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항소인
동화법무법인 외 4인 (소송대리인 동화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혜정)
피고,피항소인
법무부장관
2020. 5. 15.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7. 10. 8. 원고 동화법무법인과 원고 5에게 한 각 300만 원의,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 한 각 200만 원의 각 과태료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원고는 제1심에서 주위적으로 위 각 과태료 부과처분의 무효 확인을, 예비적으로 위 각 과태료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가, 이 법원에서 주위적 청구를 취하하였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부분에 관하여 이 법원이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제1심 판결문 제2면 제14행부터 제4면 글상자 아래 제8행까지)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징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절차상 하자
피고는 이 사건 징계를 하면서 불복절차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아니하여 행정절차법 제26조 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
2) 이 사건 지침의 위헌·위법
피고는 이 사건 지침 제4조를 주요 근거규정으로 하여 이 사건 징계를 하였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지침 제4조는 위헌·위법한 규정이다.
다) 이 사건 지침 제4조 제3호의 ‘추천 기타 이와 유사한 관여’는 그 의미가 모호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
3) 재량권의 일탈·남용
원고들(특히 원고 법인)의 경제적 사정이나 위반행위의 경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징계에서 정한 각 과태료 액수는 과다하므로, 이 사건 징계는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및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절차상의 하자 주장에 대한 판단
행정절차법 제26조 의 고지절차에 관한 규정은 행정처분의 상대방이 그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밟는 데 편의를 제공하려는 것이어서 처분청이 위 규정에 따른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심판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두66633 판결 참조). 따라서 행정절차법 제26조 를 위반하여 위법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절차적 하자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이 사건 지침 제4조의 위헌·위법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지침 제4조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공증인법 제27조 , 제30조 , 제31조 에 의하면, 공증인은 증서 작성을 촉탁한 자(대리인이 촉탁한 경우 그 대리인)의 성명과 얼굴을 알아야 하고, 성명이나 얼굴을 모를 경우 주민등록증 등의 증명서를 제출받거나 증인 2명으로부터 증명을 받는 등의 확실한 방법으로 그 촉탁인(대리인이 촉탁한 경우 그 대리인)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여야 하며, 대리인의 촉탁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할 경우에는 대리권을 증명할 증서를 제출하게 하여야 하고, 대리권을 증명하는 증서가 인증을 받지 아니한 사서증서인 때에는 그 증서 외에 권한 있는 행정기관이 작성한 인감증명서 또는 서명에 관한 증명서를 제출하게 하여 증서가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게 하여야 한다. 이에 따르면, 대리인이 공정증서 작성을 촉탁하는 것도 허용되고, 공증인은 대리인의 촉탁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할 경우 그 대리인의 신원 내지 동일성을 제27조 에서 정한 방법으로 확인하고 그 대리권의 존부를 제31조 에서 정한 방법으로 심사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공증인법은 위와 같이 촉탁대리인의 신원 내지 동일성 및 그 대리권의 존부를 위 법률이 정한 방법에 따라 확인하고 심사할 의무만을 공증인에게 부과하고 있을 뿐, 더 나아가 채무자를 대리하여 촉탁한 대리인이 채권자와 동일인이거나 채권자의 직원 또는 대출모집인인지 여부, 촉탁대리인의 선임에 관하여 채권자의 추천 등 관여가 있었는지 여부까지 확인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다) 그런데 공증인법은 제56조의3 제2항 에서 ‘부동산 등의 인도 또는 반환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를 기재한 공정증서의 작성을 촉탁할 때에는 어느 한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를 대리하거나 어느 한 대리인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그 밖의 집행증서(금전소비대차계약에 관한 집행증서, 어음 등에 관한 집행증서)의 작성 촉탁에 대해서는 이러한 금지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관한 집행증서의 작성을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리하여 촉탁하거나 어느 한 대리인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여 촉탁하는 경우에는 공증인이 그 사유만을 들어 촉탁인수를 거절할 수는 없고, 그러한 대리촉탁이 앞서 본 공증인법 제27조 나 제31조 등이 정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공증인법 제25조 가 정한 거절사유(법령을 위반한 사항, 무효인 법률행위, 무능력으로 인하여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때에만 증서작성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이 사건 지침 제4조는 ‘대부업자 주1) 등 의 금전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채무에 관한 집행증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대부업자 등(제1호), 대부업자 등의 직원 또는 대출모집인(대가를 약정하고 위 계약의 성립을 알선 또는 중개하는 사람을 말한다)(제2호), 대부업자 등이나 그 직원 또는 대출모집인이 상대방의 대리인 선임에 관하여 추천 기타 이와 유사한 관여를 한 경우 그 대리인(제3호), 자격없이 수수료를 받고 업으로 집행증서 작성의 촉탁을 대리하는 사람(제4호)이 위 계약 및 집행수락 의사표시에 관하여 대부업자 등의 상대방을 대리하는 경우에는 그 집행증서 작성 촉탁을 거절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위 조항이 정하는 대리촉탁에 대해서는 그 대리권이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무조건 거절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공증인법의 앞서 본 규정들과 배치된다. 또한 위 조항으로 인해 대부업자 등으로서도 공증인법 제27조 나 제31조 가 정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고 공증인법 제25조 가 정한 거절사유에도 해당하지 주2) 않는 대리촉탁에 대해서까지 집행증서 작성을 거절당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지침 제4조와 같은 사항을 직무상 명령으로 발령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뚜렷한 위임근거가 있어야 할 것인데, 공증인법에는 이에 관한 위임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피고는 다른 법령상의 위임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라) 한편 공증인법 제78조 제1항 , 제79조 등에 의하면, 피고는 공증인에 대한 감독기관으로서, 공증인의 부적절한 직무수행에 관하여 주의를 촉구하거나 적절하게 직무를 취급하도록 지시하거나,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공증인의 지위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경고하는 것을 포함한 감독권을 가지므로, 피고가 이러한 감독권에 기초하여 공증인에게 그 직무수행과 관련한 직무상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고, 이 사건 지침이 이러한 직무상 명령의 일환으로 제정된 것임은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피고의 위와 같은 감독권한은 공증인으로 하여금 공증인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사항과 직무수행 방법을 준수하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직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위반사항을 사후적으로 시정하는 범위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공증인법이나 관련 법령의 다른 규정에 근거한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마) 피고는 대부업자 등이 다수의 채무자에게 금전을 대여한 후 직원이나 브로커를 내세워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공정증서의 작성을 일괄 대리촉탁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공증, 서명대리, 수수료 할인 등 각종 비위행위가 야기되고, 공증인별 증서 작성 건수의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되며, 채무자의 의사표시 확인 절차가 형해화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 사건 지침 제4조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위 주장과 같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 없이 감독기관이 행정규칙이나 직무상 명령으로 공증인법의 규정과 배치되는 내용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더욱이, ① 이 사건 지침 제4조에 의하면, 채무자 본인이 진정한 의사로 채권자나 그 관계인에게 촉탁위임을 한 경우까지 집행증서 작성을 거절하도록 하고 있어 부당한 점, ② 공증인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이 ‘공증인이 대리인의 촉탁에 의하여 증서를 작성한 경우 증서 작성일로부터 3일 내에 본인에게 그 증서 작성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공증인법 제56조의4 제1항 은 ‘공증인은 공정증서를 작성한 날부터 7일( 제56조의3 에 따른 공정증서 중 건물이나 토지의 인도 또는 반환에 관한 공정증서인 경우에는 1개월)이 지나지 아니하면 집행문을 부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채무자 본인의 위임이나 허락 없이 대리촉탁에 의하여 공정증서가 작성되는 경우 그 무효인 공정증서에 의한 강제집행을 사전에 방지할 기회가 있는 점, ③ 대리촉탁에 의한 집행증서 작성 과정에서 비대면 공증, 서명대리, 수수료 할인 등과 같은 비위행위가 행해질 경우 피고로서는 그 비위행위 자체에 대하여 적절한 감독권과 징계권을 행사함으로써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대부업자 등이나 그 관계인이 채무자를 대리하여 촉탁하는 공정증서 작성을 일체 거부하도록 명하는 것이 위 주장과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거나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바) 피고는 또한 대부업법 제6조의2 제1항 이 대부업자가 거래상대방과의 사이에 대부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중요사항을 거래상대방이 자필로 기재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2항 이 ‘당사자는 제소전 화해를 위하여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들면서 피고가 이 사건 지침 제4조와 같은 제한을 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① 대부업법의 위 조항은 대부업법이 정한 대부업자에 대해서만 적용될 뿐이고, 공증인에게 집행증서 작성을 촉탁하는 행위 자체를 규율하는 조항도 아닌 점, ② 제소전 화해 신청은 화해불성립의 경우 소송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잠재적으로는 소제기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고, 화해가 성립되어 조서에 기재되면 그 조서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집행증서 작성의 촉탁과는 그 성격을 달리 할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증인법은 부동산 등의 인도 또는 반환청구권에 관한 집행증서의 작성을 촉탁하는 경우에만 어느 한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를 대리하거나 어느 한 대리인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둔 반면, 그 밖의 집행증서의 작성 촉탁에 대해서는 이러한 금지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이상, 제소전 화해 신청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2항 이 대부계약에 관한 집행증서 작성의 촉탁에 대해서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서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소결
이 사건 지침 제4조는 무효이므로, 원고들이 공정증서 작성업무에 관하여 이 사건 지침 제4조 제3호를 위반하였다는 사유는 적법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징계는 나머지 점에 대하여 나아가 따져 볼 필요 없이 모두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그 중 주위적 청구에 대한 부분은 이 법원에서의 소 취하로 실효되었다)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징계를 모두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주1)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이라 한다) 제2조에 따른 대부업자, 대부중개업자 뿐만 아니라, 은행법 등 대부업법 시행령 제2조의2가 정하는 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 대부업을 하는 금융기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채권추심자 등을 포함한다(이 사건 지침 제2조). 이하 같다.
주2)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관한 집행증서의 촉탁에 관하여 자기계약이나 쌍방대리 금지에 관한 민법 제124조가 적용될 여지가 있으나, 위 조항에 의하더라도 채무자 본인의 허락이 있는 때에는 자기계약이나 쌍방대리에 해당하는 대리행위도 유효하므로, 위 조항 위반을 이유로 촉탁을 거절할 수는 없다. 한편 대리촉탁한 채권자가 대부업법상의 ‘대부업자’인 경우에는 채무자의 자필기재를 요구하는 대부업법 제6조의2 제1항이 적용될 여지가 있으나, 대부업법상의 ‘대부업자’가 아닌 여신금융기관이 채무자를 대리하여 촉탁한 경우(이 사건 원고들에게 적용된 징계사유는 모두 대부업자가 아닌 여신금융기관이 채무자를 위한 촉탁대리인의 선임에 관여한 경우이다)에는 위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