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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573 판결

[물품대금][공1985.5.15.(752),618]

판시사항

확정된 관련 형사재판에서 인정한 사실의 민사재판에서의 구속력

판결요지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할 것이므로 이를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이를 배척함은 경험칙에 위배된다.

원고, 피상고인

이현숙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영도

주문

원심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피고는 경남 사천군 소재 탁주제조업체인 양조장에 대하여 각자의 지분권을 주장하면서 오랜 분쟁을 계속하여 오다가 1980.5.23 원·피고사이에 위 양조장의 주류제조면허를 원·피고 공동명의로 새로 발급받기로 하여, 위 양조장의 운영, 제조 및 인사권은 원고가 독점하기로 하되 피고는 원고로부터 원고가 제조한 주류를 생산원가에 인수하여 판매할 권리를 가지기로 하며, 그 인수해간 주류대금을 그 익월 초에 원가계산을 하여 정산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동업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동업약정은 그후 같은해 9.26에 이르러 원·피고간에 새로이 체결된 새 동업약정으로 대체되었으므로 같은해 5.23자 동업약정에 따른 이 사건 주류대금청구는 부당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거시증거에 의하면 위 동업약정 후 같은해 9.26에 이르러 원·피고사이에 위 양조장에서의 주류제조 및 판매를 완전히 공동으로 행하기로 하고 그 손익비율을 원고가 65, 피고가 35로 하기로 하는 새로운 동업약정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이 되지만, 한편 위 새 동업약정체결후 주류배달용 차량의 구입, 관리 등에 관하여 원·피고사이에 분쟁이 생기고 이를 이유로 원고가 같은해 10.16경 위 새로운 동업약정에 따른 동업을 거절한 채 주류의 제조는 원고가 독점하고 피고는 이를 인수해 갈 것을 요구하면서 주류공급을 중단해 버리자 피고는 원고의 요구에 따라 종전처럼 원가계산에 의해 주류대금 일부를 지급해 가면서 주류를 계속 공급받아온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로서는 원·피고간의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이미 실효된 위 새 동업약정을 내세워 종전동업약정에 따른 원고의 이 사건 주류대금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거시한 제1심 증인 배 원호, 원심증인 이 문수의 각 일부증언과 제1심에서의 피고 본인신문결과 일부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아도 원심인정과 같이 원·피고간의 위 새 동업약정이 원고의 새 동업약정에 따른 동업의 일방적 거절과 피고의 이에 대한 묵시적 승인에 의하여 실효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원심이 배척한 을 제34, 44호증의 각 기재에 원심증인 김 광락의 증언을 모아보면 피고가 1982.1.19 부터 같은해 1.23까지 위 양조장에서 원고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탁주를 화물차량으로 싣고 나온 사실이 있어 절도죄로 기소되었으나 피고가 위 새 동업약정에 따른 동업을 거절하는 원고에 대하여 위 동업약정의 이행을 계속 요구하면서 위 새 동업약정에 따른 동업자로서의 권리회복을 위하여 위 탁주를 출고한 것이라는 취지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이 엿보이는바,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할 것이므로 이를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이를 배척하였음은 경험칙에 위배된다 할 것 이며, 나아가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위 새 동업약정 체결후에 있어서는 위 양조장의 주류협회분담금(11월분과 12월분) 주세, 새마을성금 등을 납부한바 있고 위 양조장에서 사용할 주류판매계산서 용지인쇄대금을 지불한 바 있다는 것인데 위 새 동업약정이 실효되었더라도 피고가 위 양조장의 위 공과금 등을 특별히 납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 이는 이례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결국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새 동업약정이 원·피고간의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실효되었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또한 경험칙에 위배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증거없이 또 경험칙에 위배하여 사실인정을 그르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으로서 그 위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할 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제2항 의 파기사유에 해당된다 할 것이므로 이점을 탓하는 취지로 보이는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인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정철(재판장) 정태균 이정우 김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