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271호 466~472] [전원재판부]
가. 양도소득의 필요경비 계산에 있어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구 소득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1호로 개정되고, 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5항 중 ‘취득에 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부분 및 구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고, 2014. 1. 1. 법률 제121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5항 중 ‘취득에 든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부분(이하, 이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조세법률주의(과세요건법정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심판대상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가. 우리 소득세제는 거주자의 양도소득에 대한 납세의무와 관련하여 양도의 정의에서부터 양도소득금액의 계산, 양도소득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 양도소득과세표준의 신고와 납부 등에 이르기까지 과세에 필요한 규정을 단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포함된 구 소득세법 제97조는 양도소득의 필요경비 계산에 관한 규정으로 필요경비의 종류, 계산방법 등을 망라하였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가 과세된 경우 그 증여재산가액을 필요경비에 산입하는 것은 명의신탁 주식(차명주식)과 같은 특정 유형 자산의 양도에 관한 세부적인 필요경비 계산방법에 불과하여, 이를 양도소득세 과세요건의 본질적 사항이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를 규정하지 아니한 심판대상조항은 조세법률주의(과세요건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사항은 다양하게 존재하는 양도자산의 종류, 양도 경위 및 방법에 따른 양도소득의 필요경비 중 그 취득가액의 구체적 계산방법 등에 관한 것으로서 전문적 판단과 경제 현실 변화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다.
‘취득’, ‘범위’ 등의 의미, 양도소득세에 관한 규율체계 등에 비추어보면 심판대상조항의 위임사항에는 각종 자산취득 유형에 따라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취득가액의 구체적인 세부항목과 내용, 계산방법 등이 포함될 것을 납세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 양도소득세제에서 실지거래가액이 가지는 규범적 의미 등을 고려하였을 때 심판대상조항의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이 반드시 매매 등을 원인으로 양도자산을 취득하는 경우만을 전제로 한다거나, 심판대상조항이 무상취득자산의 필요경비 산정에 관한 사항을 전혀 예정하지 아니한 채 이를 포괄 위임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재판관 서기석의 보충의견
소득세법령상 양도자산의 필요경비에 관한 일련의 규정에 의하면,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된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해당 자산의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서 앞서 부과된 증여세에 관한 사항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러한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는 비록 다른 세목(稅目)이라 하더라도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이 담고 있는 법적 효과와 들어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납세자에게 가혹한 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된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차익을 산정하는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조세평등주의 내지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되었다면 그 증여세 상당액을 해당 자산의 양도소득 계산 시 필요경비에 산입하도록 하는 것이 과세형평상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구 소득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1호로 개정되고, 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5항 중 ‘취득에 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부분
구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고, 2014. 1. 1. 법률 제121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5항 중 ‘취득에 든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부분
가. 헌재 2001. 6. 28. 99헌바54 , 판례집 13-1, 1271, 1292-1293
나. 헌재 2002. 1. 31. 2001헌바13 , 판례집 14-1, 36, 44헌재 2002. 6. 27. 2000헌바88 , 판례집 14-1, 579, 584-585헌재 2010. 7. 29. 2009헌바192 , 판례집 22-2상, 363, 370
청 구 인조○래
대리인 김ㆍ장 법률사무소담당변호사 이윤식 외 4인
당해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합20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등
구 소득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1호로 개정되고, 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5항 중 ‘취득에 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부분 및 구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고, 2014. 1. 1. 법률 제121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5항 중 ‘취득에 든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에 대한 연대납세의무자 지정ㆍ통지 및 각종 과세처분
(1) 청구인은 주식회사 ○○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사람으로, 주식회사 ○○ 등의 주식을 ○○의 전ㆍ현직 임직원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보유하였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13. 5. 29.경부터 2013. 9. 5.경까지 주식회사 ○○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위 사실을 확인하고 강남세무서장, 성북세무서장 등 총 48개 지역의 관할 세무서장(다음부터 통칭할 때는 ‘강남세무서장 등’이라고 한다)에게 그 과세자료를 통보하였다.
(2) 강남세무서장 등은 청구인의 명의신탁 주식(차명주식)과 관련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에 따라 해당 주식 명의자들에게 1998년 내지 2012년 귀속 증여세 644억여 원을 부과하고, 청구인을 그에 대한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ㆍ통지하였다. 성북세무서장은 청구인에게 명의신탁 주식(차명주식)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 2003년 내지 2012년 귀속 종합소득세 29억여 원을, 명의신탁 주식(차명주식) 양도로 인한 양도차익에 2003년 내지 2012년 귀속 양도소득세 223억여 원을 부과하였다.
(3) 청구인은 강남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위 증여세에 대한 연대납세의무자 지정ㆍ통지처분,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부분의 청구가 기각되었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58430; 서울고등법원 2017누35334).
나. 관련 형사재판 및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청구인은 위와 같이 명의신탁 주식(차명주식)을 보유하면서 2003년경부터 2012년경에 걸쳐 그 일부를 매도하여 500억여 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얻었음에도 신고기한이 경과할 때까지 이에 대한 양도소득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하여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양도소득세 117억여 원을 포탈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2014. 1. 9.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재판 계속 중인 2015. 2. 3. 주위적으로 양도소득의 필요경비 계산에 관한 구 소득세법 제97조 제5항이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예비적으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한 경우 그 기초가 된 증여재산가액을 양도소득의 필요경비인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당해 법원은 2016. 1. 15. 청구인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1,365억 원의 일부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한편(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합20), 청구인의 주위적 제청신청을 기각하고 예비적 제청신청을 각하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초기337). 청구인은 2016. 2. 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주위적으로 구 소득세법 제97조 제5항 전체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청구인이 이 사건에서 다투는 것은 구 소득세법 제97조 제5항이 규율하는 사항 중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 계산과 관련한 부분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도 해당 부분으로 한정한다.
청구인은 예비적으로 구 소득세법 제97조 제1항 및 제5항의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에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다음부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상
속증여세법’이라 한다) 제41조의2 내지 제45조의2(다음부터 합하여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이라 한다)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 받은 경우 그 증여세의 기초가 된 증여재산가액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였으나, 이 주장을 종합하여 보면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10항 제1호의 적용대상에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의해 증여세가 과세된 명의신탁 주식(차명주식)을 양도한 경우’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위 소득세법 시행령 규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다. 청구인의 예비적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심판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통령령에 관한 것이므로 이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소득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1호로 개정되고, 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5항 중 ‘취득에 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부분 및 구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고, 2014. 1. 1. 법률 제121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5항 중 ‘취득에 든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부분(다음부터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97조(양도소득의 필요경비계산) ⑤ 취득에 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 증여세 상당액 계산 등 필요경비의 계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97조(양도소득의 필요경비계산) ⑤ 취득에 든 실지거래가액의 범위, 증여세 상당액 계산 등 필요경비의 계산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관련조항]
제97조(양도소득의 필요경비 계산) ① 거주자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필요경비는 다음 각 호에서 규정하는 것으로 한다.
1. 취득가액
가.제94조 제1항 각 호의 자산 취득에 든 실지거래가액. 다만, 제96조 제2항 각 호 외의 부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자산 취득 당시의 기준시가
나.가목 본문의 경우로서 취득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또는 환산가액
2.자본적지출액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3. 양도비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제163조(양도자산의 필요경비) ⑩ 법 제97조 제1항 제1호 가목 본문은 다음 각 호에 따라 적용한다.
1.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3조부터 제42조까지 및 제45조의3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받은 경우에는 해당 증여재산가액(같은 법 제45조의3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받은 경우에는 증여의제이익을 말한다) 또는 그 증ㆍ감액을 취득가액에 더하거나 뺀다.
제45조의2(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①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하여야 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말일의 다음 날을 말한다)에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조세 회피의 목적 없이 타인의 명의로 재산의 등기 등을 하거나 소유권을 취득한 실제소유자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경우
3. 청구인의 주장
가. 주위적 심판청구
심판대상조항은 실지거래가액의 의미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여 취득 당시 지출한 재산이 있을 수 없는 상속ㆍ증여받은 자산을 양도할 경우 필요경비 범위가 어떠한지 납세의무자가 예측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행정부에 자의적 해석 또는 행정입법의 여지를 주어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10항 제1호가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의해 증여세가 과세된 경우를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부당
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재산가액을 필요경비에 산입하는 규정이 양도소득세 과세요건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본질적인 사항임에도 이를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과세요건을 정하는 아무런 기준을 제시함이 없이 필요경비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으므로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 예비적 심판청구
구 소득세법 제97조 제1항 및 제5항의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에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가 과세된 경우 그 증여세의 기초가 된 증여재산가액을 포함시키지 아니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재산권을 침해하고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이 사건의 쟁점
(1) 청구인은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재산가액을 필요경비에 산입하는 규정이 과세요건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본질적 사항임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이를 규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세요건법정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지 문제된다. 또 심판대상조항이 상속ㆍ증여받은 자산 등과 같은 무상취득자산의 필요경비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이를 대통령령에 포괄 위임하였다고 다투었는데, 이에 관해서는 심판대상조항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가 문제된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의미나 범위가 모호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법률에서 일부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경우 위임을 둘러싼 법률규정 자체에 대한 명확성의 문제는, 그 위임규정이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법률 자체에서 해당 부분을 완결적으로 정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법률에서 사용된 추상적 용어가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규율 내용을 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별도로 명확성 원칙이 문제될 수 있으나, 그 추상적 용어가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주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경우라면 명확성의 문제는 결국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의 문제로 포섭될 것이다(헌재 2011. 12. 29. 2010헌바385 등 참조). 이러한 기준은 조세법 영역에서 명확성원칙의 발현인 과세요건명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의 발현인 과세요건법정주의와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헌재 2015. 7. 30. 2013헌바204 참조). 그런데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은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필요경비 중 취득가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심판대상조항에서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이라는 문구는 대통령령으로 담아내야 할 범위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일 뿐, 그 자체로 독자적인 규율 내용을 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의 과세요건명확주의 위배 여부의 문제는 과세요건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금지원칙의 문제로 포섭되므로, 과세요건명확주의 위배 여부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조세법률주의(과세요건법정주의) 위배 여부
(1) 헌법은 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제59조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헌법규정에 근거를 둔 이러한 조세법률주의는 조세평등주의와 함께 조세법의 기본원칙으로서, 그 핵심적 내용은 과세요건법정주의 및 과세요건명확주의라 할 것인바, 과세요건법정주의는 납세의무를 성립시키는 납세의무자ㆍ과세물건ㆍ과세표준ㆍ과세기간ㆍ세율 등의 과세요건과 조세의 부과ㆍ징수절차를 모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이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위임입법의 허용한계에 관한 것이고, 과세요건명확주의란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면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그 규정 내용이 명확하고 일의적(一義的)이어야 한다는 것으로서, 이러한 내용의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은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국민 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을 그 기능으로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헌재 2001. 6. 28. 99헌바54 참조).
(2) 우리 소득세제는 거주자의 양도소득에 대한 납세의무와 관련하여 양도의 정의에서부터 양도소득금액의 계산, 양도소득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 양도소득과세표준의 신고와 납부 등에 이르기까지 과세에 필요한 규정을 단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소득세법은 양도소득세액 산출에 앞서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표준을 계산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양도소득의 총수입금액(양도가액)에서 필요경비를 공제한 금액인 양도차익을 산정하도록 규정하였다(제92조, 제93조, 제95조 등 참조). 심
판대상조항이 포함된 구 소득세법 제97조는 양도소득의 필요경비 계산에 관한 규정으로 필요경비의 종류, 계산방법 등을 망라하였다. 구 소득세법 제97조는 거주자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필요경비로 취득가액, 자본적지출액, 양도비를 규정하였고, 그 중 취득가액에 관해서는 실지거래가액이나 기준시가,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환산가액 등 구체적 산정방법을 두었다.
청구인은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가 과세된 경우 그 증여재산가액을 필요경비에 산입하는 것이 양도소득세 과세요건의 본질적 사항이라고 하면서, 심판대상조항이 이를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과세요건법정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심판대상조항을 비롯한 구 소득세법 제97조는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필요경비의 종류와 내용, 계산방법 등 거주자의 양도소득 산정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필요경비에 관한 사항들을 이미 직접 규율하고 있다. 게다가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은 명의신탁 주식(차명주식)과 같은 특정 유형 자산의 양도에 관한 세부적인 필요경비 계산방법에 불과하여, 이를 양도소득세 과세요건의 본질적 사항이라 할 수는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조세법률주의(과세요건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1)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
조세법률주의를 지나치게 철저하게 시행한다면, 복잡 다양하고도 끊임없이 변천하는 경제 상황에 대처하여 적확하게 과세대상을 포착하고 적정하게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어려워, 담세력에 응한 공평과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헌법 제75조는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그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위임의 구체성ㆍ명확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위임된 사항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며, 법률조항과 법률의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합리적으로 그 대강이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면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02. 1. 31. 2001헌바13 참조).
(2) 위임의 필요성
사회현상의 복잡다기화와 국회의 전문적ㆍ기술적 능력의 한계 및 시간적 적응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부단히 변천하고 복잡한 사회현상의 세부적인 사항에 관하여까지 모두 예외 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에 적합하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경제 현실의 변화나 전문적 기술의 발달에 즉시 대응하여야 할 필요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법률은 그 대강만을 정하고 세부적, 전문적, 기술적 사항은 국회 제정의 형식적 법률보다 더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함이 허용된다(헌재 2002. 6. 27. 2000헌바88 참조).
양도가액에서 공제되어야 할 필요경비는 양도자산의 종류, 양도 경위 및 방법 등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국회가 이를 모두 예상하여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 전문기술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면서 경제 현실의 변화에 즉시 대응하여야 할 필요성이 많은 영역이므로 행정입법인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헌재 2010. 7. 29. 2009헌바192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한 사항은 위와 같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양도자산의 종류, 양도 경위 및 방법에 따른 양도소득의 필요경비 중 그 취득가액의 구체적 계산방법 등에 관한 것으로서 전문적 판단과 경제 현실 변화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그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예측가능성
심판대상조항은 필요경비의 계산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은 필요경비 중 취득가액의 산정에 관한 것으로서 구 소득세법 제97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되어 있고, 자본적지출액이나 양도비 등 다른 필요경비에 대해서는 같은 항 내에 별도의 위임규정이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위임하는 사항은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필요경비 가운데 취득가액에 관한 것에 한정됨은 분명하다.
사전적으로 ‘취득(取得)’은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진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소득세법은 양도자산의 취득원인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으므로,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양도소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제94조 참조) 매매ㆍ교환ㆍ증여ㆍ상속 등 양도자가 소유권을 얻은 법적 계기와 상관없이 그 취득에 들어
간 필요경비에 관한 사항이 심판대상조항의 위임 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아울러 심판대상조항은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이라고 규정하였다. ‘범위(範圍)’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것이 미치는 한계 또는 영역이라는 뜻이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의 위임사항에는 각종 자산취득 유형에 따라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취득가액의 구체적인 세부항목과 내용, 계산방법 등이 포함될 것을 납세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청구인은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문언적 의미를 토대로, 심판대상조항은 취득 당시 지출한 재산이 있을 수 없는 무상취득자산의 필요경비에 관한 사항을 전혀 규율하지 아니한 채 이를 포괄 위임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실지거래가액(實地去來價額)’이라는 문언만 놓고 보았을 때는 자산의 양도자와 양수자가 실제로 거래한 해당 자산의 가치에 상당하는 금액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양도소득세제에서 실지거래가액은 규범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소득세법은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제도를 도입한 1974년부터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산정 시 ‘실지거래가액’이나 ‘기준시가’에 의한 방법을 적용하였다. 한편 실지거래가액을 파악할 수 없거나 다른 세목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합리적 규율이 필요한 때에는 별도의 기준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실지거래가액으로 의제하거나 추정할 수 있게 하였다. 예를 들면 거주자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에 자산을 양도하였는데 그 거주자의 상여ㆍ배당 등으로 처분된 금액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세법에 의한 시가를, 거주자가 그 외의 자에게 자산을 고가양도한 경우로서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으로 하는 금액이 있는 때에는 그 양도가액에서 증여재산가액을 뺀 금액을 자산 양도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으로 간주하였다(제96조 제3항 참조). 또 토지 등 자산을 양도한 거주자가 그 자산 취득 당시 신고한 실제거래가격을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확인받는 등의 방법을 거친 경우에는 이를 취득 당시 실지거래가액으로 의제하였다(제97조 제7항 참조).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이 자산의 양도 또는 취득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을 인정 또는 확인할 수 없어 매매사례가액ㆍ감정가액 등으로 양도가액이나 취득가액을 추계(推計)하였다면 이를 모두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것으로 보아 양도차익을 산정하도록 하였다(제100조, 제114조 제7항 참조).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양도소득과세표준 신고를 하여야 할 자가 그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일정한 요건에 해당할 때에는 과세관청이 등기부에 기재된 거래가액을 실지거래가액으로 추정하여 과세할 수 있다는 조항도 두었다(제114조 제5항 참조). 이러한 내용에 비추어보면, 실지거래가액은 양도가액 또는 취득가액을 계산하는 기준이나 방법에 관한 개념으로서 자산의 양도ㆍ양수자가 실제로 거래한 가액 그 자체를 비롯하여 기준시가를 제외한 매매사례가액 등 나머지 산정방법에 따른 금액을 지칭하는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구 소득세법이 유상 혹은 무상 여부를 기준으로 양도자산의 취득원인을 구별하거나 제한하는 것도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주장처럼 심판대상조항의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이 반드시 매매 등을 원인으로 양도자산을 취득하는 경우만을 전제로 한다거나, 그에 터 잡아 심판대상조항이 무상취득자산의 필요경비 산정에 관한 사항을 전혀 예정하지 아니한 채 이를 포괄 위임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아울러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실지거래가액의 의미와 범위를 분명히 하지 아니한 채 그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 말미암아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10항 제1호가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증여세가 부과된 경우를 부당하게 제외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다투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를 위임함에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함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청구인의 관련 주장을 살펴보면 결국 실질적으로는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10항 제1호의 위헌성을 문제 삼는 것에 불과한데, 설령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10항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로 수권법률인 심판대상조항까지 위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헌재 1997. 9. 25. 96헌바18 등 참조).
라.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서기석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6. 재판관 서기석의 보충의견
가. 나는 심판대상조항이 ‘취득에 든(소요된) 실지거래가액’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는 점에 있어서는 법정의견과 그 견해를 같이한다. 다만 이 사건의 배경이 된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된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차익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입법론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보충의견을 밝힌다.
나. 소득세법령상 양도자산의 필요경비에 관한 일련의 규정에 의하면,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된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해당 자산의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서 앞서 부과된 증여세에 관한 사항은 고려되지 않는다.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 제외)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실제소유자가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과세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소득세법령에 따르면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으로 증여세가 부과된 자산을 제삼자에게 양도할 때에는 마치 종전의 증여의제가 애당초 없었던 것처럼 위와 같이 부과된 증여세액을 필요경비에 산입하지 아니한 채 양도차익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는 비록 다른 세목(稅目)이라 하더라도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이 담고 있는 법적 효과와 들어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납세자에게 가혹한 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저가 양수 또는 고가 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 등 상속증여세법의 일부 증여 또는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된 경우에는 해당 증여재산가액 또는 증여의제이익을 취득가액에 더하는 등으로 필요경비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10항 참조). 이와 견주어보면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된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다른 경우에 비해 그 자체로 무거운 양도소득세 과세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구 상속증여세법은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연대납세의무자로서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를 지우고 있었으므로, 현실적으로 명의신탁자가 동일한 과세물건에 대해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설령 명의수탁자가 증여세를 납부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자를 상대로 그 전액을 구상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28097 판결 참조). 게다가 2018. 12. 31. 개정된 상속증여세법(법률 제16102호)은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는 경우 ‘실제소유자’가 해당 재산에 대하여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였으므로(제4조의2 제2항), 앞으로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증여세와 더불어 양도소득세까지 납부해야 함이 더욱 분명해졌다.
다. 이상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된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차익을 산정하는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조세평등주의 내지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선 방안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의 실효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세법령이 거주자가 일정 기간 내에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그 자산의 취득가액을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의 취득 당시 금액으로 하되 거주자가 납부하였거나 납부할 증여세 상당액은 필요경비에 산입하는 특례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소득세법 제97조의2, 같은 법 시행령 제163조의2 참조),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되었다면 그 증여세 상당액을 해당 자산의 양도소득 계산 시 필요경비에 산입하도록 하는 것이 과세형평상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