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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피고인최태원에대하여일부인정된죄명및피고인2,4,5에대하여인정된죄명:업무상배임)·업무상배임·증권거래법위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SK증권 사건〉[공2008하,934]

판시사항

[1] 업무상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와 그 주관적 요건 및 부수적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가 있었더라도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재벌그룹 회장과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 임원들이 해외금융자본과 특정 계열사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들을 동원하여 참여시킴으로써 다른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3] 회사의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여 주주 등 특수관계자와 주식교환계약을 체결한 것이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정상적인 거래로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서 특수관계자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비상장주식의 매입가격이 적정하다고 하더라도 배임죄에서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판결요지

[1] 업무상배임죄에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나아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므로, 이익을 취득하는 제3자가 같은 계열회사이고, 계열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한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2] 재벌그룹 회장과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 임원들이 해외금융자본과 특정 계열사의 분쟁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다른 계열사들로 하여금 해외금융자본과 옵션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방식으로 다른 계열사들을 특정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동원하여 참여시킴으로써 다른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다른 계열사들이 옵션계약을 체결하게 된 사정, 재정상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3] 회사의 이사가 그 회사의 이사, 주주 등 특수관계자와 교환의 방법으로 그 회사가 보유중인 다른 회사 발행의 주식을 양도하고 그 특수관계자로부터 제3의 회사 발행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그 거래의 목적, 계약체결의 경위 및 내용, 거래대금의 규모 및 회사의 재무상태 등 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정상적인 거래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주로 교환거래를 하려는 특수관계자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면, 업무상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4] 회사가 매입한 비상장주식의 실거래가격이 시가에 근접하거나 적정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하여 실거래가격과의 차이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거래의 주된 목적이 비상장주식을 매도하려는 매도인의 자금조달에 있고 회사로서는 그 목적 달성에 이용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비상장주식을 현금화함으로써 매도인에게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반대로 회사에 그에 상응하는 재산상의 손해로서 그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기업의 경영과 자금운영에 구체적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현금유동성의 상실만을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재산상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피 고 인

최태원외 6인

상 고 인

피고인 3외 3인 및 검사(피고인 최태원외 5인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이임수외 8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이 지난 후 제출된 보충이유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본다.

1. 이 사건 옵션계약 부분에 대하여

가.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1999. 9. 17.경 및 1999. 11. 3.경 에스케이증권 주식회사(이하, ‘SK증권’이라 한다)와 JP Morgan Chase Bank N. Y.(당시 명칭은 Morgan Guaranty Trust Company Of New York, 이하 ‘JP모건’이라 한다)가 손해배상소송에 관한 화해계약을 체결하면서, JP모건이 SK증권으로부터 수령하는 배상금 중 일부로 SK증권의 유상증여에 참여하기로 약정하였는데, 피고인들은 화해계약의 당사자인 SK증권이 아닌 에스케이글로벌 주식회사(이하 ‘SK글로벌’이라 한다)가 지배하고 있던 해외 현지법인인 SK Global Asia-Pacific Pte, Ltd.(이하 ‘싱가폴 법인’이라 한다) 및 SK Global America, Inc.(이하 ‘미국 법인’이라 하고, 싱가폴 법인과 미국 법인을 합하여 ‘해외 법인들’이라 한다)을 옵션계약의 당사자로 동원하여, 해외 법인들과 JP모건 사이에 1999. 10. 14.자 및 1999. 11. 30.자 옵션계약(이하, ‘이 사건 옵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이하 ‘구조본’이라 한다)가 주도한 위 옵션계약에 의하면 JP모건이 유상증자로 취득한 SK증권 주식을 정해진 시기에 일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과, 해외 법인들이 만기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일정한 가격에 SK증권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이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 SK증권의 주가는 옵션계약 체결일인 1999. 10. 14. 현재 6,400원, 1999. 11. 30. 현재 7,000원으로 각 옵션 행사가격을 다소 상회하고 있었으나, 그 후 2000. 1.에 접어들면서 주당 2,000원대로 급락한 후 그 수준의 가격에서 큰 변동이 없었던 사실, 한편 SK증권은 JP모건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옵션계약 체결 무렵인 1999. 10. 13.과 1999. 11. 26. 두 차례에 걸쳐 JP모건의 자회사로부터 합계 8,500만 달러의 CLN(신용연계채권)을 매입하여 JP모건에게 이 사건 옵션계약 중 싱가폴 법인과 관련된 부분의 이행 담보로 제공하면서 싱가폴 법인이 이 사건 옵션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담보로 제공된 CLN의 원리금이 JP모건에 귀속되도록 하는 조건을 부기하였으나, SK증권이 CLN을 매입하려면 외국환관리규정에 의하여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행보증 조건이 부가되어 있는 경우에는 분기보고서 및 재무제표의 주석에 그 취지의 기재를 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사실, 그 후 2001. 10.경에 이르러 이 사건 옵션계약 중 미국 법인 부분에 대하여 만기가 도래했는데도 SK증권의 실제 주가가 옵션행사가격을 하회하여 손실이 예상되자, 미국 법인은 구조본의 요구로 만기를 1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그 소유의 1,820만 달러 상당 예금을 JP모건을 위하여 담보로 제공한 사실, 2002. 10.경 JP모건의 풋옵션 만기가 임박하였으나 국내 증권거래법 및 관련 규정상 해외 법인들이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의 주식을 직접 취득할 수 없어 구조본이 강구한 방안에 따라 해외 법인들이 콜옵션을 행사하여 2002. 10. 15. JP모건에게 주당 4.9 달러로 산정한 원래 약정금을 지급하고 SK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주식회사 워커힐(이하, ‘워커힐’이라 한다)과 에스케이캐피탈 주식회사(이하 ‘SK캐피탈’이라 한다)로 하여금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 주식을 당시 증권거래소 장내 가격인 주당 1,535원씩 총 369억여 원에 매수하도록 하여 그 대금을 다시 JP모건으로부터 돌려받았고, 그 차액인 88,425,650달러는 해외 법인들이 SK글로벌 본사의 지급보증하에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자금으로 JP모건에 대하여 부담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옵션계약에 관련된 거래를 종결한 사실, SK증권은 2002. 10. 21. JP모건으로부터 CLN 상환대금으로 98,135,912달러를 지급받아 채무변제 등으로 전부 사용해 버렸고, 구조본과 SK증권 및 해외 법인들은 옵션계약 이행 후 2002. 10.경 옵션계약에 대한 구조본의 내부문건이 언론에 의하여 공개되기 전까지 이 사건 옵션계약 체결 및 그 이행사실을 비밀로 하였으며, 그 후 해외 법인들은 2002. 12. 12.에야 SK증권에 대하여 손실보전요청을 하여 2003. 1. 7. 당사자 사이에 합계 88,425,651.37달러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당시 SK그룹 산하 60여 개 회사들의 경영 전반을 총괄한 피고인 최태원, 구조본부장을 역임하였고 피고인 최태원과 계열회사들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협의하여 의사결정에 관여한 원심 공동피고인 2, 구조본부장이었던 원심 공동피고인 4, SK글로벌의 대표이사였던 원심 공동피고인 5, SK증권의 상무로 근무한 피고인 7 등이 공모하여, JP모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무관한 SK글로벌의 해외 법인인 피해자 싱가폴 법인에게 74,660,582달러(941억여 원), 미국 법인에게 13,765,068달러(173억여 원), 합계 88,425,650달러(1,114억여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SK증권으로 하여금 합계 88,425,650달러(1,114억여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하게 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피고인 7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사건 옵션계약에 의하면, JP모건의 풋옵션 행사로 인하여 해외 법인들이 직면하게 되는 위험은 극단적으로는 SK증권의 도산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풋옵션 행사가격 전액이 될 수 있으나, 동일한 기초자산인 SK증권 주식에 관하여 해외 법인이 보유한 콜옵션으로 말미암아 SK증권 주식 가격의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실현 가능성으로 그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옵션계약의 조건과 체결 당시의 SK증권 주식의 시장가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체결 당시에는 JP모건측의 풋옵션의 가치보다 해외 법인들의 콜옵션의 가치가 더 높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한편, SK증권 주식의 시장가가 옵션 행사가격을 상회하는 경우에는 콜옵션 자체를 매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추가 하락이 예상되거나 허용 가능한 위험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위험관리가 가능한 측면도 있으니, 옵션계약 체결 그 자체만으로 본인인 해외 법인들에게 재산상 위험이 초래되었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당시의 사정, 즉 JP모건측이 SK그룹의 해외 법인을 옵션계약의 당사자로 원하였고 SK그룹 내에 그 정도의 규모를 갖춘 곳이 이 사건 두 해외 법인 정도였기 때문에 해외 법인들이 그들의 업무영역과 전혀 무관한 이 사건 옵션계약에 임하게 된 사정과, 무엇보다 해외 법인들의 자산규모나 은닉된 부실 등 재정상태에 비추어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초래될 위험의 규모가 지나치게 클 뿐만 아니라, 해외 법인들은 물론 SK증권 역시 옵션행사 결과로 SK주식 매수 당사자가 되는 데에는 법령상·자금상의 제약이 따르는 점, 이 사건 옵션계약을 비공개 이면약정으로 하고 담보로 제공한 위 CLN의 취득목적을 공시하지 아니한 결과 SK그룹, 특히 SK증권의 신용도의 추락과 공시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SK증권이 SK주식을 취득하거나 CLN의 상환 대금을 가지고 옵션행사 대금으로 충당하기 어려웠던 점 등의 원심이 인정한 여러 사정에 의하면, SK증권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허용 가능한 위험의 범위를 넘어서더라도 해외 법인들이 콜옵션을 적극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위험의 확대를 방지하기 어렵고, 풋옵션 만기일까지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 옵션계약상 의무를 다른 해외 법인에게 이전하는 것도 어려워, 일단은 이 사건 해외 법인들이 그들의 자금으로 옵션행사 결과로 취득하는 SK증권 주식대금을 지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CLN으로 계약의 이행에 갈음하는 것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실제로도 앞서 본 바와 같이 SK증권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일부 옵션계약을 연장하였고 풋옵션의 만기가 임박하여 콜옵션을 행사하였으나 워커힐과 SK캐피탈을 동원하여 3각 거래로 마무리함으로써 해외 법인은 주식을 취득하지도 못하였고, 옵션계약 이행 담보조로 JP모건에 제공한 CLN의 상환대금 역시 해외 법인 손실전보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SK증권이 채무변제 등으로 사용해 버렸다), 사후적인 손실보전의 약정이나 콜옵션의 부여, CLN의 존재 등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해외 법인들의 손실방지장치는 현실적으로 해외 법인들에게 발생한 구체적인 재산상 위험을 제거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옵션계약 당시 존재한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해외 법인들이 사실상 옵션계약의 효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때에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되고, 이 사건 옵션행사가격과 실제 주가와의 차액 상당 손해를 원래 옵션계약에 내재되어 있던 실해 발생의 위험이 현실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보아 위 차액 상당액을 재산상 손해로 본 원심의 판단 또한 이를 수긍할 수가 있다.

반면, SK증권은 이 사건 옵션계약의 당사자로 JP모건과의 분쟁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해외 법인들을 동원함으로써 화해계약으로 JP모건에게 지급한 금원 중 일부를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하였고, CLN의 원리금을 전액 지급받으면서 JP모건의 투자금 상당액을 상환하지 않게 되는 이익을 얻었으며, 이는 해외 법인들이 입은 손해와 표리관계에 있어서 SK증권은 해외 법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하게 함으로써 위 손해에 상응한 이익을 얻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위 차액 상당에 관하여 죄책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나아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고,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 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나,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므로, 이익을 취득하는 제3자가 같은 계열회사이고, 계열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한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와 앞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한 사정들을 들어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 및 배임의 범의를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다.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옵션계약 체결시에 기수에 이르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해외 법인들이 CLN을 통하거나 그 밖의 방법을 통하여 이 사건 옵션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마땅한 방법이 없었던 이상, 그 후의 계약 이행과정에만 관여한 피고인 2, 3, 6이 범죄의 구성요건적 실행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주식교환 부분에 대하여

가. 원심의 인정 사실 및 판단

출자총액제한규정에 따라 2002. 4. 1.부터 최태원이 대주주로 있는 에스케이씨앤씨 주식회사(이하 ‘SK씨앤씨’라고 한다)가 보유하던 에스케이 주식회사(이하 ‘SK’라고 한다) 주식 10.83% 중 9.5% 가량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인 최태원의 SK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기 위하여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가 공모하여, 공정한 주식가격의 평가 및 매각조건 결정 과정을 생략하고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2002. 3. 25. SK씨앤씨가 보유한 상장주식인 SK주식 6,463,911주(총 주식의 5.09%)와 최태원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인 주식회사 워커힐(이하, ‘워커힐’이라 한다) 주식 3,256,298주(총 주식의 40.7%)를 교환(이하, ‘이 사건 주식교환’이라 한다)함으로써 두 회사 주식을 모두 주당 순자산가치로 평가하였을 때의 차액인 721억 원의 손해를 SK씨앤씨에 가하고 피고인 최태원에게 동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는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교환된 SK주식의 적정 가치를 워커힐과 마찬가지로 주당 순자산가치로 평가하여 손해의 규모를 산정하여야 함을 전제로 한 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점에 대하여는 범죄사실에 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는 한편, 장부가격에 근거하여 순자산가치를 주당 31,150원으로 산정한 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예에 따라 30%를 할증함으로써 주당 40,495원으로 계산하여 교환된 이 사건 워커힐 주식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과대평가되었고, 교환거래 직전의 증권거래소 종가인 17,000원에 20%를 할증함으로써 주당 20,400원으로 계산하여 교환된 SK주식의 평가는 과다하지 않다고 인정한 다음, 위 피고인들이 두 주식의 적정 교환 평가액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 및 SK주식과 워커힐 주식 사이의 현금유동성 차이에서 생기는 손해를 SK씨앤씨에 가하는 한편 거래 상대방인 피고인 최태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고 보아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에다가, 이 사건 주식교환 다음날인 3. 26. SK씨앤씨는 나머지 일부 SK주식 280만 주 가량을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하였고, 그 가격은 이 사건 교환 평가액인 20,400원에 못미치는 17,000원 정도에 불과하였던 점(원심 증인 공소외인의 진술이 기재된 공판기록 2935면 참조. 20%의 프리미엄을 가산하지 않으면 이 사건 교환시 평가액과 비슷한 가격이다) 등의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합하여 보면, SK주식의 적정가치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에 대한 이 부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다. 피고인 4, 5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회사의 이사가 그 회사의 이사, 주주 등 특수관계자와 사이에 교환의 방법으로 그 회사가 보유중인 다른 회사 발행의 주식을 양도하고 그 특수관계자로부터 제3의 회사 발행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 거래의 목적, 계약체결의 경위 및 내용, 거래대금의 규모 및 회사의 재무상태 등 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정상적인 거래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주로 교환거래를 하려는 특수관계자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와 같은 거래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은, 이 사건 주식교환의 목적이 피고인 최태원으로 하여금 현금의 부담 없이 SK주식을 취득하게 하는 데에 있었고, 피고인 최태원의 SK그룹 산하 직속조직인 구조본이 교환계약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였으며, SK씨앤씨는 이사회조차 정식으로 개최하지 않고 이사회 의사록만 작성하였던 점, SK씨앤씨가 이 사건 주식교환을 하여야 할 경영상의 필요나 그로 인하여 얻게 되는 이익이 별로 없었던 점, 교환과정에서 SK씨앤씨의 회사이익을 고려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점 등의 그 판시와 같은 인정 사실들에 비추어 이 사건 주식교환 거래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의 배임의 범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2) 워커힐 주식 및 SK주식의 평가에 관하여 보건대, 워커힐 주식의 가치를 장부상 순자산가치로 평가한 것이 과대평가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교환 당시 SK주식의 평가기준이 된 교환 전날 증권거래소 종가는 SK의 순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 교환된 SK주식은 총 주식의 5.09%로 SK계열 기업의 지주회사인 SK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여서 그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고자 하는 피고인 최태원에게는 그 취득이 절실하였던 반면, 피고인 최태원 및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들을 제외한 SK씨앤씨의 나머지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회사가 보유하던 SK주식을 시급하게 처분할 이유나 경제적 이익이 전혀 없으며, SK씨앤씨로서는 영위하던 업종과 무관하며 처분도 용이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워커힐 주식의 40.7%를 취득할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원심이 인정한 거래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것은 과대평가되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며, 한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54조 소정의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은 보충적 평가방법에 불과하므로 그에 의하여 산정한 평가액이 곧바로 주식의 가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3191 판결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이 워커힐의 주식에 대하여 30%를 할증한 것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예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인하여 SK씨앤씨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 적절치 아니한 점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들을 업무상배임죄의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3) 주식의 실거래가격이 시가에 근접하거나 적정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하여 실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가 명백치 아니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거래의 주된 목적이 비상장주식을 매도하려는 매도인의 자금조달에 있고 회사가 그 규모 및 재정상태에 비추어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그 목적 달성에 이용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와 같이 비상장주식을 현금화함으로써 매도인에게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반대로 회사에 그에 상응하는 재산상의 손해로서 그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가 있지만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등 참조), 기업의 경영과 자금운영에 구체적 위험을 초래한 바가 없음에도 단지 현금유동성의 상실만을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재산상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SK씨앤씨가 상장주식을 비상장주식으로 교환한 것인 만큼 처분의 용이성 면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겠으나, SK씨앤씨가 SK주식을 장기보유 목적으로 취득·보유하여 온 이상, 이를 워커힐 주식으로 대체하였다고 하여 현금유동성 면에서도 의미있는 차이가 나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이 사건 주식교환 자체로 SK씨앤씨에게 유동성위기나 영업 차질이 초래되었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SK씨앤씨의 재무구조, 유동성, 안정성에 관한 심리·판단 없이, 이 사건 교환으로 현금유동성 상실로 인한 재산상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한 원심의 조치는 적절하다고 할 수 없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SK씨앤씨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바 없다.

(4) 그리고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말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대리권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업무의 근거는 법령, 계약, 관습의 어느 것이든 묻지 않고, 사실상의 그것도 포함되는바(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012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구조본의 기능과 권한, 업무내용, 피고인 5의 구조본에서의 지위와 구조본을 통한 SK 계열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실상의 영향력, 그리고 위와 같은 요인에 의하여 피고인 5가 SK씨앤씨 등 계열회사의 의사결정에 미친 장악력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구조본 재무팀장이었던 피고인 5에 대한 업무상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5) 결국, 이 사건 주식교환 부분에 관한 피고인 4, 5의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주식매매 부분에 관한 피고인 3, 5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발생한 피고인 최태원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3, 5, 6과 원심 공동피고인 5 등이 공모하여, 2002. 3. 29.경 피고인 최태원 소유의 워커힐 주식 60만 주를 위 주식교환 부분에서 본 것과 같이 주당 40,495원으로 평가한 다음, 당시 투자 및 영업상의 손실로 인하여 재무상태가 극히 좋지 않은 SK글로벌로 하여금 24,297,000,000원에 매수하게 함으로써, 피고인 최태원으로 하여금 매도금액 상당의 현금유동성 취득으로 인한 이익과 함께 실제 시장가치보다 고평가된 가액에 그 주식을 매도하여 그 차액에 상당하는 가액 미상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SK글로벌에게 매수금액 상당의 현금유동성 포기로 인한 손해와 함께 적정한 거래가격보다 고평가된 가액에 그 주식을 매수하여 그 차액에 상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살피건대, SK글로벌의 입장에서는 워커힐 주식을 매입할 아무런 동기나 필요성이 없었고, SK글로벌이 매수한 워커힐 주식 60만 주는 총 주식의 7.5%에 불과하여 SK글로벌이 경영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점 등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식매매 당시 산정한 워커힐의 주가, 즉 주당 순자산가치에 30%를 가산한 금액이 과대평가되었다고 보아, 적정 거래가격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가 발생하였으며 피고인 최태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비상장주식의 평가나 주식거래로 인한 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다. 그리고 SK글로벌은 분식회계 문제로 자금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현금유동성 확보가 필요하여 매입대금 243억 원 상당을 비상장주식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실제로 그 후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되었으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을 때에 이 사건 주식매매로 취득한 워커힐 주식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등 원심이 인정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비록 거래가액이 SK글로벌의 장부상 현금이나 당좌자산의 규모에 비하여 과도하게 큰 규모는 아니라 할지라도, SK글로벌의 경영과 자금 운영에 구체적이고도 현저한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같은 취지에서 위 매매로 인하여 SK글로벌에게 매수금액 상당의 현금유동성 포기로 인한 손해가, 피고인 최태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현금유동성 상당의 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 또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라. 나아가 앞서 제2항 다. (4)에서 본 법리와 인정 사실에 의할 때, 피고인 5에 대한 업무상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마. 결국, 이 사건 주식매매 부분에 관한 피고인 4, 5의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 3, 4, 5, 7의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3, 4, 5, 6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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