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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배임][공1994.5.1.(967),1220]

판시사항

계주가 지정된 계원에게 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배임죄의 성부

판결요지

계주는 계원들과의 약정에 따라 지정된 곗날에 계원으로부터 월불입금을 징수하여 지정된 계원에게 이를 지급할 임무가 있고, 계주의 이러한 임무는 계주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인 계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도 되는 것이므로,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월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배임죄를 구성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은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제1심이나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할 수 있고, 이 사건에서 피해자 차용심이 계에서 탈퇴하기로 약정한 사실이나 계금의 수령후에 계불입금을 납입하지 아니할 것으로 우려할만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의 조처도 수긍이 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기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계주는 계원들과의 약정에 따라 지정된 곗날에 계원으로부터 월불입금을 징수하여 지정된 계원에게 이를 지급할 임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계주의 이러한 임무는 계주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인 계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도 되는 것이므로,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월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86.7.22. 선고 86도230 판결 ; 1987.2.24. 선고 86도174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계가 미리 순번을 정하지 않고 곗날 무렵에 계금을 탈 계원을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는 하였지만 피고인을 포함한 계원들 사이에 이 사건 곗날인 1992.8.10.에는 피해자에게 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는 것인바, 사실이 그러하다면 소론과 같이 이 사건 계의 운영형태가 원래에는 계금을 탈 계원들의 순번이 미리 정하여져 있지 아니하여 계주인 피고인이 계원들의 사정을 참작하여 임의로 순번을 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곗날에는 계원들로부터 징수한 계불입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임무가 있다 할 것이고, 피고인이 지정된 그 곗날에 계불입금을 징수하여 피해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것이 정당한 이유에 근거한 것이 아닌 이상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이유모순이나 배임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논지는 피해자가 계금을 수령한 후 계불입금을 성실하게 납입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어 계금의 지급을 보류하고, 이를 금융기관에 예치하여 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가 없었다는 것이나 이는 원심이 인정하지 아니한 사실이고, 당시까지 계불입금을 성실하게 납입하여 온 피해자가 계금의 수령후 계불입금을 납입하지 아니할 구체적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피해자에 대한 계금지급의무를 면할 수는 없는 것이고, 피해자에게 지급할 계금을 금융기관에 예금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범의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소론의 판례( 당원 1987.6.23. 선고 86도2343 판결 )는 계불입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계원에 대하여 계주가 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판시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치 아니하고, 원심의 판단이 당원의 판례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

심급 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1993.7.13.선고 93노2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