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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선, "약사법 제21조 제8항 등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2집, 헌법재판소, 2003, p.559

[결정해설 (결정해설집2집)]

본문

약사법 제21조 제8항 등 위헌확인

- 약국개설장소의 제한과 직업행사의 자유 -

(헌재 2003. 10. 30. 2000헌마563 , 판례집 15-2하, 84)

최 갑 선*1)

【판시사항】

1. 의료기관의 시설안 또는 구내에서의 약국개설 등록을 금지한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어 2000. 7. 1.부터 시행된 것) 제16조 제5항 제2호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에게 존재하는지 여부

2.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종사하는 약사가 외래환자에게 교부된 처방전에 의하여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약사법 제21조 제8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에게 존재하는지 여부

3. 위 약사법 제21조 제8항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에게 존재하는지 여부

4. 헌법 제25조에 의거한 직업의 자유 보장 및 그 제한의 한계

5. 위 약사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6. 위 약사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심판의 대상】

(1)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어 2000. 7. 1.부터 시행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6조 제5항 제2호제21조 제8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고, 이들 법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16조(약국의 개설등록) ⑤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설등록을 받지 아니한다.

2.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안 또는 구내인 경우

법 제21조(의약품의 조제) ⑧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는 의료법 제18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처방전이 교부된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하여서는 아니된다.

(2) 관련법조문

의료법(1999. 9. 7. 법률 제6020호로 개정된 후,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처방전의 작성 및 교부) ①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약사법에 의하여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1)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의사 및 약사를 고용하여 의료행위를 해 왔으며, 특히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병원내에 ‘구내약국’(조제실)을 운영하여 왔다. 그리고 청구인 송○숙, 조○희, 전○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의료소비자들이다.

(2) 그런데 법 제16조 제5항 제2호는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서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법 제21조 제8항은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는 처방전이 교부된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였다.

(3) 이에 따라 청구인 ○○의료재단은 ○○병원내 조제실에서 종사하는 약사를 통해서는 외래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게 되자, 위 약사법조항들이 자신의 헌법상 직업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리고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은 법 제21조 제8항으로 말미암아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병원 외부의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초래받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헌법상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0. 8. 3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약사를 제외한 의료인의 의약품조제행위를 금지하는 일반적 금지의 범위를 넘어 장소적으로 의약품조제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ㆍ치료하고, 약사는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조제ㆍ투약을 담당한다는 의약분업의 본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러한 장소적 제한은 의약품 조제행위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약사법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장소적으로 의약품 조제행위를 제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의약품 오남용의 방지라는 의약분업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2) 동네약국의 약사가 병원의 외래환자의 처방전을 교부받아 조제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병원 조제실에 근무하는 약사가 병원의 외래환자의 처방전을 교부받아 조제하는 경우에도 의사와 약사의 직능별 분담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동일하고, 의약분업에 따라 의사의 처방전이 공개되고 병원의 조제실에서도 일반 약국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의약품이 조제되는 이상 병원 조제실에서 의약품을 고의로 많이 투여하거나 잘못 사용할 소지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병원의 조제실에서도 일반 약국에서 행해지는 방식과 같이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추구하려는 약제비의 투명성 부분도 해소될 뿐만 아니라, 별도의 절차로 운영되기 때문에 약국과 의료기관 간의 독립성도 유지될 수 있다.

(3) 약국개설금지 또는 조제금지 등의 규제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의약분업을 통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같은 국민의 건강유지 및 증진이라는 목적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한 의료기관내 약국개설금지 또는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금지는 의약분업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4) 약사들의 조제행위를 장소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약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직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데, 국민들을 의약품 오남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입법취지 만으로는 이러한 기본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의ㆍ약 양 직역의 이익균형을 확보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내에서의 모든 조제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의료의 기본개념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기본권 제한의 적정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5) 법 제16조 제5항 제2호가 약사의 의약품 조제행위를 장소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 입법취지의 공익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선택된 수단이 입법목적에 적합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 또한 과잉하여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

(6)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에서 의약품의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에 대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의약품의 조제업무를 금지하는 것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ㆍ치료하고, 약사가 의사 발행 처방전에 따라 조제ㆍ투약을 담당한다는 의약분업의 본질을 벗어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약사를 그 근무하는 장소에 따라 차별하여 취급하고, 그 결과 약사를 고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제한을 가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7) 청구인 송○숙, 조○희, 전○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인데, 법 제21조 제8항으로 말미암아 자신들이 진료를 받고 있는 병원에 약사가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리하게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채 처방전을 들고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외부의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기 때문에, 법 제21조 제8항은 헌법 제10조에 의해서 보장된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요지

(1)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의 약사가 외래처방전에 의하여 의료기관에서 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원칙에 따른 조치로서 입원환자에 대하여 조제행위를 하는 등 원칙적인 조제행위가 허용된다는 점에서 직업수행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서 의료기관 조제실에서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조제의 장소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조제행위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우리나라의 의약분업이 기관분업을 선택한 이상 약국은 의료기관과 독립된 자본에 의해서 운영, 관리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약사법은 의사와 약사가 담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법 제22조 제2항은 “약국개설자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 등과 담합하여 처방전을 소지한 환자를 자신의 약국으로 유치하여 조제판매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 제76조에 의하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자신이 처방전을 교부한 환자를 특정약국에 유치하기 위하여 약국개설자 또는 약국에 종사하는 자와 담합하는 행위를 한 때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별표 2. 개별기준 가목 (6)의 2, (26)의 2에 의하여 1차 위반시에는 자격정지 15일, 1차 처분일로부터 2년이내에 2차 위반시에는 자격정지 1월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3)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의 명의로 의료기관 내에 약국을 개설한다면 비록 형식적으로는 외래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한다 하더라도 소유 또는 지배의 관계에 있는 약국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의약분업의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되며,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구내 또는 시설 내에 약국개설을 금지하는 법 제16조 제5항 제2호는 법 제22조 제2항과 함께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4)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외래진료시 원외처방전을 교부

받아 의료기관 밖의 약국에서 조제받도록 하는 것이 환자에게 의약분업의 기대효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워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결정요지】

1.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은 ○○병원내에 조제실을 설치하여 운영해 온 의료기관 운영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 제16조 제5항 제2호의 적용대상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위 약사법조항에 의해서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2.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은 의료소비자들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 제21조 제8항이 병원과 병원 밖 약국을 따로 이용하게 되는 불편을 청구인들에게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 자신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아서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3. 법 제21조 제8항은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이 종전까지 수행해 오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투약 업무를 금지하고 있어서 동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동 청구인에게 존재한다.

4.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헌법 제15조가 말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와 ‘직업행사의 자유’를 포괄하며, 직업의 자유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는데, 특히 직업행사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침해의 정도가 작다고 할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는 공공복리 등 공익상의 이유로 비교적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지만,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안된다.

5. 법 제21조 제8항이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약제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환자의 알권리를 신장시키고 제약산업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보건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헌법상 정당성이 인정되고, 법 제21조 제8항에서 조제실을 설치한 의료기관이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하며,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 조제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부적절하고 다른 대체수단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법 제21조 제8항은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고용약사를 통한 원외처방전 조제금지를 규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 제한이라는 불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에,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통해서 얻게 되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의 비중과 그 효과가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 제21조 제8항은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법 제21조 제8항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6. 법 제21조 제8항은 조제실을 갖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을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서 차별하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해설】

1. 적법요건 판단에 대한 해설

이 사건 결정의 적법요건판단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청구인들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가. 법 제16조 제5항 제2호와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의 자기관련성

법 제16조 제5항 제2호는 의료기관의 구내 또는 시설 내에 약국을 개설한 약사 또는 개설하려는 약사에 대하여 의료기관의 구내 또는 시설 내에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다.

그런데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이 운영해 온 ○○병원내에 설치된 ‘구내약국’은 법 제16조에 의거하여 설치된 약국이 아니라, 의료법 제30

조(의료기관의 개설) 및 제32조(의료기관의 시설기준 등), 의료법시행규칙 제28조의2(의료기관의 시설기준 및 규격) 별표 2, 3, ‘의료기관의 시설규격 10호’에 의해서 설치된 의료기관의 조제실에 해당된다. 한편 법 제2조 제3항 단서는 의료기관의 조제실을 법이 규정하는 ‘약국’의 개념에서 제외하고 있다. 의료기관 운영자는 법 제16조에 의거하여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이 없으며, 의료법 제30조 등에 의거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면서 의료기관내에 조제실을 설치할 수 있을 뿐이다.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은 의료법 제30조 등에 의거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관련된 의료시설을 설치한 후 의료영업을 하고 있는 의료법인으로서, 법 제16조에 의거한 약국의 개설자가 아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은 ○○병원내에 조제실을 설치하여 운영해 온 의료기관 운영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 제16조 제5항 제2호의 적용대상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위 약사법조항에 의해서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나. 법 제21조 제8항과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의 자기관련성

이 사건에서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은 법 제21조 제8항으로 말미암아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병원 외부의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초래받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헌법상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법 제21조 제8항이 규율하는 대상자는 병원조제실에 근무하는 약사이다. 따라서 의료소비자들인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은 위 법률조항의 직접적인 규율대상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외래환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의료환자는 의약분업의 본질상 의료기관(병원, 의원 등) 밖의 약국이 있는 곳에서 처방전에 의한 조제를 받게 되므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이든지, 의원 등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이든지를 불문하고 병원이나 의원 구내가 아닌 외부에 위치한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존재한다.

동 청구인들은 위 법률조항에 따라서 병원과 병원 밖 약국을 따로 방문함에 따른 불편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런 불편없이 병원이나 약국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송○숙, 조○희 및 전○숙은 의료소비자들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 제21조 제8항이 병원과 병원 밖 약국을 따로 이용하게 되는 불편을 동 청구인들에게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동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어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다. 법 제21조 제8항과 청구인 의료법인 ○○의료재단의 자기관련성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종사하는 약사는 외래환자에게 교부된 처방전에 의하여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 제21조 제8항은 약사를 직접적인 규율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의료기관에 고용된 약사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위 법률조항의 직접적인 규율대상이 아니어서 제3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 운영자인 청구인 ○○의료재단(이하 “청구인”이라고만 한다)의 기본권이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2)

우선 의사가 아닌 청구인은 법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은 직업수행의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다(헌재 1996. 3. 28. 94헌바42 , 판례집 8-1, 199, 206; 헌재 2001. 6. 28. 2001헌마132 , 판례집 13-1, 1441, 1458). 그런데 약사를 고용하여 병원 조제실을 운영하고 있는 청구인은 고용된 약사가 원외처방전에 대해서 조제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외래환자를 위해서는 병원 조제실(‘구내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청구인은 법 제21조 제8항이 시행된 날인 2000. 7. 1.

부터는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청구인은 입원환자나 응급환자를 위해서는 병원 조제실을 계속해서 운영할 수 있다.

의료기관 운영자는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투약 금지를 규정한 법 제21조 제8항으로 말미암아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투약업무로 획득하던 수입을 더 이상 올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영업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진료·처방과 조제·투약을 동시에 하고 있던 의료기관의 의사들이 조제·투약에 대한 업무를 의약분업에 따라 상실하게 되어 영업상의 불이익을 보게 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영업상의 불이익은 단순한 사실상 및 경제상의 불이익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고, 청구인의 직업(병원 운영)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유 내지 법적 이익에 불리한 영향을 준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법 제21조 제8항은 의료기관 운영자인 청구인이 종전까지 수행해 오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투약 업무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영업의 자유 내지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약사법 제21조 제8항은 청구인이 종전까지 수행해 오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투약 업무를 금지하고 있어서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청구인에게 존재한다고 판시하였다.

2. 의약분업제도의 입법연혁, 주요내용 및 외국의 입법례

가.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에 대한 입법 연혁

(1) 1953년 12월에 최초로 제정된 약사법 제18조 제1항은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0조는 약사는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등의 동의 없이는 처방을 변경 또는 수정하여 조제할 수 없다고 하여 조제업무를 명시하였다. 그러나 의료법에는 의사의 처방 등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의약분업에 대한 규율은 불충분하였다. 더군다나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마련한 경과규정인 약사법 부칙 제59조는 의사 등이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에 한하여 자신이 직접 조제할 경우에는 제18조(조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의사도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고 약사도 의사의 처방없이 임의조제할 수 있는 과도적 형태의 법체계를 시행하게 되었다.

(2) 1960년대에 들어서 대한의학협회는 오남용이 극심한 항생제 자유판매금지의 제도화를, 그리고 대한약사회는 의약분업의 당위성에 대해 건의하였다. 이에 따라 1963. 12. 13. 법률 제1491호로 전문개정된 약사법 제21조 제3항은 약사는 의사 등의 처방전에 의하여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의료법에는 의료인의 처방전 발행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고, 현실적으로는 기존의 관행이 계속됨에 따라 약국에서 약사의 임의조제와 의료기관에서의 의사의 조제행위가 모두 불법이라는 시비가 대두되었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의약분업에 관한 법조항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1965년 4월 약사법 제21조 제3항을 삭제하고 동시에 부칙 제2조를 신설하여 의사의 조제 및 약사의 임의조제를 관행대로 법률상 허용하도록 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의료보험의 확대실시와 함께 약국의 경영악화를 우려한 대한약사회의 의약분업 실시 요구 등에 따라서 목포시에서 의약분업 시범사업이 1982년 7월에서 1985년 8월까지 실시되었다. 시범사업 이후 정부는 전국민의료보험의 실시를 앞두고 1987년 12월 의약분업을 4대 정책과제중 하나로 채택하여 이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자 하였으나 의학협회와 약사회의 반발로 실행되지 못하였다.

(3) 그런데 1993년 초부터 전개된 한약조제권에 관한 분쟁을 계기로 의약분업 실시에 관한 의료계와 약계의 입법청원을 국회에서 받아들여 1994. 1. 7. 법률 제4731호로 약사법을 개정하여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위한 근거조항을 만들었다. 우선 약사법 제21조(의약품의 조제) 제1항은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제4항은 약사가 전문의약품을 조제할 때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제22조 제2항에서는 약국개설자가 의사 등과 담합하여 처방전을 소지한 환자를 자신의 약국으로 유치하여 조제·판매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약사는 전문의약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임의조제를 할 수 없고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서 조제해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41조 제2항은 약국개설자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

의 처방전에 의하여 조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문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부칙 제1조(시행일)에 의거 제21조 제4항·제5항, 제41조 제2항의 규정 등은 동법 시행후 3년(1997. 7) 내지 5년(1999. 7)의 범위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여 의약분업제도의 실시는 연기되었다.

(4) 그 후 의약분업의 시행방안에 대한 의약계 및 국민적 합의도출에 어려움이 있어 1999. 3. 31. 법률 제5959호로 약사법을 개정하여 그 시행시기를 2000. 7. 1.로 1년 연기하였다. 그리고 의사의 처방전 작성과 관련하여 1999. 9. 7. 법률 제6020호로 신설된 의료법 제18조의2 제1항은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약사법에 의하여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된 법은 2000. 7. 1.부터 실시 예정인 의약분업과 관련하여 의약품의 오남용 및 약화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의약분업의 원칙이 훼손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행방안을 마련하였다. 법 제21조 제8항은 의료기관의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조제를 의무화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는 외래환자에게 교부된 처방전에 의하여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법 제16조 제5항 제2호도 의료기관의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조제를 의무화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구내에 약국개설을 금지하도록 규정하였으며, 제21조 제5항에서는 의약분업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경우를 추가하였다.

(5) 법 제21조 제8항이 제정된 입법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건복지부 의약분업추진협의회는 1998년 9월 소위 직능분업안을 채택하여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환자가 의사가 발행한 원외처방전을 근거로 병원내 조제실에서의 조제를 선택하는 경우 고용약사가 이를 조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는 이러한 직능분

업안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의원 등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위 직능분업안에 따를 경우 외래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받고 곧바로 병원의 조제실에서 의약품을 조제받을 수 있는 편리성이 존재하므로 외래환자들이 의원보다는 병원을 선호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가 감소하고 수입이 감소하여 의원 등의 경영이 어렵게 될 것으로 보아서 위 직능분업안을 반대하였다. 그리고 약계를 대표하는 대한약사협회는 직능분업안이 시행되는 경우 병원을 방문한 외래환자가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은 후 병원내 약국에서의 조제를 선호하게 될 것이므로 병원밖 약국의 의약품 조제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보아서 위 직능분업안을 반대하였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직능분업안 대신에 기관분업안을 제안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병원 등의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는 외래환자가 발급받은 원외처방전에 대해서는 조제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이러한 분쟁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이 1999년 5월 당사자들간의 중재에 나서 의ㆍ약ㆍ정 합의안을 성립시켰는데, 여기서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협회가 제안한 ‘기관분업안’이 최종적인 의약분업의 형태로 채택되었으며, 그 내용 중 일부가 법 제21조 제8항에 규정되었다.

나. 의약분업제도의 주요 내용

(1) 의약분업의 개념

의약분업은 환자에 대한 진단·처방과 조제·투약의 과정을 분리하여 진단과 처방은 의사가, 조제와 투약은 약사가 담당하게 하는 제도이다.

(2) 의사의 경우

의사는 환자를 진료한 후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의약품을 직접 조제해서는 안되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의료법 제18조의2 제1항). 다만 입원환자, 응급환자 등에 대해서는 의사가 의약품을 직접 조제할 수 있다. 의료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의 경우 조제실에 근무하는 고용약사는 원외처방전이 교부된 외래환자에게는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법 제21조 제8항).

(3) 약사의 경우

약사는 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하며(법 제21조 제4항), 의사의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으나 일반의약품은 판매할 수 있다(법 제41조 제2항).

(4) 환자의 경우

외래환자만이 의약분업의 대상이 되며, 응급환자ㆍ입원환자 등은 의약분업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래환자는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을 근거로 약국에서 의약품을 조제받는다.

(5) 의료수가의 조정

의사는 환자에 대한 진료와 처방에 대하여 진료비와 처방료를 받는다. 그리고 약사는 의약품의 조제·투약에 대하여 조제료 등을 받는다. 의료보험약가 인하 및 실거래가 제도의 시행으로 절감되는 약가 마진만큼 의료보험수가로 대체하여 의약분업으로 의료기관 및 약국의 경영에 지나친 어려움이 없도록 의료보험수가를 현실화하였다.3)

(6) 의료기관의 약국개설 제한

약국의 개설은 약사만이 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 또는 의사는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의약분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의 시설내 또는 구내 등에는 약국개설을 금지한다.

다. 의약분업제도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4)

(1) 독일

독일은 1231년 의약법을 제정하여 의약분업을 법적으로 강제한 이래 현

재까지 의약분업제도를 실시해 왔다.독일은 의사가 약사의 업무를 겸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의사가 약국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완전분업을 실시하고 있다. 즉, 의사에게는 환자에 대한 진료ㆍ처방 권한을, 약사에게는 의약품에 대한 조제ㆍ투약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의사와 약사의 업무범위를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의사의 진료장소나 그 주변에 약국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는 약국을 소유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의약품의 판매는 환자의 치료목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며, 제3자에 대한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병원과 의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의원은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병원은 대부분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병원은 입원환자나 응급환자를 위해서 병원내 약국에서 고용된 약사가 의약품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의원을 방문한 외래환자를 위한 조제투약은 동네약국에서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다.

(2) 프랑스

프랑스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법률에 의하여 의사와 약사의 상호업무의 겸직을 금지하는 등 의약분업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의약분업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약국이 없는 지역의 의사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의약품의 조제를 인정하고 있다. 의료기관내 약국개설을 금하고 있으며 병원내 약국은 입원환자를 위해서만 의약품을 조제한다.5)

(3) 영국

영국은 개인의원의 의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하여 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약품의 조제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료보장기구(National Health Service, 약칭 ‘NHS’)에서 의사가 직접 조제ㆍ투약한 경우에는 약값을 보상하지 않고, NHS와 계약을 맺은 약사를 통해서만 조제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의사의 조제행위를 간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외래환자에게 처방전을 원외로 발행할 뿐 직접 조제ㆍ투약은 하지 않으며, 처방전에 의한 조제ㆍ투약은 의료기관이 아닌 주변약국에서 행해지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의약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의원과 약국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

(4) 미국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의사의 조제를 법적으로 제한하지 아니함으로써, 법적으로 의약분업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주 등 39개 주에서는 의사의 조제에 전혀 제한이 없고, 오하이오주 등 일부 주에서는 진료목적의 투약에 한하여 의사의 조제를 허용하고 있으며, 유타주 등 일부 주는 의사의 조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와 약사의 주요 수입원인 메디케어(Medicare), 메디케이드(Medicaid) 등 의료보장제도와 사보험이 의사의 조제ㆍ투약에 대하여는 별도의 수가를 지불하지 않고 약국에서 행해진 조제ㆍ투약에 대해서만 수가를 지불함으로써 외래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에서의 의약품 조제ㆍ투약이 제한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약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처방전에 대한 의약품 조제는 병원의 외래약국에서 하든지 외부의 약국에서 하든지 환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으나 대부분은 지역약국에서 조제한다.

그리고 병원과 약국은 경영이 분리되도록 하고 있어서 의사에게 약국경영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5) 일본

일본은 1953년 제정된 의사법 및 약제사법 등에서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 또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의사의 처방권과 약사의 조제권을 분리하고, 의사의 처방전 발급의무화와 약사의 처방전에 의한 조제를 원칙적으로 규정하였으나, 의사협회 등의 반발에 밀려 의사의 직접 조제를 허용하는 예외규정을 지나치게 넓게 규정하여 실제로는 불완전하고 임의적인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1974년부터 의사의 처방전 발행료 대폭인상, 약사의 복약지도료 지급, 시범사업실시를 비롯한 의약분업촉진사업 실시 등의 의약분업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이 추진되어 의약분업율이 지

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6) 대만

대만은 의약분업은 실시하되, 의사와 약사간의 직능분업의 형태를 채택함으로써 병·의원이 약사를 고용하여 고용약사로 하여금 외래환자에 대한 의약품의 조제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의사와 약사간의 기관분업이 행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원과 약국간의 소유 내지 경영상의 독립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래환자는 의료기관내 고용약사에게 조제를 받을 것인지 또는 의료기관 밖의 약국에서 조제를 받을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7) 종합

독일, 프랑스 등은 의약분업제도를 기관분업의 형태로 법률로써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 미국 등은 의약분업이 법률로 강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의료보장제도 등에서의 의사조제행위에 대한 미보상을 통해서 실질적인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위 선진국가들의 경우 병원은 입원환자 중심으로 의원은 외래환자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잘 확립되어 있다. 반면에 일본은 법률에서 의사의 조제를 허용하는 예외를 폭넓게 규정하여 실질적인 의약분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대만은 의약분업을 법률로써 시행하고 있으나 의·약간의 직능분업을 실시하고 있다.

<표> 각국의 의약분업제도 비교6)

항목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대만
우리나라
의약분업의 형식
병원은 입원환자중심, 의원은 외래환자중심이므로 병원의 외래환자 비중은 극히 미미함.
종합병원 원외처방 발행추진
(기관분업), 법률에 의한 불완전·임의분업
①직능분업
②병·의원외래:원외약국과 원내약국 이용의 선택권이 환자에게 있는데, 대부분 원내약국 이
기관분업
①관행적 완전분업
②병원외래:병원내 약국 존재하나 관행적으로 원외처방전 이용이 다수임
①완전·임의분업
②병원외래:원외약국과 원내약국이용의 선택권이 환자에게 있으나 관행적으로 원외이용 다수임
①법률에 의한 완전·강제분
②병원외래: 직접치료만 원내약국, 그 외에는 동네약국. 병원응급진료도 동네약국
①법률에 의한 완전·강제분업
②원외처방전발행 정착
주사
제 포함
주사제 처방 매우 드물어 문제되지 않음. 경구약 있음에도 주사처방하면 보험급여가 되지 않음.
혈관주사, 근육주사는 의사만 다룸.
주사제 포함
주사제
제외
모든 전문 의약품 포함
약품분류
처방/약국/자유
처방1(반복사용 가능)/처방2(반복사용 불가능)/비처방
처방/약국/자유판매
처방(처방전 없이는 안됨)
/비처방(약국, 슈퍼판매가능)
진료/일반/의약부외품
일반/전문의약품
일반/전문
대체조제
①법적규제는 없으나 약제비절감목적으로 정부 권장
②상품명 처방시 약사의 대체조제 금지
①주별로 다양하나, 대체조제불가 표시있으면 대체금지
②의사들이 상품명/일반명 선택가능
①법적규제는 없다
②상품명 처방원칙, 그러나 약제비절감 위해 정부가 일반명처방권장
①대체불가표시한 경우 의사동의 없이 대체조제 못함. 법으로 대체조제 금지
②일반명 처방 억제
①의사 사전동의시에는 대체조제 가능
②상품명처방에 대해선 대체금
상품명 처방 및 일반명으로의 대체가 가
대체조제원칙적으로 금지. 일정조건하에서만 대체조제 가능
임의조제
약사의 임의조제 불가능
약사의 임의조제 불가능
약사의 임의조제 불가능.
약국없는 경우 의사조제 가능
임의조제 실제적으로 가능
임의조제 금지
임의조제
금지
임의조제는 당연한 금지사항이다. 오히려 이들 국가에서 문제되는 것은 의사의 조제문제이다.

3. 법 제21조 제8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

가. 쟁점

2000. 7. 1.부터 실시된 의약분업제도에 따라서 병·의원은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행위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조제실을 두고 있던 병원 등의 의료기관은 법 제21조 제8항에 의거하여 조제실에 근무하고 있는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행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종사하는 약사는 외래환자에게 교부된 처방전에 의하여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 운영자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나.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헌법 제15조에 의거한 직업의 자유의 보장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바, 헌법 제15조가 말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직업수행 내지 행사의 자유까지 포괄하는 ‘직업’의 자유를 뜻하고, 여기서 ‘직업’이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인 소득활동을 의미하며 그러한 내용의 활동인 한 그 종류나 성질을 묻지 않는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 판례집 5-1, 365, 374; 헌재 1997. 3. 27. 94헌마196 등, 판례집 9-1, 375, 382-383 참조). 법인도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의 주체가 되는데, 직업선택의 자유는 헌법상 법인에게도 인정되는 기본권이다(헌재 1991. 6. 3. 90헌마56 , 판례집 3, 289, 295; 헌재 1996. 3. 28. 94헌바42 , 판례집 8-1, 199, 206-207).

(2)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헌법상 정당화되는지 여부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 근무약사의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금지’를 규정하여 조제실을 두고 있는 의료기관이 외래환자에 대하여 의약품의 조제 및 투약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청구인의 헌법 제15조에 의거하여 보

장되는 직업행사의 자유(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헌법상 정당화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가) 직업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헌법적 한계

직업의 자유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

직업행사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침해의 정도가 작다고 할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는 공공복리 등 공익상의 이유로 비교적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판례집 5-1, 365, 374; 헌재 1995. 2. 23. 93헌가1 , 판례집 7-1, 130, 135; 헌재 1998. 5. 28. 95헌바18 , 판례집 10-1, 583, 594). 그러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서는 안된다(헌재 1989. 11. 20. 89헌가102 , 판례집 1, 329, 336; 헌재 1995. 7. 21. 94헌마125 , 판례집 7-2, 155, 162; 헌재 1996. 8. 29. 94헌마113 , 판례집 8-2, 141, 154). 즉,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기 위해서는 직업행사에 대한 제한이 공익상의 이유로 충분히 정당화되고,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의도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해야 하고,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동일하게 적절한 수단들 중에서 기본권을 되도록 적게 제한하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하며, 제한의 정도와 공익의 비중을 비교형량하여 추구하는 입법목적과 선정된 입법수단 사이에 균형적인 비례관계가 성립하여야 한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판례집 8-2, 680,692).

(나)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입법목적에 의하여 정당화되는지 여부

우선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동 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에 의하여 정당화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1) 법 제21조 제8항의 입법목적

법 제21조 제8항이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을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아래와 같은 의약분업의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목적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의약품의 적정사용으로 약제비를 절감하며, 환자의 알권리 및 의약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한편, 의약품 유통에 투명화를 기하여 품질이 우수한 의약품 공급을 촉진하는데 있는데, 아래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의약품의 오용7)은 의약품의 처방, 조제, 투약과정에서 착오나 부적절한 지식에 의하여 발생한다. 그런데 의약분업 시행 이전에는 조제의 비전문인인 의사가 의약품을 조제하고, 진단·처방의 비전문인인 약사가 의사의 처방없이 임의로 조제하는 등 비전문적 의료행위가 제도적으로 방치되고 있어서, 진료·처방과 조제·투약의 전문성 및 책임성에 기초한 의약품 오용의 방지장치가 미약한 상황이었다.

의약품의 남용8)은 의도적으로 부적절한 양과 종류, 즉 경제적 이윤동기에 의해 보다 고가의 의약품을 투약하거나 다량 다종의 의약품을 과잉 투여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의원 등의 의료기관의 경우,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아서 의료행위당 수가제로 진료비 지급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약가이윤이 보다 많은 의약품을 보다 많이 사용하는 것이 처방자인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윤추구에 도움이 되었다. 그 배경에는 공공요금 인상억제정책에 의한 낮은 의료보험진료수가와 이를 보상하기 위하여 묵인된 실제 거래가격보다 높은 의료보험 약가구조를 유지한 의료보험제도가 자리하고 있었다.9)약사가 고용되어

있는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에 대한 약사의 검토·전제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는 소지가 있었으며, 이윤증대를 위한 의사와 약사의 담합으로 의약품을 과잉 투여할 가능성이 있어 의약품이 남용될 소지가 있었다.

약사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임의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었으므로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없이 의약품을 판매함으로써 의약품의 오용 여지가 존재하였다. 약사의 경우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제도하에서 약국의 매출 증가를 위한 의약품의 남용이 이루어졌다

의료환자도 항생제, 스테로이드제제, 습관성 의약품 등의 전문의약품을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처방에 따른 처방전 없이 자유롭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어서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 관행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었고, 이러한 의약품의 오남용은 결국 환자 자신의 건강을 심하게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의약품을 오남용하게 될 경우 인체 내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필요한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약품을 인체에 투여해야 하며, 습관성이 있는 의약품이 과도하게 반복 사용되면 중독 현상이 발생하여 인체 작용이 의약품 복용에 크게 의존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국민보건이 크게 저해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약분업 실시전의 의약품 오남용의 대표적 실태를 보면, 의약품 중 항생제의 처방비율이 약 58퍼센트(세계보건기구의 권장치는 약 22퍼센트)에 이르렀고, 주사제의 경우도 그 처방빈도가 약 56퍼센트(세계보건기구의 권장치는 약 17퍼센트)에 이르렀다.10)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의약품의 오남용시 건강상 위해가 높은 의약품이 반드시 의사의 진단·처방과 약사의 조제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공되게 함으로써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전문적,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의약분업제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나) 의약품의 오남용은 국민의료비에 있어 약제비 부분이 불필요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1996년 우리나라 총 의료비 중 약제비 비율은

약 31.1%로 의약 미분업 국가인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나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 영국에 비해 크게 높으며, 특히 외래환자에 대한 약제비 비율은 총 의료비의 20.7%에 달하고 있어 미국의 약 3배에 해당하였다.

의약품의 오남용은 경제자원의 낭비뿐만 아니라 건강에 위해를 끼침으로써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의약품 오남용 방지로 얻어지는 건강증진 효과는 사후에 발생할 의료비를 절감시킨다는 측면에서 의료비 절감효과도 발생한다. 경제적 이윤추구에 의한 의약품 남용이 줄어들게 되면, 약제사용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약제비를 절감하게 될 것이다.11)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필요와 사용을 일치시키고 처방전을 공개시킴으로써 과잉투약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의약품의 소비감소와 주사제의 경구제로의 대체 등을 통하여 국민약제비를 절감시킬 것이다.

다) 처방전의 공개에 따라 의사는 적정한 처방인지 여부를 한번 더 생각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의심이 나는 경우 이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어 처방의약품의 배합 및 상호작용 등을 점검함으로써 약화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의사의 처방전이 공개되고 의약품의 포장마다 제조업소명 및 제품명이 표시되어 환자 자신이 복약하는 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환자의 알권리가 신장된다.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를 통한 상호견제·보완 및 이중 점검으로 의약품 사용을 합리화하고, 국민에게는 양질의 의약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약사는 임의조제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복약지도·약력관리 등 약사 본연의 전문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어 투약서비스의 수준이 향상된다.

라) 그동안 국내 제약산업은 신제품 개발보다는 복제품 생산에 치중하고, 도매상을 통한 거래보다는 의료기관 및 약국과의 직접 거래를 선호하였다. 제약산업은 의사 및 약사에게 오리지널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마진을 제시할 수 있어서 제품에 대한 품질경쟁보다는 가격경쟁에 치중하였다.

그런데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약가마진 등 경제적 이윤동기에 의해 의약

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품질 및 치료효과가 의약품 사용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기업은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의약품의 품질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며, 의약품 영업전략도 직거래보다는 도매상을 활용하고 제품설명 등 학술적 차원의 마케팅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약품이 약국을 통해 사용되고, 소품종을 다량 구비하는 것보다 다품종을 골고루 비축하는 것이 약국 경쟁력의 핵심이 되므로 도매유통이 보다 활성화되어 의약품 유통체계가 정상화될 것이다.

2)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이 헌법적 정당성을 가지는지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의약분업 실시전의 의약품 오남용실태 등을 감안할 때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국민보건을 증진시켜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건강과 보건은 가장 일차적인 권리인 생존권의 차원에서 지켜지고 향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 제21조 제8항은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약제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환자의 알권리를 신장시키고 제약산업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보건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3)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법 제21조 제8항이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해서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려는 입법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복리’에 기여하므로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은 헌법상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한 후,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은 입법목적이 추구하는 공공이익에 의하여 정당화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적합성 원칙 준수 여부

다음으로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을 설치한 의료기관이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고용된 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의약분업의 형식 중에서 기관분업을 실시하고자 한 것이다.

의약분업의 형식으로는 직능분업과 기관분업이 존재하는데, ‘기관분업’은 소유·경영면에서 분리된 의료기관과 약국 양 기관간의 분업을 말하며, 의료기관과 약국이 소유상 그리고 경영상으로 독립성을 이루어 서로 견제하며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직능분업’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처방하고, 약사는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조제·투약함으로써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의사와 약사의 역할만을 구분하는 것이므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 약사를 고용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업무를 하거나 직접 약국을 개설 또는 소유하는 것이 허용된다.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처방오류로 인한 의약품의 오용과 경제적 이윤동기 등에 의한 의약품의 남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사와 약사간의 직능분업이 실시될 경우 약사의 임의조제를 통한 기술적 측면의 의약품 오용은 상당히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외래 조제실을 설치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이 직능분업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의와 약을 담당하는 기관이 분리되지 않고 동일한 자본하에 놓여 있게 되면, 경제적 이윤 동기에 의한 의약품의 남용을 충분히 막을 수 없고, 고용된 의사와 약사 사이의 상호 감시와 견제의 기능도 충분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약품의 선택이 병원의 임상의사의 견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병원경영자가 정해준 테두리 내에서 일어날 수 있다.12)

그러므로 의료기관이 하나의 운영주체 안에서 의사와 약사가 고용되어 있으면 의학적 동기가 아닌 경제적 동기 때문에 상호견제를 통한 처방과 조제라는 의약분업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가 어렵다.13)

따라서 의사서비스와 약사서비스를 소유와 경영상으로 완전히 분리하여 독립시키는 기관분업이 실시되는 경우에만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한 의약품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기관과 약국을 소유상 및 경영상으로 독립하여 운영하도록 하는 기관분업을 채택하는 것이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등의 의약분업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효율적이다.

법 제21조 제8항에 의거하여 기관분업을 실시하는 것은 병ㆍ의원의 기능분화가 미진한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체계에서 직능분업을 실시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병원으로의 외래환자 이동을 통한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이나 악화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14)또한 직능분업이 실시되는 경우 의원에서 병원으로의 외래 환자 이동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의 추가적인 상승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약제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에도 부합될 것이다.

법 제21조 제8항에 의거하여 기관분업을 실시하는 것은 직능분업이 실시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병원편중으로 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를 막을 수 있으며, 외래환자의 병원내 약국 선호로 인한 병원밖 약국의 경영악화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외래조제실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의료기관과 약국이 하나의 운영주체 내에서 운영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는데 적절하다고 판단”되므로, “법 제21조 제8항에 의한 의료기관 조제실에서의 원외처방전 조제금지는 의약품의 오남용 예방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하다고 판시하였다.

(라) 최소침해성 원칙 준수 여부

이어서 법 제21조 제8항이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선정한 수단인 고용약사를 통한 외래환자의 조제업무를 금지

한 것이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1)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대체수단의 존재 여부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체수단으로는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 조제를 허용하도록 하는 ‘직능분업안’이 고려될 수 있다. 직능분업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처방하고, 약사는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조제·투약함으로써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의사와 약사의 역할만을 구분하는 것이므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 약사를 고용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업무를 하거나 직접 약국을 개설 또는 소유하는 것이 허용된다.

2) 대체수단의 적합성 원칙 충족 여부

그렇다면 이러한 직능분업안은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하여야 할 것이다.

가) 우선 이러한 직능분업안이 의약품의 오남용 예방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적절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의사와 약사간의 직능분업이 실시될 경우 약사의 임의조제를 통한 기술적 측면의 의약품 오용은 상당히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능분업이 실시되는 경우, 외래 조제실을 설치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이 동일한 자본하에 놓여 있으므로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윤동기가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의사서비스와 약사서비스가 소유와 경영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는 의약분업 실시전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한 의약품의 남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 조제실을 설치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기관분업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직능분업을 실시한다면, 전체 의료환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외래환자의 경우에는 의약분업이 추구하는 의약품 오남용 방지 등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나) 약사를 고용하여 조제실을 운영해온 병원 등의 의료기관은 의약분업

제도의 도입 이전에도 이미 의사와 약사간에 직능분업의 개념에 의한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었으나, 의약품의 오남용은 효과적으로 예방되지 않았다. 진단·처방 기관과 조제·투약 기관이 분리되지 않아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가 의약품의 약가이윤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과잉투약이 방지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일한 자본에 의하여 운영되는 의료기관에 고용되어 있는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에 대한 견제·감시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의사의 원외처방전이 발행된다고 하더라도 약사의 견제역할이 제한되므로 의료기관의 이윤 동기가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다) 직능분업안을 채택하는 경우에도 의사의 원외처방전이 병원외 약국에 공개될 것이므로 의사 처방전에 대한 병원 밖 약사의 견제, 감시기능이 확보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전이 원외약국에 공개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적을 것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병원내 약국은 처방전을 교부받은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이며, 처방기관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처방전에 수록된 약제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규모자체가 소비자에게 주는 서비스 질에 대한 신뢰감도 클 것이고, 병원의 경우 입원환자용 약제까지 포함한다면 다량 구매를 통한 할인혜택을 추가로 얻을 수 있으므로 가격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원외약국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현재 병원 외래환자의 처방전이 모두 원외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을 때와 그 중 일부만 원외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을 때 원외 약국의 준비태세가 달라질 것이다. 병원처방전이 접수될 가능성이 낮다면 일반 약국으로서는 굳이 병원에서 처방되는 모든 종류의 의약품을 갖출 동기가 적을 것이고 이러한 사실이 다시 환자의 선택에 영항을 미쳐 원내약국이나 병원근처에 개설된 약국만을 찾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그 결과 외래환자의 약국선택의 의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15)

라) 현재 우리나라의 각급 의료기관은 1차 진료기관(의원)과 2·3차 진

료기관(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의 구별 없이 무한경쟁을 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능분업안이 실시되어 병원 등의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가 허용된다면, 1차 의료기관의 외래환자가 대거 2·3차 의료기관으로 이동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어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며, 1차 의료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의원 등의 의료기관의 기능이 약화되어 의료전달체계의 왜곡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16)

마) 직능분업에 의거하여 의약분업에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제외한다면 병원 외래환자수가 10%이상 증가할 것으로 경험적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의원에서 병원급의 의료기관으로의 외래환자 이동으로 인한 의료비의 추가적인 상승이 발생할 것이다.17)이는 의약품의 적정한 사용으로 약제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배치될 것이다.

바) 직능분업이 실시되면 외래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받고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은 후, 곧바로 병원에 설치된 조제실에서 의약품을 조제받을 수 있는 편리성이 존재하므로 외래환자들이 의원보다는 병원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가 감소하고 수입이 감소하여 의원 등의 경영이 어렵게 될 것이다.

사) 직능분업이 시행되는 경우 병원을 방문한 외래환자가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은 후 병원내 약국에서의 조제를 선호하게 될 것이므로 병원밖 약국의 의약품 조제수입이 감소하여 경영이 악화될 것이다. 이 경우 전국적인 처방 발생건수의 약 1/3 정도가 병원 밖 약국으로 나가지 않게 되어 병원 밖 약국에 미치는 경제적 불이익이 아주 클 것으로 우려된다.18)

3) 이에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 조제를 허용하도록 하는 직능분업안은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등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하다고 볼 수 없어서,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동일하게 효과적인 다른 대체수단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법 제21조 제8항이 의료기관 조제실 근무약사가 외래환자에 대해서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마) 법익균형성 원칙 준수 여부

끝으로 법 제21조 제8항이 법익균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법익균형성원칙이 준수되기 위해서는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목적의 달성으로 인한 공익과 선정된 수단에 의해 발생하는 청구인의 불이익 사이에 균형적인 관계가 성립하여야 한다.

1)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의 비중 및 제한 정도

가) 법 제21조 제8항은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는 원외처방전이 교부된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조제실을 설치하지 않은 의원 등의 의료기관이 외래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제실을 설치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이 외래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가운데서 행사되는 자유이므로 기본권적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법 제21조 제8항은 조제실 설치 의료기관이 고용약사를 통해서 외래환자에 대해서 조제업무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할 뿐, 입원환자나 응급환자 등을 위해서는 조제업무를 계속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 의약분업의 실시에 따른 의료기관의 재정상의 효과를 살펴보면,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모든 의료기관은 의약품에 대한 고시가격과 실거래가액 사이에 존재하였던 약가차액이 없어짐에 따라 약을 직접 다루는 데서 오는 이익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조제실을 설치하였던 병원 등의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조제실을 설치하지 않았던 의원 등의 의료기관 모두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업무를 할 수 없어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료 등의 수입을 올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실시된 시점을 전후로 하여 외래환자에 대한 진료비 등이 대폭 인상되었기 때문에, 모든 의료기관은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의 금지와 약가차액의 소멸로 인한 손실액을 대부분 보전받았다고 할 수 있다.19)

의약분업의 실시와 관련하여 조정된 의료수가 현황을 살펴보면,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의료기관의 의약품 지불가격 기준을 고시가격에서 실거래가격으로 전환함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전하고 그동안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기 위하여 의료수가(진찰·처방료, 병원 등의 경우)를 여러 차례에 걸쳐서 초진환자의 경우 총 34.3%, 재진환자의 경우 총 70.6.%(1998. 9. 1. 기준 누적증가율)를 각 인상하였다.

의료기관이 수령한 요양급여비(약제비는 포함하지 않음)를 기준으로 살펴보더라도, 요양급여비는 의약분업 실시전인 2000년 상반기에 비해서 의약분업 실시후인 2002년 상반기에 의원의 경우는 총 39.6%, 병원의 경우는 총 16.3 %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모든 의료기관은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재정상의 손실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입법목적 달성을 통해서 얻어지는 공익의 비중 및 효과

가) 의약분업 실시전의 의약품 오남용실태 등을 감안할 때,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국민의 보건을 증진시켜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왜

냐하면 국민의 건강과 보건은 가장 일차적인 권리인 생존권의 차원에서 지켜지고 향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약분업이 추구하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의 비중은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나)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의약품의 오·남용이 예방될 수 있을 것이므로 국민의 건강이 증진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20)그리고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없으므로 의료소비자의 의약품 오남용을 제도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21)그리고 의약분업을 시행하게 되면 의약품의 오남용이 감소하게 되어서 약제비의 절감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22)그런데 의약분업으로 인한 약제비 절감 효과는 의약분업이 상당기간 시행된 이후에 장기적으로 약제비 절감, 의약품 오남용 축소에 따른 국민의료비의 절감 등의 사회적인 비용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의사가 처방전을 환자에게 교부함으로써 환자들은 진료 때마다 자신에게 처방된 약제의 내용을 알게 되고, 약사는 조제한 후 투약내용을 환자에게 설명하게 되므로 환자는 실제 조제된 의약품의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되므로 헌법상의 알권리가 신장될 것이다.

끝으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제약기업은 의약품에 대한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의약품의 품질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주력될 것이므로 의약산업이 발전하게 될 것이며, 매매유통이 보다 활성화되어 의약품 유통체계가 정상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의약분업을 실시함으로써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의약품의 적정사용으로 약제비를 절감하며, 환자의 알권리 및 의약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한편, 의약품 유통에 투명화를 기하여 품질이 우수한 의약품 공급을 촉진하는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할 것이다.

3) 법익형량 및 결론

헌법재판소는 위에서 살펴본 입법수단과 입법목적과의 관계를 비교형량한 후, “법 제21조 제8항이 조제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고용약사를 통한 원외처방전 조제금지를 규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의 제한이라는 불이익은 그리 크지 않고 직업행사의 자유가 갖는 기본권적 비중도 그리 높지 않는 반면에, 법 제21조 제8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통해서 얻게 되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의 비중이 매우 크고, 이로 인하여 앞으로 나타나게 되는 공익의 효과도 상당히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 제21조 제8항은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바) 결 론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서 헌법 제15조에 의거 보호되는 청구인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다.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끝으로 법 제21조 제8항이 병원운영자인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인 병원 운영자가 법 제21조 제8항에 의거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서 차별취급을 받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우선 청구인이 속하는 조제실을 갖추고 있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이 조제실을 설치하고 있는 “한방의원”,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등과 본질적으로 동일한데, 법 제21조 제8항이 청구인을 차별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법 제21조 제8항은 조제실을 갖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청구인의 차별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다.

다음으로 청구인은 조제실을 갖추지 않은 의원 등의 의료기관 사이의 차

별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청구인과 같이 의료조제실을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조제실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의원 등의 의료기관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자간에는 차별여부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다. 더군다나 의약분업제도가 도입된 이후 모든 의료기관은 외래환자에 대한 진료와 처방만을 할 수 있을 뿐 외래환자에게 조제와 투약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어떠한 차별이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약사법 제21조 제8항은 조제실을 갖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청구인을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서 차별하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4.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결정에서 헌법 제15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직업행사의 자유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도 미친다고 판단한 후, 약국을 개설하는 장소를 규제함으로써 약사들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약사법조항이 약사들을 고용하여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직업행사의 자유도 간접적으로 제한하지만, 이러한 제한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서 합헌이라고 선고하였다는데 이 사건 결정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