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20권 2집 80~90] [전원재판부]
당해 사건인 형사사건에서 청구인이 무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경우 해당 적용법조에 대한 전제성의 인정 여부(소극)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은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8항에서 위 조항에 의한 재심에 있어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1조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 또는 상고기각판결에 대하여는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해사건인 형사사건에서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때에는 처벌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이 인용되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없고, 청구인에 대한 무죄판결은 종국적으로 다툴 수 없게되므로 더 이상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해 사건에서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청구인의 위 규정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헌법이 위헌법률심판의 요건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요구하는 것은 법률의 위헌성이 구체적 사건에서 문제된 때에 비로소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것일 뿐, 위헌법률심판제도가 구체적인 분쟁의 해결이나 개인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헌법률심판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제거하여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보장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분쟁 해결이나 개인의 권리보호에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청구인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어 그 적용법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받아도 무죄판결에 대한 재심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그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지 않는다거나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은, 재심청구의 가능 여부로써 위헌심판청구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으로서, 위헌법률심판제도가 본질적으로 객관적인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임을 간과하고, 구체적인 분쟁해결이나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제도로 전락시키거나, 위헌법률을 실효시켜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확보하려는 헌법 정신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로 되는 것이므로 본안에 들어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야 한다.
국가보안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3조(반국가단체의 구성 등) ①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1. 생략
2.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ㆍ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생략
헌법재판소법 제75조(인용결정) ①~⑥ 생략
⑦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제1조(목적) ①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
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②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국가보안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② 삭제
국가보안법 제3조(반국가단체의 구성등) ①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1. 수괴의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2.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ㆍ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그 이외의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타인에게 반국가단체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④ 제1항 제1호 및 제2호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제1항 제3호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이유) 재심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1.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
2.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3. 무고로 인하여 유죄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4. 원판결의 증거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
5.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6.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심결 또는 무효의판결이 확정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단,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에 한한다.
형사소송법 제421조(동전) ① 항소 또는 상고의 기각판결에 대하여는 전조 제1호, 제2호, 제7호의 사유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청구사건의 판결이 있은 후에는 항소기각판결에 대하여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다.
③ 제1심 또는 제2심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청구사건의 판결이 있은 후에는 상고기각판결에 대하여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다
헌재 1995. 7. 21. 93헌바46 , 판례집 7-2, 48, 58
헌재 2007. 1. 17. 2005헌바40 , 공보 124, 129, 131
청 구 인 송○율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돈명 외 3인
법무법인 정평
담당 변호사 심재환 외 1인
당해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고합1205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반국가단체인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다음 위 노동당의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하였다는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소제기되어 소송계속 중,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동 법원에 위헌제청신청(2004초기316)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04. 4. 7. 위 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이후 청구인은 1심 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청구인
이 항소하자 서울고등법원(2004노827)은 청구인이 위 국가보안법 규정의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그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2004. 7. 21.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 무죄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2004도4899)에 대해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이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2008. 4. 17. 이를 기각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판결을 확정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로서 심판대상 규정 및 관계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규정]
제3조(반국가단체의 구성 등) ①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2.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ㆍ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계규정]
국가보안법 제1조(목적 등) ①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② 이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 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제3조(반국가단체의 구성 등) ①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1. 수괴의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2. 생략
3.그 이외의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이유와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1)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은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를 제1호의 수괴의 임무에 종사한 자와 이 사건 규정인 제2호의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 등으로 나누어 처벌하고 있는바, 위 제2호 규정은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여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근간인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2) 이 사건 규정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동일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는바, 이는 형이 집행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이 사건 규정은 구체적 행위로 나아가기 전의 단순한 예비, 음모 단계의 행위를 과도하게 처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북한의 단순한 구성원인 일반 주민들까지도 처벌받게 되는바, 이는 지나치게 무겁고 가혹한 형벌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됨과 동시에 평화통일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 제4조에도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1) 이 사건 규정의 간부는 반국가단체의 지도적이고 책임자격인 자리에 있는 자를 일컫는 것이고,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는 반국가단체 내에 있어서의 지위 여하나 하부조직의 유무를 막론하고 반국가단체의 이념 및 정책에 따라 해당조직원을 지도하거나 반국가단체의 존립 및 목적달성에 긴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등 반국가단체의 조직과 활동에 있어 실질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개념들이 국가보안법의 목적에 비추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국가단체의 조직 형태, 직위, 명칭 등의 다양성, 가변성에 비추어 이를 더 구체화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현저히 곤란하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검사는 형법 제51조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을 가지고 있는바, 동일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피의자들의 연령,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 반성 여부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참작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하여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이유 없다.
지 아니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라 할 수 없고, 이 사건 규정은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반국가단체의 지도적인 지위에 있거나 그러한 역할을 하는 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1) 형벌법규에 있어서 구성요건이란 일반적으로 과형의 근거로 처벌하여야 할 천태만상의 행위에서 공통점을 추출하여 이를 일반화, 유형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한도 내에서는 추상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규정의 간부는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의 예시에 해당하고,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란 반국가단체에서의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실제에 있어서 그 단체를 위하여 중요한 역할 또는 지도적 활동을 한 자이므로 그 개념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사회주의 조직은 공식적인 서열과 실질상의 서열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조직구성도 상당부분 비밀에 부쳐져 외부에서 용이하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사건 규정의 반국가단체와 관련하여 지위 또는 직책의 관점에서 파악되는 간부라는 개념 이외에 지위, 직책을 떠나 실행행위의 관점에서 파악되는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라는 개념은 불가피하게 필요하다 할 것이다.
(2) 북한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대화의 상대방이라는 지위와 대한민국을 적화하려고 시도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대화의 상대방으로서 활동하는 경우와 반국가단체로서 활동하는 경우를 나누어 대응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 규정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국가안보를 위하여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각 나라가 처한 현실과 필요성에 따라 제한의 정도나 규정형식은 다르다 할지라도 대부분의 국가에 공통되는 현상으로 이 사건 규정은 반국가활동 단체인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지위에 있거나 그러한 역할을 하는 자들만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우리와 대치하면서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할 것을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도 없고,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라. 법무부장관의 의견
대체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과 같다.
3. 판 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바,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헌재 1995. 7. 21. 93헌바46 , 판례집 7-2, 48, 58; 헌재 2007. 1. 17. 2005헌바40 , 공보 제124호, 129, 131).
당해사건이 형사사건이고, 청구인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처벌의 근거가 되는 형벌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의미에서의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청구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재판의 전제성을 계속하여 인정할 것인지는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은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8항에서 위 조항에 의한 재심에 있어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1조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 또는 상고기각판결에 대하여는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이 당해사건인 형사사건에서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때에는 처벌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이 인용되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없고, 청구인에 대한 무죄판결은 종국적으로 다툴 수 없게 되므로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더 이상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해사건에서 국가보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청구인의 위 규정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4. 결 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위헌법률심판에 관하여 구체적 규범통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법원이 제청하거나 헌법소원의 형태로 청구할 때에 재판의 전제성을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 규범통제제도의 요청이다.
헌법이 위헌법률심판의 요건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요구하는 것은 법률의 위헌성이 구체적 사건에서 문제된 때에 비로소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것일 뿐, 위헌법률심판제도가 구체적인 분쟁의 해결이나 개인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헌법률심판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제거하여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보장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분쟁 해결이나 개인의 권리보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위헌법률심판 개시의 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의 기능은 그만큼 축소되고, 헌법에 어긋나는 법률을 통제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범위가 커지게 된다.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법률을 실효시켜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기본정신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된 경우”(헌법 제107조 제1항)라 함은 어느 법률이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관계에 있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논리적·추상적으로 재판의 의미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재판의 전제성이 있으면 헌법에서 정하는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하기 위한 요건은 충족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위헌법률심판이 제청신청인이나 헌법소원 청구인을 유리하게 하거나 재심의 기회를 주는 경우라야 비로소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위헌법률심판제도의 본질을 왜곡시켜 객관적인 규범통제보다도 주관적인 권리보호에 치중하는 제도로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종래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는 재판의 전제성만 인정되면 더 나아가 심판청구의 이익이나 심판의 필요성에 관하여 따지지 않고 심판대상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 왔던 것이다. 거꾸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이익이 있어야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고 확정되었으므로, 그 적용법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받더라도 무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이익이 없고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각하될 가능성이 크므로, 그 적용법조가 위헌이라고 심판되더라도 이미 확정된 무죄판결의 주문 자체가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청구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이유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만일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면,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을 것이므로,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의 유무를 따지기에 앞서, 그 공소사실이 범죄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는 논리적으로 당연히 당해 재판의 무죄 이유를 달라지게 한다고 보아야 한다.
정리하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을 근거로 청구인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에 대한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다. 그리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의미·내용과 효과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어 위헌법률심판을 개시할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된다면 그 법률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는 법률상 처벌대상에서 제외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위헌법률심판제도의 존재 이유이고,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이익이고,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야 하는 필요성인 것이다.
청구인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어 그 적용법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받아도 무죄판결에 대한 재심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그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지 않는다거나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은, 재심청구의 가능 여부로써 위헌심판청구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으로서, 위헌법률심판제도가 본질적으로 객관적인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임을 간과하고, 구체적인 분쟁해결이나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제도로 전락시키거나, 위헌법률을 실효시켜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확보하려는 헌법 정신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경우에, 당해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판절차가 정지되지 아니하여 위헌법률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당해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선고되기 일쑤인데, 그리되면 법원의 재판 결과 여하에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좌우되게 되어 위헌법률심판의 본질과 기능의 독자성이 훼손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법률이 헌법의 최고규범력에 어긋나지 않도록 통제하기 위하여 마련된 위헌법률심판제도에서 규범통제보다도 재판의 전제성을 더욱 중시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로 되는 것이므로 본안에 들어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주심)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