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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두34797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에 묵시적인 합의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둘 이상 사업자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증명되는 경우,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어떠한 공동행위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

[3] 도매시장법인인 갑 주식회사 등이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에 따라 출하자로부터 받을 ‘표준하역비 대상 품목에 대한 위탁수수료’를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정하기로 합의하고 과실류 19개 품목에 대해 위와 같이 합의한 금액을 위탁수수료로 출하자에게 부과한 사안에서, 갑 회사 등의 위 합의에 따른 위탁수수료 관련 공동행위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청과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인성 외 3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설이)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 29. 선고 2018누6422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판매장려금 요율 합의의 성립 여부(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와 □□청과 주식회사, △△청과 주식회사, ◇◇청과(이하 ‘원고 등’이라고 하고, 회사명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는 2006. 9.경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에 해당하는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요율을 ‘거래금액의 0.55%’에서 ‘거래금액의 0.6%’로 인상하기로 하는 의사 연락을 함으로써 공동으로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합의를 하고, 2006. 12.경부터 거래금액의 0.6%를 판매장려금으로 중도매인에게 지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의 의미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였는지 여부(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① 판매장려금의 정도와 지급조건은 중도매인이 거래할 도매시장법인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원고 등의 입장에서도 우수 중도매인을 유치하는 데 중요한 경쟁 요소이고, 원고 등은 각자의 재정 상황에 따라 판매장려금 요율을 단독으로 정할 수 있었음에도 그에 관하여 합의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거래 분야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고, ② 판매장려금의 지급조건과 입금 마감 조건이 도매시장법인마다 다르다는 사정은 원고 등의 판매장려금 요율 합의가 중도매인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으며, ③ 원고 등의 판매장려금 요율 합의가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켰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원고 등의 판매장려금 요율 결정행위로 인하여 중도매인 유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이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 여부(상고이유 제1점)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 여기서 합의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호에 열거된 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증명되는 경우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4104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출하자로부터 지급받을 위탁수수료를 결정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가)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종래 서울가락항운노동조합 등 3개의 하역노동조합(이하 ‘하역노조’라고 한다)이 하역 업무를 전담하였고 농산물 하역비 중 ‘하차·선별·진열’ 부분은 출하자가, ‘이적·상차’ 부분은 중도매인이 부담했다. 농수산물 출하자의 하역비 부담을 경감하고 하역기계화 촉진을 통하여 하역업무 효율화를 유도하고자 ‘표준하역비’ 제도가 도입되어 2000. 1. 28. 전부 개정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수산물유통법’이라고 한다)은 제40조 제2항 에서 도매시장법인 등이 규격출하품에 대한 표준하역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였고, 위 조항은 2002. 1. 1.부터 시행되었다.

나) 원고 등과 ☆☆청과 주식회사 관계자들은 2002. 4. 8. 도매시장법인협회 회의실에 모여 출하자로부터 받을 ‘표준하역비 대상 품목에 대한 위탁수수료’를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정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

다) 그에 따라 □□청과, △△청과, ◇◇청과는 2002. 4. 8.부터, 원고는 2002. 4. 9.부터 과실류 19개 품목에 대해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을 위탁수수료로 출하자에게 부과하였다.

3) 원심은, 원고 등이 이 사건 합의 당시 출하자로부터 징수할 위탁수수료를 거래금액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부과하기로 하는 의사를 주고받음으로써 판매위탁의 거래가격에 관하여 합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청과부류 표준하역비 시행협의회(이하 ‘시행협의회’라고 한다)의 구성과 논의 내용, 종료 경위 등 원고 등이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이 이 사건 합의를 할 당시 종래부터 지급받았던 위탁수수료율(거래금액의 4%) 자체는 논의나 합의의 대상이 아니었고, 단지 종래 출하자가 부담하던 하역비 상당액을 기존의 위탁수수료에 덧붙여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출하자에게서 징수하기로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거래금액의 4% 부분’에 대해서는 공동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앞서 본 이 사건 합의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은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으로 자신들이 부담하여야 할 하역비 상당액을 출하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하여 출하자들로부터 징수할 표준하역비 대상 품목에 대한 위탁수수료를 기존에 받아오던 거래금액의 4% 상당액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공동으로 결정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은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을 원고 등이 출하자들로부터 징수할 전체 위탁수수료로 하기로 공동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설령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 등 사이에서 별도의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 내용 자체로 기존의 위탁수수료율인 ‘거래금액의 4%’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는 원고 등 사이에서 종전과 같은 위탁수수료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묵시적인 의사합치를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다. 원고 등 사이에 기존의 위탁수수료율인 ‘거래금액의 4%’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는 내용에 대해서 상호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의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거래금액의 4% 부분’에 대하여는 공동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였는지 여부(상고이유 제2, 3점)

1) 어떠한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게 되므로 원칙적으로 부당하다 (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참조). 다만 그 공동행위가 법령에 근거한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적합하게 이루어진 경우라든지 경제 전반의 효율성 증대로 인하여 친경쟁적 효과가 매우 큰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26117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같은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로부터 농산물의 판매위탁을 받아 경매나 입찰을 통해 중도매인에게 판매하고 그 대가로 출하자로부터 위탁수수료를 받는다. 위탁수수료는 ‘농산물 거래대금(= 출하량 × 단가)’의 일정비율로서 도매시장법인의 유일한 수입이다.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에 의하여 형성되는 농산물의 경락가격은 당일 상장된 농산물의 공급과 수요에 전반적인 영향을 받는다. 농산물은 생산이 자연조건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특성상 수급이 불안정하고, 출하 이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상품가치가 저하되며, 청과물은 생산지, 생산자 등에 따라 품질이 균질하지 않다.

나) 한편 앞서 본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개설자인 서울시로부터 그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서울특별시농수산품식품공사(이하 ‘서울시관리공사’라고 한다)는 2001. 9. 19.부터 2001. 12. 14.까지 4차례 제도의 운영에 관한 시행협의회를 개최하여 규격출하품의 기준, 하역주체의 운영형태, 표준하역비 산정 방법, 위탁수수료 조정 등에 관하여 논의하였으나, 4차 시행협의회에서 도매시장법인 측이 종전 합의사항이었던 규격출하품의 기준에 관한 입장을 변경하면서 출하자 대표들과 의견이 일치되지 아니하여 결국 협의가 결렬되었다. 그 후 서울시관리공사는 2001. 12. 21. 4단계로 이루어진 ‘청과부류 표준하역비 시행방안’을 마련하여 원고 등에게 발송하면서 위탁수수료 요율 조정 문제는 시행협의회에서 출하자 대표들이 동의한 수준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 등을 참고하여 도매시장법인별로 자율적으로 조정·시행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다) 그 후 2002. 4. 1. 위 시행방안에 따라 2단계 표준하역비 제도가 시행되었으나 원고 등은 여전히 하역비를 출하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여 대금정산서에 하역비 내역을 기재하여 발급하다가 2002. 4. 6. 서울시관리공사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았다. 원고 등은 그 후부터는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을 위탁수수료로 출하자에게 부과하였고 정산서에 표준하역비 내역도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에 관한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등의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위탁수수료 관련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농수산물유통법에 따른 농수산물 도매시장제도는 경쟁매매를 통하여 공정한 가격을 형성하고, 생산자와 도매시장법인의 직접 거래를 통하여 유통과정을 단축하고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정보, 거래처, 자본 등을 갖춘 중간상인들이 시장정보에 어두운 생산자들을 지배하고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을 저해하며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시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4도6846 판결 , 대법원 2021. 7. 8. 선고 2019두36384 판결 참조).

원고와 같은 도매시장법인은 다수의 출하자로부터 농산물의 판매위탁을 받아 판매를 대행하는 주체이고 그 농산물을 구매하는 주체가 중도매인이다. 상장 경매에서 경락가격은 기본적으로 농산물 수급 상황의 영향하에서 출하자로부터 위탁받은 도매시장법인과 도매시장으로부터 소비자 쪽으로 농산물을 분산시키는 중도매인 사이의 경쟁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형성된다. 도매시장법인은 경락가격을 높여야 수익이 커지므로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려고 하고, 수요자인 중도매인은 소매상인 등에게 경락가격보다 더 높게 재판매하기 위하여 경매에서 농수산물을 매수하므로 더 낮은 가격으로 매수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거래 구조에서 원고와 같은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는 위탁수수료는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행하는 매매에 대한 대가로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에서 말하는 ‘가격’에 해당한다. 설령 출하자가 도매시장법인을 선택할 때 도매시장법인의 가격형성능력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위탁수수료율이 도매시장법인들 사이에서 가장 기본적인 경쟁 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도매시장법인 입장에서도 위탁수수료는 위탁매매에 따른 주된 수입원이 되므로 출하자로부터 더 많은 판매위탁을 받기 위해서는 도매시장법인들 사이에서 위탁수수료에 대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탁수수료율 또한 도매시장법인들 상호 간에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다.

농수산물유통법 제42조 제1항 제3호 , 제2항 , 구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07. 7. 6. 농림부령 제1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 제3항 제2호 등 관계 법령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 당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청과부류 위탁수수료 최고한도는 ‘거래금액의 1천분의 70’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므로 관계 법령상 도매시장법인인 원고 등은 그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위탁수수료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합의를 통해서 출하자로부터 지급받을 전체 위탁수수료를 서로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한 원고의 위탁수수료율 관련 공동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도매시장법인인 원고 등 사이의 가격 경쟁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킨 것이 분명하므로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어느 도매시장법인이 위탁수수료를 인하할 경우 해당 도매시장법인의 출하량이 늘어 경락가격이 크게 하락함으로써 농산물 가격 안정을 저해하고 출하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다수의 도매시장법인들 사이에 정상적으로 위탁수수료율에 관한 경쟁이 이루어질 경우 전반적인 위탁수수료율이 인하됨으로써 출하자 및 최종소비자의 측면에서 경제적 후생이 증대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정상적인 경쟁매매를 상정할 때 농산물의 경락가격은 경매 당시의 품질이나 산지에서의 작황 등 공급 측면의 요인, 계절이나 최종 구매처 등의 수요 측면의 요인 등 객관적인 변수들에 의해서 주로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 경험칙에 부합한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의 경락가격이 특정 도매시장법인의 중도매인 보유수나 관리 능력, 신뢰관계 등에 의해 주로 좌우된다고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지닌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사이에서 농수산물유통법에 따른 농수산물 경쟁매매제도가 본래 예정하고 있는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 위탁수수료율 관련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을 부정하는 논거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다.

나) 표준하역비 제도의 시행 초기 출하자나 도매시장법인, 하역노조 등 관련 이해관계 주체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었고, 서울시관리공사의 주도로 시행협의회가 구성되어 제도의 안착과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그 협의과정이 원고 등의 이 사건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시행협의회는 농수산물유통법 제78조 에서 규정한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해당하지 않고, 농림축산식품부 및 서울시관리공사의 지침의 내용 또한 원고 등으로 하여금 일률적으로 위탁수수료율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개정 농수산물유통법에 따라 하역비 부담 주체가 도매시장법인으로 달라졌음에도 표준하역비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없었던 이유는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농수산물유통법 시행 무렵 산지 포장 출하(산지 물류 개선), 도매시장 내에서 기계 하역을 위한 공간 확보(하역기계화 환경 조성), 기계화에 따른 인원 구성 개편(하역노조에 대한 구조조정) 등의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그 원인이 복합적이고 단순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으로 원고와 같은 도매시장법인에 위탁수수료 인상의 유인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원가나 비용구조가 서로 다르고 관계 법령이 정한 상한 내에서 위탁수수료율에 관한 경쟁이 가능한 원고가 다른 도매시장법인들 사이에서 경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를 공동하여 일률적으로 결정한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으로서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경쟁제한적 가격 담합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를 능가하는 경제적 효율성 증진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는 장기간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청과부류 경쟁매매 자체를 과점하고 있던 도매시장법인인 원고 등이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에 따라 자신들이 직접 부담하여야 할 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사실상 전가하여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징수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그 자체로 출하자의 하역비 부담 감소 및 하역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표준하역비 제도의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하여 표준하역비 제도의 연착륙에 기여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4)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합의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이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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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

- 부당한 공동행위에서 부당성은 어떤 때 인정되는가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두34797 판결 정양훈 法律新聞社

관련문헌

- 손동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서 부당성 판단 법조 통권758호 / 법조협회 2023

- 강우찬 대법원의 공정거래 사건 주요 판결 요지 2021년 10월 ~2022년 1월 경쟁저널 제 210호 / 한국공정경쟁연합회 2022

참조판례

- [1]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4104 판결

-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두60984 판결

- [2]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26117 판결

참조조문

-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구) 제19조 제1항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 [2]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구) 제19조 제1항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 [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구) 제19조 제1항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두4104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26117 판결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4도6846 판결

대법원 2021. 7. 8. 선고 2019두36384 판결

본문참조조문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구) 제19조 제1항

-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2항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구) 제19조 제1항 제1호

-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1항 제3호

-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

-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구) 제39조 제3항 제2호

-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78조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20. 1. 29. 선고 2018누6422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