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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6. 27. 선고 99헌마480 결정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 (동법 제71조 제7호중 제53조 제3항 부분)]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김○욱

대리인 1.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기중

2.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조광희

12. 31. 대통령령 제13558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16조는 헌법에 위반된다.

2.위 같은 법 제71조 제7호(1996. 12. 30. 법률 제5220호로 개정된 것) 중 제53조 제3항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대학교 학생으로서, 1998. 9. 14.부터 주식회사 ○○에서 운영하는 종합컴퓨터 통신망인 ‘□□’에 ‘이의제기’라는 이용자명(ID)으로 가입하여 컴퓨터통신을 이용하여 왔다.

청구인은 1999. 6. 15. 위 ‘□□’에 개설되어 있는 ‘△△’이라는 동호회의 ‘속보란’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였는데, ‘□□’ 운영자가 같은 달 21.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위 게시물을 삭제하고 청구인에 대하여 ‘□□’ 이용을 1개월 중지시켰다.

이에 청구인은 정보통신부장관의 위와 같은 명령의 근거조항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같은 법 제71조 제7호제53조 제3항 부분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절차 및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조항이라고 주장하면서, 1999. 8. 1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전기통신사업법(1991. 8. 10. 법률 제4394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53조(다만, 제3항의 “정보통신부장관”은 본래 “체신부장관”이었던 것이 1996. 12. 30. 법률 제5220호로 개정시 변경되었다), 같은 법 제71조 제7호(1996. 12. 30. 법률 제5220호로 개정된 것) 중 제53조 제3항 부분 및 같은 법 시행령(1991. 12. 31. 대통령령 제13558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16조의 위헌여부이고,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제71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

한다.

7.제53조 제3항 또는 제55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불온통신) 법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

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전기통신은 다음 각호와 같다.

1.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청구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1)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제2항은 표현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기준만을 제시함으로써 행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구체화한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 또한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 등과 같이 추상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령의 규정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며, 막연한 용어를 사용할 경우 ‘막연하므로 무효’라고 할 것인바, “공공안전”이나 “미풍양속”과 같은 용어는 그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므로,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법운영당국에 의한 편의적·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2)위 규정들에 의하면,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국가체제변경론의 주장이나,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물까지 규제될 수 있으며, 헌법형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음란한 표현’ 외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저속한 내용’도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결국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

(3)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의하면, 정보통신부장관은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른바 ‘불온통신’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한 ‘취급의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하도록 명할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같은 법 제71조 제7호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정보통신부장관은 컴퓨터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표현행위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거의 무제한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진술을 할 수 있는 절차가 없음은 물론이고, 직접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이용자가 자기의 주장을 진술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절차나 구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규정에 위배된다.

(4)설사, 이른바 ‘불온통신’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은 해당표현물의 삭제 외에 이용자의 통신망 이용권 자체를 정지 또는 금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나. 정보통신부장관의 의견

(1)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집행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기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없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2)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이라는 평가 내지 가치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나, 재차 그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은 헌법 제21조 제4항이나 제37조 제2항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중도덕, 사회윤리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라는 개념과 비교하여 가치 내지 평가개념으로서 그 내용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현행법상으로도 수많은 개별 법률에서 동일한 개념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법적 안정성이 문제될 만큼 불명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정부의 사전적인 심의나 검열을 내용으로 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온라인 미디어상에 정보를 제공한 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4)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용자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며, 따라서, 이용자의 절차적 권리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또한 취급거부, 정지 또는 제한 등의 처분에 앞서 이용자나 사업자에게 그 당부에 관한 절차적 권리를 인정하게 되면, 온라인 미디어의 접근의 용이성, 전파의 신속성 때문에 사실상 불온정보의 유통을 규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5)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국가정보원장의 의견

대체로 정보통신부장관의 의견과 같다.

라.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의견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인터넷시대에 있어 우리 사회의 건전한 사회윤리와 청소년의 보호, 건전하고 안전한 사이버세상의 구현을 위하여 중요한 시대적 의미를 가진다. 만일 이 법률조항을 위헌선언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정당한 심의기능마저 수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마. 경찰청장의 의견

인터넷이나 PC통신의 특성을 악용하여 고의적이고 상습적으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체제를 찬양・선전하는 등의 행위는 현행법상 위법할 뿐만 아니라 체제수호차원에서 방치할 수 없으므로, 불온통신행위자에 대한 합법적 통신활동 규제는 불가피하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자를 의미하며 단순히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인 제3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헌재 1992. 9. 4. 92헌마175 , 판례집 4, 579, 580; 헌재 1998. 8. 27. 97헌마372

등, 판례집 10-2, 461, 470-471 등).

직권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71조 제7호제53조 제3항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가 위와 같은 자기관련성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전기통신사업법 제71조 제7호는 ‘제53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의 처벌대상은 청구인과 같은 전기통신이용자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정보통신부장관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그 자체로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헌법소원이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위 조항들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면서 전체적으로 이른바 불온통신의 내용을 확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으로서,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들에게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지 말 것을 명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통신이용자들은 어떠한 집행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그러한 불온통신의 금지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위 조항들 자체에 의하여 직접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 조항들은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법률은 그 법률에 기한 다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어야 하나, 구체적 집행행위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하여 언제나 반드시 법률자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예외적으로 집행행위가 존재하는 경우라도 그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다만 기본권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 등으로서 당해 법률에 대한 전제관련성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당해 법률을 헌법소원의 직접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헌재 1992. 4. 14. 90헌마82 , 판례집 4, 194, 203; 헌재 1997. 8. 21. 96헌마48 , 판례집 9-2, 295, 303-304).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은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불온통신의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는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이라는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여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 조항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규제받는 자는 청구인과 같은 이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의 상대방인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닌 제3자라는 이유로 행정소송의 제기를 통한 권리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예외적으로 이 조항을 직접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관하여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하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주장은 이유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제도

(1) 불온통신의 개념과 규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에 의하면, ‘불온통신’이라 함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말한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는 구체적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유형의 불온통신을 규정하고 있다. 즉,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 바로 그것이다.

나아가 같은 조 제3항은 위 불온통신에 대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71조 제7호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위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 거부·정지 또는 제한의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2) 불온통신 규제제도의 의미와 구조

종래 전통적인 전신, 전화 등의 통신은 통신의 비밀보장과 관련하여 전달되는 정보의 내용에 대한 개입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통신산업의 기술적 발전으로 전신, 전화 등이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불특정다수인에 대한 정보전달매체로서의 기능을 갖게 됨에 따라 그 영향력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리하여, 위와 같은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는 전통적인 통신수단인 유선전화 내지 무선전화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뿐만 아니라, 이른바 피씨(PC)통신이나 인터넷 등 ‘온라인매체’를 통해서 유통되는 정보를 규제하는 주요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다음과 같은 구조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정보통신부장관이라는 행정권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규제가 이루어진다.

둘째, 그 규제의 법적 구조가 정보통신부장관-전기통신사업자-전기통신이용자의 삼각구도로 짜여져 있어, 명령 및 처벌의 대상자는 전기통신사업자이지만, 그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자는 이용자가 된다. 명령 및 처벌의 객체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객체가 분리될 뿐 궁극적으로는 형사처벌의 담보하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행하여진다. 한편 전기통신이용자는 규제조치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로서 행정절차에의 참여, 행정소송의 제기 등 권리구제의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셋째, 형식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제한이지만, 이용자-전기통신사업자 및 전기통신사업자-정보통신부장관의 역학관계에 비추어 볼 때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등 명령이 없더라도 미리 사용약관 등에 의하여 이용자의 통신내용을 규제하고 이에 따라 이용자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실질적으로는 상시적인, 자체 검열체계로 기능하기 쉽다.

나. 표현의 자유의 제한법리

(1) 표현의 자유와 명확성의 원칙

법률은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대상자에게 그 규제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동시에 법집행자에게 객관적 판단지침을 주어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법해석을 예방할 수 있다(헌재 1992. 4. 28. 90헌바27 등, 판례집 4, 255, 268-269). 법률은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민주주의·법치주의 원리의 표현으로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요구되는 것이며,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 포괄위임금지와 같은 원칙들에도 명확성의 요청이 이미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존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케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2).

(2) 표현의 자유와 과잉금지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과잉금지원칙은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원리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도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나, 표현의 자유의 경우에 과잉금지원칙은 위에서 본 명확성의 원칙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과잉금지원칙과 조화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1) 명확성원칙 위반여부

(가)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고 할 것이고, 특히 위 조항과 같이 표현의 내용에 의한 규제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나)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불온통신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통신”으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공공의 안녕질서”는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와, “미풍양속”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즉 “불온통신”의 개념을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

이처럼,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이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위와 같이 불명확한 불온통신의 개념은, 비록 같은 조 제2항에서 그 대상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행령에 의하여 구체화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예상할 수 없어,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에 관하여 어렴풋한 추측마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은 각자마다 다른 대단히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물론 입법에 있어서 추상적 가치개념의 사용이 필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부인할 수 없으며, 또한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법률의 입법목적, 규율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의 성격, 관련 법규범의 내용 등에 따라서는 그러한 개념의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공권력에 의하여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입법에서 아무런 추가적인 제한요건 없이 막연히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잣대로 일체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비록 같은 조 제2항에서 그 대상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령에 의하여 구체화될 것

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에 현저하게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통신부장관은 헌법에 유사한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직접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에서 헌법상의 개념이나 그와 같은 정도로 추상적인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게 명확하면서도, 진정한 불온통신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입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규제대상이 다양·다기하다 하더라도, 개별화·유형화를 통한 명확성의 추구를 포기하여서는 아니되고, 부득이한 경우 국가는 표현규제의 과잉보다는 오히려 규제의 부족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해악이 명백히 검증된 것이 아닌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라)결론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규제되는 표현의 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여부

(가)온라인매체상의 정보의 신속한 유통을 고려한다면 표현물 삭제와 같은 일정한 규제조치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내용 그 자체로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예컨대, 아동 포르노, 국가기밀 누설,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이 아닌 한,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관리 차원의 제약을 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함부로 내용을 이유로 표현물을 규제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아니된다.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

그런데,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을 전제로 하여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서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나)먼저, 우리 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도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으로 되어 규제될 수 있다. 우리 재판소는 “음란한” 표현과 달리 “저속한” 표현은 일정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고 하면서, 외설성이 음란에는 달하지 않는 성적 표현, 한두 번의 폭력적 표현, 다소 상세한 살인현장의 묘사, 성을 소재로 한 유머, 왜곡된 사회도덕이나 윤리를 풍자하는 다소 품위없는 표현 등이 “저속”에 해당한다고 하였는데(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52-353), 이러한 저속한 표현 중에는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청소년유해매체물은 청소년보호를 위해 그 유통·관리를 규제하는 매체물이다. 여기에는 성인에게도 금지되는 음란물 같은 불법표현물도 포함될 수 있지만, 성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될 수 있지만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표현물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 개념의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청소년에 대한 접근만 금지하여도 족할 표현물도 불온통신에 해당되어 규제받게 된다. 예를 들어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표현물은 청소년의 접근으로부터는 차단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청소년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1호 참조), 그것이 음란물에 이르지 않는 한 성인에 의한 표현과 접근까지 금지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표현물들도 “미풍양속”에 반하는 불온통신이라 하여 규제받을 수 있게 된다.

(라)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봉쇄한다.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혼전동거, 계약결혼, 동성애 등에 관한 표현)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징집반대, 양심상의 집총거부, 통일문제 등에 관한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된다면, 전기통신의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열린 논의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집권자에 대한 비판적 표현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쉽게 규제될 소지도 있다. 우리 재판소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음을(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39-340) 환기하여 둔다.

(마)마지막으로 1961년 구 전기통신법 제6조에 의하여 도입될 당시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재의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인터넷을 비롯, 온라인매체를 이용한 표현행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변화된 시대상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불온통신 규제의 주된 대상이 되는 매체의 하나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공중파방송은 전파자원의 희소성, 방송의 침투성, 정보수용자측의 통제능력의 결여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 강조되어, 인쇄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강한 규제조치가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위와 같은 방송의 특성이 없으며,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며, 그 이용에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표현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바)결론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1)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

(2)포괄적위임입법금지원칙은 행정부에 입법을 위임하는 수권법률의 명확성원칙으로서 헌법 제75조가 규정하고 있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그리고 이 같은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규제 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바, 기본권침해영역에서는 급부영역에서보다 구체성의 요구가 강화되고,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내용에 의하여 규제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구체성의 요구가 더욱 강화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그 기준과 대강을 예측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3)또한, 이 개념은 행정입법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그로 인한 행정입법을 제대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러한 기능은 위임입법에서 위임사항을 명백히 한계지울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의 개념은 행정입법의 범위에 대한 아무런 한계로도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행정입법자는 다분히 자신이 판단하는 또는 원하는 “안녕질서”, “미풍양속”의 관념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얼마든지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위 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와 제3호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으로서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각 규정하여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에 못지 않게 불명확하고 광범위하게 통신을 규제하고 있는 점에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할 것이다.

(4)나아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불온통신 즉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을 전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법률”로써 구체화하여야 할 것을 법률에 의하여는 전혀 구체화하지 아니한 채 전적으로 행정입법에 맡겨놓은 결과를 초래하였는바, 이는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작용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결정함으로써 실질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한 규율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요구(헌재 1999. 5. 27. 98헌바70 판례집 11-1, 633, 644)에도 반한다고 보여진다.

(5)결론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대통령령에 규정될 불온통신의 내용 및 범위

를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위임하고 있지 않아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과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 조항들을 전제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 또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헌이라 할 것인바, 아울러 위 조항에 의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 명령 제도는 실질적인 피규제자인 전기통신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한 점에서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고, 나아가 위 취급거부·정지·제한에 이용자명(ID)의 사용금지 또는 사이트폐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용자가 당해 사이트를 통하여 다른 적법한 정보를 유통하는 것까지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많음을 지적하여 둔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헌법에 위반되므로 이를 근거로 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또한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위헌이라 할 것이다.

5. 결 론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는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고, 같은 법 제71조 제7호제53조 제3항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다음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제2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 다음, 같은 법 제53조 제2항을 전제로 하거나 이를 근거로 하는 같은 법 제53조 제3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위헌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우선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반대하고, 이에 따라 같은 법 제53조 제3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에 관하여도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이러한 점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히기로 한다.

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제2항에 관하여

(1)위 법률조항들은 규제의 대상이 되는 불온통신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해당한다. 또한 위 법률조항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불온통신의 내용을 확정적·완결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아니라, 불온통신의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 위임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되는 것인데, 위와 같은 위임입법의 경우에는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명확성원칙의 요구도 포괄위임여부의 판단을 통하여 충족된다고 할 것이며, 이는 다수의견도 인정하는 바이다.

(2)다수의견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 및 불명확한 규범으로 인한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는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되고, 이러한 영역에서 위임입법이 이루어질 경우에도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이 보다 강하게 요구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위 법률조항들이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첫째, 위 법률조항들의 경우 그 위반으로 인하여 전기통신이용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전기통신사업자를 통한 취급거부·정지·제한이고, 구체적으로는 당해 표현물의 삭제를 비롯하여 이용자명(ID)정지, 사이트폐쇄 등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형벌을 택하고 있는 경우와는 구별하여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 하면,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고도의 명확성을 심사기준으로 택하게 된 본래의 이유는 그 위반의 제재수단으로 형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표현의 위축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 예상되므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강도 높은 명확성을 요구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그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이 형벌일 경우에는 어떠한 영역보다도 명확성의 요구 정도가 강할 것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그 위반의 제재수단이 비교적 경미하여 형벌 또는 이와 유사한 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때에는, 단지 문제되는 영역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만으로 명확성의 원칙 내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과 관련하여 특별히 엄격한 심사기준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둘째, 위임입법은 그 자체로서 완결적인 명확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령 자체에서 완결적으로 내용을 정하는 경우에 비하여 그 정도에 있어서 완화된 명확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위임입법인 위 법률조항들이 아닌 구체적인 시행령조항이므로, 어떤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규제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구체적인 시행령조항의 위배를 이유로 규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이라는 개념은 시행령조항에 대한 구체적 지침의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명확하면 되는 것이고, 이에 비하여 시행령조항은 그 위배를 이유로 바로 규제가 가해지므로 보다 구체적이며 보다 강한 명확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또한 다수의견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으로서 행정입법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행정입법자에게 아무런 한계규범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위 개념들의 모호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우리 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 또는 성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만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표현물인 ‘청소년유해매체물’ 등과

같이 불온통신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는 과잉규제가 필연적으로 초래된다고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법률의 합헌적 해석의 원칙은 외형상 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는 법률이라도 그것이 헌법정신에 맞도록 해석될 여지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함부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헌법정신과 조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는 헌법원칙으로서, 권력분립과 입법권 존중의 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률의 합헌적 해석의 원칙 특히, 기본권의 최대보장, 최소제한의 원칙에 의거하면, 위 법률조항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는 입법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왜냐 하면, 입법자가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 취지는, 넓은 의미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조금이라도 저해가 되는 모든 표현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의 침해에 대하여는 이를 규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은 개념으로서 추상적인 것이기는 하나, 그것은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표현의 세계를 통틀어 한가지로 규율하기 위한 불가피한 중간개념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의미를 위와 같이 보게 되면, 위 개념들이 행정입법자에게 아무런 한계규범으로 작용하지 못한다거나, 또는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싸잡아 규제하는 과잉규제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즉, 위 개념들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켜야 할 것’만을 의미하므로, 성인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만 청소년에게만 금지되는 표현물인 ‘청소년유해매체물’은 불온통신의 이름으로 규제되어서는 아니됨을 요청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하므로, 우리 재판소가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저속한’ 표현 또한 불온통신의 이름으로 규제되어서는 아니됨을 요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과연 무엇이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인가는 사회의 변천에 따른 유동적인 것으로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징집반대나 집총거부 또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하는 표현이 과연 위 기준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와 같은 수많은 한계적 상황이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입법자는 위와 같은 이유로 그 구체적인 형성을 행정입법자에게 위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행정입법자의 구체적 형성의 결과인 시행령조항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통제가 가하여질 수 있는 것이므로, 만일 행정입법자가 위 기준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표현을 불온통신의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불명확한 규정을 두는 경우에는 이러한 규정은 위헌으로서 무효로 되거나 적용되지 아니하게 될 것이다.

결국, 과연 무엇이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인가는 행정입법자의 구체적 형성과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비로소 명확하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따라 해석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의 개념은 적어도 위임의 기준으로서는 비교적 명백한 것으로서, 행정입법자에게 그 위임의 내용, 목적 및 범위 등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고, 따라서, 과잉규제의 위험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4)한편, 다수의견은 위 법률조항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불온통신의 규제입법을 함에 있어, 그 규제대상이 다양·다기하다 하더라도, 개별화·유형화를 통한 명확성의 추구를 포기하여서는 아니됨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위 법률조항들을 위헌이 아닌 것으로 본다고 하여, 곧 위 법률조항들이 입법정책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까지 주장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위헌여부는 규범이 유효하게 존립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한계설정의 문제이지, 정책적 가치판단의 최적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위 법률조항들이 위임입법이라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의 확고한 보장이란 견지에서 명확성을 더욱 제고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시행령의 불온통신에 대한 규정을 법률규정으로 전환하거나 불온통신에 해당하는 구체적 예를 일부 거시한 다음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고, 이러한 방안이 보다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안을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위임입법의 불명확성이 완전히 해소되어 행정입법자에게 완벽한 지침을 줄 수는 없는 것이고, 행정입법자가 실제로 입법을 함에 있어 한계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금지되는 표현에 포함시킬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임입법의 명확성의 문제는 정도의 문제라 할 것이고, 입법개선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하여 반드시 그 법률조항이 모두 위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가사, 위 법률조항들이 위임입법으로서 최선의 입법은 아닐지라도, 누구라도 위 법률조항들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될 불온통신에 관한 기준과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의 불명확성이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1)위 시행령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불온통신의 내용을 확정적·완결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쟁점은 위 시행령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2)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은 형사법규로 처벌되는 범죄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거나, 그러한 범죄행위를 교사하기 위한 통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고, 그렇다면, 위 제1호의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3)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 및 제3호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수범자에게 최소한의 해석지침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크게 미달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위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경우를 살펴보면, ‘반국가적 행위’의 개념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위와 같은 규정만으로는 구체적인 경우에 어떠한 행위가 반국가행위로 규제될 것인지가 다분히 법집행기관의 의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반국가행위라는 명목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쉽게 예상된다. 그러므로 위 제2호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표현의 자유를 완결적으로 규제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다음으로 위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경우를 살펴보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라는 개념은 수권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비하여 그 명확성의 면에서 한치도 나아간 것이 없는 개념으로서, 이와 같은 추상적 기준의 제시로는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을 길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제3호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수권법률의 위임의 기준으로는 허용될 수 있을지라도, 표현의 자유를 확정적으로 규제하는 기준이 되기에는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 제2호, 제3호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위 제1호의 규정에 비하여 보더라도 구체성이 크게 떨어지므로, 각호 상호간의 균형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규정 제13조, 제15조 및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세칙 제7조 제1항은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 및 제3호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바, 비록 위 시행령에서 정하는 기준이 위 심의규정이나 심의세칙에서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상세할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이와 비교하여 볼 때 지나치게 소략(疏略)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 제10조같은 법 시행령 제7조는 법령수준에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2호 및 제3호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과 비교하여 훨씬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위 제2호 및 제3호는 도저히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4)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제1호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나, 같은 조 제2호 및 제3호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1) 위 법률조항은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을 규정함으

로써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고, 또한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불온통신에 대한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을 발함에 있어 전기통신이용자의 의견진술권 보장 등 적법절차의 원칙이 준수되고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므로, 이러한 점들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2)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여부

(가) 먼저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온라인매체의 폐해를 방지하고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수단으로서 정보통신부장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나아가 위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의 요건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위 제도는 이용자에 대하여 일체의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하여도 불온통신의 게재에 대하여 바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고, 먼저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령을 내린 다음 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비로소 형사책임(전기통신사업법 제71조 제7호)을 묻는 구조를 취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과 관련하여 과잉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위 제도는 불온통신에 대하여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온통신에 대하여는 당해 정보의 개별적 삭제명령뿐만 아니라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매체의 경우 불온통신의 게재에 대하여 단지 당해 표현물의 개별적 삭제명령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즉, 당해 정보를 제공한 이용자가 삭제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사태는 실제로도 흔히 발생하고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을 인정하지 아니한다면, 달리 적절한 대처방법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규제수단의 인정은 부득이한 것으로서 지나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나아가 사이트폐쇄명령이나 이용자명(ID)정지명령도 당해 전기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통신망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이용자는 그 밖의 통신망의 이용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규제수단의 인정으로 인하여 이용자가 입게 되는 피해는 이를 인정할 필요성이나 그로 인한 공익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다.

(다)결국, 위 법률조항에 의한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

은 과잉금지의 원칙의 위배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여지므로, 위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여부

(가)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등과 기타 필요한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행정절차법 제22조 제3항은 행정청이 위와 같은 처분을 함에 있어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는 경우 외에는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행정절차법 제2조 제4호에 의하면, “당사자 등”이라 함은 행정청의 처분에 대하여 직접 그 상대가 되는 당사자와 행정청이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하여 행정절차에 참여하게 한 이해관계인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에 의한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의 이해관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통신이용자도, 행정청의 직권에 의하여 또는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행정절차법 제2조 제4호 소정의 이해관계인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처분의 사전통지를 받고 의견제출을 할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행정절차법 제22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다른 법령 등에서 청문 및 공청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행정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는바, 이 경우에는 전기통신이용자도 이해관계인으로서 청문기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며, 참고인·감정인 등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같은 법 제31조 제2항), 청문의 통지가 있는 날부터 청문이 끝날 때까지 행정청에 대하여 당해 사안의 조사결과에 관한 문서 기타 당해 처분과 관련되는 문서의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할 수 있고(같은 법 제37조), 공청회를 실시하는 경우에 공청회의 통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같은 법 제38조).

(나)그런데,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등에게 사전통지를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행정절차법 제22조 제4항은 위 제21조 제4항에 해당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은 명문으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의견진술·청문·공청회)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정보통신심의의 실무상 의견진술권이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이유는 정보전파의 신속성으로 인하여 일일이 전기통신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을 보장하는 경우에는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는 위와 같은 법규정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에서 전기통신이용자에 대하여 의견청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전기통신이용자는 이해관계인으로서 행정절차법에 의하여 처분의 사전통지를 받고, 의견제출을 할 기회가 열려 있으며, 청문이 실시되거나 공청회가 개최되는 경우에는 이에 참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고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기통신의 이용자에게 의견진술권이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위 법률조항에 별도의 의견진술권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정보전파의 신속성에 따른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이 또한 행정절차법에 그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기통신이용자는 행정절차법에 의한 절차보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에서 별도의 의견진술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위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4)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라.결론적으로, 우리는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각하되는 부분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같은 법 시행령 제16조 제1호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여 그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 제2호, 제3호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이에 반대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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