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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송전선로철거등][공2004.1.1.(193),17]

판시사항

[1]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판단 방법

[2] 농로 위로 지나가는 송전선의 철거를 구하는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으며,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2] 송전선로철거소송에 이르게 된 과정, 계쟁 토지가 51㎡에 불과한 점, 위 송전선을 철거하여 이설하기 위하여는 막대한 비용과 손실이 예상되는 반면 송전선이 철거되지 않더라도 토지를 이용함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농로 위로 지나가는 송전선의 철거를 구하는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명현)

주문

원심판결 중 송전선철거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심은, 이 사건 토지 부분의 공간사용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구 전기사업법 관련 규정에 의하면 전기사업자가 타인의 토지 사용에 대한 정당한 권원을 취득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같은 법 제5조 소정의 사업허가나 같은 법 제31조 소정의 공사인가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같은 법 제57조 소정의 토지 소유자 또는 점유자와 협의를 거치거나 그에 갈음하여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할 것인데, 피고가 이 사건 송전선의 설치에 앞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원고와 협의를 하였거나 그에 갈음한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과 위 관련 규정들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제1점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나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송전선철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주장도 배척하였다.

그러나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으며 (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4366 판결 등 참조),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다2727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충남 당진군 (주소 1 생략)]는 북서 및 남동 방향의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잡종지 24,144㎡로서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는데, 피고가 설치한 이 사건 송전선은 지상 30m의 높이로 이 사건 토지 중 북서쪽 모서리의 51㎡ 면적인 직각삼각형 부분만을 침범하고 있을 뿐이며, 이 사건 토지의 감정가격은 2002년 현재 ㎡당 37,000원으로서, 위 51㎡ 부분의 가격은 1,887,000원이고, 같은 부분의 구분지상권에 상응하는 월임료는 630원 정도에 불과한 사실, 피고는 1996. 1.경부터 1998. 12.경까지 사이에 당진-신서산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따라 이 사건 송전선 등을 설치한 다음, 그 직후인 1999. 2. 11.경 원고에게 손실보상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그 송전선 최외측으로부터 수평거리 3m를 적용하여 그 편입면적을 148㎡로 산정하고 2개 감정기관의 평가액을 산술평균한 1,531,800원을 보상금으로 제시하였으며, 이 사건 토지 이외의 ○○면 일대의 다른 토지들에 관하여는 주민대책위원회의 요구에 의해 1999. 2. 23.과 2. 24.의 양일간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하였던 사실, 그러나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협의요청을 거부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이에 접한 원고 소유의 위 (주소 2 생략) 잡종지 합계 약 8,600평의 시가가 이 사건 송전선 및 그 주변의 철탑 등으로 말미암아 하락하였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를 들어, 피고에 대하여 7억 8,000만 원 가량의 보상금을 요구하다가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이 사건 송전선의 철거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 변론 종결일 무렵에는 최소한의 보상금으로 12억 원의 거액을 요구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송전선은 대전과 서해안 지역에 전원을 공급하는 국가기간시설의 일부로서 이를 철거하고 송전선을 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손실이 예상되는 반면, 이 사건 송전선이 철거되지 않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이용함에 있어서 별다른 지장을 받지는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송전선철거청구 부분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거기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제2점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송전선철거청구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며,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

심급 사건
-대전지방법원 2003.6.27.선고 2003나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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