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범위확인(특)] 상고[각공2009상,570]
[1] 특허무효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특허사정이 이루어진 때에 특허무효심판 절차에 의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특허무효심판 이외의 권리범위확인심판절차 또는 소송절차에서 그 특허의 무효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 구 특허법 제11조 제1항 본문의 선원주의 규정을 적용하기 위한 전제로서 선·후출원의 두 발명이 ‘동일한 발명’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3]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 발명인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과 선출원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이 포함하고 있는 ‘암로디핀 염기를 불활성 용매 중에서 벤젠설폰산과 반응시킨 후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함을 특징으로 하여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을 제조하는 방법’에 관한 발명은, 발명의 범주라는 표현형식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이므로,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 발명은 구 특허법 제11조 제1항 본문의 선원주의 규정에 정한 ‘동일한 발명’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형식적으로 유효한 특허로서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특허발명에 구 특허법(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항 에 정한 특허무효사유가 존재하는 것이 이해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통하여 드러난 제반 증거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해졌고 이에 따라 그러한 증거를 기초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경우 특허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될 것이 확실시되는 때에는, 그 특허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특허무효심판 이외의 권리범위확인심판절차 또는 소송절차를 심리하는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으로서는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당해 사건의 적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전제로서 위와 같은 범위 안에서 특허무효사유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2] 구 특허법(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본문은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는 최선출원에 한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기 위한 전제로서 선·후출원의 두 발명이 ‘동일한 발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대비되는 두 발명의 실체를 파악하여 따져보아야 할 것이지 표현양식에 따른 차이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므로, 대비되는 양 발명이 각각 물건의 발명과 방법의 발명으로 서로 발명의 범주가 다르다고 하여 곧바로 동일한 발명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고, 위 규정에 의한 발명들의 동일성 여부는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되어 있는 기술적 사상의 실질적 동일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양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의 폭에 차이가 있어 양 발명이 부분적으로만 동일한 경우에도 이를 ‘동일한 발명’으로 취급하여야 한다.
[3]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 발명인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과 선출원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이 포함하고 있는 ‘암로디핀 염기를 불활성 용매 중에서 벤젠설폰산과 반응시킨 후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함을 특징으로 하여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을 제조하는 방법’에 관한 발명은, ‘불활성 용매 중’이라는 반응조건과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함’이라는 후처리공정인 기술적 사상이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발명의 범주라는 표현형식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이므로,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 발명은 구 특허법(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본문의 선원주의 규정에 정한 ‘동일한 발명’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구 특허법(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항 (현행 제133조 제1항 참조) [2] 구 특허법(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현행 제36조 제1항 , 제2항 참조) [3] 구 특허법(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현행 제36조 제1항 , 제2항 참조)
[1]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7후2095 판결 (공1998하, 2783)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후235 판결 (공2002하, 1707) 대법원 2001. 12. 27. 선고 99후1973 판결 (공2002상, 409) [2] 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5후3017 판결 (공2007상, 310)
원고 (소송대리인 변리사 안소영)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경식외 1인)
2008. 11. 26.
1. 특허심판원이 2007. 10. 31. 2007당1221호 사건에 관하여 한 심결 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기초 사실
가. 심결의 경위
피고는 2007. 5. 11. 원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아래 나. 기재의 확인대상발명이 아래 다. 기재의 이 사건 특허발명 중 청구범위 제1항의 발명(이하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위 심판청구 사건을 2007당1221호 로 심리한 다음, 2007. 10. 31. 위 심판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있는 적법한 것이고 확인대상발명은 제1항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이유로 위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이 사건 심결을 하였다.
나. 확인대상발명
암로디핀 베실레이트를 유효성분으로 하는 심장질환 및 고혈압 치료제(제품명 : 국제 암로디핀정)
다. 이 사건 특허발명
① 명칭 :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
② 출원일/등록일/등록번호 : 1987. 8. 5./1995. 10. 30./제91020호
③ 특허권자 : 피고
④ 특허청구범위
청구항 1.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
청구항 2 내지 11.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음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특허발명은 그 출원 이전에 피고에 의하여 출원되어 등록된 별지 기재의 선출원발명과 동일하여 구 특허법(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 제1항 본문의 선원주의 규정에 위반되고, 따라서 구 특허법 제69조 제1항 제1호 의 무효사유가 명백하여 권리범위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확인대상발명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2) 확인대상발명은 당해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이하 ‘통사의 기술자’라고 한다)가 이 사건 특허발명의 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에 의하여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어서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화학물질의 발명과 화학반응을 통해 그 물질을 제조하는 방법의 발명은 동일한 발명이 아니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은 선출원발명과 동일하지 않다.
(2) 확인대상발명은 선행의 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유실시기술이 아니며, 확인대상발명이 자유실시기술이라는 이유로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옳지 않다.
3. 제1항 발명이 선원주의 규정에 위반된 것으로서 그 권리범위가 부정되거나 권리행사가 제한되는지 여부
가. 권리범위확인에 관한 심결 취소소송에서 특허무효 사유의 판단 가부
제1항 발명이 구 특허법상의 선원주의 규정에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권리범위확인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의 무효사유를 판단하여 무효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특허의 권리범위를 부정하거나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1) 구 특허법은 특허출원이 있는 경우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 거절이유를 발견할 수 없을 때 특허사정을 하도록 하는 한편( 제80조 , 제90조 ), 특허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여 이에 해당하는 경우 이해관계인 또는 특허청 심사관이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며( 제69조 제1항 , 제97조 제2항 ), 심판 및 항고심판에 관한 심리를 특허청장 소속하의 심판관 합의체 및 항고심판관 합의체에 부여한 후( 제101조 , 제106조 , 제126조 ), 항고심판의 심결에 불복하는 소송을 직접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144조 ), 특허무효의 1차적 판단 권한을 일반 법원이 아니라 특허청에 부여하고 있다. 이는 특허의 부여와 그 무효선언은 특허청의 전속적인 권한으로 하고, 특허권을 둘러싼 사법적 법률분쟁에 대한 판단은 일반 법원의 관할로 하여 서로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이른바 권한분배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특허청 심사관의 특허사정은 출원인에게 특허발명에 대한 독점적 실시권을 창설적으로 부여하는 행정행위에 해당하므로 일반 행정행위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아무리 위법하다고 하여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하자를 이유로 무단히 그 효과를 부정하지 못하는 이른바 공정력을 갖는다. 아울러 특허는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대세적으로 간주된다( 구 특허법 제70조 제1항 본문).
따라서 특허는 일단 등록이 된 이상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유효한 것이며, 법원은 위와 같은 특허를 무효로 할 수 있는 사유가 있더라도 다른 소송절차에서 그 전제로서 특허가 당연무효라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 1992. 6. 2.자 91마540 결정 등 참조).
그런데 특허무효심판 이외의 권리범위확인심판절차 또는 소송절차에서 항상 특허의 무효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하면 다음과 같은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즉,
(가) 무효사유가 있는 특허의 권리범위를 부정하거나 그 권리행사를 허용하는 것은 특허권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부여하는 반면 그 발명을 실시하고자 하는 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과하는 결과로 되어, 발명을 장려·보호·육성함으로써 기술의 진보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게 하고자 하는 구 특허법의 목적( 제1조 )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 특허무효심판이 특허청(현재는 특허심판원)에 계속되고 특허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또는 처분금지청구소송(이하 ‘침해소송’이라고 한다)이 일반 민사법원(이하 ‘침해소송법원’이라고 한다)에 계속중인 경우, 당해 특허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침해소송법원은 이를 전제로 한 판결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특허의 유효를 전제로 한 판결을 선고하거나 특허심판원의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하여야 하는바, 전자의 경우에는 실체관계에 반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소송의 신속성에 반한다.
(다) 침해소송이 법원에 계속된 경우에 우선적으로 특허심판원의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상대방에게 특허무효사유 존재에 기한 방어방법을 불허하는 것은 특허의 대세적 무효까지 요구할 의사가 없는 상대방에게 특허무효심판절차를 강요하는 것이 되어 추가적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라) 특허심판원은 같은 특허권에 관한 특허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을 관련 사건으로 하여 같은 심판관 합의체(심판부)가 심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그 심결들의 취소소송에 관한 특허법원의 심리에서도 마찬가지인바, 특허무효 사건에서 무효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더라도 권리범위확인 사건에서는 특허무효가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한 특허무효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동일한 심판부 또는 재판부에서 심리한 경우에조차 서로 모순된 심결 또는 판결을 할 수밖에 없고, 최종적으로 특허무효가 확정되는 경우 특허의 유효를 전제로 한 권리범위확인에 관한 심결 또는 판결은 무용지물로 되어 그 절차는 무익한 헛수고로 귀결되고 만다.
그러므로 특허무효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특허사정이 이루어진 때에 특허무효심판 절차에 의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특허무효심판 이외의 권리범위확인심판절차 또는 소송절차에서도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이 당해 사건의 적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전제로서 그 특허의 추상적 권리범위 또는 구체적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허용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2) 먼저,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의 제한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 점에 관하여 종래 대법원은,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없는 경우 등록무효심판 이외의 절차에서 당연히 그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7후2095 판결 등), 권리범위확인심판절차에서 특허발명의 일부 또는 전부가 출원 당시 공지여서 신규성이 없는 경우( 대법원 1964. 10. 22. 선고 63후45 판결 , 대법원 1983. 7. 26. 선고 81후56 판결 등), 명세서의 기재불비 등으로 인하여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후235 판결 등) 및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 대법원 2001. 12. 27. 선고 99후1973 판결 등)에는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바, 이는 실질적으로 권리범위확인에 관한 절차에서 특허의 무효사유의 일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발명의 공지 부분, 즉 신규성 있는 기술적 효과 발생에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공지공용의 부분에 대하여는 무효심결 유무에 관계없이 권리범위를 확장할 수 없다는 법리( 위 63후45 판결 참조)는 특허발명에 공지기술이 포함된 경우 그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공지부분을 제외하는 방법으로 특허청구범위를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공지부분 제외설을 채택한 것으로서, 청구범위의 해석에 의하여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을 도모하는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특허발명 전체의 권리범위를 무효로 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권한분배의 원칙이나 특허사정의 공정력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특허발명 전부가 출원 당시의 공지공용의 것이어서 신규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권리범위 전체를 부정하는 것( 위 81후56 판결 참조)은 청구범위 해석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특허를 무효로 판단하는 것과 같은 결과로 되기 때문에 특허무효심결 없이 그와 같은 판단을 하는 것은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권한분배의 원칙이나 특허사정의 공정력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 위 대법원판결(81후56) 은, “특허권은 신규성 있는 발명에 대하여 부여되는 것이고, 그의 구체적 기술적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 무효심판의 유무에 구애됨이 없이 고려되어야 하며 공지공용의 사유까지 포함한 출원이 있고 그 출원에 의한 등록이 있었다 하여도 전연 신규성이 있는 기술적 효과가 인정될 수 없는 공지공용의 부분까지도 명세서나 도면에 기재되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권리범위라고 하여 독점적인 실시권이 부여되어 기왕부터 널리 사용하고 있는 공지의 부분에 대해서까지도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게 하는 결과는 오히려 기술의 진보향상을 도모하여 국가산업발전에 기여코자 하는 특허법의 정신에 정면 배치된다”는 전제하에, 특허발명의 일부에 그 기술적 효과 발생에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 아닌 공지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그 공지부분에까지 권리범위가 확장되지 아닌 이상, 특허발명의 전부가 출원 당시 공지공용의 것이었다면 그러한 경우에도 특허무효의 심결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근거가 상실된다는 것은 논리상 당연하다고 하고 있으나, 위 전제는 신규성 없는 특허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성 결여 등 특허무효사유를 갖고 있는 특허 일반에 대하여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권한분배의 원칙과 공정력 이론에 반하는 결과에 이르는데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특허발명의 전부가 공지인 경우에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를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문언 그대로 한정하거나 특허명세서나 도면에 구체적으로 기재된 것 또는 실시예에 한정하여 해석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때에도 확인대상발명이나 그 실시물이 위 한정 해석된 특허발명과 일치하는 경우에는 앞서 본 문제점이 여전히 남는다.
또한, 명세서의 기재불비 등으로 인하여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 특허권자가 그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주장할 수 없다는 법리( 위 2000후235 판결 참조)는 그러한 경우 확인대상발명과의 대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타당하나, 명세서의 기재불비가 있더라도 명세서나 도면의 기재 등에 의하여 특허청구범위의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으로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쉽게 그 기술적 범위의 특정이 불가능하다고 회피할 것은 아니며, 아울러 명세서의 기재불비에 의하여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부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특허무효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때에도 권한분배의 원칙 및 공정력과 관련한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위 문제점은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에 그 권리범위를 부정하는 법리( 위 99후1973 판결 참조)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다.
한편, 행정행위는 공정력을 가지므로 위법한 하자가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무단히 그 효과를 부정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더 이상 공정력이 미치지 않고 따라서 누구라도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있으므로, 특허사정의 경우에도 구 특허법 제69조 제1항 각 호 소정의 특허무효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서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필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하자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하는바,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어떤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이를 처분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그것이 처분대상이 되는지의 여부가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때에는 비록 이를 오인한 하자가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3. 16. 선고 2006다8380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특허청 심사관이 특허사정을 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선행기술의 조사, 거절이유의 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 특허출원에 대하여 거절이유를 발견할 수 없는 때에 한하여 이루어지는 점, 특허무효사유 가운데는 신규성 또는 진보성 결여와 같이 단순한 사실확정의 문제에서 나아가 법적 평가의 성격을 지니는 것들이 적지 않은데다가 대체로 그 판단이 반드시 자명하지는 않은 점, 구 특허법(2006. 3. 3. 법률 제7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같은 법 제133조 제1항 의 특허무효사유 가운데 제4호 (특허후 조약위반 등)를 제외하고는 모두 특허이의신청 사유로 규정한 후 이의신청이 이유있다고 판단되면 특허를 취소하는 결정을 하도록 한 점( 제69조 제1항 , 제74조 제3항 ) 등에 비추어 보면, 구 특허법 소정의 특허무효사유는 원칙적으로 행정법상의 판례와 통설에서 말하는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단순한 취소사유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허무효심판 이외의 절차에서 특허사정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에 의한 것으로서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특허를 무효라고 판단하고 그 권리범위를 부정하는 것은 적어도 구 특허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특허무효사유에 관한 한 원칙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3) 위와 같이 무효심판 이외의 절차에서 특허발명의 추상적 권리범위 전부를 부정하는 것은 법리상 어려움이 있으므로, 특허의 구체적 권리행사의 단계에서 이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법원칙( 민법 제2조 제2항 )은 특허법에 의한 법률관계에서도 원칙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특허청 심사관이 출원된 발명이 특허무효사유를 가지고 있어 거절사정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행기술에 대한 조사가 부족한 등의 이유로 특허사정을 한 모든 경우에 단순히 특허무효사유의 존재만으로 그 특허권의 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하는 것은 특허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것이어서 취할 바 못되지만, 형식적으로 유효한 특허로서의 외관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권리행사를 인정하는 것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이 특허법의 취지에 반하고 특허 관련 절차에 무시하기 어려운 불합리를 초래하므로, 일정한 경우에는 그 권리행사를 제한함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형식적으로 유효한 특허로서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특허발명에 구 특허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특허무효사유가 존재하는 것이 이해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통하여 드러난 제반 증거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해졌고 이에 따라 그러한 증거를 기초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경우 특허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될 것이 확실시되는 때에는, 예를 들어 그 특허발명을 적법하게 정정하는 경우 특허가 무효로 되지 않을 수 있다거나 상대방에게 무효사유의 존재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관한 권리자의 주장과 입증이 없는 한, 그 특허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특허무효심판 이외의 권리범위확인심판절차 또는 소송절차를 심리하는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으로서는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당해 사건의 적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전제로서 위와 같은 범위 안에서 구 특허법 제69조 제1항 의 특허무효사유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보더라도 그것은 권리남용금지라는 일반 법원리에 근거하는 것이고 당해 사건의 적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전제로서 특허무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일 뿐 특허의 추상적 권리범위를 부정하거나 대세적 효력까지 무효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므로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권한분배의 원칙이나 공정력의 이론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나. 제1항 발명의 선원주의 규정 위반 여부
구 특허법 제11조 제1항 본문은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는 최선출원에 한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적용하기 위한 전제로서 선·후출원의 두 발명이 ‘동일한 발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대비되는 두 발명의 실체를 파악하여 따져보아야 할 것이지 표현양식에 따른 차이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므로, 대비되는 양 발명이 각각 물건의 발명과 방법의 발명으로 서로 발명의 범주가 다르다고 하여 곧바로 동일한 발명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고( 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5후3017 판결 참조), 위 규정에 의한 발명들의 동일성 여부는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되어 있는 기술적 사상의 실질적 동일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양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의 폭에 차이가 있어 양 발명이 부분적으로만 동일한 경우에도 이를 ‘동일한 발명’으로 취급하여야 한다.
살피건대, 선출원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은 “암로디핀 염기를 불활성 용매 중에서 벤젠설폰산 또는 그의 암모늄염의 용액과 반응시킨 후,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함을 특징으로 하여,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을 제조하는 방법”으로서, ‘암로디핀 염기를 불활성 용매 중에서 벤젠설폰산과 반응시킨 후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함을 특징으로 하여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을 제조하는 방법’에 관한 발명(이하 선출원 부분발명이라 한다)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 중 제1항 발명과 선출원 부분발명의 기술적 사상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면 제1항 발명과 선출원발명은 ‘동일한 발명’에 해당하게 된다.
한편, 제1항 발명의 특허청구범위는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인바, 염(salt)이란 산과 염기가 반응을 일으킬 때 물과 함께 생성되는 물질을 의미하므로, 제1항 발명의 위 특허청구범위는 ‘암로디핀 염기와 벤젠설폰산의 반응에 의하여 물과 함께 생성된 화합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선출원 부분발명은 물건에 관한 발명인 제1항 발명에 ‘불활성 용매 중’라는 반응조건과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함’이라는 후처리공정을 부가한 방법에 관한 발명에 해당하므로, 만약 위 반응조건과 후처리공정의 부가가 실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 제1항 발명과 선출원 부분발명은 발명의 범주라는 표현형식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먼저, 위 반응조건의 의미에 관하여 본다. 화합물을 생성하기 위한 ‘반응조건’이란 원료물질들이 새로운 물질로 합성되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용매, 반응 온도, 반응 압력, 반응 시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 중 용매는 원료물질들의 반응이 일어나는 장소적인 개념에 해당되는데, 특히 염의 생성은 용매 중에서만 가능하고, 만약 용매가 원료물질과 반응을 일으키면 목적하는 화합물을 얻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용매는 원료물질들 중 어느 하나의 성분과도 반응성이 없는 것이어야 함은 통상의 기술자에게 자명한 상식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료물질들을 반응시키기 위하여 용매에 관한 반응조건을 부가하면서 구체적인 용매를 적시하지 않고 막연히 ‘불활성 용매’를 사용한다고만 하는 것은 자명한 상식의 부가로서 이를 부가하지 않은 것과 아무런 기술적 차이가 없다.
다음으로 위 후처리공정의 의미에 관하여 살핀다. 선출원 부분발명에서 ‘베실리에트염을 회수함’이라는 후처리공정은 ‘암로디핀 염기를 벤젠설폰산과 반응시키는 공정’ 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최종적으로 ‘암로디핀의 베실리에트염을 제조’하는 전단계에 해당하는데, 암로디핀 염기와 벤젠설폰산을 반응시키면 ‘암로디핀의 베실리에트염’이 생성되는 것은 당연하므로,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재하지 않고 단순히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한다’는 공정만을 부가하는 것은 자명한 사항의 부가로서 아무런 기술적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제1항 발명은 선출원 부분발명과 발명의 범주라는 표현형식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이므로, 선출원발명과 사이에 구 특허법 제11조 제1항 본문의 선원주의 규정에 정한 ‘동일한 발명’에 해당하고, 따라서 위 규정에 위반하여 등록되었음이 명백하다.
다. 제1항 발명의 권리범위 또는 권리행사의 제한 여부
(1) 종래 대법원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특허발명 전부가 출원 당시의 공지공용이어서 신규성이 없는 경우에도 특허무효심결의 유무에 관계없이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바( 위 81후56 판결 참조), 특허무효사유에 있어서 신규성 결여와 선원주의 위반은 특허발명과 선행발명의 동일성 여부가 문제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으므로, 위 대법원판결의 법리는 특허발명이 선원주의 위반의 무효사유를 갖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따라서 위 법리에 의하면, 제1항 발명은 구 특허법상의 선원주의 규정에 위반하여 등록되었으므로 그 권리범위가 부정된다고 하여야 한다.
(2) 또한, 제1항 발명은 선원주의 규정에 위반한 것으로서 구 특허법 제69조 제1항 제1호 , 제11조 제1항 의 무효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하고 이에 따라 특허무효심판이 청구되는 경우 특허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될 것이 확실시되고, 달리 특별한 사정에 관한 피고의 주장 및 입증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가 제1항 발명에 관한 특허권을 원고의 확인대상발명과 관련하여 행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원고는 제1항 발명에 관한 특허권 행사의 권리남용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으나, 제1항 발명이 선원주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사유가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확인대상발명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살피거나 제1항 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제1항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는바 이 사건 심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