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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1도230 판결

[강간치상][공2001.6.15.(132),1308]

판시사항

[1]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2]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로 사실을 오인하였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로 사실을 오인하였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나선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00. 3. 9. 21:30경 서울 관악구 봉천 6동 소재 혜성장여관 201호실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61세)를 간음하려고 속옷을 벗기다가 피해자가 욕설을 하면서 양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면서 반항하자, 피해자의 몸에 올라타 어깨와 팔로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다음 양손으로 피해자의 무릎을 벌려 항거불능하게 한 후 간음하여 강간하고, 그 과정에서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양하지 다발성 타박상 등을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피고인이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여 이를 강간치상죄로 다스리고 있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도259 판결, 1999. 9. 21. 선고 99도2608 판결 등 참조).

나. 제1심은 피고인의 검찰 및 제1심에서의 각 일부 진술, 피해자의 경찰, 검찰 및 제1심에서의 각 진술, 피고인과 피해자가 투숙한 혜성장여관의 여주인 김정희의 경찰에서의 진술, 의사 최정학 작성의 진단서를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고, 원심은 이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바, 이를 차례로 검토한다.

(1) 먼저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성교를 맺기 전 유형력을 일부 행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교할 당시에는 서로 뜻이 맞아 성관계를 맺은 것이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강간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피고인의 진술 요지는, 관악산 매표소 앞에서 평소 안면이 있는 피해자를 만났더니 피해자가 자기 집에 가서 밥을 먹자고 하여 택시를 타고 피해자의 집으로 가다가 도중에 치킨가게에 들러 소주를 나누어 마시고 피해자가 춥다고 하기에 여관에 가자고 하였더니 승낙하기에 택시를 타고 함께 여관에 들어간 것이고(수사기록 60, 61, 73쪽, 이하 '수 몇쪽'으로 표시한다.), 여관방에 먼저 들어간 피해자가 바지와 상의를 벗고 침대에 누워 있어 팬티를 벗기려 하자 욕설과 고함을 지르고 양손으로 피고인을 때리고 발로 차기에 그래도 피고인이 옷을 벗고 피해자의 배위에 올라 타는 등 성교를 시도하였으나 피해자가 다리를 오므리고 양손으로 가슴을 밀쳐 실패하고, 계속하여 성관계를 거절하기에 옷을 입고 집에 가겠다고 하자, 피해자가 자신이 깨끗한 몸이고 몸을 파는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기에 그러면 성관계를 맺자고 하였더니, 피해자가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응하여 성교하였다는 것이다(수 63, 64, 74, 75쪽). 그리고 성관계 후에도 피고인이 여관 여주인에게 맥주와 담배를 시켜 가져오자, 피해자가 알몸을 수건으로 가린 상태로 나가 맥주와 담배를 받으려고 하였으나 여관 여주인이 피해자를 방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여 피고인이 대신 받아 피해자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는 것이다(수 66, 67, 79쪽).

(2) 다음으로, 이 사건 범행 장소인 혜성장여관의 여주인 김정희의 진술을 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은 없고, 오히려 피고인이 숙박비를 내고 카운터 바로 옆에 있는 201호실로 들어갈 때까지 싸우거나 비명소리를 들은 바 없고 피고인이 주문한 맥주와 담배를 여관방에 가져다 줄 때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수건으로 알몸을 가린 채 나오기에 방안으로 밀어 넣고 피고인에게 돈을 받았고, 투숙하고 있는 동안 비명소리나 살려달라는 등의 소리를 듣지 못하였으며, 23:00경 함께 나갔다가 잠시 후 피해자 혼자 돌아와 피고인이 지갑을 훔쳐갔다며 신고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수 19, 23, 80쪽).

피고인과 피해자가 처음 여관을 나갈 때 여관을 지키고 있은 김정희의 아들 최민호의 진술도 대체로 같은 취지이다(수 84, 85, 86쪽).

(3) 결국,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만이 남는다.

피해자는 관악구 봉천 10동에 거주하면서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9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음식점에 손님으로 두어 차례 와서 알고 있는 사이이다(수 12, 14쪽 및 공판기록 65쪽, 이하 '공 몇쪽'으로 표시한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관악산 입구에서 만나 여관에 가서 성관계를 맺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관하여 경찰에서는, 손님들과 마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관악산 매표소 앞에서 피고인을 만나 피고인이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여 함께 택시를 타고 갔는데 집에 데려다 주지 않고 여관으로 끌고 들어가 여관방에서 나가려는 피해자를 주먹으로 허벅지와 머리를 때리고 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고 구타하여 강제로 옷을 벗기고, 소리를 지르면 죽여버린다고 하여 반항을 못하게 하고, 피고인이 바지를 벗고 다리를 강제로 벌린 뒤 강간하였고, 당시 피해자는 침대에서 피고인의 가슴을 밀어 내며 반항하였으나, 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고 구타하며 협박하여 여관주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하였고, 강간 후 피고인은 옷을 입고 바로 여관방을 나갔고 피해자도 옷을 입고 나가니 여관 밖에 서 있던 피고인이 달아나 버렸다는 것이고(수 13, 14쪽), 같은 날 피고인과 대질과정에서도 같은 경위로 강간당하였다고 하면서(수 37쪽), 여관방에 있는 동안 피고인이 주문한 맥주와 담배를 여관 여주인이 가져 왔을 때 수건으로 알몸을 가린 채 복도로 나온 일이 없고, 강간당한 후 먼저 나간 피고인을 뒤따라 여관을 나와 곧바로 집으로 갔으며 여관에 다시 들어간 사실이 없다고 극력 부인한다(수 38쪽).

검찰에서도 강간당한 경위에 대하여는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면서(수 77쪽), 여관 카운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방안으로 밀어 넣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때리고 입을 막았다는 것이고(수 78쪽), 평소 주량이 소주 2홉들이 1병인데 빈속에 소주 4잔을 마셔 비틀거릴 정도였고, 피고인과 함께 간 곳이 여관인지도 몰라 도움을 청하지 못하였으며, 성관계 후 피고인이 맥주와 담배를 주문하여 여관 여주인이 가져오거나, 그 때 피해자가 알몸으로 복도에 나가거나 한 일은 기억에 없으며(수 78, 81쪽), 강간당한 후 피고인이 나간 뒤 뒤따라 나갔더니 피고인이 여관 계단에 있다가 도망가기에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을 뿐 피고인과 다시 여관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수 84, 87쪽). 제1심에서도 경찰 및 검찰에서와 같이 여관방에 들어가자마자 주먹으로 때리고 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은 후 강제로 옷을 벗기고 강간당하였다고 하면서도 당시 술을 많이 먹어 정신을 차리니 여관방안이었다거나, 피고인이 집을 가르쳐 준다면서 여관에 밀어 넣고 여관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그고 머리를 때리고 목을 누르고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으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강간을 당한 뒤이고, 정신이 나서 여관을 나갔다가 두고 온 가방과 밥통을 가지러 여관에 들어갔다 온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공 66쪽).

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거나, 강간당한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객관적인 사실관계와도 어긋나 그대로 믿기 어렵다.

(1) 우선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여관으로 끌고 들어 갔다거나, 여관 카운터에서 201호실로 강제로 밀어 넣었다거나, 여관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심하게 구타하고 입을 막고 협박하였다는 진술부분은 여관 여주인 김정희의 진술과 어긋나고,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여관방에 들어가자마자 주먹으로 허벅지와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하고 강간당하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수건으로 입이 틀어 막혔다면 머리나 입부위 등에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입을 만한 데 그 이튿날 발부받은 의사 최정학 작성의 진단서(수 11쪽)에는 양하지와 경부에 2주간의 치료를 요할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만 되어 있다.

(2) 또한 피고인은 성관계를 맺은 뒤 피고인이 주문한 맥주와 담배를 여관 여주인 김정희가 가져와 방문을 열었을 때 피해자가 알몸인 채로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나가 받으려 하였다가 김정희가 방안으로 들어가라고 밀어 넣자 웃으면서 그냥 들어오고 피고인이 나가 맥주와 담배를 받고 돈을 준 일이 있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는 경찰 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김정희의 일관된 진술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거짓임이 분명하고, 피해자의 이러한 행동이나 태도는 강간당한 후의 것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만일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여관방에 들어가자마자 피고인이 방문을 잠그고 심하게 구타하고 강간까지 당하였다면 여관 여주인이 중간에 맥주와 담배를 가져와 방문을 연 기회에 여관방을 빠져 나가거나 도움을 청하였을 법한 데도 피해자는 그러한 사실을 기억할 수 없다고만 주장한다.

(3) 물론 피해자가 자신이 여관에 끌려 들어간 사실이나 강간당하는 것도 알지 못할 정도로 술에 만취한 탓으로 엉겁결에 강간을 당하고 여관 여주인이 맥주와 담배를 가져 온 사실도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으나, 피고인과 여관 여주인 김정희 및 그 아들 최민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해자의 전후 행적에 비추어 볼 때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에 취하였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4) 피고인은 성관계를 맺은 뒤 피해자가 먼저 여관을 나갔고 피고인이 뒤에 나가 보니 피해자가 도로변에 앉아 가방속에서 무언가 찾고 있어 여관방에서 들고 온 손지갑을 건네주었더니 돈이 없어졌다면서 여관에 가서 자고 간다고 하여 같이 여관으로 돌아와 201호실로 다시 들어갔다가 거기서도 계속 훔쳐간 돈을 달라고 하기에 먼저 여관을 나와 집으로 갔다고 변소하고(수 82, 83쪽), 이와 달리 피해자는 여관방에 끌려 들어가 강간당한 뒤 피고인을 뒤따라 나왔으며 여관으로 다시 들어간 일이 없이 그대로 귀가하였다고 하며(수 38, 83, 84쪽), 다만 제1심 법정에서는 두고 온 가방과 밥통을 찾으러 여관에 한번 들어갔을 뿐이라고 하는바(공 66쪽), 두 사람이 여관에 드나드는 것을 지켜 본 여관 여주인 김정희나 그 아들 최민호의 진술은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

이와 같이 피고인에게 강간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기록상 보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기 전후의 사정 등을 좀더 자세히 심리하여 피고인이 가한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그 정도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 그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각기 술에 취한 정도와 아울러 그 진술들의 신빙성을 가려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진술만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주심) 윤재식 손지열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0.12.22.선고 2000노2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