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확인등][공1992.6.1.(921),1596]
가.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아무런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하고 난 후 장기간이 경과한 뒤에 해고무효확인청구를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는지 여부
나. 위 “가”항에 있어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이나 해고수당을 수령하였다 하여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 및 해고무효확인청구소송이 늦게 제기되었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경우
가. 해고나 징계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아무런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상당한 이유 없이 그로부터 장기간이 경과한 뒤에야 해고무효의 확인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나. 위 “가”항의 경우라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이나 해고수당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고, 해고무효의 확인청구소송의 제기가 늦어진 경우에도 먼저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하느라고 늦어졌다거나 사용자와의 복귀교섭 결과를 기다리거나 사용자의 복귀약속을 믿고 기다리다가 늦어졌다는 등 상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가.나. 민법 제2조 ,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원고
개나리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건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제2점에 대하여
1. 원심이 확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개나리아파트관리사무소의 보일러기사로 근무하던 중, 1988.8.25. 23:30경 위 아파트의 기관실에서 동료직원 5-6명과 함께 속옷바람에 술을 마시다가 피고의 대표자 및 입주자들에게 적발된 사실이 있었는데, 피고는 위 음주사실 외에 원고가 위와 같이 적발당한 후에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이를 나무라는 피고의 대표자 및 입주자들에게 “그만 두면 되지 않느냐, 술을 마시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느냐”는 등의 폭언을 하면서 항거하였다는 사실까지 추가하여 징계에 회부한 다음, 원고에게는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아니한 채 징계위원들의 서면결의만으로 같은 해 8.31.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
나. 그런데 위 음주현장을 적발당한 후 이를 나무라는 피고의 대표자 등에게 폭언으로 항거한 것은 원고가 아니라 함께 술을 마시던 소외 1이었고, 원고도 이에 가세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으며, 적발 당시 원고 등이 속옷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은 근무기강의 해이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한여름의 무더위에 열기로 가득한 기관실(보일러실)에서 근무를 하여야 하는 원고의 입장에서는 부득이한 행동이었다고 보여진다.
다. 한편 문제의 술자리는 그 동안 원고와 함께 기관실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게 된 소외 2가 그날 저녁 급료를 수령하고 술과 안주를 사들고 원고가 근무중인 기관실로 찾아와 그 동안의 정리나 달래자고 제의함으로써 우연히 이루어진 자리였는데, 원고는 24시간 격일제 근무자로서 통상 09:00에 출근하여 기계점검, 하자보수 등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18:00경까지 보일러 가동을 끝내고 나면 다음날 05:00경 다시 보일러를 가동할 때까지는 근무장소인 기관실을 이탈하지 아니하는 한 다소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형편이었고, 정리상 위 소외 2의 제의를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문제의 술자리에 동참하였던 것이다.
라. 피고의 인사규정에는 징계의 사유에 관하여, 직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때, 직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근무성적이 불량한 자로서 개전의 정이 없을 때, 규정 또는 기타 직무상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때 등의 6가지 사유를 규정하고, 징계의 종류로는 견책, 감봉, 출근정지, 정직, 권고해직, 징계면직(해고) 등의 6가지 종류를 열거하고 있다.
2. 원심의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근무시간 중에 근무장소에서 동료직원들과 함께 술을 마신 원고의 비위는 피고의 인사규정 소정의 징계사유인 직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때, 직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또는 규정 내지 직무상 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근로자의 비위가 인사규정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여러 종류의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징계벌인 해고를 함에 있어서는 그 비위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보아 장차 당해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유지, 존속시키는 것이 사용자에게 현저하게 부당 또는 불공평하다고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중한 것임을 요한다 할 것인바, 원고가 이사건 비위를 저지르게 된 데에는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근무시간 중에 술을 마신 것이기는 하나 원고의 근무형태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21:00 이후 보일러 가동시간인 다음날 05:00시 까지는 근무장소인 기관실을 이탈하지 아니하는 한 비교적 자유로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점, 원고는 피고에게 채용된 이래 10년 이상 별다른 비위를 저지른 바 없이 비교적 성실하게 근무하여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의 비위사실을 원고와 피고사이의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이 현저하게 부당 또는 불공평한 정도의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위와 같은 비위사실만으로 원고를 징계해고한 것은 피고가 가지는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그 절차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따질 필요도 없이 무효라 할 것이다.
3. 당원의 판단
사실관계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다면 피고가 원고를 징계 해고한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이를 다투는 논지는 이유 없다.
제1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는 위 해고 직후 피고가 지급하는 해고예고수당을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위 해고의 효력을 용인한 원고로서는 더 이상 해고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아무런 이의 없이 피고로부터 해고예고수당을 수령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위 해고의 효력을 용인하였다고 할 수 없고, 이로써 당연무효인 해고가 유효한 것이 아니므로 이 점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가 주장하는 바는, 원고가 해고예고수당을 이의없이 수령하였다는 것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 소송대리인은 제1심에서, 피고가 위 징계해고 후 원고에게 소정의 퇴직금을 제공하고 원고는 이를 이의 없이 수령하였으므로 원고는 위 징계해고를 용인한 것이며 그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바 있고(1990.11.14.자 답변서), 원심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한 후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제공한 것을 근로자가 아무런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하여 간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해고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보아야하고, 그 후 1년 10개월이나 경과한 뒤인 1990.7.에 이르러서야 위 해고의 효력을 다투어 그 무효확인을 청구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위법하며,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 징계해고 직후인 1988.10.6. 해고수당 금 270,740원과 피고 소정의 퇴직금 669,380원을 이의 없이 수령하였고, 그 무렵 원고는 위 징계해고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로 소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던 것을 취하하기까지 하였으므로, 이로써 원고는 위 징계해고를 용인한 것이며 그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음을 알 수 있고(1991.10.28.자 준비서면), 을 제12호증의 1, 2, 3(해고수당지급, 지급전표, 영수증), 을 제14호증의 1, 2, 4(퇴직금지급, 지급전표, 영수증), 을 제15호증의 1 내지 7(구제신청서, 답변서제출, 답변서, 경위서, 신문통지, 처리결과통보)의 각 기재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1988.10.6. 해고수당 금 373,690원과 퇴직금 4,780,910원을 영수하였고, 한편 원고 소속 노동조합의 위원장 소외 1은 같은 해 9.1. 그 자신 및 소외 3과 원고를 위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의 복직을 청원하는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제출하였으나 그 조사절차가 진행 중이던 같은 해 10.7. 취하하여 종결처리된 것으로 되어 있다.
3. 해고나 징계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아무런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상당한 이유 없이 그로부터 장기간이 경과한 뒤에야 해고무효의 확인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 당원 1990.11.23. 선고 90다카25512 판결 ; 1991.4.12. 선고 90다8084 판결 ; 같은 해 5.28. 선고 91다9275 판결 ; 같은 해 10.25. 선고 90다20428 판결 각 참조).
다만 이와 같은 경우라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이나 해고수당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고 ( 당원 1972.6.27. 선고 71다1635 판결 ; 1991.1.25. 선고 90누4952 판결 ; 같은 해5.14. 선고 91다2663 판결 ; 같은 해 6.28. 선고 91다1806 판결 각 참조), 해고무효의 확인청구소송의 제기가 늦어진 경우에도 먼저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하느라고 늦어졌다거나 사용자와의 복귀교섭 결과를 기다리거나 사용자의 복귀약속을 믿고 기다리다가 늦어졌다는 등 상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취하한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이를 취하한 이유나 경위를 알아보아 이것이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는 뜻으로 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해고수당과 퇴직금을 수령한 이유, 이의를 남겼는지 여부, 원고 소속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하고, 또 이를 취하한 이유나 경위, 원고와 상의하여 그렇게 한 것인지 여부, 원고가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을 해고 후 1년 10월이 지나서야 제기한 이유 등을 알아보아 이 사실관계에 터잡아 피고의 위 주장의 당부를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이에 대한 심리가 되어 있지 않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피고에게 원고를 원직에 복귀시킬 것을 종용하여 피고가 이를 수락하였으나 소제기일까지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고, 원고는 피고의 당시 대표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여 약식명령에 의하여 벌금을 받게 한 일이 있고(소장), 만약 원고가 위 징계해고를 용인하였다면 이 사건 소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고(1990.12.17. 자 준비서면), 원고는 해고된 직후부터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고(원심의 9차 변론조서)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도 살펴보아 피고 대표자가 원고를 복귀시켜 주겠다고 하므로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일단 수령하고,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취하하여 기다리다가 복귀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므로 뒤늦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인지 여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5. 원심판결에는 피고의 주장취지를 오해하여 심리를 미진하고 그에 대한 판단을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논지는 이 범위 안에서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