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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도3079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공1998.5.1.(57),1255]

판시사항

[1] 공소장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달리 사실인정을 하는 것이 불고불리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

판결요지

[1]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르게 인정하였다 할 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오병선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르게 인정하였다 할 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 1988. 6. 14. 선고 88도592 판결, 1990. 5. 25. 선고 89도1694 판결, 1994. 12. 9. 선고 94도188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지적하고 있는 피고인의 과실은 피고인이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지 않고 진행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의 과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도로 우측에 앞서가던 시외버스가 정차하는 것을 발견하였으면 일단 속도를 줄이거나 정차하여 혹시 버스의 앞이나 뒤쪽으로 건너가는 사람이 없는지를 살펴본 다음 안전하다고 생각이 되면 비로소 진행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만연히 버스를 추월하여 나갔다는 것으로, 공소사실에서 지적한 피고인의 과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에 지나지 않아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것이고, 한편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사고상황에 관하여 자세히 심리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이상,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2점 및 이와 관련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임의성을 인정하고, 피고인의 그 판시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일어난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인 정분임(이하 '피해자'라 한다)이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제8번 늑골 골절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피고인에게 과실이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변호인의 상고이유 제3점 및 이와 관련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850 판결, 1995. 11. 24. 선고 95도1680 판결, 1997. 11. 28. 선고 97도2475 판결 등).

그런데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그 판시 차량을 시속 68㎞ 정도로 진행하다가 급정차하면서 피해자를 충격한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은 매우 크고 외관상 입에 피가 묻어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피해자에게 상처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핀 다음, 일단 병원에 가서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후 피해자의 과실만을 탓하다가 제3자가 피고인의 잘못을 지적하자 비로소 피해자를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진행하던 중 피해자가 아픔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외상이 없으니 괜찮겠지 생각하고 병원에 데려가거나 피해자에게 연락처 등도 일러주지 아니한 채 동인을 태우고 가다가 버스터미널 근처에 내려주고 감으로써 피해자를 구호하지 아니하고 사고운전자도 특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있다고 인정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도주차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정귀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심급 사건
-인천지방법원 1997.11.7.선고 97노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