과 가격안정 등의 측면에서 거래당사자, 소비자뿐만 아니라 다른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이 사건 시장의 규모나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 한도를 달리 정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
나) 이 사건 시장은 농수산물유통법상 중앙도매시장이고, ‘△△시장’은 지방도매시장에 해당한다. 두 시장은 거래규모나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농수산물유통법 제36조 , 제37조 등에 따른 시장도매인 제도의 운영 여부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시장’의 경우 시장도매인이 지정되어 수탁주체가 이원화되어 있는 반면, 이 사건 시장은 도매시장법인이 사실상 상장 거래를 독점하고 있어 도매시장법인의 독점적 성격이 보다 강하고 그에 따라 출하자에 대한 표준하역비의 전가 가능성 또한 크다. 실제 피고 및 참가인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이 사건 시장에 대하여 표준하역비 제도의 정착을 위한 협의, 행정지도, 시정명령 등 여러 조치를 취하였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고, 이러한 점이 이 사건 조항 등의 개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장’과 다른 내용의 위탁수수료 한도를 규정한 것이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조항 등에서 정한 위탁수수료 요율 상한은 농수산물유통법 시행규칙상의 요율 한도인 거래금액의 1천분의 70보다 낮으나, 1998년부터 2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위탁수수료 징수율 1천분의 40에 더하여 2016. 2. 기준 표준하역비를 정액 위탁수수료에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 등의 개정으로 원고들이 감수하기 어려운 영업상 손해나 차별이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피고는 이 사건 시장의 거래 규모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경우 위탁수수료 상한의 변경 가능성이 있음을 밝히고 있으며, 구체적인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위탁수수료의 한도를 개정한 사실도 있다. 따라서 장래 위탁수수료의 추가적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현 시점에서 위탁수수료의 차별 적용에 따른 피해의 정도가 현저히 크다거나 그러한 피해의 발생이 가까운 장래에 확실히 예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 등이 이 사건 시장 청과부류의 도매시장법인에 대하여 ‘△△시장’ 청과부류의 도매시장법인과 다른 내용의 위탁수수료 한도를 정한 것은 도매시장 개설자인 피고의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조항 등이 원고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본 것은 헌법상 평등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련문헌
- 김남철 2021년 행정법(Ⅱ) 중요판례평석 인권과 정의 제504호 / 대한변호사협회 2022
- 강우찬 대법원의 공정거래 사건 주요 판결 요지 2021년 10월 ~2022년 1월 경쟁저널 제 210호 / 한국공정경쟁연합회 2022
참조조문
- [1] 헌법 제11조 제1항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2호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2항
- [2] 헌법 제11조 제1항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1항 제3호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9조 제4항 제2호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4도6846 판결
본문참조조문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1항 제3호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9조 제4항 제2호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2항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2호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2항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9. 1. 24. 선고 2018누6004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